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10주년 특별판>에 수록되어 있는 황정은의 ‘상류엔 맹금류’를 읽고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본다.

 

 

 

 

 

 

 

 

 

 

 

 

 

 

 

 

 

 

 

 

1. 즐거운 나들이에 대해서
‘나’(여자)와 ‘제희’(남자)는 연인 관계에 있다. 「제희와 같이 다니다보면 남자친구라기보다는 자매나 친한 남매 같을 때가 많았고 나는 그런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좀 즐거웠다.」(140쪽) ‘나’는 제희의 가족 네 명과 함께 수목원에 나들이를 간다. 수목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부터 제희네 가족은 의견 차이를 보인다. 소음이 신경 쓰이니 에어컨디셔너를 끄자는 제희의 아버지와 더워서 끌 수 없다는 나머지 사람들의 의견 차이였다.

 

 

즐거운 소풍 같았던 ‘수목원 나들이’는 결국 즐거운 나들이가 되지 못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우선 날씨가 더웠고, 제희의 어머니는 제희의 아버지에 대해 원망을 가지고 있었고, 게다가 수목원은 앉아 있을 만한 곳이 없었고, 식구들의 의견은 통일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으며, 제희가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소설은 즐거운 가족 나들이가 되기 위해서는 즐거운 나들이를 하겠다는 마음가짐만 필요한 게 아니라 다음과 같이 많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걸 느끼게 한다.

첫째, 나들이하기에 좋은 날씨여야 한다.
둘째, 식구들 사이에 원망이나 미움이 없어야 한다.
셋째, 나들이하기에 손색이 없는 목적지여야 한다.
넷째, 식구들의 의견 충돌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다섯째, 누군가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가족 소풍만 해도 여러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즐거운 소풍이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조건을 갖추어야 할까 헤아려 보게 된다.

 

 

 

 

 

 

2. 생각해 볼 만한 점
「제희네 부모님은 주변 상인들하고 계를 들어서 크게 현금을 돌리곤 했는데 어느 해, 제희네 어머니의 소개로 계원이 된 여자가 곗돈을 가지고 달아났다. 제희네 어머니와는 자매처럼 지내던 사이로 일이 벌어지고 보니 시장 안에서 신용이 있었던 재희네 이름으로 여러 상인들에게 상당한 금액의 돈을 빌리기까지 했던 모양이었다. 모두 합치자 큰돈이 되었다.」(142쪽)

 

 

그리하여 재희네 어머니에게 그 책임이 전가되어 큰 빚을 지게 되었다. 물론 재희네는 그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처지였다.

 

 

이때 다음의 1)과 2) 중에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1) 그 빚이 어머니 자신이 쓴 돈이 아니니까 주변 사람들 몰래 식구들과 도주해 버린다.

 


2) 어머니 자신이 쓴 돈은 아니지만 다섯 명의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그 빚을 끝까지 갚아 나간다.

 

 

 

제희네는 빚을 갚기로 결정한다.

 

 

「그들은 아이들을 기르며 빚을 갚겠다고 결심했다.」(143쪽)


 
제희의 부모인 두 사람은 빚을 전부 갚기도 전에 늙어 버렸고 그래서 제희네 누나들과 제희가 그 빚을 갚으며 살 수밖에 없었다. 어려운 형편이었으므로 제희네 누나들 가운데 대학에 진학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제희네 부모님은 왜 도망가지 않았을까. 왜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지 않았을까.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고자 하는 것은 자신들의 욕심일 뿐이라는 생각은 안 해 보았을까. 빚을 떠안으면서 딸들에게 짐을 지운 것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을까. 자신들의 양심과 도덕에 따랐지만 딸들의 인생을 놓고 봤을 때는 부도덕한 선택이 아니었을까.」(144쪽)

 

 

생각 1) 만약 제희네가 빚을 갚지 않기 위해 도망갔다면 빚을 받아야 할 피해자들이 큰 타격을 받는 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 2) 빚을 떠안으면서 부모들 자신의 양심은 지켰지만 자식들에게 짐을 지게 함으로써 자식들에게 피해를 주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게 바람직한 것일까?

 

 

생각 3) ‘나와 나의 가족에게 유리한 길’과 ‘인간으로서의 옳은 길’ 중에서 어느 길을 가는 게 바람직한 것일까?

 

 

 

 

 

 

3. 인상적인 문장에 대하여 느낀 점
1) 「카트에 실린 짐이 자꾸 아래쪽으로 쏟아졌다. 제희는 비탈에 무릎을 꿇고 짐을 다시 쌓은 뒤 고무줄을 더 팽팽하게 조였다.」(157쪽)
→ 여러 명의 짐을 혼자서 감당하고 있는 제희의 모습에서 한 사람의 희생이 있어야만 가족 공동체가 유지됨을 느끼게 한다.

 

 

2) 「위쪽에 맹금류 축사가 있더라고 나는 말했다. 똥물이에요.

저 물이 다, 짐승들 똥물이라고요.」(161쪽)
→ 남들이 음식을 먹고 남은 찌꺼기(똥물)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수목원이 아니라 쾌적한 호텔로 나들이를 했더라면 짐승들의 똥물을 볼 일이 없었을 것이다. 돈 없이는 즐거운 나들이가 불가능한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하필 나들이의 목적지에서 짐승들 똥물을 보게 된 것은 그 누구의 탓도 아니고 운이 나빴을 뿐인지 모른다.

 

 

3) 「어째서 제희가 아닌가.」(162쪽) (‘나’와 결혼한 사람이 어째서 제희가 아닌가, 라는 말 같다.)

→ 의미심장한 말로 읽힌다. 내 생각엔 자신의 의지대로 살기도 하고 의지와 상관없이 현실의 상황에 따라 살기도 하는 게 우리의 인생인 것 같다.

 

 

 

 

 


.................................
‘상류엔 맹금류’는 다의적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많은 단편 소설이라서 흥미롭게 읽었다.
이 글은 소설의 주제와 무관할 수 있는, 그저 나의 감상임을 밝혀 놓는다.

 

 

 

 

오늘 보니 '즐겨찾기등록: 476명'으로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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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0-02-11 2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읽어서 거의 다 잊어버렸지만, 수목원에 갔을 때 안 좋았다 해도 ‘나’는 제희와 식구가 되지 못한 걸 아쉬워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식구라 해도 여럿이 함께 어딘가에 가면 삐걱거리기도 하는 듯해요 그런 것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좋은 기억이 될지...


희선

페크pek0501 2020-02-12 12:33   좋아요 1 | URL
‘나‘는 여행 가 보고 나서 제희네 가족에게 실망해서 돌아섰는지도 모르죠.
명확히 쓰지 않은 걸로 봐서, 작가는 독자의 상상에 맡깁니다,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아침에 일어나 보니 땅이 젖어 있더라고요. 밤에 비가 왔나 봅니다. 미세먼지가 씻겨 나가면 좋겠네요.
오늘도 활기찬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폴리쿠시카는 『레프 톨스토이, <무도회가 끝난 뒤>, 펭귄클래식 출판』에 수록되어 있는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기 전에 알아 두어야 할 사항이 있다.

 

 

* 참고 사항 : 옮긴이 주(367쪽)에 따르면 ‘강제 징집’은 제정러시아의 주요 징병 제도로서, 영지 주인에게는 아무나 징집에서 면제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지만 그 대신 대리병을 찾거나 엄청난 돈을 지불해야 했다고 한다. 군에 징집되면 20년 또는 그 이상 복무해야 했는데 살아 돌아오는 자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1. 줄거리

 

‘포크롭스코예’라는 마을에서는 세 명의 남자가 강제 징집 당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셋 중 두 명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나 한 명을 누구로 정할 것인가로 의견이 분분했다. 영지 관리인은 집안 농노인 폴리쿠시카(폴리케이)를 보내고 싶어 했다.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폴리쿠시카는 평판이 좋지 않은 데다 곡물 같은 것을 훔치다 들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강제 징집의 대상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여주인(주인마님)은 그를 신병으로 내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여주인은 폴리쿠시카의 아이들을 볼 때마다 귀여워했고 더구나 폴리쿠시카의 나쁜 행실을 성경의 가르침으로 바로잡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폴리쿠시카는 대다수 사람들이 훌륭한 장인이라고 인정하는, 말을 돌보는 수의사다. 그는 다른 마을의 종마 사육장에서 자랐는데 그 일대에서 제일가는 도둑인 말 사육사 밑에서 자라며 도둑질을 배웠다. 원래 선량한 사람인데 어느새 훔치는 일에 익숙한 젊은이가 되어 있었다. 시간이 흐르자 도둑질에서 그만 손을 떼고 싶었지만 술을 좋아하고 의지가 약해서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를 도둑놈 보듯 했고 강제 징집 시기가 돌아오자 일제히 그를 지목했다. 


  
이런 폴리쿠시카에게 여주인은 심부름을 시킨다. 먼 길을 떠나 상인(정원사)에게 가서 큰돈을 받아 오라는 심부름이었다. 폴리쿠시카는 매우 가난했지만 심부름으로 받아 올 큰돈에 욕심을 갖지 않았고 심부름을 맡게 되어 행복한 마음이 되었다. 큰돈을 받아 술을 마시지 않고 무사히 와서 주인마님에게 전해 주면 주인마님의 신뢰를 받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고, 자기에 대한 사람들의 나쁜 평판이 달라지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폴리쿠시카는 주인마님이 직접 타고 다니기도 하는 바라반(말)이 끄는 짐마차를 타고 심부름을 하러 떠났다. 마침내 그는 정원사로부터 거금이 들어 있는 봉투를 받아 안전하게 품에 넣고는 선술집도 술 판매점의 유혹도 모두 이겨 내고, 자신의 손에 들어온 돈이 거금이라는 사실에 어린애 같은 만족감을 느꼈다. 이제 거금을 주인마님에게 전해 주는 일만 남았다. 거금을 주인마님에게 전해 주고 나서 주인마님에게 받을 치하의 말과 심부름 값 5루블과 기뻐하는 가족의 얼굴을 떠올리며 한껏 꿈에 부풀었다.

 

 

폴리쿠시카는 모자 안으로 돈 봉투를 넣어 모자를 쓰고 짐마차를 몰며 집으로 향했다. 모자 안에 넣은 돈 봉투를 잃어버릴까 봐 모자를 벗어 돈을 만져 보기도 했다. 어서 빨리 집으로 가고 싶었다. 서서히 날이 밝아 왔고 밤새 한숨도 이루지 못한 폴리쿠시카는 졸기 시작했다. 졸면서 짐마차의 횡목에 머리를 부딪치기 시작했다. 그는 집에 다 와서야 잠이 깼다. 잠이 깨자마자 얼른 모자를 움켜쥐었다. 그는 돈 봉투가 모자 안에 있으리라 굳게 믿으며 모자를 벗지 않았다. 그런데 집까지 100걸음 정도 남겨 두었을 즈음 폴리쿠시카는 느긋하게 모자 안감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돈 봉투가 없었다. 그의 얼굴에서 핏기가 점점 사라졌다. 그는 말을 세워놓고 돈 봉투를 찾아보았다. 돈은 어디에도 없었다. “세상에!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일이지? 아, 이제 이 일을 어째!” 그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울부짖었다.

 

 

그러는 동안 주인마님은 폴리쿠시카를 애타게 기다렸다. 그러나 폴리쿠시카는 돌아오지 않았다. 심부름으로 받은 돈을 잃어 버린 폴리쿠시카는 스스로 목매달아 죽는다.(평판이 나쁜 폴리쿠시카였기에 돈을 잃어 버렸다고 말을 해도 아무도 믿지 않을 것 같아 절망감에 빠져 자살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의 시신은 다락방에서 발견되었다. 폴리쿠시카의 아내는 아기를 씻기다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손에서 아기를 떨어뜨리고 남편의 시신이 있는 그곳으로 달려 나간다. 그때 아기의 머리가 물속에 빠져 죽게 된다. 그리하여 폴리쿠시카의 아내는 남편과 아기를 같은 날에 잃게 되었다.

 

 

한편 강제 징집 대상이 된 일리야(일류시카)는 큰아버지 두틀로프가 돈을 내고 자신이 강제 징집 당하는 걸 막을 수 있는데도 돈이 아까워 그렇게 해 주지 않는 거라고 원망한다. 두틀로프는 그런 조카에게 연민을 느낀다.

 

 

두틀로프는 폴리쿠시카가 잃어버린 돈을 가지고 주인마님을 찾아온다. 두틀로프는 조카 녀석을 신병으로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그 돈을 발견한 것이라며 폴리쿠시카가 모르고 떨어뜨린 게 틀림없다고 말한다. 주인마님은 그 돈 때문에 폴리쿠시카가 죽었으므로 불길한 돈으로 여겨 돈도 반갑지 않고 두틀로프의 방문도 반갑지 않다. 주인마님은 두틀로프에게 그 돈을 가져도 좋다고 말한다. 그래서 주인마님의 허락 하에 그 거액의 돈은 두틀로프가 갖게 된다. 결국 이 돈으로 조카 일류시카가 강제 징집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으니 조카인 일류시카와 그의 가족과 두틀로프는 그 돈 덕분에 불행을 피할 수 있었다. 이들이 불행을 피하게 되어 기쁨에 들떠 있는 동안 다른 한쪽에서는 욕을 퍼부으며 얼굴이 분노로 이글거리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두틀로프가 조카인 일류시카 대신 신병으로 보내기 위해 거금을 지불하고 산 지원병인 알료하였다.

 

 

이 소설의 결말은 다음과 같다.

 

 

폴리쿠시카는 죽었고, 징병을 피하게 된 일류시카와 그의 가족은 기쁨에 들떠 노래를 불렀으며, 징병 대상자가 된 알료하는 불행한 사람이 되어 분노하였다. 

 

 

 

2. 인상적인 문장

 

“많은 문제가 돈에서 생겨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133쪽)

 

 

“누구한테는 (돈이) 재앙인데 누구한테는 복이라니, 원.”(160쪽) 


 
“죄 짓지 마시오.” 주인 손에 선금을 쥐어 주며 두틀로프가 말했다. “결국 사람은 모두 죽는단 말이오.”(176쪽)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네 편의 소설 모두 흥미롭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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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드라마를 재방송으로 볼 때가 있다. 재방송을 봄으로써 드라마를 두 번 보면 좋은 점이 있다. 처음에 봤을 때 놓쳤던 것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내 생각을 예로 들어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여주인공이 버스에서 지갑을 놓고 내리게 만든 것은 남주인공을 만나게 하기 위함이군. 결국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에게 잃어버린 지갑을 갖다 주잖아. 저 부분에선 왜 비가 오지? 아하... 두 남녀를 또 우연히 만나게 하기 위함이군. 비를 맞고 가는 여주인공을 남주인공이 우산을 씌워 주잖아. 그리하여 이 드라마는 두 남녀의 연애를 다루겠다는 거잖아. 저 부분에선 왜 감미로운 음악이 나오지? 아하...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침으로써 어떤 감정의 교류가 있었다는 걸 말함이군. 왜 하필 그 만남은 해질 무렵에 이뤄지지? 아하... 그래야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에게 “함께 저녁을 먹을 수 있을까요?” 하는 요 따위의 대사를 말할 수 있는 거지. 여주인공은 왜 거절하지? 아하... 너무 쉽게 만남이 이뤄지면 재미가 없잖아. 아니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저 여자는 왜 남주인공에게 반한 듯한 표정을 보이지? 아하... 그렇지. 훼방꾼이 있어서 삼각관계를 이뤄야 드라마가 흥미롭게 전개되지.

 

 

이 뻔하고 유치한 드라마를 앞으로 계속 보겠어. 뻔한 삼각관계의 러브스토리를 드라마 연출가가 얼마나 그럴듯하게 만드는지 보겠어. 왜냐하면 말이지, 중요한 건 큰 물줄기가 아니거든. 큰 물줄기의 바탕 위에서 어떤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시청자들을 빨아들일지가 관건이거든. 어떤 맛깔스러운 대사로 시청자들을 빨아들일지가 관건이거든. 삼관관계를 다룬 드라마는 많았어. 그런데 왜 어떤 드라마는 성공하고 어떤 드라마는 실패하는가. 이것은 이런 작은 물줄기가 만드는 법이거든. 이때 사소함은 ‘결코 사소하지 않음’인 거지. 작은 시비가 큰 싸움을 만들듯이 뭐든 시작은 작은 것에서 출발하는 법이니까.  

 

 

라고 페크가 생각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말하게 되었는데 내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재방송을 시청하는 것의 좋은 점에 관한 것이었다. 재방송을 시청할 때의 좋은 점은 처음에 놓쳤던 것을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는 점이 되겠다. ‘여유’를 ‘안목’으로 바꿔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책을 두 번 읽는 경우는 어떨까.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책도 두 번 보면 처음보다 꼼꼼히 읽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다음의 글이 그걸 증명한다.


 
...............  
평론가가 쓴 글을 보고 어쩌면 이렇게 꼼꼼하게 분석할 수 있는가 하고 놀라는 분들이 있다. 어쩌다가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내가 슬쩍 누설하는 비밀은 이것이다. “평론가가 여러분보다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닙니다. 그들의 비밀은 작품을 여러 번 본다는 데 있습니다.” 소설이건 영화건 그 무엇이건, 한 번 보고 알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영화평론가에게 들은 적이 있는 말인데 좋은 영화를 최소 세 번은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첫 번째에는 이야기를 따라가느라 정신이 없고, 두 번째에는 비로소 구조가 보이기 시작하고, 세 번째쯤 돼야 영상과 음악 등에까지 신경을 쓸 수 있다는 것. 문학작품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한 번에 다 파악할 수 있는 천재도 있기는 할 것이다. 나는 천재가 아니라서 보고 또 본다. 보일 때까지 말이다.(389쪽)

 

확실히 작품은 사람과 비슷하다. 첫인상이 전부는 아니라는 점에서 말이다. 더 심각하고 진지하게 말하자면, 한 번 보고는 아무것도 제대로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말이다.(390쪽)

 

- 신형철,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서.

............... 

 

 

 

 

 

 

 

 

 

 

 

 

 

 

 

 

 

 

저자는 이 책 뒷부분에 자신이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중 ‘노벨라 베스트 6’이라는 제목으로 추천한 책의 목록에 눈길이 쏠린다. 저자는 책 여섯 권을 뽑은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정했다고 한다.

 

 

첫째, 소설일 것.
둘째, 시적일 것.
셋째, 짧을 것.

 

 

멋지다. 소설이면서 시적이면서 분량도 많지 않은 책이라니!

 

 

나는 다 사 보고 싶어서 검색해 봤다.

 

 

다음의 책들이다.

 

 

마루야마 겐지, <달에 울다>
크리스토프 바타이유, <다다를 수 없는 나라>
아고타 크리스토프, <어제>
배수아, <철수>
파스칼 키냐르, <로마의 테라스>
황정은, <백의 그림자>

 

 

 

 

 

 

 

 

 

 

 

 

 

 

 

 

 

 

 

 

 

 

 

 

 

 

 

 

 

 

 

 

 

 

 

저자가 추천한 책들이 이 밖에도 많은데
내가 이런 책들이 유독 좋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문장이 시적이라서 좋고
분량이 적어 두세 번 반복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점.

 

 

 


어제 신문에서 본 것
동리목월문학상 수상자에 소설가 이승우, 시인 문태준.
수상 소설집 - 이승우, <모르는 사람들>
수상 시집 - 문태준,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상금은 각각 6천만원.

(이 자리를 빌어서 두 분께 축하드립니다.)

 


 

 

 

 

 

 

 

 

 

 

 

 

 

 

 

 

 

 

 

 

 

읽고 있는 책
정혜신, <당신이 옳다>
녹색평론 통권 163호 - 2018년 11월~12월

 

 

 

 

 

 

 

 

 

 

 

 

 

 

 

 

 

 

 

 

 

읽으려는 책
움베르토 에코, <제0호>

 

 

 

 

 

 

 

 

 

 

 

 

 

 

 

 

 

 

 

 

 

 

자주 들춰 보는 책
블레즈 파스칼, <팡세>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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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가는 게 아쉬워서 사진을 많이 찍어 두었습니다.
두 장만 골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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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반복해서 읽는 독서에 대하여...
    from Value Investing 2018-11-24 02:19 
    페크 님의 글에 적극 공감합니다. 드라마든, 영화든, 책이든, 음악이든, 반복해서 보거나 들을수록 더 자세히 알게 되고,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얘기는 일견 너무나 당연한 얘기 같지만, 유독 책의 경우에는 반복해서 읽는 경우가 그리 흔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시험을 치르기 위해서 교과서를 열심히 반복해서 읽는 경우가 아니라면요.) 왜 그런가에 대해서는 저마다 다른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쉽게 생각하자면 '한 번도 제대로 읽지 못한 책들을 너무나 많
 
 
hnine 2018-11-23 14: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른책은 안읽어봐서 몰라도 마루야마 겐지의 달에 울다 는 위에 말씀하신 세가지 조건에 딱 맞는 책이라는 생각입니다. 아마 그 책을 읽은 많은 분들도 그리 생각하실것 같아요.
안읽은 책을 읽은 것처럼 얘기하기도 하는 세상에 같은책을 여러번 보는 일은 그책이 정말 좋거나 프로 정신이거나, 둘 중 하나이겠지요?

페크pek0501 2018-11-24 13:05   좋아요 0 | URL
달에 울다, 부터 사 봐야야겠군요. 무지 궁금하군요.
이승우 저, <생의 이면>을 여러 번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참 좋았거든요. 지금도 읽으면 좋을지 그건 잘 모르겠어요. 여행지에 가서도 읽었죠. 이미 읽은 것을요.
어떤 페이지는 아마 열 번도 넘게 읽었을 겁니다. 그 다음에 또 그 작가의 책을 사 보았는데 그땐 실망이 되더라고요.

읽을 책이 많아 좋다고 생각하기로 합니다. 마음먹기에 달렸으니까요.
좋은 날 되세요.
고맙습니다.

stella.K 2018-11-23 16: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드라마는 재방송을 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냥 정말 마음에 드는 드라마는 공부한다고 생각하고 나중에 다시 한 번
돌려봐야겠다는 생각은 합니다만. 그것도 생각뿐 될지 모르겠어요.ㅎ
영화는 2,3번 본 작품이 있긴 하죠. 정말 달리 보이는 게 있긴 하더라구요.

정말 평론가들은 그렇게 보는군요.
그러니 얼마나 슬픕니까?
그것을 거듭해 볼 때까지 다른 건 볼 수도 없을테니...ㅋ
노벨라 베스트 목록은 저도 읽고 싶네요.
전 솔직히 너무 얇은 책은 손이 안 가던데
반복해서 읽고, 시 같은 소설이라면 얇은 책이 좋을 것 같아요.
오늘도 유익한 글이었습니다. 고맙슴다.^^

페크pek0501 2018-11-24 13:10   좋아요 1 | URL
드라마 재방송 보면 재밌어요. 처음부터 다시 보는 것도 재밌더군요. 아, 저렇게 만났었구나, 그땐 서로 사랑했었구나, 근데 나중에 이혼하게 된거구나, 뭐 이러면서...
거꾸로 보는 게 재밌어요. 저렇게 사이가 좋았는데 나중에 친구 사이에 원수가 된 거구나 하는 것도 흥미롭고요.

저는 예전에 학생들한테 두 권을 읽을 시간에 같은 책을 두 번 읽어라, 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작품 이해를 위해서죠. 저는 잘 실천하지 않으면서... 늘 새로 산 책이 있어서 그거 뒤적거리느라 같은 책 보기가 쉽지 않지요.

팡세와 차라투스~ 는 밑줄친 부분을 반복해서 읽기 좋아합니다. 읽은 글인데도 새롭게 느껴집니다. 저의 상상력을 자극해서 좋아하고 사유 깊은 글이 많아 배움이 즐거워서요. 이것만큼은 한 번 읽는 걸로 끝나지 않더군요.
고맙습니다. 굿 데이~~

카알벨루치 2018-11-23 15: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이 거기에 열렸네요~가을입니다 ㅎㅎ감기가 잘 안떨어지네요 흑흑

페크pek0501 2018-11-24 13:11   좋아요 0 | URL
감이 안 떨어지고 저렇게 붙어 있는 게 신기했어요. 까치가 먹기도 할 터인데...
불과 며칠 전 사진이랍니다.
앙상한 가지에 붙어 있는 감. 운치 있어 보였어요.
고맙습니다. 굿 데이 보내시길...

서니데이 2018-11-23 15: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도 그렇지만, 같은 영화나 드라마를 여러번 보아도 한번도 못 본 것 같은 장면이 나올 때가 있어요. 여러번 보아도 그런 장면이 있으면 어? 하는 기분이 듭니다. 재미있어서 여러번 보는 것과 달리 평론가들의 경우에는 조금은 숙제같은 느낌이 들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페크님, 오늘은 날씨가 조금 더 차갑습니다. 따뜻하고 기분 좋은 오후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8-11-24 13:13   좋아요 1 | URL
저도 그런 경험을 합니다. 이런 문장을 처음 보는데 내가 읽었단 말이지? 이러면서
내 기억력을 의심하죠. 원래 인간의 기억력이란 보잘것없음, 이죠.

오늘 친구와의 점심 약속 있었는데 서로 깜빡 해서 약속 다시 정하는 걸로 문자 서로 주고받고 있어요. ㅋㅋ

차가운 날씨 건강하게 지냅시다. 고맙습니다.

북프리쿠키 2018-11-24 1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짪을 것!! 맘에 듭니다 ^^

페크pek0501 2018-11-24 13:15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점이 맘에 듭니다. 9백 쪽 분량의 위대한 유산 1, 2를 다 읽었더니
함부로 그런 두꺼운 장편은 사지 말자, 가 되더군요. 읽을 땐 재밌고 좋았지만
그거 읽는 동안 다른 책을 못 보니까 말이죠.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댓글 한 표, 고맙습니다.
 

 

 

 

 

 

 

 

 

 

 

 

 

 

 

 

제0호
움베르토 에코 지음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지음

 

 

 

 

 

 

 

 

 

 

 

 

 

 

 

 

 

 

당신이 옳다
정혜신 지음

 

 

 

 

 

 

 

 

 

 

 

 

 

 

 

 

 

 

 

녹색평론 통권 163호 - 2018년 11월~12월
녹색평론 편집부 지음

 

 

 

 


나, 한때 꿈이 많았으나 현재는 책광으로만 살고 있는 것 같다.

책광이란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말한다.

책광인 것만 해도 행복한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내가 복 하나는 확실하게 가지고 있다고 여긴다.

 

책으로 인해 행복한 시간이 많았으므로.

 

앞으로도 많을 것이므로.

 

 

 

 

...............
나, 한때 부자였다. 꿈의 부자, 게으른 몽상가, 그 푸른 스무 살 시절, 나는 얼마나 많은 것이 되고 싶었던가. 내가 지나온 지난 이십 년은 그 많던 꿈들을 버려 온 시간이었다. 클랙션 대신 트럼펫을 부는, 대륙을 횡단하는 트레일러 운전사, 자전거를 타고 노을진 논길을 달려오는 시골학교 선생, 산림 감시원, 태평양을 횡단하는 요트 운송 요원, 실크로드 도보 여행, 칠레 종단 열차 여행, 마다카스카르 총독… . 나는 꿈을 꾸었으나, 꿈은 나를 꿈꾸아 주지 않았다. 시와 영화 보기, 그리고 ‘단순한 삶, 깊은 생각.’ 이것이 마지막 남은 나의 꿈이다.(94~95쪽)
- 이문재, <바쁜 것이 게으른 것이다>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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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2018-11-06 2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취향저격인데요?

페크pek0501 2018-11-07 18:3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사람마다 독서 취향이 다 다르죠. 제가 좋아하는 분야가 한쪽으로 몰려 있다 보니
두 가지 책에서 중복되는 글을 발견하기도 하지요. 저자의 주장이란 게 비슷한 경우가 많더라고요.
신형철 저자는 너무 글을 잘 써서 신간이 나와 샀습니다.
녹색평론은 격월간지인데 계속 사 보려고 생각하는 책입니다. 미투 운동처럼 녹색 운동도 해야 하는 지점에 이른 것 같거든요.

데미안 님의 닉네임 좋군요.
댓글, 감사합니다. 굿 밤 되세요.

데미안 2018-11-07 19: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긴 이유를 빼놓고 단도직입만 했는데역시 저랑 같은 의견이세요!!!
저의 긴말은 페크님의 답글로 대신합니다. 저는 훈훈함만 남기고 갈게요!!

페크pek0501 2018-11-10 14:52   좋아요 0 | URL
훈훈함을 잘 접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레지나 브렛을 알게 되다

 

 

유익한 책은 재미가 없고 재밌는 책은 유익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최근 딱 맘에 드는 책을 만났다. 유익함과 재미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은 책이다. <특별한 날은 언제나 오늘>이란 책이다.

 

 

 

 

 

 

 

 

 

 

 

 

 

 

 


 

레지나 브렛의 칼럼을 모은 책 <특별한 날은 언제나 오늘>

 

 

이 책은 레지나 브렛이 삶에서 겪은 중요한 경험들을 ‘50가지 인생 수업’이라는 주제로 엮어낸 것으로, 출간 직후 미국 독자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어 24개국에 번역 출간되었으며, 전 세계 수많은 독자들로부터 깊은 공감과 찬사를 받았다. - (알라딘, 추천글)에서.

 

 

저자 :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미국 오하이오의 대표 신문사인 <플레인 딜러The Plain Dealer>의 인기 칼럼니스이다. 2003년에 ‘오하이오 최고의 칼럼니스트’로 선정되었으며, (···) 칼럼니스트로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에는 클리블랜드 저널리즘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고, 미국칼럼니스트 협회장을 역임했다. - (알라딘, 책소개)에서.

 


레지나 브렛은 마흔다섯이 되던 어느 날 침대에 누워 삶을 반추하면서 자신이 인생으로부터 무엇을 배웠는지 되돌아보았다고 한다. 그때 갑자기 영감이 샘물처럼 솟아올랐고 아이디어가 마구 흘러나왔다고 한다. 그것들을 붙잡기 위해 글로 옮기기 시작했고 그것이 ‘삶이 가르쳐 준 45개의 인생 수업’이라는 제목의 칼럼이 되었다.

 

 

잡지의 편집자는 그 글을 싫어했다. 편집장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어쨌든 실어나 보라고 맞섰다. 편집자나 편집장의 예상과는 달리 클리브랜드의 잡지 <플레인 딜러>의 독자들은 내 글을 좋아했다.(5쪽)

 

 

쉰 살이 되었을 때, 다섯 개의 칼럼을 추가해 신문에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곳곳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칼럼 앞으로 몰려온 것. 성직자들과 간호사들, 그리고 노동자들이 소식지와 회보, 그리고 지역신문에 칼럼을 다시 게재할 수 있도록 허락을 요구해 왔다. 그렇게 주목받기 시작한 그녀의 칼럼은 전 세계 블로그와 웹사이트에도 옮겨졌다.

 

 

칼럼은 내가 저널리스트로서 24년 동안 쓴 글 가운데 가장 사랑받는 글이었다.(6쪽)

 

 

삶이 평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미국 최고의 칼럼니스트가 되었다

 

 

스물한 살 때는 미혼모가 되었고, 대학은 서른 살이 되어서야 겨우 졸업할 수 있었다. (···) 나는 18년 동안 싱글맘으로 살았으며 마흔이 되어서야 나를 여왕처럼 받들어주는 남자와 결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신은 눈을 감고 있는 듯했다. 결혼한 지 겨우 일 년이 지난 마흔한 살 때 암이 찾아왔다. 한 해 동안 치열하게 암과 싸워야 했고,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다시 한 해를 보내야 했다.(4쪽)

 

 

 


삶에도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말을 할 때 기술이 필요한 것은 듣는 사람뿐만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기분까지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하기 싫은 일이 있을 때 어떻게 말하는 게 좋을까? “오늘은 하기 싫어도 꼭 대청소를 해야 돼.”라고 말하는 것과 “오늘 대청소를 해치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어.”라고 말하는 것의 차이.

 

 

나갈 일이 있는데 비가 온다. 어떻게 말하는 게 좋을까? “나가야 하는데 귀찮게 비가 오네.”라고 말하는 것과 “오늘 우산을 쓰고 비 맞으며 외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어.”라고 말하는 것의 차이.

 

 

전자로 말하면 기분이 나빠지는 것 같고 후자로 말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지 않은가?

 

 

난 이 책에서 아주 좋은 걸 배웠다. 바로 이 글에서다.

 

 

주택에 페인트칠을 하는 직업을 가진 그의 삶은 딱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기회가 왔다.”
사람들은 그를, 모든 일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사람으로 생각한다. 그는 “오늘도 일하러 가야 돼.”라고 말하는 법이 없다. “오늘도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왔어!” 프랭크는 그렇게 말한다. 또 “식료품 사러 가야만 돼.”라고 하지 않고 “식료품을 살 기회가 왔어!”라고 말한다. (···) 그는 그렇게 모든 일을 마지못해 하는 법이 없다. 즐기면서 한다.(29~30쪽)

 

 

다음의 글을 읽고 나서 팬들을 열광시키는 칼럼을 쓰는 일이란 참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엄마가 가장 좋아했던 칼럼니스트는 엘마 봄벡이다. 나는 그녀의 글을 읽으며 성장했다. 유머가 많았고, 가정주부였으며, 우리 엄마를 소리 내어 웃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작가이기도 했다. 엄마는 엘마의 책을 모두 갖고 있었다.(134~136쪽)

 

 

작가에겐 이런 뻔뻔한 태도와 강한 정신이 필요한 것 같다.

 

 

그때 나는 결심했다. 나는 이미 칼럼니스트다. 아직 한 편의 칼럼도 게재하지 못했지만 나는 칼럼니스트다. 나는 낙천적인 아이처럼 삽을 들고 칼럼을 찾기 시작했다.(133쪽)

 

 

저자는 역경을 역경으로만 끝내지 않고 거기서 소중한 교훈을 뽑아낸다.

 

 

유방암을 통해 깨달았다. 특별한 날을 위해 아껴두지 말라는 것을,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바로 특별한 날이라는 것을 말이다. 지금 즐겨야 하고 지금 써야 한다.(137쪽)

 

 

어제 세상을 떠난 사람이 가지지 못한 날이 ‘오늘’이라고 생각해 보면 지금 이 시간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책 제목이 말하고 있다. 특별한 날은 언제나 오늘이라는 것을.

 

 

맞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과거도, 미래도 아니고 현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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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8-07-14 1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에 넣습니다. 페크님 덕분에 좋은 책을 읽을 기회가 왔어요!^^

페크pek0501 2018-07-14 13:41   좋아요 0 | URL
저는 문나잇 님에게 답글을 쓸 좋은 기회가 왔어요. - 책에서 배운대로 씀. ㅋ

책이 작아서 실망했는데 책을 읽다 보니 재밌어서 그 실망이 다 상쇄되더라고요.

stella.K 2018-07-14 14: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편집자가 문제에요. 자기네들이 뭘 안다고...ㅋㅋㅋ
언니의 선택을 받은 책이라면 분명 좋은 책일 겁니다.
이미 그전에도 책이 있었네요.
저도 기억하겠슴다.^^

페크pek0501 2018-07-14 14:37   좋아요 1 | URL
편집자 자리에서 저도 근무한 적이 있는데 그 자리가 원래 건방을 떨게 되어 있는 자리예요. 심지어 명성 있는 작가에게서 원고를 받을 때도 이건 저렇게 고쳤으면 합니다, 라고 말한 적도 있어요. 저는 그때 글 한 편도 완결해 못 쓰는 주제에... ㅋ 교정 교열 능력만 좀 있었던 시절이었죠. 지금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려요.

결론은 편집자의 말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없다는 것. 편집장들이 퇴짜 놓은 원고가 나중에 유명한 고전이 된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서니데이 2018-07-14 16: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장 특별한 순간은 오늘, 지금 이순간.
하지만 지금보다는 지나가고 나서 가치를 알게 되는 때가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더운 여름입니다.
페크님, 건강 조심하시고, 기분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8-07-15 23:06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지나가고 나면 그때가 좋았어, 하게 되지요. 그래서 인간은 어리석은 존재이고요.

요즘 사람들의 생각이 현재 그리고 지금 여기, 를 중시하는 것 같아요. 각각 다른 책인데 이런 글을 많이 봅니다. 중요한 건 현재다, 그리고 바로 당신이 있는 여기가 중요하다는 글.
그런 책을 읽게 되어 우리가 변화하는 건지 우리가 변화해서 그런 책이 나오는 건지 ... ㅋ 일종의 시대의 흐름 같습니다.
서니데이 님도 매일 행복하십시오. ^^고맙습니다.

2018-07-14 1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15 2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