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뭘 잘하는지 알게 되었는데, 하고 싶은 건 따로 있어서 한때 고민한 적이 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내가 잘한다고 여긴 것도 착각일 수 있겠다 싶다.

 

 

자신이 잘하는 게 뭔지 정확히 아는 자, 그리고 잘하는 걸 즐기며 사는 자. 이런 자의 인생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만약 뭔가를 잘하지 못하지만 배우면서 즐기며 사는 자가 있다면 이런 자의 인생도 나쁘지 않다. 즐기며 산다는 건 몸이 건강하지 못하다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그것이 인생의 발목을 붙잡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이는 두 가지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첫 번째 해석은 몸이 건강하고 경제적으로 안정되었다는 것. 두 번째 해석은 이 두 가지 조건을 갖추지 못했지만 그걸로 인해 즐김에 방해를 받지 않고 산다는 것. 두 번째 해석의 예를 들면 이러하다. 당뇨병 같은 지병을 달고 살면서도 취미 생활을 하면서 살거나, 집을 마련하지 못해 비록 전셋집에 살면서도 취미 생활을 하면서 사는 것. 취미란 즐기기 위한 것이니 어느 경우든 취미가 있다면 좋은 인생이다.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몰두할 무엇이 있는 건 좋은 인생이라고 할 수 있다.  

 

 

여름은 시작되었다. 올여름도 더울 것이다. 폭염으로 가장 견디기 힘든 달이 이달 7월일 것이다. 8월만 되어도 낫다. 오는 8월 7일이 입추이고 8월 10일이 말복이니 말이다. 앞으로 7월 한 달을 덜 지루하게 보내려면 몰두할 무엇이 필요하다. 난 독서에 몰두하려고 한다. 시간이 나는 대로 책을 읽으면 어느새 폭염은 지나가리라.

 

 

 

 


1.
53년간 쓴 어머니의 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책 제목은 <어머니의 불>이다. 이 책은 어머니의 일기를 옮겨 놓고 글 사이사이에 저자가 부연 설명을 덧붙여 놓은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
사정없이 내리는 눈을 아침부터 다 맞고 다닌 탓인가 집에 들어오니 몸은 피로하고 오슬오슬 추워진다. 애들은 밥도 안 해놓고 쌈질만 하고 있어 한바탕 욕을 하였다. 애들이야 무슨 죄가 있을까만 내 화풀이를 할 곳은 애들뿐이다. 저녁 먹고 자리에 누우니 몸은 천 조각이 된 양 싶다. 성모여 받으소서.(29쪽)

 

엄마는 공장 일을 하는 한편 한강로에 있던 태평양화학에 가서 코티 분을 구입해 화장품 장사를 했다. 이른바 투잡이다.(29쪽)


- 민혜, <어머니의 불>에서.
....................

 

 

저자의 어머니가 쓴 글은 검정색 글자로, 저자가 쓴 글은 빨간색 글자로 구분해 놓아 읽기 편하다.

 

 

이 책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다음 글이 책 뒤표지에 있다.

 

 

“슬픔과 고통을 가슴속에 담은 채 긴 세월을 보내야 했던 한 가족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이 책은 오늘날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줄 것으로 기대한다. - 칼럼니스트 피은경” - 책 뒤표지에서.

 

 

 

 


2.
어떤 걸로 구매해야 할지 다음 세 가지 중에서 고민했다.

 

 

1) 철학과 굴뚝청소부 – 판매가 16,200원
2) 철학과 굴뚝청소부 (큰글자책) - 판매가 31,350원
3) 철학과 굴뚝청소부 (오디오북) – 판매가 22, 500원(무삭제, 11시간 27분)

 

 

고민하다가 가장 저렴한 1)번으로 구매했다. 나중에 내용을 반복해 듣고 싶다면 오디오북을 구매하면 될 듯하다. 내용이 알찬 책이라 맘에 든다. 이런 종류의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읽고 나면 뿌듯했다. 

 

 

 

 

 

 

 

 

 

 

 

 

 

 

 


 이진경, <철학과 굴뚝청소부>

 

 

 

 


3.
오래된 책이라 종이가 누렇게 변색되고 벌레가 있을 것 같아 톨스토이의 단편집을 버리고 새로 두 권을 구매했다.

 

 

 

 

 

 

 

 

 

 

 

 

 

 

 

 

 


<톨스토이 단편선>은 차례를 보니 반 이상이 읽은 것이라서 <톨스토이 단편선 2>부터 봤는데 ‘세 가지 물음’이란 단편을 읽고 깜짝 놀랐다. 요즘 들어 본 적이 있는 말이 톨스토이의 글에서 나온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 옛날에 쓴 글이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놀라움! 아니 지금 회자되고 있는 것이 그 옛날에 씌어졌다는 것에 대한 놀라움!

 

 

당신에게 중요한 순간은?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은?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이 세 가지의 물음에 대한 톨스토이의 답은 다음과 같다.

 

....................
그러자 은사가 말했다. “ (중략) 그러니 기억하시오. 중요한 순간은 바로 ‘지금’이라는 사실을 말이오. 지금이 가장 중요한 순간인 이유는 우리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 때문이오. 또한 가장 필요한 사람은 지금 당신과 함께 있는 사람이오. 그 누구도 자신이 앞으로 어떤 사람과 인간관계를 맺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라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은 함께 있는 그 사람에게 선을 행하는 것이오. 이는 인간이 이 세상에 온 유일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오.”(66쪽)


- 톨스토이, <톨스토이 단편선 2>에서.   
....................

 

 

‘세 가지 물음’이란 단편은 1903년작이니 톨스토이의 위대함을 새삼 느끼게 한다. 컴퓨터도 없고 스마트폰도 없던 시대에 살면서 그런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니.

 
 
가장 중요한 순간은 바로 지금이라는 문장을 여러 책에서 본 것 같은데 톨스토이를 언급한 걸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나만 보지 못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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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7-07 12:1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몰입할 수 없는 여건에 잠시 들어갔다 나오면 더욱 인생을 즐기고 몰입꺼리를 찾는 것도 같아요. (제가 그랬음ㅋㅋ)톨스토이나 조지오웰이 요즘 시대에 살았다면 어땠을지 생각만해도 재밌네요.ㅋㅋㅋ

페크pek0501 2021-07-07 12:25   좋아요 5 | URL
저는 출근하는 날에 일찍 잠이 깨져서 책을 읽다가 출근한 적이 있는데 그때의 독서는 꿀맛이었어요. 시간의 여유가 없으면 더 몰입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천재 작가들이 요즘 살았다면 더 명작을 남겼을 것도 같은데, 반대로 폰 게임에 빠져서 책을 쓰지 않을 수도 있어요.ㅋ 열악한 환경에서 명작은 탄생하는 것. 왜냐하면 그것밖에 할 게 없어서가 아닐까요. 절박할 때 더 열심히 살게 되잖아요.
잘 모르겠습니다. 히히~~

붕붕툐툐 2021-07-07 14:0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53년 동안 일기를 썼다니 대단한 분이네요!!
전 살면서 한 번도 뭘 잘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지금을 배우며 감사하며 살려고 노력하지만, 가끔 출근하기가 너무 싫은 건 어쩔 수 없는 직장인의 숙명?ㅎㅎ
페크님이 잘 하신다고 생각한 거 궁금해요~ 아마도 글쓰기?ㅎㅎ

페크pek0501 2021-07-08 10:55   좋아요 3 | URL
그렇죠. 대단한 거죠.
잘하는 게 글쓰기라면 얼마나 좋겠어요. 글쓰기는 그저 좋아하는 거죠.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일치하는 사람을 부러워합니다. ^^

겨울호랑이 2021-07-07 14:05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자신이 잘 하는 것을 알고, 그것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분명 행복할 것 같습니다. 다른 한 편으로 자신이 누군가에게 느끼는 감정이 사랑인지 그 사람을 만나는 순간 알고, 그 사람도 자신을 같은 정도로 사랑한다면 그 또한 다른 종류의 분명한 행복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페크pek0501 2021-07-08 10:59   좋아요 5 | URL
한쪽이 다가가려고 하면 다른 한쪽은 딴 생각을 하고 있기 일쑤.
서로 같은 마음일 가능성이 적죠. 같은 마음일 때 결혼도 되는 거겠죠.
친구 사이도 그렇답니다. 마음의 일치를 보기란 쉽지 않아요. 모든 인간관계가 그러할 듯합니다.
나는 춤을 추고 싶은데 그는 잠을 자려 한다, 대충~ 이런 문구가 생각나네요. ㅋ

페넬로페 2021-07-07 14:1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가 잘 할수 있는것과 없는 것이 너무 확실해서 잘 할 수 있는것만 하고 사는것도 행복해요^^
올려주신 책 잘 읽어보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1-07-08 11:00   좋아요 3 | URL
확실하다는 느낌, 그거 좋은 겁니다.
예. 검색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새파랑 2021-07-07 14: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즐기면서 살 수 있다는건 정말 축복인거 같아요. 요즘은 책읽는게 가장 즐거운 일 같아요 ^^ 톨스토이는 정말 대단한거 같아요. 저도 <세가지 물음> 읽고 감탄했던 기억이 나네요😊

페크pek0501 2021-07-08 11:02   좋아요 3 | URL
고전 작가들은 모두 천재였던 것 같아요. 펜을 종이에 눌러 쓰면서 어떻게 그토록 많은 저작을 남길 수 있는 건지. 그만큼 쓰는 속도가 빨랐다는 거겠지요. 게다가 명작이라 할 작품을 썼잖아요.^^

바람돌이 2021-07-07 14: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가장 잘하는걸 가장 좋아하고 그걸로 밥까지 벌어먹고 산다면 좋을 것 같지만,
또 다르게 생각해보면 가장 좋아하는 일이 밥벌이의 수단이 되는 순간 가장 좋아하기 힘들게 되리라는 생각이 들어요. ㅎㅎ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두고, 두번째로 잘하고 좋아하는 걸 직업으로 삼는게 좋을거같다는 생각은 노는게 제일 좋은 뽀로로 아니고 바람돌이 생각입니다. ㅎㅎ

페크pek0501 2021-07-08 11:04   좋아요 1 | URL
아, 그런 것 같네요. 좋아하는 건 그저 좋아하는 걸로 끝나는 게 좋겠습니다. 저는 가수를 보면서 즐기며 돈을 벌어서 좋겠다, 했는데 가수도 노래를 부르기 싫은 날도 있겠습니다. ㅋ

예. 뽀로로 아니고 바람돌이 님의 생각. 알겠습니다. ㅋㅋ

stella.K 2021-07-07 15: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혹시 알고 계신지 모르겠는데 이번 주 <인간극장> 함 보세요.
전 이 프로 안 본지 꽤 되는데 이번 주건 우연히 낚여서 보고 있는데
좋더라구요. 92세된 어르신이 늦게 그림을 배우며 느긋한 노년의 일상을
보여주는데 뭉클해요. 나도 늙으면 저러면 좋겠다 싶어요.

저는 얼마 전부터 마이크로소프트 엣지를 쓰고 있는데 익스프로러 종료됐잖아요.
거기에 음성 지원이 되서 페이퍼 글을 읽지 않고 듣고 있습니다.
중간중간 부자연스러운 점이 있긴 한데 대체로 편하더군요.
이러다 오디오북도 사랑할 것 같지만 그래도 아직은 종이책으로 읽을만 하지 않나 싶어요.
큰 글자는 가격이 넘 비싸고.
뭔 말이냐구요? 그냥 책 잘 사셨다고요.ㅋ

페크pek0501 2021-07-08 11:09   좋아요 2 | URL
제가 본 건 백 살 넘은 할머니가 혼자 살면서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고 텃밭을 가꾸고 즐겁게 사시는 모습이었어요. 저렇게 늙으면 좋겠다, 싶었죠.

저도 부자연스러운 점, 발견하며 들었던 것 있어요. 인터넷 신문 기사 읽어 주는 것이었던 듯해요. 오디오북은 성우가 또렷하게 읽어 주니 그런 점은 없어요. 다만 저는 미리 들어 보기를 하고 오디오북을 구매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목소리가 있어서요. 귀에 쏙 들어오게 하는 성우들이 있어요. 오디오북은 폰에 저장해 놓고 아무 때나 들으니 좋아요. 반복해 들을 수 있는 건 장점. 아마 스텔라 님도 오디오북 한 번 들으면 애용하실 걸요.
저 역시 뭐니뭐니 해도 좋이책이 1위죠. 그래서 오디오북으로 들어서 좋았던 건 꼭 종이책을 사 놓고 다시 본다는...^^

희선 2021-07-07 23: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크 님이 아시는 분(선배님이었는지)이 어머니와 함께 책을 내셨군요 페크 님은 그 책 뒤에 글도 쓰시다니 멋집니다 축하합니다 어머님이 쉰세해 동안이나 일기를 쓰시다니 대단하시네요 어머님 세상을 떠나셨군요 민혜 님은 이 책 보고 어머니를 기억하고 그리워하시겠습니다

다른 거 안 하고 앉아서 책을 보면 그렇게 덥지 않지요 자신이 좋아하고 즐겁게 하는 게 있다면 사는 게 괜찮겠습니다 페크 님 건강 잘 챙기시고 좋아하고 잘하시는 거 즐겁게 하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1-07-08 11:13   좋아요 3 | URL
아, 예리하시네요. 제가 책 표지에 들어갈 추천사를 쓰는 사람들 중 한 명이었죠. 여러 명이 썼답니다.
예. 얼마 전 세상을 떠나셨답니다. 이 책을 보셨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여름을 언젠부턴가 싫어하게 됐는데 그래도 아이스크림을 먹고 샤워할 때의 상쾌함은 이 계절에만 있는 거라서 책을 보며 이 계절을 즐기기로 하겠습니다. ^^

얄라알라 2021-07-08 15: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따로 있는 하고 싶은 일이 혹시, 발레?^^

2021-07-09 2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편혜영, <어쩌면 스무번>

 

 

표제작 ‘어쩌면 스무번’의 주인공은 치매 증상이 있는 장인을 모시고 아내와 함께 산골로 이사를 한다. 무성한 숲이 있고 인적 드문 비포장도로가 있어 치안이 걱정되는 곳이다.

 

 

보안 회사 로고가 붙은 소형차를 타고 남자와 여자가 찾아온다. 남자는 부부에게 지난해 동네에 끔찍한 사건이 있었다는 얘기를 한다. 강도가 침입해서 온몸에 피가 묻어 있는 시신이 삼 주 만에 발견된 사건이었다.

 

 

....................
“우리가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오 분 안에 출동해서 칼을 든 놈을 때려잡았을 겁니다. 놓쳐도 걱정할 게 없어요. 요새 CCTV는 엄청난 화질을 자랑하니까요. 죽고 나서 후회하면 뭐합니까.”(31쪽)
- 편혜영, <어쩌면 스무번>에서.
....................

 

 

부부는 치매로 일곱 살 아이가 된 장인을 보살펴야 하는 집 안의 문제와, 생명을 위협하는 강도를 조심해야 하는 집 밖의 문제를 안고 살아야 한다. 그러니 그들 부부의 세상살이는 만만하지 않다. 

 

 

....................
약을 충분히 먹였는데도 간혹 장인이 일찍 깨어날 때도 있었다. 잠이 깨면 장인은 암막 커튼이 쳐진 불 꺼진 밤의 어둠에 놀라 괴성을 지르며 울었다. 여러 번 가르쳤지만 불 켜는 법을 기억해내지 못했다. 하도 문을 두드려 주먹이 까지고 몸을 때려 멍이 들었다. 장인은 갈수록 사나워졌다. 수월하게 달래기 힘들었다. 할 수 없이 아내는 장인보다 더 사납게 굴었다. 아파트에서는 옆집을 의식해 참았는데 여기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27쪽)
- 편혜영, <어쩌면 스무번>에서.
....................

 

 

그들 부부의 삶은 운이 나쁘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장수 시대로 인해 치매를 앓는 부모들이 점점 많아질 것이고, 빈부 격차가 심해지고 세상은 각박해져서 범죄가 날로 늘어나는 세상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현대인들이 불안을 느끼며 사는 모습을 잘 포착하여 사실적으로 그린 것 같다. 소설 속에서 부부가 처한 현실은 누구에게는 과거였고, 누구에게는 현재진행형이고, 누구에게는 미래가 될 것이다.

 

 

영업을 하기 위해 집을 방문한 사람들의 뛰어난 상술, 그 상술에 넘어갈 수밖에 없는 부부의 마음, 치매를 앓는 아버지를 모시는 대가로 형제에게 매월 말일에 받게 된 돈. 타자와의 관계에서 인간의 심리를 어떻게 표현했는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부연 설명)

결혼을 하고 나면 배우자의 부모를 포함해 부모가 네 명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 네 명 중에서 치매 환자가 나올 수 있다. 장수하는 노인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계에 따르면 치매 환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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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06-30 00: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사람이 오래 살아서 치매를 앓기도 하는군요 부모는 자식이 어릴 때 잘 돌봐주는데 자식은 부모를 그렇게 돌보지 못하네요 그건 어쩔 수 없지 싶기도 합니다 부모자식은 내리사랑이니... 이런 문제로 힘든 사람도 많겠습니다 그런 건 어디에서 도움을 받아야 할지... 도움을 주기는 할지...


희선

페크pek0501 2021-06-30 12:55   좋아요 1 | URL
국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것 같아요. 치매 환자가 생기면 가족의 힘으로는 한게가 있어요. 친정어머니를 보살피고 사는 입장이라 이 소설이 유독 꽂히더라고요.
몸 건강만큼 중요한 게 정신 건강.

조금 전, 서울엔 소나기가 퍼부었답니다. 좋은날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21-06-30 08: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치매가 다른 질병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환자와 주변인의 관계 변화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다른 질병이 ‘지금‘을 어렵게 만든다면, 치매는 지금 뿐 아니라 그 사람과 함께 해 온 지나온 삶과 기억을 파괴한다는 점이 치명적이지 않나 싶네요...

페크pek0501 2021-06-30 12:59   좋아요 1 | URL
친정어머니를 보살피며 살다 보니 치매만은 안 걸렸으면 하는 마음이 되더라고요.
딸도 못 알아보는 어머니를 제가 어떻게 감당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지병도 많으셔서 병원에서 검사 결과 나올 때마다 떨려요. 입원하라고 할까 봐요.
입원한 전력이 있거든요.
세상살이가 녹록치 않음.

걱정이 많을수록 좋은날 보내야 하겠지요.
 

 

 

 

 

 

 

 

 

 

 

 

 

 

 

 

 

....................
우리는 책을 읽어도 그 내용을 대부분 잊어버리고, 그런 다음에 그 책들이 말하고자 한 것보다 우리가 그중에서 기억하는 내용을 근거로 일종의 가상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특정한 책을 읽지도 않은 누군가가 책에 없는 구절이나 상황을 인용해도 우리는 그게 책에 있다고 바로 믿을 준비가 되어 있다.(227쪽) 
- 움베르토 에코,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에서.
....................

 

 

→ 예전에 사 두었던 책 하나가 눈에 띄어 들춰 보니 밑줄이 그어져 있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읽지 않은 책으로 알고 처음부터 읽기 시작했다. 책 중간을 넘어서니 왠지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끝까지 읽고 나서 알았다. 내가 오래전에 읽은 책이라는 것을. ‘독서 노트’에서 확인까지 했다. 인간의 기억력은 이렇게 엉터리다. 그러니 책을 읽어서 뭐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나 그래도 책을 읽어 두면 책 내용이 나의 뇌 속 어딘가에 저장되게 된다고 믿는다. 어릴 때 봤던 한 장면이 지금도 선명히 떠오를 때가 있기도 하니까.
 

 

 

 

 

 

 

 

 

 

 

 

 

 

 

 

 

 


....................
아이들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도 성장해야 한다. 10대와 20대에 받은 교육이나 그로 인해 형성된 자아나 가치관으로 이 시대를 해석하기는 쉽지 않다. 인생이 팔십까지로 길어졌고 사회가 급변하는 시대에 살면서 계속 성장하여 노력하지 않으면 세대 간의 틈은 좁혀질 수 없다.
젊어 보인다면 누구나 좋아한다. 젊어 보이기 위해서 염색도 하고 옷차림도 유행 따라 바꾸고 헬스클럽에서 근육 운동도 열심히 한다. 진정 젊어 보이려면 외모 가꾸기만 아니라 정신적 성장을 위해서도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만 한다.(284쪽)
- 김선주,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에서.
....................

 

 

→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 직업인이거나 글을 쓰는 사람에게만 공부가 필요한 게 아니다. 누구나 책을 읽고 티브이 뉴스와 토론 프로그램도 시청하고 신문도 봐야 한다. 사회 변화 속도는 빠른데 그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가 평생 학습을 지향하지 않는다면 인생의 낙오자가 되고 만다.

 

 

 

 

 

 

 

 

 

 

 

 

 

 

 

 

 

 

 

 

 

 

 

....................
학교와 아버지, 그리고 몇몇 선생들의 야비스러운 명예심이 연약한 어린 생명을 이처럼 무참하게 짓밟고 말았다는 사실을 생각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왜 그는 가장 감수성이 예민하고 상처받기 쉬운 소년 시절에 매일 밤늦게까지 공부를 해야만 했는가? 왜 그에게서 토끼를 빼앗아버리고, 라틴어 학교에서 같이 공부하던 동료들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는가? 왜 낚시하러 가거나 시내를 거닐어보는 것조차 금지했는가? 왜 심신을 피곤하게 만들 뿐인 하찮은 명예심을 부추겨 그에게 저속하고 공허한 이상을 심어주었는가? 왜 시험이 끝난 뒤에도 응당 쉬어야 할 휴식조차 허락하지 않았는가? 이제 지칠 대로 지친 나머지 길가에 쓰러진 이 망아지는 아무 쓸모도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172~173쪽)
- 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아래서>에서.
....................

 

 

→ 한스를 불행하게 만든 것은 학교, 그리고 한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었다고 서술하고 있다. 작가가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인 듯하다. 한스가 가엾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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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16 19: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앗 딱 수레바퀴 아래서 1권 겹치는군요 ㅜㅜ 밑줄 안그은책은 두가지더라구요. 안읽었거나, 읽었는데 읽을 당시 필기도구가 없어서 못그었거나~!!

페크pek0501 2021-06-17 11:10   좋아요 1 | URL
그 정도면 확률이 높은 겁니다. 저는 누가 올린 페이퍼에 책 열 권이 있다면 한두 권만 겹치더라고요. 하하~~
일리 있는 말씀입니다. 저는 초반에 독서할 땐 밑줄을 안 그었었어요. 긋기 시작하면서부터 계속 밑줄을 그으며 독서하고 있죠. 밑줄을 그으니 장점은 집중력이 생긴다는 것이고, 단점은 중고서점에 팔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ㅋㅋ

붕붕툐툐 2021-06-16 23: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에코 말 왤케 웃겨요? 전 완전 100퍼 속아넘어 갈겁니다. 독서토론에서도 누가 내용 얘기하며 그랬잖아요~ 하면 전 무조건 네네~ 하거든요~ㅋㅋㅋㅋㅋㅋ

페크pek0501 2021-06-17 11:12   좋아요 2 | URL
에코가 원래 유머가 풍부하답니다. 능청을 떤다고 할까요...
저도 속을 준비가 되어 있지요. 재독하는 경우가 있는데 ‘어, 이런 글도 있었나?‘ 하고 생각할 때가 많거든요. ㅋㅋㅋ

서니데이 2021-06-17 21: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움베르토 에코의 책 표지가 새로워서 보니까, 올해 출간된 책이네요. 2016년이라는 것을 보니, 생각보다 번역이 빨리 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오늘은 비가 와서 조금 덜 더웠습니다. 페크님, 좋은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1-06-18 12:25   좋아요 1 | URL
올해 출간된 책인가요? 몇 달 전에 산 것이라 신간인 걸 까먹음. ㅋ
여러 책을 병행해서 읽으니깐 그래요.
새벽에 비가 왔는지 창문에 빗방울이 있더라고요. 안개가 보일 정도로 흐린 날씨예요. 일단 덥지 않으니 좋네요.
서니데이 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희선 2021-06-18 0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읽지 않았지만, 어떤 책 제목은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이에요 읽은 책을 잊어버린다고 했는데, 읽지 않아도 말할 수 있는 책 많기는 하죠 고전 같은 거, 그런 건 여기저기에서 말하기도 하니... 책 읽어도 잊어버리겠지만, 안 읽는 것보다는 낫겠지요 그렇다고 믿고 싶습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1-06-18 12:27   좋아요 1 | URL
저도 그렇게 믿어요. 공부할 때 암기했던 걸 잊을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제가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할 때였어요. 한 번 외웠던 단어는 뜻을 까먹었더라도 외우기가 쉽더라고요. 처음 보는 단어가 외우기 어렵고요. 그때 알았어요. 공부는 반복해야 된다는 것을요.
희선 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
 

 

 

 

 

 

 

 

 

 

 

 

 

 

 

 

 

『칸트에 따르면, 어떤 행동의 도덕적 가치는 그 결과가 아니라 동기에 있다. 중요한 것은 동기이며, 그것은 특정한 종류라야 한다. 중요한 건 옳은 일을 하는 것이며, 그 이유는 옳기 때문이라야지, 이면에 숨은 동기 때문이어서는 안 된다.』(157~158쪽)
-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157~158쪽) 칸트에 따르면, 어떤 행동의 도덕적 가치는 그 결과가 아니라 동기에 있다. 중요한 것은 동기이며, 그것은 특정한 종류라야 한다. 중요한 건 옳은 일을 하는 것이며, 그 이유는 옳기 때문이라야지, 이면에 숨은 동기 때문이어서는 안 된다.

(158쪽) 만약 의무가 아닌 다른 동기로, 이를테면 자기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행동한다면, 그것은 도덕적 가치가 부족한 행동이다. 비단 내 이익만이 아니라 내 바람, 욕구, 기호, 식욕을 채우려는 모든 시도도 마찬가지다. 칸트는 자신이 ‘끌림 동기’라 부른 것을 의무 동기와 대조해 비교한다. 그러면서 의무 동기에서 나온 행동만이 도덕적 가치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162쪽) 중요한 점은 선행의 동기가 그 행동이 옳기 때문이라야지, 쾌락을 주기 때문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163쪽) 아이가 진실을 말한 유일한 이유가 죄의식을 피하기 위해서였거나 실수가 발각되었을 때 부정적 여론을 피하기 위해서였다면, 그 행동에는 도덕적 가치가 부족하다. 하지만 그것이 옳은 행동이기 때문에 진실을 말했다면, 아이의 행동은 그에 따르는 쾌락이나 만족과는 상관없이 도덕적으로 가치 있는 행동이 된다. 옳은 이유로 옳은 행동을 했다면, 그때 기분이 좋았다고 해서 도덕적 가치가 떨어지진 않는다.
칸트가 말한 이타주의자도 마찬가지다. 타인을 돕는 이유가 단지 그 행위에서 느끼는 쾌락 때문이라면, 그 행동엔 도덕적 가치가 부족하다. 그러나 타인을 도울 의무를 인식하고 그에 따라 행동했다면, 거기서 쾌락을 느낀다고 해서 도덕적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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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 2021-02-03 05: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알라딘 들리면 고향처럼 찾는 이 곳 변함없이 정겹습니다.

요즘은 칸트나 공자, 심지어 샌델교수의 정의론도 무색함을 느끼는 건 서글픈 일일까요?
차라리 수많은 인간사를 정리하며 깊이 빠져들었던 사마천의 <회의론>에 동감이 되네요.

차츰 세계가 글로벌리즘으로 경도되는 현상은 결코 이상실현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닌 몇몇 힘있는
자들의 세계단일화라는 야욕을 이루려는 계획이 아닌지 심히 우려됩니다. 그렇다면 그들의 동기는
선악을 뛰어넘는 대단히 이기적이고 인륜 파괴적인게 아닐까요?

제가 본류에서 앞서 나갔다면 실례를 용서해 주시길. 꾸우벅.

페크pek0501 2021-02-03 09:06   좋아요 1 | URL
오! 오랜만입니다. 반갑습니다.
좋은 말씀이십니다. 표면상으로만 정의를 외칠 뿐 실상은 정의롭지 못하지요. 국내에서도, 국제적으로도요. 힘 있는 자가 이기심을 맘껏 발휘하며 살 수 있는 세상이지요. 자기 자녀를 위한 교수들의 비리만 봐도 그렇잖아요.
무엇이 옳은가가 아니라 누가 힘 있는 자인가, 어느 나라가 힘 있는 나라인가, 하는 게 중요해 보입니다. 공정함이란 없죠. 그래서 마이클 샌델이 <공정하다는 착각>이란 책을 낸 것 같아요. 요즘 읽고 있는 책입니다.

위의 글은 163쪽의 글이 흥미로워서 옮겨 봤습니다. 의도가 옳아야만 하는 것인지, 의도는 옳지 않았지만 결과만 좋으면 된 것인지 우리의 판단을 요하는 것 같아서요. 저는 기부금을 내는 사람들이 자기의 이름이 신문 기사에 나는 게 좋아서 기부했다면 그것도 좋은 일로 봅니다. 그러나 칸트에 따르면 그건 도덕적 가치가 부족하다는 거죠.

댓글, 감사합니다.
 

 

 

 

 

 

 

 

 

 

 

 

 

 

 

 

 

 


『애정이나 미움은 정의의 모습을 바꿔놓는다. (중략) 바람 따라 어느 방향으로나 나부끼는 가소로운 이성이여!』(58쪽)
- 블레즈 파스칼, <팡세>에서.

 


→ 이 글을 다음과 같이 바꿔 쓸 수 있다.
자신의 애정이나 미움에 따라 상대의 본모습이 바뀐다. 인간의 이성은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리니 쓸모가 없다.(인간의 이성적 판단조차 믿을 게 못 된다는 뜻.)

 

 

→ 이를 내가 해석해 보았다.
인간은 자기가 애정을 가지고 있는 상대자를 무조건 좋게 보고, 자기가 미워하는 상대자는 무조건 나쁘게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 애정이나 미움은 대상의 본모습을 바꿔놓기 쉽다. 자신과 사이가 좋은 이가 잘못을 저지르면 ‘인간이니까 그럴 수 있지.’라고 여기고, 자신과 사이가 좋지 못한 이가 잘못을 저지르면 ‘그럴 줄 알았어. 그래서 내가 당신을 안 좋아한다니까.’라고 여긴다. 그러므로 그의 본모습이 어떠한가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무엇을 보든 본인의 주관적인 해석이 작용할 뿐이다.

 

인간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면 인간을 보는 시각도 달라지리라.

 

 

 

 


 

(58쪽) 애정이나 미움은 정의의 모습을 바꿔놓는다. (중략) 바람 따라 어느 방향으로나 나부끼는 가소로운 이성이여!

(61~62쪽) 우리 자신의 이익도 우리를 기분 좋게 눈멀게 하는 신기한 도구이다. 아무리 공정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소송에 재판관이 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이 자애심에 빠지지 않으려고 반대로 그지없이 불공정했던 사람들을 나는 안다. 지극히 정당한 사건에 패소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가까운 친척들에게 사건을 부탁하는 것이다.
정의와 진리는 매우 날카로운 끝과 같은 것이어서 우리의 도구들은 그것에 정확히 닿기에는 너무 무디다. 어쩌다 닿기라도 하면 끝을 으스러뜨리고 그 주변을 더듬으며 진실보다 허위를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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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02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03 0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21-02-02 15: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께서 말씀하신 파스칼의 <팡세>을 읽으면서 파스칼이 생각하는 이성과 감성이 각각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 궁금해집니다. 인용된 글을 보면, 이들 둘이 혼용된 것 같은데, 파스칼에게 이들의 구분은 별다른 의미가 없었던 것일까요... 아니면 (중략)된 부분에 이를 설명할 내용이 담겨있는지 나중에 찾아봐야 겠습니다.^^:) 저도 <팡세>를 예전에 읽었는데, 읽을때마다 새로운 구절이 넘쳐나니... ㅜㅜ 참 끝이 없습니다...

페크pek0501 2021-02-03 08:33   좋아요 2 | URL
이성과 감성을 상대적 의미로 생각해도 될 듯합니다. 아마도 파스칼은 인간의 특성은 (동물과 다르게) 이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이성에는 감성에 비해 객관성이 있는 걸로 인간들은 착각하는데 이성조차 엉터리다, 라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좋은 문제 제기였습니다.ㅋ 독서는 그렇게 꼼꼼히 해야 하는 거죠. 이것과 관련하여 겨울호랑이 님이 새로 알게 된 게 있으시면 나중에라도 저에게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좋은 하루가 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겨울호랑이 2021-02-03 08:55   좋아요 2 | URL
집에 돌아와 해당 부분을 읽어보니, ‘상상력‘에 대한 팡세의 이야기 중 일부네요. 팡세는 상상력이 이성보다 우위에 있고, 인간은 이 두 능력을 결합하여 사용하는 것이 다행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내용을 보니, 큰 틀에서 페크님 말씀대로 전개되네요...

˝인간이 이 두 능력(상상력, 이성)을 결합시킨 것은 잘한 일이다. 설사 이 화해에서 훨씬 더 유리한 것은 상상력이라 하더라도, 왜냐하면 둘이 싸우면 상상력이 전적으로 이성을 압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성이 상상력을 완전히 정복한 일은 결단코 없다, 차라리 반대의 경우가 일쑤이다.˝(p59)

정리하면, 파스칼은 인간은 두 능력을 결합하여 사용하지만, 구분해 보자면 상상력이 이성보다 인간에게 더 지배력을 행사하며,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진 여러 효과(애정, 미움) 등에서 보듯 상상력이 인간을 주관한다. 그렇지만, 상상력은 또한 오류와 허위의 주관자(p56), 이보다 약한 이성은 얼마나 나약한 것일까!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페크님 덕분에 오랫만에 <팡세>를 다시 읽었습니다. 고전은 두고두고 뒤새겨야함을 새삼 느낍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페크pek0501 2021-02-03 09:17   좋아요 2 | URL
저도 그 부분을 읽었습니다.
올린 글은 이성에 대한 글만 발췌한 것입니다. 우리가 믿고 있던 이성이란 게 그렇게 나약하고 엉터리라는 게 인상적이어서요.
상상력의 힘도 흥미롭지요. 법관의 옷, 의사의 흰 가운을 보기만 해도 상상력이 발동하여 그 앞에서 주눅 들어 있어 그에 대한 유리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표현이 재밌어요.

참, 흥미로운 책입니다. 앞으로도 의견을 남겨 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