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81 | 82 | 83 | 84 | 85 | 86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살청님의 페이퍼에서 '장진주사'를 보고 생각 나서 끼적여본다.

지난 토요일 KBS TV '한국사 전' (내가 유일하게 챙겨보는 프로그램)에서 송강 정철이 나왔다. 기축옥사를 몰고 온 정치인 송강에 대한 평가와 시인으로 본 송강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지만, 내가 그것을 왈가왈부할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니 그냥 덮어두고, 엄청나게 술을 좋아해 늘 취해서 정사를 봤다는 송강. 보기 딱한 임금께서 "딱 한잔만 마시라"고 은잔을 하사하셨는데, 송강이 두드려 펴서 늘렸다는 그 은잔이 가보로 전해지고 있었다. 하여간 이렇게 술을 좋아했으니 '장진주사'는 당연히 송강이 쓸만한 시였다. ^^

유홍준 선생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1'에 실렸는데, 내가 사는 빛고을에서 가까운 담양은 가사문학의 산실로 송강 정철의 고향 마을인 지실마을과 그의 정자인 '송강정'을 둘러볼 수 있다. 마노아샘과 소곤거렸던 '여름방학 광주이벤트'를 한다면, 바로 가사문학의 산실인 담양을 안내하려고 한다. 소쇄원과 더불어 송강정, 식영정, 환벽당, 취가정, 명옥헌... 등 누정문화를 흠뻑 맛볼 수 있다. 식영정 옆에 거대하게 솟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멋대가리 없는 '가사문학관'까지 둘러 보면, 가사문학의 자료도 만끽할 수 있다.

자, 본론으로 돌아와 '장진주사'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 유홍준선생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1'권 302~303쪽에 실린 내용을 옮겨본다. 물론 나도 공감하고 동의하기 때문이지만. ^^

한 잔 먹세그려, 또 한 잔 먹세그려
꽃 꺾어 세하면서 무진무진 먹세그려
이 몸 죽은 후에
지게 위에 거적 덮어 졸라매어 지고 가나
화려한 꽃상여에 만인이 울며 가나
억새, 속새, 떡갈나무, 백양 속에 가기만 하면 누른 해, 흰 달, 가는 비, 굵은 눈, 쌀쌀한 바람 불 때
누가 한 잔 먹자 할꼬
하물며 무덤 위에 원숭이 휘파람 불 때 뉘우친들 무엇하리

  이만한 낭만과 호기라면 한번쯤 가져볼 만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내가 송강의 '장진주사'를 무작정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내게는 그럴 만한 풍류도 허무도 없다. 더더욱 마지막 구절 "원숭이 휘파람"이라는 표현은 아주 못마땅하다. 송강은 원숭이를 본 일도 없었을뿐더러 동시대 독자인들 그런 이국의 짐승을 알 리 만무한데 왜, 그것도 마지막 구절에 집어넣었는가? 만약에 '송장메뚜기 뛰놀 때'라고 했으면 확연히 그 의미가 살아나는 것이 아닐까.

  나는 여기에서 송강과 송강시대 지식인의 한 단편을 본다. 모든 것을 자기 정서에 내맡기지 못하는 불안감, 뭔가 남 모를 유식한 끼가 있어야 차원이 높아 보이고, 이국적인 냄새도 약간 풍겨야 촌스러움을 벗어날 것 같은 착각이 일어나는 자신감의 상실증인 것이다.

  나는 송강의 이 허구성을 우리 시대의 민족문학, 민족예술에서도 수없이 보아왔다. 평론, 시, 그림, 음악, 연극 모든 분야에서 부질없이 유식한 체하기도 하고 모더니즘 냄새를 풍기고 인용하지 않아도 좋을 명저의 구절을 인용하고......

  송강이 성리학의 세계관에 입각해 사물을 인식한 것은 그가 넘기 어려운 성벽 안쪽 일이었음을 용인하지만 나는 이 '원숭이 정서'만은 이해도 용서도 못한다.
--------------------------------------------------------유홍준의 글, 일부 옮김---------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노아 2008-01-23 0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 시리즈도 사두고 못 읽은 무수한 책 중에 하나였어요ㅠ.ㅠ
유홍준씨의 의견에 크게 공감해요. 여름방학 광주 이벤트 꼭 추진해요^^ㅎㅎㅎ

순오기 2008-01-23 08:36   좋아요 0 | URL
저도 줄줄이 사두었지만,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읽어요.
광주이벤트 참여하실분은 요 책부터 읽으라고~ 지금부터 분위기 띄울까요?^^
야양청스교 교주님부터 차례로 이벤트를 하시던데, 내가 순5기라 나도 이벤트 해야되는 분위기? ㅎㅎ

2008-01-23 1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23 1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23 14: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bookJourney 2008-01-23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담양에 꼭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직도 실행은 못하고 있지요.
그런데, 여름방학 이벤트가 뭐에요? 궁금*궁금 ^^

순오기 2008-01-23 23:12   좋아요 0 | URL
앗, 용이랑슬이랑님이시닷! 방가방가~^^
여름방학광주이벤트~~~~?? 조금 더 있다가 불어버릴게요!
오프에서 만나면 훨~ 먼저 불어버릴지도...^^

2008-01-24 0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01-24 00:59   좋아요 0 | URL
아하~ 그러시구나.
영어로? 헉~난 영어울렁증 300% 켁켁!!

전호인 2008-01-23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년에는 선조에게 완전히 찍혀(?) 귀양살이로 비참하게 살다가 가신 실패한 정치인이었던 셈이죠. 그렇게 말년을 살았기에 애환이 묻어나는 주옥같은 글을 많이 남긴 것은 아닐까를 생각해 봅니다.

순오기 2008-01-24 01:00   좋아요 0 | URL
그렇다고 나오더군요. 너무 커버린 송강을 선조가 팽~ 해버렸다고!
그냥 시인으로만 있었다면 참 빛났을거란 아쉬움이...
 

방학 쯤 되면 책따세 추천도서가 발표되기를 기다렸다. 삼남매 중 누가 봐도 책값은 톡톡히 하기에 구입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래서 방학과 동시에 책이 배달되도록 날짜를 맞추기도 했는데, 이번엔 차일 피일 하다가 늦어졌다. 아마도 여름방학에 구입한 책을 우리 아들이 많이 읽지 않아서 그런 듯하다. 이번 겨울엔 구입을 좀 자제하고 다시 도서관에서 빌려와야 겠다. 도서관에서 빌려오면 반납일을 맞춰야 하니까 미루지 않는 장점이 있다. 물론 대출을 담당할 엄마가 좀 귀찮기는 하지만, 도서관 봉사활동 가는 막내를 써 먹어야겠다. ^^ 문학 12종 중에 오늘 '라일락 피면'만 질렀는데, 곧 작심 3일 되어 마구 사들이지 않을까 싶다.OTL

문학 12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이 당한 수난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해방 62년이 되는 이 싯점에서 우리가 잘 모르거나 혹은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없을까?  역사를 배우기 시작하는 초등 고학년부터 청소년에게 일제강점기 민족수난의 역사를 제대로 알려주기 위해 여러분의 도움 부탁합니다.

우선 제가 읽은 작품에서 일제강점기의 수난이 드러난 것들을 모아 올립니다. 1.마사코의 질문 2. 제암리를 아십니까 3. 위안부 리포트 4. 토지 5. 아리랑

 

 

 

 

 

 

 


   
 

 

 

 

 

 



이 글은 테마카페에 등록된 테마입니다.
테마는 '먼댓글(트랙백)'이나 '댓글'을 이용하여, 하나의 주제(테마)를 놓고 여럿이 함께 얘기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테마카페 바로가기 >>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딩 2009-07-06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럴수가,,,,일제가정말악랄했네욤
 
 전출처 : 순오기 > 사람이 있었다

 

 

사람이 있었다.

 

작고

볼품없는

사람이 있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81 | 82 | 83 | 84 | 85 | 86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