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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애착하기보다 무심하기를’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고 그 칼럼이 신문에 실렸다. 그 칼럼의 초고는 다음과 같이 시작되었다.  


....................

제목 : 무심함의 장점


아이들이 어릴 때 아이들에게 “숙제는 했니?”, “잠잘 시간이 됐으니 이 닦아야지.” 등등의 잔소리를 했다. 옆지기에게는 “퇴근이 왜 이리 늦어?” “모임이 너무 많은 것 아니야?” 등등의 잔소리를 했다. 아이들도 옆지기도 내 잔소리가 듣기 싫었으리라.  


내가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일로 돈을 벌고 블로그에 글을 쓰게 되면서 잔소리가 없어졌다. 살림하랴, 아이들 키우랴, 돈 벌랴, 글 쓰랴, 책 읽으랴 얼마나 바빴던지 식구들에게 잔소리를 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할 일이 많아져 머릿속이 복잡해지니 애들과 옆지기에게 저절로 무심해진 것이다. 그래서 나와 식구들과의 관계가 어떻게 되었을까? 


한마디로 말해 나와 아이들과의 관계가, 나와 옆지기와의 관계가 좋아졌다. 나의 무심함 덕분이었다. 나의 무심함은 생활 습관이 되어 애들이 성인이 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랑하는 이에게 관심이 많다 보니 잔소리가 많아지기 일쑤다. 상대방이 듣기 싫어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내뱉는다. 그만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본인은 생각한다. 상대방도 그렇게 생각하면 문제가 없지만 자기를 괴롭힌다고 여기고 피하고 싶어 한다면 사이가 나빠지고 만다. 누구나 자신을 편하게 해 주는 사람을 좋아하고 자신을 피곤하게 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때로는 인내심을 가지고 무심한 태도를 보이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 요령이 필요한 일에 인내심이 부족해서 잘못을 저지른다면 그로 인한 불행을 감당해야 하는 사람은 잘못을 저지른 본인이다. 철학자 에픽테토스가 말했듯이 지혜의 절반은 인내에 있다. 

....................



이 초고를 다 버리고 제목도 고쳐서 다른 칼럼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이 초고를 썼기에 ‘애착하기보다 무심하기를’이라는 칼럼을 완성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이 초고가 없었으면 ‘애착하기보다 무심하기를’이라는 칼럼을 쓸 수 없었다. 그러니 버렸더라도 초고는 중요한 역할을 한 셈이다. 


보통 나는 200자 원고지 10매를 쓰려 할 때 초고를 13~14매 정도 쓴다. 초고를 써 놓고 그다음에 퇴고를 하면서 불필요한 문장이나 문단을 없애서 10매로 만드는 작업을 한다. 나무를 잘 가꾸기 위해 가지치기를 하듯이, 더 나은 원고를 만들기 위해 불필요한 글을 잘라 내는 것이다. 가지치기를 하면서 ‘원고지 10매를 넘지 않도록 해 달라는 신문사 측의 요구’에 따라 10매나 9.9매의 원고가 되도록 완성해 나간다.  


어느 책에서 보니 써야 할 원고 분량의 세 배가 되는 초고를 쓰고 나서 3분의 2의 글을 버리는 작가가 있다고 한다. 그 작가가 나보다 훨씬 좋은 글을 쓰는 작가임이 분명하다. 생각의 가지를 여러 방향으로 길게 뻗어 나가게 해서 초고를 많이 쓸수록 좋다는 게 내 생각이다. 적은 분량의 초고보다 많은 분량의 초고가 좋은 글을 완성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사과 열 개 중 빛깔이 고운 사과를 고르는 것보다 사과 서른 개 중 빛깔이 고운 사과를 고르는 게 유리한 것과 같은 이치다.  


초고를 쓸 땐 가지치기를 염두에 두고 생각나는 대로 글을 많이 쓰는 게 좋다는 것이 이 글의 요지다. 


한 가지 덧붙여서 말하고 싶은 것은 생각만 하지 말고 무조건 글을 쓰라는 것이다. 한 문단을 쓰고 나면 그다음 문단을 쓸 수 있게 된다. 글이 새 글을 부른다. 




이 글에 인용한 책....................















발타자르 그라시안, <사람을 얻는 지혜>


알아 두면 좋은 글 : 


지혜의 절반은 인내에 있다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법칙은 참을 줄 아는 것이고, 지혜의 절반은 인내에 있다”라고 했다.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 대해서는 종종 상당한 인내심을 발휘한다. 이는 자제력을 기르는 데 좋은 훈련이 된다. 평소 이 훈련을 자주 해 두어야 한다. 

자제력을 가지면 세상에서 가장 값진 기쁨인 마음의 평화를 누리게 된다. 반대로 다른 사람에 대해 인내심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만의 세계에서 자기 자신을 참아내야 한다.(178쪽) - <사람을 얻는 지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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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5-28 21: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말 글은 쓰면 쓸수록 어려운 거 같습니다.
예전엔 알라딘에 올리는 글도 하루면 올렸는데
요즘엔 3, 4일씩 걸리고 어떤 건 묵혔다 올리고 그러고 있습니다.
명문을 쓸 것도 아닌데...ㅠ
짧은 글 쓰기가 어려운 건데 그걸 매번 하고 계시는군요.

인간관계는 무심한듯 시크하게란 말이 있기는 한데
그러다 놓쳐버리는 인간관계도 있더군요.
그렇다면 그와의 인연은 거기까지겠죠?
근데 가족은 정말 그래야하는 것 같긴해요.
욕하면서 닮는 관계이고 보면.ㅋ

페크pek0501 2023-05-29 10:27   좋아요 3 | URL
저도 예전에 글을 쓸 땐 퇴고를 몰랐어요. 그냥 한 번 더 읽어 보는 게 다였죠.
그래도 알라딘 서재는 언제든 본인이 글을 수정할 수 있어서 부담이 덜 돼요. 퇴고할 적마다 고칠 곳이 너무 많이 나와요. 작가들이 글을 묵혔다가 본다고 해요. 시간적 거리를 둠으로써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서죠.

인간관계에서 특히 애정이 갈 수밖에 없는 가족에겐 무심한 게 좋더라고요. 시어머니도 아들네에 무심할수록 집안이 평화롭죠. 친구나 지인과의 관계는 인연이 있으면 이어지고 없으면 저절로 끝나게 되는 것 같아요.
인연을 잇고 싶다면 전화해서, 친구야 만나 밥 한번 먹자, 그러면 되지요. 안부 전화만 해도 되고요.
어제까지 비가 왔는데 오늘은 비가 오지 않고 시원해서 좋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새파랑 2023-05-28 2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혜의 절반은 인내에 있다‘ 정말 맞는 말 같습니다. 그리고 페크님처럼 잘쓴 글에는 엄청난 노력이 들어가는군요~!!
전 리뷰를 막(?) 쓰는데 반성합니다 ㅋ

페크pek0501 2023-05-29 10:30   좋아요 1 | URL
인간관계에선 특히 인내가 필요한 것 같아요.
일필휘지로 쓴 글이라면 얼마나 좋겠어요. 여러 번 고쳐서 간신히 글이 완성됩니다. 나의 역량 부족!
아니에요. 리뷰를 막 쓰시는 건 잘하시는 겁니다. 막 쓰면서 글이 늘거든요. 글은 글의 양에 비례해서 늘기도 하니까요. 저도 막 써 보려고 하는데 잘 안 됩니다.ㅋㅋ

서니데이 2023-05-28 23: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잔소리 하는데는 애정과 관심이 없으면 할 수 없는 거지만, 듣는 사람은 조금 다를 수도 있겠지요.
때로는 적당한 거리와 무심함도 서로 편안한 거리를 확보해줄 수 있을 거예요.
오늘 페이퍼의 사진에서는 편안한 느낌이 듭니다.
페크님,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3-05-29 10:32   좋아요 3 | URL
요즘은 제가 애들한테 잔소리를 듣습니다. 애들이 크니 오히려 애들이 보호자가 되는 것 같아요.
서로에게 편안한 거리가 분명히 있어요. 무조건 가깝다고 해서 좋은 사이가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아, 저 사진은 제주도의 어느 펜션에 있는 테라스예요. 서니데이 님도 즐거운 한 주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희선 2023-05-29 02: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거리가 아주 가까운 것도 문제지만, 거리가 먼 것도 문제겠습니다 누구하고든 적당란 거리를 두어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은 듯합니다 거의 머네요 가까이 하면 더 멀어질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죠

이렇게 글을 쓰셔서 2023년에도 칼럼을 쓰게 되셨군요


희선

페크pek0501 2023-05-29 10:34   좋아요 2 | URL
그러니까 적당한 거리를 갖는 게 중요한데 그게 생각보다 어려워요.
글 재능을 갖고 태어나지 못해 고생인 거죠. 그래도 취미라 생가하니 다행인 거죠. 글쓰기 취미도 없다면
사는 게 심심할 것 같습니다. 좋은 한 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모나리자 2023-05-30 15: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생각만 하다가는 글이 날아가지요.ㅎ 일단 써나가면 마인드맵을 펼치듯이 신기하게 글 양이 늘어납니다.
그리고 소리내어 읽기를 반복하다보면 수정과 제거를 통해서 마음에 드는 글이 되는 것 같아요.
바빠서 잔소리할 틈이 없어지고 좋은 관계가 되는...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6월에도 좋은 글 누에고치 실을 잣는 것처럼 뽑으시기를.^^

페크pek0501 2023-05-31 16:08   좋아요 3 | URL
생각만 하고 글을 쓰지 않는 건 제 경험이에요. 긴 시간 동안 글 구상을 하고 마감 날이 며칠 남지 않았을 때가 오면 부랴부랴 글을 썼어요. 벼락치기로 공부를 하듯요.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아요. 일단 쓰고 보는 거죠. 결국 버리더라도 말이죠. 소리내어 읽는 것, 좋은 방법입니다.
제게 일이 없고 살림만 하고 살았더라면 피곤한 스타일이 되었을지 몰라요.ㅋㅋ
6월에도 누에고치...ㅋ 저는 목표를 높게 잡지 않아요. 잘리지 않을 정도로 글을 쓰기, 가 목표입니다.
모나리자 님도 좋은 글 많이 쓰시길 응원합니다!!!

세실 2023-06-01 17: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저도 평생(?) 직장 다니느라 잔소리가 덜한 편이긴 합니다.
무심함도 있구요^^
초고 길게 쓰고 간결하게 정리하기. 제 글쓰기 방법이기도 합니다. 주절주절 써놓고 단문으로 만들기. ㅎㅎ
페크님에 감히 비할건 아니지만요.
인내심! 아이들 키우면서 많이 단련되긴 했지요.
이제 퇴근 1시간 전. 알라딘에서 놀려구요. ㅎㅎ

페크pek0501 2023-06-03 17:58   좋아요 1 | URL
직장인들도 바빠서 잔소리를 덜할 듯합니다. 저도 학생들 숙제 검사와 첨삭, 수업 준비 등으로 할 일이 줄 서 있어서 가족에게 무심해질 수밖에 없었어요.
세실 님의 겸손!! 세실 님은 잘 아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주절주절 많이 써 놓고 썩은 나뭇가지 자르듯 미련 없이 글을 잘라 버려야죠.
결혼 생활로 인내심이 키워지지 않나요? ㅋ
바쁘신 가운데 틈틈이 노시기 바랍니다. 일만 하며 사는 건 좀 억울한 일입니당~~돈은 벌어서 좋지만요...ㅋ^^

서니데이 2023-06-01 21: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편안한 하루 보내셨나요.
오늘부터 6월 1일입니다.
즐거운 일 가득한 한 달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페크pek0501 2023-06-03 17:59   좋아요 1 | URL
어제는 운동하느라 땀을 뻘뻘 흘려서 오늘은 집에서 노는 편안한 날입니다.
벌써 6월은 시작되었고요, 6월 역시 쏜살같이 갈 듯합니다.
서니데이 님도 즐거움이 가득한 6월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얄라알라 2023-06-05 0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이 새 글을 부른다!! !
이 새벽에 페크님 서재에서 얻어가는 명언!!
고맙습니다

글이 글을 부른다

페크pek0501 2023-06-06 16:05   좋아요 0 | URL
얄라알라 님은 늦게 주무시나 봅니다. 새벽 한 시가 넘는 시간엔 저는 꿈나라에 빠져 들어 있죠.
글이 글을 부른다, 는 표현이 더 세련되어 좋습니다. 처음에 저도 그렇게 썼다가 뜻이 빨리 전달되지 않을까 봐
새 글, 이라고 썼어요. 글이 글을 부른다, 가 더 좋네요. 다음부턴 이렇게 쓰는 걸로!!! ㅋㅋ 고맙습니다.^^

감은빛 2023-06-09 1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3배를 쓰고 버리는 사람이 바로 저예요. ㅠㅠ
글을 쓰다보면 왜 이렇게 쓰고 싶은 내용이 많은지, 아주 사소한 것들까지 다 써넣고 싶어서 마구 쓰는데,
막상 나중에 다시 읽으면 이건 이 정도로 쓸 내용은 아니겠구나 하고 깨닫고 다시 지웁니다.
아! 내 시간이여. 내 손가락 노동이여!

그런데 저 초고 너무 좋은데요! 그럼 이제 아래에 있는 칼럼을 읽으러 갈게요. ^^

페크pek0501 2023-06-11 12:51   좋아요 0 | URL
감은빛 님도 3배수를 쓰시는군요. 부럽습니다. 저도 그러고 싶은데 그게 되지 않더라고요.ㅋㅋ
저도 좀 마구 써서 길게 쓰고 싶은데 저는 그게 안 됩니다. 하하~~
잘라 지우더라도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문장을 쓰는 시간을 길게 가진 것이므로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그 노동을 아까워하지 마시기를...
저 초고가 사실은 아까워서 언젠가 써 먹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올린 겁니다. 여기 올려 놔야 글을 찾기 쉽거든요.
ㅋㅋ 댓글 감사합니다.^^
 

 

 

 

‘<생활칼럼> 좋은 삶을 위한 자세’라는 글을 어제 올렸다.

 

 

그 글에서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라는 책 속에 있는 이야기 한 토막을 소개했다. 그 이야기의 메시지는 ‘현재의 삶에 만족하며 즐겁게 사는 인생이 좋은 인생이라는 것’이다. 만약 나도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는 것으로 끝나는 글을 쓸 생각이었다면 애초에 그 칼럼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반론을 제기하고 싶었다. 과연 자신의 삶(직업이나 환경 등)을 변화시킬 생각은 하지 않고 무조건 자신의 삶을 미화시킴으로써 안주하려는 태도가 옳은 것일까, 하는 반론을 제기하고 싶었던 것. 그래서 그 칼럼을 썼다.

 

 

내가 바라는 것은 독자들이 내 칼럼을 읽고 ‘현재의 삶에 만족하며 즐겁게 사는 것이 좋은 인생’인지 아니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하며 사는 것이 좋은 인생’인지 생각할 기회를 얻는 것이다. 

 

 

좋은 책을 소개하는 리뷰도 좋지만 저자의 생각에 반론을 제기하는 리뷰가 나의 흥미를 더 끈다. 이런 리뷰가 사고 영역을 확장시켜 준다고 믿는다. 칼럼도 마찬가지다.

 

 

좋은 글을 쓰려면 생각을 뒤집어라, 라고 메모해 둔 적이 있다.

 

 

 

 

 

 

 

 

..........................................
오늘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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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기록했다.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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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4 0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14 1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9-02-14 0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마다 같은 내용을 읽어도, 같은 일을 보더라도 다르게 느끼는 것 같아요.
저는 어제의 글을 읽으면서, 그렇게 긍정적인 사람이라면 어디에서도 좋은 점을 찾을 수 있고, 자기 삶을 잘 운행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타인의 삶이니까, 이렇게 해야 한다거나, 이런 것이 좋다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게 좋은 점을 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오늘을 만족하고 현재의 좋은 점을 살려서 더 좋은 방향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의 모습을 너무 나쁘게만 보면 오늘 하루 안에서 더 나아질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기 어려울 거예요. 힘들 때에도 좋은 방향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어요.
오늘 글을 읽으면서 어제의 글을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잘 읽었습니다.
페크님, 따뜻한 밤 되세요.^^

페크pek0501 2019-02-14 10:51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 님이 제 글을 제대로 읽으신 거예요. 그렇게 제가 결론을 내렸으니까요. 다만 그 칼럼을 쓰기 시작할 때 출발은 반론을 제기하고 싶어서 썼다는 거예요.ㅋ

저도 저자의 의도대로 읽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어디까지나 글에 대한 해석은 독자 맘대로입니다. 다양하게 해석하며 읽을 수 있는 글일수록 좋다고 생각해요. 뻔하지 않은 글이 될 테니까요. (제 글이 그렇다는 것은 절대 아니고요. 칼럼은 소설보다는 명확하지요.)

제 칼럼은 시작은 좋았는데 만족스럽게 끝내질 못했어요. 그래서 위의 후기를 올렸나 봐요. 옛 스승이 그런 말을 했어요. 자꾸 자기가 쓴 글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변명하려 들지 말고 그 글 속에 다 담아라, 라고.

제가 위와 같은 후기를 쓴 것은 아마도 제가 뭔가 부족하고 아쉽게 끝낸 칼럼이라서일 거예요. 말하자면 그 글에 대한 변명을 쓴 거죠.ㅋ 변명이었다는 걸 지금 댓글을 쓰면서 깨달았어요.ㅋ 그러니 님 덕분입니다. 감사드립니다.
따뜻한 겨울이 되세요...

cyrus 2019-02-14 17: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끔 저자의 생각을 뒤집었는데 그것에 대한 반론(내 생각을 뒤집은 상황)이 나오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경우가 생기면 저는 제 생각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뒤집어엎은 저자의 생각을 다시 원래대로 되돌립니다... ㅎㅎㅎ

페크pek0501 2019-02-14 19:22   좋아요 0 | URL
하하~~ 그럴 수 있지요. 저도 경험했어요.

뭔가 알기 시작하니 산은 산이 아니고 강은 강이 아니었다, 그런데 더 알게 되니
산은 다시 산이 되었고 강은 다시 강이 되었다. - 어디서 읽은 것 같은 것, 제 엉터리 기억력에 의존해 써 봤습니다.ㅋㅋ
 

 


다음의 글은 어제 올린 글의 일부분이다.

 

 

..........
허리 디스크, 목 디스크, 팔은 테니스엘보. 이런 병을 갖고 있는 내게 딸이 묻는다.

 

 

딸 : 엄마는 아픈 데가 왜 그렇게 많아? 
나 : 내가 머슴 체질이 아니고 귀족 체질이라서 일하지 말라고 아픈 데가 많나 봐. 골골대며 장수하는 형인가 봐.
..........
 


이 부분의 글은 어제 이걸로 끝냈다. 그런데 오늘 글을 덧붙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음과 같이 수정했다.

 

 

..........
허리 디스크, 목 디스크, 팔은 테니스엘보. 이런 병을 갖고 있는 내게 딸이 묻는다.

 

 

딸 : 엄마는 아픈 데가 왜 그렇게 많아? 
나 : 내가 머슴 체질이 아니고 귀족 체질이라서 일하지 말라고 아픈 데가 많나 봐. 골골대며 장수하는 형인가 봐.

 

 

딸의 물음에 내가 답한 것은 ‘내 병에 대한 긍정적인 해석’이었다. 병이란 것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언제나 중요한 건 해석이다. 해석만 잘한다고 해서 모든 불행이 없었던 게 되는 건 아니지만 확실한 건 덜 불행해진다는 사실이다.
..........

 

 

밑줄을 친 부분을 덧붙여 쓰고 나니 속 시원하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병에 대한 나의 긍정적인 생각과 유머’였는데 그것이 독자에게 전달되지 않을까 봐 걱정이 되었다. 나는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명확히 써야 속 시원한 사람이다.

 

 

그래서 내가 문학가가 되지 못하나 보다. 문학이란 해석을 독자의 몫으로 남겨 놓아야 하는 것이니까.

 

 

그래도 난 앞으로 나의 속 시원함을 위해 해석을 덧붙이는 쪽을 택하게 될 것 같다.

 

 

(밑줄을 친 부분의 글이 누군가 한 사람에게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몸이 아프면 마음이 우울해진다.)

 

 

오랜만에 써 보는 ‘싱거운 후기’는 이걸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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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03-02 13: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언니는 항상 긍정의 여신이시잖아요.
알겠던데요 뭐.ㅎㅎ
소설은 어떨지 몰라도 에세이는 잘 쓰실 것 같은데.
에세이는 해석이 들어가도 좋은 장르 아닌가요?
해답과 정답은 다르다고 하던데.
정답은 한 가지로 정해지지만 해답은 여러 가지를
제시하지 않나요? 그게 좋은 것 같아요.^^

페크pek0501 2018-03-02 13:30   좋아요 3 | URL
무척 훌륭한 댓글을 주셨습니다. (난 이래서 스텔라 님이 좋아... 혼잣말 ㅋ)

stella.K 2018-03-02 14:04   좋아요 2 | URL
ㅎㅎ 저도 언니가 좋사와요!^^

페크pek0501 2018-03-05 12:37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ㅋ

cyrus 2018-03-02 1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나면 블로그에 공개된 글을 천천히 읽는 편이에요. 그러나 글쓴이의 의도를 잘 파악해가면서 읽을 수가 없어요. 저는 가끔 글을 쓸 때 언어유희를 사용하는데, 이걸 못 보는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페크pek0501 2018-03-05 12:40   좋아요 0 | URL
언어 유희. 저도 못 보는 사람들 중 하나일 거예요. 이상문학상을 탄 작품도 저는 왜 이게 수상작인지 모를 때가 있어요. 오히려 후보작이 더 낫다고 느낄 때가 있죠. 도대체 이 글을 쓴 의도가 무엇인지 모를 땐 작가에게 물어보고 싶더라니까요.

같은 작품을 두 번 읽을 때 뭔가 깨달아지는 있을 때가 있어요. 처음 읽었을 때 미처 보지 못한 것을 발견할 때 그래요.

고맙습니다. 공기가 맑아 기분 좋은 하루가 될 것 같아요. 좋은 하루 되세요.^^
 

 


서재에 2015년 2월 25일에 단상(109)를 올렸다. 그런데 며칠 뒤에 그 글을 읽어 봤더니 고쳐야 할 게 눈에 띄었다. 틀린 것도 있었고 틀렸다고 볼 수는 없지만 고치면 더 좋을 것도 있었다. 어떤 때는 귀찮아서 그냥 놔두기도 하지만 이번엔 다 고쳤다.

 

 

이런 것들이다.

 

 

1.
고치기 전 : 학교란 곳이 원래 인사는 서로 되게 잘한다.

 

읽어 보니 잘 읽혀지지 않는다. ‘되게’를 빼니 잘 읽혀진다. 잘 읽혀지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

 

고친 후 : 학교란 곳이 원래 인사는 서로 잘한다.

 

 

 

 

 

 

2.
고치기 전 : 위의 글의 그녀처럼 돈을 쓰는 방법이든 다른 방법이든 나 자신이 시작해야 한다는 것.

 

‘위의 글의’에서 ‘의’가 두 번 반복되어 하나를 빼기 위해 고쳤다. ‘의’는 되도록 쓰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

 

고친 후 : 윗글의 그녀처럼 돈을 쓰는 방법이든 다른 방법이든 나 자신이 시작해야 한다는 것.

 

 

 

 

 

 

3.
고치기 전 : 나를 혼란스럽게 하는 책이어서 두 번은 읽어야 잘 정리해서 쓸 수 있을 듯하다.

 

‘있을 듯하다’가 어색하게 읽혀져 ‘있을 것 같다’로 고쳤다. 자연스럽게 읽히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

 

고친 후 : 나를 혼란스럽게 하는 책이어서 두 번은 읽어야 잘 정리해서 쓸 수 있을 것 같다.

 

 

 

 

 

 

4.
고치기 전 : 예를 들면 수학과 관련한 서적만 보는 대학교수나 건축학 서적과 관련한 서적만 보는 대학교수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예를 들면’을 ‘예를 들어’로 고쳐야 문맥이 잘 맞을 것 같아 고쳤다.

 

고친 후 : 예를 들어 수학과 관련한 서적만 보는 대학교수나 건축학 서적과 관련한 서적만 보는 대학교수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5.
고치기 전 : 통계에 따르면 암에 걸린 사람들 중에서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은 3분의 1가량이 된다는 글을 인터넷을 통해 본 적이 있는데(이 통계는 매번 다르게 나와서 신빙성이 없긴 하지만), 아마 나도 그 3분의 1에 속할 것 같아서 미리 예방 차원에서 공부를 해 두고 싶은 것.

 

‘아마’를 빼야 문맥이 잘 맞는 문장이 되므로 뺐다.

 

‘미리’는 ‘예방’이란 낱말의 의미에 포함된 말이므로 ‘의미 중복’이 되기 때문에 뺐다.

 

(예방의 뜻 : 질병이나 재해 따위가 일어나기 전에 미리 대처하여 막는 일.)

 

고친 후 : 통계에 따르면 암에 걸린 사람들 중에서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은 3분의 1가량이 된다는 글을 인터넷을 통해 본 적이 있는데(이 통계는 매번 다르게 나와서 신빙성이 없긴 하지만), 나도 그 3분의 1에 속할 것 같아서 예방 차원에서 공부를 해 두고 싶은 것.

 

 

 

 

 

 

6.
고치기 전 : 설령 책을 많이 읽어도 똑똑해지지도 않고 지혜로워지지도 않는 것 같아서 그래서 독서가 무가치하다고 여겨질지라도 최소한 다음의 세 가지의 이득이 있지 않은가?

 

‘다음의 세 가지의’에서 ‘의’가 두 번 반복되어 하나를 빼기 위해 고쳤다. ‘의’는 되도록 쓰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

 

고친 후 : 설령 책을 많이 읽어도 똑똑해지지도 않고 지혜로워지지도 않는 것 같아서 그래서 독서가 무가치하다고 여겨질지라도 최소한 다음 세 가지의 이득이 있지 않은가?

 

 

 

 

 

 

................................................
사람에 따라 생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겠으나
저는 이것이 최선이라 여겨서 고쳤습니다.

 

이렇게 글쓰기란 ‘문장을 갖고 노는 놀이’이기도 합니다. 
즐거운 놀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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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3-04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런게..있군요. 자신의 글도 보고 고침을
습관처럼 ~
기록하시는군요.
하나 배웁니다.
고맙습니다.^^

페크pek0501 2015-03-05 12:31   좋아요 1 | URL
이 싱거운 글에 댓글까지 달아 주시고 감사합니다. 꾸벅~~

stella.K 2015-03-04 17: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이어요.
저도 페이퍼 올려 놓고 나중에 다시 보면 고칠 게 보여서
자꾸 고치게 되요. 안 고치면 괜히 민망하고 근질거려서...ㅋㅋ

[그장소] 2015-03-04 21:08   좋아요 0 | URL
아..그게 탈고의 과정이겠네요.
페이퍼이기에 가능한..기능이고요.
신문이나 좀 넓은 의미의 매체라면 정정보도를 해야 하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니 작가들이 원고지에 쓰고 퇴고까지 수없이 고민하는 그 시간이..우리는 단축된 것.이라는 ..즉흥적이라고 봐야하나..페크님의 새로운 글놀이의 면모가 아니었다면..돌아보지않았을 지도 ....아무튼 좋은 개기 입니다.

페크pek0501 2015-03-05 12:31   좋아요 0 | URL
스텔라 님도 고칠 때가 많은가 보군요.
으음~~ 그래서 저는 글쓰기보다 독서가 더 좋아용... 헤헤~~

페크pek0501 2015-03-05 12:35   좋아요 1 | URL
그장소 님의 정정보도 말씀을 읽으니 겁나는군요. ㅋ
예전에 어디에 기고한 적이 있는데 인터넷으로 보니 틀린 데가 있더라고요.
고칠 수도 없고...
완벽주의라는 게 좀 피곤해서 대충 살고 싶은데 글쓰기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 완벽주의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힘든 작업이에요.

양철나무꾼 2015-03-04 2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가 쓴 글을 다시 읽고 고치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쓴글이나 책들을 읽는 편이었거든요.
그런데 님의 이 작업을 보니 좋은 글은 거저 나오는게 아닌가 봅니다. 많은걸 배우고 갑니다, 꾸벅~(__)

[그장소] 2015-03-04 21:13   좋아요 0 | URL
저도 다른 글들을 보며 형식미나
그런것을 보지..세세한 것까지 이리 보나..생각 지도 못했어요.
디테일이라고 하나..ㅎㅎㅎ
어쩐지 습격을 당한 기분이예요.
깜짝 놀랐어요.
몇번 이게..뭔가..지나치며..다른책 알리는 건가..참 재미없게도..알리신다.고 생각했어요.
자세히 읽어 볼 마음이 안 들었어요..이런 건 줄..모르고..
깊은 글 쓰기의 내습 입니다.
완전 기습 당한 ㅎㅎㅎ 그렇지만 즐거워요.

페크pek0501 2015-03-05 12:36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 님이 많은 걸 배우고 간다고 하시니 영광인 걸요.
제가 님한테 배워야죠.^^
어쨌든 이 싱거운 글을 보시러 왕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페크pek0501 2015-03-05 12:41   좋아요 1 | URL
어쩐지 습격 당한 기분...깜짝 놀람... 깊은 글쓰기의 내습...

와우! 호평이네요.

그냥 잊지 않기 위해 정리를 해 보자, 그랬습니다.
창피한 일이기도 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라는 것에 가치를 두면 되는 것이죠.

댓글 많이 남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그장소] 2015-03-05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피한 일..은 ㅡ전혀 돌아볼 줄 모르던..이런 무지한 이
한테나 통하는 말이..그런 경우 일 것이고요.^^ 그래서 완벽주의를 추구하신다는데..또 놀라고요..
감상주의에 빠진 제 글이 부끄럽기만 하네요. 그래도 제 새끼..아끼듯 그래야겠죠..?!

많은 분들이 아시고 혹은 이미 아실지도..
모르겠어요.

도움도 되고, 자극도 받는 기회가 되길..

그런 글을 보여주신 멋진 페크님도..
오늘 내내 안녕한 하루 보내시고요.^^
따듯한 미소를 날리며~

페크pek0501 2015-03-05 23:44   좋아요 1 | URL
하하~~ 저도 따뜻한 미소를 날립니다.
고맙습니당...
 

 

 

지난 1월 23일에 '단상(77) 니체를 헤아리며'라는 글을 올렸다. 그 글에서 “인간이 바라보는 세계란 이미 그 사람의 일부이다.”라는 니체의 문장을 강조하기 위해 다음의 글을 넣었다. 

 

 

 

 

 

사람의 눈은 카메라의 렌즈와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렌즈처럼 앵글에 비친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투과시키지 않는다. 가령 석양에 물든 산자락을 넋을 잃고 바라볼 때도 자연의 풍광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다. 본인 스스로는 마음을 비우고 본다 생각할지라도, 실상은 바라보는 대상 위에 영혼의 얇은 막을 무의식적으로 덮어씌운다. 그 얇은 막이란 어느 사이엔가 성격이 되어버린 습관적인 감각, 찰나의 기분, 다양한 기억의 편린들이다. 풍경 위에 이러한 막을 얹고, 막 너머를 희미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즉 인간이 바라보는 세계란 이미 그 사람의 일부이다.

 

 

- <초역 니체의 말 2>, 21쪽.

 

 

 

 

그리고 위의 글을 다음과 같이 예를 들어 설명한 게 있다.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인해 집을 팔고 작은 전셋집에서 살게 되고 게다가 남편은 중국에 가서 일하게 되어 부부가 따로 떨어져 살게 된 지인이 있다. 부부는 가난하지만 사이가 좋아서 아내는 남편을 그리워한다. 이 얘기를 듣고 어떤 이는 사이좋은 부부가 경제 사정으로 떨어져 살게 되었으니 불행한 부부라고 하고, 어떤 이는 그런 상황에서도 사이좋으니 행복한 부부라고 한다. 그가 바라보는 세계란 이미 그의 일부이다.”라고.

 

 

 

그리고 니체의 글 다음에 이렇게 덧붙였다.

 

 

 

“이 글을 기억해 두고 싶다. 그 이유는 어떤 일을 전해 들을 땐 누구의 말도 백 퍼센트 믿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생각해 냈기 때문이다. 전해 주는 사람이 재해석하여 전해 줌으로써 사실이 왜곡될 수 있어서다.”라고.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설명해 보려고 이 글을 쓴다.

 

 

 

A라는 사람이 친구 B에게 전화를 걸어 C라는 친구의 안부를 묻는다.

 

 

 

A : “C는 요즘 어떻게 지내니?”

B : “걔, 경제 사정이 나빠져서 작은 전셋집으로 이사했고 남편마저 중국에 가서 일하게 되어 따로 떨어져 살고 있어. 부부 사이가 좋으면 뭐하니. 걔가 그렇게 불행해질 줄 몰랐어.”

 

 

 

같은 질문에 이렇게 대답할 수도 있다.

 

 

 

A : “C는 요즘 어떻게 지내니?”

B : “걔, 경제 사정이 나빠져서 작은 전셋집으로 이사했고 남편마저 중국에 가서 일하게 되어 따로 떨어져 살고 있어. 하지만 여전히 부부 사이가 좋아. 그런 상황에서도 남편을 그리워하다니 참 행복한 부부야.

 

 

 

이렇게 같은 정보를 가지고도 사람에 따라서 정반대로 전할 수 있다. 이것은 전해 주는 사람이 재해석하여 전해 주기 때문이다.

 

 

 

오래전에 문학을 배울 때 독자에게 숟가락으로 떠먹이는 듯한 글을 쓰지 말라고 배웠다. 그것은 독자의 상상력을 차단시키기도 하고 독자의 수준을 무시하는 것이기도 하단다. 하지만 난 독자에게 숟가락으로 떠먹이는 글도 필요한 게 아닐까, 요즘 생각한다. 왜냐하면 도대체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어서 쓴 것인지를 모르겠다고 느껴지는 소설을 읽을 때가 있어서다.

 

 

 

그래서 <싱거운 후기>를 써 봤다. 그야말로 영양가 없는 싱거운 후기다. 그렇지만 내 속은 시원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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