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니스가 내 몸을 망친다
송영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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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운동은 걷기와 달리기다!

  “어쨌든 나는 그렇게 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서른세 살. 그것이 그 당시 나의 나이였다. 아직은 충분히 젊다. 그렇지만 이제 ‘청년’이라고 말할 수 없다. 예수 그리스도가 세상을 떠난 나이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조락凋落은 그 나이 언저리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그것은 인생의 하나의 분기점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나이에 나는 러너로서의 생활을 시작해서, 늦깎이이긴 하지만 소설가로서의 본격적인 출발점에 섰던 것이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본문 77쪽 

  잘 나가던 재즈 클럽을 그만두고 전업 작가로서의 인생을 시작한 무라카미 하루키는 장편소설 《양을 쫓는 모험》을 탈고한 뒤 얼마 후인 1982년 가을,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이후 생활의 일부가 될 만큼 하루도 쉬지 않고 달리기를 이어왔다. 하루키는 왜 ‘달리는 소설가’가 되었는가?

  ‘소설 쓰기는 육체노동이다’라고 생각하는 하루키는 체력과 집중력, 지구력을 키우기 위해 달리기를 선택하였다.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운동보다는 혼자서 간편하게 할 수 있는 달리기나 수영을 어려서부터 즐겼던 하루키에게 달리기, 즉 마라톤은 어쩌면 당연히 선택할 수밖에 없는 운동인지도 모른다. 지금도 여행을 떠날 때면 여행가방에 꼭 런닝화를 넣어두는 하루키는 자신의 달리기 사랑을 묘비명에 비유하며 이렇게도 말했다.

  “만약 내 묘비명 같은 것이 있다고 하면, 그리고 그 문구를 내가 선택하는 게 가능하다면 이렇게 써넣고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그리고 러너), 1949~20**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본문 258~259쪽 

  하루키는 소설 집필에 필요한 체력과 집중력, 그리고 지구력을 키우기 위해 달리기를 선택했다지만, 책 <피트니스가 내 몸을 망친다>의 저자 송영규에 의하면 그의 선택이야말로 최고의 운동법을 선택한 것이다. 왜냐하면 송영규는 달리기와 걷기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운동이 허점을 가지고 있거나, 쓸모없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저자는 이 책의 대부분을 할애하여 내 몸을 건강하게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피트니스가 우리의 몸을 망치고 있다고 말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우리 대부분은 자신과 맞지 않는 운동 혹은 잘못 알려진 정보에 의한 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운동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오히려 잘못된 운동으로 몸을 망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징후들은 다음과 같다.

  “운동은 싫은데 살은 빼야 하기에 덜덜거리는 진동운도기에 몸을 맡겨봤던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것이 정말 지방이 빠지는 운동인지 의심해봤을 것이다. 그런데 이 운동을 하고 난 후 몸이 붓거나 허리가 아프거나 여기저기 간지러운 느낌이 들지는 않는가?

  헬스클럽에서 역기를 들었다 놓으며 운동을 하는데 자꾸 어지러운 느낌이 든다. 과연 제대로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일까?

  걷고 달리는 것이 좋다고 해서 열심히 달린 당신, 요즘 걷기 힘들 정도로 무릎이 아프고 어깨나 목이 결리지 않는가?

운동을 강하고 많이 할수록 체중이 빨리 감량되거나 몸짱이 될 것 같아 하루에 여러 번, 몇

시간씩 운동을 하는데 컨디션이 좋지 않고 항상 심장이 두근거리지 않는가?

  몸짱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는데 주변에서 운동의 최종 목표는 몸짱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아니, 당신의 몸에 맞지도 않는 몸짱 운동법으로 운동을 하고 있지는 않는가?“

  이 책은 운동을 권하는 책이 아니라 차라리 ‘함부로 운동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 같다. 제대로 알지 못하고 하는 운동이 몸을 망친다는 것이다. 약 55개의 잘못된 운동지식들을 낱낱이 꼬집으면서 이들이 왜 잘못되었는지를 설명하고, 그로인해 우리가 운동을 했을 때 얻는 폐해나 부작용이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책의 내용 대부분이 일종의 고발서같은 형식을 띠고 있지만, 저자인 송영규는 Daum 블로그에서 200만의 조회수를 넘는 파워블로거이고, 인간공학 및 재활보건학을 전공해서 석사학위를 받은 전문가이기에 신뢰하며 읽을 만하다. 좀처럼 운동하기를 싫어했던 독자라면 ‘운동의 허와 실’을 밝힌 내용을 들이대며 “내가 뭐랬어? 차라리 않하는 게 낫지?”라고 위로할 만큼 책에 소개된 내용들은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운동정보를 하나하나 부정하고 있어서 그동안 운동을 하며 보낸 시간들이 소위 뻘짓한 기분이 들어 자괴감이 들 정도이다. 

  특히 물은 매일 2 리터 정도는 마셔줘야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목이 마르지 않으면 딱히 마시지 않아도 되고, 비타민과 항산화제가 운동을 방해할 수 있으며, 부상을 당했을 때 파스를 바르는 것은 오히려 부상 부위를 더욱 악화시킨다고 말하는 부분은 내가 늘 해왔던 운동방식이라 주의 깊게 읽었던 부분이다. 이 뿐 아니라 몸짱이 되기 위한 근력운동의 실체와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이유 등은 꼼꼼히 읽어야 할 체크포인트였다. 

  저자는 인간의 신체적 특징에 대한 이론을 운동과 연관시킨다면 평생 살 안 찌고 건강한 몸을 만드는 방법은 바로 달리기라며 이렇게 말했다.

  “인간이 갖고 있는 최고의 신체적 장점은 오래 달리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말이나 개와 같은 다른 포유류의 동물들은 초당 15~ 20m의 속도로 몇 분 동안 달릴 수 있지만, 사람은가장 빠른 사람들조차 초당 10.2m 정도의 속도로 15초를 유지하는 것이 고작이다. 비록 인간은 빨리 달리기에 적합한 형태의 신체 구조를 갖지는 못했지만, 오래 달릴 수 있는 능력은 다른 동물과 큰 차이가 있다. 네 다리로 달리는 것은 빠른 속도를 보장할 수는 있어도 에너지 효율과 심부체온 상승 등의 문제로 오랜 시간 달리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본문 285~286쪽

  또한 저자는 걷기든 달리기든 꾸준히 하기만 하면 우리 몸의 변화를 불러온다면서 ‘어떻게’보다는 ‘얼마나 계속 할 수 있을까’에 염두에 둘 것을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에 걸맞게 정상적이고 효율적인 운동방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내 수준에 맞는 걷기와 달리기를 찾으라’는 것이다. 

  책의 전반을 살펴보면 걷기와 달리기만한 운동이 없음을 알게 된다. 저자의 말대로 인간이라는 동물에게는 걷기와 달리기가 가장 어울리는 운동일 수 있지만, 한편 생각해보면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운동으로 걷기와 달리기를 능가할 운동은 없다. 

  무엇보다 억지로 살을 빼서 마르고 허약한 것보다는 살이 찌고 비만이더라도 체력이 좋은 것이 더 건강한 것이며 더 오래 사는 것일 수 있다며 차라리 온갖 방법이 다 소용없었다면 꼭 살을 빼야 한다는 집착을 버리고 편안하게 운동을 즐기고, 무엇을 하든 더 움직이려고 노력하라는 말이 독자로 하여금 ‘운동과 다이어트’라는 강박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운동법에 관한 책 역시 일종의 자기계발서라도 본다면 책이 알려주는 바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독자는 실패로 인한 패배감을 갖게 한다. 하지만 이 책은 기존의 운동법에 관련된 책들이 오히려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진정한 운동이란 짧은 시간 동안 몸을 혹사시키는 운동이 아니라 쇼핑이나 요리 그리고 집안일 같은 평상시의 신체활동을 늘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특별한 곳에서 특별한 기구를 이용해서 특별한 사람에게 배우면서 하는 것이 운동이 아니라, 그냥 평상시 움직여야 할 일을 모두 움직이는 것만으로 ‘운동’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걷기와 달리기’의 당위성을 배웠다. 금연 이후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체중을 잡기 위해 운동화 끈을 고쳐 묶고 달려야겠다. 하루키가 달리는 소설가라면, 난 달리는 북로거가 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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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니스 Welleness - 뇌를 바꾸는 운동 혁명
박수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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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몸과 창의력 넘치는 두뇌를 갖고싶다면 ‘웰니스족’이 되라!

 

  무엇인가 내가 언제든 기꺼이 즐기는 일이 있다는 것은 길고 지루한 인생(내 생에서 가장 긴 여정이 인생이 아니던가?)에 있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무엇’이라고 하면 자다가도 깰 만큼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 또한 복스러운 일 일게다. 하지만 그 ‘무엇’이 제 아무리 좋다 손치더라도 하루 종일은 할 수는 없다.

  온라인 게임에 빠져 자리를 비우지 않으려고 컵라면으로 끼니를 떼우고, 화장실도 거의 가지 않고, 꼬박 며칠을 한자리에 앉아 있던 젊은이가 목숨을 잃는 사례가 종종 있다(의심의 여지없이 이들 대부분은 남성이다). 호흡만 한다고 해서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 잘 숨쉬고, 잘 먹고, 잘 자고, 잘 배설해야 살아있는 것이다. 여기에 하나 더 ‘잘 움직여야’ 한다. 운동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제 일이 바빠서 운동할 시간이 없고, 먹고 사는 데 급급해서 운동할 수 없다고들 말한다. 그 옛날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연명하고, 보릿고개를 넘겨야 했던 시절에는 저녁식사를 마치자마자 잠자리를 들라 했었다. 사연인즉 하는 일 없이 움직이면 소화가 되어 배가 꺼져버리기 때문이다.

  오늘날에야 끼니걱정에 운동을 삼가지는 않지만 얼핏 단순히 생각해 보면 운동이란 ‘낭비’로만 보일 수 있다. 식스팩 복근이나 S라인을 자랑해야 하는 연예인도 아니고, 몸을 움직여야 먹고 사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니기에 굳이 운동해야 뭘 하겠냐는 것이다.

  책<웰니스WELLNESS-뇌를 바꾸는 운동 혁명>(랜덤하우스)는 건강한 몸과 아름다운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서만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과 행복을 위한다면 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운동은 궁극적으로 뇌를 단련시키고 활성화시켜 업무와 생활을 더욱 윤택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TV에서 방영된 KBS특별기획 다큐멘터리 <21세기 新운동 웰니스, 당신의 뇌를 바꾼다>의 내용을 지면으로 엮은 것이다(방송을 보지 못한 독자를 위해 CD도 포함되었다).

  PD이자 저자인 박수현은 오늘날 운동의 개념은 질병없는 신체적 건강을 추구하는 헬스health와 신체적 건강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피트니스fitness를 넘어 이제는 웰니스wellness의 시대가 왔다고 말한다. 저자가 말하는 웰니스는 다음과 같다.

 

  “웰니스는 웰빙well-being과 피트니스fitness의 의미를 포괄하면서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행복’을 추구하는 한 차원 진화한 운동 개념이다. 웰니스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몸과 마음 모두가 온전한 통합적 건강을 추구한다. 그러면서 강박관념 없이 자연스럽게 즐기는 운동을 통해 삶에 열정과 창조성을 불어넣고 궁극적인 성공과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면서 저자는 ‘불확실한 미래에 살아남길 원한다면, 사막화된 도시의 날선 군중 속에서 행복해지고 싶다면, 진정한 나의 마음을 찾길 원한다면 운동을 하라’고 권했다.

  지금껏 우리는 건강을 위한 운동이라고 하면 헬스와 피트니스였다. 운동을 위한 복장을 갖추고 특정한 장소를 가서 특별한 기구를 들고 내려야만 ‘운동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웰니스는 어떤 종류이든 ‘운동’에 주목한다. 틀에 정해진 운동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고, 자신의 사정과 형편에 맞는 운동이라면 그 무엇이든 몸과 정신에 좋은 운동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웰니스족들에게 ‘운동’은 뇌를 단련시켜 자신의 잠재력을 깨우고 몰입에 이르게 하여 궁극적으로 자존감과 자신감을 키워 현대사회의 첨예한 속도와 경쟁을 안정적으로 헤쳐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4년 전 내게 경미한 교통사고가 있었는데, 견갑골(어깨 아래뼈)이 골절되고 말았다. 그래서 어깨를 열어 알미늄 핀으로 고정하는 수술을 받았는데, 의사는 ‘오십견’이 빨리 올지도 모른다면서 꾸준히 운동을 해줄 것을 권했다. 의사가 권한 운동은 요가와 워킹(팔동작을 크게 하는)이었다.

  요가는 기본 동작을 익히느라 센터를 약 3개월을 다녔고, 워킹은 주 3회, 회당 5킬로미터를 50분간 조금 큰 보폭으로 잰걸음을 걷는 파워워킹을 했다. 한 달여를 하자 입원해 있는 동안 늘었던 체중이 빠졌고, 6개월 동안 운동을 하자 처음으로 대학 신입생시절의 몸무게로 돌아갔다. 체중이 줄어든 것은 그리 중요한 일도 아니었다. 이틀에 한 번씩 꾸준히 운동함으로써 라이프 사이클이 정해져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되었고, 전과는 다른 ‘산뜻하고 개운한 날’을 만들 수 있어서 가장 좋았다. 책을 읽으니 이는 운동이 주는 효과 때문이었다.

 

  “운동은 실제로 ‘스트레스 백신’, ‘항우울제’의 기능을 톡톡히 한다. 우리 삶에 지독한 그늘을 드리우는 스트레스와 우울을 막아줄 뿐 아니라 병마를 잘 이겨내게 하며, 뇌를 쾌적하고 젊어지게 하여 공부나 일의 효율과 창의력을 높여주고 치매까지 예방해준다. 이는 지금 이 순간에도 뇌과학 분야 연구를 통해 속속 입증되고 있는 사실이다. 이처럼 운동은 단순히 건강뿐 아니라 우리 삶의 질을 뒤바꿀 정도로 위력적인 것이다.” 본문 21 쪽

 

  가장 바쁘게 산다는 뉴요커들은 이른 아침 눈을 뜨면 일을 시작하기 전에 조깅을 하거나 요가를 한다. 마치 고대인들이 사냥을 나가기 전에 제의를 지내 듯, 뉴요커들은 일터에 나가기 전에 저마다 운동으로 마음을 가다듬는 것처럼 말이다. 이는 우리의 뇌와 큰 관계가 있다. 저자는 우리의 뇌는 운동을 위해 태어났고, 운동을 위해 발달된다고 말했다. 움직이지 않는 식물에게는 뇌가 없지만, 움직이는 동물에게는 뇌가 있다면서 움직임과 뇌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운동은 몸도 건강하게 하지만, 우리의 두뇌에도 좋은 영향을 미쳐 건강하게 한다. 운동을 하면서 우리의 두뇌는 고도로 집중하게 되는데, 이 때 ‘몰입’하게 된다. 책 <몰입>의 저자 황농문 박사는 몰입의 정의에 대해 ‘아프리카의 초원을 거닐다가 사자와 마주쳤다고 하자. 이때는 이 위기를 어떻게 빠져나갈까 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 생각이 없을 것이다. 극도의 긴장으로 말미암아 한 가지 목표를 위해 자신의 최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정신의 비상사태, 이것이 바로 몰입이다.’고 말했다.

  몰입이론의 창시자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또한 우리의 심리적 에너지인 주의력이 구체적 목표에 집중적으로 투자되고 우리 능력이 최적의 상태로 활용되는 경험, 물아일체物我一體나 무아지경과도 같은 그 최적 경험optimal experience을 ‘몰입’이라고 말했다.

 

  책은 다양한 위인과 인물들의 예를 들어 적절한 운동은 우리의 몸과 함께 두뇌도 건강하게 만들고 활성화시켜 일과 인생을 더욱 활기차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TV용 다큐멘터리에서 다하지 못한 데이터와 통계 등의 자료를 동원하고 있어 가독성과 함께 신뢰를 높이고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운동을 하지 않는 지금의 나’는 무엇인가를 잃고 있음을 깨닫게 했다. 소위 운동이라 하면 ‘제대로 입고, 제대로운 곳에서, 제대로 배우면서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운동할 마음이 있다가도 이것 저것등을 생각하다 보면 ‘나중에 하지’하고 미루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웰니스>는 말 그대로 ‘JUST DO IT' 즉, ’일단 움직여 보라‘라고 권한다. 운동은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기에 과시하기 위한 무엇들은 거추장스러운 가식임을 깨닫게 한다. 그리고 ’나의 몸상태와 환경 그리고 형편에 맞는 운동‘을 당장 시작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임을 알려준다.

 

  누군가 좋은 것을 권할 때 그것을 마다하면서 하는 가장 좋은 대답은 바로 ‘시간과 돈이 없어서’다. 하지만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성공하는 사람은 이제껏 보지 못했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바쁨에도 불구하고 운동을 해야 하고, 책을 읽는다. 그들이 시간을 쪼개고 치열하게 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따뜻한 봄기운이 도는 3월, 운동을 할 요량으로 적절한 운동법을 소개받고 싶어 집어든 <웰니스>는 내게 지금 당장 운동화를 신고 밖을 나가도록 권하고 있다. 몸과 두뇌를 위한 웰니스족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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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세뇌 - 당신이 의존하는 모든 나쁜 것들로부터 벗어나는 법
이소무라 다케시 지음, 이인애 옮김 / 더숲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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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중독은 니코틴이 아닌 심리적 의존에서 비롯된다. 담배를 버려라, 나처럼! 

 

 “왜 항상 이 모양일까?”

 “왜 이토록 의지가 약한 걸까?”

 “왜 같은 실패를 반복할까?”

 

  시시비비를 스스로 가릴 수 있을 만큼 적잖은 나이를 먹은 내가 종종 이런 자괴감에 빠지고는 하는데, 이유는 바로 담배 때문이다. 대학합격발표가 있던 날, 낙방한 룸메이트를 위로한답시고 함께 피운 것이 계기가 되어 ‘애연가’로 산 횟수만 20년. 백해무익百害無益하단 걸 익히 알고, 흡연으로 인한 피해를 경험하면서도 도무지 끊지를 못하고 지금껏 거의 하루에 한 갑 정도를 피우며 살았다. 그런 내가 지금 10일 째 담배를 피우지 않고 있다. 피우고 싶지만 참는 것이 아니라 아예 끊은 것이다. 니코틴 패치, 금연침 등 보조제품의 도움 없이 조금 ‘허전한 감’을 느끼며 지내고 있다(결코 버티고 있는 게 아니다, 그냥 평소처럼 살고 있다. 이 말의 차이를 흡연자는 알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는데, 난 지금 담배를 잊고 산 지 열흘째다. 

  금연을 하고픈 마음을 가진 것은 벌써 오래전부터다. 하지만 담배를 끊는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란 걸 익히 들어왔던 바, 괜히 담배로부터 벗어나려고 시도했다가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실패감을 느끼는 것이 싫어 금연하려는 마음조자 가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같은 실패를 되풀이해서 스스로가 의존증적인 상태에 빠졌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절망감같은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는 끊게 되겠지... 굳은 마음으로 끊게 되는 결정적인 사건이 있겠지 스스로에게 위로했지만, 그 날이 의사로부터 ‘당신, 담배를 끊지 않으면 곧 죽을지도 모릅니다’라는 통지를 받는 날일지도 모른다는 예감도 지우지 못했다. 그런 내가 하루아침에 담배를 잊다니...정말 스스로가 믿을 수 없을 만큼 대견하다(유치하고 부끄러운 표현이지만, 더 좋은 표현을 찾지 못하겠다). 이런 놀라운 경험을 하도록 도와준 것은 다름 아닌 한 권의 책 <이중세뇌二重洗腦>(더숲) 덕분이다.



 

   이 책이 제시하는 바는 특별할 것이 없다. 식이요법도, 운동도, 그 흔한 명상조차도 없다. 독자에게 약간의 문제제기를 통해 독자 스스로가 뭔가를 깨닫게 할 뿐이다. 그 작은 깨달음의 효과는 꽤 커서 각종 중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내가 금연을 하게 된 것도 이 에 포함된다. 저자 이소무라 다케시는 깨달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깨달음’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큰 힘을 지닌다. 하나의 깨달음이 다른 깨달음을 불러오고 이것이 또 다른 깨달음을 불러오는 식으로 연쇄작용을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마치 단추가 차례차례 풀리듯이 말이다.

  실제로 사이비 종교에 빠진 사람이 교주에 대해 ‘뭔가 이상하다’는 의심을 품었다가 잇따라 수상한 점을 눈치 채고 세뇌에서 풀려나 교단에서 탈퇴하는 경우도 있다. 깨달음은 침착함, 용기, 현명함의 근원이다. ‘긍정적 사고’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다.“ 본문 8쪽

  책을 읽으면서 내가 새삼 각성했다면 바로 ‘사람에게 도파민은 처음부터 늘 충분하게 있었다’는 평범한 사실이었다. 산 정상에 올랐을 때, 고된 업무를 마치고 난 후, 퇴근할 때 등 말할 수 없을 만큼의 해방감과 만족감을 느낄 때는 도파민이 분출되는 순간이다. 그런데 담배를 피웠던 나는 이러한 해방감을 흡연을 통해서만 얻는다고 느꼈던 것이다. 저자 또한 ‘약물 상용자는 도파민이 제대로 나오지 않기 때문에 그 해방감을 맛보기 어려워서 왠지 가슴 한구석이 허전한 느낌을 갖기 때문에 저녁 무렵에 담배를 입에 물고 집으로 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자는 이런 상황을 ’실낙원 가설‘이라 불렀다. 즉 이러한 상황은 마치 에덴동산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던 아담과 이브가 뱀의 꼬드김에 넘어가 선악과를 따먹고 낙원에서 쫓겨난 얘기와 닮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약물 상용자가 약물에 손을 댄 순간 그때까지 당연히 누려왔던 ’일상적인 행복‘이라는 낙원마저 잃어버렸다고 본 것이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나는 경악했다. 이전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물론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하지만 담배를 피우지 않았던 그 시절에도 행복감과 해방감, 그리고 만족감을 느끼고 살았다. 우연한 어느 한 순간에 담배를 피우게 되었는데, 그 후부터 모든 감정적 변화에 있어서는 담배를 찾았다. 다시 말해 좋은 스트레스든 나쁜 스트레스든 간에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담배를 찾아서 피웠던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담배로 해소할 수 있는 스트레스는 바로 ‘니코틴 부족으로 인한 스트레스 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도 있을 테고, 도박을 하거나 유흥가를 찾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효과를 봤다고 느낀 적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담배와 마찬가지로 그러한 행위를 통해 해소되는 것은 ‘마시고 싶다’,‘하고 싶다’,‘치고 싶다’라는 욕구 불만의 스트레스뿐이다.

  현실이 달라지기는커녕 음주나 도박, 의존적인 섹스를 반복하며 강제로 신경을 자극한 결과, 도파민이 고갈되고 신경 반응성이 저하된다. 그로 인해 오히려 보통 사람보다 더 공허함을 느껴 욕구 불만이나 스트레스가 끓어오른다. ‘실낙원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본문 66쪽

  금연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도 단념하게 만드는 것은 ‘니코틴 중독은 좀처럼 끊기가 힘들다’는 점, 그리고 ‘체중증가, 스트레스증가 등 금연으로 인한 폐해가 엄청나다는 점 등이었다. 물론 담배를 꼭 끊어야겠다는 결심이 약했던 게 가장 크겠지만, 아무튼 이런 저런 핑계 아닌 핑계로 아예 ’금연에 대한 결심‘을 갖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도중 ’담배를 끊어볼까?‘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마음을 먹는 순간부터 마음이 울렁거리고, 두려워졌지만 담배가 스트레스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담배에 집착하고 있는 내 상태가 신체적 의존이 아닌 심리적 의존상태임을 알았을 때, 금연에 대한 ’괜한 두려움‘에 빠져있었던 것 같아 심드렁해졌다(흡연 자체에 대해 심드렁해진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본래 인간에게는 담배에 대한 욕구란 아예 없었다’는 저자의 일깨움에 힘을 얻었다. 그렇다, 내가 지금껏 피운 담배는 욕구 때문에 담배를 피우는 것이 아니라 담배 때문에 욕구가 생겨난 것이다. 즉 담배에 대한 욕구는 담배 자체가 만들어낸 것이다. 저자는 한 술 더해 담배를 물과 비교했다. 

  “물은 마시면 마실수록 점점 더 물에 욕심이 생기거나 너무 마셔 배가 잔뜩 부른데도 계속 마시고 싶다는 욕구는 생기지않는다. 그런데 이런 욕구가 생기는 것이 담배며, 술이며, 약물이다.

  흡연자 중에는 “이젠 피워도 맛있는 줄 모르겠는데 계속 피우게 된다”고 호소하는 사람도 많다. 이는 이러한 의존 물질이나 의존 행동이 다음 욕구와 욕구 불만을 차례로 불러온다는 것을 보여준다.“ 본문 88쪽

  책을 채 덮기도 전에 담배갑에 있는 몇 개피의 담배를 피우고 나면 모두 끊기로 결심했다. 그 후로 담배를 피우지 않고 있다, 진짜다.

  담배를 끊은 이후 달라진 변화가 많다. 우선 잠을 푹 잔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실컷 잤다는 느낌에 눈을 떠보면 평소와 같은 여섯 시간 정도다. 예전에는 머리가 무겁거나, 피곤함이 여전했는데, 담배를 끊은 이후에는 개운하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면 비교적 빨리 잠에 드는 것이 달라졌다. 방안의 공기가 맑아졌다든가, 담배값을 절약하게 되었다 등은 두 말하면 입아프다.

  물론 잠에서 깨었을 때, 화장실에 갈 때, 식사 후에 당연히 있어야 할 무엇이 없어 상실감이 들고, 허전한 감은 여전히 든다. 하지만 담배가 부족한 무엇을 보충해준 것이 아니라, 사실 예전에 모두 있던 것들을 빼앗았던 주범이었다는 걸 안 후에는 ‘피우고 싶다’는 욕구는 더 이상 없다. 단지 ‘아, 예전 같았으면 한 대 후욱~ 하고 피웠을텐데...’하는 잠깐의 상실감이 있는 정도다.

  그렇다. 난 지금 담배를 참고 있는 것이 아니라, 버린 것이다. 만약 흡연 욕구를 참고 있다면 지금 이 순간이 무척이나 괴롭고,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일 것이다. 하지만 흡연을 하나의 ‘나쁜 습관’ 쯤으로 여기고 버렸기에 늘 하던 무엇을 못해 ‘허전하고 심심할 뿐’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는 상황이 아니다. 바로 책이 말한 ‘진실을 안 이후 생각이 달라진 덕분’이었다.

  <이중세뇌>는 담배, 알코올, 다이어트, 인터넷게임, 섹스, 일 중독, 사이비 종교 등 무엇인가에 중독된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이다. 외부의 도움이 필요없이 중독된 무엇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고,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분석하게 하여 그로부터 자신을 치료하고 툭툭 털고 벗어나게 도와주는 뇌과학이 동원된 자기계발서다. 다른 것은 몰라도 ‘금연’에는 확실한 도움을 얻게 한 책이다. 보통 같았으면 이 정도 분량의 리뷰를 쓴다면 두 세 개피를 피웠겠지만, 커피 한 잔으로 무난히 마칠 수 있게 되었다. 모두가 이 책 덕분이다. 중독으로부터 벗어나고픈 이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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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ck 스틱! - 1초 만에 착 달라붙는 메시지, 그 안에 숨은 6가지 법칙, 개정증보판
칩 히스.댄 히스 지음, 안진환.박슬라 옮김 / 엘도라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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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상대에게 내 메시지를 가장 쉽고, 강력하게 전달할 수 있는 비결!

 

  지난 1월에 책(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 - 교보문고)을 낸 사건(?)은 내게 많은 첫경험을 안겨주었다(물론 내 이름 석 자가 박힌 책을 낸 것도 첫경험 일테지만). 그 중에서도 손을 꼽으라면 바로 ‘저자 강연회‘였다. 독자로서 저자 강연회는 몇 번 참석해 본 적이 있지만, 연단 위에 서서 독자들을 향해 두 시간 동안 이야기를 하라니...처음 출판사로부터 제안(실의 거의 명령조였지만)을 받았을 때 오금이 저리고 정신이 아득했다.

  얼떨결에 하겠다고 이야기했지만, 열흘 뒤에 있을 그 ’거사‘는 출간의 기쁨을 모두 앗아가 버렸다.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전전긍긍하던 차에 영화 번역가 이미도 씨(독자로 만나 형님아우사이가 되어버린)로부터 출간축하전화를 받은 자리에서 내 고민을 털어놨다. ’어떤 종류의 첫경험이든 살면서 많을수록 행복한 것‘이라며 강연을 하려면 꼭 읽어야 할 책으로<스틱>(웅진윙스)을 추천했다. 



 

   지난 해 초에 읽은 기억이 있는데, 난 왜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스스로 한심스러워 하면서 전화를 끊고 다시 집어 들어 순식간에 읽어버렸다(원래 인생이 그렇잖은가? 그래서 선배라는 훈수쟁이는 삶에서 꼭 필요한 존재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난 지금도 살아있다. 강연은 성황리에 무사히 잘 끝났고, 출판사로부터 전국 교보문고 매장을 돌며 강연하지 않겠냐는 농담같은 제의를 받았다(추진되지 않은 것을 보면 농담이 맞는가보다). 프리젠테이션을 <프리젠테이션 젠>(에이콘출판)이 도왔다면, 스토리텔링은 <스틱>이 나를 살렸다. 내가 손에서 책을 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런 책들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달변가는 ‘워런 버핏’이다. 그 이유는 수백만 달러에서 많게는 수억 달러를 맡긴 투자자들에게 1년에 딱 한 번씩 ‘투자보고’를 하고도 수십 년 동안 투자자들을 진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운영하는 ‘버크셔 헤서웨이’ 펀드가 매년 주식시장의 평균수익률을 훨씬 뛰어넘는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투자자들이 겸재 정선이 그린 금강산을 보듯 출렁거리는 시장을 지켜보면서도 참을 수 있는 건 워런 버핏의 시장을 꿰뚫어보는 듯한 메시지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두 가지 투자 원칙(첫째, 투자에 있어 절대로 돈을 잃지 않는다. 둘째, 첫 번째 원칙을 절대로 잊지 않는다)를 믿기 때문이다. 



 

   그는 투자보고를 할 때 결코 복잡한 시장 상황을 전문용어를 섞어가며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가 겪은 에피소드나 우화 등을 섞어 에둘러 설명한다. 보고의 핵심은 ‘자신의 지식자랑’이 아니라 ‘상대방의 이해’이기 때문이다. 그의 말을 듣고 있으면 ‘버크셔 헤서웨이’의 운용이 시장을 이길 수밖에 없음을 이해하게 된다.

  예를 들어 워런 버핏은 어떤 상황이 와도 주식투자를 해야 함을 이야기할 때 장황하게 숫자와 그래프를 동원하지 않고 “나는 11살에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11년 동안을 헛산 셈이다.”는 딱 한마디로 끝을 맺는다.

  아무리 심지가 곧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피땀흘려 번 돈을 투자하는 데 있어서는 ‘바람만 불어도 귓바퀴가 귓구멍을 덮을 정도’로 귀가 얇아지는 법이다. 하지만 버크셔 헤서웨이의 투자자들은 워런 버핏을 믿는다. 아니 그의 말을 믿기에 꿋꿋하게 버틸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말의 힘, 메시지의 힘이다.

  로빈슨 크로소우나 헨리 데이잇 소로우(월든Walden의 저자), 그리고 척 놀랜드(영화 캐스트어웨이의 주인공)처럼 죽을 때 까지 혼자 살지 않을 거라면,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서 서로 이야기해야 한다. 이야기 즉 말은 잘 듣고, 잘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에게 내 말을 잘 전달해야 한다. 그래야 나와 상대의 마음을 온전히 나눌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사람들의 뇌리에 박힐 강력한 메시지를 남기는 것은 직업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의 꿈이다. 내가 하는 말을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없을테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내 생각을 남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것일까? 그 해답은 바로 <스틱Made to Stick>(웅진윙스)에 있다. 



 

    스틱stick이란 스티커처럼 뇌리에 착착 달라붙는 메시지를 만들라는 뜻이다. 저자인 스탠퍼드대 경영학과 침 히스Chip Heath와 그의 동생이자 컨설턴트인 댄 히스Dan Heath는 어느 날 ‘스티커같은 메시지’가 있음을 발견하고 다음과 같은 의문을 발견했다.

  “흥미로운 메시지는 원래부터 그렇게 태어나는 것일까, 아니면 후천적으로 만드는 것일까?”

  그리고 10년 동안 두 사람은 스티커 메시지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어떤 메시지들은 성공하고, 다른 것들은 실패하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스티커 메시지로 성공하는 것들은 바이러스처럼 번져 나가게 하는 요소가 숨어있다는 것도 찾아냈다. 말콤 글래드웰의 <티핑 포인트>에서 말한 고착성Stickness가 사회적인 전염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를 밝혔다면, 그들은 이를 모티브로 효과적인 메시지는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밝힌 것이다.

  효과적인 스티커 메시지의 구성요소는 바로 단순성Simplicity, 의외성Uexpectedness, 구체성Concreteness, 신뢰성Credibility, 감성Emotion, 스토리Story 여섯 가지로 구성(묘하게도 이들을 합하면 SUCCESs가 된다)되어 있다.

 단순성Simplicity

  모든 내용이 중요하다는 말은 아무 내용도 중요하지 않다는 말과 다를 바 업다. 모든 내용에 우선순위 1번을 매기면 우선순위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메시지의 핵심을 발굴하려면 무자비할 정도로 곁가지를 쳐내고 중요한 것만을 남겨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속담이다. 메시지는 반드시 단순하고, 동시에 심오해야 한다.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황금률은 단순함의 궁극적 이상향이다. 저자들은 속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가장 오래된 선천성 스티커 메시지의 대명사는 바로 속담일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다양한 문화권을 넘나들며 현재까지 살아남은 지혜의 보고寶庫 말이다. 이를 테면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라는 속담은 55개 이상의 언어권에서 거의 비슷한 형태로 나타난다.” 본문 11쪽

 의외성Uexpectedness

  내가 던지는 메시지에 사람들이 관심을 끌고, 그 관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예상을 깨는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예를 들어 ‘하루 세 끼 꼬박 콜레스테롤이 푸짐한 식사를 하는 것보다 팝콘 한 보지를 먹는 편이 더 건강에 해롭다!’는 메시지는 사람들의 허를 찔러 긴장감을 높이고 이목을 집중시킨다. 그리고 왜 그런지 알고 싶어진다. 바로 사람들의 지식에 구조적인 ‘공백’을 열어 호기심을 집중시킨 것이다. 그런 다음 그 공백을 이야기로 매워줘야다.

  의외성을 가장 잘 구사한 인물은 바로 애플의 CEO인 스티브 잡스다. 어느 날 그는 애플의 신제품 설명회에 등장했을 때 서류봉투가 배달되었다. 잡스가 서류봉투를 뜯었을 때 나온 것은 바로 노트북이었다. 이 작은 퍼포먼스는 그가 하고 싶은 모두를 보여준 셈이었다.

 구체성Concreteness

  추상적인 단어는 버려라.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힐 듯한 단어를 동원하라. 선천성 스티커 메시지는 구체적이고 상세한 이미지로 가득하다. 왜냐하면 우리의 두뇌는 구체적인 정보를 기억하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는 바로 속담이다. 단 한 번의 행위로 두 가지 결과물을 얻는다고 말하지 말고, ‘도랑 치고 가재잡고, 님도 보고 뽕도 딴다’고 말하라. 존 F 케네디의 ‘10년 안에 인류를 달에 착륙시킨다’는 구체적인 한마디가 있었기에 미국 국민을 열광시켜 실현할 수 있었다.

 신뢰성Credibility

  상대가 듣고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도록 표현해서 신뢰도를 높여라. 통계는 인간적이고 일상적인 언어로 풀어내면 더 효과적이다. ‘배터리 지속시간이 6시간’이라는 말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KTX내내 아이팟으로 좋아하는 영화 세 편을 보고도 남을 정도의 배터리 파워’라고 말하라. ‘선수에게 최상의 컨디션을 제공하는 스케이트‘라고 설명하지 말고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딸 때 신은 스케이트‘라고 말하는 것이 더 신뢰를 높일 수 있다.

 감성Emotion

  인간은 추상적인 개념에 대해서가 아니라 살아있는 인간에 대해 감성적인 유대감을 느낀다. 가능하다면 인간적인 표현으로 아이디어를 전달하라. 상대방이 무언가를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특히 당신의 메시지가 그들이 각별히 여기는 무언가와 긴밀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줘라. 10대 흡연 청소년들에게 담배의 유해성을 알리기보다 담배회사의 표리부동한 행동을 알려줘서 반발심으로 금연하도록 하는 것이 낫다. 모금함을 들고 ‘불우이웃을 도웁시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유명인이 어려운 형편에 있는 아이를 따라다니며 함께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전화나 인터넷으로 성금을 모금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스토리Story

  사람들은 규칙이 열거된 목록보다 스토리로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더 잘 기억할 수 있다. 메시지를 보다 일상적이고 생활에 가까운 형태로 만들어 보여줘라. ‘비겁한 변명으로 실패를 합리화하지 말라’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보다 이솝 우화 중에 있는 ‘신 포도와 여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더 낫다. 모든 상황이 이야기로 풀어낼 수 없다면 구체적인 사례를 들면 효과적이다. 공사현장에서 안전모에 대한 교육을 하기보다 안전모를 쓰지 않은 인부가 당한 끔찍한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이 책이 말하는 ‘효과적인 스티커 메시지의 6가지 구성요소’의 공통점은 바로 ‘메시지를 듣는 사람들에게 맞추라’는 것이다. 소통의 기본은 자신이 아닌 상대에 있다는 말이다.

  또한 저자들은 사람들이 효과적이고도 착 달라붙는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데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가 ‘지식의 저주’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지식의 저주’란 자신이 말하려는 주제에 대해 듣는 사람들이 배경 지식이 없는 상황을 상상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다시 말해 말하는 사람이 ‘설마 이 정도의 지식 정도는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말하지만, 사실 듣는 사람들은 모르고 있기 때문에 제 아무리 열변을 토해도 고개만 끄덕거릴 뿐 머리에는 ‘쏙쏙’ 들어오지 않는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경영진은 회사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므로 직원들도 자신과 똑같을 것이라고 착각하지만, 그와는 달리 직원들은 회사 전체를 보기보다는 자기가 맡은 일에 파묻혀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비전이나 핵심가치 같은 거대한 생각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티커 메시지의 적適인 '지식의 저주'를 풀기 위한 해결책은 무엇일까? 그 답에 대해 잭 웰치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어떤 아이디어나 메시지를 조직 전체에 전달하고자 할 때 한 번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나는 중요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그것을 여러 해에 걸쳐 온갖 종류의 회의 때마다 수없이 반복해서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나중에는 아예 신물이 날 정도였다. 내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과도하거나 강박관념으로 비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열 번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한 번도 이야기하지 않은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혼창통, 이지훈, 쌤앤파커스> 본문 227 쪽

  다시 말해 회사의 비전이나 핵심가치처럼 중요한 것은 강조하고, 강조하고, 또 강조하란 것이다. 잭 웰치는 ‘기업의 핵심가치는 700번 이상 반복해서 부하직원들에게 말하라’고 조언했다. 사장이 직원을 무시한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다. 사람이란 원래 그렇게 ‘남의 말을 잘 안 듣게’ 생겨 먹었다.  


결론적으로 저자들은 유용하고 오래 남는 스티커 메시지를 만들고 싶다면 청중들을 다음과 같이 만들라고 말했다.

1. 관심을 끈다. (의외성)

2. 메시지를 이해하고 기억하게 한다. (구체성)

3. 동의, 신뢰하도록 부추긴다. (신뢰성)

4. 각별히 여기도록 자극한다. (감성)

5. 행동을 유발한다. (스토리)

    위의 목록에 단순성이 포함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메시지의 핵심을 다듬고 가능한 한 단순하게 압축하는 답변단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본문 335 쪽

  더 이상 말이 필요없다. 이 글의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 책의 도움을 받은 내가 성공한 강연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강연의 첫 시작을 내가 책을 처음 구매한 초등학교 4학년 때의 에피소드로 열었다. 강연 처음의 5분을 글로 그대로 풀어보겠다  



 

   “내 의지대로 처음 책을 구입한 때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였습니다. 하교길에 월부 책장수를 만나서 사은품으로 걸린 철제 마징가 제트에 혹해서 할부 계약서마징가제트를 받았습니다. 저의 관심사는 온통 철제 마징가 제트 장난감으로 쏠릴 뿐, 할부 계약서는 주소가 적힌 종이에 불과했죠.  

  이틀 후 집에 돌아왔을 때 나를 기다린 것은 내 방에 산더미처럼 쌓인 책과 아버지의 몽둥이 뜸질이었습니다. 그 후 일 년 동안 매월 25일 이면 4000원 짜리 할부 영수증 앞에서 내가 읽은 책을 검사받아야 했죠. 



  그 때 읽은 50권 짜리 소년소녀 세계문학전집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에드거 앨런 포우의 ‘검은고양이’였습니다. 그 책으로 제가 처음으로 책이 ‘전설의 고향’보다 무서울 수 있다는 것을 알았죠. 어린 제게 그 소설이 얼마나 무서웠던지, 책을 읽을 때면 엄마를 내가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에 두고 읽었을 정도였습니다.

  사람을 죽여서 벽에 매장을 했다는 점도 충격적이었지만, 그 벽을 헐었을 때 검은고양이가 살아서 ‘야옹’거렸다는 부분을 읽을 때는 너무나 무서워서 오줌을 지릴 뻔 했죠. 그 때 종이 위에 글로 쓰여진 것을 읽으면 마치 내 눈 앞에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겁니다. 바로 제가 처음으로 책의 위력을 실감했던 사례인거죠.“

  강연에 쓰인 슬라이드에는 숫자도 명언도 그래프도 없었다. 내가 하고픈 말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이미지가 전부였다. 하지만 청중들은 5분에 한 번씩 웃음을 터뜨렸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강연의 마지막에 이르러 청중들에게 ‘놓치면 후회할 다양한 장르의 책들’을 스무 권 가량을 소개했다. 그리고 마지막 멘트는 이랬다. “훌륭한 책들을 더 만나고 싶습니까? 그렇다면 정말 훌륭한 책 71 권을 소개한 저의 책 <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을 펴십시오. 그럼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청중들은 마지막까지 웃어주었다. 다시는 없을 내 강연 첫경험을 다행히 잘 마칠 수 있었던 것은 훌륭한 프리젠테이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프리젠테이션 젠>과 이 책 <스틱> 덕분이다. 누군가의 머릿속에 내 말을 ‘쏙쏙’ 전달하고 싶다면, 그리고 내 메시지를 접착테이프처럼 ‘딱’ 하고 붙이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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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젠테이션 젠 - 생각을 바꾸는 프리젠테이션 디자인 에이콘 프리젠테이션 시리즈 1
가르 레이놀즈 지음, 정순욱 옮김 / 에이콘출판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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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프리젠테이션 방법은 벤또 안에 들어있다!

  프리젠테이션Presentation 은 과시가 아닌 설득이다. 프리젠테이션을 봐야 할 궁극적인 대상은 직장상사가 아닌 클라이언트다. 유념해야 할 당연한 이 두 가지를 우리는 종종 잊는다.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시청각설명회視聽覺說明會(국립국어원은 프리젠테이션 대신 이 단어를 쓰기를 권장한다)은 정보 전달 수단의 일종으로, 듣는 이에게 정보, 기획, 안건을 제시하고 설명하는 행위인데, 우리는 이것을 많은 정보를 알고 있음을 과시하고, 꽤 많은 자료를 준비했음을 과시하며, 클라이언트가 아닌 나의 상사의 입맛에 맞도록 만들고 있다. 그래서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는 나도, 조악한 과시덩어리를 어두운 방에서 지켜보는 사람도 힘들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프리젠테이션은 프로젝트의 결과의 핵심을 클라이언트에게 전달하는 최종 과정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프리젠테이션의 성공은 클라이언트가 손가락을 튕기며 ‘OK!'라고 외치는 순간이다. 





 

    정확히 보름 전 나는 2주일 후에 있을 첫 책 <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교보문고)저자 강연회 때문에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청중들이 지루해 하지 않도록 자료를 준비해 책에 대한 설명과 강연내용을 프리젠테이션 형식으로 꾸미는 것이 어떻겠나 하는 출판사의 요청 때문이었다.  

  프리젠테이션을 본 적은 있지만,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내게 그것을 준비하는 것은 강연을 해야 하는 부담보다 더 큰 부담이었다. 무엇을, 어떻게 담고 표현해야 할까? 고민 끝에 클라이언트에게 프리젠테이션으로 계약을 따내는 일로 업(業)으로 삼고 있는 지인에게 추천을 부탁했다. 몇 초의 여유도 없이 권해준 책이 있으니 바로 소개하는 가르 레이놀즈<프리젠테이션 젠Zen>(에이콘출판)이다. 가장 쉬우면서도 강력한 프리젠테이션 방법이란 그의 설명은 틀리지 않았다. 어제의 강연은 대단한 호응을 얻으면서 끝냈기 때문이다. 



 

   저자인 가르 레이놀즈는 포춘 500대 기업 중 다수를 고객으로 둔 프리젠테이션 디자인 전문가다. 현재 일본에 체류하고 있는 그는 오사카에서 디자인 매터즈 재팬의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데, 오랫동안 젠 사상에 심취해 온 그가 어느 날 달리는 신칸센 열차 안에서 벤또(べんとう;일식 도시락)을 먹다가 젠Zen 스타일의 프리젠테이션을 고안해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대조였다. 내 앞에 놓은 일식 도시락은 군더더기 없이 효율적으로 디자인된 하나의 아름다운 작품인 데 비해 건너편에 있는 파워포인트 자료는 알아보기도 어려울 정도로 볼품없는 디자인이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나 기술 자료를 파워포인트로 만들 때 하물며 역에서 파는 도시락 같은 작은 물건에조차 스며있는 정신을 조금이라도 흉내 낼 수 는 없을까? 대부분 일식 도시락은 적당한 양의 내용물이 효율적이면서 우아하게 배치되어 있다. 보기에도 단순하고 아름다우며 균형이 잘 잡혀 있다.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다. 장식은 화려하지 않지만 아주 멋지게 디자인됐다. 보기 좋을 뿐 아니라 맛도 일품이다. 대략 20분 정도의 시간 동안 만족스럽고 신나는 경험을 누릴 수 있는 것이 일식 도시락이다. 프리젠테이션에서 이와 비슷하기라도 한 경험을 해 본 때가 과연 언제였던가?” (본문 20 쪽) 



 

   저자가 말하는 젠Zen스타일의 프리젠테이션은 선(禪)사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절제, 단순민, 자연스러움을 뜻한다. 그는 프리젠테이션이 준비 과정의 절제, 디자인의 단순미, 발표 과정의 자연스러움을 갖췄을 때 발표자와 청중 모두에게 명확하한 프리젠테이션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가 바라본 프리젠테이션은 기교 이상의 무엇, 즉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장벽을 없애고 청중과 접점을 만들어 내어 새로운 지식을 전달하거나 동기를 부여해 서로에게 의미 있고 기억될 만한 시간을 만들어내는 일종의 예술이라고 본 것이다. 

  인상적인 것은 저자가 세계적인 경영구루가 ‘기적’이라고 칭찬한 다니엘 핑크의 베스트셀러인 <새로운 미래가 온다A Whole New Mind>를 프리젠테이션 젠의 토대로 삼았다는 것이다. 그가 큰 맥으로 잡은 것은 책 속에 있는 다음의 문장이었다. “ 이 시대는 색다른 사고와 삶에 대한 새로운 태도를 통해 발전한다, 하이컨셉, 하이터치와 같은 재능이 각광을 받는다. 하이컨셉에는 다양한 패턴과 기회를 발견해내는 역량과 예술적이고 감성적인 아름다움을 창조하며 만족스러운 대화를 이끌어내는 기술 등이 포함된다.”

  저자는 다니엘 핑크의 <새로운 미래가 온다>가 제시하는 6가지 우뇌형 특성에 주목했다. 디자인, 스토리, 조화, 공감, 놀이, 의미. 이 6가지 특성을 프리젠테이션에 접목하고자 했다.그는 이 6가지 특성은 더 나아가 게임 디자인, 프로그래밍, 제품 디자인, 프로젝트 관리, 의료 서비스, 교육, 소매업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도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책 내용에 있는 미래형 인재의 조건 6가지 특성을 자신만의 프리젠테이션 방식으로 해석한 부분은 저자의 탁월한 해석능력을 잘 보여준다. 이 내용은 필시 의도하지 않은 독서 중에 발견했을진데, 자신이 찾고자 하는 이렇게 엉뚱한 곳에서도 찾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생각했다. 아래의 그림은 책 <새로운 미래가 온다>의 주제인 6가지 우뇌형 특성이자, 프리젠테이션 젠이 추구하는 방법론을 제시하기도 한다.  

 



 

 
  가르 레이놀즈가 추구하는 프리젠테이션의 이상적인 상황은 이렇다. 아래의 글은 그가 제시하는 프리젠테이션 젠을 시도했을 때의 상황이기도 하다.

“슬라이드가 화면에 비추는 순간 단숨에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청중은 등을 곧추세우고 화면에 비춰진 이미지를 보면 당신이 도대체 어떤 말을 할지 귀를 쫑긋 기울이다. 제대로만 한다면 여러분이 한 말을 청중이 기억할 때마다 발표 자료 이미지도 함께 상기될 것이다. 또 이미지를 볼 때마다 여러분의 말이 기억날 것이다. 사실 이런 식으로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다른 이들이 구태의연한(쉬운) 방법을 고수하는 동안 여러분은 새롭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앞서 나갈 것이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가 시행하고 있는 프리젠테이션에서 당장에라도 실천할 수 있는 개선방법 4가지를 제시했다.   

  1. 강연을 보완하는 슬라이드를 만들어야지 내뱉은 말을 문자 그대로 반복하는 슬라이드는 필요 없다. 절대로 한 슬라이드에 여섯 단어 이상 올려서는 절대로 안 된다. 이 규칙을 어겨야 할 만큼 복잡한 프리젠테이션은 없다.  

  2. 수준 낮은 삽화는 집어치워라. 돈을 주고 구입해서라도 전문가 분위기가 물씬 나는 고습스런 이미지를 사용하라. 

  3. 빙글 돌아가고 번쩍거리는 등의 조잡한 화면 전환 효과는 사용하지 말라. 단순함이 최고다.  

  4. 꼭 유인물을 만들어 놓자. 유인물에는 각주를 비롯해 각종 상세한 내용을 적어놓아야 한다. 프리젠테이션이란 감정적인 동의를 구하는 작업이다. 자세한 내용이 담긴 유인물을 준비해 놓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이성적인 발표를 좋아하는 청중은 안도감을 느기고 감정적으로 수긍한 내용을 더욱 받아들이기 쉬워진다.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인물은 스티브 잡스였다. 저자가 생각하는 프리젠테이션 젠의 롤모델 역시 스티브 잡스 였다(물론 자신도 포함된다). 우리가 그를 세계적인 프리젠테이션의 달인이라고 평가를 받는 이유는 PPT, 즉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만든 마이크로소프트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서가 아니다. 강사의 스피치와 PPT가 어느 것 하나 두드러짐이 없이 유기적으로 잘 매치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속에 강력한 메시지와 재미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는 말 한마디 실수하지 않을 만큼 자신의 강연록을 외웠으며 화면을 살피지 않고도 백스크린에 떠올랐을 이미지를 기억할 만큼 많은 연습을 했다. 그가 지나는 걸음 걸음마다 조명이 그를 비출 수 있도록 수많은 리허설도 거쳤다. 제품상에서 최고의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바디 안으로 소프트웨어를 구겨서 넣게 하는 그의 ‘철저함’이 프리젠테이션에도 녹아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이와 같이 인상적인 강연을 펼치는 사람으로는 <창조적 상상력 디자인>을 강연하고 있는 영화변역가 이미도를 들 수 있겠다. 그는 영화와 영어로 구성된 수 백장의 슬라이드를 동원해 청중들을 사로잡고 있다.



 

  저자는 스티브 잡스의 PPT, 즉 슬라이드에는 절제, 단순함, 강력하면서도 미묘한 여백 활용 등의 특징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리고 놀라운 그의 프리젠테이션 능력을 잘 나타내기 위해 빌 게이츠의 프리젠테이션과 비교했다. 빌 게이츠의 슬라이드는 미적으로 볼품도 없고, 이야기에도 크게 보탬이 되지 않는 슬라이드를 대표하는 듯 했다.

“빌 게이츠의 프리젠테이션이 영 엉망인 건 아니지만 그저 평범하고 특별할 게 없는 수준임은 분명하다. 그가 파워포인트를 활용하는 스타일은 ‘일반적’이고 ‘전형적’이다. 그러다 보니 그의 프리젠테이션을 듣고 나면 기억에 남는 게 별로 없다. 빌 게이츠의 대단한 명성만큼 그의 프리젠테이션도 좀 대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사의 전략과 통합 소프트웨어 제품에 있어 디자인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수많은 청중 앞에 공언할 요량이라면 적어도 발표에 사용하는 시각 자료도 사려 깊은 디자인의 결과물이어야지 급하게 갖다 붙인 장식품 수준이어서는 곤란하다.“ (본문 120 쪽)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스킬skill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프리젠테이션의 기획에서 발표까지, 처음부터 끝까지를 언급한다는 것 때문이다. 저자는 프리젠테이션의 첫 단계인 기획에서는 컴퓨터를 멀리하고 종이(포스트 잇)와 펜으로 그림을 그리듯 구상하는 아날로그적 방식이 좋다고 말한다. 그리고 발표하고자 하는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고, 발표할 때에는 유인물을 만들어 슬라이드상에서 모든 내용을 다뤄야 한다는 부담감을 줄이라고 말한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방법은 베스트셀러이기도 한 칩 히스와 댄 히스 형제의 책<스틱Make to Stick>이 말하는 착 달라붙는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여섯 가지 기본 원칙에 준해서 만들라고 말했다. 단순성Simplicity, 의외성Unexpectedness, 구체성Concreteness, 신뢰성Credibility, 감성Emotion, 스토리Story(앞글자를 모으면 SUCCESs가 된다)이다. 

  스토리와 스토리텔링에 있어 복잡한 아이디어를 가장 손쉽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사례를 만들거나 요점을 담은 일화를 소개하는 것이다. 저자는 성공적인 프리젠테이션의 4가지 공통점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1. 자신의 발표 자료를 철두철미하게 파악하고 있었고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2. 무대 한가운데 서서 열정적이면서 진솔한 분위기로, 일상적인 어휘를 사용해 가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3. 운영상의 실수 때문에 머뭇거리지 않았다. 그런 일이 일어나도 한 박자도 놓치지 않고 진행했으며 청중과의 접촉을 놓치지 않았다.

4. 때로는 유머러스한 일화를 사용해 요점을 설명했다. 모든 이야기느 마음에 깊이 사무치듯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고 핵심 메시지를 적절히 받쳐줬다.

    책의 후반부에는 자신이 지금껏 활용했던 프리젠테이션 슬라이드를 예를 들어 일반적인 슬라이드와의 차이점 그리고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유의할 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래에 있는 동영상은 저자가 직접 이 책<프리젠테이션 젠>에 대해 설명한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장면을 담은 것이다. 말이 필요 있을까? 알아들을 수 있다면 지켜만 봐도 책의 대부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설령 나처럼 영어를 못알아듣는다 해도 그가 제시하는 슬라이드만 봐도 이 책의 절반은 이해할 수 있다(책이 배달되는 동안 나 역시 이 책의 절반을 이해했다. 진짜다!바로가기: 클릭!  



 

   어느 부유한 아랍의 왕이 신하 전부를 불러 이 세상 최고의 진리를 알아오라 했더니 100 권의 책을 가져오더란다. 그래서 10권으로 줄이고, 1권으로 줄이고 한 문장으로 줄이라 했단다. 얄궃은 왕, 게으른 왕임에 틀림없다. 이하 이 세상 최고의 진리 한 문장은 여러분이 익히 아는 문장 “세상에 공짜는 없다”이다. 기획 관련서로 가장 잘 알려진 스테디셀러의 제목은 한 페이지 짜리 기획서를 뜻하는 <One Page proposal>이다. 또 <죽이는 한마디>라는 재미있는 제목의 책도 있다. 가장 고단수의 스피치라 불리는 ‘엘리베이터 테스트’는 상사가 자신의 사무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30-45초 사이에 메시지를 말하는 발표를 말한다. 

  프리젠테이션 역시 마찬가지다. 클라이언트가 프리젠테이션을 보면서 원하는 것은 ‘Do or Do Not' 즉,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모든 과정을 하나의 가장 굵고 짧은 메시지로 이어나가게 하면 되는 것이다. 이 중요한 순간을 발표하는 자는 고역의 순간이고, 듣는 자에게는 고통의 순간이 되어서는 될 일도 안 된다. 스티브 잡스만 제품을 설명하는 프리젠테이션을 하나의 재미있는 ’쇼Show‘로 만들어 모든 청중들이 기립박수를 치게 만들라는 법은 없다. 이 책을 덮을 때면 ’Why not me?' 즉, ‘나라고 못해?’하는 도전의식을 갖게 될 것이다. 내가 그랬으니까.   



책<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 리치보이의 강연 모습 

(2월9일 19시 - 교보문고 본사)



  내 책 <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교보문고)의 첫 저자 강연회는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출판사가 자리를 저자 강연회를 마련한 이래 가장 많은 청중들이 왔으며(결코 많지 않다. 100 명 남짓이다) 두 시간동안 청중들은 즐거워 했다. 모두 답할 수 없을 만큼의 쏟아지는 질문을 받았으며, ‘강연회가 좋았다’는 메일과 블로그 댓글을 많이 받았다.  

  성공적인 프리젠테이션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책 덕분이었다. 호응을 얻었던 간단하면서도 유쾌한 슬라이드는 저자가 제시한 슬라이드에서 영감을 얻었다. 미흡하고 어리숙한 진행과 불편한 나의 시선처리를 청중들이 너그러이 받아주며 들어줄 수 있었던 것은 모두가 프리젠테이션 젠 스타일의 슬라이드와 진심이 담긴 스토리텔링 덕분이었다. 어떤 형식의 것이든 발표를 앞둔 모든 이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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