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 하늘이다.

 

 

 

 

 

 

 

 

 

 

 

 

 

 

 

긴 시간 동안 폭염에 시달렸기 때문인 것 같다.
오늘 청명한 하늘과 시원한 바람이 무척 상쾌하게 느껴졌다.
외출할 일이 있어서 나갔다가
음악을 감상하듯 하늘과 바람을 감상했다.

아마 폭염이 없었다면 하늘과 바람에 무심했을 것이다.

 

 

 


인생에는 어느 정도의 낭비가 필요하다. 헛된 일도 해보지 않으면 유익한 일도 할 수 없어진다.(134쪽)
- 시오노 나나미, <생각의 궤적>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며 하루를 보내 봐야 알찬 하루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는 것.
나쁜 날씨를 겪어 봐야 좋은 날씨를 알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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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6-08-27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와 오늘 진짜 청명한 가을 날씨였습니다. 그제 비오고 날씨가 갑자기 완연한 가을로 변했습니다. 확실히 날씨가 미쳤네요..^^;; 어제는 정말 구름 한점 없더이다~ㅎ

페크pek0501 2016-08-28 23:52   좋아요 0 | URL
오늘도 덥지 않고 날씨가 좋았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 늦여름인 것 같아요. 저녁엔 서늘해서 긴 팔 옷을 입고 싶을 정도였어요. 폭염을 이겨낸 자의 흐뭇한 미소로 늦여름을 즐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요... 후훗... 님도 짧은 늦여름을 즐기시길...

마립간 2016-08-28 0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하늘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어야 되나 생각했습니다.

흐음, 시간이 흘러갔네요. 또 ...

페크pek0501 2016-08-28 23:53   좋아요 0 | URL
그렇죠... 폭염 속에서도 시간은 정지하지 않고 흐르고 있었던 것이죠. 곧 연말이 올 것이고 우리는 나이 한 살 더 먹는 것이죠.

stella.K 2016-08-28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흐려요.
아직까지 한 번도 상륙하지 않았다는 태풍의 영향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
피해만 없다면 태풍 하나 정도는 와 줘야 한다고도 하던데 말이죠.
어쨌든 덥지 않으니 살 것 같다 싶긴 하지만 곧 여름도 가겠지 싶어요.

페크pek0501 2016-08-28 23:55   좋아요 0 | URL
여름이 떠나갈 것이고 우리는 시원섭섭할 거예요. 여름을 보내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내년 여름이 온다는 것은 걱정이 되네요. 점점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는 것 같거든요.
태풍이 오기 시작하면서 곧 가을이 오겠죠. 흠흠... 나이만 먹는 것 같아요. ㅋ
 

 

1.
블로그를 가진 블로거는 하나의 직무를 가지게 된다. 어떤 직무인가? ‘글을 올린 지가 너무 오래돼서는 안 되는 것’이다. 방문자가 허탕을 치고 돌아가는 횟수가 많아지면 안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지금 글을 올린다. 아니다. 누군가가 댓글을 쓴 것을 발견하고서 급히 글을 올리고 싶은 충동을 느껴서 올린다. 아니다. 지금 갑자기 소나기가 와서 비 오는 여름밤이 좋아 시시한 글이라도 올리고 싶은 충동을 느껴서 올린다. 아니다. 사실은 지금 듣고 있는 노래 때문인지도 모른다. 존 레논의 Imagine을 듣고 있어서인지도...

 

 

이 노래를 들으니 학교 앞 어떤 다방에서 리포트를 쓰던 시절이 생각난다. 나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존 레논, 소나기, 여름밤, 추억 그리고 블로그.

 

 

어울리는 조합인가 아닌가? 

 

 

 

 

 

 

2.
엄밀하게 말하면 깨달은 자는 없습니다.
오직 깨달은 순간들만 존재합니다.
- 스즈키 순류

 

 

엄밀하게 말하면 행복한 자는 없습니다.
오직 행복한 순간들만 존재합니다.
- pek0501

 

 

 

 

 

 

3.

소설을 쓰겠다고 하다가 몇 년이 지나 소설을 포기하고 문학 평론을 공부하기로 했다는 작가 지망생에게 어떤 선생님이 말했다. “소설이 안 되니깐 이제 평론이래.” 이 말을 듣고 본인은 물론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웃었다. 오래전의 일이다.

 

 

그 선생님이 블로그에 사진을 올리기 좋아하게 된 나를 보면 이렇게 말할 것 같다.

 

 

“글이 안 되니깐 이제 사진이래.”

 

 

 

 

어떤 절에 있는 연꽃. 꽃보다도 넓은 잎사귀가 맘에 들어 사진으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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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6-08-23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래요 ㅋ 누군가의 댓글을 보고 글을 쓰고자 하는 욕망이 올라와요 ㅋㅋㅋ
사진에 찍힌 저 뜨거운 햇살이 느껴지네요 와우 사진 굳 ㅎ

페크pek0501 2016-08-25 21:1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댓글을 보고 글을 올려야겠단 제 생각에 공감하시다니 반가워요. 그렇더라고요.
이렇게 댓글을 달아 주는 분도 있는데 글을 올려야지, 이렇게 돼요.

비가 왔나 봅니다. 창문이 젖은 것을 보니 시원한 느낌이 드네요. 여름이 물러날 채비를 하고 있는 듯해요.

사진, 잎사귀가 정말 잘생겼죠? ㅋ

댓글 고맙습니다.


cyrus 2016-08-23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백 기간이 길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블로그 활동을 하면 좋은 분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

페크pek0501 2016-08-25 21:21   좋아요 0 | URL
흠흠... 자꾸 공백 기간이 생깁니다. 왜 그렇게 되는지...
날씨도 덥고 해서 열심히 살기가 싫은 모양이에요. 게으름의 의자에서 책만 보며 살고 싶은 모양이에요.

이곳 알라딘에서 좋은 분들 많이 알게 된 건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stella.K 2016-08-26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그제 소나기 오니까 좋긴하더라구요.
일본은 물난린데 우린 가뭄이고. 고르지도 못해요.
평론도 쉽짆않죠. 아, 글 쓰는 건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ㅠ

페크pek0501 2016-08-25 21:24   좋아요 0 | URL
오늘 저녁도 소나기가 왔어요.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어 비 올 줄 알았지요.
홍수도 문제, 가뭄도 문제... 적정선이 늘 문제군요.
평론은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게 부담스럽죠.
흠흠... 저도 글쓰기가 어려워 글을 자주 올리지 못하고 있잖아요.

좀 무식해져야겠어요. 무식해서 용감한 사람이 되자, 이러면서... ㅋㅋ
고마워유.^^
 

 

 


1. 2016년 7월 XX일

시보다 시작노트가 좋은 경우가 많아요. 시 쓸 때는 시작노트 쓰듯이 하라는 말도 있지요. 쓴다는 의식이 있으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부자연스러운 말을 하게 돼요. 피아니스트의 뒷모습을 보면 어떤 소리가 날지 알 수 있다고 하지요. 골프나 테니스에서처럼 시도 어깨에 힘이 빠져야 ‘원 샷’으로 갈 수 있어요.(129쪽) - 이성복 저, <무한화서>에서.

 

 

나도 쓴다고 의식하지 않고 어깨에 힘을 빼고 써 보려고 했다.

 

 

시에서 철학은 숨어 있어야 해요. 독자한데 한 수 가르쳐주겠다는 태도는 시와는 거리가 멀어요. 시는 한 수 배우겠다는 거예요. 심각한 폼 잡지 말고, 잡생각과 헛소리에 의지하세요. 그러면 철학도 따라와요.(128쪽) - 이성복 저, <무한화서>에서.

 

 

나도 심각한 폼 잡지 않고 잡생각과 헛소리에 의지하여 써 보려고 했다.

 

 

사진으로 말하면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폼 잡지 않고 자연스럽게 찍은 스냅 사진 같은 글이 좋다는 것이지. 문제는 멋진 스냅 사진을 찍기 힘들 듯이, 멋진 스냅 문장을 쓰기 힘들다는 것이지.

 

 

 

 

 

 

2. 2016년 7월 XX일

중복이 지났으니 여름의 반은 지나갔다고 생각했다. 축구 경기로 말하면 전반전이 끝났고 후반전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 남은 여름은 빠르게 흘러갈 것이므로 아무리 더워도 지낼 만하겠다. 지금이 ‘5월 말’이라고 생각해 보라. 그러면 앞으로 몇 달을 더운 날씨 속에서 지내야 하잖아. 지금이 ‘7월 말’인 게 얼마나 좋은가. 

 

 

그만 뜨거워라, 더워 죽겠다, 하는 마음으로 여름을 살면 안 된다. 더 뜨거워라, 그래야 벼가 잘 익어서 내가 일 년 동안 맛있는 밥을 먹을 수가 있는 거다, 하는 마음으로 여름을 살아야 하는 것. 

 

 

얼마든지 더워도 좋다고 생각하겠다. 왜냐하면 난 내가 꼭 해야 할 일을 끝낼 적마다 책 속으로 들어가 더위를 잊을 테니까. 이러면서 무더운 여름을 보낼 테니까.

 

 

 

 

 

 

3. 2016년 8월 X일

어제 소나기가 내려 좋았다. 땅의 열기를 식혀 줄 것 같아서, 더운 공기를 식혀 줄 것 같아서, 먼지가 씻어질 것 같아서. 꼭 그렇지 않더라도 여름의 소나기는 서늘한 환상을 갖게 해 주는 것만으로도 좋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창문을 통해 소나기가 세차게 내리는 것을 보니 여름의 지루함이 반 토막 나는 것만 같아 좋았다. 유쾌했다. 무더운 날씨가 아니었다면 맛보지 못할 유쾌함이었다.

 

 

 

 

 

 

4. 2016년 8월 X일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자녀의 교육비나 자녀의 성형 수술(쌍꺼풀 수술 같은) 비용은 투자라고 생각하며 아끼지 않으면서 혹시 자신에게 투자하는 비용은 아끼며 사는 건 아닐까?

 

 

얼굴 마사지를 받으러 다니다가 너무 더워서 쉬고 있다. 더워서 쉬는 건지 돈이 아까워서 쉬는 건지 잘 모르겠다. 겸사겸사해서겠다. 요즘은 집에서 마스크 시트로 대신한다. 간편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마사지 효과를 내니 좋다. 어제도 얼굴에 마스크 시트 한 장을 붙이고 누워 있었다. 20분 뒤에 떼면 끝이다. 내가 이렇게 외모 가꾸기에 관심이 많은지 몰랐다. 나의 새로운 면을 발견함. 늙기 싫어서 발악을 하고 있음.

 

 

내면 가꾸기를 위한 투자로 책값을 치른다면, 외면 가꾸기를 위한 투자로 마사지 비용을 쓰는 거지. 인생에서 가장 소홀하기 쉽지만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이라는 것을 상기하며.

 

 

그런데 이상한 건 말이지, 책값은 하나도 아깝지 않은데 마사지를 받으러 다니는 비용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야. 마사지 10회분 비용을 선불로 내고 나면 잘한 일인지 고민하게 된단 말이야.

 

 

아, 내가 반성할 게 있다. 예전에 대중목욕탕에서 오이 마사지를 전신에 받는 여성들을 보면 마음속으로 (오이를 아깝게 왜 먹지 않고 몸에 바르는 거야?, 하면서) 흉을 본 적이 있는데 취소한다. 취소, 취소. 내가 그땐 뭘 몰라서 그랬던 거야.

 

 

내가 흉을 보거나 비난했던 사람들의 행동을 나도 언젠가 따라하며 살게 된다는 것. 값진 깨달음일세. 인간의 어리석음.

 

 

 

 

 

 

5. 2016년 8월 X일

일기를 쓸 때 계획을 세우고 결심을 할 때가 있다. 실천이 안 되면 또 계획을 세우고 결심을 한다. 내가 결심하기를 좋아하는 이유를 오늘 알았네. 어떤 책에서 읽어 알았네. ‘결심이라는 집에서는 다들 잠을 잘 잔다.‘라는 페르시아 속담이 있다고 하네. 어떤 일을 할지 말지 망설이다가 마침내 결심을 하고 나면 마음이 홀가분해진다는 뜻이란다. 나도 그 홀가분함을 느끼고 싶어서 그랬던 것.

 

 

그거였군. 영화를 보면 복수하고 싶은 사람이 생길 때 아무도 모르게 상대에게 복수하여 완전범죄로 끝내면 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꼭 상대에게 미리 말한단 말이야. “내가 당신을 가만둘 것 같아? 당신을 가만 두지 않겠어.” 이렇게 말함으로써 복수하기로 결심하며 홀가분함과 통쾌함을 느끼고 싶었던 것이지. 복수 계획에 대해 선언하고 싶은 유혹을 물리치지 못하는 것이지. 선언은 곧 결심인 것. 일단 중요한 건 선언하고 싶다는 자기 마음이거든. 그 결과 나중에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용의자로 지목이 되더라도 말이야. 난 이런 인간 심리가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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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6-08-08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래요..ㅎ 마사지 정기권 끊고 나면 내가 미쳤나 싶고... 책은 그거보다 더 사대면서 말이죠... 근데 마사지 받으면 기분 좋기는 해요 ㅋㅋ

페크pek0501 2016-08-11 11:31   좋아요 0 | URL
비연 님, 오랜만이십니다. 반갑습니다.
마사지는 받을 때는 좋은데 거기에 가기까지가 귀찮아요. 요즘처럼 더울 때는 더욱...

십 몇 년 동안 책을 산 돈을 얼굴에 투자했다면 으음... 지금쯤 피부에서 광이 날 것 같아요. ㅋㅋ

순오기 2016-08-09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에서 거금을 지불하고 맛사지 받는 건 아까워서 못하고, 윤동주 생가에서 판매하는 책들은 두배나 많은 돈을 지불했는데~ 전혀 아깝지 않았어요!♥

페크pek0501 2016-08-11 11:32   좋아요 0 | URL
순오기 님도 그러시군요. 우리 알라디너들의 공통점은 책값을 전혀 아까워하지 않는다는 것, 같아요.
저도 책 사는 데 드는 돈은 열 권을 한꺼번에 사도 아깝지 않아요. ㅋㅋ
반가웠습니다.

세실 2016-08-09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마사지 끊어 놓고 안가는 1인 여기 또 있어요. 마사지 받을때 끈적거리는 느낌도 싫고, 매주 가기에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고......환절기때 푸석거리면 가려구요.
전 오늘 미운 직원 있어...그 직원의 행적을 하나하나 적고 있어요. 뭐하려고? 적으면서 털어 내려구요~~~ ㅎㅎ

페크pek0501 2016-08-11 11:37   좋아요 0 | URL
세실 님, 저는 마사지 받고 나서 끈적거리는 느낌을 좋아해요. 그래서 촉촉하게 해 달라고 한답니다.
매주 가는 건 좀 그렇고 9월부턴 격주로 다닐까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도 효과는 있겠지, 하면서 말이죠.
지인 중에 젊게 보이는 사람이 있는데 비결이 글쎄 마사지 3년쯤인가 받은 거였어요. 그래서 충격... 그때부터 등록하고 다녔어요. 뭐든 꾸준히 해야 하는 거죠.
한 주는 마사지 받고 한 주는 마스트 시트 하고 그러면 매주 하는 게 되겠죠?
열심히 해서 세실 님 만날 때 님의 미모와 큰 차이가 안 나게 해야 할 텐데... 요런 생각으로 하겠습니다.

ㅋㅋ 씨유...

yamoo 2016-08-22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 다음 주만 지나면 고비는 넘길것이다...샹~ 이 말을 3주째 듣고 있네요...마른 하늘에서 소나기가 내리질 않나! 이거 거의 맨날 기상청 욕하며 지내고 있어요~ 분명 기상청 슈퍼컴터 들여오면서 비리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끊이질 않습니다..--;;

4. 마사지 받으러 다니시는군요! 페크님은 왠지 그런 데에는 관심이 도통 없을 거 같은데 말이죠..ㅎ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 말고 다른 분야에 투자할 시 그 비용이 매우 커보인다는 게...아마도 기회비용이론에서 파생된 심리이론일 거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어욤^^;;

5. 글게요...영화 보면 꼭 복수를 하기전 그런 멘트를 날리더이다~~ 그냥 지나쳤는데, 페크 님이 예리하게 환기해 주셨네요.^^

페크pek0501 2016-08-22 20:56   좋아요 0 | URL
2. 날씨가 미쳤구나.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미쳤구나, 그러고 있어요.ㅋ

4. 페크는 외모 가꾸기엔 관심이 없고 책에만 관심이 있다, 이거지요? 하하~~

기회비용이론을 접수합니다. 좋은 설명이십니다.

5. 실제상황, 이라는 티브이 프로그램이 있지요. 실제로 일어난 일을 재현해 보여 주는 프로그램인데 그거 보면 범죄자가 꼭 복수하겠다는 멘트를 날리더군요.
실제로 그렇게 하더라는...

꼼꼼한 댓글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꾸우벅^^
 


 


지난달, 사촌 언니의 남편, 그러니까 내게 형부가 되는 분이 돌아가셔서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고인은 63세밖에 안 됐으니 죽기엔 아까운 나이다. ‘간경화’라는 병이 있음에도 술을 마셔대는 환자였고, 자신의 병이 고칠 수 없는 병임을 알고 비관하는 환자였고, 우울증까지 있는 환자였기에 사촌 언니도 조카도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가출하여 연락이 끊긴 채 사흘이 지나 귀가한 적도 있다니 가족으로서 그런 환자를 보며 사는 게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 간다.

 

 

장례식장에서 사촌 언니와 조카를 보자 안쓰러운 마음부터 들었다. 그리고 불행한 삶을 잘 견디어 낸 그들에게 축하라도 해 주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죽음은 본인에게도 가족에게도 분명 슬픈 일이지만 고통을 받으며 살았던 환자도, 환자의 고통을 지켜보며 살았던 그들도 불행한 삶으로부터 해방된 것이 다행스럽게 생각되었다. 

 

 

불치병 앞에서 우리는 삶을 변화시킬 힘 같은 건 없다. 이럴 때 삶이란 그저 견디며 사는 것. 견디다 보면 끝은 있는 것. 병이 낫든지 병으로 죽든지 그 끝이 올 때까지 우리는 죄를 짓지 않으며 최선을 다해야 할 뿐이다. 묵묵히 시간을 흘려보내야 할 뿐이다. 그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
우리의 일상은 얼다가 녹다가 하는 일의 반복이에요. 이 지루한 아름다움! 우리가 결정하고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얼마 되지 않아요. 오직 견디는 것뿐. 위로 안 받기 위해, 좀더 강해지기 위해 우리는 시를 쓰는 거예요.

 

이성복, <무한화서>, 109쪽.
....................

 

 

 

....................
-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엇을 하십니까?
- 내 자신을 견딥니다.

 

에밀 시오랑, <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 53쪽. 
....................

 

 

 

 

 

 

 

 

 

 

 

 

 

 

 

 

 

 

 

 

 


 

나도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그저 견디기만 해야 하던 때가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의 시간들과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의 시간들. 2013년 8월의 시간들이었다. 잠에서 깨어난 아침부터 잠이 드는 밤까지 그저 견디기만 했다. 그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돌아가고 싶은 평범한 일상은 아름다웠고 너무 멀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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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6 1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06 1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6-08-06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ek님, 더위에 어떻게 지내세요.
견디며 사는 걸 ˝시기˝라고 생각되던 때, 이제 그것도 과거형이 되려고 해요. 지금은요, 그건 어느 한 시기가 아니라, 사는게 다 견디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에밀 시오랑의 말처럼 견디는건 다름아닌, 이런 생각들을 하는 내 자신이고요.
하지만 에밀 시오랑의 말보다 사실 pek님의 마지막 네줄이 제 가슴에 와서 팍 하고 꽂히네요. 이렇게 공감이 될 수가 있나요.

페크pek0501 2016-08-08 21:16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가슴에 와서 팍... ㅋ
귀한 댓글이십니다.

우리가 같은 경험을... 그래서 공유하는 뭔가가 있다는 걸 잘 알지요.
반갑습니다.

stella.K 2016-08-06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어쩐지 요즘 뜸하시다 했어요.

근데 전 왠지 견디는 것 보단 곁에서 살아주는 것이 인생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비록 우리가 정해진 시간을 사는 거지만 살아 있는 동안은 같이 살아주는 거죠.
그게 얼마가 됐던지간에.
견디는 거라면 얼마나 처절하겠어요.
형부께서도 그걸 아셨다면 살아 있는 동안 가족들과 의미 있는 삶을 살다
돌아가셨으면 좋았을 텐데...

저도 이번 달이 오빠가 떠난지 3년째 되네요.
전 비록 오빠를 좋아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마지막은 참 고맙더라구요.
그렇게 끝까지 잘 견디다 돌아가 줘서.
미리 포기했으면 살아있는 가족들이 더 많이 힘들어 했을텐데 말입니다.
끝까지 함께 잘 있어주는 게 우리의 임무인 것 같아요.

페크pek0501 2016-08-08 21:18   좋아요 0 | URL
오잉?
스텔라 님께서 이런 말씀을 해 주시다니...
- ˝곁에서 살아주는 것이 인생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꼭 기억해 놓고 싶은 문구올시다. 고맙습니다.

cyrus 2016-08-06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외로움 그리고 지루함을 견디기 위해서 책을 읽어요. 그 시간들이 단순하고, 더 지루하지만 아무 것도 안하면서 회의감에 빠지면서 지내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어요.

페크pek0501 2016-08-08 21:19   좋아요 0 | URL
백 배 낫습니다. 저도 그렇게 살고 싶은 걸요.
책 읽는 것밖엔 할 일이 없는 노년의 삶을 은근 기대합니다.

세실 2016-08-07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자신을 견딘다는 말이 마음 아프지만,
올해 제 나이가 유난히 힘듭니다.
그저 하루 하루 견딘다는 기분 알듯 말듯 합니다.
더위도 사람을 지치게 하네요.

페크pek0501 2016-08-08 21:21   좋아요 0 | URL
세실 님이 이제 제 마음 상태를 아시려나요? ㅋ
하루하루 늙어가고 있습죠. 저는 그래요.

더위가 지치게 하지만 책으로 버티고 있는 중이랍니다.
반갑고 고맙습니다. ^^

2016-08-07 2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08 2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성에 2016-08-08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으며 너무 뻐근해서 숨이 막힙니다.
< 사는 것은 오직 견디는 것뿐, 돌아가고 싶은 평범한 일상은 아름다웠고
너무 멀리 있었다.>
팩님은 감성을 걷어올려 언어로 낚아채는 연금술사처럼 경이로와요.
배우고 싶어요.

저는 미국서 한국에 잠시 다니러 와 한국의 삼복더위를 심층 체험하고 있어요 ㅎㅎ



페크pek0501 2016-08-08 21:25   좋아요 0 | URL
경이로웠으면 좋겠습니다. 정말로... ㅋ

요즘은 날씨가 경이롭습니다. 입추가 지났고 밤엔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는데
여름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르네요.

고맙습니다. 자주 들러 주신다면 영광이겠습니다.
 

 


2016년 7월 X일

 


‘동생을 잘 챙기는 언니’를 둔 친구를 보면 부럽다. 그런 친구에게 “넌 그런 형제가 있어서 좋겠다.”라고 말했더니 다른 친구가 “오히려 형제가 없는 게 좋을 수도 있어.”라고 응수한다. 그럴 수도 있겠다. 형제간에 의가 상해서 서로 보지 않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이 대목에서 큰아버지가 생각났다. 큰아버지가 생전에 내게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다. “사촌들과 잘 지내라. 사촌이라도 가깝게 지내면 사는 데 의지가 된다.” 사촌들이란 당신의 딸들을 말함이다. 그때 난 “예.”라고 대답했지만 마음속으론 딴생각을 했다. 이 말에 동의하지 않을 아버지를 생각했던 것이다. 아버지는 큰아버지 때문에 속상한 적이 많으셨다. 큰아버지가 사업을 했는데 잘되지 않아 아버지에게 수차례 돈을 얻어 쓰셨기 때문이다. 그것 때문에 어머니와 싸우신 적도 있다. 큰아버지 말고도 아버지에게 돈을 가져가는 형제가 많았다. 아버지가 그 속상함에 대해 내게 토로한 적이 있으셨다. 큰아버지에겐 ‘형제란 사는 데 의지가 되는 사람’이었지만 아버지에겐 ‘형제란 걱정을 끼치고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다 고인이 되신 큰아버지와 아버지. 두 분의 생각이 달라도 너무 달랐던 것이다.

 

 

TV로 어떤 드라마를 보게 됐다. 한 여자를 사랑해서 결혼을 앞두고 있는 남자가 있고, 그 남자를 사랑하는 다른 여자가 있다. 삼각관계다. 그 남자가 자기의 구애를 받아들이지 않고 딴 여자와의 결혼만을 추진하려고 하자 그 여자가 이런 말을 한다.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그 여자가 아니라 저라고요.” 이 말은 설득력이 없다. 왜냐하면 결혼을 하려고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나를 사랑하느냐’가 아니라 ‘내가 누구를 사랑하느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상대편의 입장이 되어 보지 않는 한,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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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7-27 17: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족뿐만 아니라 친척 간에도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면서 좋게 대하면 화목하게 지낼 수 있는데, 그렇지 않으면 서로 감정만 상하게 되고, 만나는 횟수도 줄어들게 되더라고요. 어렸을 때는 친척이 많으면 좋은 줄만 알았는데, 어른이 되니까 부모님이 친척에 실망하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페크pek0501 2016-07-27 19:04   좋아요 0 | URL
인간관계의 어려움은 가족, 친척도 예외가 아니지요.
상대편에서 생각하기, 가 답일 것 같은데 이것 쉽지 않은 일이죠.
왕래가 많다고 해서 꼭 좋은 결과만 가져오는 것도 아니라서 자주 보는 게 좋은지 나쁜지 모르겠더라고요.
요즘엔 모르는 것 투성이예요. ㅋ

2016-07-27 1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27 19: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6-07-28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상의 해석이란 각자 다를 수 밖에 없어서, 인간은 참으로 복잡해요.
그래서 흥미롭기도 하구요. ^^

저는 사람들이 제대로 자기중심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타인중심적이면서 그걸 자기중심적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진짜 자기중심적으로 나를 챙기고 나를 아껴주고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고.... 그래야 타인의 시야도 보인다고 하니까요.

페크 언니의 글 참 좋아요.

페크pek0501 2016-07-28 14:37   좋아요 0 | URL
아, 마고님 잘 지내죠?

자기중심적으로 자신을 챙긴다는 것, 저 세뇌되었어요. 혜민 스님의 저작 내용이 그렇거든요. 남의 눈치 보지 말고 할 말 하고 자신을 많이 사랑하래요.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해야 남도 사랑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님의 마지막 댓글이 저에게 위로가 되네요. 점점 제 자신이 쪼그라드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래서 쌩유♡♡



성에 2016-08-03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찾아 와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으로 뿌듯합니다.
사실 난 이웃 마실을 잘 다니지 않거던요.

오랜만에 한국 와서 한국 하늘을 보니 참 좋습니다.

이 더운 여름 , 모기 조심하시고 건강하게 지내세요.

페크pek0501 2016-08-06 11:06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뵙니다. 안녕하세요.

외국에서 사시나 봅니다.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님도 이 여름, 건강하게 지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