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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 않고 크는 아이는 없다 - 소아과 진료실에서 차곡차곡 쌓아가는 아이와 나를 위한 씩씩한 다짐들
김지현 지음 / 수오서재 / 2025년 3월
평점 :

마음을 내려놓을 때, 아이는 스스로 날개를 펼치고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를 한다. 부모의 이런 모습을 보는 아이는 우리를 옆집 부모가 아니라 든든한 나무처럼 대해줄 것이다. 자신을 지켜봐 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언제는 기대어 쉴 수 있는 버팀목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p.166)
오랜만의 “찐” 육아서 같다. 아이가 어릴 때는, 잘 키워보겠다는 욕심에 육아서를 쌓아놓고 읽고 여러 책을 비교해보기도 하곤 했는데, 아이가 자라며 나도 모르게 욕심이 생겼는지 학습방법이나 재능 등에 관한 육아서를 읽고 있더라. 그래서일까. “내가 더 노력하지 안흥면 우리 아이만 뒤처질 것 같은 조급함, 엄마의 불안과 욕심은 온 가족을 피곤하게 만든다. (p.28)”란 문장은 나를 뜨끔하게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아이는 키우는 게 아니라 크는 것”이라는 말에 다시, 주섬주섬 책을 챙겼다.
『아프지 않고 크는 아이는 없다』는 알레르기 호흡기 분야의 전문의인 김지현 교수의 새 책으로, 자신의 이야기와 진료실에서 만난 사람들, 스스로 육아를 하며 배운 것과 깨달은 것들, 교수로서 연구한 것들을 촘촘히 쌓아 올린 책이다. 그래서인지 아이가 아플 때마다, 아이에게 뭔가 부족한 점을 찾을 때마다 자신의 잘못으로 끌어가는 엄마들 특유의 죄책감에 위로를 안겨준다. 부모의 적당한 불안이 약이 된다는 그녀의 위로가 “그냥 하는 말”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그녀 역시 우리처럼 톱니바퀴가 잘 맞추어 돌아간 하루에 감사하는 '엄마'이기 때문이다.
『아프지 않고 크는 아이는 없다』에서 무척 인상 깊었던 문장이 “사랑해서 예민하다”라는 것이었다. 종종 아이의 문제라 더욱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데, 많은 이들은 이를 두고 “과민”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그녀는 마치 언니처럼, 사랑하기에 예민하다고 표현해준다. 엄마의 예민함을 도닥여주고, 또 여러 아이가 가진 예민함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그러면서도 다시 의사로 돌아와 그것을 완화시켜 조금 더 나아지게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 어떤 면에서 보면 『아프지 않고 크는 아이는 없다』는 뜨거운 공감에 엉엉 울다 보면, 어느새 주사를 맞고 나오는 병원 같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몸과 마음을 돌보는 책”이라고 정의했다.
『아프지 않고 크는 아이는 없다』의 서문에 그녀는 이 책을 “내 이야기”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우리의” 이야기 같았다. 아마 다른 이들도 『아프지 않고 크는 아이는 없다』를 읽으면 그런 마음을 느낄 것이다. 아픈 아이를 두고 출근하며 속으로 엉엉 울고 있는 나약해진 어느 날의 '나'의, 아이가 아픈 게 내 탓 같아서 내 마음에 생채기를 내는 어느 날의 '우리'의.
이 책을 읽다가 깨달은 사실인데, 사실 나는 이미 어느 정도 강해져 있었다. 핸드백 대신 유축기 가방을 들고 출근을 하던 그때도, 아픈 아이를 친정에 맡기고 억지로 웃으며 엘리베이터를 타던 그날도, “애 엄마가 독하게 일해서 승진하네” 소리를 듣던 날에도 나는 매일매일 강해지고 있었다. 또 조금 나아지기도 했다. 아이의 작은 상처에 덜 민감해졌고, 38도 정도까지는 해열제로 상태를 '두고 볼' 수도 있게 되었다.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나 스스로를 나약한 엄마로, 부족한 엄마로 취급했던 것 같다. 『아프지 않고 크는 아이는 없다』를 읽으며 나 자신에게 “애들은 원래 아프면서 크는 거야. 소소하게 잔병치레만 하도록 잘 키웠어. 워킹맘으로서 그래도 안 굶기고 잘 키웠어. 내가 종종거린 덕분에 우리 아이가 이렇게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랐잖아?”하고 칭찬을 했다.
『아프지 않고 크는 아이는 없다』는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고 울다 보니, 어느새 마음 처방전을 들고나오는 묘한 병원 같았다. 부디 당신에게도, 꼭 맞는 처방전이 되어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