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공부 vs. 가짜 공부 - 억지 공부에서 자발적 공부로 나아가는 힘
정승익 지음 / 마인드셋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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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학원 보내는 게 맞아?

 

최근 2년 동안 사교육계에 큰 변화가 생겼다.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가계가 마침내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사교육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코로나가 한창인 3년 전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코로나가 창궐 할 때만 해도 '혹시 내 아이가 밖에 나가 코로나에 걸리는 게 아닐까' 두려운 학부모들은 학원 대신 '인터넷 강의(이하 인강)'로 돌렸다. 인강의 학습효과가 어디 학원만 할까. 하지만 학교 수업도 인강으로 하는 판국이니 궁여지책으로 한 선택이었다. 

 

 

코로나가 풀리자 아이들은 학원으로 몰렸다. 학부모들은 마치 그동안 하지 못한 '보복성 소비'라도 하듯 아이들을 시간마다 과목을 지정해 풀타임으로 끊어주고 그제서야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국내의 경제상황이 안 좋아지자 가계는 지갑이 얇아지기 시작했고, 여기서 줄이고 저기서 줄이다가 결국 아이의 학원을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자녀교육 유튜브 '유리스마' 채널은 지난 달 '학원비 한달에 얼마 써?'라는 콘텐츠를 내놓자 화제가 되었고, 같은 주제로 매주 방송을 했다. 구독자들의 자녀가 지출하는 사교육비 리스트를 공개하면 교육전문가와 세자녀의 엄마인 유리스마가 '이건 줄이고, 저건 더 싼 데로 가라' 는 식으로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그럼 자녀의 사교육비 리스트를 제출하는 학부모는 어떤 사람들일까? 하나 둘 사교육을 늘리다 보니 '어머, 이렇게 많아?' 놀랄 만큼이 되었는데, '무엇을 줄여야 현명한 선택인지 알 수 없는' 난감함에 전문가의 의견을 올린 것이다. 나는 '만약 가계수입이 예전만큼 좋았다면 이런 고민을 했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녀 한 명에게 지출되는 사교육비가 정말 혀를 내두를만큼 많았다.

 

 

초등생의 사교육 참여비율가 약 80%에 달하고, 사교육비 지출비용은 약 100만원으로, 중고등학생의 그것보다 더 많다. 가정마다 여건과 사정이 달라 어쩔 수 없이 아이를 학원에 보낼 수 밖에 없는 집도 적지 않지만, '옆집이 어디 다닌대.'라는 주위의 말에 불안감과 조바심이 발동한 학부모의 등떠밀리듯한 참여가 대부분이다. 더 아이러니한 건 내 아이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 줄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1학년까지 시험을 보지 않아 성적을 알 수 없는 이 연령층의 아이들이 현행, 선행 등의 이유로 사교육을 더 받고 있다는 건 실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2~3년 전만 하더라도 교육관련서 열의 아홉은 '내가 일타강사에요!!' 라고 외치는 저자들 일색이었다면, 올해부터는 '사교육이 전부가 아니다', '학원보다 공부머리를 가져라', '사교육비를 줄여라'는 주제의 저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저자의 학원과 유튜브를 홍보하듯한 풍경들이 '학원이 전부가 아니다'는 자성의 목소리로 바뀐 것이다. 

 

 

지난 해 사교육의 대부이자 메가스터디 회장인 손주은 회장은  어느 인터뷰에서 '여러분은 지금, 사교육 시장이 피크를 달리고 있는 현장을 목격하고 있다. 이제 곧 사그러질 것'이라고 말했던 걸 들었다. 경제적이든, 사회적이든 이유야 어쨌든 사교육 시장이 피크를 넘어 하락장에 들어선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럼 내 아이 공부, 뭘 어떻게 가르치라고?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건 불안해서다. 다른 집은 다 보내는데 내 아이만 집에서 공부시키려니 도무지 불안해서 참을 수가 없어서다. 부모 역시 SKY를 나온 인재가 아니라서 내 실력으로 아이를 가르치는 것도 불안하다. 그래서 학원을 보낸다. 과목당 한 달에 150,000~300,000원이 지출되지만, 차라리 그게 낫다 싶어서다. '먹을 것 입을 것 좀 줄이지'하는 아쉬움보다 불안감이 더 커서다. 그게 오늘날 부모 마음이다. 

 

 

 


 

 

하지만 <진짜 공부 VS 가짜 공부>의 저자 정승익은 '학원에 보낸다고 아이가 공부하나요?'라고 되묻는다. 학교에서 십수년 동안 학생을 가르치던 선생님이 EBSi 수능영어의 대표강사가 되었다가 이제 아예 교직을 접고 저자와 강사 그리고 유튜버가 되었다. 지난 1월 <어머니, 사교육을 줄이셔야 합니다>를 써서 화제를 일으키더니 이번에는 아예 '학부모가 사교육을 줄여야 하는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혔다. 

 

 

저자는 학원 가고 스터디 카페에 앉아서 '공부하는 척' 하고 있으면 그게 '가짜 공부'라며 그는 이렇게 말한다. 

 

 

"자신의 의지보다는 부모의 뜻에 따라서 공부를 시작하면서 학교 - 학원을 오가는 것을 공부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이들이 하는 공부를 '가짜 공부'라고 정의합니다. 

가짜 공부를 하는 학생들은 겉으로 볼 때는 하루 종일 공부를 하는 것 같지만 결국 진자 공부를 하는 학생들에게 고등 이후에 성적에서 밀려나게 됩니다. 중등에서 고등으로 진학할수록 최고 수준의 성취를 위한 관문이 좁아지기 때문입니다." (본문 32쪽)

 

 

이 책에서 정의하는 가짜 공부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 공부의 목적을 고민하지 않는다.

* 시키는 공부만 억지로 한다. 

* 주로 시험 기간에만 공부를 한다. 

* 자신의 노력에 대한 확신이 없다. 

* 공부하는 것이 고통스럽고 답답하다. 

*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게임, 스마트폰을 멈추지 못한다. 

* 다양한 경험이나 독서량이 부족한 편이다. 

* 슬럼프에 취약한 편이다. 

* 실패하면 좌절하고 포기한다. 

* 꿈이 없고 현실이 힘들기만 하다. 

 

 

가짜공부라니! 

불안한 마음에 '여기라도 보내면 잘 하겠지' 싶어 눈 딱 감고 보냈는데, 가짜공부라니!

 

 

멘탈 털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아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얼마나 늘었는지 늘 답답했었다. 학원에 보내볼까 하고 인터뷰를 해 보면 레테(레벨테스트) 좀 해 본 뒤에 하나같이 "학부모님, 아이 실력이 바닥입니다. 지금 정말 잘 오셨어요." 했었다. 그 후로는 묵묵부답, 아이의 실력을 검증할 방법이 없었다. 당신의 생각이 그랬다면 저자가 말하는 '가짜공부의 특징'에 내 아이는 몇 개나 들어있나 살펴볼 일이다. 

 

 

한편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럼, 당신이 말하는 진짜 공부는 뭔데?'

 

 


 

 

 

왜 없을까. 이 책의 핵심이거늘. 저자는 진짜 공부를 하는 아이들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열거했다. 

 

 

* 공부하는 목적을 알고 있다. 

* 자신의 진로에 대한 관심과 확신이 있다. 

* 공부를 위해서 게임, 스마트폰을 통제할 수 있다. 

* 시험 기간 외에도 항상 습관처럼 공부한다. 

* GRIT으로 공부한다. 

* 몰입해서 공부한다. 

* 경험이 풍부하거나 독서량이 많은 편이다. 

* 슬럼프를 잘 극복하는 편이다. 

* 실패하면 극복하려고 노력한다. 

* 꿈을 향해서 힘있게 나아간다. 

 

 

참 좋은 말들로 가득하다. '내 아이가 이렇게만 생각한다면 정말이지 걱정하나 없겠다' 싶다. 위에서 말한 진짜 공부를 하는 아이들의 특징은 이 책의 핵심내용으로 2부에 자세하게 소개된다. 특이한 점은 이 부분은 학부모가 아닌 '자녀가 읽어야 할 대목'이라는 점. 그러니까 이 책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어 독자를 달리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 학부모님, 당신의 자녀는 지금 가짜공부를 하고 있는 지도 몰라요

- 학생, 이렇게만 하면 진짜 공부를 할 수 있다우!

- 학부모님, 자녀는 지금 진짜 공부를 시도중이에요. 이렇게 도와 주세요

 

 

 

대한민국 학부모와 학생들을 위한 전방위 학습 컨설팅북!

 

 

 

저자의 주장을 정리하면, 

'불안한 마음에 자녀를 학원으로 돌린다면, 그건 아이에게 가짜 공부를 시키는 것이고, 자녀만 힘들게 한다. 무엇보다 공부 잘 하는 몇명이 더욱 공부 잘 하도록 전기세를 내주는 격이니, 아이를 학원에 보내기 전에 이런 저런 점들을 체크해 보자. 돈 써서 아이를 가르치는 일 만큼 쉽고 게으르고 효과가 없는 방법은 없다. 아이가 '내가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공부하는지'에 대한 목적과 목표를 먼저 세울 수 있도록 하자. 그렇게 해도 인서울 명문대에 들어갈까 말까다.' 정도 되겠다. 그 구체적인 내용들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으니 구입해서 읽으면 될 일이다.

 

 

지금까지의 학습관련서는 '쪽집게 과외' 투성이었다. 하는 말들을 요약해 보면 나는 누구를 SKY에 보냈고, 내 실력은 이만큼 뛰어나다. 당신 자녀가 어떤 상황이든 내가 책임지겠다. 나를 믿고 내가 파는 교재를 사고 내가 강의하는 학원에 등록하라는 홍보성 멘트 일색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자녀와 학부모를 위한 '전방위 학습 컨설팅 북'이라고 해야겠다. 주목할 점은 전체적인 내용들이 진실학 솔직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저자 역시 자녀를 둔 아빠로서, 독자인 학부모와 같은 시선에서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학부모로서, 그리고 부모로서 현재의 입시 현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그리고 수험생이 될 내 아이가 놓여있는 현실이 얼마나 처절하고 절박한지를 가늠하게 한다. 

 

 

 

완독을 하고 나서도 책을 손에서 쉽게 내려놓지 못했다. '한 번 더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아서다.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가 이 책을 읽는다면, 아마 같은 경험을 하리라 생각된다. 

 

 

2만 원도 안되는 돈으로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아보기를...

당신에게 필요한 건 이 책을 읽을 시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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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세계 - 뇌과학자가 전하는 가장 단순한 운동의 경이로움
셰인 오마라 지음, 구희성 옮김 / 미래의창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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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단순한 운동, 걷기



세상에서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효율적인 운동이 있다. 바로 '걷기'다.

나는 6년 전 잘 못 살아서 병을 얻었고, 죽을둥 살둥 고생해서 간신히 병이 나았다. 

그리고 아픈 동안 글을 써서 <아프지만 책을 읽었습니다> 라는 제목으로 책을 쓰기도 했다.


병에서 회복해 완치가 되기까지 나를 도운 운동은 '걷기'였다.  나는 투병을 할 때 낮밤을 가리지 않고 아프고 힘들 때 마다 밖을 나가 걸었다. '죽도록' 아프다가도 걷다 보면 '살 것' 같았다. 아픈데 걸으면 더 힘들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정말 신기할 따름이다.









걷기를 하면서 관련서를 적잖게 찾아 읽었다. 그리고 걷기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란 걸 알았다.

온전히 두 발로 서서 장시간 걸을 수 있는 동물은 인간 뿐이다. 그래서 어쩌면 인간이 걷기 때문에 인간이라 불리는지도 모른다. 지금의 인류가 태어난 것도 인간이 걸어서 이동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걸을 수 있어서 음식을 구할 수 있었고, 맹수의 습격을 미리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걸으면서 오늘의 잘 곳을 찾았다. 요약하면 인간의 생활이란 게 '걷기' 그 자체였다. 



 걸으면 두 발만 튼튼해질 것 같지만, 온몸이 건강해진다(심지어 뇌까지도 운동을 한다). 걸으면 소화도 잘 되고, 근육도 줄어들지 않는다. 고민하다 걷다 보면 해결책을 찾기도 한다. 그리고 많이 걸어야 잠이 잘 온다.


이 사실을 알고 난 후 나는 주말을 제외하고 아침 7시가 되면 나는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밖을 나가 걷는다. 40분 가량을 걷다 보면 등에 땀이 맺혀 흐르기 시작한다. 1시간을 걸으면 속옷이 젖기 시작할 정도가 된다. 이 정도가 되면 '걷기 운동'은 최고의 효과를 얻는다. 그런 날은 꿀잠도 보장된 셈이다. 

 


걷기의 놀라움을 잘 말해주는 책



무엇이든 익숙해지면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비가 와서, 추워서, 아니면 그냥 귀찮아서 하루 이틀 걷기를 멈추면 다시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 꾸준히 걸으려면 소홀해질만 할 때 마다 운동화와  운동복을 새것으로 바꾸거나 선글라스나 물병을 교체해준다. 그래야 '새 기분'이 되어 걷고 싶어진다. 



셰인 오마라의 <걷기의 세계>도 그런 마음으로 읽었다. 

추위가 깊어갈수록 점점 더 이불 밖을 나오기 싫어져서다.  

뇌과학자가 밝힌 걷기의 매력을 읽다 보니 '이럼 안되지' 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이 책이 밝히는 '우리는 왜 꼭 걸어야 하는가'를 소개 한다. 









우리는 걷기가 몸에 정말 좋다는 걸 익히 알면서도 좀처럼 걷지 않는다. 

그렇다면, 반대로 생각해 볼 일이다. 잘 걷지 않고 앉아만 있으면 우리 몸은 어떻게 변화할까?



"장시간 움직이지 않는 자세는 근육 변화를 초래한다. 다리 근육에 지방이 축적되고 나이가 들수록 움직임 부족으로 인해 근육량이 줄어드는 것이다(근육감소증). 그밖에도 혈압과 기초대사율(에너지를 소비하는 속도)에 변화가 일어난다." (본문 16쪽)



"내가 명상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은 걷고 있을 때다. 걸음을 멈추면 사고가 멈추게 되므로 다리가 움직일 때만뇌가 작동한다." 라고 말한 프랑스의 철학자 장 자크 루소의 말은 틀림이 없다. 저자는 우리가 몸을 움직여 걷기 시작하면 뇌와 신체에 변화가 시작되는데, 걸음과 동시에 '인지적 활성화' 상태가 되어 뇌활동이 시작되고, 신체 움직임에 따라 고요했던 심장의 전기적 박동 리듬이 활성화되어 두뇌 활동도 변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걸으면 걸을수록 우리의 정신은 더욱 또렷해지고 호흡이 변하며 뇌와 신체는 앞으로의 움직임에 대비한 준비 상태가 된다고 했다. 








걷는 동안 노화가 멈춘다고?



걷기 운동에 유독 관심을 갖는 연령층은 장년층이다. 

가장 무리없는 운동이라서 만만해서다. 하지만 반가운 소식이 있다. 걸으면 걸을수록 '노화가 늦춰진다'는 것이다. 심지어 저자는 어느 연구에서 '오래 앉아 있는 건 담배를 피우는 것만큼 좋지 않다'고도 말했다며 운동을 강조했다. 



"노화와 걷기에 대한 전문 자료를 해석해서 얻을 수 있는 결론은 단순하다. 걷기를 계속하는 한 늙지 않으며, 걷지 않는 것은 늙었다는 얘기라는 것이다. 특히 적당한 리듬을 유지하면서 빠른 템포로 정기적으로 걷는 것은 노화가 유발하는 역기능들을 지연시킨다. 


또한 걷기는 기분이 좋아지게 만들어 창의성 향상과 함께 정확한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학습 활동 후의 유산소 운동은 이전에 학습한 내용을 기억해내는 능력을 개선시킨다. 또한 정기적인 유산소 운동은 학습과 기억 기능을 담당하는 대뇌 측두엽 해마의 새로운 세포 생산으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운동은 약이다'라는 말은 백번 맞는 말이다. 그 어떠한 약도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오지 못한다. 게다가 운동에는 약이 주는 부작용 같은 것도 없다."  (본문 19쪽)


앞으로는 치매를 예방한다고 주저앉아 화투를 칠 것이 아니라 툭툭 털고 밖을 나가 걸어야 할 일이다. 걸으면 몸도 좋아지고 혈류가 개선되어 결국 뇌세포가 생성되어 뇌도 건강해진다니, 만병통치약이 따로 없다. 







굶으면서 누워 있지 말고, 잘 먹고 많이 걷자!



현대인이라면 나이가 들수록 뚱뚱해지고 그래서 성인병이 늘어나고 있다는 정도는 의사가 아니라도 잘 안다. 원인을 찾아 올라가면 옛선조보다 현대인이 '많이 먹으면서 적게 움직여서' 그런 것이다. 

맛난 음식이 좀 많은가. 이를 외면하기가 쉽지 않고, 억지로 참는다면 그 또한 스트레스다. 

저자는 성인병을 두려워 하며 먹기를 줄이기보다 잘 먹는 대신 많이 운동하기, 엄밀하게 말해서 많이 걷기를 권한다. 

'일상에서 많이 걷는다고.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아?'라고 묻는다면 저자는 '우리의 보잘것없는 걸음 수보다는 더 많이 움직어야 하고, 분명한 것은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는 라이프스타일로 인해 생기는 건강과 관련된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운동, 특히 걷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의 핵심은 이 대목인데, 걷기는 뇌의 다른 영역들 간 상호작용의 패턴이 학습과 기억 그리고 언어와 시각, 청각의 기능을 돕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고 강조하며 이렇게 말한다. 




"규칙적으로 유산소 운동을 하면 뇌로의 혈액 공급이 증가하고 뇌의 구조와 기능에 뚜렷한 차이를 가져온다. 유산소 운동은 학습과 기억에 필수적인 특정 뇌 영역의 새로운 뇌세포 증식을 돕는다. 더 나아가 뇌가 좋은 상태로 기능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분자의 생산을 광범위하게 촉진한다. 


유산소 운동인 런닝은 이러한 변화를 유도하는 강력한 방법이지만,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단점이 있다. 게다가 달리는 거리에 따라 부상의 위험도 증가하는데, 걷기는 아무리 멀리 오래 걸어도 부상 위험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 (중략)

걷기를 통해 건강상의 실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으로 적정한 거리를 높은 속도로 걸어야 한다. 일주일에 최소 4, 5회씩 최소 30분간 대략 시속 5~5.5킬로미터 를 꾸준히 걷는 것이 좋다. 걷기의 최대 장점은 신발이나 우비 정도의 최소 장비만 있으면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낮에 규칙적으로 걷는다면 폐, 심장 그리고 특히 뇌 건강에 작지만 의미 있고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여기서 말하는 뇌 건강은 가장 일반적인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심작의 역할이 혈액 공급이고, 폐의 역할이 호흡이듯, 뇌의 역할은 우리가 살아가며 수행하는 모든 것들을 총제적으로 도와주는 것이다. 뇌는 사고, 기억, 문제 해결, 기획, 기분 조절 등 기타 다른 다양한 일들을 돕는 목적을 갖는다. 규칙적인 리듬과 속도로 걷는다면 뇌의 전반적인 기능이 빠르게 개선된다는 얘기다." (본문 185~186)








프랑스 여성들이 멋지게 옷을 입고 살이 찌지 않는 건 '출퇴근 시간에 걷기 때문'이라는 말을 어느 외국 드라마에서 들은 적이 있다. 한껏 차려 입고 문앞을 나서서 싱그러운 사과 하나 깨어물고 직장까지 걸어서 출근하는 프랑스 여성의 모습이 눈에 보이듯 선하다. 


몸을 걱정하고, 치매를 걱정하고, 늙어감을 걱정한다면 일단 걷자!

기모가 빵빵하게 박힌 운동복에 쿠션 좋은 워킹용 운동화를 준비한다면 좋다. 

스마트워치나 스마트폰으로 만보기를 켜고 밤이고 낮이고 마음이 생길 때 마다 걸어보자.


그리고 이 책을 읽고 '걷기의 놀라움'을 배우면서 오늘도 걷고 있는 스스로를 응원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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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천명관 지음 / 예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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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천명관은 그의 존재만으로도 매력있는 작가다. 내가 그를 처음 안 건 그가 소설을 쓰기 전 영화인이었다는 이력 덕분이었다. 그 덕분에 <고래>를 읽었고, 환상적인 서사에 빠져 그의 소설이라면 부러 찾아 읽고 있었다. <나의 삼촌 부르스리 1, 2> 에 이어 읽은 소설이 바로 이 책,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이다. 이 작품은 한마디로 '글로 보는 영화'였다. 한마디로 술술 읽히는 동안 눈에 뵈는 듯 주인공들이 시종일관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화장실에 갈 때도 들고 가고, 전화와 문자의 알림이 귀찮을 만큼 시종일관 몰입하게 했다. 





소설의 내용은 말로 옮기면 '유치하기 짝이 없는' 건달들의 모험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속에 나의 옛날이, 우리 동네 형들이, 군대시절 들었던 수많은 달건이들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그 유치하기 짝이 없는 것들은 나를 마냥 낄낄거리고 키득거리게 했다. 이런 소설이야말로 '페이지터너'가 아닐까. 

이 소설을 읽으면서 떠올린 영화가 있다면 가이 리치 감독의 영국영화 <스내치>(2000년)다. 새파란 미국 애송이 브래드 피트가 영국에 와서 갱단에게 피똥싸는 이야기를 담은 스토리인데, 등장인물의 면면이나 스토리 전개과정, 관객(독자)을 낄낄거리게 하는 시답잖은 대사와 표정들, 특히 다이아몬드를 놓고 각축을 벌이는 과정 등이 이 소설과 묘하게 닮았다. 그래서 일까. 만약 이 소설이 영화화 된다면 새로운 기존의 르느와르로 첨철된 갱스터무비와는 180도 다른 기막힌 영화가 될 거라 생각했다. 


한편 작가의 입장에서 보면 이처럼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한 편의 장편으로 만드는 그의 필력을 인정케 한다. 스토리마다 반 매듭씩 비트는 바람에 예감은 어김없이 빗나가게 하고, 단순하기 그지없는 문장들은 시선을 돌리지 못하게 하는 흡인력을 갖고 있었다. '부커맨 후보 작가'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었다. 


그는 얼마전 배우 정우를 주인공으로 <뜨거운 피>를 연출한 바 있다. 흥미롭게도 이 소설의 작가는 천명관에 버금가는 <설계자들>의 작가 '김언수' 였다. 엇비슷한 장르의 동료작가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셈이니 천명관의 영화사랑, 스토리사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년 전 그가 쓴 작품 <고래>가 부커맨상 후보작이 되면서 최근 천명관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파묻혀버리기엔 너무나 환상적인 작품'이라 안타까웠던 탓에 내심 무척 반가웠다. 어느 뉴스에서 그의 인터뷰를 봤는데 '기가 막힌 작품 하나를 영화화 하려고 한다'고 그는 말했다. 바로 이 작품,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이 그가 말한 기가 막힌 작품이라는데, 내 손모가지를 건다(허장성세, 이게 남자의 세상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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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준의 新생활명품
윤광준 지음 / 오픈하우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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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서 일어나는 힘쓰는 일, 위험한 일은 남자 몫이라지만, 그래서 군말없이 한다지만 딱 하나 하기 싫은 일은 칼갈기다. 
마트에 있는 웬만한 칼갈이는 다 써 봤지만 제대로 날이 서지 않았다. 물론 칼가는 실력이 없어서란걸 인정한다. 하지만 실력없는 사람이 갈아도 잘 되는 제품이 진짜 좋은 제품이 아닐까.

궁여지책으로 한달에 한 번 꼴로 칼갈이 아저씨를 찾아가 개당 2000원씩을 주고 칼을 갈았었다. 억울하지만 그냥 계속 둔다면 날이 둔해져서 생선을 써는 것이 아니라 찢어서 어묵을 만들 판이라 어쩔수 없었다.

그러다 윤광준의 '신 생활명품'을 읽다가 내 불쌍한 칼날을 세워줄 구세주를 만났다. 일본의 칼제조업체 글로발이 만든 제품인데, 그의 글을 읽고 바로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주문했다. 직접 보지 않곤 사질 않지만 윤선생의 추천이라면 믿고 산다. 그가 말한 생활명품을 통해 정말 많은 도움을 얻고 있었는데, 신간에는 수십 개의 명품(?)이 라인업 되어있어 지갑이 곡소리할 일만 남았다.

여튼, 칼갈이가 왔다. 즉시 포장을 뜯어 갈아봤다. 엽전같은 쇳덩이 몇개 겹쳐놓은 기존의 칼갈이와는 전혀 다른 갈림소리 '서억~서억'
수십번의 왕래에 날이 섰다. 워낙 칼을 험히 다루는 탓에 날이 적잖이 깨어져 있던 터라 수십번을 더 벼려 제대로 날을 세웠다. 훌륭했다.

당장 저녁에 구워먹을 채소를 썰다가 손톱을 베었다. 날이 선 칼을 의식하지 못하고 예전처럼 힘을 세게 쓴 탓이다. 글로발로 칼을 간 이후의 갈에 비하면 이전의 칼은 차라리 망치에 가까웠다.

칼날이 제대로 서니 요리할 맛이 나고 그래서 즐겁다. 이런 저런 흥을 테라피라 생각하니 25,000원이 아깝지 않았다. 게다가 앞으로 몇년 동안은 글로발 칼갈이를 사용할 때 마다 이기분을 계속 느낄테니 오히려 싸다는 느낌마저 든다. 
게다가 윤선생의 책을 읽고 배워 샀고, 또 이를 활용해 생활에 도움이 되었으니 다산 선생이 그리 외치시던 실사구시를 실천한 셈이다.

세상의 모든 아빠들이 이 글을 읽고 도움을 받으시길...그리고 윤광준의 생활명품도 읽어보시길. 아내에게 '가오'세우기, 그리 어렵지 않단걸 아실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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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 올리버, 즐거운 요리로 세상을 바꿔 - 공부보다 요리가 더 재미있다고?, 요리사 내가 꿈꾸는 사람 7
최현주 지음 / 탐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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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제이미는 비영리재단 피프틴재단 활동과 함께 학교 급식 개선 캠페인을 시작했어요. 사실 제이미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가장 큰 이며 다른 요리사와의 차별점을 확실히 드래낸 건 바로 이 저돌적인 학교급식 캠페인 덕분이었어요. 또한, 이 캠페인은 영국 사람들이 제이미를 요리사이기보다 사회운동가로 인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도 했어요. 

사실, 제이미는 WKC요리학교에 다닐 때부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좋은 음식은 신선하고 윤리적인 재료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제이미의 요리 철학인데, 학교급식의 현실은 그렇지 않았거든요. 제이미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어요. 


‘지금 영국 학교급식 싱황은 너무나 처참해. 학교나 관계 기관, 업체들은 급식의 단가를 낮춰서 이득을 얻으려고만 하지. 아이들의 건강은 뒷전이야. 그러니 음식의 질은 떨어지고 영양가도 낮아질 수밖에 없어. 신선한 채소와 손으로 직접 만든 빵을 주지는 못할망정 설탕과 소금을 잔뜩 넣은 인스턴트 식품을 성장기 아이들에게 주다니, 건강에 절대 좋을 리가 없어. 더구나 아이들은 점점 운동도 하지 않으면서 지방과 설탕 덩어리인 음식을 먹고 있어. 아이들 세대에서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결국 미래엔 심장병이나 암, 당뇨병이 더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거야. 게다가 사탕이나 케이크, 탄산음료등은 아이들의 정신발달과 행동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고. 부모들은 왜 아이들이 난폭한 행동을 허거나 주의력 결핍자애를 보이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하지만, 사실 그게 음식 때문일 수도 있다는 걸 모르고 있어. 정말이지 이루 말할 수 없이 심각한 현실이군.’ (중략)


이제 제이미에게 남은 과제는 정부의 지원을 얻어내는 것이었어요. 아무리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의식이 개선된다 하더라도 금전적으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을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었어요. 

제이미는 학교급식 개선 캠페인의 구호를 ‘나에게 좀 더 좋은 음식을 먹여줘Feed Me Better!'라고 정하고 인터넷을 통해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모았어요. 그리고 2005년 3월 30일, 런던의 다우닝 스트리트 10번지에서 시민들로부터 학교급식 개선을 요구하는 청원서에 사인을 받았어요.


왜 하필 다우닝 스트리트 10번지냐고요? 이곳에 총리관저와 정부기관들이 모여있기 때문이었어요. 우리나라로 치면 청와대가 자리한 곳쯤 되죠. 학교급식의 문제점을 정부에 알리는 것은 물론 지원을 얻어내기 위해선 총리관저 앞만큼 좋은 장소는 없었어요. 


더구나 캠페인의 내용이 고스란히 TV로 방송될 테니 제이미와 시민들이 모여서 “나에게 좀 더 좋은 음식을 먹여줘!”라고 외치는 걸 토니 블레어 총리가 본다면 한 번쯤 귀를 쫑긋 세울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이미의 게획으로 성공적으로 진행되었고, 무려 27만 1677명의 시민이 청원서에 사인을 해주었어요. 용기를 얻은 제이미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죠.


        
ⓒ탐


날이 갈수록 학교급식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폭되었고, 기존 급식제도에 대한 불만도 커졌어요. 별 생각없이 감자칩과 콜라를 찾아 먹던 아이들조차 제이미를 지지하며 “나에게 좀 더 좋은 음식을 먹여줘!”를 외칠 정도였어요. 

정부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과연 제이미와 27만 1677명의 소망이 영국 정부의 마음을 움직였을까요? 네, 맞아요! 토니 블레어 총리는 일명 ‘음식혁명Food Revolution'이라고 불리는 제이미의 학교급식 개선 캠페인을 모른 척할 수 없었어요.


마침내 토니 블레어 정부는 학교급식에 3년 동안 2억 8천만 파운드(약 4870억 원)을 지원하기로 약속했어요! 이렇게 확보된 돈은 곧장 학교들과 지방차지단체들에 보내졌고, 아이들은 기존의 정크푸드 대신 치킨 카레나 연어 샐러드, 명태구이, 동양식 국수 볶음 등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어요. 갓 구운 빵이나 샐러드는 기본이고, 후식으로 요구르트나 케이크가 나오기도 했어요. 

또 한 가지, 획기적인 변화는 전엔 꿈도 꾸지 못했던 과일이 제공되었다는 점이에요. 맹리 아침마다 바나나와 사과, 귤 등 신선한 과일이 학교로 배달되었고 토마토와 당근조차 구별하지 못했던 아이들은 차츰 과일과 채소를 거부감 없이 먹게 되었어요.“ 


<제이미 올리버, 즐거운 요리로 세상을 바꿔, 141~142, 159~161 쪽, 탐>



오늘 ‘감동이 있는 비즈니스북 스토리’의 주인공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입니다. 제이미 올리버라고 하면 여성들은 물론 요리를 해 본 적이 없는 남자들도 익히 아는 영국의 젊은 요리사죠. 이 책은 음식에 관심이 많고 끼와 호기심이 넘치던 꼬마 제이미가 스타 셰프이자 음식 운동가로 변신해 꿈을 이루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꿈을 이룬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가 자신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낸 책입니다. 


제이미 올리버의 요리쇼는 우리나라의 TV에서도 꽤 오랫동안 방송된 바 있습니다. 그의 쇼를 보면 일급 요리사처럼 공을 들이지도 않고, 채소를 자를 때도 칼질도 안 하면서 손으로 대충 찢어서 집에 있는 양념들로 뚝딱뚝딱 만들어냅니다. 주방에서 수다를 떨며 장난하는 것 같은데 나중엔 정말 먹음직한 요리들이 탄생합니다.  


그런데요, 그거 아세요? 제이미 올리버는 실제로 유럽 최고의 맛집을 선정하는 미슐랭에서 별 세 개를 받은 레스토랑의 부주방장으로 있을 만큼 실력이 대단한 요리사라고 합니다. 그가 TV에서 쇼를 할 때 마치 일반인이 앞치마를 두른 듯 요리를 하고 대충대충 편하게 요리를 하는 모습은 모두가 의도한 연출이라고 합니다.

즉 맛있는 요리는 6성급 호텔의 주방장같은 요리사에게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티셔츠 차림에 앞치마만 두르고, 칼질도 대충 손으로 끊고 일반 가정에서도 볼 수 있는 양념만으로 요리를 한다고 하네요. 실제로 방송 이후 그가 의도한대로 많은 사람들이 주방으로 달려가 방송에서 본 요리들을 직접 만들면서 영국을 요리천국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Garry Knight/flickr


제이미 올리버는 1975년 5월 27일에 영국의 작은 마을 클레이버링에서 태어났습니다. 8살 때부터 부모님이 경영하는 레스토랑에서 어깨너머로 요리를 배운 그는 16살 때 요리사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커다란 난관이 하나 있었데요, 바로 그가 난독증이어서 책을 읽을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난독증은 단어를 정확하게 읽거나 인지하지 못하는 학습장애의 일종으로, 단어를 기억해 내는 게 어렵거나 문장을 읽는다 해도 뜻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철자를 자주 틀리는 증상입니다. 스파게티를 파스게티로 읽거나, 헬리콥터를 헤콜립터 등으로 발음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물론 글을 쓰는 것도 어려웠죠. 그렇다고 선천적으로 지능이 떨어지거나 신체에 이상이 있어서 이런 증상을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인물 중에는 난독증을 겪는 사람이 제법 많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노트에 기록할 때 거울에 비친 것처럼 글씨를 거꾸로 썼고, 파블로 피카소는 글자와 숫자 외우기를 어려워해 청소년기까지 글씨를 쓰지 못했다고 합니다. 또 토머스 에디슨은 “선생님은 나의 머리가 썩었다고 했다. 나는 내가 정말 저능아 인줄 알았다.”고 고백할 만큼 언어 표현 능력이 엉망이었다고 말합니다. 영화배우 톰 크루즈도 대본을 읽어주는 개인 코치가 있을 정도로 난독증이 심각하다고 하네요. 그가 영화에서 보여준 멋진 대사들은 모두 귀로 들어서 외운 것이라네요. 이라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제이미도 아무리 어렸을 때부터 익숙해진 요리 분야라 해도 ‘공부’를 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재료의 특성을 분석하고 조리과정에서 일어나는 성분 변화 등을 습득하는 식품학을 가장 어려워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내가 글을 잘 읽지 못하는 건 바보여서가 아니다. 빨리 달리지 못하고, 노래를 잘하지 못한다고 해서 바보는 아니니까’라고 생각하고 친한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즉 자신이 글을 잘 읽지 못한다고 고백하고 요리 실습 시간에 솜씨로 도와줄테니, 식품학 교재 요약본을 목소리로 녹음해달라고 부탁해서 상부상조 했습니다. 종이에 쓰인 글을 읽는 대신, 소리로 기억하는 방법을 택한 제이미 올리버는 덕분에 요리학교의 전 과정을 무난히 소화해 냈습니다.  


성인이 될 때까지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못할 정도로 난독증이 심했던 그이지만 매일 밤 요리책을 통째로 외우는 열정으로 요리 실력을 쌓았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TV 요리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유분방한 요리법과 재치 있는 입담으로 방송 섭외 1순위가 된 제이미는 자신의 이름을 건 요리 프로그램과 책으로 스타 셰프가 되었고, 광고 모델도 하면서 영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요리사로 거듭납니다. 물론 어마어마한 재산을 가진 부자가 되었지요.


이정도까지의 이야기라면 제이미 올리버는 ‘난독증을 극복하고 최고의 요리사가 된 사나이’라는 성공스토리에 그쳤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을 발휘에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OFFICIAL LEWEB PHOTOS/flickr


그리고 2002년 피프틴 재단이라는 사회적 기업, 즉 영리기업과 비영리조직의 중간형태의 기업을 만들어 가정 형편이 어려운 젊은이들에게 요리사가 되는 과정을 이수하게 해 교육의 기회를 주고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2002년 처음 교육을 시작한 훈련생의 수가 15명인데서 이름을 딴 ‘피프틴 재단’은 현재까지 졸업생이 200명이 넘고 이들 모두가 레스토랑을 운영하거나 TV등에 출연하는 등 졸업생의 90% 이상이 요리업계에서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나아가 네덜란드, 호주 등 프랜차이즈를 낼 만큼 성장하고 있습니다.  

제이미의 이러한 행보는 영국사회에서 사회적 기업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인식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2003년, 불과 스물 여덟살의 나이에 그의 생애 최대의 명예로 기록될 MBE훈장을 엘리자베스 여왕으로부터 받게 됩니다. 


제이미 올리버는 이어서 학교급식 개선 캠페인에 뛰어들었습니다. 본격적인 사회운동가가 된 겁니다. 좋은 음식은 신선하고 윤리적인 재료에서 비롯된다는 요리철학을 갖고 있는 제이미에게 학교 급식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지금 영국 학교급식 상황은 너무나 처참해. 학교나 관계 기관, 업체들은 급식의 단가를 낮춰서 이득을 얻으려고만 하지. 아이들의 건강은 뒷전이야. 그러니 음식의 질이 떨어지고 영양가도 낮아질 수밖에 없어. 신선한 채소와 손으로 직접 만든 빵을 주지는 못할망정 설탕과 소금을 잔뜩 넣은 인스턴트식품을 성장기 아이들에게 주다니, 건강에 절대 좋을 리가 없어. 더구나 아이들은 점점 운동도 하지 않으면서 지방과 설탕 덩어리인 음식을 먹고 있어. 아이들 세대에서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결국 미래엔 심장병이나 암, 당뇨병이 더 많이 발생할 수 밖에 없을 거야. 게다가 사탕이나 케이크, 탄산음료 등은 아이들의 정신발달과 행동에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부모들은 왜 아이들이 난폭한 행동을 하거나 주의력 결핍장애Attention Deficit Disorder를 보이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하지만, 사실 그게 음식 때문일 수도 있다는 걸 모르고 있어.’


그는 <제이미의 스쿨 디너>라는 TV프로그램 등을 제작 방영하여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자, 정부의 지원을 얻기 위해 총리관저와 정부기관들이 모여있는 다우닝 스트리트 10번지에서 ‘나에게 좀 더 좋은 음식을 먹여 줘Feed Me Better'라는 캠페인을 벌이며 시님들로부터 학교급식 개선을 요구하는 청원서에 사인을 받았습니다. 

제이미의 계획은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무려 27만 1677명의 시민이 청원서에 사인을 해주었고, 학교급식 개선을 위해 다방면으로 꾸준히 노력한 제이미의 노력에 결국 영국 정부의 마음도 바꾸게 되어, 토니 블레어 정부는 학교급식에 3년 동안 2억 8천만 파운드, 우리 돈으로 약 4870억 원을 지원하기로 약속하기에 이릅니다. 


이렇게 확보된 돈은 곧장 학교들과 지방자치단체에 보내졌고, 아이들은 기존의 정크푸드 대신 치킨 카레나 연어 샐러드, 명태구이, 동양식 국수 볶음 등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갓 구운 빵이나 샐러드는 기본이고 후식으로 요구르트나 케이크, 바나나, 사과, 귤 등 신선한 과일을 먹게 되었다고 하네요. 영국은 이를 두고 ‘제이미가 음식혁명Food Revolution을 일으켰다'라고 평가한다고 합니다.  


http://tvcast.naver.com/v/128035

 

 
잘 먹어야 성적도 좋다! - 영국의 학교급식 혁명 ⓒ네이버 tvcast



이 동영상의 설명 - 영국의 인기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가 이슈를 불러일으킨 캠페인이 계기가 돼, 2006년 영국 정부는 학교급식 개선을 위해 3년간 약 4천894억원의 예산을 추가 투입했다. 이를 통해 콜라와 과자 등 정크 푸드를 학교에서 추방하는 등의 정책을 발표하면서 영국의 학교급식 혁명은 본격화됐다. 그 선두에 학교 급식 개선과 식문화 개선을 목표로 여러 비영리단체들이 결합해 ‘푸드 포 라이프 파트너십’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급식 개선운동을 펼치며 식생활 문제의 심각성을 절감한 제이미는 이것이 비단 영국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시선을 전 세계로 돌리고 우선 ‘세계에서 가장 건강하지 못한 나라, 미국’으로 달려갔습니다. 당시 미국은 햄버거와 피자, 감자칩 등을 매일 입에 달고 사는 냉동식품의 나라였습니다. 

미국은 18분에 한 명이 먹는 음식 때문에 비만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비만으로 인해 발생하는 미국 의료보험 비용은 전체 질병의 10%로, 연간 15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66조 8750억 원에 달합니다. 비만 문제가 이 상태로 간다면 10년 후엔 의료보험비가 두 배로 뛸 거라는 예상이 나올 정도였다고 합니다. 


제이미는 매년 미국 내에서 가장 비만율이 높은 주나 시티 등을 찾아다니며 ‘미국의 식단 개조’를 위한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첨단 의료장비가 아닌, 정보와 교육으로 음식의 힘을 알리고자 노력했습니다. 새파랗게 젊은 영국 요리사 하나가 미국 식단을 바꾼다는 소리에 처음 미국의 반응은 시큰둥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영국에서 그러한 냉담을 경험한 바 있는 제이미는 아랑곳하지 않고 무려 7년 동안 ‘식단 개조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진심은 언제나 통하는 법, 제이미가 미국에서 펼친 식단 개선 운동은 또 다시 성공합니다. 오바마 정부가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고, 특히 미국의 퍼스트레이디인 미셸 오바마 여사는 어린이들의 비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렛츠 무브Let's Move라는 캠페인에 참여하며 미국 어린이 비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습니다.


http://tvcast.naver.com/v/35532

제이미 올리버의 TED Prize wish : 모든 아이들에게 음식에 대해 가르칩시다 ⓒ네이버 tvcast
 



제이미 올리버라는 한 명의 요리사가 이뤄낸 일들을 통해 우리는 진정한 전문가의 길이 무엇인지를 배웁니다. 

부자가 된 유명한 요리사는 정말 많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안전하고 위생적이며 영양상으로 균형 잡힌 음식을 먹기를 바란 요리사는 없습니다. 제이미가 바란 것은 단 한 가지, 많은 사람들이 ‘요리가 주는 기쁨’을 알았으면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이미는 사람들이 인스턴트 음식에 빠져 사는 근본적인 이유는 인스턴트 음식이 맛있어서가 아니라 ‘요리를 잘 할 줄 몰라서’ ‘요리가 주는 기쁨을 몰라서’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와 핵가족화가 낳은 세계적인 사회문제라고 간파했습니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일은 위생적이고 안전한 재료로 만든 요리가 얼마나 맛이 있는지, 그리고 만들기는 얼마나 쉬운 지를 알려주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재능기부’가 아닐까요?


‘나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전문가‘에 그치지 않고 나의 전문 분야를 보다 나은 사회, 보다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하는데 기꺼이 참여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전문가의 길입니다. 당신이 가진 재능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걸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 리뷰는 온라인신문 인사이트에 기고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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