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 - 700년 역사에서 찾은 7가지 혁신 키워드
스티븐 존슨 지음, 서영조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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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탄생, 독서와 산책에서 비롯된다

 

 

“탁월한 아이디어를 만드는 한 가지 방법은 산책을 나가는 것이다. 혁신의 역사는 산책을 하는 동안 떠오른 좋은 아이디어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오랫동안 샤워를 하거나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는 동안에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한다.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라고 외친 것도 욕조 안에서였다. 샤워나 산책은 수많은 해야 할 일로 가득한 현대인의 삶, 예컨대 청구서 지불, 이메일에 답장 쓰기, 아이들 숙제 도와주기 등등에서 벗어나 더 결합하기 쉬운 형태가 되게 한다.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면 마음은 오랫동안 간과했던 연결을 만나게 되고 뜻밖의 발견을 했다는 기쁨을 느낀다. ‘왜 지금까지 이러한 생각을 못했지?’하면서.“

 

 

오늘날 사회는 개인은 ‘창의적인 인간’이 되어야 성공할 수 있고, 기업 ‘혁신적인 기업’이 되어야 생존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저마다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처럼 창의적인 인물이 되고 싶어 하고, 애플처럼 혁신적인 기업을 만들고 싶어 한다. 하지만 언감생심. 그게 어디 생각만으로 되는 일인가. 단 한 가지 ‘탁월한 아이디어를 꺼내는 방법’만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다면, 꿈꿔 볼만도 하겠다. 이 책<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를 우리가 읽어야 할 이유기도 하다.

 

 

 

 

<이 책에 대한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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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가 선정한 ‘인터넷상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50인’에 선정된 과학저술 작가이자 세계적인 IT 전문잡지 ‘와이어드’의 편집자인 저자 스티븐 존슨은 탁월한 아이디어의 탄생 과정을 추적하기 위해 700년간의 역사를 뒤졌다. 그리고 그 속에서 역사의 패러다임을 바꾼 탁월한 아이디어 200개를 연구한 결과 공통적인 패턴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저자는 우선 탁월한 아이디어는 특별한 사람에게서 특별한 상황에 번뜩이듯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탁월한 아이디어란 어느 순간에 반짝 생각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서 진화하고 발전해나간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아이디어는 생성과 소멸, 그리고 연결, 결합을 반복하면서 진화 발전한다는 것이다.

 

 

한편 탁월한 아이디어가 나오는 환경, 즉 역사 속에 나타난 아이디어를 탄생시키는 7가지 속성과 패턴은 다음과 같다.

인접가능성 -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서 가능성을 발견하라

유동적 네트워크 - 자유로운 공간에서 넘치는 정보를 공유하라

느린 예감 - 천천히 진화하여 새로운 연결을 만든다

뜻밖의 발견 - 예감 속에 있는 연관성을 찾아내라

실수 - 잡음과 오염을 탐구하라

굴절적응 - 문 뒤에 숨은 가능성을 상상하라

플랫폼 - 생산적으로 충돌하고 다시 결합하라

 

 

저자는 던바의 연구라는 실험을 통해 분자생물학 같은 과학자의 실험에서 위대한 발견은 혼자서 발견하는 일은 아주 드물다는 점을 찾아냈다. 오히려 대부분의 중요한 아이디어는 10명 남짓의 학자들이 모여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최신 연구결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정기적인 실험실 모임에서 나왔다며 혁신의 시작 지점은 ‘현미경이 아니라 회의 탁자’라고 말했다. 즉 훌륭한 아이디어는 사방을 벽으로 둘러싼 독립적이고 보호하는 환경이 아니라 제약이 없는 자유로운 환경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또한 아이디어의 탄생에는 환경, 즉 혁신의 공간(space of innovation)도 필요하다. 이를 뒷받침하는 역사적 사례가 있다.

 

 

 

 

1650년 영국 옥스퍼드에 영국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커피 전문점 ‘그랜드 카페’는 계몽주의라 부르는 지난 500년 동안의 위대한 지적 개화기를 성장시키고 퍼뜨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곳이다. 영국에 차 문화가 전파되기 전 영국 사람들은 물이 깨끗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루 종일 물 대신 술을 마셨다. 그런데 그랜드 카페가 생긴 후 생각의 억제제 역할을 하던 술 대신 흥분제 역할을 하는 커피를 마시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더 좋은 생각을 끄집어내게 된 것이다.

 

다양한 채널의 의견과 생각들이 연결, 융합, 재결합이 과정 속에서 서로 얽히면서 재발명된 것이 아이디어라는 저자의 주장은 아이디어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벗어난 주장이라 낯설기만 하다. 하지만 본문 속에 등장하는 3차 방정식, 인쇄기, 연필, 수세식 변기, 전지, 구글 등 역사적 사실에서 찾아낸 탁월한 아이디어의 탄생 사례들은 아이디어에 대한 저자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알게 한다.

 

저자는 좀 더 혁신적인 조직을 만들고 싶다면 ‘그랜드 카페’의 그들처럼, 혁신 기업 구글google 과 창의적인 디자인 회사 아이디오ideo가 그렇듯 서로 다른 부서의 직원들이 생각이 합쳐지고, 서로 다른 배경의 사람들이 새롭고 흥미로우면서도 예측하기 어려운 의견충돌을 일으키는 혼란스러운 광경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와 같은 개인이 탁월한 아이디어를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산책과 독서를 꼽았다.

 

혁신의 역사는 산책을 하는 동안 떠오른 좋은 아이디어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산책은 수많은 해야 할 일로 가득한 현대인의 삶, 예컨대 청구서 지불, 이메일에 답장 쓰기, 아이들 숙제 도와주기 등등에서 벗어나 더 결합하기 쉬운 형태가 되게 한다.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면 마음은 오랫동안 간과했던 연결을 만나게 되고 뜻밖의 발견을 했다는 기쁨을 느낀다. 오랫동안 샤워를 하거나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는 동안에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한다.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라고 외친 것도 욕조 안에서였다.

 

한편 독서는 외부 세계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흥미로운 새로운 아이디어와 관점을 전달받는 수단이 된다. 독서는 독자가 가진 질문과 고민에 즉답하지 않는다. 하지만 독자는 책을 읽으면서 만나는 수많은 단어와 문장들을 통해 스스로 대화하고 생각하면서 알고자 했던 답의 힌트를 얻거나 아이디어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직장인이 책을 읽기는 결코 쉽지 않다. 출퇴근 하면서, 자투리 시간이 날 때 마다 틈틈이 책을 읽는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큰 도움이 되질 못한다.

 

저자 역시 이러한 짬짬이 독서는 기억력의 한계로 인해 잠재적 결합이 제한을 받는다는 점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기가 어렵다고 평가한다. 그러면서 이러한 한계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빌 게이츠가 ‘생각주간’이라는 2주간의 휴가 동안 책을 읽는 것처럼 우리 역시 다양한 책과 에세이를 집중적으로 읽는 시간을 따로 만드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빌 게이츠처럼 많은 시간은 아니더라도, 직원들에게 시간을 내서 새로운 기술을 배우도록 장려하는 것처럼 시간을 내서 독서를 하게 해서 새로운 아이디어의 네트워크에 빠질 시간을 마련해주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독서경영을 기업문화로 하는 기업들이 주목받는 이유를 찾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아이디어를 생각하느라 고민하지 말고, 이제부터 산책을 하고, 예감을 키우자. 그리고 여러 가지 취미활동을 하고, 커피하우스 같은 곳에서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공유하자. 마음껏 수다를 떨며 남의 생각을 빌리고, 재활용하고 다시 만들다 보면, 여러분도 기발한 아이디어를 얻을지도 모른다.

 

 

본 이미지는 팍스 TV(12월 106일) 부자가 되는 책에 방송된 내용입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 리뷰는 코오롱 그룹 사보 KOLON (2012년 12월호)에 실린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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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조건 - 사람은 무엇으로 행복을 얻는가
바스 카스트 지음, 정인회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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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기억 용량 한계 있어…배우자 선택·인터넷 쇼핑 등 선택 폭 넓어지면 고민만 늘어
물질적 생활수준 높아졌지만 친밀한 관계서 멀어진 현대인 지위·명예 집착해 불안 높아져
더 적을수록, 버릴수록 행복…탐욕 절제와 포기를 알아야


‘짝’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대한민국 미혼 남녀의 짝을 찾는 기준을 리얼하게 보여주는 남녀 심리에 대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남녀 각각 5~6명이 애정촌으로 들어가 자신의 짝을 찾는데, 자신에게 맞는 최상의 짝을 찾기 위해 다양한 전략으로 상대를 알아간다.

그런데 5~6명보다 많은 100명의 상대가 있다면 어떨까. 과연 몇 쌍의 짝이 탄생할까. 100명의 상대가 있다면 5명이었을 때보다 더 훌륭한 상대를 만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수십 쌍의 짝이 탄생할 것 같지만, 《선택의 조건》의 저자 바스 카스트에 따르면 엄청난 선택지 앞에서 머리를 싸매다가 좌절하거나 우울증에 빠져 짝이 단 한 쌍도 이뤄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독일 저널리스트이자 심리학자인 저자는 마치 평생을 함께할 짝을 찾듯 최선의 선택을 하려는 현대인들에게 엄청나게 많은 선택지는 오히려 선택의 고통을 줄 뿐이라고 말한다. 그럼 몇 개의 선택지가 최적일까. 미국의 심리학자 조지 밀러는 우리의 단기기억 용량은 한정돼 있어서 평균 5~9개의 정보 단위를 기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공교롭게도 ‘짝’에서 출연한 남녀의 숫자 역시 이 숫자를 넘은 적이 없다
.


그렇다면 선택의 고통을 가장 피부로 느낄 때는 언제일까. 두말할 것도 없이 쇼핑할 때일 것이다. 오랜만에 쇼핑몰에서 옷 한 벌을 사려고 이 창 저 창 켜놓북마크하고 많은 탭을 띄워놓고 비교하다가 나중엔 결정하지 못하고 시간만 보낸 뒤에 결국 컴퓨터를 꺼버리곤 한다. 처음엔 쇼핑한다는 마음에 신이 났다가 나중엔 짜증이 나서 아무 것이나 선택한 적도 적지 않다. 이처럼 온라인 쇼핑이 힘든 이유도 정보가 많기 때문이다. 즉 비슷한 가격에 비슷한 제품, 많지만 제각각인 리뷰들 그리고 많은 지식인들. 확인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선택의 폭이 넓으면 더 큰 만족감을 얻을 것 같지만 결과는 정반대다. 저자는 오늘날과 같이 풍요로운 세상에 현대인이 행복해지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물질적생활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안락한 삶을 살 것이라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1979년 이래 최근까지 10%가 넘는 실질 경제 성장률을 보였던 중국의 행복도는 과연 얼마일까. 중국인들의 행복도가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나빠졌는데, 이유는 극단적인 빈부격차 때문이다. 벨기에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 같은 선진국 국민들이 그들보다 부유하지 않은 개발도상국 국민들보다 더 자주 정신질환을 앓는다는 결과도 있다.

저자는 심리학 뇌과학 사회학 정치학 경제학 등 여러 분야의 풍성하고 재미있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부유한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보다 왜 더 외로울까, 자유로운 사회 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왜 수많은 기회 속에서도 힘겨운 삶을 사는 것일까 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 나간다. 이에 대한 저자의 아이러니한 대답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즉 돈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사적이고 친밀한 관계로부터 점점 멀어지며, 사회가 부유해질수록 개인은 점점 개인적인 소망과 계획을 추구하면서 외로워진다. 결국 가족 간의 유대와 사회적인 관계에서 느끼지 못하는 외로움을 세상에서 얻는 인정, 즉 커리어로 보상받으려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불안과 도시의 분주함, 다양한 매체에 의한 주의력 결핍 등으로 노이로제 수준에 이르게 된 도시인들의 고민에 명쾌한 진단과 처방을 내린다.

나아가 저자는 현대인들의 화두인 ‘행복’이 거리 곳곳에 놓여 있음을 알려준다. 즉 내가 찾고 있는 행복은 ‘높은 지위, 재산, 명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삶 속에서 절제할 줄 알고 포기할 줄 알 때 비로소 찾아온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적을수록, 버릴수록, 느릴수록 행복이 온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의 펀드 거물 존 보글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은 탐욕에 있다며 “충분함을 알라”고 말했다. 충분함을 모르면 누구든 인생 전반에서 길을 잃어버리기 쉽다. 사과 상자에 가득 담긴 현금 뭉치에 현혹돼 평생을 일궈놓은 명성을 날리고 쇠고랑을 찬 정치인, ‘초심자의 행운’인 것을 모르고 마치 행운의 여신 운운하며 가산을 도박으로 탕진한 사람들, 이들에게 닥친 모든 화(禍)의 근원은 충분함을 몰랐기 때문이다. 2012년 우리나라의 대표 키워드 두 가지를 손꼽으라면 단연 선택과 힐링일 것이다. 이 책은 독자에게 이런 선택의 고민과 힐링의 대안을 선사한다.


김은섭 북칼럼니스트
이 리뷰는 10월 19일자 한국경제 [책마을]에 기고한 원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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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이어트 Quiet -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
수전 케인 지음, 김우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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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러보라. 직원의 절반은 사실, 내성적인 사람들이다!

 

 

우리가 아는 인도의 간디는 청년시절 평범한 변호사였다. 어느 날 그는 마리츠버그 역에서 1등석 차표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인도 사람이라는 이유로 화차(火車)로 쫓겨났다.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며 되돌아가려 했지만 역무원으로부터 심한 구타와 욕설만 돌아왔다. 간디는 극심한 모욕감으로 가득한 그 날의 경험을 통해 홀연 각성한다. 그리고 자신이 할 일은 개인을 법률로 돕는 변호사가 아니라 인종차별로부터 인도 사람들을 구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혁명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체 게바라 역시 평범한 의학도 시절이던 20대 초반 오토바이를 타고 떠난 7개월간의 라틴아메리카 여행 중에 추운밤 담요 한 장 없이 부둥켜안고 자는 칠레의 한 노동자 부부에게 하나뿐인 자신의 이불을 건네주면서 의사가 아닌 혁명가로서의 길을 선택했다.

 

현 서울시장인 박원순도 마찬가지다. 대학시절 젊은 혈기에 데모에 참가했던 그는 긴급조치 9호에 의해 학교에서 제적되고 4개월 동안 교도소에 갇히게 되었다. 그 4개월이 박원순을 바꿔놓았다. 그는 출옥 후 고시에 합격하여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었고 서울시장이 되었다. 세 혁명가의 공통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셋 모두 내성적인 사람이라는 것이다.

<콰이어트>(리더스북)의 저자 수전 케인은 내성적인 사람들에 주목했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내재되어 있는 ‘내향성’을 들여다봤다. 아울러 그녀는 엘리너 루즈벨트(영부인), 앨 고어, 워런 버핏, 마하트마 간디, 로자 파크스 같은 중대한 발자취를 남긴 사람들이 내향적인 사람들이며 그들의 내향성이 사회와 만나 어떤 중대한 효과와 성과를 냈는지를 알아냈다.

 

 

 

저자는 세상은 외향적인 사람을 선호하지만 정작 세상을 바꾸는 건 내성적인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간디, 아인슈타인, 고흐, 그리고 애플의 공동창립자인 스티브 워즈니악 같은 조용하고 이지적인 사람들이 위대한 통찰과 창의성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원동력도 바로 내향성에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내향성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자신이 어린 시절 조용하고 소심한 책벌레 소녀였기 때문이다. 프린스턴과 하버드 법대를 우등생으로 졸업한 후 기업과 대학에서 협상기법을 가르치는 변호사가 되었다. 하지만 내성적인 자신의 성격이 직업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그녀는 항상 궁금했다. ‘왜 세상은 외향적인 사람을 선호하고, 왜 내향적인 사람은 자기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원래의 성격을 감추려 하는 걸까?’ 수년간의 연구와 수많은 사람과의 인터뷰 끝에 그녀는 자신과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내향성이 얼마나 위대한 기질인지 스스로 증명해보기로 했다. 7년의 연구 끝에 나온 결과물이 바로 <콰이어트>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수다스러운 사람(외향적)은 더 똑똑하고, 잘생기고, 재미있고, 바람직한 친구로 평가된다. 잡담 능력과 좋은 아이디어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데도, 입심이 좋은 사람은 과묵한 사람들에 비해 훨씬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과묵한 사람(내향적)을 떠올리면 밋밋하고, 재미없고, 부족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우리의 생각은 중대한 실수라고 지적한다. 인류의 가장 위대한 사상, 예술, 발명품 중 진화론과 반 고흐의 <해바라기>에서 개인용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것들이 사실은 조용하고 이지적인 사람들에게서 탄생했기 때문이다.

 

“내향적인 사람이 없었다면 중력의 법칙, 상대성의 법칙, 쇼팽의 ‘녹턴’,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피터 팬, 오웰의 ‘1984와 동물농장’. 찰리 브라운, 구글, 해리포터와 같은 것들은 없었을 것이다.”

 

내성적인 사람은 기업에서도 빛난다. 저자는 찰스 슈왑, 빌 게이츠와 같이 성과가 좋은 CEO의 상당수가 내향적이라고 말했다. 경영의 구루 피터 드러커도 “내가 만난 효율적인 사람들(CEO)의 한 가지 유일한 공통점은 카리스마가 없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외향적인 사람들을 칭송하고, 그가 가진 카리스마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고 그들을 추구한다. 물론 외향성을 지양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향성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외향적 기질을 환영하게 된 것일까. 그 역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짧은데, 도시화가 진행되고 사회적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부터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보다는 수많은 타인들과 접촉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대중 속에서 한 개인은 옆에 있는 남들보다 더 적극적인 사람이 되어야만 인정받을 수 있었다. 적극성은 성공의 지름길이었다. 그래서 점점 더 열정적이며 두려움을 모르는 에너지 넘치는 인간형들의 집합소가 되어간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보다 보이는 것을 믿고 따르기가 더 편하니까.

 

한편 저자는 요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는 기업의 새로운 집단사고(집단지성)도 경계했다. 새로운 집단사고는 무엇보다 팀워크를 중시해서다. 즉 새로운 집단사고는 “혁신은 근본적으로 사회적이다”, “우리 중 누구도 전체보다 똑똑하지 않다”는 말들을 내세워 ‘나’보다는 ‘우리’를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 주위의 세 사람 중 한명 꼴로 이를 거부하고 ‘혼자 생각하고 놀기를 좋아하는’ 내향적인 사람이 엄연히 존재한다.

 

요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열린 사무공간이 좋은 예다. 저자는 프라이버시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열린 사무공간은 내향적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해서 결국 생산성을 깎아먹고 업무효율을 떨어뜨린다고 말한다. 심지어 직원들의 높은 이직률도 열린 사무공간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 책의 전반에 걸쳐 던지는 메시지는 단 하나, ‘내성적이고 조용한 사람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하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내성적인 사람’을 변하라고 종용할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인정하라는 뜻이다. 이에 대한 저자의 제안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협동 작업을 맹신하지 말라. 직장이나 학교 모두 협동도 필요하지만 개인이 더욱 창조적이려면 더 많은 사생활과 자유, 자율성이 필요하다. 혼자 문제를 해결할 때 깊은 사고를 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깊은 생각의 시간을 가지라는 것이다. 세상으로부터 독립된 나의 내면을 더 자주 들여다보는 고독의 끝에 깨달음이 있고, 그것은 통찰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셋째는 내성적인 사람들에 대한 메시지로 썩 내키지는 않겠지만, 자신의 생각을 종종 드러내라는 것이다. 세상은 당신이 가진 그것을 필요로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 리뷰는 코오롱 그룹 사보 KOLON 8월호 '북소믈리에'에 소개된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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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에서 깊이로 - 철학자가 스마트폰을 버리고 월든 숲으로 간 이유
윌리엄 파워스 지음, 임현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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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내면의 깊이와 친해져야 할 때

 

도시의 끔찍한 교통 체증을 피해 워싱턴 근교의 작은 마을로 이사한 윌리엄 파워스라고 하는 남자는 어느 날, 보트를 타다가 실수로 물에 빠지고 말았다. 휴대전화가 고장난 것을 확인 하는 순간, 앞으로 하루 이틀 동안 재앙을 맞았다는 좌절감과 함께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것은 바로 ‘그 누구도 지금의 나를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휴대전화가 없는 혼자‘는, 진짜 혼자였다.

 

그는 이 고립의 순간을 경험한 후 자신의 ‘과도한 디지털 문화’를 생각하게 되었다. 굳이 열어서 읽어야 할 메일도 없고, 클릭하거나 댓글 달 일도 없어지자, 의외로 마음이 평온해짐을 경험한 것이다. 그리고 디지털 혁명으로 세상은 가까워졌지만 그 대신 우리 내면의 중요한 것, 바로 시간을 두고 천천히 느끼고 생각하는 방법을 잃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크린을 통한 네트워크 가 촘촘해 질수록 우리의 일상은 정신없이 바빠졌다. 그로 인해 우리는 매우 중요한 것을 잃고 말았다 바로 시간을 두고 천천히 생각하고 느끼고 생각하는 방법이다 우리는 이를 두고 ‘깊이’ 라는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사고와 감정의 깊이, 인간관계의 깊이,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깊이가 사라지고 있다 충만 하고 의미 있는 삶의 핵심인 깊이가 사라져 간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19 페이지)

 

 

혹시, 오늘 아침 출근길 지하철 풍경을 떠올릴 수 있는가? 열에 아홉 명은 귀에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폰을 지켜보거나 두드리고 있다. 고개를 숙이고 오랫동안 스크린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림자와 빛이 겹쳐 흡사 좀비를 닮았다. 내 스마트폰 속에 들어 있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 다양한 유무선 기술의 애플리케이션들은 혼자 있는 나를 외롭지 않게 해준다.

 

하지만 공짜는 없다. 대신 내게서 ‘생각하는 시간’을 빼앗아가고 있다. 그렇다. 지금 우리는 하루 종일 ‘바쁘게’ 살아갈 뿐, 정작 생각하지 않고 살고 있다. 그렇다고 생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바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생각할 수 있는 조용한 시간이 생기면 참지 못하고 스마트폰을 켠다. 혹 잠깐이라도 생각에 빠지면 ‘쓸데없이 멍~ 때린다’고 핀잔을 듣는다. 그래서일까. 언제부턴가 잠깐의 침묵에도 우리는 쉽게 외로워지고 불안해진다. 그리고 곧 스마트폰을 켠다.

 

 

 

 

저자는 <속도에서 깊이로>(21세기북스)를 통해 디지털 도구는 필요악이라고 말한다. 디지털 도구를 이용해 인간관계를 풍요롭게 하고 감정적 사회적, 정신적인 갈증을 해소하며 자신을 창조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로인해 인류는 스크린에 사로잡혔고, 디지털 기술은 마치 정치나 종교적 믿음에서나 볼 수 있는 헌신적이고 충성도가 높은 마니아층을 양산해냈기 때문이다. 언제나 연결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디지털 맥시멀리스트’들에게 디지털 기술은 단지 새로운 도구가 아니라, 혁명적인 신념이고 삶의 목적이며 이 세상에서의 삶을 완벽하게 해주는 새로운 발견이자 삶의 해답이다.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어버린 것이다. 디지털 기술이 우리의 삶에 유익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서 ‘하이퍼컨넥티드Hyper Connected 된 삶이 과연 우리가 바라던 삶인가?’ 질문해 봐야 한다.

 

 

“경고! 정보의 시대에 지식 노동자들은 평균적으로 3분에 한 번씩 다른 활동을 한다. 이메일이나 전화가 집중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집중력이 일단 흐트러지면 다시 업무에 복귀하는데 대략 30분이 걸린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시사평론가 고든 크로비츠가 칼럼에 쓴 내용이다. 한때 IT전도사였던 니콜라스 카(Nicholas G. Carr)는 어느 날 독서 시간을 채 30분도 넘기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책을 읽고 있어도 전혀 몰입을 할 수도 없었다. 예전의 독서 몰입도가 잠수부였다면, 지금은 서핑을 하는 서퍼처럼 느껴졌다. 그는 이유를 각종 ‘스크린’ 때문이며,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망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라는 제목의 책에 고백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바로 우리들의 모습일지 모른다. 구글의 회장이자 최고 경영자인 에릭 슈미트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2009년 봄 펜실베니아 대학 졸업 축사에서 이런 말을 했다.

 

 

“컴퓨터를 꺼라. 휴대전화도 꺼라. 그러면 주위에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첫발을 떼는 손자, 손녀의 손을 잡아주는 것보다 더 소중한 순간은 없다.”

 

 

이 말은 진보를 반대하는 러다이트Luddite가 아니다. 현실에서 만나는 경험(스크린은 결코 제공하지 못하는)과 깊이 있는 생각을 강조한 말이다. 그렇다면 깊이 있는 생각을 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파워스는 그 답을 과거에서 찾았다. 과거로 돌아가 일곱 철학자들, 플라톤, 세네카, 구텐베르크, 셰익스피어, 플랭클린, 소로, 맥루한의 통찰을 빌렸다. 디지털 시대의 문제점에 대한 해답을 과거에서 찾는다니 어불성설같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명쾌하다. 21세기에 디지털 혁명이 있듯 철학자들이 살았던 과거에도 인쇄술, 철도와 전보와 같은 혁명의 시기는 있었다는 것이다. 혼돈과 혼란의 혁명기에도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통제하며 위대한 사상들을 창조해낸 그들의 깊이 있는 생각을 추적한 것이다.

 

플라톤은 분주한 도시와 군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물리적 거리’를 두는데 노력했다. 하루 몇시간씩 일부러 멀어지는 것도 방법이다. 최근 내가 찾아낸 멋진 아이디어들도 대부분 인터넷 서비스가 거의 안되는 KTX 속이었다. 세네카는 편지를 쓰면서 분주한 일상 속에서도 의식적으로 내적 거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자신의 내면을 돌보며 자율성을 회복할 수 있었다. 뜨개질, 요리, 자동차 엔진이나 자전거 손보기 등 손을 움직이는 일을 하며 몰입한다면 스마트폰과 자연히 멀어질 수 있다.

 

인쇄술을 발명한 구텐베르크는 ‘책’이라는 내적 공간에 접속하는 도구를 만들어 자기성찰의 기회를 만들었고, 군중들의 내적 읽기를 가능하게 했다. 책을 읽어라. 마음껏 생각하고 상상하는데 책만한 것이 없다. 셰익스피어는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적을 수 있는 특별한 메모장이 있었고, 벤저민 프랭클린은 스스로 만든 ‘13가지 덕목’을 습관화하면서 하루를 분주하게 살면서 나름의 생활 질서를 만들어냈다. 소로는 월든 숲이라는 자신만의 은신처를 만들어 고독을 즐길 줄 알았고, 맥루한은 정보에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선택적으로 관심을 둠으로/서 분주해지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저자는 생각이 탄생하는 곳은 ‘디스커넥토피아’라고 단언하며 일주일에 이틀 정도 모든 네트워크를 차단하는 ‘인터넷 안식일’을 제안한다.

 

깊이 있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해서 당장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끊고 소로처럼 월든 숲으로 들어가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수중에 스마트폰이 있고, 와이파이가 되는 인터넷 환경에서도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지금껏 외부의 환경과 친했다면, 이제 우리의 내면과 친해질 시간, 내가 만든 고독을 만끽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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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캣 - 빠르게 판단하고 결정하라
권업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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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가 선구안 발휘하는 0.4초…판단과 동시에 창의적 실행 필요
변화무쌍한 비즈니스 환경, 가장 중요한 건 '순간대처 능력'

"점진적 변화로 이어온 진화의 시대가 가고 불연속적이고 비선형적인 혁명의 시대가 왔다.” 세계적인 경영구루 게리 하멜의 말이다. 변화 양상 자체가 급변해서 예측이 불가능한 혼돈의 시대가 돼버린 오늘날을 정의한 말이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의 ‘계획’은 대니얼 핑크의 말처럼 난센스이고 완벽한 쓰레기일지 모른다. 변화를 예측하는 순간도 변화해서 ‘무엇이 언제 어디로 튈지 전혀 모르는데’, 어떻게 예상하고 계획한다는 말인가. 우리가 과거와 단절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지금 ‘계획’으로 움직이던 과거를 버리고 내부로부터 혁명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혁명의 이데올로기는 무엇일까. 바로 ‘스캣(SCAT)’이다.

스캣은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임기응변의 기술, 창의력과 순발력, 판단력으로 반짝이는 기지를 발휘해 상황을 극복하고 원하는 결과를 성취해내는 능력,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맞설 수 있는 힘을 말한다. 스포츠는 순간의 선택들이 시합의 승부를 가른다. 야구에서 타자가 선구안을 발휘할 시간은 고작 0.4초다. 축구에서 스트라이커가 오프사이드 라인을 읽고, 달려드는 수비수와 가로막는 골키퍼를 피해 골을 넣기 위한 슛을 결정하는 시간도 거의 순간에 가깝다. 그 순간의 선택들이 ‘각본 없는 드라마’를 만든다.

GS칼텍스(옛 호남정유) 기획부와 산업연구원(KIET)에서 쌓은 실무를 겸비한 권업 계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스캣》을 통해 스포츠처럼 변화무쌍한 오늘날의 비즈니스 환경에서 가장 필요한 비즈니스 능력은 스캣, 즉 ‘순간 대처 능력’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재즈 가수들이 가사 대신 즉흥적으로 흥얼거리는 재즈의 한 창법이 어원인 스캣을 비즈니스에서 예상치 못한 긴박한 상황에서 판단과 실행이 거의 동시적으로 이뤄지는 창의적인 대응방법으로 치환시켰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스캣의 달인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보리새싹으로 한겨울에 잔디를 꾸미고, 500원짜리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으로 대한민국의 조선 능력을 가늠하게 한 일화는 좋은 스캣의 사례들이다.

오프라 윈프리도 빼놓을 수 없는 스캣의 달인이다. 그녀는 자신의 토크쇼에서 근친상간의 성폭행을 털어놓은 출연자의 돌발적인 행동에 자신 역시 성폭행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털어놓는 ‘공감의 스캣’으로 방송사고의 순간을 감동의 순간으로 역전시켰다.

 

 

 

 

스캣은 때로는 생명을 구하고, 역사를 바꿨다. 2009년 1월 승객과 승무원 156명을 태운 US 에어웨이 항공기가 단 한 명의 인명피해 없이 허드슨강에 불시착한 것도 슐렌버거 기장의 스캣 덕분이었다면, 미드웨이 해전에서 미국 항공모함의 2차 공격에 대한 판단을 지체한 나구모 제독은 태평양전쟁의 주도권을 미국에 넘겨주고 말았다. 그가 스캣하지 못하고 흘려버린 시간은 단 10분이었다.

동서고금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저자는 삶이 곧 스캣이라고 정의한다. 우리의 일상 자체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맞추어 적절하게 대응하는 ‘즉흥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역시 스캣의 연속이다. 그래서 어떤 식으로 올지 몰라 두려운 미래를 무리하게 예측하는 대신, 차라리 담대하게 받아들이고 상황에 빠르게 적응하는 편이 낫다고 말한다. 변화를 예측하는 대신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능력, 즉 스캣 능력을 키우는 것이 현대인들에게는 최우선이라는 것이다. 스캣 능력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저자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바꾸고 또 바꿔라, 입장 바꿔 생각하고 실패 확률이 70%면 도전하라, 규칙과 고정관념에 도전하고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라고 조언한다.

노키아와 소니는 다가올 미래에 대해 너무나 치밀하고 구체적인 계획으로 대응하다 결국 무너졌다. 하나의 예상이 빗나가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몰렸지만, 그들은 계획을 바꾸지 않고 그 계획을 실현시키기 위해 집착했다가 몰락했다. 반면 애플은 시장과 소비자의 환경 변화에 맞춰 계획을 계속 수정하며 제품과 콘텐츠를 확보해 나갔다. 오늘날처럼 시장환경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하고 변화가 빨라지는 파괴소비시대에는 노키아와 소니의 치밀한 계획은 맞지 않았던 것이다.

스웨덴의 H&M, 스페인의 자라, 일본의 유니클로 등도 수시로 변하는 트렌드와 소비자의 요구에 대응하며 패스트패션 체제를 이끌고 있다. 스캣은 불확실한 미래의 생존전략이다. 내일을 고민한다면 스캣하라.

김은섭 북칼럼니스트

이 리뷰는 <한국경제신문> (2012년 7월 6일자) '책마을'에 실린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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