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옥상에 올라가기 귀찮아서 빨래를 실내에서 말렸다. 아파트처럼 베란다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밤새 뜨끈뜨끈할 보일러 선따라 건조대를 세워두면 바짝 마른 얼굴로 아침을 맞는다. 해마다 게으른 아줌마의 겨울나기였다. ^^

지난 주부터 어찌나 햇살이 눈부시게 유혹하는지 '이제 빨래를 밖에다 널어야겠다' 생각하면서도, 또 옥상까지 올라가긴 싫어서 밍기적거렸다. 오늘 아침은 산뜻한 햇살을 거부하지 못해 옥상까진 아니어도 마당에 빨래를 널었다. 아~~ 빨래를 널고 보니, 살포시 춘설이 날리는거다. 햇살과 더불어 내기하듯 내리던 춘설이 어느새 밀렸는지, 이젠 눈부신 햇살이 승자의 미소를 짓는다.

아~~~ 봄이 시작되는구나! 봄 햇살에 겨우내 웅크렸던 나무들이 기지개를 켜듯, 청춘남녀들의 사랑도 열리겠구나. 호~~ 부럽다! 불혹에 흔들리던 아줌마의 청춘은 한 발작 앞에 있는 지천명에 살짝 숨을 멈춘다. 아서라~~제 사랑 곁에 두고 딴맘 먹는 족속들 탓하던 날이 있었으리니, 시 한편으로 위로받으심이 어떠리!

   
 

 자전거의 연애학        -손택수-

  홀아비로 사는 내 늙은 선생님은 자전거 연애의 창안자다 그에 따르면 유별한 남녀 사이를 자전거만큼 친근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없다 일단 자전거를 능숙하게 탈 줄 알아야 혀 탈 줄 안다는 것, 그건 낙법과 관계가 있지 나는 주로 하굣길에 여학교 근처를 어슬렁거리다 점찍어 둔 가방을 낚아채는 방법을 썼어 그럼 제깐 것이 별수 있간디, 가방 달라고 죽어라 뛰어오겠지 그렇게만 되면 만사가 탄탄대로다 이 말이야 지쳐서 더 뛰어오지 못하는 여학생 은근슬쩍 뒤에 태우고 유유히 휘파람이나 불며 달려가면 되는 것이지 뒤에서 허리를 꼭 잡고 놓지 못하도록 약갼의 과속은 필수항목이고, 그렇게 달려가다 갈대숲이나 보리밭이 나오면 어어어 브레이크가 말을 안듣네 이를 어째 가능한 으슥한 곳을 찾아 재깍 넘어지는 거야 그러고는 아주 드러누워버리는 것이지 어째 허리가 펴지질 않는다고, 발목이 삐끗했나보다고, 아무래도 여기서 쪼깐 쉬어가는 게 낫겠다고....... 아울러 이 모든 일엔 품위가 있어야 혀 서화담이 황진이 만나듯인 아니더래도 서규정*이 직녀를 만나듯은 격이 있어야 된단 이 말씀이지 이것이 요즘 너희 젊은것들 잘 나가는 오토바이나 스포츠카로는 감히 엄두도 못 낼 자전거 연애라는 것이야 허허허 좋은 세상이란 그런 것이지 젊으나 젊은것들이 불알 두 쪽만 갖고도 연애를 걸 수 있는 세상이지 그는 술잔을 기울이며 한 말씀 더 남기신다 그런데 그 맛에 너무 깊이 빠지면 못써, 잘못하면 나처럼 이 나이껏 혼자서 살아야 할 테니께.

*서규정 '직녀에게' 빛남출판사 1999.

 
   

요즘에 청춘남녀들은 어떤 곳에서 어떤 식의 연애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피가 뜨겁던 사랑 감정이야 시대 따라 다르랴?  아~~ 봄이다. 병아리들은 유치원에서 신나고 아이들은 새학년이 되어 즐거우리. 이제 선남선녀 청춘들은 사랑을 시작하기에 좋은 계절 아니겠는가!

아줌마는 옛날식 사랑을 읊어주신 손택수의 시집 '목련전차'나 꿰차고 봄을 시작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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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8-02-17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도 실내에서 말리고 있답니다. 베란다에도 나가기 귀찮아요~~ 겨울 빨래는 자연 가습기 역할^*^
자전거 연애학 운치 있습니다.

순오기 2008-02-17 17:15   좋아요 0 | URL
청춘이 부러워서 살짝 질투나는 아지매!^^

L.SHIN 2008-02-18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데요, 시. ^^

요즘 낮의 햇빛이 제법 따뜻해졌죠? 그래도 바람은 아직 차가우니 감기 조심하세요.

순오기 2008-02-19 01:28   좋아요 0 | URL
그래요. 햇살은 따사로운데 바람은 여전히 차가운...그래도 봄내음이 몰려오는 그 맛이 좋아요!!

산사춘 2008-02-19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오늘 따땃한 햇빛 아래서 자전거를 열심히 탔구요,
할아버지들 많이 만났답니다.
총각들은 밤에만 타나벼요. (너만 백수여!)

글을 보니 사심끼는 춘 올림


순오기 2008-02-19 02:17   좋아요 0 | URL
호호호~ 요즘 햇살이 정말 좋아요.
자전거도 탈줄 모르는 아지매는 그저 부러워요!
사심끼는 춘님, 총각 하나 싣고 달려보시와용.^^
 

혹시, 그림책을 유아들이나 읽는 책으로 생각하세요? 한글을 읽을 줄 아는 아이들이 글자는 조금이고 그림이 주로 차지한 책을 보면 안된다고 생각하나요?

그림책은 0세부터 100살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책이라, 어쩌면 유일하게 나이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책이 아닐까? 그림책에 대한 오해, 글자가 적은 책은 쉽고 수준이 낮다고 생각해 초등 1,2학년이 되면 글자가 빽빽히 들어찬 책을 쥐어줘야 안심하는 건 아닌지? 하지만, 그림책이 수준이 낮거나 독서의 질을 떨어뜨리는 건 아니다. 그림책은 문학, 과학, 역사, 인물, 철학 등 모든 주제를 다루기에, 여러 분야의 그림책을 읽은 아이는 다른 책도 쉽게 받아 들인다.

그림책은 아이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예술작품으로 잘 그린 그림책은 한 폭의 명화와 같다. 좋은 그림책을 많이 본 아이들은 색감이 좋고 형태도 잘 그리며, 상상력도 뛰어나 화면도 척척 잘 구성해낸다. 우리 아이들은 셋 다 그림책을 보며 미술적인 감성과 감각을 키웠고, 스무 살, 열여섯 살, 열네 살이 된 지금도 즐겨보는 그림책 매니아다. 그림에 대한 감성과 재능을 키울 수 있는 그림책을 주제별로 정리해 본다.

오늘은 책을 주제로 유아부터 어른까지 즐길 수 있는 그림책을 주인공으로 모시는데, 다 외국책 뿐이다. 우리 창작 그림책은 없는지 생각나지 않으니, 아시는 분은 알려주세요!

아이들은 '샤를 엠마뉘엘'이라는 프랑스적인 주인공 이름을 불러대며 좋아했다. 특히 요 녀석이 책을 읽을때마다 ?를 '물음표'라고 소리내는 것을 따라했다. 글을 모르는 햄스터들이 나오니까 아이들은 책 읽을 줄 안다고 우쭐댔고, ?를 '무름표오오'라고 쓴 햄스터들을 한껏 조롱하는 즐거움도 느끼는 책이다.^^

 

 

'소금 톡톡, 후추 톡톡' 하면서 책을 먹는 여우를 재밌어 한다. 
"책은 읽는 것인지 먹는게 아니야!" 소리치던 녀석들은 책을 먹는다는 게 무슨 뜻인지, 좋은 책이란 어떤 것인지 깨달을 수 있는 책이다.

 

 

내용과 제목이 안 어울려서 '아름다운 책'이 아니라, '쓸모있는 책'이라고 붙여야 될 것 같은 이야기다. 실제 생활에서도 책은 여러모로 쓸모 있다는 공감을 하게 한다. 책 내용을 실제처럼 느끼며 책에 빠져드는 동생 빅토르가 사랑스럽다. 반전이 맘에 드는 쓸모있는 책!

 

"히야~이런 것들이 애완동물이야!" 애완동물의 수준에 눈이 휘둥그래지고, 도서관에 같이 갈 수 있는 애완동물이 마구 부러운 녀석들! 하지만 도서관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으로 도서관 출입을 하는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최고다!

 

 

책을 좋아하는 엘리자베스 브라운처럼 "나도 나중에 저렇게 할거에요" 생각하는 녀석들이 한 둘쯤은 생긴다. 세상을 위한 비전을 갖는다는 의미에서도 참 좋은 책으로 추천한다. 나도 엘리자베스 브라운 같은 삶을 꿈꾸며...

 

 

자기 전에 읽은 책 속 주인공이 내 꿈속에서 함께 논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지만 꿈 속에서 나를 잡아먹으려는 늑대가 침을 줄줄 흘리고 있어도 과연 재미있을까? 하하하~~ 누가 저 늑대를 물리칠까?

 

요즘의 도서관은 다 전자화되어 조금 맞지 않는 부분을 발견하지만, 옛날엔 그랬구나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학교마다 도서관이 있고, 대출시스템이 좋은지라 연체의 공포를 느꼈던 아이들은 책 속 비벌리에 공감한다.

 

책을 읽어주다 피곤한 엄마는 잠이 들고, 책 속의 곰은 새끼들의 먹이를 찾아 나온다. 엄마와 곰이 자리 이동을 하여, 엄마는 책속에서 잠들어 쉬고 싶다는 소원을 이룬다~ 헉, 그럼 곰이 엄마 대신 우리집으로 온단 말이야?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이해하기 좋은 책이다. 딱딱한 내용이지만 만화로 되어 있어 좋아했다. 이 다음에 만화가나 작가를 꿈꾸는 아이들의 필독서로 추천한다.

 

"와작와작 꿀꺽 책을 먹으면 맛이 있을까?" 궁금해서 나도 이 책을 먹어보고 싶다~~~~ 이 책은 아직 못 읽어서 뭐라고 할 말이 없어용!ㅠㅠ

 

 

'용이랑슬이랑'님 페이퍼에서 본 생각이 나서 미리보기 했더니, 여기에 넣어도 될 듯해요. 음~~ 이 책도 기회 되면 봐야겠어요. 리뷰는 그때...... ^^

 

흑백의 연필삽화로 도서관의 이곳저곳을 보여준다. 분류별 도서영역을 설명하는데 유치원기 아이들에게 좋을 듯하다. 엄마와 같이 도서관 나들이 경험이 있는 아이라면 다 알아들을 수 있는 이야기.

 

 

를리외르란 책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직업이다. 책을 아름답게 오래 보관할 수 있게 한다니 얼마나 매력적인가! 수채화 그림과 더불어 마음을 앗아가는 책! 많은 분들이 좋다고 추천하기에 이번에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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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8-02-16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진 책들이에요. 또 추천, 꾸우욱~
전 아직 못 읽어보았습니다만 ... 우리나라 책으로 '나는 책이야'라는 책이 있던데요 ~

순오기 2008-02-16 19:57   좋아요 0 | URL
음, 미리보기로 봤더니 그림책은 아니고 초등저학년을 위한 동화로군요.^^

bookJourney 2008-02-16 21:25   좋아요 0 | URL
음, 그렇네요. '책 먹는 여우'와 비슷한 수준이라 생각했는데, 글이 좀 더 많은 것 같네요. ^^;;

세실 2008-02-17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책과 관련된 우리나라 그림책을 본 기억이 없습니다.
음 제가 한권 쓸까요? ㅎㅎ

순오기 2008-02-17 17:01   좋아요 0 | URL
그렇죠, 동화책은 있는데 그림책은 저도 본 기억이 없어요.
세실님이 쓰면 정말 좋겠군요. 그림 그릴 분은~~~ 알라딘에서 공개모집하고요!^^ 진짜 한번 해 보세요~~ 네!!
 

우리집에서 자주 입에 오르는 '아직 교복도 안 입어본 것이~' 라는 말이 있다. 뭔 소리냐면, 이제 교복을 벗게 된 큰딸이 막 중학교에 입학할 막내를 기죽일때 하는 말이다. 이 말은 여러가지 뉘앙스를 담고 있다. '감히 언니랑 맞먹으러 들어?'라는 의미부터, '넌 세상을 알려면 아직 멀었어!'까지.^^

대부분 그렇듯 맏이들은 태생적으로 착하기도 하지만, 환경적으로 착함을 강요받기도 한다. 우리 큰딸은 어려서부터 말이 통하는 아이여서 까탈을 부리거나 막무가내로 떼쓰는 일이 거의 없었다. '요런 아이라면 열이라도 키우겠다'고 주변에서도 많이 칭찬한 아이였다. 그래서 겁없이 둘째와 셋째까지 낳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둘째부터 심상치 않은 고집을 발견했고, 그걸 꺾으려면 애 잡을 것 같아서 엄마가 일보 후퇴한 쓰라린 기억이 있다. 이에 한 술 더 떠 셋째는, 세살 때 무얼 사 달라고 길에 누워 박박 울기도 했다. 그 황당함이라니~~ 헐!

내가, 길바닥에 엎어져 떼쓰는 아이를 키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래서 애 셋을 키우고 보니, 남의 자식에 대해 함부로 말하면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자식이 어떤 녀석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ㅎㅎ 그런 떼장이던 셋째가 세살 때 발바닥 몇차례 맞은 것 외엔, 아직까지 크게 엄마 맘을 상하게 하지 않았다. 셋째나 되다 보니 스스로 생존의 법칙을 일찍 터득한지라, 언니 오빠에게 삐쳤다가도 먼저 사과하며 사랑받게 처신한다. 지금도 아빠나 언니 오빠 때문에 엄마가 속상한 일이 있으면, 잠자리 들기 전에 살짝 다가와 엄마의 맘을 토닥여 주거나 위로의 메일을 보내는 딸이다. 역시 '제 귀염 제가 받는다'는 말을 실감나게 하는 사랑스런 셋째다.

이런 분위기라 자연스레 엄마의 관대함을 적용받는 딸이다. 셋까지 키우면서 엄마가 귀찮거나 심드렁해져서 대충하게 되는 일도 많은데, 특히 방학숙제 같은 과제물이나 아이들 행동거지에 대한 엄격한 엄마의 잣대가 느슨해지게 된다. 이런 걸 발견했을 때 첫째와 둘째의 반응은 경악하다 못해 엄청 억울해 한다. '우리한텐 엄마가 저렇게 안 했는데...' 구시렁거리거나, 때론 실실 웃으며 촌철살인의 멘트를 날리기도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셋째는 엄마 모시고 산다 했잖아!' 라고 응수하면, "누나, 엄마는 지존이야. 감히 따지러 들지 마!" 하는 아들녀석은 누나와 완전 짝짜꿍이다.

그렇다고 셋째를 따돌리거나 구박하는 건 아니다. 셋이 아주 죽이 맞아 수다도 잘 떨고 별별 놀이를 다 하며 삼남매 놀이터를 연출한다. "엄마가 셋 낳기를 잘했지? 너흰 엄마한테 감사해야 해. 역시 나의 탁월한 선택이었어!"라며 본연의 잘난 척쟁이 엄마로 돌아가준다. "으~~ 엄마의 저 잘난 척을 언제까지 들어야 해. 엄마는 뭐든지 너무 당당해서 웃기는 거 알어?" 라면서 총 공격의 속사포를 퍼부어댄다. 흐흐~ 그래도 셋 낳은 건 탁월한 선택이다! ^^

나의 고질병인 삼천포행은 이쯤에서 접어두자. 쓰잘데없이 삼천포로 빠져 주절거리다 내가 뭘 쓸려고 이 말을 시작했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아~~~ 그렇지, 어제 큰딸 졸업식에서 본 '밀가루 교복' 얘기를 하려던 거였구나~ ㅎㅎㅎ 잠도 안 자고 페이퍼 끼적이면서 주제와 너무 동떨어지는 얘기를 쓰고 있다니, 정말 한심한 엄마 되시겠다. 크~~~~ 그래도 우선 사진부터 보시와용!
교실에서 밀가루를 뒤집어 쓰고 졸업식장으로 가는 여학생들을 복도에서 만났다. 가만히 뒤따라 가며 한 방 찍을까 망설이는데, 계단 거울에서 모습을 비춰보는 여학생들이 귀여워 말을 붙였다.

 "앞으론 입고 싶어도 못 입을 교복인데, 아줌마가 사진 하나 찍어도 될까?"  "예, 오늘이 마지막이죠. 사진 찍으셔도 돼요."

작년엔 수상자를 제외한 졸업생 거의가 사복을 입고 왔는데 보기 안 좋았다고, 이번 졸업생들은 스스로 교복을 입자며 문자를 보내고 분위기를 띄웠단다. 그래서인지 남학생이나 여학생 극소수를 제외하곤 다 교복을 입었고, 밀가루를 뒤집어 쓴 학생도 몇 없었다. 졸업식이 끝나고 밖에서 밀가루가 날렸으니 그 후엔 좀 늘었겠지만. 아이들도 자율의 맛을 보면 타율이 좋았다는 걸 깨닫게 되나 보다. 사실 에너지 넘치는 10대의 청춘을 교복으로 구속하는 것도 일종의 폭력(?) 아닐까 생각들때도 있지만, 그 시절이 지나고 보면 돌이킬래도 돌아갈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 된다. 그래서 우리 딸도 교복을 입은 전신을 한 컷 찍었다.

교복 얘기하니까 생각나는데, 우리 딸은 초등 5학년까지 손톱 발톱 깎아 준 엄마 때문에 스스로 못하는 일이 많다. 그중에 끈 묶는 것을 진짜 못해서 중학교까지 운동화 끈이 풀어지면, 친구들이 다시 묶어줘서 신고 다녔단다. 헐~~ 그 얘기를 고등학교 교복 셔츠에 묶인 끈을 보면서 고백했다. 아침마다 현관에서 셔츠의 끈을 묶어주는 엄마한테 엄청 구박받으며 끈 묶는 걸 배워야 했다. 졸업식에 신었던 캔버스화도 남동생이 끈을 묶어주었단다. 내가 못 살아~ 그래서 기념으로 한 컷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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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아무래도 '엄마의 시행착오' 작품이라는 말이 맞는 듯하다. 덕분에 막내는 유치원때부터 과일 깎는 걸 언니 오빠랑 배웠고, 초등 1학년부터는 실내화도 빨았다. 이러니 나의 사랑받는 셋째가 될 수밖에 없었다. ^^

'아직 교복도 안 입어본 것이~'라는 말을 자주 들어도, 언니 오빠랑 대화가 통하며 언니보다 스스로 할 줄 아는게 많으니 눈높이는 맞는 듯하다. 그래도 막내여서 새것보다는 물려받는 게 많은데도 투정하거나 불만이 없다. 그게 또 짠해서 새로 뭘 사준다면 그저 황송한 듯 고맙게 여긴다. 졸업식에 줄 꽃다발도 언니에게 줬던 사탕부케를 재활용한대도 좋댄다. 사실 요 사탕부케는 2년 전 아들 졸업식에 생화를 넣어 만들었던 건데, 큰딸은 꽃은 넣지 말라해서 예쁜 사탕만 사다 다시 조립했다. 나는 좀 미안스럽고 초라해 보이던데, 딸아이는 어떤 꽃다발보다 돋보였고 엄마가 만들었다니 친구들이 부러워했다면서 뿌듯해했다. 막내 졸업식에는 사탕을 새로 추가하고 테두리는 동글동글하게 바꿔서 조립할 예정이다. 교문앞에서 팔던 꽃다발은 꽃 몇송이에 13,000원부터 받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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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아직 교복도 안 입어본' 막내지만 마음 씀씀이는 언니 오빠와 같은 혹은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 셋을 낳으니 막내는 무엇이든 언니 오빠의 어깨넘어 학교에서 저절로 배우고 터득한다. 자아~~ 그러니, 아직 셋째를 망설이는 분이나 혹은 미혼이신 선남선녀들은 셋째 낳기를 겁내지 마시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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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8-02-14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거거걱 흐뭇하게 보다가 마지막 한 줄에 부랴부랴 도망가려구요. ㅎㅎㅎ

순오기 2008-02-14 09:05   좋아요 0 | URL
헤헤헤~ 조선인님은 아직 해람이가 어리니까 이런 부담 안 가져도 돼요!^^
그럼 해람이가 더 크면 부담을 팍팍~~~ 느끼라는 멘트일까?ㅋㅋ~~

뽀송이 2008-02-14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 졸업 무지무지 축하드립니다.^^
참 예쁘군요.^^ 머리에 공 좀 들였겠어요.^.~
사탕부케도 먹고 싶어요.^^;;
저렇게 예쁜 얼굴로 아가들 사랑하는 멋진 선생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교대가서도 열심히 잘 하리라 기대됩니다.^^

순오기 2008-02-14 09:56   좋아요 0 | URL
ㅋㅋ머리에 공들인 게 보이나요?
졸업식 전날 머리 자른다고 저녁때 쯤 나가더니 허걱~ 파머를 하고 왔어요. 애들 전부 다해서 자기만 쪽 팔린다나 뭐라나~~~ 요새 애들은 내 딸부터 못 말려요, 못말려!

2008-02-14 15: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14 1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뽀송이 2008-02-14 20:04   좋아요 0 | URL
^________________^
행복한 저녁시간 되시와요.(^^)(__)

행복희망꿈 2008-02-14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쁜 따님 졸업을 축하드려요.
저는 교복을 입어보지 않고 학교을 다녀서 그런지, 교복도 나름 좋아보여요.
요즘 아이들은 많이 싫어하는것 같지만 말이죠.
직접 만드신 꽃다발(사탕다발) 정말 이쁜데요. 정성도 담겨있구요.
따님의 앞으로의 새로운 출발에 행복이 가득 하길 기원합니다.

순오기 2008-02-14 17:33   좋아요 0 | URL
헤헤~ 아침 일찍 방문하셨네요. ^^
꿈님은 교복 안 입은 세대구나~ 나름 자유로움도 있었겠지만 아쉬움도 있을 듯하네요. 뭐든 못 해본 거 다 아쉽겠지만...
사탕부케나 꽃다발도 이젠 만들기 귀찮아서 대충 쉽게 해버려요~ 이게 나이 먹는건가 봐요!ㅠㅠ

해적오리 2008-02-14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퍼의 제목은 저에게도 해당되는 사항이네요. ^^
따님 졸업 축하드립니다.
엄마랑 따님이랑 정말 많이 닮으셨네요.
가끔 이렇게 사진을 올려주시는 분들을 보면 제 사진도 함 올려볼까 하다가...유혹만 받고 맙니다. ^^

순오기 2008-02-14 10:23   좋아요 0 | URL
ㅎㅎ닮았나요? 우리 딸은 자기가 외모는 아빠 닮고, 성질은 엄마 닮았다던데... 그럼 우리 부부가 닮은꼴이라는거구낭! ^^
해적님은 교복이~~~ 우리의 사랑스런 주인공, 잭 스패로우가 입은 것 같은 것이 아닐런지? 헤헤~ 아니라면 사진으로 증명해보세요! ^^

프레이야 2008-02-14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결론은 또 삼천포다요~
큰딸 졸업을 축하해요~~ 교복이 참 예뻐요. 사복으로 입어도 되겠는걸요.
캔버스화도 상의랑 어울리고요.. 순오기님도 그동안 고생하셨어요.^^

순오기 2008-02-14 10:46   좋아요 0 | URL
ㅎㅎㅎ 결론은 확실히 삼천포~ 못 말리죠.ㅋㅋ
그러게요. 저 교복은 보관할까 생각, 나중에 우리 애들 기념관에 전시할려면요.^^

글샘 2008-02-14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교복에 밀가루 뿌리는 아이들 이해가 됩니다.
왜 안 그렇겠어요. 지긋지긋하던 저 교복인데.
엉덩이가 뻔질거리도록 하루에만도 십여 시간을 입고 빠대던 옷인데...
저 옷 때문에 맨날 공부했던 건 아니지만, 학창 시절의 답답한 공기를 툭털어 버리는 의미로 밀가루도 뿌리고 교복도 찢고 하는 거겠지요.
아마도 교대는 고교 시절보다 더 답답하게 공부해야 할는지도 모릅니다.^^
졸업시키시느라 고생하셨어요. 축하합니다.

순오기 2008-02-14 10:53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고생은 정말이지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이 했지요.ㅠㅠ
하여간에 그 좋은 시절을 그렇게 보내야 한다는 것이 짜안~~합니다.
교대는 정책에 순응하는 인간을 키우는 곳이라며, 우리 딸이 면접보러갈 때 너무 강해 보이니까 좀 어벙해 보이도록 앞머리 자르고 가라는 선생님의 조언이 있어, 정말 앞머리를 씀벙 자르고 갔었어요.^^
그래서 알바는 꿈도 꾸지말고 후회없도록 도서실에 박혀 지내라고, 지금은 마음껏 놀고 있어요. 11월 15일부터 지금까지...ㅠㅠ

BRINY 2008-02-14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학교는 일부러 사복(정장) 입게 해요. 저거 못하게 하려구요. 헌 교복 입고 밀가루 범벅되서 그냥 옷버리려는 속셈들인데, 비싼 새옷 입으면 안하거든요.

뽀송이 2008-02-14 15:08   좋아요 0 | URL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순오기 2008-02-14 17:35   좋아요 0 | URL
좋지만, 또 졸업식에 입을 옷 사느라 휘청거리는 문제가 생기잖아요.
어차피 졸업하고 입어야 할 옷이라 겸사 겸사 좋을 것 같기도...^^

울보 2008-02-14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교복을 입어보지 못햇는데 후후
그런데 저 밀가루 뿌리기는 예나 지금이나 하는군요,,,셋째 둘째도 겁나서 못났는 엄마라 할말이 없네요,,

순오기 2008-02-14 17:37   좋아요 0 | URL
이궁~ 울보님, 교복을 못 입으셨구나.
셋째 얘기는 웃자고 하는 거니까, 스트레스 받으심 안돼욧! ^^
류는 둘 셋 역할도 충분히 할 것 같던데요.

무스탕 2008-02-14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애기^^ 졸업 축하합니다~ :D
꽃다발 정말 이쁘네요. 울 지성이도 내일 졸업인데 전 그냥 사줄 생각이에요.. --;;



순오기 2008-02-14 17:39   좋아요 0 | URL
초등학교 졸업인거죠? 우리도 다음주에 막내가 졸업해요.
꽃다발이 사진에 산뜻하게 나오니 좋아요. 우리는 꽃값 안 들려고 재활용이에요.^^

웽스북스 2008-02-15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를 꼭 닮은 딸이군요- 꽃다발을 실용적으로 만들어주던 건 저희 엄마랑 비슷하세요

순오기 2008-02-16 09:07   좋아요 0 | URL
호호~ 우리딸은 웬디양과, 저는 웬디양 어머니와 닮았군요.^^

bookJourney 2008-02-15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쁜 큰따님, 졸업 축하드려요~~
알콩달콩 행복한 풍경이에요 ~~~~

순오기 2008-02-16 09:09   좋아요 0 | URL
감사~ 어느새 고등학교를 졸업하는군요. 대견~ 뿌듯!!
우리집의 행복풍경은 좀 변화무쌍하답니다.^^
 

어제 12일 큰딸이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1,2,3담임선생님들을 뵐려고 좀 일찍 나서 교무실에 들러 잠시 이야기 나누고 준비한 책을 드렸다. 그 동안의 관심과 지도에 대한 엄마로서의 감사표현이다. 내가 12년간 학부모로 지키려 노력한 게 있다면, 학년이 끝날 때 담임선생님께 작은 선물을 드린 것이다. 대단한 선물은 아니고, 장미꽃 몇 송이거나 책 한두권 드리는 수준이었다. 특별히 술을 좋아하신 선생님께는 술을 드린 적도 두어번 있다.

결혼 전 유치원에 5년 있었는데, 무슨 때마다 선물을 주시던 엄마들 중에 졸업식에도 선물을 주시는 분은 한 두분이었다. 그때 '이 어머니는 정말 고마워하시는구나!' 그런 느낌이었고, 나 역시 보람과 기쁨을 맛본 작은 행복이었다. 그래서, '이 다음 학부모 되면 학년이 끝날 때 꼭 감사표현을 해야겠구나.' 맘 먹었고 지금껏 지키려고 노력한다. 두어 번 그냥 지나친 적이 있었는데 맘에 걸려서, 나만의 만족일지 모르지만 여전히 작은 선물이라도 하는데 책이 딱 좋더라는 얘기다.^^

한 분은 1,2학년 두번이나 맡으셨는데, 우리 경제사정을 이해하고는 교육청의 학비지원과 교내외 장학금을 받을 수 있게 신경 써 주셨다. 다행히 딸애가 열심히 해 준 덕분에 학교 장학금도 받았고, 인터넷으로 접수했던 S장학금도 받아 졸업까지 학비 걱정은 안하고 다녔다. 3년간 딸애가 받은 장학금과 학비지원금까지 합하면 470만원 정도 받았으니, 가계에 큰 보탬이 되어 감사할 일이다.

S장학금은 6월에 학교추천과, 일반은 인터넷 접수하던데 성적에 관계없이 공부계획과 가정 형편을 서술하면 되니까 관심있는 분은 알아보면 좋을 듯하다. 고등학교는 기본 학비 외에 들어가는 돈이 또 그만큼은 들어간다. 우리 애는 고3때 기숙사에 있어서 더 들었는지도 모르지만, 하여튼 엄청 들어간다.(잠시 삼천포로 빠졌다~ㅠㅠ)

두 분 담임선생님은 다 영어선생님이셨는데 큰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e지식'을 드렸고, 한 분은 우리 둘째와 막내랑 같은 반이었던 친구 엄마로 요모조모 신경 써 주시며 수학문제집을 여러번 주셨기에, 선생님의 두 딸들(중학생)이 볼 '조선 블로그'를 선택했다.

 

 

 

 

다음주 화요일은 막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한다. 내가 삼남매를 12년간 보낸 학교여서 마치 내 학교를 내가 졸업하는 기분이다. 12년 동안 나름 극성엄마로 봉사도 많이 했고, 자모회나 학운위로도 참여했기에 감회가 남다른 섭섭함이 크다. 학운위에 졸업생 엄마가 셋이나 되어 뜻을 모아 졸업식날 전 교직원께 점심을 대접하고, 6학년 선생님들께는 책 한 권씩 선물하기로 했다. 전체 'e지식'을 드릴까 하다가 이왕이면 선생님이 원하는 책을 드리자 싶어 신청받았더니 여덟 분이 고른 책이다. 

 

 

 

 

 

 

 

 

'e지식'은 갖고 계신 분이 많았고, 새내기 엄마이거나 아빠인 선생님은 역시 부모로서의 의미가 큰 듯해서 고른 책이 이해되었다. ^^

파피용은 요것으로 구입해 파피용은 선생님 드리고 개미만화는 우리가 갖기로 했다. 파피용은 집에 있는데 만화개미가 욕심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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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따삐야 2008-02-13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왓! 분명히 좋아하실 거여요.^^

순오기 2008-02-13 17:30   좋아요 0 | URL
책 받으면 무조건 좋은거겠죠? ㅎㅎ

책향기 2008-02-13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오기님께 한 수 배우고 갑니다. 저도 우리 큰 애 선생님께 책 선물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감솨~*^^*

순오기 2008-02-13 17:31   좋아요 0 | URL
제 기준으로 그냥 책이 제일 무난하고 좋은 듯해서요.
그리고 버리기 전까진 항상 남아 있으니까요.^6^

세실 2008-02-13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멋지십니다.
근데 호호혹시...책을 들추어 보심 어떡하죠?(불손한 생각)

순오기 2008-02-13 17:32   좋아요 0 | URL
호호~~ 뭔 말인가 잠시 생각했어요. 불손한 의도가 전혀 없는 선물이라 불손한 생각도 전혀 해 본 적 없는 순오기는 정말 순진해!! ^^

bookJourney 2008-02-13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져요~~ (전 어른책 고르는 건 자신이 없어서 망설이거든요 ^^;;)
저는 가끔 낱개로 포장된 떡을 드렸어요. 직장에 다니다 보면 제때 밥을 못챙기는 경우도 있다 싶어, 순전히 제 기준으로 말이지요 ... 그랬더니, 어떤 친구가 "혹시 떡 상자 바닥을..?"이라고 질문하더군요. 순간, 당황~ ^^;;

순오기 2008-02-13 19:46   좋아요 0 | URL
ㅎㅎ'혹시 떡상자' 불손한 생각은 학부모가 먼저 접어야 해요.
일년에 한 두번은 고구마도 쪄서 보내고, 김밥도 싸고, 떡은 찬합 가져가 담아서 보냈죠. 선생님이 정말 내맘에 들때...그러면서 혼자 즐겁고 행복하다죠! ^^

글샘 2008-02-13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떡상자 책은 받아봤는데요... ㅠㅜ 정말 책은 아직 못 받아 봤네요. ㅋㅋ
정말 좋은 생각인 듯 합니다. 저도 학년말에 한번 해 봐야쥐.

순오기 2008-02-14 01:18   좋아요 0 | URL
선생님께서 좋은 생각이라 하시니, 정말 기분 좋은데요.^^
소박한 감사의 마음을 주고 받는 것은, 우리의 아름다운 '정'문화겠죠!

마노아 2008-02-15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학부모님이에요. 멋진 선물에 감동 물씬!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거예요.

순오기 2008-02-15 11:32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오늘 광주는 햇살이 너무 좋아요~ 서울도 좋은가요?
선생님께 기억되는 학부모도 좋을 것 같아요.^^
 

엊그제 숭례문이 불타서 무너져 내리는 걸 지켜보며, 억장이 무너지던 대한민국 사람들~~~~~ 모두가 역사앞에 '죄인'된 심정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가슴은 불에 타지도 무너져 내리지도, 더구나 '죄인'이란 의식은 없는 듯 보였다. '네탓'이라 떠넘기기에 급급한 관리자들, 새 정부가 아닌 현 정부를 비난하기에 바쁜 그들은 -초등생도 눈물흘리며 몸둘바를 모르는데- 부끄러움이 전혀 없었다.

반성하거나 자기성찰을 모르는 그~~~~~들을 보며 '윤동주'가 생각났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서시'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그들은 불타는 숭례문을 보면서 부끄럽지 않았을까? 숭례문이 무너져 내릴 때, 그들의 가슴은 무너지지 않았을까? 아~~ 부끄럽다~~~~~~

   
 

 서시       -윤 동 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2006년 9월, 학부모독서회에서 '정본 윤동주전집'을 읽고 토론하며, 우린 많이 부끄러웠다.
초등생들도 2학년 2학기 <쓰기>에서 '눈'이란 시로 윤동주시인을 만난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이런 예쁜 마음과 감성을 키워가야 할 아이들이, 오직 입시를 위한 성적위주의 교육에 내몰리면서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이 되어가는 건 아닐까? 공부는 잘 했을지 모르지만 인간으로서 부끄러움을 모른다면, 겸손할 줄 모른다면 금수만도 못한 것이 아닐까? 심정이 착잡해서 무수히 출판된 '윤동주'를 만나며, 오늘은 '침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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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8-02-12 0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박완서의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가 떠올랐어요.
제발 ... 누가 그들에게 '부끄러움'을 가르쳐주면 좋겠어요.

순오기 2008-02-12 06:11   좋아요 0 | URL
안 주무세요?
나도 일찍 자서 일찍 깨어났지만...정말 많이 부끄러운 날이에요.ㅠㅠ
학교에서 국영수만 가르칠 게 아니라 부끄러움을 가르쳐야 돼요.
부끄러움을 알아야 사람인데...

무스탕 2008-02-12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숭례문 태워먹고 니 탓이네 내탓 아니네 따지고 있는 꼬라지들이 정말 얼마나 어이가 없던지..
뭐든지 너네들한텐 정치적 비판 꺼리밖에 안되는구나 싶어서 정치판 꼴도 보기 싫다는 생각을 다시한번 굳혔어요.

순오기 2008-02-12 17:13   좋아요 0 | URL
참, 이래저래 하는 짓거리 보면 심사만 뒤틀리고 심란하고...ㅠㅠ
우리 모두 겸손해져야겠단 생각이 마구 듭니다~~

전호인 2008-02-12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름대로의 변명꺼리는 다 있더라구요.
속상합니다.
대한민국의 자존심이 무너진 문화국치일!(어떤 신문에 있더라구요)

순오기 2008-02-12 17:13   좋아요 0 | URL
그렇죠. 우리의 자존심이 무너져내린 날...

비로그인 2008-02-12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래에 있는 마늘 이야기 보느라 이 페이퍼 내용은 다시 읽었답니다.
그냥 마늘 이야기 할게요.
저도 마늘을 전부 빻아놓고 냉동실에 넣어뒀다 씁니다.
마늘과 파만 정리해두면 요리하기 정말 수월해요,그죠?
마늘을 기억하며 부끄럼도 같이 기억합니다...(뭔얘긴지...)

순오기 2008-02-12 17:15   좋아요 0 | URL
마늘, 파만 손질해 놓으면 할 일 다 한것 같은 마음.^^
우리 모두 부끄럽죠 한없이......

프레이야 2008-02-12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보기 민망한 장면이더이다. 네 잘못만 따지는 측들이나 그걸 따져묻고
있는 국회의원들이나, 성금 걷겠다고 하는 사람이나..

순오기 2008-02-13 01:56   좋아요 0 | URL
참, 민망이 하늘을 찌르는데 그들은 모르다는 게 또 아이러니?ㅠㅠ
착잡한 이 심정을 그들은 모르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