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경제학
토스.박민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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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뭐가 뜨지?


며칠 전 블로그에 서재에 들어온 이 책 <미식경제학>을 소개한 적이 있다. 

전체적으로 주욱 훑어보고 기대평을 이렇게 적었다. 



"성수동과 연남동, 한남동과 홍대가 핫하다!

세상의 모든 맛난 먹을거리와 눈요깃 거리가 가득한 곳이 이곳이어서다. 

그런데, 남이 좋다니 '근갑다'하고 찾아가서 지갑을 열 것인가?


왜 좋은지, 뭐가 좋은지...그리고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 생각을 만들어야 내가 '핫'해진다. 


유튜버이자 '사운즈한남'의 총괄 셰프 박민혁이 책을 썼다. 

살아내기도 바쁠 텐데, 책까지 낸 것을 보면 저자가 대단하다. 

내용도 알차고, 재밌고 화려한, 그리고 멋진 이미지가 이해를 돕는다. 


핫플 100배 즐기기가 가능한 책, 

마치 명품 브로셔를 펼친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어제 저녁 스마트폰을 끄고 이 책을 읽었다. 

"요즘 애(청년)들은 이런 책도 있고, 참말로 좋겠다." 

이 책을 덮으면서 남긴 내 한줄평이었다.





젊은이들의 핫플 브로셔같은 책


우선 책이 예쁘다. 책과 브로셔의 딱 중간?

글로 가득한 책이 아니다. 

그림과 글이 잘 어울어진, 군더더기 덜어내고

꼭 필요하고 할 말만 담은 책.

그래서 읽기가 무척 편하다. 



내용은 요즘 청년들이 관심있어 하고 좋아할 만한 내용들로 채웠다.

선남선녀들이 이성을 만나기 전 읽어서 알아두면 좋겠다는 생각에 난

"요즘 애(청년)들은 이런 책도 있고, 참말로 좋겠다." 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이 책이 품고 있는 메인 메뉴는 다음과 같다. 


EP 1. 와인계의 민트초코, 내추럴 와인

내추럴 와인이 뭐길래, 힙의 대명사가 된 걸까?

EP 2. 핫플레이스의 조건

서울에서 성수동은 어떻게 핫플이 되었나?

EP 3. 당신이 모차렐라 치즈밖에 모르는 이유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치즈는 왜 아직 많지 않을까?

EP 4. 스타벅스가 리저브를 시작한 이유

스타벅스는 왜 갑자기 변화를 결심했을까?

EP 5. MZ세대를 사로잡은 오마카세

오마케세 테이블 구조와 경제의 상관관계

EP 6. 40년 만의 인플레이션, 식량이 주목받는 이유

40년 만의 인플레이션, 식량이 주목받는 이유

EP 7. 요즘 잘 나가는 K-푸드는 나물

비건은 선택지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넓히는 것이다




누가 썼다고?




저자가 흥미롭다. 주인공은 쉐프이자 유튜브 크리에이터인 공격수셰프. 

그보다 내 관심이 꽂힌 건 바로 toss라는 기업이 함께 참여했다는 점이다. 



금융 앱 토스를 만든 비바리퍼블리카는 간편하고 안전한 금융 생활의 꿈을 현실로 바꿔 나가는 회사로 일상 속에 돈 이야기가 더 쉽고 재미있게 스며들기를 바라며, 취향과 경제를 잇는 콘텐츠 채널인 〈머니그라피〉를 운영 중이다. 토스는 이 채널을 통해 미식, 패션, 음악 등 좋아하는 것들을 기반으로 생각과 지식을 나누는 커뮤니티를 지향하고 있는데, 공동저자이기도한 박민혁과 '미식경제학' 이라는 컨텐츠를 만들었고, 이게 힛트치자 책으로까지 내게 된 것. 

고객과의 점접을 위해 만든 유튜브 채널의 콘텐츠가 OSMU되어 책이 된 것이다. 



이 책을 리뷰하기는 어렵다. 앞서 말한 것처럼 군더더기 없는 내용들이라 

말하다 보면 책을 다 설명할 것 같고, 요약하는 것 역시 스포일러가 되기 쉬워서다. 

해서, 이 책을 읽고 내 버킷리스트에 담은 내용을 설명하고자 한다. 


며칠 후 '오스트리아,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로 여행을 떠나는데, 공교롭게도 이 책에 소개된 내추럴 와인의 산지로 각광받는 곳 중에 헝가리와 오스트리아가 있더라. 해서, 그곳에서 내추럴 와인을 맘껏 즐기겠노라 리스트업했다. 만약 내가 내추럴 와인의 매력에 푹 빠진다면 이 책 덕분이리라. 


요즘은 스시 하면 오마카세다. 

오마카세의 유래를 보면 세계 4대 상인 중 하나인 '오사카상인' 상술을 엿볼 수 있다(부러워말자, 세계 4대 상인 중에는 개성상인이 있으니까). 참고로 다찌가 불러온 회전율은 오래된 책인데, <경영학 콘서트>를 찾아보면 도움이 될거다. 



커피를 좋아하는 나 역시 집 근처에 생긴 스타벅스 리저브가서 느낀 점은 한국인의 커피에 대한 식견을 따라잡기 위한 비책이란 점이었다. 이 책에서 내 직감이 들어맞음을 정확하게 짚어주었고, 배경지식도 넓혀주었다. 



이 밖에도 성수동과 같은 핫플과 젠트리피케이션의 상관관계, 그리고 40년 만에 찾아온 인플레이션과 식량위기는 많은 시사점을 말해주고 있었다. 







카페나 차에서 읽기에 폼나고, 아는 체 하기 딱 좋은 핫템!



핫 플레이스나 핫한 메뉴는 누가 못 가고, 못 먹나? 쩐만 있음 누구나 가능하다. 

튀어보이려면 여기에 지식이라는 잇템이 플러스 되어야 한다. 



이성과의 데이트에서 내추럴 와인을 시키고, 아르티장 치즈를 안주로 시키면서 


"내추럴 와인은 어떻게 만드냐면 말야~" 

"아~ 이 아르티장 치즈가 다른 치즈와 다른 점은 말야~" 


하며, 몇 마디 툭 던지면 상대가 어떻게 반응할까?



"영상이 있는데, 뭐 굳이 책을...." 

라고 누군가 말한다면, 그 이는 편집된 영상보고 영화봤다고 하는 사람이다.



콘텐츠 영상은 가니쉬일 뿐, 

메인디쉬는 이 책이다. 


한마디로, 이 책을 읽고 영상을 보면 퍼펙트하단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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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위의 직관주의자 - 단순하고 사소한 생각, 디자인
박찬휘 지음 / 싱긋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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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껏 만지고 탈 수 있는 예술품, 자동차

 

"얘, 이건 정말 예술이지 않니?

예술품은 우리가 만질 수가 없잖아. 하지만 난 예술품을 매일 만지고 탄다고!"

 

내가 무척 좋아하고 따랐던 큰형님 같은 출판사 대표가 자신의 애마(?)아우디에 나를 태우며 한 말이었다. 커피와 담배를 좋아하는, 옷맵시가 무척 좋은, 무엇보다 자동차 아우디를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10년 전 덕수궁 돌담길에 있는 그가 좋아하는 커피집에서 그를 처음 만났을 때 우리는 맛난 커피를 연거푸 마시며 마치 '서로의 이상형을 만난 첫데이트' 처럼 이야기를 나눴다. 가족을 캐나다로 보내고 홀로 지내는 큰형님 같은 그 분을 위해 나는 생각날 때 마다 곰탕과 명란젓, 더덕무침 같은 먹을 거리를 보냈고, 자신이 좋아하는 안경테와 향수를 답으로 보내줬다. 서울에 갈 일이 있으면 그 분을 만나 사랑을 하듯 커피를 얻어 마시고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그를 무척 좋아했다.

 

두 달 전, 그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간 수많은 전화를 나눴지만 내게 기색조차 하지 않다가 야속하게 떠난 뒤에야 소식을 들었다. 고독해서, 그래더 더 멋졌던 사람, 그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그가 사랑한 예술품 아우디가 떠오른다. 

 


(고) 권성준 에이콘 출판사 대표님

 

형님의 예술품을 만든 디자이너를 우연히 만나다

 

박찬휘 작가의 <딴생각>을 펼친 건 큰형님(?) 덕분인지도 모른다. 내가 사랑한 형님이 사랑한 차 아우디를 디자인한 사람이라기에 반가웠다. 그 분께도 형님 차를 디자인한 사람이 책이 냈다고도 알렸다. 그는 꼭 읽어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때도 그는 자신의 몸 속에서 이글거리는 불잉걸을, 내게 말하지 않았다. 

 

 그때 <딴생각>을 읽고 이렇게 짧게 리뷰했었다. 


 


 

  

"책을 읽다 보면 무엇에서도 느끼지 못한 흥분을 느낄 때가 있다.

아직까지 한 번도 하지 못한, 딱 내가 하고 싶었던 그 말을 예서 읽었을 때,

어느 언저리까지만 느꼈지만 정점, 즉 엑스터시 같은 결론에 이르지 못한 그 무엇을 예서 찾았을 때,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몇 단어로 설명이 충분한 문장을 예서 만났을 때,

이런 명징한 문장을 만나면,

내게 숨었던 도파민을 폭발하게 한다.

 

'일이관지'란 말을 좋아한다.

한 가지에 궤를 뚫은 사람은 그 사람의 삶 속에 이유가 숨어 있고, 다른 무엇에 손을 댄다고 해도 궤를 뚫을 수 있다...뭐 이런 비슷한 뜻이다.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가 바라본 사물의 세계는, 아니 사물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과 생각은 반할만큼 매력적이다. 그는 자동차 스케치만큼 잘 쓴다.

 

글맛 역시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을 만큼 픙미가 가득하다. 게다가 그의 손끝에서 비롯된 곳곳에 숨은 사진과 사소한 사물의 스케치는 글에 딱 어울리는 멋들어진 가니쉬였다.

그는 목탄과 마카로 스케치하는 하얀 도화지를 일러 '촉각하는 공간'이라 했는데, 그렇게 따지면 내가 읽는 책 역시 손끝으로, 손날로, 펜으로, '촉각하는 공간'이 아니던가.

읽는 내내 마음껏 페이지를 접고, 펜으로 줄을 긋고, 그의 딴생각에 뭔가를 긁적이며 궁싯거리고 있다.

 

읽은 양을 만족하게 하기보다

아직 읽을 양이 남아있음을 안심하게 하는 책을, 오랜만에 만났다.

 

이런 '빵'은

생각날 때마다 두고두고 꺼내어 먹을

아주 맛난 '빵'이다." 

 


그리고 큰형님이 없는 지금, 그가 사랑한 자동차의 디자이너의 새 책이 출간되었다. 

제목은 <종이 위의 직관주의자>, 나는 큰형님을 기억하며 책을 펼쳤고, 느리게 느리게 마지막까지 읽었다. 

그 분이 말한 '누구나 만질 수 있는 예술품'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오랫동안 지켜봐야 할 작가의 등장

 

'전작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데, 그건 영화쪽 이야기고. 책은 절대 그렇지 않구나!' 책을 덮고 난 내 첫 소감은 이랬다. 박찬휘의 전작 <딴생각>이 나와 내 주위 특히 사물에 대한 투철함이 보인 작품이었다면, <종이 위의 직관주의자>는 우리가 느끼는 관념어에 자신이 속한 디자인, 디자이너의 세계를 담았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과 명징한 단어들의 쓰임은 놀라웠고, 호기심과 직관, 긍정과 거리 그리고 디자인이라는 모호함들을 그만의 소화력으로 나를 이해시켰다. 일단 읽기 시작하면 놓을 줄 모르게 했다. 

오래 저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을 읽었을 때 느꼈던 '놀랍고 반가운 당황스러움'을 이 책에서 다시 만났다.

 

당신의 직관을 사랑하라

 

자동차 디자이너인 그는 첫 생각, 직관을 예찬했다. 그는 '오직 직관만이 교감을 통한 통찰력으로 이어진다'고 했던 아인슈타인의 말을 빌려 시험을 볼 때 첫번째로 마킹한 답안과 첫 번째 그림은 나와 가장 가깝다며 이렇게 말했다. 

 

"새로운 생각이 필요할 때는 가장 '나다운 것'이 중요하다. 예술이건 디자인이건 마음속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유한한 심상을 구체적으로 가시화하는 것이 직관의 쓰임새다. 

... 

처음 골랐던 답안이 여전히 찜찜하다면, 이번만큼은 정말로 다시 고치는 게 맞는 것 같다면, 그런데 여전히 잘 모르겠다면, 한번 첫사랑을 떠올려보라. 당신이 얻을 수 있는 가장 올바른 답은 직관 속 황홀했던 첫순간에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맨 처음의 마음, 무엇보다 흔들리지 않고 그토록 완고하기만 했던 첫사랑이 답이다." (본문 122쪽)

 

아울러 그 직관의 표현은 단순함이라고 강조했다. '왜 단순함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저자는 

첫째, 단순함은 개인의 취향을 떠나 모두가 멈추어 쉴 곳이라 했다. 인간은 기술과 기능에 열광하는 한편 복잡계로부터 동떨어지고 싶어 한다. 멍때리기 위해 '불멍'가 '물멍'을 찾아 굳이 떠나는 이유가 그것인데 단순함은 우리를 위로하기 때문이다.  

둘째, 단순함은 창의성을 표현하는 효과적인 방식이라서다. 그는 이 책 곳곳에서 단순함을 강조했는데, 극적인 단순함에 이를 때 우리는 그것을 '우아하다'고 부른다고 했다. 

셋째, 단순함이 바쁜 모두를 돕는 유일한 수단이라서다. 단순한 사물이 복잡한 세상에 쉼이 되어주듯 분주한 모두에게 단순한 소통의 방식은 모두를 돕는 데 기여한다며 할머니도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이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빌려 단순한 설명이 완벽한 이해를 만든다고 했다. 

 



 

욕망, 그 일말의 선함에 대하여

 

유독 내 눈에 띄는 꼭지글은 '욕망이 그리도 나빴나?' 였다. 자동차 디자이너로서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욕구와 욕망에 대한 고찰을 내려놓은 글인데, 그의 생각이 물씬 품어져나오는 대목이었다. 

 

"배가 고파서 시간에 맞춰 식사를 해야겠다는 의지는 욕구이다. 반면 특정 식당에서 특별한 음식을 먹겠다는 의지는 욕망에 해당한다. 새로운 제품을 구상하고 신박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때 우리에겐 욕구와 욕망, 이 두 가지 마음이 모두 필요하다. 

... 

한마디로 말해 욕구는 현재, 욕망은 미래다. 욕구가 내 손에 들린 현재의 물건이라면, 욕망은 현재를 도발함으로서 얻어지는 '신상(신상품)'이다." (본문 185쪽)



아래 위로 접은 좋았던 페이지들. 거의 모든 페이지가 접혀 있다.

 


저자는 SNS에 등장하는 '좋아요' 버튼에 일희일비하는 현대인의 공허한 욕망을 토로했다. 아울러 '나의 욕망이 오롯이 나로부터 나왔다고 착각하기에 SNS 등의  왜곡된 공간에서 타인의 삶을 엿보며 얻은 공험함을 더 치명적으로 느끼고 결국 나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자는 욕망은 그리 참단한 내용의 것이 아니라며 '인간의 욕망은 기본적으로 타자의 욕망일 때에만 인간적일 수 있다'는 프랑스의 철학자 알렉상드르 코제브의 말을 빌려 내가 타자를 사랑으로 욕망하는 만큼 타자가 나를 사랑해주길 바라는 그런 마음이 욕망이고, 사랑의 대상으로 타자를 인식할 때 비로소 인간적인 역할을 다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들은 후 큰형님이 아우디를 사랑한 건 그가 억대의 자동차를 구입할 만큼 돈이 많아서도 아니고, 흔히들 말하는 '하차감'을 욕망해서도 아니었단 걸 깨달았다. 큰형님은 수많은 부품들의 조립품인 이 물건이 빈틈 하나 없이 완벽하게 요철을 없애기 위해 노력한 장인들의 끊임없는 노력에 찬사를 보낸 것이고, 그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는 '승차감' 그 자체를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큰형님이 내게 "얘, 이건 정말 예술이지 않니?" 라고 말했던 건 디자이너들의 구매자에 대한 사랑에 그만의 화답이었던 것이다.

 

 

예술가의 숙명 나, 그리고 세상에 귀기울이기

 


아래 위로 접은 좋았던 페이지들. 거의 모든 페이지가 접혀 있다.

유튜버가 크리에이터라 불리는 시대, 세상에 없던 무엇을 만들면 모두 예술가다. 그 점에서 작가도 예술가로 불린다. 인정하든 말든 디자이너는 현대인들에게 예술가다. 인간의 욕망을 그림으로, 프로토콜 타입으로, 그리고 실체로 만들어냈던 저자는 그만큼 생각이 많았다. 필경 그는 처녀작을 탈고한 후 얼마 되지 않아 이 책의 원고를 쓰기 시작했을 것이다. 잘 나가는 예술가가 또 예술을 하고 앉아 있으니...난 배가 더 고파진다.

 

그는 <종이 위의 직관주의자>에서 지식과 지혜를 논하고, 옳고 그름에 대해 말했다. 또 고독과 오해, 욕망과 긍정, 심지어 짝퉁의 가치에 대해서도 논했다. 아들에 대한 사랑과 할머니의 손길, 장모님이 만든 단 하나 뿐인 명품 손뜨개질 스웨터까지...뮌헨에서의 자발적 고독은 그로하여금 세상을 좀 더 가까이, 그리고 줌아웃되어 최대한 멀리 바라보게 했다. 하릴없이 바쁘기만 한 내가 주목한 건 그런 그의 시선이었다. 그리고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그런 주제들에 대한 그의 필체에 빨려들듯 매료되었다. 

 

마지막으로 반가운 건 그의 독서론이었는데, 고교생들을 위한 강연에서 "그렇다면, 미래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하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그는 독서를 말했다. 전기차 회사의 디자이너이면서 메이킹 팩토리가 되어버린 지구촌을 우려하는 아이러니에 대한 그의 답변인지라 더욱 인상적이었다. 

 


"식상하게 들릴지 몰라도 독서는 사람을 더 사람답게 만드는 행위이자 힘이다. 

가령 생성형 인공지능은 기존의 있는 것을 조합한다. 존재하는 이미지와 이미지가 만나며 유사한 꼴의 파생상품이 만들어진다. 지금보다 늙은 나의 사진을 만들어내고 성별이 뒤바뀐 나의 모습도 생성형 지능이 적절히 조합한 이미지에 불과하다. 

하지만 활자를 통한 개인의 상상은 각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투과한다. 활자와 개인의 사유가 만나 증폭될 때 그것은 삼차원, 사차원을 건너 유일무이함이 된다. 진정한 인간만의 우리만의 스토리텔링의 탄생은 이렇게 다차원적이다." (본문 326쪽)

 


그가 끊임없이 책을 읽는 이유, 책을 쓰기 시작한 이유리라. 두 번째 책을 읽으면서 확실하게 느낀 건, 그가 요즘 잘 찾기 힘든, '휴머니스트'라는 점이다. 다음 주제는 뭘까? 그래서 그의 세 번째 책이 기대된다. 모르겠다, 벌써 도화지를 옆에 두고 글을 타타닥 치고 있을지도.


 

예술을 그리고, 예술을 써 나갈 바쁜 당신의 두 손에,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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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로드맵 - 대한민국 대표 공부 멘토 이병훈의 최상위 솔루션
이병훈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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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내 아이 공부 무엇을 준비해야 해?


부동산 광풍도 가라앉고, 코인 열풍도 꺼지고, 연일 상승상이었던 주식시장도 위험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열기가 식은 적이 없는 것이 하나 있으니, 바로 입시열풍이다. 



흥미로운 건 입시를 볼 주인공인 학생보다 학부모의 관심이 더 뜨겁다는 것. 

공부하는 아이가 여러움이 없게  잘 먹이고, 입히고, 재우며 뒷바라지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는 말은 이미 옛말이 된 지 오래. 부모의 정보력과 재력이 아이의 입시를 좌지우지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 비중이 커진 게 현실이다. '학군지에 있는 좋은 학원'을 보내는 것으로 제 역할을 했다고 말할 수 없다. 마라톤의 러닝메이트처럼 함께 뛰지 않으면 제 아무리 좋은 학원이라도 인풋input 대비 아웃풋output이 기대만큼 좋지 않다는 걸 알게 되서다.



'공부는 애가 하는 거죠'라고 말하면 '무책임한 부모'소리를 듣고, 막상 아이의 러닝메이트가 되어주려니 '내가 뭘 해야 해?' 막막하기만 하다. 몇몇 유명하다는 교육전문가들이 하는 유튜브 방송을 찾아 듣지만 결국 마지막엔 '아이는 부모하기 나름이고, 아이가 잘 못하면 그건 네 책임'이라는 쉬운 대답만 듣는다. 



그도 그럴 것이 십인십색이라고 아이마다 실력이 천차만별이고, 가정의 입장과 처지가 각각 달라서 내가 듣고 싶은 속시원한 대답을 '콕' 찝어 들으려면 학원비 몇 달 분에 달하는 '컨설팅'을 지불해야 하는 게 현실. 문제는 고액을 지불한다해도 컨설팅해주는 선생님이 과연 믿을만 한가, 아닌가는 '또 다른 학부모의 선택'에 달렸다. '그것참, 정말 더럽게 어렵네...' 소리가 학부모에게 나오는 게 현실이다. 



"초중등 몇 학년 짜리가 공부를 잘 하게 하려면 지금, 당장 뭘 해야 하냐고?"



학부모들이 듣고 싶은 대답은 이런 거다. 

"아, 그러시군요 학부모님. 그럼 이런 저런 공부를 하게 도와주시고요, 그 수준은 이정도까기 끌고 가면 됩니다. 부족하면 요걸 하고요, 잘 따라오면 그 다음은 저걸 하게 도와주세요. 

학부모님의 아이 나이는 학습을 하면서 이런 문제와 저런 문제에 부딪힐 건데요, 그럼 이~렇게 하면 되요.  

생활면에서는 이런 식으로 좌충우돌 거에요. 그 때는 저렇게 하세요. 

그리고 이건 생각 못하셨을 텐데요, 이런 문제도 생길거에요. 그건 요오~렇게 하면 쉽게 해결될 거에요."



"에이~ 그런 쪽집게 같은 책이 어딨어?" 싶겠지만, 그런 책이 며칠 전 출간되었다. 



'공부가 머니?'로 널리 알려진 교육전문가 이병훈의 신간이다. 제목은 <SKY 로드맵>(쌤앤파커스)인데, 책을 펴자마자 군더더기 하나 없이 '학부모의 궁금증'을 바로 풀어주기 시작한다. 대치동과 학군지에서 자기주도학습과 공부법, 입시전략과 진로 적성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하기로 유명한 저자인 만큼 그의 멘토링은 믿고 들을만 하다. 무엇보다 저자보다 더 광범위하고 속시원한 솔루션을 제시할 사람은 아직 찾지 못했기에, 그의 신간은 '가뭄에 단비' 처럼 반가웠다. 








프롤로그부터 압권이다. 제목은 "공부해야 할 9가지 이유" . 저자 자신이 생각하는 공부의 당위성인데, 공부를 하기 싫어하는 자녀에게 동기부여를 줄 수있도록 독자인 학부모에게 '언제든 읊어낼 수 있는 레파토리'를 만들어 주었다. 제목만 살펴봐도 두근거린다.



첫째, 삶을 대하는 태도가 공부 자세에서 결정됩니다. 

둘째, 성취해 본 경험이야말로 어른이 되어 다른 도전을 할 때 좋은 연료가 될 수 있습니다. 아니라면 최소한 첨가제 정도는 될 수 있습니다. 

셋째, 공부를 통해 자기를 조절하는 힘을 키울 수 있습니다. 

넷째, 자신의 노력이 결실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통찰력이 생깁니다. 

다섯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과 용기를 터득할 수 있습니다. 

여섯째,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규범성, 성실함, 책임감 등등의 기초소양을 갖추게 됩니다. 

일곱째, 공부를 통해서 다양한 인지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습니다. 

여덟째, 좋은 학벌과 학력이 후회할 일을 만들지는 않습니다. 

마지막 아홉째, 공부해서 좋은 대학을 가야 할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거기에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공부를 하면 삶에 대한 태도는 물론, 몰입을 통한 집중력과 자기 조절력, 문제해결력 등이 길러진다. 특히 꾸준히 공부하면서 규범성과 성실함, 책임감등이 길러지는데 이런 능력이 현대인이 갖춰야 할 기본소양이자 리더의 자질이 된다. 특히 많이 공부하면 그만큼 많이 알게 되고, 더 많이 아는 방법론을 터득해서 결국은 나보다 더 훌륭한 인성과 실력을 갖춘 사람들과 어울리며 공부를 할 수 있다' 정도 되겠다. 

지금까지 '좋은 대학가야 출세하고, 결혼 잘 하고, 돈 많이 벌지' 라고 궁색하게 말했다면, 지금부터 외워야 할 아홉문장이다. 



제 나이에 꼭 필요한 학년별 최상의 공부솔루션

 


이 책의 강점은 대략 15년 정도 되는 자녀의 나이대를 다섯 단계로 나누고 각 시기에 나타나는 자녀의 행동과 성향을 분석해 주고 그에 맞는 대안과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교육관련서의 저자들이 자신에게 특화된 과목, 초중고 학년대에 대해 전문성의 목소리를 높였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커가는 아이의 다음은 그 저자에게서 들을 수 없어 다른 전문가를 찾아야 하는 일종의 '절벽'같은 것이 있었다. 

그 점에서 이 책은 '유아기부터 고1까지' 내 아이가 공부해야 할 수준별 로드맵이 그려있다는 점에서 읽어야 할 충분한 매력이 있다.    



제1기 유아기에서 초등학교 1, 2 학년 - 공부정서 만들기 

제2기 초등학교 3, 4 학년 - 공부 습관 만들기 

제 3기 초등학교 5, 6 학년 - 공부 독립 시키기

제 4기 중학교 1, 2 학년 - 공부 실속 챙기기 

제 5기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 - 공부 몰입 시키기 



독자인 학부모는 자녀의 나이대 이전 부분을 읽으면서 '내 아이에게 부족한 부분'을 점검할 수 있고, 해당 나이대에는 앞으로 자녀가 만나야 할 학업분량에 맞는 공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나는 현상을 판단하는 데 있어 정반대로 생각하는 습관이 있는데, 이 책을 읽지 않고 컨설팅 회사에 가서 '내 아이의 고1까지의 15년 로드맵'을 듣는다면 누구에게, 얼마를 주고 들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해 봤다. 


이 정도를 이야기를 해줄 전문가가 마땅히 생각나지 않을 뿐더러, 혹 그런 전문가가 있다손치더라도 만약 듣는다면 이 책을 100권 정도의 값은 치러야 하지 않을까? 

아무튼 저자는 이 책을 소개하면서 '15년 공부 멘토링 비법을 총결산한 책'이라고 말했는데, 과장이 아니었다.








초등 5학년 되는 내 아이는 뭘 공부해야 할까?


내가 주목해서 읽은 부분은 '3기 초등 5, 6 학년 - 공부 독립시키기'였다. 내년에 5학년이 되는 내 아이가 만나야 할 학업과 그 해법이 궁금해서다. 저자는 크게 국, 영, 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국어 - 마인드맵으로 내용 숙지 

영어 - 교과문법 기초 확립

수학 - 사칙연산 마스터



저자가 강조하는 5학년의 주요 화두는 '사춘기 시작'이었다. 한마디로 '이제껏 없던 자녀와의 갈등에 마음을 단단히 먹어라'는 것이다. 외모에 신경쓰기 시작하고, 이성에 대한 관심도 따라붙는다. 부모는 자녀의 이런 모습을 보고 "아니, 얘 왜이래?" 하는 날이 온다는 것이다.



 바버라 스트로치가 쓴 <십대들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라는 책에서 하이틴이 되면 아이들은 소위 '야수'로 돌변하는데, 뇌의 장난질이니 아이를 탓하지 말라고 말한 바 있다. 어른의 뇌로 변화되는 과정에 일어나는 일종의 성장통이라는 것, 그래서 돌변한 아이를 볼 때 "아니, 얘가 왜 안 하던 짓을 나한테 해? 뭐 때문에 그런거야?" 하고 억울하고 분통해 하며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지 말고 "음, 아이의 병증이 점점 심각해 지고 있군." 하고 의사의 관점으로 대하면 속 편해진다고 말했다. 


저자도 같은 말을 한다. '한 번 겪고 지나가야 할 시간이니 돌변한 자녀에게 겁 먹지 말고 해야 할 것 꾸준히 시키라'는 것이다. 



"아이와 갈등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그냥 놔주는 부모가 많다. 독립이 아니라 회피다. '아우 모르겠다. 지가 알아서 하겠지.'라는 포기가 마음 한 편에 생길 수 있다. 학원비 때문에 대출닫는다니 제정신이냐,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인데 너무 달리는 것 아니냐. 초등학교 6학년이면 마지막으로 친구와 놀 시기 아니냐. 중학교 가면 알아서 하겠지. 다 옳은 말씀이다. 부모 세대가 공부할 때에는 그랬다. 

(중략)

우리 아이가 공부도 안 해, 꿈도 없고 끼도 없다는 판단을 했다. 그럼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되는 대로 살라고 하기에는 고작 초등학교 5, 6 학년이다. 10년만 공부에 매진하면 다른 문이 열린다는 것을 부모 스스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유튜버 된다고 설친다면 '저러다 말겠지'가 아니다. "거울을 봐. 거기에 연예인 얼굴이 있어? 그럼 공부 안 해도 되지."라고 현실을 일깨워 줘야 한다. 

한번 손을 놓으면 다시 책상에 앉기가 너무 힘든 세상이다. 온갖 유혹과 놀거리가 널려 있고, 선진국 문턱가지 올라운 덕분에 어떤 직업을 선택해도 살아갈 수는 있다. 그런데 그 살아가는 삶의 질은 갈수록 극단적 양상으로 치닫는다. 

부모가 '공부를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가치관이 정립이 안 되면 아이와 함께 흔들리기 쉽다. 꿈도 재능도 없다면 노력해야 한다. 아니, 꿈과 재능이 있다면 더 노력해야 한다. 그 생각을 심어서 공부 독립을 시키는 것이 이 시기 부모가 할 일 중 하나이다." (본문 153쪽)




5학년이 되면 2시간에서 2시간 30분 정도 늘 정해진 시간에 혼자서 오롯이 공부할 수 있는 끈기 있는 엉덩이를 갖는 것이 공부독립의 시작이었다. 국어는 늘어나는 어휘에 걸맞게 마인드맵을 통해 단어의 연관성으로 숙지를 돕고, 읽기 위주에서 토론하고 글로 써 보는 독후활동을 강조했다. 


수학은 사칙연산 마스터는 기본.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중학교 수학을 선행해야 할 시기가 되었는데, 이 때 갖추어야 할 습관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첫째, 교과서 문제를 완벽하게 풀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예습과 복습, 심화까지가 세트이다. 

셋째, 적절한 선행을 한다. 

넷째, 문제풀이 과정을 꼭 쓴다. 



영어 역시 '즐기는 영어'에서 본격적으로 '배우는 영어'로 돌아설 시기가 이때라고 저자는 강조했다. 특히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해야 할 영어 공부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첫째, 진학 목표에 따라 교과영어 위주로 공부 세팅을 다시 할 것

둘째, 영어를 ESL로 유지하는 학생이 많이 때문에 영어에서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서 고난이도 독해능력을 갖출 것

셋째, 독서량와 어휘력, 배경지식 등이 고급 영어로 가는 디딤돌임을 명심할 것. 

넷째, <뉴욕타임즈>나 <뉴요커>를 읽고 해석할 실력이면 계속 실력을 업그레이드 할 것.

다섯째, 문법에 맞는 에세이 라이팅 실력을 갖추고, 과학고 준비생은 시사나 과학 족 어휘를 함께 늘릴 것. 

여섯째, 겨우 따라오는 수준이면 교과영어에 충실하고 단어를 많이 외울 것



읽는 내내 페이지를 접고 밑줄을 쳤다. 

정리한 바와 같이 저자는 일단 학년별 자녀의 최선의 공부법을 제시하며 '여기까지만 해. 더 이상은 아이에게 무리야.' 말한다. 그럼 부족한 수준은 어떻게 해야 할까. 연령 단계별 공부법을 제시한 이유가 여기 있었다. 해당 나이대에 공부법이 벅차다면  바로 그 전 단계을 공부할 일이다. '실력에 나이는 상관없다', 재수, 삼수, N수생이 있는 이유가 그 때문이 아니던가. 

부족하면 전단계에서 보충하고, 넘치면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면 된다. 그 점에서 이 책은 내 아이에게 꼭 필요한 '공부 로드맵'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이 불안한 건 '미래가 확실하지 않아서' 다. 학부모의 불안도 내 아이가 무엇을 공부하는지 잘 모르고, 어느 정도 실력인 줄 잘 모르기 때문에 증폭된다. 무리하게 사교육을 시키거나, 아이를 닦달해서 번아웃 오게 하는 건 이러한 부모의 불안에서 비롯된다. 어둡고 힘들망정 '예고된 미래'는 인간을 준비하게 한다. 어금니 꽉 깨물고 어떻게든 견뎌보겠다고, 그래서 이 시기를 지나가겠다고 굳은 마음을 먹게 한다. 그 점에서 이 책은 '내 아이의 예고된 미래'를 보여준다. 아울러 '나이별 최선의 공부법'도 제시한다. 



책을 모두 읽고  '지금 내 아이에게 필요한 공부'를 알고 나니 내 아이를 지켜보기가 한결 가벼워졌다. 

'뭘 해야 할 지 몰라 안절부절 하던 불안감'이 사라져서다. 이 책을 읽고 같은 당신도 느껴보시길.



2021 대한민국 독서인구 실태조사에서 성인 둘 중 한 명은 1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고 한다. 에이~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한 권 정도는 읽자.  만약 한 권을 읽어야 한다면 이 책을 읽기를. 

대한민국 학부모가 찾던 책이, 바로 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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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첫 번째 습관 공부 - 내 아이를 위한 미라클 모닝 아침 1시간의 기적
염희진.조창연 지음 / 한빛비즈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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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가장 중요하면서도 정신없는 겨울, 겨울방학

연말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겨울방학이다.

없던 시간 개념이 시계가 만들어진 뒤 사람들이 갇힌 듯이 따라가는 것처럼,

연말이 되면 괜시리 지나온 시간을 성찰하고 반성하게 된다.

그리고 '뭔가 새로 시작해야 하는 거 아닌가' 고민한다.

연말은 중요하면서도 가장 정신없는 시기다.

뭔가 새롭게 시작하려는 마음과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겹쳐서다.

겨울방학을 맞은 아이들이 한몫을 톡톡히 한다.

방학이라고 놀아야 한다고(에휴...매일 놀았으면서),

어디 어디 가고 싶다고 난리를 부린다.

추운 겨울이라 방구석에서 난리를 부리니 더 소란스럽다.

어째 올 겨울도 아이 공부도 제대로 못하고, 제대로 놀지도 못할 것만 같다.

올 겨울엔 딱 하나만 잡자! 바로 습관이다!

몇 년 전 베스트셀러가 화제가 되었던 <미라클 모닝>이 코로나를 계기로

다시 주목을 받았다. 방콕(?) 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자신의 하루를 온전히

제 것으로 만들려는 바람에서 책을 집어든 것이다.

모두에게 공평한 24시간의 하루는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12시간도 되고, 36시간도 된다. 하루 이틀 좋다고 좋아진 게 아니다. 한 달 두 달이 되고 1년이 되어 '새로운 일상'을 만들면 그 때 부터 삶은 변한다.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습관으로 만드는 일이다.

<우리 아이 첫 번째 습관 공부>는 미라클모닝의 부모형 실천편이다.

평범한 부모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통해 자신의 삶이 바뀌고,

가족의 일상이 바뀌는 가정을 경험한 후 책을 썼다.

새로운 변화를 계획하는 사람들에게는 딱 좋은 책이라, 소개한다.


아이의 변화를 바란다면, 이렇게 해!

"아이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는 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그대로 따라 한다.

우선 부모를 좋아하는 데다가, 자신에게 가장 익숙하면서도 큰 어른이 부모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부모를 답습하면 양심상 뭐라 하지 않을 게 아닌가

(하지만 부모는 늘 뭐라고 한다. 자신의 잘못은 못보기 때문이다).


"영어 속담에는 이런 말이 있다."배우는 것들보다 들킨 것이 더 많다."

More is caught than taught.

부모가 '가르친 것'보다 의도치 않게 '들킨 것'에서 아이들은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아이들은 어깨 너머로, 곁눈질로, 알지 못하는 사이에 조금씩 부모의 삶을 배워 나간다.

부모님께서 행동으로 보여주신 가르침은 우리 가족을 지탱하는 소중한 유산이 되었다. 부모님은 '행동'으로 가르쳐주셨고, 자식인 우리는 '곁눈질'로 배웠다. 그렇게 우리 아이들도

우리 부부의 삶을 곁눈질로 배워갈 것이다." (본문 7쪽)


작은 실천으로 습관으로 만든 평범한 네 가족의 자기 혁명!

부모는 모두 아이가 잘 자라기를 바란다. 그래서 충고(아이들은 잔소리라 여기지만)도 많이 하고, 그래서 갈등도 많다. 그 갈등이 두려워 충고를 하지 않다 보면 아이는 말 그대로 '엉망진창'이 된다.

저자들의 첫 시작은 평소보다 30분 일찍 일어나기였다.

말이 쉽지 결코 쉽지 않은 일, 지금도 하루하루가 도전의 연속이라는 저자 부부는 지금도 아이들보다 최소 두세 시간 먼저 일어나 하루를 깨우고 있다.

처음 한 달은 아이들 눈 앞에서 신문을 읽었고,

두 번째는 진득하게 앉아 있는 법을 보여주었다.

100일이 될 때 까지 뭔가 정하면 꾸준히 이어가는 법을 보여주었고,

200일이 될 때 까지 아이들도 일찍 깨웠다.

전쟁 같았던 불안한 아침의 소란이 점차 줄어들면 그만큼 습관에 젖어든다.

자전거를 배우고, 수영을 배우듯 한 번 만들어진 습관은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다.

설령 잠시 쉬었다고 하더라도 다시 습관으로 만들기가 쉬워진다.

'경험했던 바 좋았더라'는 기억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습관이 무서운거다.

300일이 지난 저자 가정의 풍경은 다음과 같았다.


"둘째는 7시가 되면 부스스한 모습으로 거실로 나온다. 하루 이틀 늦게 일어날 때도 있지만 대부분 그렇다. 유치원 숙제인 영어 영상을 10분 정도 보고 따라 한다. 지루하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첫째는 일찍 자는 날에는 일찍 일어나는 편이다. 제법 잘 일어나는 것 같았는데 해가 짧아진 겨울이 되면 기상 시각이 늦어지기도 했다.

그래도 괜찮다. 첫째는 이제 아침에 일어나 식탁에 신문을 펼쳐놓고 읽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엄마와 하기로 약속한 국어 문제집 한 장을 풀고 기분 좋게 노래를 부르며 등교한다. 화장실에 들어간 둘재는 신문을 보며 볼일을 본다.

미라클 모닝이 가져다 준 기적 같은 일상이다."본문 16쪽


변화, 그거 절대로 어렵지 않아. 매일 하기만 해.

초등 4학년인 아들 녀석은 10시에 잠든다. 초등 3학년까지 9시 였는데, 4학년 들어 방학을 거치면서 30분씩 늦게 잔다. 10대는 원래 늦게 잠들고, 늦은 아침에 늦게 깬다. 뇌과학적으로 이렇게 생겨먹었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중고등학교 아이들의 등교시간을 최대한 늦춰준다고 한다.

아들 녀석은 8시간을 자고 새벽 6시에 일어난다. 물론 내가 깨운다.

흔들어깨우거나 소리지르거나 하지 않는다.

정성스럽게 주무르며 다리 맛사지를 3~4분 하다 보면 혈류가 좋아져서 저절로 잠이 깬다. 아침의 평화는 다리 맛사지다.

아이는 간단한 토스트와 우유, 혹은 아침밥을 먹으며 신문을 보다,

태블릿을 들고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보고 씻는다.

옷을 갈아입고 학교 가는 버스를 타는 시간은 7시 20분.

버스에 태워보내면 8시까지 나는 잰걸음으로 걷는다.

일찍 일어나야 할 일정이라면 더 일찍 일어나서 일상으로 만든 4년 동안의 루틴이다. '내 아이가 나의 사랑으로 하루를 연다'는 기분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이다.

지난 6월 이 책 <우리 아이 첫 번째 습관 공부>를 읽고 마치 동료를 만난 듯 반가웠다. 그래서 인스타 친구도 맺고 DM도 나눴던 기억이 난다.

이 책 내용 소개는 더 이상 생략한다. 페이지 마다 생생한 기록일 뿐 더러

리뷰로 요약하다 자칫 '책을 사서 읽고 싶은 맘'을 사라지게 할까 두려워서다.

200여 페이지 남짓의 작은 책.

내용도 하나도 어렵지 않다.

집중하면 두 세 시간이면 충분히 완독할 수 있는 만만한 책이다.

"오늘도 내일도 똑같이 살면서 변화를 꿈꾼다면, 당신은 정신병 초기환자다!"

아인슈타인의 말이다.

새해 새롭게 시작하는 나를 만나고 싶다면,

특히 내 아이와 함께 변화하고 싶다면,

그게 무엇이든 이 책 부터 읽고 해 보시길.

당신의 변화의지에 힘을 실어줄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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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면 달라진다 Morning Question - 질문과 성장의 심리학
이민규 지음 / 끌리는책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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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오늘, 잘 살고 있습니까?

 

천재 아인슈타인은 말년에 많은 시간을 연구실에서 보냈다. 그는 양손을 등 뒤로 맞잡고 알 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리며 돌아다니곤 했는데, 괴기한 모습에 동료들은 그런 아인슈타인을 몹시 걱정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동료가 용기를 내어 아인슈타인이 그러는 이유를 찾기 위해 조용히 다가가서 아인슈타인이 뭐라고 중얼거리는지 엿들었다.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중얼거렸다. 

 

“제대로 된 질문만 할 수 있다면...”

 

훌륭한 답은 훌륭한 질문에서 나온다. 하루를 보내며 만나는 수많은 갈등과 걱정,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시행착오는 흔히들 말하는 ‘생각한 대로 살지 않고 살면서 생각한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그럼에도 꾸역꾸역 살아갈 수 있는 건 ‘이미 벌어진 일, 어쩌겠는가. 시간이 지나면 별 일 아닌 게 된다’는 자조 섞인 위로 아닌 위로 덕분이다. ‘생각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라고 퉁을 놓겠지만, ‘훌륭한 답이 나올 때 까지 거듭 질문하고 고민했는가?’ 되물어보면 부끄러워진다. 

 

문제는 나는 오늘도 ‘나는 잘 살고 있는가?’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질문하면 달라진다>에서 그 실마리를 찾았다. 아주대 심리학과 명예교수이자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진다>로 잘 알려진 베스트셀러 작가 이민규 교수가 쓴 이 책은 ‘중요한 건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라며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 중에 ‘일기’만한 것이 없다. 글을 알자마자 일기 쓰기를 강권하는 것도 ‘스스로에게 말을 거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나?’ 하루를 뒤돌아보고 반성하고 위로하며 다음 날을 계획하게 하는 게 일기다. 안타까운 건 이 좋은 ‘일기 쓰기’를, 정작 정말 필요한 이 일을 어른이 되고 난 이후엔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점에서 나는 <질문하면 달라진다>를 어른을 위한 일기장이 아닐까 생각했다. 짧지만 주옥같은 185편의 메시지와 질문들로 채워진 이 책은 

 

성장을 자극하는 질문

 

생각을 바꾸는 질문

 

관계가 좋아지는 질문

 

자아실현을 위한 질문

 

으로 나뉘어져 있다. 짧은 글을 대표하는 한 단어짜리 키워드는 그 날 그 날 내 고민의 핵심을 대신하고 있는 듯 했다. 그 중에서도 유독 내 눈에 들어온 글은 ‘걱정도 팔자다’(키워드 - 걱정)였다.

 

“존재하는 모든 심리는 존재 이유가 있다. 걱정도 마찬가지다. 미리 걱정하면 몇 가지 이점이 있다. 첫째, 걱정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날 때 필요한 대비책을 세울 수 있다. 둘째, 걱정한 일이 실제로 일어나면 충격을 줄일 수 있다. 셋째, 걱정했던 일이 안 일어나면 대비 효과를 통해 그 기쁨이 두 배가 될 수 있다. 걱정하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너무 낭비하고 있다면 어니 젤린스키의 연구 결과를 기억하자.

걱정의 40%는 현실에서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걱정의 30%는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것이다. 

걱정의 22%는 사소한 고민이다. 

걱정의 4%는 우리 힘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는 일에 관한 것이다. 

걱정의 4%만이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일이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하는 걱정의 96%는 쓸데없다는 말이다. 

“걱정도 팔자다.” 안해도 될 걱정을 습관적으로 하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90쪽)

 

 

이 메시지에 대한 질문(여기서는 Morning Question이라고 부른다)은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부질없는 걱정은 무엇인가?” 였다.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과 이미 일어난 것, 사소한 것과 어쩔 수 없는 것들을 추려내고 내 고민의 4%를 들여다보니 ‘풀어낼 만한 것들’ 몇 개만 남았다. 그 대답은 Today's Review가 끄적이며 몇 자 적어볼 일이다. 신박한 어른의 일기장이었다. 

 

 

 



 

 

펜을 쥐고 글을 쓰는 것도 오랜 만이었고, 책 앞에서 하나를 놓고 나 자신을 위해 곰곰이 궁리한 시간도 오랜만이었다. 심리학 관련 베스트셀러 작가가 추려낸 185편의 메시지와 질문에 하나하나 답하다 보면 나를 둘러싼 고민은 결국, 내가 풀어낼만한 것들임을 깨닫게 한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매일 아침 세수를 하면서 거울을 빤히 쳐다보면서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If today were the last day of my life, would I want to do what I am about to do today?” 

 

풀어보면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오늘 내 하고 있는 일을 계속 할 것인가?” 정도 될 것이다. 만약 3일 동안 이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는 날이 계속된다면 그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완전히 뒤집어서 새로 시작했다고 한다. 

 

3일의 고민에 하던 일을 뒤집는 잡스의 대단한 용기일랑 내게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매일 스스로에게 ‘너 지금 잘 살고 있니?’ 하는 질문하는 습관은 가져봄직하지 않을까. 

 

내가 대답해야 완성되는 책, 이런 책은 오늘을 사는 내게, 그리고 당신에게 참으로 귀하고 귀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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