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 - 히치하이커와 동물학자의 멸종위기 동물 추적 프로젝트
더글러스 애덤스.마크 카워다인 지음, 강수정 옮김 / 현대문학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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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세계에서 살아간다는 생각을 하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들은 요동치고 숨 막히고 구가 먹먹해지는 환경에서 끊임없는 혼란과 굶주림과 고통과 두려움 속에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을 것이다. (p.282) 

 

문외한의 눈에 가장 기이해 보이는 동물학자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동물들의 배설물에 보이는 탐욕스러운 열정이다. 물론 배설물이 해당 동물의 서식 환경과 먹이에 대한 엄청난 정보를 제공한다는 건 나도 알지만, 배설물 자체를 좋아하는 것 같은 순수한 즐거움은 설명할 길이 없다. (p.135)

 

 

우리 집도 처음부터 동물원에 가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순서처럼, 당연하다는 듯 몇 차례 아쿠아리움이나 동물원에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의 입에서 “엄마, 멸종위기의 동물이라면서 왜 여기에 가두어놔? 자기네 집에 살게 해줘야 안 죽고 오래 살지”라는 말을 듣는 순간 더이상 나에게 동물원은 신기하고 “지적 호기심을 채우는 곳”이 아니었다. 이간의 이기심과 공포를 동시에 느끼게 하는 곳이 되어버렸다. 그 후에는 아이와 동물원 대신 다큐멘터리를, 책을 더 열심히 찾았다. 우리 아이는 여전히, 동물들의 동물원 탈출기를 담은 애니메이션이 한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어린아이지만, 나는 동물들이 동물원을 탈출하면 사살당하고 말 것이라는 말을 삼키는 어른이 되어버렸다. 

 

무척이나 긍정적인 편인 나지만 “멸종위기”나 “환경”은 빠르게 위기를 더하며 그렇게 바라볼 수 없는 무엇인가로 자리 잡았다. 그러다 보니 환경에 관련한 책도 점점 묵직한 것들을 읽게 된 것 같다. 그러던 중 읽게 된 『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는 환경과 멸종위기의 동물에 대한 나의 묵직한 슬픔을 조금 내려놓게 만들어준 책 같다. 그렇다고 『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가 던지는 메시지가 가벼운 것은 아니다. 그저 재미있게 읽으며 환경에 대한, 멸종위기의 동물에 관한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다고 말하는 편이 적합하겠다. 그래서 『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는 학생들, 혹은 환경이나 멸종위기 등에 대해 처음 생각을 정리하는 이들이 꼭 한 번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신기하게도 『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는 SF소설이다. 아,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작가 더 글라스 애덤스의 책이라고 하면 신기하지 않으려나! 아무튼, 이 책은 히치하이커와 동물학자의 멸종위기 동물 추적 프로젝트를 담은 책으로, 카카포, 양쯔강돌고래, 북부 흰코뿔소 등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물론 다른 소설에서 그 스스로 파괴해버린 지구였지만, 지구에서 몇 백, 몇 마리 밖에 남지 않는 멸종위기들을 다루는 과정을 통해 그가 사실은 지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느낄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읽었던 그 어떤 “멸종위기” 책보다 재미있고, 유쾌했으며 가장 부담이 없었다. 정말 재미있는 책을 한 권 뚝딱 읽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그저 재미있기만 한 책은 세상에 너무 많지 않나. 『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가 그저 재미있기만 했다면 나는 이 책을 소개하지도 않았을 것 같다. 

 

『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는 분명 유쾌하게 읽었을 뿐인데 묵직한 생각을 남긴다.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를 동물들의 멸종이 더는 멀게 느껴지지 않고, 가까운 이의 부고처럼 가슴이 시리다. 나와는 관계없다고 착각하는 지구의 변화가 얼마나 묵직하게 다가오는지 어깨가 무거워진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지만, 숨 막히게 슬플지도 모를 멸종동물 이야기”라고 소개하고 싶다. 

 

그래, 정말 『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 그래서 우리는 더욱 그들의 이야기를 알아야 한다. 그다음이 우리 차례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나. 물론 동물들의 장례식에 오라는 부고장을 받지도 않을 것이고, 검정 정장을 입고 그들을 조문하지도 않겠지만, 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것만큼은 기억하고 살아야 하지 않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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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댄스 댄스
유동규 지음, 유재일 평론 / 지우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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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보내서 왔습니다. 도와드리라고 해서요. 

저는 비싼 변호사예요. 승률이 매우 높습니다.”

피식, 웃음이 났다. 위, 어디? 하늘? 정진상과 김용이 보낸 변호사는 하나같이 구치소에 있는 내가 우스운지 '위'에서 보냈다는 걸 강조했다. 기억이란 신기하게도 그랬다. 당시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일깨워준다. (p.90)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신들의 댄스 댄스』는 “대장동” 사건에서 이름을 널리(?) 알린 성남 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지낸 “유동규”의 책이다. 사실 나는 특별히 정치에 관심이 없지만, 대장동 사건을 모르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그래서 난 『당신들의 댄스 댄스』가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그런데 이 시즌에 정치책을 읽고 있었더니, 남편이 한마디 한다. 요즘 그런 책 잘못 리뷰했다가 블로그 테러당하는 거 아니냐고. 3초 정말 그런가 생각했지만, 이내 나는 오히려 선거를 앞두고 많은 시민이 정치 서적을 읽고, 견해를 넓히도록 다양한 정치책을 읽어야 세상이 발전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기로 했다. 혹 나에게 이 책, 『당신들의 댄스 댄스』와 반대되는 정치견해를 펼치러 오신 분이 있다면 남겨주셔도 좋다. 반대로 같은 결이라 생각하고 댓글을 남기신다 해도 좋다. 두 의견 모두를 정성껏 읽고 생각에 보태겠다. 다만 답변은 미리 사양하겠다. 나는 독자의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지, 정치적 견해를 공유할 생각은 없다. 그래서 어쩌면 『당신들의 댄스 댄스』 리뷰에 담기는 내 생각은 더욱 “읽은 그대로”가 될 예정이다. 

 

『당신들의 댄스 댄스』는 유동규가 어떤 과정을 거저 이재명을 만났고, 대장동 의혹이 어떻게 제기되었는지, 대장동은 어떤 문제를 지니고 있었는지, 대장동 개발이 누구에게 이익을 안겨주었는지 등을 무척이나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물론 이 책은 유동규의 관점에서 쓰인 것이니 이것이 완전한 진실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기록되지 않은 것은 지워지기 마련이라 했던가. 내가 다른 “대장동”책을 읽지 않는 이상, 나의 기억 속의 대장동 사건은 이 책의 내용으로 자리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긴 3억이 4041억이 되는 엄청난 사건은 흔하지 않아서인지, 나처럼 기록된 것에 대한 신뢰성을 가지는 사람이 많은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현재 이 책은 정치 분야의 1위를 달리고 있다,) 뉴스에서만 보던 대장동 사건을 무척이나 상세히 읽으며 내가 얼마나 좁은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지 새삼 깨닫기도 했다. 더욱이 유재일 교수의 정치논평이 더해진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부족한 지식을 채우고, 새로운 정보를 얻는 기분이 되기도 했다. 

 

『당신들의 댄스 댄스』에서 유동규는 자신을 마리오네트로 표현하고 있다. 사실 『당신들의 댄스 댄스』 자체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댄스 댄스 댄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해, 어떤 의미로 씌인 것인지 예상할 수 있기도 했다. 즉, 은밀한 조정으로 많은 세력과 돈을 움직인다고, 타겟이 된 사람들은 모두 마리오네트가 되는 것을 풍자하는 것이다. 그의 말이 전부 사실일지는 모르지만, 국민도 마리오네트 혹은 그보다 더 못한 취급을 받는 상황이 되지 않으려면, 국민이 더 많은 것을 알고, 의혹들이 제대로 밝혀져야 하지 않나 생각해보기도 했다. 

 

혹자는 그 안에 함께 버무려져 있었던 저자를 “그 나물의 그 밥”혹은 나아가 자신만 살고자 발을 뺀 “배신자”로 취급할지도 모르겠다. 정치를 잘 모르는 내가 감히 누가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를 말할 수도 없다. 다만 『당신들의 댄스 댄스』을 읽고 난 “독자”로서의 마음은 “상황에 발을 담그고 있을 때는 올바른 것이 보이지 않는다. 조금 물러나서야 비로소 보인다”라는 어른들의 말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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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전쟁사 - 수천 년 세계사의 흐름이 통째로 이해되는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시리즈
김봉중 지음 / 빅피시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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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을 비롯한 유럽 정복자들에 의한 원주민들의 고통과 희생을 다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유럽 중심적인 해석에서 벗어나 쌍방적 교류로서 그 시대를 바라보는 것은 그들의 아픔을 감싸는 최소한의 태도일 것이다. (p.87) 



과거에는 전쟁을 그저 전쟁으로만 바라보는 한심한 눈을 가지고 살았던 것 같다. 그저 “힘 있는 쪽이 힘없는 쪽을 누르기 위해 벌이는 무서운 짓” 정도가 전쟁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이었던 것 같다. 뭐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역사를 공부하면 할수록 전쟁이 벌어지게 된 계기, 전쟁의 진행 방향, 전쟁의 결과 등이 세계사가 흐르는 방향이었다가, 세계사 그 자체였다가, 세계사를 흔드는 손이었다를 반복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더욱이 우리는 여전히 전쟁이 완전히 종결되지 않은 나라라고 본다면 전쟁의 흐름을 이해하지 않고는, 우리의 역사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다. 그만큼 전쟁은 세계사의 동맥 같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전쟁사』야 말로 우리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 아닐까.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전쟁사』는 앞서 출간되었던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세계사』의 후속작으로, 방대한 전쟁의 역사 중 18가지 큰 전쟁을 다루고 있다. 흥미로웠던 것은 우리가 지금까지 배운 것처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쟁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돈과 권력', '인간의 추악함', '문명의 흐름', '종교의 탈' 등의 큰 주제로 전쟁을 풀어간다. (시대순 연표도 포함되어 있어, 헷갈릴 때마다 펼쳐보며 정리할 수 있다.) 


이 전환이 내게 특별했던 까닭은, 전쟁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사실 수십 년 시간의 흐름으로 역사를 배우다 보니 나도 모르게 전과 후에 맞춰진 '원인과 결과'에만 집중하며 전쟁을 바라봤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전쟁사』을 읽는 동안 나는 “왜”와 “어떻게”에 집중했다. 푸틴이 왜 우크라이나를 공격했는지, 노예제도를 두고 왜 미국이 반으로 갈려야 했는지, 제2차 세계대전은 어떻게 역사의 흐름을 바꾸게 되었는지, 수니파와 시아파는 어떻게 1400년간 싸우고 있는지 등에 집중하며 이 책을 읽다 보니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들도 많이 볼 수 있었고, 오래도록 가지고 있던 인과의 역사도 조금 더 확실하게 보이더라. 사실 그동안 “역사를 공부할수록 역사가 어렵다”라고 말해왔지만,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전쟁사』을 통해 내가 그럼에도 역사에 한발씩 다가가고 있었음을 깨닫기도 했다. 


빅피시의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전쟁사』는 다소 어렵다고 여길 수 있는 부분도 무척 풍성한 스토리와 자료를 함께 제시해주었기에 굵은 뼈대에 살을 붙여가는 기분이 드는 책이었다. 사실 역사서나 인문학서가 '뼈'만 가지고 있어 재미없거나, 재미를 쫓다 '맥'을 잃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나.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전쟁사』는 그 아슬아슬(?)한 경계를 완벽하게 지켜낸 책이란 생각이 든다. 전쟁이 세계의 역사와 경제의 판도를 가르는 묵직한 이야기 위에 영화 같은 서사들을 잘 버무려 이해와 재미를 동시에 얻는 기분이랄까.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전쟁사』를 마무리하며 문득, '인간의 민낯'처럼 사실은 가장 솔직하고 진실한 '역사의 민낯'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제야 문득, 빅피시의 인문학 시리즈가 왜 “최소한의”로 이름 붙어졌는지 알 것 같다. 이어질 한국사와 미국사를 기대해보며, “이것만큼은 알고 살아가는” 어른이 되자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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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마른 등을 만질 때 -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엄마 그리고 나
양정훈 지음 / 수오서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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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고 또 웃었다. 우리는 지나며 이 사람 저 사람 험담도 실컷 하고 빵빵 경적을 울리며 달리는 자동차도 맘껏 욕했다. 연예인 흉도 많이 봤다. 무용한 말장난이 봄꽃처럼 첫눈처럼 하루를 덮었다. 무게도 없고 진지할 것도 없고 긴장할 것도 없는 말이라면 뭐든 다 좋았다. 순간순간 도망가 버릴까 두려울 만큼 끝도 없이 좋았다. (P.130)

 

무른 손가락으로 또박또박 짚어 마음에 심어준 글자. 이어보니 전부 다 같은 말이었다. 살라는 말이었다. 다시 사랑하고 다시 아프고 다시 헤어지고 또다시 사랑하라는 말 뿐이었다. 지울 길도 물리칠 길도 없었다. 배신할 수 없는 말이었다. (P.301) 

 

 

벌써 10년쯤 지난 일이다. 내 작은 생명을 품고 있던 시절, 수십 년 전 나를 그렇게 품었을 나의 엄마는 큰 수술을 해야 했다. 수술하러 가는 전날까지 임신한 딸의 냉장고를 가득히 채워준 내 엄마는, 마취약에 취해 엉엉 울며 “우리 엄마 보고 싶어”라고 말을 했다. 그날이었다. 엄마가 한 여자로도 보이기 시작한 게. 이모의 성화에 병원에서 쫓겨나 집으로 가며, 나는 태어나 가장 긴 시간을 울었던 것 같다. 그날 내게 전해진 엄마의 슬픔은 아무래도,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상실감이 아닐까 싶다. 수오서재의 새 책, 『엄마의 마른 등을 만질 때』를 가만히 손에 들었을 때, 꽤 오래 잊고 살던 그 날의 감정들이 떠올랐다. 그래서 나는 책을 펼치기도 전에 좀 많이 울었다. 

 

『엄마의 마른 등을 만질 때』는 엄마의 투병 생활에 기록된 이야기들이다. 시작부터 울었고, 읽으면서도 분명 울게 되리라 예상은 했지만, 나는 『엄마의 마른 등을 만질 때』를 읽는 내내 울었다. 이제 점점 “돌이킬 수 없는 어른”이 되어가는 나이임을 실감했고, 순간순간 느끼는 내 부모의 왜소해짐이 서러웠고, 그럼에도 살짝 모자란 딸로 사는 게 당신들에게 힘을 준다는 게 슬펐다. 섬세한 언어와 절절한 감정이 만들어내는 문장은, 타인의 엄마에게서 나의 엄마를 보게 했다. 또 나를 만나게 되기도 했다. 투병으로 엄마의 몸에 난 상처를 절제된 감정으로 기록한 문장에서, 삶에 삶을 잇대었다는 말에서, 엄마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절망에서- 작가와 독자가 아닌, 그저 누군가의 자식들이 되어 공감하고 슬퍼했다. 

 

마흔이 되어도 자라지 못한 어리석은 나는 『엄마의 마른 등을 만질 때』의 페이지가 몇 장 남지 않았을 무렵 마음이 초조했다. 차마 이 책의 “결론”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책의 끄트머리를 한참이나 미루어두었다가 읽었다. “사랑하는 이를 결국 떠나보낸 사람들이 일관되게 말하는 게 있다. 우리는 무지하고 사랑할 시간은 많지 않다는 것. 더 귀한 것과 덜 의미 있는 걸 언제나 헷갈렸다고. 한정 없이 사랑하는 이의 등을 쓰다듬을 시간은, 눈을 들여다보고 같이 웃고 울 시간은 생각보다 얼마 남지 않았더라고(P.12)”라고 말하던 그의 문장에서 애써 부정했던 일을 선명하게 느끼며 나는 결심하고 또 결심했다. 지금 더 많이 사랑하자고, 더 귀한 것을 헷갈리지 말자고, 사랑하는 이의 등을 더 많이 쓰다듬고 눈을 들여다보고, 더 많이 같이 웃자고. 

 

감히 타인의 가늠할 수 없는 상실을 앞에 두고 나의 시간들을 가늠해봐도 될지 모르겠지만, 그가 자신의 “늦은 시간”들을 이렇게 꺼내놓은 것은 '당신들이라도 늦지 말라고'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엄마의 마른 등을 만질 때』는 감정이 묻어날 것 같은 섬세한 문장으로, 오늘이 얼마나 행복한 순간인지, 얼마나 소중한 나날들인지를 절절히 깨닫게 만든다. 오늘부터라도 엄마에게 '늦는 사람'이 되지 말자고 결심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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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인생을 살고 있는가 - 운명을 바꾸는 현인들의 인생 질문
마쓰다 미히로 지음, 민경욱 옮김 / 드림셀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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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있는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눈앞의 사람을 소중히 여기지 못한다면 그 누구도 소중히 여길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일단 제일 먼저 눈앞에 있는 사람부터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내 눈앞에 누군가가 있다면 '저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면서 지금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일을 하세요. 그때 대가를 원래서는 안됩니다. ㄷ가를 원하면 상대에게 줄 생각이었는데 오히려 상대의 에너지를 빼앗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상대를 소중히 여기는 게 아니죠. 대가를 원하지 않고 상대를 대하도록 의식적으로 생각해보세요. (92~93, 마더 테레사의 질문) 

 

 

『누구의 인생을 살고 있는가』는 길지 않은 시간을 이용해 강한 메시지를 얻고 싶은 사람 혹은 필사를 통해 진하게 여운을 남기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삶, 성공, 일, 사랑, 꿈과 신념 등에 대해 현인들이 스스로를 위한 과제로 품고 살았던 질문과 생각을 나누어주는 책이기 때문. 나 역시 새벽 시간을 이용해 필사하는 편이기에, 길지 않은 시간에 집중하여 읽고 쓸 책들을 자주 읽는 편인데 『누구의 인생을 살고 있는가』는 그 목적에 부합되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마더 테레사부터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등 스스로의 이름을 역사로 만든 이들이 남긴 질문을 읽고, 쓰며 매일 내 안의 답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때로는 딱 한 질문, 때로는 두어 가지의 질문에 대답하며 마음을 정리해볼 수 있었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기 좋았다. 더욱이 페이지마다 몇몇 질문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 직접 대답을 기록하며 독서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 질문에 대답해보는 것만으로도 하루를 살아가는 새로운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사람의 적응력은 참으로 무서워 사람에게도 환경에도 쉽게 익숙해진다. 익숙함이 편안함만 되면 다행이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은 익숙함은 내성이 되고, 편안함으로 만만함으로 변해간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무뎌진 일상의 감사함을, 내 주변에 함께 살아주는 사람들의 고마움을 마음 깊이 떠올려보게 되었다. 또 나 스스로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귀한지도. 

 

가능하다면 『누구의 인생을 살고 있는가』는 아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읽으시길 추천해 드린다. 분명히 이 책이 주는 에너지는 하루를 조금 더 의미 있게 살도록 도울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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