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노트 라이프
홍순성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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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워킹을 위한 완소 어플, 에버노트 활용기

 

 

“에버노트를 사용하며 느꼈던 경험담을 함께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자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사실, 에버노트는 제목과 본문을 채워 넣는 정도의 아주 단순한 노트 앱이다. 그러나 에버노트는 사용자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사용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그 활용범위가 달라진다. 직장인에게는 업무수첩, 기자에게는 취재수첩, 학생에게는 강의노트, 의사에게는 진료노트, 주부에게는 살림노트 등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활용 방법이 존재한다.”

 

 

에버노트는 간단하게 말하자면 ‘메모’서비스 어플리케이션이다. 에버노트의 모토는 "Remenber Everything!" 즉 모든 것을 기억하라 정도 될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 쓰임이 너무나 커서 이것을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들은 에버노트는 ‘두 번째 두뇌다’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지난해 <스마트 워킹 라이프>를 출간했던 홍순성(혜민아빠로 잘 알려진 IT 파워블로거)이 썼는데, 이 책은 에버노트 본사에서 공식 인증을 받은 <에버노트 공식 추천도서>가 되었다고 한다. 블로거로서 북리뷰어로서 평소 자주 만나는 지인의 책이라 더욱 유심히 읽어봤다. 그리고 책을 읽어가면서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에버노트 어플리케이션을 직접 깔아 실습도 했다. 첫 사용감은 초보자들도 쉽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90점을 줬다. 사용법을 익혔으니, 이제 활용법을 배울 차례. 이 책을 보다 더 자세히 살폈다.

 

 

 

 

<에버노트 라이프>는 에버노트 입문자부터 기존 사용자까지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에버노트의 기본적인 사용법뿐만 아니라 국내외 23명의 에버노트 파워유저들이 본인들이 직접 경험한 여러 가지 활용 사례를 인터뷰 형식을 빌어 소개하고 있다.

 

에버노트 설치와 노트, 노트북, 스택 등 에버노트의 기본적인 기능들을 설명하고, 웹 클리퍼 등 자료 수집 방법과 태그 등 고급 검색 기능, 에버노트 푸드, 헬로우 등 다양한 어플리케이션 활용법을 소개한다. 아울러 에버노트로 수집한 자료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사례와 에버노트 사용 시 꼭 알아두어야 할 내용들을 정리되어 있다.

 

 

 

 

텍스트, 사진, 오디오 등 다양한 방식으로 메모할 수 있는 대표적인 노트 어플리케이션인 에버노트는 이미 전 세계에 걸쳐 25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어를 포함하여 16개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는 세계적인 어플리케이션입니다. 메모 어플리케이션에서는 이미 킬러앱(비슷한 종류의 어플 중 최고)으로 꼽힌다고 한다. 일본에는 이미 에버노트 관련 도서가 30여 권이 있을 만큼, 미국에 이어 많이 활용하고 있단다.

 

에버노트의 장점을 살펴보니, 단순히 메모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클라우드 기술을 기반으로 웹, PC, 스마트폰 등 모든 컴퓨팅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동기화되어 언제 어디에서나 다양한 방식으로 메모하고 그 자료를 바로 검색하여 찾아 낼 수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에버노트만 있으면 USB도 클라우드 앱도 사용할 필요가 없다.

 

그리 복잡하지 않은 사용법과 단순한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지만, 사용자의 성향이나 직업, 취미에 따라 그 활용도가 무궁무진한 것이 특징, 오늘 내가 이 책을 소개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좋은 비서가 되어줄 것이다. 특히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는 투자자의 경우 하루에도 수십 수백개의 뉴스와 정보들을 만나고 있는데, 이들을 한데 모아 하나의 지식체계를 이루기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를 테면 사무실 컴퓨터로 켠 온라인에서 발견한 정보를 스마트폰에 옮긴다던가, 이동 중에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다가 만난 뉴스나 정보들을 여러분은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가? 바로 그럴 때 ‘에버노트’가 필요하다. 에버노트에는 동기화기능이 있어서, 데스크탑, 노트북, 스마트폰등 에버노트를 설치한 후 동기화버튼만 눌러주면 스마트폰에 있던 자료를 컴퓨터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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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에서의 에버노트 활용법>

 

 

에버노트의 특징과 효용 !

“책 <365 매일 쓰는 메모습관>의 저자인 조병천 코치는 인터뷰에서 “메모는 한곳으로 집중해야 효율적이고 활용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여러 권의 수첩이나 노트를 이용하거나 포스트잇 또는 휴대용 메모지 등 여러 가지 메모도구를 쓰다 보면 나중에 메모한 내용을 찾으려고 할 때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메모들이 모여 있으면 필요한 자료를 빠르게 찾을 수 있으므로,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메모를 입력해 두면 쉽게 검색할 수 있는 장점이 제공된다. 또한 찾고자 하는 메모와 연관성이 있는 메모까지 함께 찾을 수 있다. 연관성이 있는 메모로 인해 자료의 활용도를 더욱 높일 수도 있다.

에버노트는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도 아주 유용하게 활용된다.

- 문서자료를 에버노트로 찍어 두거나 출장 시에 필요한 품목 체크목록을 저장한다면 물건을 확인할 때 별도의 서류를 가지고 다닐 필요도 없고, 어디에서나 작업을 체크할 수 있다.

- 컴퓨터에서 문서나 웹 서핑 중에 읽고자 하는 것을 붙여넣기 해 두면 나중에 스마트폰으로 쉽게 볼 수 있다.

-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해지면 자투리 시간에 에버노트를 통해 글쓰기 작업을 할 수 있다. 또 이렇게 작업한 내용은 동기화되어 다른 PC에서 이어서 작업할 수 있다.

- 휴가 계획을 세웠다면 이와 관련된 내용을 정리해서 에버노트에 저장할 수 있다. 맛집, 여행지 정보 등 필요한 정보를 상세하게 정리한 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을 통해 휴가지에서 사용한다.

- 책이나신문을 스크랩하거나 쇼핑 목록, 맛집 정보 등 일상 생활을 정리할 때 사진으로 기록해둔다. 19~21 페이지

 

 

에버노트를 한다는 말은 ‘메모를 디지털화 한다’고 보면 된다. 메모의 중요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요즘과 같은 디지털 정보화 시대에는 메모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지난 2009년 세계에서 운영되고 있는 블로그는 2억 개 이상이었다. 매일 1억 개 가량의 새로운 글이 생산되었고, ABC, NBC, CBS 등 미국을 대표하는 3대 방송사의 10년 방송분량에 해당하는 동영상이 매일 같이 유튜브에 올라오고 있다. 어떤 사람은 ‘우리가 하루 동안 접하는 정보량은 100년 전 사람들이 평생 취급할 정보를 웃돈다’라고 평가할 정도로 그야말로 우리는 매일 정보의 바다를 헤엄치고 있다.

 

이처럼 정보가 차고 넘치는 요즘 같은 시대에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어떻게 찾고 어떻게 관리하고 어떻게 활용하는가 하는 문제는 어쩌면 인생 전반에 걸친 중요한 문제인지도 모른다.

 

그 점에서 이미 전 세계 25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어를 포함하여 16개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고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킬러앱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 어플리캐이션 ‘에버노트’는 정보활용을 위한 필수품이다. 특히 자료를 많이 필요로 하는 주식투자자나 임장활동이라 할 만큼 현장의 동향이 중요시 되는 부동산투자자에게 있어 에버노트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어플리케이션입이라 할 수 있다. 만약 투자를 여럿이 함께 해야 한다면 더욱 그런데, 바로 동기화와 공유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주위를 살펴보면 엄연히 최첨단의 스마트폰이나 태블

릿PC를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소프트웨어나 어플리케이션 이야기를 들으면 아예 시작도 하기 전에 ‘나는 기계치야’하면서 머리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언제까지 외면할 수 있을까. 스마트폰이 2500만 대인 요즘, 70대 할아버지도 스마트폰으로 문서를 읽는 시대가 오늘날이다. 활용면에서 뛰어나다면 한 번 관심을 갖고 배워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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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노트의 비즈니스 활용 사례

“에버노트를 사용해서 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진 사례가 있나요?

에버노트를 훌륭하게 사용하는 기업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블로그에 소개된 사례로는 2가지가 있습니다. 지금 현재 미국 애틀란타에서 5개 레스토랑 체인을 운영하는 곳과 미국 전역에 1,900여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대형 가구점의 에버노트 사용 사례 입니다.

첫 번째로 ‘Great Food Group Inc.의 사장인 패트릭 앨버렛은 애틀란타에 위치한 5개 체인 레스토랑 주인입니다. 직원들과 오늘의 할 일을 적어 공유, 청구서, 영수증 등 온갖 서류를 스캔해서 보관하고 사내 규정 및 고용 및 사내 기본 교육안 저장, 전 레스토랑에서 사용한 전구의 종류까지 상세히 사진을 찍어 기록합니다. 에버노트로 종이 없는 사무실을 만들 수 있었고, ‘사람과 장소’를 기록하는데 매우 효율적이었으며, 무엇보다 ‘무엇이든’, ‘어디에서나’ 기록하고, ‘어디에서나’ 꺼내볼 수 있다는 점이 최고였다고 합니다.

두 번째로 에론 주식회사는 미국과 캐나다에 1900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가구, 전자제품 및 컴퓨터 판매점인데, 에버노트로 팀간 협업 도구와 의사교환, 조직화 도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새로운 판매 입점이 고려되어야 하는 복잡한 프로젝트 중 하나이지만, 에버노트를 통해 많은 양의 정보를 쉽게 수집, 저장하고 어느 기기에서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 매우 유용했다고 합니다.” 210~211 페이지

 

 

에버노트를 잘 사용하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앞서 살펴본 동영상은 레스토랑이나 음식점의 경우처럼 사업을 하면서도 에버노트는 활용도가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음식점의 경우 각종 서류와 데이터 관리는 물론 식자재와 비품의 사입과 관련해서 주방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데, 에버노트가 이를 가능하게 한다.

 

이렇게 에버노트를 강조해도 곧죽어도 ‘아날로그’를 추구한다며 수첩과 펜을 고집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디지털화가 가능하다. 스마트펜과 에버노트를 사용하시면 된다. 이렇게 스마트펜을 이용해서 아날로그 방식으로 에버노트를 사용한다면 기억력도 높여주고, 오래 기억되고, 빠르게 찾을 수 있어서 도움이 된다. 하지만 혜민아빠는 굳이 아날로그를 추구한다면 노트에 적은 후 스캐너로 복사 후 에버노트에 올리기를 추천한다. 오랫동안 꾸준히 하려면 편하고 단순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책을 읽어보면 에버노트로 취업준비를 하고, 공부법을 개발하고, 창업노트로 활용하는가 하면 저자의 경우 에버노트를 활용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106 페이지에서부터 장장 20여 페이지에 걸쳐 ‘에버노트로 책 쓰기’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북리뷰어라면 관심을 가져도 좋을 내용이다). 책이 출간된 후 저자와 오프라인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에버노트를 만난 후 ‘기억하기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고 말했다. 불혹을 지나면서 망각과 게으름으로 곤란한 경험이 점점 많아지는 난 그의 말을 듣고 ‘혹~’ 했다. 이 책을 읽으며 에버노트를 주물럭 거린지 3주 벌써 100여 개의 노트를 만들었다. 복잡한 듯 하지만 태크 별로 정리해서 검색이 용이했다. 기억의 편린이 모이니 ‘기억 저장소’같다는 느낌이 든다. 제대로 활용하리라 작정했다. 독자들에게도 권한다.

 

 

본 이미지는 팍스 TV(6월 021일) 재테크 다이어리에 방송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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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h 러쉬! - 우리는 왜 도전과 경쟁을 즐기는가
토드 부크홀츠 지음, 장석훈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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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행복에 이르는 진짜 방법

 

조그만 항구 도시에 사는 가난한 어부가 자신의 보트에서 늘어지게 낮잠을 잤다. 그때 그곳을 지나던 사업가가 어부를 깨워 말을 걸었다.

 

사업가 : 하루에 몇 번이나 출어하시오?

어부 : 단 한 번. 나머지는 이렇게 쉬지요.

사업가 : 왜 두 번 이상 하지 않소? 그럼 세 배로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을 게 아니오?

어부 : 그러면요?

사업가 : 그러면? 그러면 2년 뒤에는 모터보트를 두 척 살 수 있고, 3~4년 뒤에는 두세 척의 보트로 훨씬 더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죠. 그럼 작은 냉동 창고에 훈제 생선공장, 커다란 생선 처리공장까지 지을 수 있고, 잘만 하면 헬리콥터를 타고 날아다니며 물고기 떼의 위치를 미리 어선에 알려줄 수도 있소.

어부 : 그런 다음에는?

사업가 : 그런 다음에는 여기 이 항구에 편안하게 앉아 햇살 아래 달콤한 낮잠을 즐기는 거요. 저 멋진 바다를 감상하면서!

어부 : 내가 지금 그러고 있잖소!

 

<행복의 중심, 휴식>(걷는나무)에 소개된 이 글은 그 책을 읽지 않았더라도 몇 번은 들어봤음직할 만큼 유명하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고 있는 오늘날의 우리를 꼬집는 이야기, 즉 행복은 성공한 후에 오는 것 뿐 아니라 오늘을 즐기는 우리 발 앞에 놓여 있다고 말한다. 돈을 만들 궁리로 가득했던 사업가가 한심해 보이는 순간이다. 하지만 나는 오늘, 작은 깨달음을 주는 이 글에 퉁을 놓고자 한다.

 

이 이야기의 끝을 조금 더 늘려 사업가와 어부가 맞이한 그 날 저녁시간은 어땠을까? 추측컨대 사업가는 오늘 낮에 있던 낚시의 결과에 상관없이 맛난 요리와 고급 와인으로 저녁을 만끽했을 테고, 낮잠을 자느라 고기를 잡지 못한 어부는 필경 저녁을 굶었거나 초라한 밥상을 만났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내일부터 태풍이 불어 앞으로 일주일간 바다에 나가 낚시를 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래도 어부가 즐긴 오후의 낮잠은 과연 행복이었을까?

 

내가 만들어낸 두 사람의 저녁 이야기가 비약이 심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생각한 것은 내가 시니컬한 성격이어서가 아니라, 행복의 중심에는 ‘돈’이 아니라 ‘휴식’에 있다는 사람들의 생각을 반박하고 싶어서다. 사람들이 행복하려면 휴식도 있어야 하지만, ‘돈도’ 필요하다는 현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이 둘 모두 다다익선(多多益善),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조금은 해괴망칙한, 하지만 아무리 뒤집어봐도 일리가 있는 이 생각이 뜬금없이 떠오른 것은 결코 아니다(나는 그렇게 똑똑하지 못하다). 재미있는 책 한 권의 마지막장을 덮으면서 든 생각이다. 제목은 <러쉬!>(청림출판)으로 현대인이 부딪히고 있는 다양한 경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 책이다. 원제목은 Rush, why you need and love the rat race ‘러쉬, 당신이 생쥐 경주를 필요로 하고 좋아하는 이유’ 정도 되겠다.

 

 

 

 

이 책을 펼친 가장 큰 이유는 저자에 있었다.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의 작가 토드 부크홀츠의 신작이다. 소설이었던 전작 <카스트로 유전자>에서 세계 금융시장과 정ㆍ재계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보여주더니, 이번에는 경쟁과 도전, 그리고 느림과 휴식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경제학에 결합시켰다. <경제학 콘서트>의 팀 하포트와 <괴짜경제학>의 스티븐 레빗, <상식 밖의 경제학>의 댄 에리얼리, 그리고 토드 부크홀츠의 책이 갖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책을 끝까지 읽으려면 여느 책보다 많은 집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이들을 만난다면 후레쉬를 챙겨라. 다방면으로 박학다식함을 짐작하게 하는 이들의 이야기와 위트 넘치는 입담에 취하다 보면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일과 스트레스로 첨철된 ‘무한경쟁의 사회’에서 벗어난다면 정말 행복하겠다고 말한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무인도 같은 곳으로 기약 없는 휴가를 떠나 사람들과 연락을 끊고, 모든 것과 단절 된 채 바닷가를 산책한다면...그보다 더한 행복이 있을까 입버릇처럼 말한다. 하지만 피지나 몰디브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남자’들에게 물어보라, 열에 아홉은, 사흘 저녁만 지나면 ‘심심해서 미쳐 버린다’고 할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갖고 있는 이런 행복에 관한 통념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일과 스트레스를 벗어나 휴식을 취한다고 해서 더 행복해지진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비록 성공하지는 못하더라도 우리가 무언가를 항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경쟁하며 바쁘게 움직일 때 더 행복해진다고 주장한다.

 

 

 

 

제 아무리 저명한 경제학자라지만 이러한 그의 주장은 낯설기 그지없다. 하지만 신경경제학과 진화생물학, 르네상스 미술을 거쳐 제너럴모터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의 흥미로운 일화와 논박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저자는 일과 스트레스를 벗어나는 것이 행복을 찾는 길이며 경쟁이 우리의 영혼과 행복 추구의 기회를 삼켜버리는 암적 존재라고 믿는 행복 전도사들을 ‘에덴주의자(가보지 못한 낙원 에덴을 마치 가본 듯 말하는 몽상가)‘라 부르며 다양한 이론과 사례 그리고, 과학적 연구결과를 토대로 경쟁이야말로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고, 인간을 더 공정하고 훌륭하게 만들어준다고 단언한다.

 

“이 세상이 이전투구의 장소가 된 것은 우리의 빠른 삶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인류 역사의 수천 년에 해당하는 부분을 망각한 결과다. 수명 문제 하나만 놓고 보자. 1900년, 미국인의 기대 수명은 고작해야 마흔 일곱 살이었다. 개척민들이 정착하기 전 미국 원주민 시대로 돌아가보면, 기대 수명은 서른 살 정도였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불평불만, 고층 빌딩에서 일하는 스트레스, 신용카드 빚, 북적대는 학교에도 불구하고 개발국의 기대 수명은 거의 여든 살 가량이다.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경쟁이 우리 수명을 늘려주는 것이라고 볼 순 없는가?” 8~9 페이지

 

저자는 우리가 당면한 진짜 문제는 경쟁이 아니라 활동성 없는 삶이라고 말했다. 즉 스트레스 상황은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다니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붙박이 처지인데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마치 아우슈비츠로 가는 열차 안에서 서서 볼일을 보고 잠을 자야했던 유대인처럼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에 갇혔다는 기분이 들 때 우리의 영혼은 병들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글로벌 기업 폭스콘에서 일하던 젊은이들이 2010년 한 해 동안 무려 16명이 공장과 숙소에서 자살을 했는데, 알고 보니 그들은 4초마다 반복된 작업을 무려 12시간 동안 했다고 한다. 옆 사람과 말하는 것은 물론 금지였다.

 

한편 저자는 천연자원이 부족한 나라 보다 풍족한 나라가 더 빈곤한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풍족한 나라 사람들에게는 부족함을 채우려는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며 한국과 베네수엘라를 비교했다. 즉 1960년대 초, 아이티 수준의 빈국이었던 한국은 인재와 근면 덕분에 50년이 지난 현재 서유럽 국가 생활수준과 견줄 만한 나라가 되었다. 반면 풍부한 자원에 만족해 경쟁의지가 꺾인 베네수엘라에게 원유는 ‘악마의 배설물’같은 저주가 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한 나라(기업 혹은 개인)을 키우는 것은 자리가 아니라 자세이며 돈이 아니라 근성이라고 강조한다. ‘포춘 선정 500대 기업’들이 실리콘밸리의 차고에 만들어진 회사에 돈을 투자하는 이유 역시 그들의 자세와 근성을 믿기 때문이다. 즉 가진 것이 없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에 급한 것을 먼저 하게 되고 더 땀을 흘린다는 것이다. 결론에 이르러 우리 뇌와 몸이 살아있다는 느낌과 행복감을 맛보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스트레스와 경쟁심이 필요하며, 에덴주의자들의 주장대로 미국을 월든 호숫가로 바꾸려 한다면 우리의 생활수준은 떨어지고 기대 수명은 짧아질 거라며 다음과 같은 말로 끝을 맺는다. “장담하건데, 새상은 여러분을 어느 날 문득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삶은 결코 소소한 투쟁이 아니라는 걸 깨달을 때, 우리가 행복을 맞볼 가능성은 더 커진다. 언제나 그래왔다. 그런 투쟁을 통해 우리는 엄청난 것들을 얻을 수 있다.” 경쟁에 대한 새로운 해석, 일독하면 무한경쟁시대가 새롭게 보일 것이다.

 

 

본 이미지는 팍스 TV(5월 15일) 재테크 다이어리에 방송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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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개만으로 살아보기 - 최소한의 물건으로 살아본 한 남자의 유쾌한 체험기
데이브 브루노 지음, 이수정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문제는 과소비야, 이 바보야!

 

 

“소비주의가 빚어낸 폐단은 비단 집 안이 어수선해지고 빚이 쌓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제일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소유하는 물건의 수가 늘어날수록 우리는 ‘더 많이’ 원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게 바로 소비주의가 지닌 가장 비극적인 양상이다. 그렇기에 소비를 행복의 주된 방편으로 삼는다면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늘 ‘더 많이’ 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무언가를 손에 넣으면 ‘하나 더’ 갖고 싶어지고, 그만큼 우리의 불만은 더 커진다.

 

자,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도전은 소비주의라는 비극적 사슬을 끊어버릴 수 있는 하나의 방편이다. 물론, 사람마다 소비주의를 다스리는 나름의 방법이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 누구도 아무런 희생을 치르지 않고 소비주의로부터 해방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껏 너무 많은 물건에 치여 살아왔다면, 무언가를 끊임없이 사들이고 있다면, 너무 많이 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멈출 수 없다면, 당신은 뭔가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스스로 분수에 맞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내가 이 도전을 시작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나는 많은 물건이 행복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내 자신에게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그리고 그건 대단한 효과가 있었다. 이제 나는 다음에 또 무엇을 살지, 그에 관해 끊임없이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살고 있다. 물건이 아닌 다른 대상에서 기쁨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신도 그렇게 될 수 있다.“

 

최소한의 물건으로 살아본 남자의 유쾌한 체험기, <100개 만으로 살아보기>(청림출판)는 미국식 소비주의라는 비극적 사슬을 끊고 스스로에게 획기적인 변화를 시도하여 온 서른여덟 살 남성의 경험담을 가감 없이 들려주고 있다. 100개를 사용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자신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감축’, ‘거부’, ‘재조정’을 통해 버리며 사는 즐거움에 이르게 된 여정이 진솔하게 드러나 있다. 자신의 삶이 물건에 치인 것 같아 소비주의에서 벗어나기를 소망하는 사람들에게 좀 더 나은 삶을 바라보고 다시 나아갈 힘을 얻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의 저자인 브루노는 어느 날 집 안팎을 둘러보다가 자질구레한 잡동사니들 때문에 정작 삶에서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잡동사니들로부터 벗어나기로 마음을 먹는다. 저자는 도전 초기, 자신의 도전이 물건에 대한 거부가 아닌 소비주의를 향한 거부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자신의 어리석은 소비 습관을 고치기 위해 1년 동안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면 사지 않기로 결심했다. 삶의 방향을 ‘소유’에서 ‘만족’으로 바꾼 셈이다.

 

브루노는 자신에게 성경에서 일기, 휴대전화, 카메라, 치솔, 면도기, 티셔츠, 운동화, 양복, 구두, 속옷과 양말까지 꼭 필요한 100개를 선정했는데, 같은 종목은 최대한 줄이고, 반면 책은 아예 서재를 하나라고 놓은 등 자기만의 다양한 기준과 선택으로 항목을 만들었다. 그리고 다른 추가항목을 대비해 항상 90 몇 개 정도로 여유를 두었다.

 

그 후 더 추가할 항목이 생기면 ‘정말 필요한 물건인가’ 고민을 했고, 선물을 받게 되면 쓸모여부를 따져 사양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선물 주거나 자신의 100개 항목 중에서 재조정했다. 이후 그는 100 개만으로 호텔에서 근사한 저녁 식사를 하는 대신 집에서 가족들과 여유 있는 저녁 식사를 즐기고, 옷 한 벌도 꼭 필요할 때만 신중하게 구매했다. 또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경하는 대신 아내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당연히 쇼핑하는 시간이 줄면서 시간적 여유가 늘었고, 소비가 줄면서 가계에도 훨씬 경제적 여유가 생긴 것이다.

 

이러한 생활을 하면서 저자는 자신이 정리하고 소유한 100개의 물건에서조차 매일 평균 사용하는 물건의 숫자는 전체 물건의 14퍼센트, 즉 14개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평범한 사람이 행복한 하루를 보내는 데 필요한 물건은 놀랍게도 14개면 충분하더란 거다. 이 책을 읽다보면 물건을 소유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삶의 양상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나 역시 물건이 주는 만족의 한계를 알 것 같았다. 단순하지만 더 의미 있는 삶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쓰고 낭비하고 소진하고 파괴하는 사람, 소비자 !

 

“’100개만으로 살아보기’는 어느 정도 충동적인 결정이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물건에 치여 있다는 각성마저 즉흥적인 건 아니었다. 한동안 나는 우리 소비문화가 지닌 부정적 양상 때문에 고민을 해야 했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우리가 실로 여러 면에서 소유물로 그리고 그 축적 정도로 평가된다는 사실 말이다. 하지만 나는 많은 물건을 소유하는 데서 비롯되는 압박감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해방되고 싶어 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정확히 짚어 낼 수가 없었다.

 

나는 내 불안감의 정체를 규명해 보기 위해 ‘미국식 소비주의’라는 단어를 해체해 보았다. 그건 아주 유용했다. ‘소비자’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본 게 적중한 것이다. 오늘날 소비자라는 어감은 대개 긍정적이다. 쇼핑을 하고 물건을 사는 우리가 소비자다. 그 긍정적인 어감의 연장으로 ‘소비자 권리’라는 말도 있다. 어쨌든 소비자는 무언가를 사는 사람이라는 말과 동의어로 취급된다.

 

하지만 그 원래의 의미는 사뭇 달랐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을 보면 소비자의 첫 번째 뜻이 ‘쓰고 낭비하고 소진하고 파괴하는 사람’으로 되어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무심히 소비한(구매한) 물건들을 실제로 소비한다(또는 파괴한다).” 54~55 페이지.

 

이 본문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있는 소비자의 정의 였는데, 바로 “쓰고 낭비하고 소진하고 파괴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였다. 저자는 이처럼 물건들에 둘러쌓인 자신을 통해 미국인의 소비문화를 살펴보았다. 정말로 필요한 것을 사는 수준을 넘어, 원하는 것 이상으로 많이 사는 자신과 미국인들을 본 것이다. 저자는 그 이면에 더 놀란다. 즉 필요해서 막상 사고 나면, 채워져야 할텐데, 정작 그렇지 않더란 것이다. 새로운 것이 나오면 또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욕구가 생기는 것이 소비자의 마음이었다.

 

그래서 저자는 미국식 소비주의라는 구조에는 기본적으로 불만족이 내재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나아가 저자는 원하는 것을 모두 갖추고 사는 것을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하는데 이 역시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을 읽다가 보니 언뜻 생각나는 비슷한 책은 <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는가>였다. 브랜드 마케터이자 명품만을 고집하는 소위 '된장남’이었던 주인공 부어맨은 어느 날 저마다 자기를 소유하면 행복하게 될 거라고 말하는 브랜드들을 원없이 많이 가졌는데, 오히려 점점 허무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고 급기야 속았다는 각성을 하게 된다. 그는 '나는 브랜드 중독자다'라고 스스로 선언한 후 술과 약물중독자들이 그들을 가까이 하지 않듯 브랜드를 멀리하기로 결심하고, 운동장 한가운데 지금껏 구입했던 브랜드 제품을 모두 태우는 퍼포먼스를 벌인 후 브랜드로 된 제품은 절대로 사용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는다. 이 두 권의 책이 갖는 공통점이라면 바로 ‘소비를 돌아본다’일 것이다.

 

 

하루 종일을 사는데 내가 필요한 물건은 몇 개일까?

 

“도전을 시작하고 석 달이 지난 어느 일요일, 나는 교회에 가기 직전에 목록을 펼쳐 보고 1년의 4분의 1이 지난 그 시점까지 전혀 사용하지 않은 물건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그즈음에 내게는 93개의 물건이 있었고 내가 사용하지 않은 물건은 다음의 두 개 뿐이었다.

 

-물려받은 성경

-넥타이 하나

 

그리고 사용한 것으로 간주해야 하는지 아닌지 확신이 안 서는 물건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짐 가방이었다. 그 가방에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에게서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넣어 두었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사용한 것으로 쳐야 할 것 같았다. 그러면 총 93개의 개인 소유물 중, 내가 석 달 동안 사용하지 않은 물품은 2개 였고 그 정도면 과히 물제 될 건 없어 보였다.

아무래도 그날 시간이 좀 남아도는 것 같아서 나는 내가 어딜 가든 갖고 다니는 물품도 세어 보았다. 그런 물건은 모두 14개 였다.

속옷 하의, 속옷 상의, 신발, 양말, 셔츠, 바지, 허리띠, 결혼반지, 시계, 지갑, 일기장, 연필, 선글라스, 휴대전화.

결과적으로 내가 사용하지 않은 물건은 전체 개인 소유물의 2퍼센트, 매일 사용하는 물건은 14퍼센트였다. 이것으로 나는 100개 보다 더 작은 개인 소유물로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해 보인 셈이다. “ 196~197 페이지

 

저자는 100개 중에서도 매일처럼 기본적으로 쓰는 물건은 14개이고, 90일이 지난 시점에서도 아예 한 번도 쓰지 않은 물건의 숫자가 2개라고 말했다. 본문을 읽다가 보면 ‘정말 내가 필요한 물건은 그리 많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리는 없는 게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를 들어 약 30년 전 우리 아버지 세대만 하더라도 전화기나 세탁기는 부자들이나 있던 물건이었다. 특히 전화기 같은 경우는 회선이 그리 많지 않아 당시 돈 100만원을 보증금으로 걸고 순서를 기다려야 몇 달 후에 집에 전화를 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어떤가? 에어컨은 신혼살림이고 전화는 아예 휴대전화를 초등학생들도 가지고 있지 않은가? 한 사회학자는 요즘 같은 소비시대를 일러 ‘파괴소비’시대라고 불렀다. 즉 새로운 것을 사기 위해 멀쩡한 물건을 파괴하는 소비, 즉 필요를 넘어서 새로운 욕망을 추구하는 사치스러운 소비 시대라는 것이다. 휴대 전화의 평균 사용기간이 일 년 남짓이고, 심지어 아파트의 내용연수가 50년이 넘는데, 20년만 지나도 재건축 운운하는 것을 보면 우리가 ‘파괴소비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은 맞는 것 같다.

 

하지만 본문에서 처럼 정작 필요해서 사긴 샀는데, 우리가 하루를 보내면서 쓰는 물건은 그리 많지 않다. 이 글을 읽는 독자도 곰곰이 생각을 해본다면 브루노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하면서 돈을 버는 이유 중에는 하루 삼시 세끼 밥을 먹고, 저축을 하는 것도 있지만, 갖고 싶은 물건을 사기 위해서라는 이유도 있다. 아니, 오히려 이 부분이 꽤 큰 편일지도 모른다. 당장 신용카드만 하더라도 이렇게 필요한 물건들을 소득이전에 미리 당겨서 쓰기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 아니던가?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물건 중에 하나가 바로 자동차인데, 이 자동차는 하루 중에 한 두 시간을 달리는 물건이다. 우리는 이것을 위해 한 달에 얼마를 쓰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이 책을 읽다가 보면 우리가 하루 동안 제품과 서비스를 구입하는 ‘소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100개 만으로 살아봐도 우리 생활에 달라질 건 없다!

 

“<오프라 쇼>가 내게 처음 전화를 걸어왔을 때, 그 회 주제는 ‘세상이 이런 일이’ 였다. 프로듀서와 대화를 나눌 때만 해도 나는 아주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이 도전에는 ‘세상이 이런 일이’ 정도의 기기묘묘함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내 출퇴근 과정, 교외의 우리 집, 애완견, 고양이, 내가 아침 마다, 또 오후에 마시는 커피 한 잔 등 기본적으로 ‘100개만으로 살아보기’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텔레비전이 보여 주기 좋아하는 기기묘묘함의 성격에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ABC 방송국의 <찰스 깁슨의 월드뉴스>의 프로듀서도 같은 반응이었다.

 

내 삶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100개만으로 살아보기’를 흥미롭게 비춰 주거나, 텔레비전으로 방송될 만큼의 재미를 만들어 주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바로 그 점이 도전의 흥미로운 점이 아닌지 되묻고 싶다. 미국 중산층 남자가 100개 이하의 개인 소유물로 살아간다는 그 자체가 기기묘묘한 일 아닌가 말이다.

 

이건 또 어떤가? 그렇게 적은 물건으로 살아가는데도 내 일상이 별로 달라진 게 없다? 그 또한 충격적인 일 아닌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이야말로 이 도전의 숨은 비밀일지 모른다. 우리 삶은 물건이 풍족하지 않더라도 별로 달라질 게 없다. 쉿! 아직은 비밀이다. 아, 그 물건들이 없어지면 우리 삶을 풍성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이 더 생긴다는 변화는 있다.” 206~207 페이지

 

사실 TV 프로그램 같은 곳에서 인터뷰를 할 정도가 되면 100 개만으로 살다 보니 한 가지 옷을 며칠씩이나 입는 등 보통 같지 않은 삶을 살아야 할텐데,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다 보니 ‘방송꺼리’가 안된 것이다. 물론 침대와 탁자 의자 등, 가족들과 함께 사용하는 물건은 100 개 중에 넣지 않거나, 책으로 가득 찬 책장을 ‘하나’로 두는 등 ‘자기 멋대로다’로 여길 만도 했다. 하지만 그가 행한 프로젝트를 잘 살펴보면 우리의 소비가 한참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그의 프로젝트를 따라서 실행하게 되면 낭비를 줄이게 되어 자금이 넉넉해지고, 아울러 일할 시간을 늘리거나, 쇼핑할 시간이 적어져서 하루 중 여유로운 시간이 넉넉해진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더 자유롭고 덜 숨 막히고 더 즐겁기 위한 인생 전환법’이라고 할 수 있다.

 

100 개만으로 살아보기 프로젝트를 한다면 생활은 다소 불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인생은 오히려 풍성해 질 것이다. 아울러 소비를 줄임으로써 지구환경보호에도 기여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야생환경 보호론자 존 뮤어는 "어떤 것이든 그것 하나만 꺼내려 해도 우주의 다른 모든 것이 함께 당겨져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종이 1톤을 만드는데 다른 자원 98톤이 들어가는걸 보면서 그 말이 확 와 닿을 것이다. 값싸게 입을 수 있는 티셔츠 한 장을 만드는데 수많은 물이 들어가는데, 이것이 바로 보이지 않는 환경파괴이고 자원낭비인 것이다.

 

지난 해 <메시> <위 제너레이션>이란 책이 출간되었다. 모두 소유보다는 ‘공유’를 권하고 있는 지구촌을 이야기한 책으로 해외에서 많은 공감을 얻었던 책이다. 빌려주고 빌려 쓰는 공유는 아니더라도, 정말 필요한 것을 사는 소비정신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숲으로 들어간 것은 내 인생을 오로지 내 뜻대로 살아보기 위해서였다'고 말하며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집을 짓고 살았던 <월든>의 저자,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떠올랐다. 최소한의 간소한 생활을 하면서 이른바 '자발적 가난'이 가져다 주는 풍요로움을 느낀 그가 이 책을 읽는다면 박수를 칠 것이다.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바로 ‘만족함’, 즉 enough를 알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잡동사니 없는 삶을 실행해 보는 것은 어떨까?

 

 

본 이미지는 팍스 TV(03월 27일) 재테크 다이어리에 방송된 내용입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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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
이의수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마흔 이후, 중년의 재발견

 

오늘날은 ‘홀로살기’가 훨씬 쉬워졌다. 교통과 통신수단의 발달은 사람들이 꼭 어울려서 살아야 한다‘는 농경사회적 사고방식을 바꾸어 놓았다. 오히려 더욱 다양한 통신수단으로 사람들은 예전보다 더 넓은 범위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혜택을 만끽하는 사람들은 여성들이다. 사회진출로의 욕구와 그녀들만의 원활하고 친화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오늘날과 딱 맞아 떨어져 ’그녀들의 세상‘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점점 고독하고 외로워하며 외톨이가 되어가는 사람들은 남자, 특히 중년에 접어든 남자들이다.

 

요즘 서점가에 중년바람이 거세다. 지난 해에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청춘 콘서트'를 필두로 한 청춘이 키워드였다면, 올해는 중년이다. 중년의 남성 독자를 위한 책으로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 <남자의 물건>, <중년수업> 등이 대표적인데, 제목 한 번 아저씨답다. 김난도 교수가 쓰고 있다는 중년을 위한 책 제목은 점입가경, <결리니까 중년이다>란다.

 

이러한 중년 바람의 시작은 '마흔'에 있다. 책들 대부분이 어떠한 유혹에도 미혹함이 없는 불혹을 맞아, 90세 수명까지의 후반부 인생에 대한 고민하는 중년들의 고민을 대신하고 있다.

 

'나는 동창회가 싫다. 월급, 몰고 다니는 자동차로 사는 수준을 판단하고 행복을 가늠하는 눈치들이 싫어서다. 회사에서는 어느 줄이 튼튼한 동아줄인지 잘 판단해서 줄서야 하고, 사는 순간 '상투 잡아 인생을 저당 잡힌 하우스푸어다. 나는 매주 금요일에 헤어지면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월요일에 회사에 나오지 않으면 로또가 된 줄 알아. 지중해에서 유람선 타고 있을 거야. 나 찾지 마." 로또를 가득 채워 두 장을 샀다. 그렇게 만원을 날렸다. '정말 로또 밖에 답이 없는가' 고민도 하지만, 다음 주면 나는 또 일주일의 꿈을 만원에 사고 있을 것이다. 밀린 주택담보 대출금 갚으려면, 대학을 앞둔 큰 딸 과외비대려면 나는 오늘도 일해야 한다. 나는 아프면 안되는 몸이다.'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한국경제신문)의 주인공 '나'의 이야기다. 저자인 이의수 목사는 불혹의 마흔도 흔들리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아울러 오늘의 마흔들이 많은 애환과 아픔을 겪고 있지만 아직 절반 이상이나 남아있는 인생의 당당한 주인공이기에 축복이라 여기고, 미래를 준비하라고 말한다. 남성사회문화연구소 소장으로 있는 저자는 그동안 만난 마흔 남자들의 실제 내용을 바탕으로 15개의 스토리를 엮었다. 마치 내 얘기같은 스토리에 흠뻑 빠져 있다보면 어김없이 저자의 조언이 등장해 내 어깨를 어루만진다. 우선 '내, 네 맘 다 안다.' 위로하고, 곧이어 '아직 쇠털처럼 많이 남은 인생을 위해 힘내자'고 격려한다. 책장을 덮으니 후련한 마음이 든다. 저자에게 위안을 얻은 것이다. 그렇다. 마흔의 나는 지금, 위로받을 곳이 필요하다.

 

남자는 외로움에 익숙한 동물이다. '사냥을 도맡았던 성性’이라 제 몫을 챙기려 홀로 다녀야 하고, 사냥을 할 때도 침묵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과묵하다'는 말이 칭찬이 되었다. 생리학상 남자의 수염이 길게 자라는 이유가 과묵해기 때문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을 정도다. 특히 우리나라는 더 심하다. 말 많은 남자를 터부시해온 유교적 문화적 요인 때문에 ‘수다스러운 남자’는 꼴불견으로 여기고, ‘게이가 아니냐?’는 의심까지 사게 된다. 하지만 남자도 외로움을 탄다. 걱정이 생기면 고민을 나누고도 싶다. 문제는 어디 내놓고 하소연할 곳이 없다는 것이다. 우연히 친구와 만난 술자리에서 세상살이의 고단함을 넋두리할라 치면 돌아오는 대답은 “너, 취했냐?” 혹은 “나, 돈 없다”, 늘 똑같다.

 

저자는 외로운 중년을 보내지 않으려면 우선 아내를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행복한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성공적인 노후를 준비하려면, 서로의 자아를 인정하고 받아들어야 한다. 배우자의 성격, 생활습관, 사고방식 등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라며 저자는 이렇게 충고 한다. "남성은 외롭다. 인생의 외로움을 벗어버리고 행복한 삶을 꿈꾼다면 나를 가장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아내를 먼저 받아들이는 것이 상책이다."

 

한편 심리학 교수 김정운은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쌤앤파커스)에서 외롭고 싶지 않다면 매일 감탄하라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산꼭대기까지 죽어라 오르는 이유는 건강을 위해서도 아니다. 그저 건강하려고 산을 오른다면 중간까지 왔다 갔다 하면 되지, 왜 그렇게 죽어라 하고 정상에까지 올라가는가? 산에 오르는 이유는 산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 아니고, 건강을 위해서도 아니다. 감탄하기 위해서다. 산꼭대기에 올라 막혔던 숨을 토해내며 “우와~!”하며 감탄하고 싶기 때문이다. (중략) 감탄은 이 숭고함과 장엄함의 구체적 반응이다. 말로 형언할 수 없고 개념화할 수 없으나, 삶의 가장 궁극적 경험이 우리에게 와 닿는 유일한 통로가 바로 감탄이다. 그래서 인간의 모든 어머니는 자신의 아이를 감탄으로 양육한다. 감탄이 사라지는 순간, 더 이상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시간 나는 대로 음악회도 열심히 가고, 미술관도 아내와 팔짱 끼고 가고, 축구장과 야구장에 아이들 손잡고 가는 이유도 '감탄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김정운은 <남자의 물건>(21세기북스)에서는 남자란 아이덴티티를 먹고 사는 동물이라고, 그래서 어떤 것이든 평생 써먹을 수 있는 직함이 필요하고, 그 옆엔 자신만의 고유한 삶의 방식을 매개해주는 물건을 가진다고 말한다. 이어령의 물건은 3 미터짜리 책상이고 신영복은 아버지의 벼루, 안성기는 스케치북을 '내 물건'이라 꺼내들었다. 김정운은 60개가 넘는 만년필, 아빠의 만년필이 좋았던 때문이란다. 그렇다면 '당신의 물건'은 무엇인가?

 

 

 

 

영화 <버킷 리스트>는 자동차 정비사였던 카터(모건 프리먼)은 죽음을 앞둔 암병동에서 만난 잘나가는 사업가 에드워드(잭 니콜슨) 함께 ‘나는 누구인가’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하고 싶던 일’을 다 해야겠다는 것! ‘버킷 리스트’를 실행하기 위해 두 사람은 병원을 뛰쳐나가 여행길에 오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살과 다름없다며 아내가 극구 반대하자 카터는 화가 나 큰 목소리로 말한다.

 

“난 지금 죽어가고 있어. 내가 두려울 것이 뭐야? 난 좋은 남편, 좋은 아빠로 평생을 살아왔어. 후회하진 않아. 하지만 이젠 ‘나’를 찾고 싶단 말이야.”

 

세렝게티에서 사냥하기, 문신하기, 카레이싱과 스카이다이빙, 눈물이 날 때까지 웃어 보기, 가장 아름다운 소녀와 키스하기 등 카터가 ‘나’로서 내가 꼭 하고 싶은 일은 어쩌면 별 것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들은 ‘누구의 나’가 아니라 온전히 ‘나’로서 ‘죽기 전에 하고 싶었던 버킷 리스트’였다. 버킷 리스트는 살아가는 동안 지워나가야 할 '행복충전기‘이자 나만의 목표, 그리고 꿈이 된다. 봄이다. 따뜻한 봄볕 아래서 나의 행복한 중년을 위해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 보자.

 

 

 

 

이 리뷰는 한국전력 사보 KEPKO TODAY (6호 - 4.10) '책의 향기' 에 실린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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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는 왜 생각주간을 만들었을까 - 매 순간 최고의 결과를 얻는 사람들의 비밀
대니얼 패트릭 포레스터 지음, 이민주 옮김 / 토네이도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디지털 시대의 생존자는 생각하는자thinker가 될 것!

 

혹시, 오늘 아침 출근길 지하철 풍경을 떠올릴 수 있는가? 아마도 첨단의 스마트폰으로 어제 못 본 드라마와 영화를 보느라, 게임을 하느라, 혹은 카톡을 하느라 지하철 풍경을 자세히 보지 못했거나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잘 안다, 오늘 아침 나도 그랬으니까. 열에 아홉 명은 귀에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폰을 지켜보거나 두드리고 있다. 3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단잠에 빠지거나, 무가지 신문을 읽거나, 몇몇은 책을 읽었다. 하지만 고개를 숙이고 오랫동안 스크린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림자와 빛이 겹쳐 흡사 좀비를 닮았다.

 

내 스마트폰 속에 들어 있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 다양한 유무선 기술의 애플리케이션들은 혼자 있는 나를 외롭지 않게 해준다. 하지만 공짜는 없다. 대신 내게서 ‘생각하는 시간’을 빼앗아가고 있다. 그렇다. 지금 우리는 하루 종일 ‘바쁘게’ 살아갈 뿐, 정작 생각하지 않고 살고 있다. 그렇다고 생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바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생각할 수 있는 조용한 시간이 생기면 참지 못하고 스마트폰을 켠다. 혹 잠깐이라도 생각에 빠지면 ‘쓸데없이 멍~ 때린다’고 핀잔을 듣는다. 그래서일까. 언제부턴가 잠깐의 침묵에도 우리는 쉽게 외로워지고 불안해진다. 그리고 곧 스마트폰을 켠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1년에 두 차례 짐을 꾸려 인적 없는 호숫가 통나무집을 찾아가 2주일간 ‘생각 주간(think week)’을 만들어 생각에 몰입한다. 그는 ‘생각 주간‘ 동안 임직원이 제출한 프로젝트와 보고서에 열중하며 치열하게 미래를 준비한다. 빌 게이츠 뿐 아니다. 세계 최고의 부자 워런 버핏은 1년에 50주 동안 생각하는데 쓰고, 남은 2주 만을 일한다고 말한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하루 10분 이상은 반드시 ’생각하는 시간‘으로 쓴다. 구글의 전 직원들은 ’20퍼센트 타임제‘라고 해서 업무 시간의 20퍼센트를 자유시간으로 쓸 수 있다. 그 시간에 구글러들은 마음껏 자신이 원하는 프로젝트에 몰두할 수 있다. 구글 뉴스, 애드 센스, 구글 맵스, 구글 어스, 구글 토크 등은 20퍼센트 타임제를 통해 탄생했다.

 

‘은둔의 경영인’으로 잘 알려진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은 ‘신경영 선언’과 같은 큰 생각을 만들 때면 예의 한남동의 승지원에 들어가 몇 시간이고 꼼짝 않고 생각에 잠긴다고 한다. 종종 초밥 서너 개만으로 하루를 버티며, 생각에 빠지면 48시간 동안 잠을 안자기도 했다 한다. 그에게 있어 ‘사색의 시간’은 중요한 일과이며 에너지의 원천이다.

 

 

 

 

<빌 게이츠는 왜 생각 주간을 만들었을까>(토네이도)는 ‘생각의 시간’을 강조하고 있다. 포춘 100대 기업과 미국 연방정부 조직들의 전략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세계적 경영 컨설턴트인 저자, 대니얼 패트릭 포레스터(Daniel Patrick Forrester)는 기업과 비즈니스맨들의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 열쇠는 ‘씽킹 타임(thinking time)’이라고 손꼽았다. 그는 글로벌 기업 마이크로소프트가 미래를 이끌어가는 중심에는 ‘빌 게이츠의 생각 주간’이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개인에 있어서도 일과 삶 전체적 흐름을 통찰할 수 있는 ‘생각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면 빌 게이츠처럼 ‘현명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때 IT전도사였던 니콜라스 카(Nicholas G. Carr)는 어느 날 독서 시간을 채 30분도 넘기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책을 읽고 있어도 전혀 몰입을 할 수도 없었다. 예전의 독서 몰입도가 잠수부였다면, 지금은 서핑을 하는 서퍼처럼 느껴졌다. 그는 이유를 각종 ‘스크린’ 때문이며,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망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라는 제목의 책에 고백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중국의 교양을 대표하는 시인 도연명(陶淵明)은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다독(多讀)하고, 다작(多作)하고, 다상량(多商量)하라“고 말했다. 즉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해 보라는 뜻이다. 도연명의 이 말은 글을 잘 쓰기 위한 세 가지 방법을 말하지만, 순서를 바꿔보면 지식의 탄생과정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읽는 것이 인풋(In-put)이고, 쓰는 것이 아웃풋(Out-put)이라면, 생각하기는 아웃풋을 위한 과정(Process)이 된다. 아무리 훌륭한 글을 읽는다고 해도 생각하지 않으면, 그대로 베끼기만 될 뿐 나만의 훌륭한 글은 결코 만들 수 없듯이 세상을 바꾸는 좋은 아이디어는 깊은 생각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이렇게 생각하기를 강조하는 걸까? 학습(學習)이라는 말이 있듯 읽어 배웠으면 익히는 과정이 바로 생각하기다. 오늘 배운 것과 어제까지 배운 것 그리고 내가 경험한 것이 한데 뭉쳐 발효되고 숙성되는 시간, 이 시간이 바로 ‘생각하는 시간’이다. 시골의사로 잘 알려진 청춘들의 멘토 박경철 원장도 책<자기혁명>에서 ‘배우는 것이 벽돌이라면 생각하는 것은 쌓는 것이다. 벽돌을 아무리 많이 찍어내도 쌓지 않으면 집을 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則罔), 사이불학즉태(思而不學則殆)’라는 공자의 말씀이 있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리석어지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로워진다.’는 뜻이다. 이처럼 생각하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생각이 깊어지면 사물에 대한 예리한 관찰력과 감수성(感受性)도 더불어 깊어진다. 그러면 매 순간 만나는 현상, 즉 스치는 바람과 흘러가는 뜬구름, 잎새 하나, 발에 차이는 돌맹이 하나 그 무엇 하나에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오귀스트 뒤팽, 제인 마플, 아가사 크리스티 등 명탐정들은 모두 최고의 관찰력을 갖고 있다. 범인을 추적하는 탐정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주변에 흩어진 사실(fact)에 대한 관찰이다. 범인을 추론하는데 이어 정확한 정보수집과 분석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관찰력에 있어 단연 최고의 명탐정은 셜록 홈즈일 것이다. 그들은 사실 너머의 사실, 발생할 수도 있었으나 발생하지 않은 사실, 즉 ‘보이지 않는 사실(invisible fact)'을 본다. 그가 보이지 않는 사실을 볼 수 있는 것은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관찰하기 때문이다. 즉 보면서 두뇌를 사용해 생각하고, 뭔가를 찾아내고 발견하기 위해 시각적 감각과 사고력을 연결시켜 종합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생각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멀티태스킹 능력을 믿지 말라’고 말한다. 두 개, 세 개, 네 개, 멀티태스킹이 늘어날수록 생각은 그만큼 줄어든다고 보면 된다. 미국 유타 대학교에서 실시한 한 연구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멀티태스킹이 불가능하며(2퍼센트만 가능하다) 하나씩 일을 처리할 때보다 현저히 업무효율이 떨어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저자는 멀티태스킹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남의 생각을 그만큼 더 많이 들을 수 있음을 의미할 뿐, 내게서 비롯되어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예일대학교 교수인 윌리엄 데레시에비츠는 “생각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끊임없이 방해를 받아가면서 또는 아이팟을 듣거나 유튜브의 무언가를 보면서 한 번에 20초 동안 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생각은 그냥 솟아나는 것이 아니다. 온전히 생각에 빠져들 시간과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저자는 생각에 몰두하기 위해서는 링컨대통령이나 이건희 회장처럼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자신만의 ‘생각의 공간’을 만들기를 권한다. 아울러 지금 나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는 모든 정보와 대화의 스위치를 오프off로 내리고 온전히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생각의 시간’을 가지라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잠은 또 하나의 ‘생각의 시간’이다. 저자는 생각에 집중을 잘하는 사람은 에너지를 남김없이 소진하기에 잠도 잘 잔다고 말한다. 잠을 뒤척이면 집중력과 실행력, 단기 기억력, 기술 개발능력 등 많은 것들을 잃고 만다. 숙면을 취하고 싶다면 역시 모든 켜져 있는 것을 끄는 것은 기본이다.

 

매일처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전전긍긍 사는 우리에게 ‘생각의 시간을 가지라’는 말은 마치 <월든>의 헨리 데이빗 소로우처럼 ‘자발적 구속’을 외치며 호숫가의 숲 속에 들어가 통나무집을 짓고 밭을 일구면서 소박하고 자급자족하며 살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전 세계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그리고 곧 아날로그 세대의 자리는 사라지고 디지털 세대가 비즈니스의 주요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급변하는 시대를 살아남는 건 ‘생각하는 자(thinker)'가 될 것이다.”는 저자의 마지막 조언은 그것이 곧 ‘아름다운 구속’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지금은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의 의미를 다시 새겨볼 때다.

 

 

이 리뷰는 코오롱 그룹 사보 <KOLON>(4월호) '북소믈리에 칼럼'에 실린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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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4-11-27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찰력있는 글에서 책보다 더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리치보이 2015-01-21 12:0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