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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트너 (애나 일러스트 리커버)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1월
평점 :





바움가트너는 소녀가 가두었던 눈물이 짧고 억눌린 발작적인 울음으로 쏟아져 나오는 몇 분 동안 가만히 기다린다. 어린아이가 무너지지 않으려고, 완전히 자신을 놓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바람에 아이의 숨은 일련의 토막 난 헐떡거림과 떨림으로 바뀌어 있다. (-12-)
바움가트너는 회전의자를 왼쪽으로 돌려 애나의 낡은 수동 타자기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 기계는 책상 상판 바로 밑 3센티미터 폭의 직사각형 틈에서 튀어나온 미닫이 나무판자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책상은 1930년대나 1940년대에 만든 육중하고 거무스름한 마호가니 유물로 그들이 뉴욕을 떠나 프린스턴의 포 로드에 있는 집으로 이사 오기 일주일 전 그녀가 컬럼버스 애비뉴의 중고 가구점에서 60달러를 주고 산 것이었다. (-57-)
나는 대학을 졸업했을 때 S를 사랑하고 있었다. 이제 나는 희미하게라도 관심이 가는 사람이 달리 전혀 없었으며, 이것은 곧 내 심장이 완전히 그의 손안에 있다는 뜻이었다. S도 내가 그를 사랑하는 만큼 나를 사랑했기 때문에 그의 심장도 완전히 내 손안 있었고, 그래서 우리는 무리를 연인이라고 생각할수 있었다. (-87-)
바움가트너는 생각을 중단하고 자신이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자문한다.뭐 하러 죽은 말에게 돌아가서 때려 대고 있는가.손갈퀴와 장난감 삽을 들고 숲속을 기어다니며 아주 오래전 과거의 작은 보물을 파내야 할 대에,예를 들어 열두살 때 처음으로 위스키를 한 모금 몰래 마셨을 대 코가 따끔거리고 목이 타던 느낌,사춘기 때 처음 아래가 딱닥해지느 것을 경험할 때 몸 전 체로 퍼지던 그 신비한 온기, 열 다섯 살에 처음으로 마태수난곡을 들었을 때, 눈물이 차오르며 몸이 가루가 되는 듯하던 느낌. (-141-)
소설 『바움가트너 Baumgartner』는 폴 오스터의 마지막 소설로, 그가 살아온 삶의 마지막 순간을 한 편의 소설로 쓰고 있다. 70년의 삶을 살아가는 것, 『바움가트너 Baumgartner』에는 노년의 철학자 바움가트너 Baumgartner 가 나오고 있다. 10여 년전 아내를 여의고,혼자 살아가는 바움가트너 Baumgartner가 어느 날 집안에서 냄비가 끓었고, 사고를 당하고 만다. 그의 고통 속에서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서로 겹쳐지고 있다. 이 소설은 환지통이라는 주제를 담아내고 있다. 손가락이나 발가락이 절단되었음에도,고통을 느까고, 아파하며, 자신의 느낌을 지우지 않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 바움가트너는 소설 속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작가 폴오스터의 분신이기도 하다. 나무라는 또다른 상징을 포함하고 있다. 인간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나무라는 존재도 그렇다. 하나의 우뚝 선 나무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수많은 생명이 서로에게 먹고 먹히는 관계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나무의 부리와 줄기,잎에서, 생성되는 수많은 생명체의 흔적들, 그 흔적들이 서로에게 어떤 의미로 작용하고 있는지 깨닫게 하며, 주인공 바움가트너에게 10년 전 세상을 떠난 아내가 바로 그런 존재다. 혼자 살아가면서, 아내의 부재와 허무함 속에서, 스스로 상처를 보듬어가며,회복하는 과정 하나하나를 그려내고 있다. 폴오스터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가이며, 수많은 소설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는 작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