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제일법비가 법을 다루는 행정부의 책임자가 되어 돼통령을 업은 령부인과 메신저로 활발하게 소통하며 나라를 좌지우지하고 정적을 탄압하려고 시동을 거는 꼴이 보기 싫어서 요즘은 가급적 뉴스를 멀리하고 있다. 민주당은 어째 아직도 대선패배의 늪에서 나오지 못하고 이리 저리 외부영입인사와 그를 내세운 당권파의 손에 놀아나는 꼴도 맘에 안들고. 


눈을 감았다 뜨니 금년도 어김없이 시간은 흘러 어느새 다음 주면 5월의 실질적인 마지막 주, 6월 한 달을 더 보내고 나면 명실공히 2022년도 반타작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BMI기준으로는 무거운 편에 속하지만 꾸준한 운동과 술을 제외하고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식습관에 나름 건강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피검사를 해보니 중성지방수치와 당연히 LDL이 아주 안 좋게 나와버렸다. 당은 약간 높고 간과 그 밖의 다른 것들은 비교적 정상인 것이 그나마 다행. 해서 3주째 열심히 일단 먹는 것을 더 조심하고 몸을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 첫 2주는 극단적인 간헐적 단식으로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까지만 eating window를 설정해서 진행하다가 아무래도 운동일정과 맞지 않는 것 같아서 이번 주부터는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안 먹는 것으로 조정했고, 달리기와 자전거 줄넘기, 걷기를 근육운동과 함께 필수적으로 수행하는 것으로 전체적인 운동시간을 늘리면서 특히 근육운동으로 예열된 몸을 cardio로 태우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나이가 나이라서 아무래도 이제부터 조심하지 않으면 환갑엔 당뇨와 혈압, 고지혈증, 게다가 잘못하면 통풍까지도 올 수 있다는 생각에 지금부터라도 많이 노력하기로 했다. 일단 근육운동을 해주되 가벼워지자는 것이 취지.


절박하던 시절 이런 책을 참 많이도 읽었던 것 같다. 그 와중에 좋은 책과 저자도 만날 수 있었지만,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 사람은 누구나 그럴 때가 있고 필요한 대로 읽어 도움을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젠 잘 읽지 않는 장르의 책이다. 그나마 이 책은 비교적 보편적인 가치를 우화의 형식으로 쉽게 써내려간 덕분에 여전히 그리 나쁘지 않다. 목적이든 아니든 공경하고 존경하고 무엇보다 존중하는 마음으로 타인을, 일을, 꿈을, 심지어 물건을 대하는 건 매우 좋은 마음의 자세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 보니 마지막에 화자가 빌 게이츠의 아버지로 설정되어 있고 마치 빌 게이츠의 성공이 '캅베드'의 가르침에 의한 것처럼 되어 있어 조금 우습다만. 



그야말로 거의 모든 것의 역사. 과학자는 아니고, 사실 그를 유명하게 해준 '발칙한'시리즈의 유머는 거의 배제된, 간혹 주체할 수 없는 그 특유의 유머를 빼면 빌 브라이슨의 책으로써는 매우 진지한 지구와 우리를 포함한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 macro history 란 개념이 지금은 많이 보편화되었지만 초판이 나온 2003년만 해도 일반에선 꽤 생소한 개념이 아니었나 싶은데, 그걸 보면 이렇게 모든 것을 두루 아는 사람의 혜안이라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과학이라고 할지, 사회학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인문교양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를 이 정체불명(?)의 책을 오랫만에 다시 읽은 건 지난 번에 모아들인 김영하 북컬렉션에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생명의 탄생도, 멸종도, 지구도, 별도, 무엇도 끝없는 윤회의 반복과도 같이 그렇게 면면히 이어진다고 생각하면 지금의 삶은 매우 소중하면서도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린 시절의 만용과는 다른, 나이를 먹어가면서는 삶과 죽음에 대해 다소 초연해질 필요가 있는데, 종교생활이나 명상이 아닌 과학을 통해서도 그런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비교적 책을 가리지 않지만 양서를 읽는 것의 중요함을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김영하 북클럽 리스트의 책. 매우 일본스럽게 하나에 평생을 바친 사람 둘의 이야기. 전무후무한 베스트셀러가 된 사전을 편찬하는 과정에서 사소한 오해가 쌓여 종국에는 회복할 수 없을 만큼 어긋난 두 거장의 손에서 전혀 다른 형태의 일본어사전이 각각 탄생했고, 노년에 이르러서야 서로를 이해한 듯, 각각 자신이 경원시하던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수긍하게 된 것을 보면 사람의 삶 속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 FM대로의 충실한 사전과 단어의 용례를 위주로 어떻게 보면 사람이 사는 모습을 하나씩 담은 사전이 둘 다 인기를 끌었다는 것도 재미있는 사실인데, 한국어사전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종류가 있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내 모국어로써 좋은 사전과, 맞춤법책, 좋은 영어단어사전과 grammar책을 갖추고 싶어졌으니 내게 있어 독서의 폐해라면 끊임없이 사들이고 읽고 싶어지는 것이 늘어나 장소와 돈은 줄고 갖고 있는 건 늘어나버린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사무실이 아닌 나만의 아지트를 꾸며 빽빽한 책과 영화의 숲에서 지내는 것을 꿈꾼다. 이러고 나니 '고양이의 서재'의 장샤오위안 선생의 서재 - 상해탄에서 가장 유명하다던 - 가 떠오른다.


러시아문학은 참으로 말로 표현하기엔 내 지식이 워낙 일천하여 그 매력을 적절히 나타낼 수가 없다. 더 많은 작품을 일독하고 이들을 여러 번 더 읽어야 어떤 형상화가 가능할 것 같다. 넓은 영토와 인구로 강국행세를 했지만 기실 그다지 강하다고 볼 수 없었고, 귀족은 유럽의 그 어느 나라보다 호화롭게 살며 온갖 권력을 휘둘렀지만 농노제가 제국이 멸망할 때까지 존재했던, 근대의 개혁군주를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유럽에서 가장 뒤떨어져 있었던 전제정의 러시아는 그야말로 모순 그 자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시기의 소설을 보면 단순히 그런 모순을 넘어 새로운 시대를 원하는 다양한 마음과 방법론, 한계, 좌절, 반동까지 무수히 많은 것들이 때로는 우화나 소설의 힘을 빌려, 때로는 있는 그대로 적나라하게 표현되는 것 같다. 읽고 또 읽어도 모자란 것이 고전인데, 난 이제 겨우 시작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갈 길이 멀다. 


자전적인 이야기 둘. 귄터 그라스의 자서전을 읽고 나니 그의 작품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양철북'은 너무 예전에 읽어서 하나도 이해를 못했었는데 다시 읽어보면 좋겠고, 그 밖에도 귄터 그라스의 작품을 접근함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방랑자들'은 소설인지 현실인지 경계가 모호하여 진행 그 자체가 '방랑'하는 듯 이곳에서 저곳으로 표류하는 느낌으로 읽었다. 잘 이해했거나 한 건 아니지만 쓰인 그대로 flow를 타긴 했다. 



멋진 화보집을 보면서 책을 몇 권 다 사버렸으니 그야말로 선재로다. 육근이 다 청정하지 못한 탓에 이렇게 욕심만 가득한 것.


멋진 서재를 동경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책을 안 읽는 사람이라도 서재는 그럴 듯하게 꾸며놓는 것이 유행이던 시절이 있고 지금도 많이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 책을 펼치는 순간 침을 삼키면서 부러움에 한숨을 쉴 것이다. 내가 그랬으니.


넓은 공간보다 중요한 건 높은 천정이 아닐까. 8피트 정도로 규격화된 곳보다는 10피트 이상으로 되어 있으면 일단 벽장을 매우 멋지게 꾸밀 수 있고 한쪽의 벽에 선반을 8-10층으로 대어 엄청나게 많은 책을 꽂을 수 있다. 그렇게 사방의 벽을 이용하면 매우 작은 방이라도 엄청난 양의 책이 들어갈 수 있으니 나중에 이 책을 비롯하여 예쁜 서재가 나온 책을 여러 권 펼쳐서 구상을 잡아볼 생각이다. 


요즘 과거에 사들인 책들 중 버릴 것이 더 나오는 것 같아서 돈도 아깝고 마음도 아프다. 머리가 텅텅 빈 인간이 개발새발 여기저기서 가져다가 만든 거지같은 책을 좋다고 읽고 평도 남긴 것이 대충 한 10년 전 같은데 이 시기가 마침 나에겐 가장 절박하고 스트레스가 120%였던 때였으니. 학교가 잡스러울 수는 있어도 다니는 사람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이자를 생각하면 다닌 사람이 잡스러운 경우도 없지는 않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어찌됐거나 명예든, 재산이든, 뭣이든 쓰려는 대상을 이미 쟁취한 사람의 책은 읽어볼 가치가 있지만 어떤 책을 쓰고 그걸로 유명해지고 다시 self feeding을 하고 이 과정을 무한반복하여 지금의 위치에 이른 자들의 책은 그 책이 쓰인 종이만큼의 가치도 없다. 


건강이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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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2-05-19 14: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이거 명작이죠. 한 사람이 이렇게 박학다식할 수가..하고 놀랐던 책...다시 보니 새롭네요. 그나저나 이 책의 표지는 매번 바뀌는 거 같아요..ㅎ

그나저나 제일 땡기는 책이 마지막 <예술가의 서재>네요. 책도 겁나 비싸게 생겼는데...일단 리스트에 담아 놔야 겠어요~ㅎ

transient-guest 2022-05-20 01:00   좋아요 0 | URL
정말 박학다식하고 여행도 많이 해서 그런지 견문/식견/경험 어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예술가의 서재‘는 보면서 계속 부럽고 또 부럽고, 그렇더라구요. 책값은 사진도 많고 종이도 재질이 비싼 듯, 값이 상당했습니다만 이런 계통을 책들 중에서는 내용이 알찬 편입니다.
 

프로 운동선수들의 몸집과 운동력, 그리고 승리를 향한 attitude과 끝없는 승부욕, 거기에 종종 거친 면까지 보면 문득 과거 힘과 기교로 싸우던 시절, 장군이나 전사가 되었던 사람들이 냉병기의 전쟁이 사라진 지금은 프로선수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머리가 더해진다면 지장이 되는 것이고 덕성이 좋다면 덕장, 잘 싸우지만 다른 덕목에 하자가 있으면 보통에서 상위의 용장이 되는 것이고, 몸집은 크고 비교적 용감하지만 전체적으로 모자란 경우, 혹은 동급의 상대에겐 겁을 먹는 경우라면 프로세계에서는 대략 중하위권 선수처럼 생각해보니 꽤 그럴 듯하다. 역사공부를 계속 한다면 이렇게 갑자기 떠오르는 자투리 생각들을 잘 정리했다가 파고들어보았을 것이다. 지금 하는 일은 그런 생각의 생각이 꼬리를 무는 걸 허용하지 않기에 내 daydream력은 예전보다는 많이 떨어졌다.


저자가 남긴 세 권의 책들 중 두 번째로 선택해서 읽고 있는 고대 여신의 이야기. 메소포타미아에서 발원해서 그 일대로 퍼져나간 여신과 어머니신, 거기에 태양신의 신화와 결합되어 변형을 거쳐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의 모태가 된 이야기. 흔히 기독교가 차용한 설화로 거론되는 미트라, 그 보다 더 위로 가면 이시스와 호루스, 오시리스 설화보다 필경 수 천년은 앞서있는 이야기. 지금부터 아무리 못해도 5000-7000년 전에 기록되기 시작한 그 당시 사람들이 생각한 창조와 자연현상 및 그들의 시작에 대한 이야기라고 보면 수메르의 역사는 지금이 아닌 그리스와 로마의 시원으로 간 고대사의 사람들의 관점에서도 3000-5000년 전의 이야기로 볼 수 있고, 그렇다면 우리가 읽는 수메르의 이야기는 5000-7000년 전 사람의 관점에서 그린 까마득한 고대의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조각으로 나뉘고 그 엄청난 세월을 거쳐 우리에게 남은 이야기는 수메르의 시대에도 이미 수 천년 동안의 변형과 언어의 변형을 겪고 남은 fraction of fraction뿐이다. 여기서 고대사에는 연구자 혹은 작가의 상상력이 동원되어야만 복원이 가능한 필연적인'오염' 혹은 '창작'된 역사라는 nature를 갖게 된다. 어디까지가 원형이고 어디서부터 상상인지 알기 어려운 교묘한 조합으로 다시 추적되는 고대의 고대사. 흥미를 같지 않을 수 있을까? 게다가 여기까지 가면 아눈나키니 뭐니 해서 고대 우주인의 발전된 과학을 통한 지구인의 창조이야기의 근거가 되어 UFOLOGY의 이론에도 등장하니 수메르라는 테마는 끝없는 의문과 상상의 대상이 된다. 게다가 '환'이론에까지 적용되니 그야말로 수메르가 차지하고 있는 역사와 그 밖의 모든 것들의 위치에 어울린다고 하겠다. 초기부터 따져서 우리가 뭉뚱그린 수메르 역사는 기실 아무리 짧아도 2000-3000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사실 '수메르'라고 한데 모아서 그렇지 엄청 긴 시간의 명멸과 망각, 발굴이 거듭된 이야기라고 보아야 옳겠다. 당장 천 년이면 고려의 시작인데 해독이 가능한 한자로 남은 기록에도 불구하고 논쟁의 대상이 되는데, 이건 고대에서 이미 몇 천년이니.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무는 아침이다.


나치의 절대적인 추종자가 아닌 대다수의 독일군인들과 독일인들이 저지른 1930년대 부터 종전까지의 학살, 폭력, 강간, 도둑질을 비롯한 테러행위에 대한 고찰. 이데올로기가 아니어도, 특별히 악하거나 거칠게 타고나지 않았어도 (물론 폭력이 생활의 일부였던 시대이긴 하지만) 혹은 심지어 나치를 싫어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시작된 후 교전지역과 점령지의 민간인에게, 그리고 독일과 독일의 영향권이 미친 모든 지역에서 유대인에게 가해진 그 엄청난 범죄는 결국 평범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폭력을 조장하거나 둔감하게 하는 환경속에서 벌어졌다는 사실. 예전에도 몇 번 그런 causation 혹은 correlation에 대한 이론을 봤으니, 전쟁 이후 돌아온 군인들이 사회에 편입되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사회 전반의 폭력과 폭력적인 범죄의 증가에 대한 설명이 될 수 있음이다. 긴 책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flow를 가졌다고 생각되는 만큼 원래의 내용이나 번역까지 잘 쓰인 책이라고 생각된다. 포로들이 일상에서 나눈 대화르 도청해서 남긴 방대한 기록을 조사한 연구의 결과라고 하니 '새로울 것이 없다'는 역사도 실은 꽤 흥미로운 것들이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표제작 외에도 소소한 소품처럼 짧은 단상의, 마치 아이디어에 아주 조금, 뎃생보다 조금, 아주 조금 색을 입힌 정도의 이야기들. 창작노트와 단편의 중간. 나중에 중편으로 뽑아서 살을 입히고 장편으로 다시 옷까지 잘 입혀놓으면 좋겠지 싶은 이야기들이 꽤 있다. 이런 정도의 단계에서 책으로 엮어 내는 것은 그 나름대로의 충실함이 요구될 것이니까 쉬운 일은 아니겠다. 하지만 늘 장편에 목마른 한국문단에 대한 나의 편견(?)에 기준해서 보면 작가는 장편을 계속 써낼 능력을 키워야 한다. 단편의 함축적인 기교와 가치를 무시할 수는 없으나 단편 일색인, 혹은 장편이라고 해야 요즘 font크기와 글자간격에 미춰 보면 옛 중편에 해당할 정도의 양이 대다수의 한국소설의 현실이 더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 



딱 세 권을 겨우 읽은 것이 지난 주. 어제는 밤에 갑작스런 충동구매로 김영하북클럽에서 선정된 책들 중 내가 갖고 있지 않는 것들과 함께 김영하, 김중혁작가의 신작을 주문했다. 4월에만 네 번 이상의 구매를 한 셈인데, 최근 붉은돼지님의 근황에서 소장하고 있는 책을 거의 다 팔아서 주식에 넣었다는 말씀과 전혀 관련이 없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뭔가 자제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5월 중에는 딱 두 번만 주문하거나 아예 쉴 생각도 하고 있다. 책이 없어서 못 읽는 상태가 아니니까. 


이제 주말의 운동을 나갈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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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2-05-01 09: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주말에는 운동을 좀 쉬어야하는데, 이상하게 꼭 오버트레이닝을 하게 되는 일요일이네요.

transient-guest 2022-05-01 09:59   좋아요 1 | URL
사람마다 패턴이 다른데 저는 주말 이틀은 무조건 많이 하려고 합니다. 그리하면 주중엔 삼일 정도만 잘 채워도 일주일 닷새는 하게 되니까요. 감은빛님의 패턴은 저와 다른가 봅니다. 주말에 쉬어야 하는 패턴이면 가능하면 쉬는 것이 좋겠습니다. 다치면 오래 괴롭기 때문에 저도 무리는 하지 못합니다.ㅎㅎ

얄라알라 2022-05-01 18: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말엔 칼로리보충(이라기 보다는 과잉)으로 빠지는 저에 반해서 transient님의 주말 스케줄 이상적이고 배워야겠습니다 ^^

[나치의 병사들]은, 2022년 5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쟁을 생각하며 읽는다면 마음이 너무나 불편해질 것 같습니다.

운동 하시고 시원한 알코올과 함께 하시길!

transient-guest 2022-05-01 23:04   좋아요 1 | URL
저도 주말엔 막행막식으로 주중의 건강한 생활로 얻은 걸 많이 offset시켜버립니다. 이번 주말부터는 조금 더 조심하려고 합니다. ‘나치의 병사들‘은 여러 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렇고 사실 언론에서 감춰서 그렇지 미국의 2차 이라크 침공이 더했으면 더했지 절대 못하지 않았을 것이라서. 거시적인 세상은 이해와 돈으로만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무엇을 하든 주말 이틀을 잘 활용하면 주중 이틀-사흘만 더해도 일주일에 닷새를 할 수 있다는 계산. 2-3일에 한번씩 쉬는 것이 좋겠지만 가끔 일정이 맞아떨어지지 않아서, 하지만 주말의 이틀은 꼭 사용하기 위해서 연달아 운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 주에는 오늘까지 하면 닷새를 이어서 하게 되는 것. 무리가 가지 않도록 금요일 하체/어깨 어제 등/이두 오늘은 가슴/삼두로 가고 내일 괜찮으면 하체/어깨를 가볍게 하는 것으로 3분할을 두 번 이어서 하는 것으로 하고 화요일은 쉴 예정이다. 뭔가 목적을 갖고 하는 것은 아니라서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지만 덕분에 하는 것에 비해 결과는 뭐 그냥. 














일부러 배우려고 하면 어려운 것이 예술 아닐까. 그냥 천천히 적셔간다는 기분으로 하나씩 알아가면 조금씩 보이고 들리는 것 같다. 가급적이면 교과서 같은 책보다는 에세이처럼 풀어주는 책으로 밑그림을 채워가면서 기회가 될 때마다 전시회를 가다 보니 어느새 유명한 작가들을 한번 정도는 볼 기회가 있었던 것 같다. 루벤스, 램브란트, 월리엄 터너, 고흐, 고갱, 로댕, 클림트, 르네 마그리트, 앤디 워홀, 마네, 모네, 앙트완 블랜차드, 프리다 칼로, 디에고 리베라, 제임스 티소, 피카소, 알렉산더 칼더, 백남준, 그 외에도 근처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다수의 작품들까지. 색을 잘 알아보지 못하는 색약 (다행히 색맹은 아니지만), 적색과 녹색이 섞여 있으면 구분이 어려운 난 미술시간을 참 싫어했었는데 (하기사 한국에서는 좋아한 과목이 역사 밖에 없었으니까) 이젠 좋은 작품 뿐 아니라 미술관 그 자체를 좋아하게 되었으니 사람의 인생은 참 알 수가 없다. 첫 번째 책은 서양, 두 번째는 한국의 미술가들을 다뤄주는데, 작가의 팟캐스트를 들어가면서 조금씩 배경 지식을 늘려가는 재미는 보너스. 아참, 폼페이 유물전, 그리고 Legion of Honor 뮤지엄의 다양한 그리스/로마/에트루리아의 유물과 이런 저런 아프리카와 중남미 유물상설전도.















김산해작가의 책은 이번에 읽었고 가운데는 아주 예전에, 세 번째는 현재 조금씩 읽고 있는 '수메르'에 대한 이야기. 기원전 5000-7000년 정도에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이야기는 사실 간단할 수가 없다. 당장 약 1000년전 개국한 고려의 역사만 해도 여전히 오리무중 미스테리인데 (그것도 문자로 기록이 된 시대인데) '수메르'로 총칭되는 이 땅의 문명도 엄청만 부침에 부침을 거듭했을 것이고 그 시대의 사람들에게는 확연히 구분이 되는 이정표들이 2-300백년에 한번씩 있었을 것 같다. 도시가 층층히 묻힌 것이 17층이라고 하면, 그러니까 한 도시가 멸망하고 사람들이 완전히 떠난 후 아주 slow한 지각변동에 의해 예전의 도시가 완전히 사라진 후 다시 다른 시대의 사람들이 새로운 도시를 만든 것이 17번이란 이야기. 심지어 어떤 도시는 지하수맥 밑에 있어서 아직도 발굴을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에서 '수메르'란 예수강생 후 지금까지의 역사가 2-3번 반복될 수 있는 엄청난 시간속 역사의 총칭이라는 걸 새삼 상기하게 되었다. 한국의 학자가 점토판을 뒤진 30년의 이야기가 이 책과 다른 두 권으로 엮였고 작가는 안타깝게도 유명을 달리 하셨다고 하니 남은 이야기는 또 얼마나 많을까. 기존의 해석과 차별되는 주장이 학계에 널리 제기되어 학술적으로도 다뤄졌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함께 정작 가야 마땅한 놈들은 떵떵거리며 살아가는 현실의 ugly함이라니.
















분서보다는 갱유. 지난 시절 입담이나 기발한 저작으로 명성을 얻은 이들의 총체적인 몰락을 보면서 책을 버릴까 싶다가도 책은 죄가 없고 사람이 문제라는 생각으로 책을 keep하고 있다. '책을 불태우다'를 보면서 거지같은 책이라도 한 시대의 역사를 보여주는 사료의 가치가 있을 수 있기에. 언급된 수많은 book burning 범죄들로 인해 사라진 방대한 과거의 이야기들이 너무 궁금하다. 책은 죄가 없다. '혁명가들의 독서'는 야심찬 기획의도에 못 미치는 것 같다. 'MIX 18'의 청춘야구는 여전히 진행중. 근데 이번에 '청춘'보다는 '야구'에 집중하는 듯.


어쩜 이다지도 대척점에 있는 두 권을 같은 시기에 읽었을까 싶다. '엔드 오브 타임'은 정통학계의, '우주비밀파일'은 UFO와 외계인, 초국가조직의 정보조작에 대한 이야기. UFO와 외계인의 존재를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그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건 이미 불가능하다. 다만 깊이 들어가면 미칠 수도 있는, 세상 외 세상의 이야기라서 그리고 잘못하면 Qanon이 될 수 있어서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엔드 오브 타임'을 보면 결국 우주는 '해탈'을 향해 나아가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억은 커녕 천 단위도 너무 큰, 그러니까 백년 정도를 살까 말까 하는 존재로서 큰 고민을 할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도 했다. 진리를 깨닫는 것도 좋지만 하루를 충실히 사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고 혹시 윤회가 있다면 다음 생으로 가져갈 수 있는 좋은 업보와 배움 (깊은 공부는 무엇이든 한번의 생에 이룰 수 없다는 말도 있으니)을 쌓는 것에 의미를 두려고 한다. 과알못이라서 계속 과학책을 읽고 있는데 이해는 일천하여 늘지 않는다.


같은 풍의 글을 계속 읽다 보면 지치는 때가 반드시 온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 김훈 선생의 '달 너머로 달리는 말'. 하루키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아니 할 수 없다. 


이븐 파들란 (혹은 팔할란)의 여행기에서는 정작 마이클 크라이튼이 주장한 이야기의 trace를 찾지 못했다. 게다가 책 한 권으로 엮기엔 분량이 너무 짧았던지 온갖 동시대 백년 이쪽저쪽의 여행기를 다 가져다 넣어놨기에 나중에는 꽤 지겨운 책읽기가 되어버렸다. 


미루던 정리를 쉽게 끝냈으니 다시 한번 주말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한 주에 3-4권 정도는 읽어서 (한 달에 20권 이상을 하려면 주간 5-6권은 되어야 하는데) 토요일이나 일요일 오전에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 


내일부터는 다시 한 주의 밥벌이가 시작되니 오늘을 소중히 즐길 것. 옆 동네에 있는 헌책방을 갔다가 Thai음식점에 들려서 점심을 먹고 그곳에 있다는 lake공원을 돌아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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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4-25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양한 장르의 책들을 두루 알차게 읽으셨네요. ˝Qanon˝은 오늘 transient님 페이퍼 통해 처음 알게 되었어요. [엔드오브타임] [우주비밀파일]이 대척점에 있으면서도 교점이 있나봅니다. 저는 최근 읽은 죽음학의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책과, 뇌과학자 질 볼트 테일러의 책이 대척점에 있는듯 같은 이야기를 하는 듯, 그걸 생각하는 게 흥미로웠어요

transient-guest 2022-04-25 00:16   좋아요 1 | URL
음모론의 결정판인 이익단체이고 미국은 정치와 근본주의 개신교에 많이 파고들어와 있습니다 이 두 책은 뭐랄까 정통과 이단으로 치부되는 극과 극인데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님도 다양한 책을 많이 보시는 것 같습니다 언제나 즐겁게 읽어나가면 좋겠습니다 ㅎ
 

굥의 당선과 함께 온 인식과 사유의 겨울은 나의 일에도 지장을 주는 듯 매우 조용하기만 한 4월의 두 번째 주간을 맞고 있다. 기다리던 비가 가끔 오기는 하는데 봄의 끝에 오는 거라서 차가 더러워질 그 만큼만 오고 그치고 나서 바람만 심하게 불어 걷거나 뛰기에 나쁜 날씨만 올 뿐 비가 온 날의 싱그러움은 전혀 느낄 수 없다. 


새로운 것이 없어도 늘 바쁜 것이 자영업자 11년차의 일상이라서 게으름을 피울 틈은 없다. 조금만 손을 놔버리면 금방 쌓여버리는 잡무를 보면서 잡초를 바라보는 농부의 마음이 아마도 이렇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무리 한가하게 느껴지는, 좀 풀어져버리고 싶은 날이라도 가능하면 뭐라도 해야지 하는 심정으로 매일 풀을 뽑고 거름을 주고 땅을 파고 다듬는 그런 농부처럼 늘어지는 오후라도 머리를 쓰지 않지만 시간을 많이 써야 하는 일이라도 찾아서 하게 된다. 


잘 모르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재즈와 클래식을 많이 듣게 된다. 젊은 시절의 감성에서 확실히 멀어져가는 듯 어지간한 가요나 팝은 그다지 마음에 남지 못하는 걸 많이 느끼는데 세월에 따라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재즈와 클래식은 하지만 워낙 늦게 시작한 탓도 있고 해서 귀가 잘 안 트이는 것이다. 매우 적은 곡을 제외하고는 재즈든 클래식이든 연주자나 작곡가를 구부하지 못하고 곡의 이름을 외우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이런 것도 어릴 때 귀를 단련하면 더 좋았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어릴 때부터 재즈나 클래식을 아주 못 접해본 것은 아니지만 깊이 자주 듣지는 않았기에 역시 지금부터는 한계를 인정하고 즐기는 정도에서 만족하려고 한다. LP판을 구해서 듣는 것도 이미 값이 많이 올라간 지금은 공간과 함께 비용의 면에서 큰 호사라고 생각하기에 CD로 구해서 듣는 정도로도 다행이 아닌가 싶은데 이 책을 보면서, 정말 95% 정도는 완전히 다른 세상의 이야기처럼 느껴졌음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아마존에 들어가 CD를 구했을 정도로 이 분야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은 여전하다. 일일이 찾아보지는 못했고 여유도 없었지만 그 덕분에 마침 오늘은 번스타인의 피아노 컬렉션 (CD 11장), 생상의 Complete Symphonies (CD 3장), 글렌 굴드의 브람스, 그리고 클라라 하스킬의 1953년 리사이틀이 도착하는 소소한 즐거움을 맛보았다. 책을 읽을 때에는 재즈나 클래식을 틀어놓을 때가 종종 있는데 독서에 집중하는데 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그 분위기에 푹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좋다. 이런 책을 쓰게 될 일은 없겠지만 언젠가 모아놓은 것들을 즐길 수 있는 삶의 다음 단계에서의 내 모습을 그려본다. 심정적으로 힘든 하루가 이어지고 있는 4월, 이런 기분을 느끼는 날엔 그렇게 미래를 보면서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다. 죽지 않는 이상 살아내야 하는 것이 삶이라는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잘 쓰인 무협지는 상당히 즐거운 시간을 주는데 한국의 작품들 중에서는 아직은 좌백의 '생사박 (앞서 흑저라고 잘못 쓴)'. '대도오' 그리고 용대운의 '태극문'을 넘는 수준의 작품을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양각양' 또한 어느 정도의 재미를 주었지만 딱 기대했던 정도,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수준의, 그러니까 여러 번 볼 것 같지는 않은 그런 정도의 이야기였다. 어지간한 수준이면 돈이 되던 시절 쓴 작품을 조금 다듬어서 다시 냈다고 하니 내가 가늠하는 정도가 아주 틀린 것 같지는 않다. 


글을 쓴다는 것, 특히 소설을 쓸 수 있다는 건 매우 대단한 일임은 분명하다. 요즘 내 마음이 당금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보면서 무협의 형식을 빌어서라도 통쾌하게 복수를 하고 싶어지기 때문에 더더욱 이런 능력이 부러울 수 밖에 없다. 현대판 동창이 주도하여 현대판 드레퓌스 사건을 만들어 냈고 이를 발판으로 내시들의 두목이 대권을 잡았으니 소설보다 더 소설같아 그야말로 기가 찰 일이 아니겠는가. 


첫 번째 작품 'The Alienist'에서의 화자가 아닌 다른 등장인물을 화자로 내세운 관점의 변화는 신의 한수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아주 신선하게 익숙한 이야기가 시작되는 부분에서 이미 이 책을 내려놓기가 어려웠다. 또다시 serial killer의 단서를 우연한 사건에서부터 따라가는데 단순한 serial killer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고 19세기 말, 20세기 초 여성이 마주한 한계와 사회의 강요속에서 빚어진 왜곡된 현실의 비극을 보면서 많은 걸 생각해보게 된다. 현대의 여성이었다면 훨씬 던 많은 선택의 길이 있었을 것이고 어쩌면 이 비극적인 방향으로 인생이 풀리지 않았을 수도 있고, 어쩌면 현대의 여성이라서 더욱 진취적이고 적극적으로 사건의 발단이 되는 삶으로 들어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작가가 의도한 바는 아마도 단순한 serial killer의 악이나 악에 이르는 길이 아닌 당시의 사회상에 대한 성찰이 들어있음이 꽤 명백하게 드러나는 것 같다. 세 번째 작품은 없으니 당분간은 이들의 활약은 여기에서 끝이 났고 나는 작가가 세 번째 작품을 빚기를 기다릴 뿐이다. 작가가 쓴 다른 작품들을 주문했으나 세 번째에 해당하는 작품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작가의 다른 책들도 더 많이 번역되어 나왔으면 좋겠다. 지금은 아스라한 환상처럼 남아 있는 68의 혁명과 전후 일본의 젊은 세대로써 유럽에서 공부하고 살아가면서 다양한 작가와 작품 및 시대정신을 접하고 이런 '사유'의 산물 혹은 '사유'를 빚어낼 수 있는 좋은 재료와 어린 시절부터의 기억을 사물이나 사건, 장소 등의 매개를 통해 적절하게 조화시켜 만든 이런 에세이가 더 많이 보고 싶은 것이다. 아쉽게도 내가 구할 수 있었던 스가 아쓰코의 책은 모두 읽어버렸으니. 하지만 조금의 시간이 지나면 아마도 내 기억이 금방 바랠테니 그 즈음해서 다시 책을 꺼내 읽으면 되지 않을까? 이건 무슨 치매도 아닌데 책은 여러 번 읽어야만 머리에 남길 수 있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도 이미 오래전부터의 일이라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다독보다는 정독과 숙독으로 오래 깊이 읽어나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인지도, 나 역시 그러한 나이에 들어온지도 이미 오래인데 나만 모르거나 애써 부정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뭔가 춥고 헐벗은 듯한 하루. 멀쩡하게 밥 잘먹고 하고 싶은걸 하면서 사는 내가 이런 기분이니 우크라이나, 아니 세상 곳곳의 전쟁과 테러로, 가난으로, 여타의 이유로 진짜로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은 어떤 마음일까. 조금은, 아주 조금만이라도 남을 생각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이것이 또 양심의 가책에 의한 스트레스가 되는 때가 있다. 


뭔가 먹먹하고 쓸쓸한 하루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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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0일에 멈춰버린 나의 시계를 다시 돌리려 한다. 책은 언제나 열심히 읽고 있지만 글을 남길 마음도 없고 뭔가 써보려고 하면 욕만 계속 나오는 탓에 뭔가를 쓰고 싶지 않았다. 달리기도 하고 날도 좋은 (북켈리포니아의 봄은 정말 좋다) 이런 날 사무실에서 일찍 나와서 실로 2년만에 서점에 나와 커피와 함께 마침 난 넓은 탁자를 차지하고 노트북을 켰다. 기억이란 것이 가물가물하니 그간 읽은 것들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어렵겠지만 일단 이렇게 뭔가 다시 써보려 한다.


서점에 들어와서 책을 구경하면서 눈에 들어온 건 신간 말고도 새롭게 판본을 만들어 나온 - 그 많은 'Great Gatsby'들 중에서도 눈에 확 들어오는 - Great Gatsby였다. 책은 그렇게 예쁘지 않고 그저 두껍게 느껴지는 것이 눈에 띈 모양이다. 펼쳐보니 고급스러운 재질의 아주 두꺼운 종이에 코팅을 한 것처럼 인쇄가 된 사실 무척 차갑게 느껴지는 제본이다. 뭔가 Great Gatsby에 어울리지 않는 듯한 이질감이 확 다가온다. 이유는 모르지만 Great Gatsby는 Catcher in the Rye와 함께 닳고 구겨진, 마치 누군가의 뒷주머니에 들어있었을 듯한 정도록 낡고 손떄가 묻은 모습이 더 어울린다. 


인생의 황혼기를 시작하려는 나이에 보는 Great Gatsby는 여러 가지로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일일이 적지도 표현하지도 못할 아련한 기억과 함께 가슴이 팽~ 하는 느낌의 아픔까지 줄 수 있는 소설인데 문제는 내 경우 그런 느낌은 나이를 많이 먹고 나서부터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모르긴 해도 많은 경우 젊은 사람이 보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그런데 이런 책을 어린 시절부터 읽고 공감하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궁금하다. 그런 사람이라서 하루키처럼 글로 먹고 살게 되는 것일까.


서점에 다니지 못한 사이에 나온 책도 많고 사고 싶은 것도 많은데 이미 3월까지를 살아버린 개인사업자의 입장에서 게다가 먹고 사는 걸 넘어 은퇴를 준비하느라 붓고 있는 이런 저런 것들까지 하면 늘 주머니가 가벼운 기분이다. 기실 알라딘에서 한번에 수 백불은 쉽게 결제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막상 뭔가를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땐 늘 지갑이 비어있다. 서점에 온 김에 눈이 가는대로 이런 저런 책을 몇 권 사들고 가고 싶은데.


아무래도 마스크를 완전히 벗어던지지는 못했기에 서점에서 오래 머물지 못하고 나오는 것으로 어제의 이야기는 끝이 났다. 조금 더 자주 서점에 가서 책을 보고 구입하려고 한다.


운동을 가려고 일찍 일어난 토요일 새벽. 커피캡슐이 다 떨어진 것을 주중에 사놓지 못해서 차를 한 잔 우려내고 (티백이지만) 다시 정리를 시작해본다.


상당수는 거짓과 억측이 난무하고 함부로 떠들어대면, 즉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면 미친 사람으로 취급받기 딱 좋은 주제. 메타적인 주제라서 그런 면도 있지만 이 책은 우리에게 나타나지 않은 초과학적인 UFO와 시공간을 초월한 이동의 원리를 나름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처음 읽었을 때나 지금이나 저자의 credential도 상당히 좋은 편이고 매우 정신과 영성의 관점에서 UFO와 외계문명과의 조우를 말한다. '그림자 정부'를 언급하는 부분에서는 매우 전통적인 음모론 계통의 냄새도 나지만 Qanon처럼 그리고 상당히 많이 퍼져있는 종교 base의 음모론 내지는 종말론과는 다른 설득력이 있다. 직접 본 것은 아니라서 전체적인 내용이 쉽게 와닿지는 않지만 이 책을 처음 읽고 책에 나온 대로 몇 날 집중해본 어느 즈음에 조금 이상한 걸 보기는 했다. (믿거나 말거나) 새벽에 본, 달 옆에 떠 있던 그건 무엇이었을까? 별은 확실히 아니고 인공위성도 아닌, 육안으로 확연히 보이는 빛의 구체가 육안으로 보이는 크기와 위치에 뜬 달 옆에 딱 떠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는데 갖고 있는 폰으로 찍었지만 사진은 꽤 구리게 나와서 뭔지 알 수가 없다. 


약 10세기 경 바그다드의 이븐 팔할란이란 사람이 칼리프의 명령으로 머나먼 불가리아 (당시의 불가리아)의 왕에게 사절로 가는 여정에서 만난 바이킹을 따라 그들의 나라로 가서 겪은 모험의 이야기. 원본은 소실된지 오래라서 이후 다양한 판본으로 전해지는 걸 19세기 무렵부터 조합하기 시작했고 이를 토대로 팩션처럼 만들어진 이야기. 영화 13th Warrior의 원작. 별도로 펭귄북스에서 나온 이븐 팔할한의 여행기도 조만간 읽어보려고 구해놨다. 10세기에는 이미 멸종(?)했다고 알려진, 대모신의 숭배하는 고대의 인류가 현생인류와 공존했다는 추측을 낳은 이야기로 바이킹의 여러 나라들이 웬돌이라는, 감히 name되면 안되는 무서운 존재들로부터 공격을 받았고 팔할란이 포함된 13인의 전사들이 이들과 싸워 물리친다는 이야기. 순전히 상상의 산물일 수도 있으나 아랍어의 표현상 추측과 사실을 잘 구분해서 서술했다고 저자는 말하며 어느 정도의 신빙성이 있다는 듯한 뉘앙스를 준다. 영화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지만 나는 영화 Rudy와 함께 힘든 시절을 이겨낼 수 있게 해준 영화라서 못해도 13번 이상은 본 것 같다. 극장에서만 2-3번은 본 것으로 기억하니까. 









3월 10일 이후 읽은 나머지 책들. '채링크로스'와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은 여러 번 읽었고 책이 잘 안 잡힐 때 가끔 꺼내어 보는 책이다. '사라진 서울'은 그다시 감흥이 없었던 것이 내가 서울사람도 아니고 서울에 대한 추억도 없으며 굳이 말하면 나라의 '암'처럼 느껴지는, 그러니까 서울을 잘 찢어놓아야 균형잡힌 발전과 지속이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이라서. '침묵의 시대'는 읽을 당시의 감성이 잘 떠오르지 않고 '마션'과 '녹나무'는 그냥 재미로 읽어서 별로 남은 것이 없다. '마션'은 영어로 먼적 읽고 영화를 봤기에 한국어로는 뭔가 밋밋하게 느껴진다. 폴 오스터는 심심하면 뒤적거리는 작가인데 '빵굽는 타자기'는 편하게 읽기 딱 좋다. '고양이'도 좋았지만 '이렇게 책으로'는 별로. '밀라노'는 지금 읽을 때의 그 마음이 잘 떠오르지 않기에 늦게하는 정리의 아쉬움과 문제를 새삼 느낀다.



피아노 조율사로 일하는 저자의 두 번째 이야기. 미국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경양식이 서양음식의 전부로 알고 있었고 스파게티가 미국음식이라고 알고 있었던 나에겐 매우 추억돋는 이야기. 세기말 끔찍한 콜라텍 화재사건 이전까지 인천의 중심은 대한서림과 전통있는 학교들이 모두 있었던 동인천이었는데 신포동 어디엔게 어머니가 데려가주신 경양식집, 석바위근처 경양식집 등에서 맛있게 먹던 빵, 밥, 채소스프, 비프까스가 생각나서 내내 추억에 젖어 읽었다. 

이곳에 독일계 이민자가 하는 Gunther's라는 식당에서 일본식 '카츠'의 원조인 슈니첼을 먹어봤는데 내 입맛엔 '까스'가 더 맞는 것 같다. 저자도 말하거니와 슈니첼-카츠-까스로 이어지는 현지화에 따라 짜장면과 짬뽕처럼 사실상 한국음식이라고 봐도 무방한 '까스'는 경양식 레스토랑이 유행의 중심에서 벗어난 지금은 돈까스 전문점이 아닌 예전 그대로의 모습은 점점 사라져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뭔가 좀더 lasting하는 문화가 항상 긍정적이지만은 않지만 이럴 땐 정말 아쉽다. 


21세기 OECD 국가들 중 유일한 신정국가로 탈바꿈한 한국. 굥과 그를 내세운 건건의 수렴청정의 이 빨리 끝나기를 희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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