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카메론 더 퓨처리스트
레베카 키건 지음, 오정아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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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화의 키워드는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  



   2009년 하반기 대한민국은 두 가지 커다란 ‘패러다임의 전환기’를 맞았다. 하나는 휴대폰의 진화를 선도한 스마트폰인 아이폰의 출현이고, 또 다른 하나는 영화의 진화를 선도한 3D 영화 아바타의 출현이었다. 쉽게 말해 2009년 당신이 아이폰으로 통화하며 입체 안경을 쓰고 ‘아바타’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면 새로운 패러다임의 역사적인 순간을 경험하고 있던 셈이다. 

   아이폰과 아바타라는 창조적인 작품이 있기까지는 두 사람의 창조적인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스티브 잡스와 제임스 카메론이라는 천재들이다. 이 두 사람은 공통된 부분이 많다. 우선 괴짜에다 완벽주의적인 성격으로 제멋대로처럼 보여서 주위 사람들과 잘 소통하지 못한다. 하지만 일반인이 보기에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에 기꺼이 도전해 엄청난 에너지와 집중력으로 놀라운 성공을 일궈냈다. 

   무엇보다도 소비자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잠재된 욕구를 충족시키는 제품을 만들어 세계 소비자들을 열광하게 하는 능력이 있다. 그들의 성공은 이미 언론을 통해 귀가 따갑도록 들은 바, 특히 스티브 잡스의 경우는 두 말하면 입 아프다. 해서 ‘영화계의 스티브 잡스’라 할 수 있는 제임스 카메론에 주목하고자 한다. 특히 영화를 제작하며 그가 일으킨 성공의 결과보다는 인물에 집중해 그가 성공한 원인에 주목하려 한다. 오늘 <제임스 카메론 더 퓨처리스트The Futurist>(21세기북스)를 읽었다.

 



 주류 영화의 판도를 바꾼 영화, 아바타

   먼저 아바타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흥행의 귀재 제임스 카메론이 만든 3D 영화 ‘아바타’는 전 세계 흥행수입이 약 27억 달러를 기록하며 역사상 가장 많은 관객을 불러 모은 감독 중 한명이 되었다. ‘아바타’는 국내에서도 외국영화로는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돌파했고, 석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총 1,330만 명을 동원하며 국내 최다 관객 기록을 경신했다. 

   제임스 카메론은 아바타를 비롯 타이타닉, 터미네이터, 에이리언 2 등 7편의 영화를 제작했는데, 이 영화들로 세계 시장에서 벌어들인 돈은 무려 57억 5,000만 달러에 달한다. 

   영화 아바타는 3D로 제작되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신선한 사용자 경험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관객(소비자)이 갖고 있던 잠재적인 욕구를 불러 일으켰다. 이러한 욕구의 발현은 거대한 변화를 일으켰다. 스마트폰이 휴대폰 시장에 변화를 일으킨 것처럼 단 한 편의 영화는 영화나 TV를 2D로 보느냐 3D로 보느냐 세대를 나누는 기준이 되게 한 것이다. 

    이렇듯 놀라운 영화 아바타는 어느 날 세상에 툭 던져진 우연한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제임스 카메론이 평생에 걸쳐 갈고 닦은 기술적, 예술적 성취가 합쳐진 결과다. 그가 가진 능력과 기술력에 대한 증명은 ‘아바타’로 충분하다. 그밖에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 독자로서 나는 다른 사람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을 해내는 제임스 카메론에게서 배운 점들이 꽤 있었다. 

 

 

상상하라, 그러면 현실이 된다!

   카메론은 말 그대로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다. 그 역시 자신의 성공 비결로 가장 먼저 손을 꼽은 것도 멈추지 않는 호기심으로 비롯된 상상력이었다. 세계적인 인물들의 온라인 강연장인 TED에서 그는 어릴 적부터 SF소설을 읽으며 우주와 심해에 대해 호기심을 키웠다며 이렇게 말했다. “호기심은 상상을 낳고 상상은 현실을 낳는다.” 영화 <타이타닉>을 찍기 위해 심해에서 원격 촬영 로봇을 조종하던 카메론은 몸은 떨어져 있지만, 영혼은 인간의 조종을 받는 로봇의 입장을 생각하고는 ‘아바타’를 생각해 냈다. 그렇게 시작된 상상력이 우주에 대한 상상력과 결합하여 영화 <아바타>를 만들게 했다.  

실패를 두려워말고 도전하라!

   제임스 카메론에게 영화는 언제나 ‘새로운 도전’이었다. “불가능해 보이거나 도저히 해쳐 나갈 수 없이 보이는 어려운 일일수록 흥미를 느낀다”고 말했던 제임스 카메론, 그의 이러한 도전정신은 무모한 도전이 아니라 완벽을 추구하는 열정과 정성으로 완성된다.

   그는 관객들이 인터넷과 가상현실, 롤플레잉 게임과 증강현실 등에 익숙한 디지털 시대의 관객들이 영화 속에서도 디지털적인 판타지를 꿈꿀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는 <아바타>에서 관객들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가상의 세계, 디지털 세대의 ‘꿈’ 그 자체를 보고 느끼고 경험할 수 있도록 도전했다. 그 결과 우리가 익히 아는 바와 같이 <아바타>는 아날로그 시대에 머물렀던 영화를 디지털 시대로 나아가게 했고, 2D의 벽을 깨고 3D의 신천지로 관객을 안내할 수 있었다. 

군림하지 말고, 소통하라!

   제임스 카메론이 30년 가까이 최고의 흥행감독인 이유에는 스스로 SF 액션이나 어드벤처 장르영화 감독의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대중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서다. 그는 완벽을 추구하기 위해 집착하는 이유 역시 “8달러가 넘는 돈을 내고 어두운 공간에 들어와 앉아 있는 관객에 대한 의무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한 바 있다.

   그는 매 번 영화를 제작할 때마다 첨단 기술과 기법을 동원해 영화를 만들지만 스토리는 거창한 이야기를 무리하게 만드는 것보다 가장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을 택한다. <아바타> 역시 첨단의 테크놀로지와 고전적인 서사의 융합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이처럼 관객과의 소통을 중요시한 제임스 카메론이지만, 스태프들과는 그렇지 못했다. 자신의 열정과 노력만큼 따라오지 못하는 스태프들을 닦달하고 쥐어짜내는 폭군에 지나지 않았다(그런 점에서는 스티브 잡스와 매우 흡사하다). 카메론은 배우의 연기나 카메라의 훔직임 혹은 조명이나 사운드 가운데 한 가지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스무 번도 넘게 같은 장면을 찍으며 스태프들을 지지게 하는 감독이었다. 

   하지만 그는 <타이타닉>을 제작하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심해 탐사작업을 오랫동안 하면서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었고, 스태프들에게 폭군으로 군림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 후 바라본 스태프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행성과 생명체를 만들겠다고 모인 사람들, 아무도 써보지 않은 기술로 전례가 없는 실험을 같이하는 실험자의 모임이었던 것이다.

 

 




“호기심은 여러분의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상상력은 현실을 만들어낼 수 있는 힘입니다.

그리고 팀원들의 존경은 이 세상의 그 어떤 칭송보다도 중요한 것입니다.“

- 제임스 카메론, 2010년 TED 강연 중에서 

   1998년 영화 타이타닉으로 아카데미상 시상식 때 14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고, 감독상, 편집상, 작품상을 비롯해 11개 부문에서 수상을 했던 제임스 카메론은 결국 그날 밤 수상 소감을 말하기 위해 세 번이나 연단에 올라야 했다. “나는 세상의 왕이다!I am king of the world”라고 말해 우리의 뇌리에 각인시켰던 수상소감은 두 번째. 환희에 넘쳐 했던 행동 치고는 자못 거만했다. 하지만 그가 정작 하고 싶었던 말은 작품상을 받았던 세 번째 소감이었다. 그는 ‘오늘 이 순간의 소중함’을 이야기했다. 



   “<타이타닉>의 메시지는 물론, 그토록 거대한 배가 가라앉았듯이, 그처럼 생각할 수 없던 일이 일어났듯이,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소유한 것은 오로지 오늘뿐입니다. 삶은 소중합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에게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심장 박동에 귀를 기울여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니까요.”

   2000년 캘리포니아주 산타바버라에서 열린 지구의 날 행사에 제임스 카메론이 등장했다. ‘종말의 시나리오’를 즐겨 쓰는 그의 등장은 이례적이었다. 하지만 이유는 따로 있었다. 

   “우선 저는 우리 모두가 죽을 운명이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네요. 하지만 긍정적으로 보면,임박한 파멸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낸 것입니다. 우리의 머리와 기술로 말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분명 이것을 되돌려놓을 수 있습니다.”

   제임스 카메론이 지금껏 다룬 영화들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내다보기보다 현재 우리가 지니고 있는 열망과 두려움을 보여주는 역할을 했다. 그래서 결국은 우리로 하여금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상상하게 한다. ‘우리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의 손에 달려있다’는 카메론의 메시지는 그가 만든 모든 영화의 키워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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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말
이쓰카이치 쓰요시 지음, 허효진 옮김 / 기담문고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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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을 하라, 인간은 자신이 말한 대로 인생을 산다 

   지난 해 초 나는 담배를 끊었다. 정확히 20년 동안 애연가로 살면서 언젠가는 끊으리라 다짐했었지만 괜히 담배로부터 벗어나려고 시도했다가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실패감을 느끼는 것이 싫어 금연하려는 마음조자 가지지 않고 살았다. 그랬던 내가 담배를 끊은 것은 한 권의 책 때문이었다. <이중세뇌二重洗腦>(더숲)에서 ‘본래 인간에게는 담배에 대한 욕구란 아예 없었다’는 저자의 말에 새삼 깨달았다. 내가 지금껏 피운 담배는 욕구 때문에 담배를 피우는 것이 아니라 담배 때문에 욕구가 생겨난 것이었다는 걸 20년이 지난 후에 안 것이다. 하루아침에 담배를 끊었다.  

   담배를 끊으니 밥맛이 좋아졌다. 아니 마시는 물도 맛있어졌다. 흡연 때에는 잠이 들려면 보통 30분 이상 엎치락뒤치락 해야 했는데, 금연 후에는 잠자리에 들면 얼마 안가서 곧 잠이 들었고, 잠이 깨면 더 없이 상쾌한 아침을 맞게 되었다. 담배를 피우면서 코막힘 현상이 있었는데, 금연 후 ‘구멍이 뻥 뚫린 느낌’으로 숨을 쉬게 된 덕분이다. 가슴의 통증도 사라지고, 기침과 가래도 멎었다. 치아도 건강해지고, 운동효과도 좋았다. 새로 태어난 느낌이었다. 단 한 가지 곤란한 점은 급격하게 늘어난 체중이었다. 

   금연 후 1개월 마다 딱 체중이 1킬로그램 정도가 늘어 1년이 지나자 몸무게가 정확히 12킬로그램이 더해졌다. 매일 5킬로미터를 잰걸음으로 걷는 파워워킹을 시작했다. 그리고 한 달 후 108 배를 더했다. 108배는 몇 년 전 언론에도 크게 소개된 바 있을 정도로 운동 효과가 좋다. 나 역시 종교적인 의식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운동의 개념으로 108배를 했다. 내게 있어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운동으로 요가를 제외하고는 이보다 더 나은 운동은 없다.

   108배를 하면서 절을 할 때 나는 마음속으로 ‘호오포노포노’를 읊조렸다. ‘호오포노포노’는 하와이에서 행하는 일종의 마음을 다스리는 의식으로 간단히 설명하면 마음이 쓰이는 대상(인물과 사물을 포함)을 떠올리며 ‘미안합니다, 용서하세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를 마음속으로 말하는 것이다. 호오포노포노를 읊으며 하는 108배는 심신을 이롭게 한다. 금연을 한 지 1년이 넘은 후, 운동을 시작하면서 1개월 마다 다시 체중이 줄고 있다. 

   마음을 다스리는 주문 호오포노포노는 정말 효과가 있었다. 내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인물이나 사건 등을 대상으로 ‘미안합니다, 용서하세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을 무한히 이야기하다 보면 대상이 나를 괴롭게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나를 정리하지 못한 엄한 남을 탓한 격이었으니 ‘정말 미안하고 용서받을 일’이 아닐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나는 오랜기간 이 주문을 외우면서 호오포노포노의 놀라움을 경험했다기 보다는 ‘말의 힘’을 깨닫게 되었다. 

   말의 힘은 반대로 말의 무서움일 터, 불교의 천수경에 사람이 저지르는 열 가지 악업十惡業 중에 입으로 짓는 구업口業이 가장 나쁘고 많다고 했다. 구업口業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모든 것으로 죄를 짓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괴롭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스스로 괴로움을 짓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제 읽은 책 <마법의 말>(기담문고)에서 다시 한 번 ‘말의 놀라운 힘‘을 경험했다. ’행운을 부르는 말의 비밀‘이라는 부제를 가진 이 책은 일본에서 출간되기 전 강연록 형식으로 만들어져 입소문으로 130만 부 이상 퍼졌고, 이 책이 출간된 뒤 약 300만 부가 팔려나간 책이다. 숫자상으로만 보면 경이로운 이 책은 사실 무척이나 단순한 내용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하루에도 몇 번씩 말하는 ‘감사합니다’와 ‘고맙습니다’가 얼마나 대단한가를 깨닫게 만들어 준다.

 

 



 

 

  내용 중에 ‘운이 좋다, 운이 따른다’는 단순한 말을 자주 하면 실제로 행운이 온다는 사실을 마쓰시타 고노스케를 통해 입증한 사례가 가장 흥미로웠다.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그가 ‘운이 좋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는 것은 그의 책을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익히 알 것이다.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했던 말들을 그의 측근인 PHP연구소 부사장인 에구치 가쓰히코가 정리해 놓은 것을 보면 아래와 같다.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인생은 결코 처음부터 유복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이미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의 아버지는 양곡 거래업을 하다가 가산을 모두 탕진했습니다. 결국 마쓰시타는 학교를 마치지 못했습니다. 아홉 살 때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오사카의 화로 가게에서 고용살이를 했습니다. 가족 열 명은 모두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부모형제는 결핵으로 잇따라 사망하고 마쓰시타는 홀로 남게 됐습니다. 마쓰시타도 열두 살 때 폐첨 카다르로 병상에 눕게 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쓰시타는 ‘운이 좋다’고 볼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오히려 ‘어쩜 그리도 운이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생전에 “나는 매우 운이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학교를 거의 다니지 못한 게 다행이었다. 내가 만약 대학까지 나왔더라면 모르는 것을 남에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 학교를 나오지 못했기 때문에 모르는 게 당연했다. 그래서 모르는 것을 쉽게 물어볼 수 있었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에게서 지혜를 배웠고 회사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그는 또 “나는 몸이 허약한 게 다행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몸이 허약했기 때문에 남들에게 일을 맡길 수 있었고, 사람들을 지휘할 수 있었고, 훌륭한 인재를 키울 수 있었다. 만약 내가 건강했더라면 모든 일을 혼자서 처리했을 것이고, 남들 위에서 지시를 내리지도, 회사를 크게 발전시키지도 못했을 것이다.” 

   마쓰시타가 거듭 강조하는 ‘운이 좋다’라는 말이 도대체 무엇인지 스스로 되새겨보게 됩니다. (중략) 이러한 마쓰시타의 ‘사건의 긍정적 해석’을 보면서 느낀 것은, 운이 좋다는 것은 우선 나에게 일어난 모든 사건들에 대해 ‘운이 좋다’고 받아들여야 비로소 행운이 찾아온다는 것입니다.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을 어떻게 해석하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입니다. 긍정적으로 해석하느냐 부정적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운의 정도’가 결정되는 것이 아닐까요? 실제로 마쓰시타가 경험한 일들을 저처럼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마쓰시타처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말의 힘’은 ‘긍정적 사고, 끌어당김의 법칙’ 등과는 또 다른 개념인 것 같다. <마법의 말>은 우리가 하는 말이 생각의 결과물이라면 내가 하는 말에 대해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를 알게 한다. 특히 불안한 일이나 짜증이 나는 일에도 ‘감사합니다’고 말해야 하는 이유를 읽을 때에는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은 부정적인 결과를 부르기도 하지만 바꾸어 생각하면 긍정적인 결과도 부른다는 것을 알게 한다. 모든 일의 시작은 나를 수신修身함에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최근에 읽은 <왓칭>과 함께 읽으면 좋겠다. 아울러 관심이 생긴 독자라변 <호오포노포노의 비밀>을 일독해도 좋을 것이다. 150페이지 남짓의 작은 책 <마법의 말>은 특히 아무런 생각 없이 툭툭 말을 하거나 욕을 남발하는 중고생, 부정적인 생각이나 말을 달고 사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이들에게 선물하면 딱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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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칭 Watching - 신이 부리는 요술 왓칭 시리즈
김상운 지음 / 정신세계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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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녀는 남을 의식하고 살고, 왓칭맨은 나를 의식하고 산다!

 

  MBC 보도국의 김상운 기자(해외시사 프로 지구촌 리포트의 진행자로 잘 알려졌다)는 어느 날 뭔지 모를 고통으로 일그러진 자신의 얼굴을 발견했다. ‘신이 고통을 만들어놓았다면 그걸 꺼버리는 장치는 안 만들어놓았을까?’ 그는 기자가 아니던가. 고통을 없애기 위한 취재를 시작했다. 그리고 3년 후, <왓칭watching>(정신세계사)이 태어났다. 

  책 설명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왓칭watching(관찰)’만으로 인간의 모든 고통이 해결 된다‘ 정도 되겠다. 주어진 현상을 제 3자의 시각으로 살피는 것으로 고통은 반감되고 효과는 배가가 된다는 ’관찰자 효과‘를 과학적 근거로 삼았다. 전작 <아버지도 천재는 아니었다>를 읽어 ’천재는 아니지만, 천재 보는 눈을 가진 작가‘라는 강한 인상을 받은 터라 이 책을 펴게 되었다. 취재가 생명력인 기자의 글은 역시 달랐다. 잉어의 비늘처럼 조각난 자료, 흩어진 정보들이 모여 큰 원리가 되었다.  


   

   
  “실험자가 미립자(만물의 근원, 물체를 더 이상 쪼갤 수 없을 때 나타나는 최종의 것. 뇌파의 근원도 미립자다)를 입자라고 생각하고 바라보면 입자의 모습이 나타나고 물결로 생각하고 바라보면 물결의 모습이 나타나는 현상을, 양자 물리학자들은 ‘관찰자 효과observer effect라고 부른다. 이것이 만물을 창조하는 우주의 가장 핵심적인 원리다. 다시 말해 미립자는 눈에 안보이는 물결로 우주에 존재하다가 내가 어떤 의도를 품고 바라보는 바로 그 순간, 돌연 눈에 보이는 현실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래서 양자 물리학자 울프 박사는 관찰자 효과를 ’신이 부리는 요술God's trick‘이라고 부르고, 미립자들이 가득한 우주공간을 ’신의 마음Mind of God'이라 일컫는다.” 39쪽  
   

 

독일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플랑크Max Planck박사 “이 요술의 배후에는 의식적이며 고도의 지능적인 마음이 존재한다. 이 마음이 모든 걸 창조한다”고 말했다. 아인슈타인도 “우주에는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밀리언셀러 ‘시크릿secret’의 핵심을 떠올리게 한다. 

한편  양자물리학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이스라엘의 아이즈만 과학원이 실험한 이중슬릿 실험나를 포함한 만물이 미립자로 만들어졌기에 나를 읽어 내가 바라볼 때마다 미립자가 변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파인만 박사도 ‘그 실험을 보면 우리의 마음이 어떤 원리로 변화시키고 새 운명을 창조해내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자는 “기도가 반복될수록 그 효과는 점점 더 강해진다”는 양자 물리학자 틸러박사의 말을 빌려 정말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신의 도움이 아닌 나를 이루고 있는 ’미립자의 변화‘ 때문이다.  

  기도라고해서 다 같은 기도가 아니고, 소원도 저마다 다르다. 그래서일까? 다른 사람들은 다 이루는데 나한테는 소용이 없는 것 같다. 이에 대해 저자는 생각이 깊어질수록 마음속의 잔 목소리들은 잦아지고 마음은 맑아진다고 말한다. 생각이 깊고 선명해야 형성되는 이미지도 선명하다는 것. 반면 얕은 생각은 티끌밖에 움직이지 못한다. 

   
    “기도의 효과가 당장 눈앞의 현실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한 삽 두 삽의 흙을 파냈다고 금방 우물물이 솟아오르지는 않는다. 수천 번, 수만 번 삽질을 해내려가다 보면 갈수록 깊어지다 어느 순간 갑자기 물이 콸콸 솟아오른다. 기도에 담긴 뜻은 일일이 우주에 기억되고 저장된다. 어디로 가는 게 아니다. 내가 남에게 입히는 마음의 상처도 마찬가지다. 내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한 가차없이 언젠가 내게 돌아온다. 만일 내 생전에 현실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내세에, 혹은 후손들에게 나타날 수도 있다. 이것이 인과응보의 법칙이다.“ 49쪽
 
   

 

  저자는 관찰자 효과를 적용한 왓칭을 통해 나를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내가 원하는 몸을 만들고, 금연을 하며, 지능을 높이고, 심지어 성인이 된 후에도 키를 크게 할 수 있음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증명한다. 그렇다면 왓칭을 실현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아무것도 필요없다. 나 자신을 ‘내’가 아닌 ‘그’로 볼 수 있는 제 3자적 관점, 즉 관찰자가 되어 보는 것 밖에 없다.  

  2003년 미국 유타주 블루 존 캐년, 홀로 등반에 나선 아론(제임스 프랭코)은 떨어진 암벽에 팔이 짓눌려 고립된다. 그가 가진 것은 산악용 로프와 칼 그리고 500ml의 물 한 병이 전부. 그는 127시간 동안 치열한 사투를 벌이며 자신의 지난 삶을 돌아보게 되고 이 과정에서 그는 친구, 연인, 가족 그리고 그가 사고 전에 만난 사람들을 떠올린다. 그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마침내 살아남기 위한 결심을 굳히고, 탈출을 위해서는 자신의 팔을 잘라야만 하는 결론에 이른다.

 지난 2월 개봉한 영화 <127 시간>의 실제 주인공 애런 롤스턴은 결국 자신의 손목을 스스로 끊어버림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팔다리가 ‘진정한 나’가 아니라는 걸 깨닫고, 바위에 짓눌린 손을 절단한 뒤 자유의 몸이 된 그는 ‘팔은 나’라고 생각해 감히 자르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 ‘나는 팔 이상의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다시 말해 ‘육신 속에 든 것이 바로 나’로 생각했던 그는 ‘나는 육신 이상의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제 육신을 바라보는 또 다른 나, 그게 바로 제 영혼이었어요.”  

  저자는 관찰자 효과의 핵심은 바로 ‘영혼으로 나를 보기’라고 말한다. 마치 유체이탈을 한 듯 한 발 물러선 뒤에서 나를 객관화하는 것, 그것이 바로 왓칭이다. 어느 명배우는 신인시절부터 스타처럼 살았다고 말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촬영을 하고 있다고 여기고 행동, 말투 하나하나를 연기하듯 하면서 훌륭한 배우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꿈의 궁전 디즈니월드에서는 직원들에게 ‘이곳은 직장이 아니다. 바로 연극무대이고, 여러분은 연극배우다.’라고 말해 고객을 관객화했다. 고객들이 디즈니랜드에 있는 시간만이라도 현실을 잊게 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아무도 몰래 휴지통이 버려지고, 인형가면을 쓴 청소부가 연기를 하듯 청소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생각을 확장해 보자. 아인슈타인은 일찍이 “우리는 시각적 착각 속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앙자 물리학자인 틸러 박사도 “인간의 99.9999퍼센트는 빈 공간”이라고 말했다. 색즉시공(色卽是空), 저자는 우주가 곧 영혼이며, 육신 속에는 육신의 부피에 해당하는 만큼의 영혼만 들어 있다고 말했다. 우리의 영혼은 미립자 에너지 형태로 여전히 존재한다는 아인슈타인의 주장은 이를 뒷받침한다.  

  저자가 왓칭을 통해 하고픈 말은 ‘나를 타인처럼 바라보며 살라’는 것이다. 누군가 나를 지켜볼지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면 그 순간 나 자신을 남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고, 행동을 함부로 하지 않게 된다. 하물며 우주라는 무한한 거울에 비춰가며 산다면 우리 영혼은 얼마나 맑아질 것인가. 우주가 늘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간다면 바로 맑은 영혼을 지키는 길이자 최고의 인생을 사는 길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영혼에 눈뜨기 가장 쉬운 방법은 나를 남의 눈으로 깊이 바라보는 것이다. 육신의 눈은 나를 남처럼 바라보지 못한다. 하지만 텅 빈 무한한 공간, 우주에 퍼진 영혼은 나를 남처럼 바라볼 수 있다. 나를 남처럼 바라보는 순간 영혼은 저절로 눈뜨기 시작한다. 영혼을 거대한 우주거울로 삼아 나를 남처럼 비춰가며 살면 영혼이 지닌 양심, 사랑, 평화, 연민, 지능, 에너지가 저절로 흘러들어온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흔한 유리 거울로 자신을 비춰도 영혼이 삐쭉 고개를 든다. 나를 남으로 객관화시켜 바라보도록 하기 때문이다.“ 274쪽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벽화를 그릴 때의 일이다. 벽화는 크기가 183 평방미터나 되는 대작이었다. 하루는 그가 사다리 위에 올라가서 천장 구석에 인물 하나하나를 꼼꼼히 그려 넣고 있었다. 한 친구가 그 모습을 보고 이렇게 물었다. "이보게, 그렇게 구석진 곳에 잘 보이지도 않는 걸 그려 넣으려고 그 고생을 한단 말인가? 그래봤자 누가 알겠는가?" 미켈란젤로가 대답했다. "내가 알지."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나다. 나를 다독일 유일한 사람도 나이다. 저자는 내가 흔들리거나, 괴롭거나, 유혹에 흔들릴 때 나를 바라보면 그것들이 멀어진다고 말한다. 특별한 기술이나 방법 없이 시점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나를 계발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나은 자기계발법이 또 있을까? 더구나 그것이 왜 그런지를 세계적인 석학과 과학자들이 풀어주니 의문이 배움이 되고, 즐거움이 된다. 놀라운 책, 유익하고 흥미로운 책이다. 기억하라. 된장녀는 남을 의식하고 살고, 왓칭맨은 나를 의식하고 산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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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주나무 2011-06-03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은 서평 잘 봤습니다. 이런 글에 댓글이 달리지 않았다니 아쉬워서 댓글 답니다. 사실 저도 반신반의하다가 리치보이 님 리뷰를 보고 구매를 했습니다. 이 글을 제가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소셜북스에 링크했더니 단박에 책을 사신 분도 있네요. 아래 링크에 소개했습니다. 페이스북 계정이 있으시면 친구를 맺고 싶네요. 저는 dajak97을 씁니다^^
http://www.facebook.com/socialbooks/posts/153841814683974

리치보이 2011-06-03 14:54   좋아요 0 | URL
승주나무님, 우선 댓글 감사합니다.
리뷰가 좋았다면, 아마도 책이 좋은 덕일 겁니다.

어려운 개념을 쉽게 풀어쓴 저자 덕분에 저도 즐겁고 유익하게 읽었죠.


페이스북은 계정은 있는데, 게을러서 업뎃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나마 블로그 글과 연동할 수 있는 트위터가 있는데...@RichboyBook입니다.

자주 뵙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탈옥수 2011-06-03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서평이 와 닿습니다. 꼭 읽어볼랍니다. 감사해요ㅠㅠㅠㅠ
 
그들의 생각을 훔치다 - 박경철 김창완 최범석 용이… 생각의 멘토 18인
동아일보 파워인터뷰팀 지음 / 글담출판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내러티브가 있는 수필 같은 인터뷰집


 

  “동시대 사람의 얘기를 듣고 글로 남기는 것만큼 인문학적인 게 어디 있습니까?”  인터뷰어 지승호의 한마디 짜리 '인터뷰 예찬'이다. 생각해 보면 인터뷰처럼 애매모호한 장르가 또 없는 것 같다. 대화상대의 말을 온전히 받아적은 대필도 아니고, 그렇다고 저자가 제 생각을 오롯이 담았다고 하기에도 뭐한...말 그대로 애매모호하다. 하지만 산해진미에 쌀밥이 없으면 안되는 것처럼 모든 장르의 글에서 없어서는 안 될 글이 바로 인터뷰다.

  특히 사실을 담은 글에 있어 인터뷰의 중요성은 더욱 빛을 발한다. 정확하고 알찬 뉴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터뷰 과정은 필수. 취재원인 당사자에게 가장 자세하고 직접적으로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뷰 글'은 인터뷰를 하는 사람이나 당하는 사람으로부터 좀처럼 대우를 받지 못한다. 그건 왜 일까? 다른 사람의 속마음을 몇 마디 질문으로 캐내 글로 옮겨야 하는 이 일은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 이라 글쓰기가 결코 쉽지 않다. 설령 어렵사리 글을 썼다고 하더라도 글(기사)이 나간 후 인터뷰를 한 사람, 즉 인터뷰이들이 '진의가 왜곡되었다'며 항의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어디 그 뿐인가. 비슷한 이유(인터뷰 함부로 하면 안된다)로 인터뷰이의 섭외도 어렵다. 

  최근 인터뷰 책이 쏟아지고 있다. TV의 어느 토크쇼 프로그램에서 핫 이슈가 되는 '인물人物'들이 출연해 인터뷰를 해서 인기를 얻더니 신문 매체 할 것 없이 당사자의 목소리로 직접 듣는 '대담 형식의 글'이 늘었다. 급기야 단행본도 늘고 있다. <그들의 생각을 훔치다>도 인터뷰를 담은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은 좀 특별했다. 


  이 책은 세 명의 동아일보 파워인터뷰팀이 인터뷰를 한 열 여덟 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매체들의 형사의 취조 같고 녹취록같은 인터뷰 기사에 정나미가 떨어져 이런 글을 읽는 것을 일부러 피했었는데, 평소 좋아하는 '시골의사 박경철'의 인터뷰가 책의 가장 먼저 들어 있어 처음 몇 장을 펴다가 마지막장까지 읽어 버렸다. 세 명의 인터뷰어 중에서 누가 썼는지는 알 수 없지만 PART 1' 강렬한 자극으로 자신을 바꾸고 싶을 때'를 쓴 인터뷰어가 가장 인상적이다(그 중에서 박경철과 김창완은 정말 최고 였다).

  인터뷰어의 질문은 전혀 보이지 않고 내러티브, 즉 인터뷰이와 함께 한 현장과 순간에 치중한 이야기가 대신했다. 대략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내게 닿지 않는 것에 갖는 선의',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호의'를 달리 표현하면 학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습'이다. "아기 새가 어미 새가 나는 것을 보는 것을 배움學이라 하고, 아기 새가 날 수 있을 때까지 수 백 번 반복하는 것을 익힘習이라고 한다."는 시 구절처럼 배움은 익힘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스스로의 노력이다. 그는 '습'에 매우 충실한 삶을 살아왔다. 그의 관심사는 미추美醜와 호오好惡를 가리지 않는다. 대신 단순히 소비할 것이 아니라면 철저히 연구해 반드시 정복한다. 그가 낚시에 입문한 과정은 '습'에 대한 그의 자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30대 초반 대전에서 고용의사를 하던 무렵이에요. 금강에서 누군가 대낚시로 잉어를 잡아 올리더군요. 저도 꼭 그렇게 하고 싶었어요. 곧장 '찌맞춤의 원리' 등 10여 권을 사고 낚시 전문지 구독을 신청했어요. 빨간 줄 그어가며 이론서들을 독파한 거죠. 낚시의 원리를 깨우치고 나서야 낚시대를 구입했어요."
  얼마 동안의 인터뷰였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얼마나 흥겨운 인터뷰 였을까 짐작하고 남는다. 책에서 인터뷰어는 귀를 열고 말동무가 되고, 또한 그(인터뷰이)가 되었다. 그리고 귀로 들은 이야기를 녹이고 내 생각을 담아 종이에 내려앉혔다. 함께 했더라면 좋았겠다 싶었다(인터뷰 글에서 이보다 더 나은 칭찬은 없으리라).  

  가수 김창완, 패션 디자이너 최범석, 수학자 김정한, 배우 안성기, 공무원 김가성 등 이어지는 인터뷰를 통해 배우고 얻는 것은 습習이란 무엇인가, 죽을 힘을 다해 배반할 것, 자학, 사랑, 한결같이! 와 같은 한 가지 화두들이었다. 화두를 받아들임은 둘째였다, 글맛에 취해 part 1 거듭 거듭 읽어야 했다. 글 속에서 리드하는 인터뷰어의 이야기는 옆에서 듣는 듯 했고, 인터뷰이들의 명쾌한 답변들은 빛을 발했다. 

  일본에서 지의 거장으로 알려진 논픽션 저널리스트 다치바나 다카시의 인터뷰 에피소드 중에 '한 번의 인터뷰를 위해 60만 엔어치 책을 구입해 읽어가며 준비를 해서 인터뷰했더니 원고료가 60만 엔이더라'는 말은 꽤 유명하다.

  인터뷰에 임하는 인터뷰어의 자세를 잘 말해 주고 있는데, 인터뷰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열린 귀'와 '열린 질문'일 것이다. 익히 준비를 했다고 하더라도 '독자보다 못한 멍청이'가 되어 “그 이야기부터 해주시죠.” “제가 그 부분을 잘 몰라서요.” “그게 어떤 모양이었나요?”와 같은 질문으로 상대방이 스스로 이야기를 풀어내도록 유도해야 편하게 대답을 할 것이고, 기대 이상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인터뷰들을 보면 '아는 체'를 하는 인터뷰어들이 많다. 그래서 질문을 하는 것인지, 인터뷰이에게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는 것인지 헛갈릴 정도이다. 인터뷰 <그들의 생각을 훔치다>는 수필 같은 인터뷰 글의 진수를 보여준다. 최근 읽은 몇 권의 인터뷰 책중에서 으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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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선이 이긴다 - 직선들의 대한민국에 던지는 새로운 생존 패러다임
유영만.고두현 지음 / 리더스북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나다움을 찾고 싶거든, 먼저 곡선의 삶을 이해하라!

 

  지난 주 토요일 나는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강연을 하기 위해 새벽 KTX 기차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했다. 아홉 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각, 국립중앙도서관이 있는 서초역으로 가는 지하철은 역마다 꽤 많은 사람들이 내리고 올랐다. 2호선을 갈아타기 위해 사당역에 내릴 때 나는 사람들 물결에 휩쓸리듯 걸어야 했다.

  ‘역시 서울이다’ 하고 감탄하며 걷던 순간, 난 또 한 번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날은 평일이 아닌 토요일 오전이 때문이었다. 지하철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달리기를 하듯 환승구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 그리고 뒤질세라 뒤를 쫓는 사람들. '결국 그들은 환승역 어디에서 만날 텐데, 왜 그리 서두르는 것일까.' 나는 가만히 서서 그들을 한동안 한무리의 사람들을 지켜봤다. 

  주말 오전이라 그런지 정장을 입은 직장인은 없고 거의 대부분 평상복이거나 등산복 차림이었다. 하지만 발걸음과 행동은 평일과 다름없었다. 그들은 마치 함께 한 공간에 있었다는 것이 수치스러운 듯 자동문이 열리면 뛰쳐나갔다. 그리고 어김없이 내다렸다.  

  어떤 상황이든 매일 반복된다면 그 상황은 평범한 일이 된다. 만약 내가 서울에서 계속 살고 있었다면 이런 각성은 없었을 것이다. 지방의 지하철은 다르다. 출퇴근을 하는 한 두 시간만 반짝 북적일 뿐, 놀랄 만큼 한산하다. 지하철을 타도 그렇다. 조용하다. 아니 한가하다. 시간이 멈춘 듯, 생각이 멈춘 듯, 움직임도 슬로우 비디오가 된다. 무엇이 정상일까? 한 쪽이 게으른 걸까, 아니면 다른 한 쪽이 유난스레 바쁜 것일까?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그 날의 느낌이 통한 걸까. 지인으로부터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곡선이 이긴다>,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와 시를 모르는 사람도 기억하는 시인 고두현이 공저를 했다. 이 책은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나의 친구가 되어 주었다. 

  내게 있어 곡선은 여자이고 몸매다. 부드러움이고 돌아감이다. 급級이 아닌 완緩이고, 지루함이고 덜 떨어짐이다. 답답한 선이 곡선이다. 그런데 ‘곡선이 이긴다니?’ 어림없는 소리. 그래서 이 책은 ‘읽기’보다는 ‘싸움’이었다. 저자의 말에 실눈을 뜨고 반박하려 했다. 칼로리 소모가 많은 스파링 같았다. 

  어떤 책일까 살펴보려다 손에서 놓지 못한 이유는 고두현의 시 때문이었다. 이 책을 쓴 유영만 교수 역시 그 시로 인해 시(詩)가 갖는 곡선의 속도감을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공감은 따스함이다. <버킷 리스트>를 통해 유교수의 글이 좋아졌지만, 묘한 인연 때문에 더욱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 둘은 ‘늦게 온 소포’를 좋아하고 있었다.  



 

   
 

늦게 온 소포

밤에 온 소포를 받고 문 닫지 못한다.

서투른 글씨로 동여맨 겹겹의 매듭마다

주름진 손마디 한데 묶여 도착한

어머님 겨울 안부, 남쪽 섬 먼 길을

해풍도 마르지 않고 바삐 왔구나.  

 

울타리 없는 곳에 혼자 남아

빈 지붕만 지키는 쓸쓸함

두터운 마분지에 싸고 또 싸서

속엣것보다 포장 더 무겁게 담아 보낸

소포 끈 찬찬히 풀다 보면 낯선 서울살이

찌든 생활의 겉꺼풀도 하나씩 벗어지고

오래된 장갑 버선 한 짝

해진 내의까지 감기고 얽힌 무명실 줄 따라

펼쳐지더니 드디어 한지더미 속에서 놀란 듯

얼굴 내미는 남해산 유자 아홉 개.  

 

“큰 집 뒤따메 올 유자가 잘 댔다고 몃 개 따서

너어 보내니 춥을 때 다려 먹거라. 고생 만앗지야

봄 볕치 풀리믄 또 조흔 일도 안 잇것나. 사람이

다 지 아래를 보고 사는 거라 어렵더라도 참고

반다시 몸만 성키 추스리라.“ 

 

헤쳐놓았던 몇 겹의 종이

다시 접었다 펼쳤다 밤새

남향의 문 닫지 못하고

무연히 콧등 시큰거려 내다본밖으로

새벽 눈발이 하얗게 손 흔들며

글썽글썽 녹고 있다.

 
   

   ‘공고생 출신의 교수‘라는 수식어가 잘 말해주듯 학창시절부터 교수가 될 때까지 ’생각의 속도‘ 만큼 빠름을 재촉하며 바쁘게 살던 유교수는 어느 날 죽음의 문턱까지 가는 큰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상황에 감옥 같았던 그의 병실생활을 위로해준 것은 시집(詩集)들이었다. 그 중에서 고두현의 <늦게 온 소포>는 그에게 ’살아 숨 쉬는 현재에 대한 감사‘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어느 책의 제목처럼 ’속도에서 깊이로‘ 사고하게 되었다. 

  <곡선이 이긴다>는 그 결과물이다. 그는 병상에 많은 시(詩)를 읽으며 이제껏 삶에서 시(詩)가 없었음을 알게 된다. 시를 짓는 과정은 오랜 고뇌의 흔적이 기록된 곡선의 여정이고, 시를 음미하는 것 역시 바쁨의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시를 통해 자신의 삶을 관망하는 곡선의 시간이 필요한 것인데, 그러한 시간이 없었다. 내달리는 직선뿐, 곡선이 없었던 것이다.

 



  

  올해 들어 서점가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책은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다. 그 책이 마치 자욱한 안개 속을 걷듯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불안한 미래를 내딛고 있는 이 시대의 청춘들을 등을 토닥이며 위로하고 격려했다면, <곡선이 이긴다>는 30, 40대를 살아가는 청장년들에게 우리가 걷고 있는 오늘과 내일의 길이 과연 제대로운 길인가에 대해 고민한 책이다.  

 

   
    “인생의 곡선을 응시한다는 것은 생생한 꿈을 찾는 행위입니다. 삶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꿈입니다. 꿈은 직선으로만 다가오지 않습니다. 때로는 죽 뻗은 직선도로로 쇄도하다가도, 어느 순간 굽이굽이 높은 산을 홰홰 돌고, 비탈길과 오르막을 허위허위 오르다가, 다시 한 번 질주를 하는 것이 꿈의 행보 아닐까요?꿈이 잘 보이지 않는 것도 어쩌면 그것의 움직임이 단순한 직선이 아니라, 직선과 곡선이 복잡미묘하게 얽힌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곡선을 살아내는 법, 음미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직선을 질주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곡선을 산책하며 삶의 모습을 온전히 바라보는 법을 배울 때, 꿈은 비로소 우리의 가슴에 스며들어 체화될 것입니다.“ 프롤로그 중에서...
 
   

 

  유영만 교수는 지금까지 고찰한 자신의 삶과 자료들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지혜는 직선이 아닌 곡선에 있더라고 말한다. 나아가 직선화된 대한민국을 살아낼 생존법은 ‘곡선의 마음’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삶은 End 게임이 아니다 

  그는 우선 우리의 삶은 아주 빠르고 단호하게 결정짓는 End 게임이라기보다는 길고 넓게 봐야 하는 And의 향연이라고 말한다. ‘이게 마지막’이고 ‘이번이 안 되면 끝장’ 난다며 매 순간 마다 안달복달하고 불안해하며 살아가기에 인생이 행복할리 없다. 유 교수는 쉬는 법과 노는 법을 잊은 채 살아가는 우리에게 대나무를 가리킨다. 그리고 대나무의 마디는 ‘쉼’을 뜻하고, 그 마디의 힘으로 세찬 비바람에도 부러지지 않고 더 높이 자란다며 멈추고 잠깐 쉬는 법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것은 끝장나는 End가 아닌 말 그대로 쉼Pause인 것이다.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 즐기는 여유, 그게 바로 곡선적인 삶의 자세입니다. 곡선은 여유를 갖고 속도를 줄이며, 가끔 멈춰 방향을 점검하는 삶, 그리고 쉽을 통해 풍요롭고 행복한 생활을 추구하는 삶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바로 곡선형 삶입니다.” 48쪽  
   

 



 


에스프레소맨이 더 중요한 사람이다 

  한편 유영만 교수는 세상이 만들어놓은 프레임에 갇혀 사는 우리의 의식에 문제를 제기한다. 즉 ‘나’를 스스로 만들어가기 보다 남에게 보여지는 ‘나’에게 규정지어져서 결국 그것이 내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다고 말한다. 세상에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사람, 그 자리에 있으나마나 한 사람, 그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될 사람으로 분류하고, 혈액형별 성격이 다르다고 서로에게 딱지를 붙인다. 드라마 속 대사처럼 ‘그것이 최선일까?’ 

  그렇게 고정된 프레임에 갇혀 남에게 규정되고 스스로를 규정하기 때문에 위너Winner가 아니면 루저Llser가 되는 것이다. 나는 변한 것이 없는데 그렇게 보면서 나는 어느새 쓸모없는 사람이 된다. 저자는 프레임에서 벗어나면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미들맨middle man 정현욱 같은 사람, 골은 많이 넣지 못하지만 팀의 등뼈 역할을 하는 박지성 같은 사람, 커피로 따지자면 자체로는 인기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카푸치노, 카페모카, 카페라떼, 아메리카노에 꼭 들어가야 하는 에스프레소 같은 사람이 있음을 알게 되고, 이런 에스프레소맨은 누구나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그렇다면 우리가 ‘곡선의 삶’에 주목해야 하고, 그 삶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대답은 미국의 사상가이자 작가인 헨리 데이디스 소로가 ‘삶다운 삶’을 위해 월든 호수로 들어간 후 쓴 책 <월든>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왜 우리는 성공하려고 그처럼 필사적으로 서두르며, 그처럼 무모하게 일을 추진하는 것일까? 어떤 사람이 자기의 또래들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마 그들과는 다른 고수의 목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듣는 음악에 맞추어 걸어가도록 내버려두자. 그 북소리의 음률이 어떻든, 또 그 소리가 얼마나 먼 곳에서 들리든 말이다. 그가 꼭 사과나무나 떡갈나무와 같은 속도로 성숙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그가 남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자신의 봄을 여름으로 바꾸어야 한단 말인가.” 

 -소로,<월든>에서 

 
   

 

  ‘사돈이 논을 샀다면?‘ 어른들은 배가 아프다는데, 아이들은 보러 간단다. 한 시가 아깝고 소중한 것이 내 삶이거늘, 틈만 나면 옆에 선 사람과 비교하고, 앞선 사람을 쫓아 살아가기 바쁘다.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수고‘를 담보잡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곧바로 ’달리기‘가 아니라, 잠시 ’멈춤‘이고 ’쉼‘인지 모른다. 터벅터벅 한 발을 내딛으며 ‘내 숨소리’ 한 번 들어보며 ‘이것이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인가?’ 생각해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도쿄 타워에 오르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한 방법은 돈을 예쁜 엘리베이터 걸이 안내하는 엘리베이터에 돈을 주고 타는 것이고, 다른 방법은 타워 바깥에



있는 계단을 공짜로 걸어가는 것이다.

  돈을 주고 엘리베이터에 오르면 약간의 귀막힘과 울렁거림만 있을 뿐 금방 정상에 오르지만, 돈 한 푼 들지 않고 계단을 오르려면 정상까지 꽤 많은 시간과 체력이 요구된다. 한 계단, 두 계단, 세 계단...이렇게 모두 515 계단을 오르면 심장의 맥박수 만큼 다리는 떨리고, 온 몸은 뜨거워진다. 이마와 등에 흐르는 땀도 많이 흐른다. 하지만 정상에 오르면 엘리베이터를 탈 때는 만날 수 없는 좋은 일이 있다. "여기까지 오르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도쿄 타워에 근무하는 아름다운 아가씨가 반갑게 맞으며 마른 수건과 걸어서 도쿄타워를 올랐다는 인증서를 준다. 그보다 훨씬 더 좋은 선물은 나선의 원형으로 생긴 계단을 오르면서 만나는 360도의 도쿄 전경이다.  

  <곡선이 이긴다>를 읽으며 ‘도쿄타워를 걸어서 가는 법’이 생각났다. 그리고 우리의 인생살이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보다 빨리 승승장구하며 쾌속질주를 해서 정상에 오르면 행복하다. 하지만 그 뿐, 더 오를 것이 없다. 오래 즐기기엔 너무 심심하다.  

  만약 인생을 도쿄타워의 계단을 오르듯 천천히 하나씩 오르면 다리는 튼튼해지고 건강에도 좋을 것이다. 515계단을 오르면서 타워 전체를 돌며 도쿄 시내를 하늘에서 전부 관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도쿄타워 도달'이라는 인생을 살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죽어라고 돈을 벌고 있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우리의 목적은 도쿄타워의 꼭대기에 오르는 것인가? 아니면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것인가? 답을 알겠거든 이 책을 펴라. 인생을 쉬엄쉬엄 가면서도 만끽하는 법을 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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