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2시, 아이들 중학교에서 학부모독서회가 주최한 최규석작가 초청강연회가 있습니다.

짧은 강의와 질문을 중심으로 진행하기로 했는데, 혹시 참석자들이 질문을 안 할까봐 걱정이 되네요. 그래서 알라디너들이 좋은 질문을 올려주시면 진행에 도움이 될 듯해서 부탁드려요.^^ 


어제 독서마라톤 끝내고
심야에 만화에 대해서 공부를 좀 했습니다. 
질문도 뭘 알아야 할테니까...
우리집에 만화를 공부할 책이라곤 달랑 요거 하나여서
꼼꼼히 읽어보니 공부는 됐습니다만,
초판이 99년이라 지금은 이보다 많이 발전됐으리라 생각해요. ^^

이 책을 보면서 제가 생각한 질문 몇가지 올리니
답변도 주시면 감사하고요.^^



1. 만화가에게 필요한 자질, 혹은 갖춰야 할 조건은 무엇일까?  

2. 만화를 배우기에 좋은 책은?

3. 청소년에게 추천할만한 만화 베스트 10  

4. 최근 잘나가는 젊은 만화가 베스트 10  

5. 만화가와 스토리작가 명콤비를 알려주세요.

6. 만화가 등용문으로 좋은 공모 어떤 게 있나요?

7. 만화가라서 생기는 직업병은? 

8. 인기만화가 되면 돈은 얼마나 벌까요? 혹은 밥은 굶지 않을까요?  

9. 의뢰받아 작업하는 거 말고,
   최규석 개인이 구상하는 작품은 어떤 것이고 언제쯤 나오나?

 

---질문이나 답변, 가능하면 정오까지 올려주면 제가 확인할 수 있어요.
그 이후엔 광주역으로 오는 최규석씨 마중가야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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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9-10-22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최규석 작가 좋아하는데요... 역시 대한민국 원주민이 젤 좋던걸요... 아련한 향수와 한국의 정체성을 담은 그런 작품들을 많이 써 달라고 부탁해 주세요~~~

순오기 2009-10-22 21:30   좋아요 0 | URL
학생들 질문이 많아서 제가 준비한 질문은 하나도 안 했어요.
만화부 학생과 관심있는 학생들만 신청해서 참석해서 호응이 좋았어요.
강연 끝내고 5.18현장을 돌아보고 9시 차로 올라갔답니다.^^

같은하늘 2009-10-22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지금 시간을 보니 벌써 끝났겠군요.^^

순오기 2009-10-22 21:30   좋아요 0 | URL
이 시간이면 질문을 마무리하고 단체촬영하던 시간이었네요.^^

라로 2009-10-23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정신 없으셨죠???큰일 하셨어요~.
더구나 독서 마라톤까지!!!!아무튼 언니의 에너지에 경배를 드립니다.
푹 쉬세요~.

순오기 2009-10-23 03:00   좋아요 0 | URL
나비님~ ^^
학교 홈페이지에 강연 후기 올리고 여기에도 올리러 들어왔어요.
 

 

민경이의 빛고을 독서마라톤 일지, 10월 21일까지 19,692쪽 달성! 

 

10월 1.2일, 어찌 이방이 사또를 치리오 

 비판적 사고를 깨우는 논리 이야기로, 두 명의 제자 달래와 바우가 선생님께 논리에 대한 질문을 하면서 하나하나 알아가는 이야기이다. '논리'하면 난 왠지 자세히 들여다보기가 꺼려지는 기분이다. 왠지 어려울 것만 같고, 머리 써야할 것만 같은 느낌이었는데 의외로 꽤 재미있었다. 여러가지 예화들이 있고, 그 상황에서 어떤 게 말이 되고 어떤 게 말이 되지 않는지 생각하면서 자연스럽게 논리란게 어떤 건지 감을 잡게 했다. 이 책의 표제인 '어찌 이방이 사또를 치리오'는 못된 사또를 몰아내기 위해 관아의 사람들이 지혜를 모은 이야기를 가지고 추리 방법을 익히는 내용인데, 난 이 내용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안 그래도 얼마후에 논술대회에 나가야 하는데 이 책이 생각보다 도움이 될 것 같아 뿌듯했다. 
논술이 중요하다, 논술이 뜨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미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알고 있을 만큼 떠들썩한 애기다. 그만큼 수능이나 다른 곳에서도 논술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자연히 각종 논리책들이며 논술 잘하는 책 같은 것들이 많아지는데,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런 책들은 모두 똑같은 줄 알고 싫어했었다. 단순히 시험을 잘 보기 위해, 어떤 요령 같은 것을 알려주는 책이라면 무슨 필요가 있는가. 논술이란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건데 남의 생각을 가지고 마치 자기 생각인냥 적어 내려가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래도 이 책은 다른 것 같아 다행이다. 유행의 흐름을 타기 위해 만든 책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논리와 비판적 사고에 대해 연구해 오신 분이 우리같은 청소년들을 위해 알기 쉽도록 쓴 책이니 말이다. 확실히 책을 보면 어려운 것도 어렵지 않게끔, 쉽게 설명됐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이런 책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소망이다.

 


10월 4.6일 한국사 편지 1 

 역사 선생님인 엄마가 딸 세운이에게 충분한 자료를 곁들여서 한국의 역사에 대해 쉽게 편지로 설명해주는건데, 저런 엄마가 있는 세운이는 역사 공부는 참 잘 할 것 같다. 기원전 70만년 경의 구석기 시대부터 차례로 훑었다. 이 책의 내용은 다 1학기 때 사회 시험 범위여서 배웠던 게 다시 생각나기도 하고, 그 때 기억도 나서 괜히 보는게 즐거웠다. 신라에서 '왕'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기 전에 '거서간,차차웅,이사금,마립간'이라는 칭호를 썼다는 것도 학습지에서 본 기억이 있었다. 그 때 유리가 이빨자국이 많아 왕이 됐다는 것도 선생님이 들려줬는데, 여기에도 있어서 반가웠다.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역사공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신라가 당과 손을 잡고 통일을 하는 건 언제봐도 안타깝다. 아무리 우리 민족의 첫 번재 통일이라는 의의가 있다지만 통일에 외세의 손을 잡다니, 그건 정말 아니다. 그 덕에 우리 민족의 국경선도 아주 거침없이 줄어들어 버렸다. 만주를 호령하던 고구려가 우리민족을 통일했으면 지금 우리나라는 어떻게 되 있었을까? 아마 지금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를 것이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신라 위에 발해가 버텨주고 있어 다행이었다. 지금과 다른 넓다른 지도를 볼 수록 괜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지금 있는 땅이라도 잘 지켜야 할 것이다. 중국 놈들이니, 일본놈들이니 괜히 동북공정이다, 독도는 다케시마다,라며 헛소리를 주장하고 있는 게 분통 터진다.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한민족이라는 자부심과 역사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알고, 우리 땅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어야 한다. 


10월 7.10.11일 한국사 편지 2 

한국사 편지2는 후삼국 시대부터 고려 시대까지의 편지 내용이었다. 이번에도 후삼국은 중간고사의 시험범위였던지라 비록 짧은 내용이었지만 왠지 모를 감회를 느끼며 읽었다. 신라의 호족이었다가 각각 나라를 세운 견훤과 궁예, 그리고 결국 승자가 되어 고려를 세우는 왕건. 도선의 풍수지리설 같은 게 짤막하게 나올때면 왠지 너무나 반가웠다. 고려도 지금 배우고 있는 중이라 왕건의 후삼국 통일, 광종과 노비안검법이라던가도 주의깊게 봤다. 왕권이 약했던 다른 왕들과 달리 이때부터 과거제라던가 나라의 기반을 세우게 된다. 선생님이 광종과 조선 태종이 많이 비슷하다고 했는데, 그래도 난 태종이 더 마음에 들었다. 조선왕조실록을 먼저 읽어서일까? 그 밖에도 유명한 서희의 외교, 한국이 코리아라고 불리게 된 이유, 500년 동안 수도역할을 해 왔던 개경에 대한 얘기들이 나왔다. 아무래도 딸에게 쓰는 편지인 만큼 쉽고 재밌게 설명된 부분이 많아 고려가 더 가깝게 느껴졌다. 
고려 때의 불상 사진을 보여젔는데, 다들 너무 크거나 못생긴 얼굴이었다. 왜 그런가 했더니 그 때는 삼국시대의 왕실 중심이었던 불교가 지방으로도 옮겨 와 다들 자기 힘을 과시하기 위해 더 큰 불상을 만들려 했고, 지방의 불상 조각사는 왕실의 사람보다 실력이 떨어져 그렇게 못 생긴 불상이 됐다는 것이었다. 한번도 고려 불상이 어떻게 만들어져있는지에 대한 관심은 없어서 신기했다. 고려 때의 분명한 양성평등 기록을 보자니 새삼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유교의 남존여비 사상이 쓰리다. 유산 분배에도 차별이 없고, '몇남 몇녀'가 아닌 딸이 장녀이면 '몇녀 몇남'이라고 말하고, 처가살이가 있었던 고려. 양성평등에 대해서는 분명 조선보다 앞섰던 것 같다. 또 이 시대에는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냐며 용감하게 반란을 일으킨 망이, 망소이 등과 만적이 있었다. 실패해 아쉽지만, 분명 평범한 노비와는 다른 사람이었다. 
고려에 드디어 몽골군이 침략해 들어오기 시작한다. 백성들을 버리고 강화도로 수도를 옮긴 무신정권과 달리, 그 때까지 가장 핍박받던 계층인 농민과 천민들이 나라를 위해 싸우기 시작한다. 조선시대에도 큰 전쟁이 일어나면 거의 대부분 가장 아래 계층의 사람들이 들고 일어난다. 나라로부터 뭐 하나 제대로 받은 것도 없으면서 언제나 가장 먼저 싸우는 그들이 존경스럽기도 하고, 어쩔 수 없는 그 우직한 마음이 살짝 짠했다. 또 몽골군대에 몇 년이나 맞서싸워 민족정신의 꽃이라고 불리는 삼별초의 시작도 사실은 민족과는 전혀 상관없이 일어났다는 것도 알게 됐다. 글쓴이의 말로는 군사정권의 정치가들이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군인의 이미지가 필요해 그렇게 썼다고 보는데, 나도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중간에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드디어 고려의 자주를 회복하려 한 공민왕이 나온다. 분명 처음 뜻은 좋았는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공민왕도 참 안타까운 왕인 것 같다.

10월 12~16일, 선생님과 함께 읽는 우리 수필 

교육청에서 열리는 논술대회에 학년대표로 뽑혀서 읽어야 하는 책 들중 하나이다. 여러 작가들의 수필을 모아놓은 모음집인데, 방정환, 백석, 정지용, 박완서, 문익환, 이태준님 등 내가 알고 있던 분 뿐 아니라 모르던 분들도 많이 소개되어 있어 다양한 주제와 문체로 수필의 매력을 보여주셨다.  

신영복씨의 순수한 어린 친구들과 함께인 추억 '청구회 추억'은 전에 책으로 보았던 것이라 더 반가웠다. 유달영씨의 누에를 먹으면 재주가 좋아진다는 말을 믿고 누에 5마리를 삼킨 소년의 사투가 그려져 있는 '누에와 천재'도 교과서에서 본 작품이었다. 예전 읽을 때도 누에가 입 안에서 몸부림치고 식도로 내려가는게 너무 실감나게 묘사되어 있어 꼭 내가 삼키고 있는 듯한 징그러움이 들고, 한 편으로는 소년이 굉장해 보이기도 했다. 재주가 좋아진다는 말에 누에를 삼키다니, 순수한 건지 어리석은 건지 잘 모르겠다. 

오래된 책이라 글씨가 작고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 한 번에 많은 쪽수를 읽기는 힘들다. 내가 몰랐던 시대와 몰랐던 사건들에 대해 각자의 개성넘치는 문체로 읽어가다보면 그 사건들이 정말로 생생해지는 것 같다. 역시 수필은 좋은 글이다.


10월 17~19일, 놀라운 99%를 만들어낸 1%의 가치 

저자 윤승일씨는 초면에 작고 볼품없는 것일수록 그 안에 소중한 가치와 꿈을 담고 있다고 했다. 첫 번째는 슈퍼 옥수수를 개발해 아프리카와 북한에 수많은 어린이들을 살린 김순권 박사 이야기였는데, 평소에 싫어했던 작은눈이 의외로 꽃가루가 들어가지 않아 옥수수 연구에 도움이 됐다는 내용이었다. 생각해보니 정말 꽃가루 들어가기가 쉽지 않겠구나, 싶어서 웃기기도 했다. 뒤이어 관찰노트로 화산폭발에서 사람들을 구해냈던 일본의 소년과, 어린이의 인권을 위해 싸운 이크발 마시흐 소년, 실패한 발명품에서 만들어진 포스트잇을 읽었는데, 난 특히 이크발 마시흐의 이야기가 더 감동적이었다. 어린나이에 공장에서 혹사당하고 간신히 도망쳐 자신과 같은 처지의 어린이들을 위해 싸우고, 결국에는 총을 맞고 죽는 소년. 이 소년의 영혼은 얼마나 맑고 깨끗했을까, 싶다. 우리의 욕심으로 인해 소중한 것들이 다치지 않는지 언제나 주위를 둘러봐야 할 것이다.  
나는 여기 나온 제니와 안나의 이야기를 읽고 정말 깜짝 놀랬다. 녹말 용액에 요오드를 떨어뜨리면 보라색으로 변하는 실험은 나도 초등학생 때 해본 것이다. 그런데 이 둘은 이 간단한 실험을 가지고 커다랗고 유명했던 음료수 회사에 실은 비타민 성분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내게 되었다. 따분한 실험이라고만 생각했던 게 이렇게 적용될 수 있었다니! 정말 놀라운 99%를 만들어 낸 1%의 가치였다. 처음으로 윤승일씨의 말씀에 공감이 갔다. 나도 아무리 볼품없는 것이라도 무시하지 말아야겠다는. 뒤에 나온 리처드 파인만씨의 이야기도 재밌었다. 거짓말인 줄 알았던 아버지의 말이 실은 이름을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교훈을 주려고 했었다는 것. 훌륭한 과학자이자 유머센스를 가지고 있었던 파인만씨의 아버지가 이랬다니, 역시 부전자전이라는 건가보다. 트로이 유적을 발견한 슐리만, 아인슈타인, 한비야씨의 이야기들도 재미있었다.
어린이들이 갑자기 값이 올라간 초콜릿값을 내리기 위해 피켓행진을 하고, 촛불시위를 한 내용이다. 촛불 하나는 어둡지만, 여러사람이 모이면 엄청나게 커진다는 것을 나는 지난 촛불집회 때 보았다. 상상 속의 성이 돌부리 하나에 치인 날부터 33년 후에, 현실 속의 아름다운 성이되어 국가의 문화재로도 지정된다. 우편배달일을 하던 할아버지가 모두 돌멩이로 해낸 일이다. 상상 속에만 존재했던 것을 현실로 끄집어 냈을 때 얼마나 기뻤을까? 33년간이나 성을 쌓을 정성과 끈기가 대단했다. 세상에는 재미있는 일들로 넘쳐난다고 믿고 빨간클립 하나를 결국 집으로 바꾼 카일 맥도널드! 이 책에는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 많았다. 아주 작고,볼품없는 것으로부터 시작했지만 그 끝은 그렇지 않은. 정말 성경에 나오는 '시작은 미약했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였다. 어린이들에게 보여주면 좋을 책 같다.


10월 20일, 조윤범의 파워클래식 

케이블 채널 '예당아트'에서 하는 '조윤범의 파워클래식'을 보고 단숨에 반해서 읽었다. 처음에는 클래식 방송이라 언니가 보기 시작했을 때 저게 뭐냐며 싫어했는데, 나중에는 조윤범씨의 클래식에 대한 맛깔나는 해석과 작곡가들의 인생 얘기, 다양한 자료들에 콰르텟 엑스가 직접 연주해주는 음악에 그동안 내가 알아왔던 클래식의 지루한 이미지가 사라진 걸 느꼈다. 요즘에는 너무 비슷한 가요들에 신물이 나 있었는데, 이 떄 클래식을 들으니 참 좋다. 아무래도 책인 만큼 방송에 그 맛을 잘 살리진 못 했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다. 제 1악장은 바로크에서 고전, 제 2악장 낭만파 시대는 스메타나까지 읽었다. 스메타나의 '몰다우 강'을 음악시험에 나오는 줄 알고 죽어라 들은 기억이 있어서 더 좋았다. 스메타나의 연작 교향시 '나의 조국'을 들으면서 점점 클래식에 대한 관심이 생겼던 것 같다. 
2006년에 개봉됐던 음악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에 콰르텟 엑스가 아주 잠깐 출연해서 연주를 했다고 한다. 그 때 예정됐던 음악 대신 드보르자크의 현악사중중 8번 Op.80 2악장을 연주했고, 반응이 좋아 그 음악을 연주했다고 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 때 개봉했을 때 볼걸 그랬나 보다. 아무래도 제4악장 현대음악으로 들어서자 모르는 사람들이 조금 더 있었지만, 제자들과 12음기법을 확립했다는 유명한 쇤베르크는 참 재밌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군대에서 상관이 '자네가 쇤베르크인가?'라고 질문했을 때 '어머니 뱃속에서 아무도 쇤베르크를 하지 않겠다길래 제가 쇤베르크로 나왔습니다'라는 대답이 재미있다. 쇼스타코비치와 스트라빈스키는 다행히 이름은 들어본 분들이었다. 이 책을 볼 수록 내가 너무 클래식에 대해 모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살짝 부끄러웠다. 앞으로 좀 더 클래식에 대해 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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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빛고을독서마라톤, 민경이는 은상!
    from 엄마는 독서중 2009-12-10 12:38 
       6개월간 빛고을 독서마라톤에 참여하면서 타조코스 15킬로(15,000쪽)에 도전한 순오기는 26,523쪽을 기록했고 토끼코스 10킬로(10,000쪽)에 도전한 민경이는 19,692쪽을 달성했다. 날마다 못한 날도 있지만 같은 날 2회 올린 날도 있어 순오기는 총176회 140권의 기록을 남겼고,  민경이는 총 128회 104권의 기록을 남겼다.  그런데 어젯밤 교육청에서 전화왔는데 민경이는
 
 
 



빛고을마라톤 8월 일지, 8월 31일까지 15,535쪽. 민경이는 토끼코스 10킬로(10,000쪽)에 도전했기 때문에 진즉 초과달성이다. 해리포터와 만화는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에 쪽수를 0으로 하고 기록만 남겼다.

8월 1일, 오주석이 사랑한 우리 그림 

오주석. 나에게는 생소하게 들리는 분이지만, 미술계에서는 유명하신 분이라고 들었다. 그분의 타계 4고년 유고집으로 나온 그림 모음집이다. 굉장히 맛깔나게 그림을 표현하신 것 같아서, 이미 알고 있던 그림도, 모르고 있던 그림도 한층 훌륭하게 보이는 느낌이었다. 우리 그림은 따뜻한 것 같다. 붓과 선, 먹들이 춤추는 그림 위에는 인간의 따뜻함이 곁들여져 있는 느낌이다. 달밤에 남녀 두 사람이 가옥을 뒤로하고 있는 '월하정인도', 우리 미술교과서에서도 나온 김홍도의 '씨름', 이정의 '풍접도', 김홍도의 귀여운 아기고양이가 있는 '황묘농접도' 등등. 멋스러운 우리 그림들을 많이 소개해주었다. 나는 월하정인도에서 '두 사람 속은 두 사람만 알리라'하는 글이 왠지 마음에 들었다. 수묵담채화가 왜 이리 어여뻐 보이는지 모르겠다. 

 

8월 3.10일, 과학선생님 영국 가다 

선생님들과 두 아이들이 영국에 가서 이것저것 둘러보고 질문하는 것을 그닥 재미있지는 않게 담아낸 책이다. 솔직히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금방금방 넘어갔다. 그리니치 천문대, 케임브리지, 옥스퍼드, 런던 과학 박물관까지 보았다. 우리 식구들은 모두 외국 여행을 한 번씩 해 보았는데, 나만 하지 못했다. 영국을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이 책을 보면서 들었다. 옛날부터 시,공간의 중심이었던 그리니치 천문대와 케임브리지,옥스퍼드 등. 그 외에 부록들도 있었는데, 난 정말 날짜변경선을 한 번 넘어보고 싶다. 단순한 것이라고는 해도, 시간을 되돌리고 앞으로 감고, 재미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쓴 선생님들이 부러웠다. 여행 하면서 이 모든 걸 다 보고, 책을 내서 돈도 벌고, 나도 빨리 어른이 되서 느긋하게 외국 여행 한 번 해 보고 싶다. 
런던 과학박물관은 한선생님의 아들 석원이의 일기처럼 진행되었다. 석원이나 민규같은 아이들은 참 좋은 기회를 가진 것 같다. 박물관은 마치 놀이터처럼 어린 아이들도 과학에 대해 쉽게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DDR형식의 게임기나, 에너지 챔피언등의 게임들이 있었다. 나도 에너지 챔피언 같은 경우는 해 보고 싶었다. 뉴턴 생가나 다운 하우스, 왕립 학회 같은 경우도 매력적이었다. 이 선생님들은 미처 예약을 안 하고 와서 원래는 들어가지 못 했지만,집념의 힘으로 간신히 들어갔다. 역시 한국아줌마 파워!! 이집트 신관들이 왕을 칭송하는 내용을 담은 포고문인 로제타 스톤도 직접 보고, 부러웠다. 우리나라도 언젠가는 영국처럼 훌륭한 과학 박물관 같은게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남못잖게 똑똑한데, 아무래도 다른 나라에 비해 그런 건 적어서 조금 아쉬웠다.

 

8월 5. 6일, 노란 기사의 비밀 

4월 26일 토요일, 주인공 파울리네는 아빠와 함께 '완벽한 소풍'을 갔다왔다. 다만 돌아오는 길에 번개가 치고 황소를 만나 길에 멈추고 자정 전에 들어온 것을 빼면 말이다. 파울리네와 아빠는 설명하려고 하지만, 엄마는 들으려 하지 않고 악을 쓴다. 결국 아빠는 화를 내며 가버리고 파울리네는 화장실에 틀어박혀 자신이 문제라며 생각한다. 여느 이혼가정의 흔한 풍경이다. 파울리네가 내가 될 수도 있었고, 내가 아닌 다른 누구라도 파울리네가 될 수 있다. 우리 부모님도 조금 심하게 싸우신 적이 있어 이혼 가정의 이야기를 볼 때면 항상 묘한 느낌이다. 파울리네는 문이 닫힌 피자성에 어느 날 수상한 사람들이 한 아이를 데려가는 걸 발견한다. 자신과 상관 없을 줄 알았던 일이지만 점점 신경쓰이게 되고, 어느날 아빠가 아이 로렌쪼를 데리고 가는 걸 발견하고 충격에 빠진다. 피자성의 비밀과 로렌쪼를 가두던 사람들의 정체가 밝혀진게 내가 읽은 쪽까지다. 평행할 것 같은 두 얘기가 연결되는게 재밌다. 
부모가 이혼할때, 가장 큰 피해자는 아이일 것이다. 파울리네를 정확히 왜 싫어하는지 모르면서도 '이혼 가정의 아이'이기 때문에 싫어하는 엘리제처럼, 사회는 대부분 아이를 색안경을 끼고 본다. 그리고 주변사람들도 아이에게 좀더 철있게, 조숙하게 행동할 것을 요구한다. 파울리네도 그랬다. 사고싶고, 하고싶은게 있어도 언제나 '분별력 있게 행동해라'라는 말. 보면서 그게 너무 슬펐다. 아직 어리광 부려도 될 나이인데. 가장 긴장될 때는 역시 엘리제와 함께 공연에서 일각수를 맡아 춤출 때 였다. '부모님을 위해 힘내라','부모님도 기뻐할 것이다'. 부모님은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파울리네가 생각하는 게 슬펐다. 춤추는 내내 변호사와 전화하고, 싸우던 모습들에 자신과 비슷한 처지인 로렌쪼까지 생각나 파울리네는 무대 밑으로 굴러떨어져 버린다. 안에선 여러 생각들이 휘몰아치고, 겉으론 공연을 잊어버리고. 긴장감 있었다. 확실한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그게 현실이기에 더 좋은 결말인 것 같다. 

8월 7일, 색 마술쇼에 빠져볼까 

색에 관한 책이니 당연하리만큼 이 책에는 아름다운 색들이 많이 나와있다. 거의 색과 글이 똑같은 비중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염료와 안료에 대한 얘기들, 색에 얽힌 이야기이며 미래의 색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거기에 관한 사진을 볼 때마다 이렇게 다양하고 아름다운 색들이 있는지를 깨달았다. 지금이야 흔한 자주색, 진녹색, 파란색들도 왕이나 교황만이 누릴 수 있는 색이었고, 색을 만드는 게 쉽지 않았던 옛날에는 물감 한 방울이 정말 금값이었다. 스칼렛, 울트라 마린, 인디언옐로, 녹청 등 미묘하게 다른 색들은 정말 볼 때마다 아름다웠다. 특히 인공염료 '모브'의 탄생!! 퍼킨은 정말 떼돈을 벌었을 것이다. 퍼킨 이후로 너도나도 인공염료를 만드는 길에 뛰어들었는데, 지금도 색 하나를 제대로 만들어내면 정말 퍼킨 못지 않게 돈을 벌 것 같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색, 그걸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불가능할 것 같지만 그런 색을 꼭 보고 싶다. 

8월 8일, 콜라 마시는 북극곰 

아마 이런 동시집은 굉장히 오랜만에 읽은 것 같다. 제목이 '콜라 마시는 북극곰'이라 그저 귀여운 줄만 알았더니 콜라광고에 출연한 북극곰들이 콜라에 중독되어 결국 건강에 나빠졌다는 슬픈 이야기였다. 동시지만 자신들의 물건을 팔기 위해 아무것도 모르는 동,식물들을 이용하는 모습이 참 찝찝했다. 저런 일이 지금도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에. 환경오염에 관련된 동시들과 함께, 아이들, 우리 일상에 관한 동시도 있었다. 빽빽한 책들 속에서 가끔은 동시집을 읽는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초등학생때 대회에 나가기 위해 하루에 시를 한편씩 썼던 적이 있는데, 그 땐 억지로 쓴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힘들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중에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그런 동시를 써 보고 싶은 마음이다.  


8월 12일, 엄마가 된다는 것 

주인공 미진이는 이사갈때마다 매번 심통이 난다. 엄마가 미혼모로 고등학생 때 자신을 낳아 늘 이웃들이 엄마와 자신을 보며 수군댔던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미진이는 가끔 엄마에게 짜증을 부리지만, 내가 볼때 미진이의 엄마는 대단하신 분 같다. 이렇게 용기를 내어 미진이를 기르고, 똑같은 처지의 다른 어머니들에게도 희망을 주니 말이다. 역시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은 맞는 말 같다. 다른 가족들과 다른 엄마를 미워하며 도망치기만 했던 미진이는, 아빠에게 폭행을 당하는 이웃집 나경이를 보며 자신의 문제란 것은 숨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닫는다. 또 용기있는 남자아이의 도움으로 나경이 아버지에게도 당당하게 맞서자고 이야기한다. 미혼모나 폭행을 당하는 아이 모두 한없이 약해보이는 존재들이지만 이렇게 용기를 내는 모습을 보면 참 대단하고 경이로워 보인다. 

 

8월 13. 22일, 레디! 액션, 우리 같이 영화 찍자 

영화 보는 것을 좋아했지만 영화의 역사나, 영화 찍는 법을 잘 몰랐던 터라 이 책이 도움이 많이 됐다. 이 책은 처음부터 영화란 무엇인가를 재미있는 그림과 사진으로 잘 설명해 준다. 아직 카메라로 영화를 찍기 전의 시절, 사람들은 프락시노스코프나 요지경, 환등기등을 사용해가며 점차 발전해갔다.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흑백필름에서 컬러필름으로 영화는 점점 더 정교하고 신기해져 갔다. 내내 무성영화만 보다가 영화속에서 말이 흘러나왔을 때 얼마나 놀랬을까? 그 사람들도 우리시대의 사람들처럼 '세상 참 좋아졌다'라고 생각했을 걸 상상하면 웃기다. 또 영화를 만드는 수많은 사람들도 알게 됐다. 배우에 카메라맨에 감독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니라, 시나리오 작가, 제작가, 조감독, 스크립터, 조명감독, 포스터 담당, 배급 담당, 음악 감독 등등!! 한 영화가 만들어지고 우리에게 보여지기까지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들어가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저번에 앞부분까지 읽고 어디에 뒀는지 몰라 한참 찾았는데 오늘에야 겨우 찾아서 뒷부분을 마저 읽었다. 김경화씨가 어렸을 적 직접 쓰셨다던 배달소년 민교와 빛나의 우정이야기에 맞춰 배우도 뽑고, 편집도 하고, 소리도 녹음한다. 이해를 돕는 사진도 있었는데 순수해보이는 민교와 빛나가 귀여웠다. 빛나가 민교에 비해 키가 너무 크긴 했지만 뭐. 만약 영화제작을 꿈꾸는 어린이들이 이 책을 봤으면 도움이 많이 됐을 것 같다. 나는 제작까지는 꿈꾸지 않고 그저 보고 즐기는 관객 역할에서 만족하지만, 스스로 제작한 영상이 사람들에게 보여진다는 것은 정말 큰 환희일 것 같다. 게다가 영화 제작에 관한 이야기만이 아니라 우리들이 보는 영화관의 비밀에 대해서도 나와 있었다. 영화 본 지도 오래 됐는데 이 책을 보니까 갑자기 영화관에 가고 싶어졌다. 새삼 생각하지만 영화는 정말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좋은 것들 중에 하나인 것 같다.


8월 14일,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2 

 해리포터는 집에 전부터 있던 책이므로 쪽수를 0으로 해 놓았다. 볼드모트가 돌아옴을 전편에 알리고 볼드모트에 대항하는 불사조 기사단을 본 후 다시 학교로 돌아온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해리를 거짓말쟁이라고 하고, 설상가상으로 마법부에서 엄브릿지 교수가 와 학교를 쥐락펴락하며 실전 마법을 못 배우게 한다. 그에 해리는 대항하여 아이들과 D.A라는 마법 클래스를 비밀리에 차려 아이들에게 마법을 가르쳐 준다. 5권은 분위기가 많이 묵직하다. 이제 본격적으로 볼드모트도 활동을 하고, 그에 대항하는 것도 보여주다 보니 그런다. 특히 내 사랑 시리우스!! 너무 허무하게 죽는 시리우스ㅜㅜ. 난 해리포터 영화보단 책을 선호하는 편이다. 영화에서 마법부에서의 싸움은 막 날아다니면서 화려하게 진행됐지만 내가 생각하던 복잡하고, 어둡고 그런 느낌이 아니라 살짝 아쉬웠다. 특히 이번 혼혈왕자 영화는 개인적으로 가장 별로였다. 어쨌든 오권은 시리우스의 장. 아듀 시리우스! 

8월 16일, 난 원래 공부 못해 

 공부를 잘하는 여자아이 진경이, 공부를 못하지만 활발한 남자아이 찬우, 그리고 신출내기 새 여교사 '멋진 연희 샘'이 서로서로 부족한 점을 깨달아가며 좀더 성숙해지는 이야기이다. 공부를 잘 하는 진경이는 숙제도 잘 해오지 않고 공부도 못 하는 찬우가 못마땅하지만, 찬우는 누구보다 활발하고 착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다. 좀 더 똑똑해져야 어른이 된다는 연희샘에게 '전 원래 공부 못하지만 똑똑해요'라고 대답하는 찬우. 그냥 읽고있다가 이 의외에 대답에 눈길이 갔다. 앞으로 찬우가 어떻게 변할지도 궁금했다. 멋진 연희 샘이 아이들을 위해 하루에 단어,한자,수학문제 5개 풀기 등 '오오오 대작전'을 펼치는 것도 그냥 우습다고만 생각했는데, 아이들과 선생님은 이런 과정들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해 있었다. 까탈스럽던 진경이도 드디어 연희 샘을 향해 마음을 열고 편지를 쓰는 장면이 참 따뜻했다. 

 

8월 17일, 준비 됐지? 

지민이는 교회의 잡다한 일을 하며 하나님을 믿는 엄격한 아빠, 언제나 노래를 부르고 즐거운 엄마, 천사같지만 병약한 동생 지민이와 함께 살고 있었다. 그러나 지민이는 지효의 고장난 자전거를 타고 가다 기차에 치여 죽는다. 지효는 그것이 자신이 자위를 한 것에 대한 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점점 가슴에 죄책감이 쌓여간다. 이사를 가서 아빠는 또다시 교회에서 일하고, 가족은 점점 말을 잃는다.아이들을 싫어하는 잔인한 담임 '방'과 첫사랑 은하, 다시 생긴 동생, 교회에서 실직한 아빠 등 지효는 여러 사건들을 겪으며 혼란스러워하고, 하나님을 미워하고, 하루에도 몇번씩 마음이 바뀐다. 난 첫부분만 해도 이 책을 별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효가 하나님의 존재를 의심하고, 마지막에 아버지가 사과하며 마음을 털어놓고, 지효도 오래전부터 시작된 죄책감을 지울수 있게 된다. 나도 눈물이 났다. 청소년기란 이런 것일까. 나빠졌다, 좋아졌다, 종잡을 수 없는 그런 복잡함 속에서 성장해 가는 것일것이다. 

8월 18일, 빛 Phos

오늘 선물받은 책이지만 만화이기에 쪽수는 0으로 해 놨다. 애들 보는 게임만화나 순정만화가 아닌데 0으로 해놓자니 조금 씁쓸했지만. 박흥용씨는 저번에 읽은 '쓰쓰돈~'의 작가셔서 더 낯익었다. '쓰쓰돈~'에는 조연으로 나왔던 아우가 이 책 '빛Phos'에서는 주인공으로 나왔다. 작가가 자기 스스로 어렸을 적 무료한 시간을 죽이러 하던 낙서같은 책이라고 밝혔지만, 그 낙서 속에 소소한 옛 아이들의 일상이 담겨있어 따스한 느낌이 들었다. TV가 있는 집도 마을에 하나였을때, 애니메이션을 보기위해 TV집 아이에게 사탕을 주고,고구마를 주고 온갖 알랑방귀를 끼는 아이들. 주인공 아이는 형이 구해다준 환등기에 갖가지 필름을 끼워 아이들을 부르지만 반응은 시원찮다. 그러나 자신이 필름을 그려 그 속에 친구들이 만화캐릭터들을 깨부수게 하자, 아이들은 열광적이었다. '빛'을 읽으면 누구든 잠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 보며 미소지을 것 같다. 

8월 19일, 탈출 수학나라 

수학 쪽지시험을 보고 점수가 나빠 기분이 나쁜 머루, 자주가는 헌책방에서 수학책을 펼쳤다가 그만 책의 도발에 넘어가 수학문제를 풀러 책 속에 들어가게 된다. 난 이 장면이 정말 어이없다. 어째서 저런 유치한 도발에 넘어가는 거지? 이 책에 들어가지 않으면 멍청하고 비겁한 아이가 된다는 말에 발끈하다니, 나라면 그렇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책 속에 들어가 버린 머루는 고대 이집트부터 시작해 여러 유명한 수학자들을 만나면서 문제를 풀어가고, 점점 수학에 흥미를 느낀다. 작년에 한참 배웠던 원기둥,구의 부피 등을 아르키메데스가 증명해 내는 것을 보자 묘했다. 책 속에서만 보던 공식이 정말로 누군가에 의해 생각해지고, 증명되어졌다는게 실감이 났다. 그리고 머루가 점점 수학에 흥미를 느끼고, 문제 푸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것도 흥미진진했다. 

 

8월 21일,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3 

원래 집에 있던 책이었으므로 쪽수를 0쪽으로 해 놓았다. 갈수록 심해져가는 엄브릿지의 횡포와 하나씩 밝혀지는 비밀들과 앞으로를 위해 놓여있는 복선들, 그리고 해리와 아이들의 방어술 모임인 D.A(덤블도어의 군대)가 엄브릿지에게 들통나서 덤블도어가 해리를 위해 대신 죄를 뒤집어쓴다. 물론 잡히진 않고 놀라운 솜씨로 도망을 갔지만. 해리가 덤블도어에게 참 미안했을 것 같다. 여러모로 호그와트 최악의 해인 것 같다, 이 해는. 나중에 호그와트의 역사서에도 실리지 않을까? 또 여행을 떠나있던 해그리드도 드디어 호그와트로 돌아갔는데, 그는 거인들을 설득하기 위해 해그리드가 짝사랑하는 프랑스 거인혼혈 마녀 올림프와 같이 여행을 갔었다. 해그리드의 남다른 사랑이 무척 재미있었다. 역시 순진한 해그리드. 5권은 점점 더 야욕을 드러내는 악의 힘에 맞써 해리들이 많이 고생하는 이야기인 것 같다. 

 

8월 26일, 만년샤쓰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감동적인 이야기. 요즘에는 키워준 은혜를 잊은 채 늙은 부모를 외국에 갖다버리거나 방치하는 경우가 많아 더 감동적인 것 같다. 눈이 보이지 않는 어머니에게 양말이며, 옷이며 전부 한 벌씩 더 있었다고 거짓말 한 채 자신은 춥게 학교를 오는 아들. 대단한 효자이긴 하지만 이런 경우라면 학교에서 다른 아이들에 비해 많이 기죽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아이는 아이들과 선생님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상황을 설명한다. 방정환 선생님은 아이들과 같이 동심을 간직하고, 좀더 순수한 마음을 간직하셔서 이런 동화가 나오는 것 같다. 시대가 바뀌어도 감동적인 얘기는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울리나 보다. 


8월 27.29일, 나는 진짜 나일까 

처음엔 별로 보기 싫었다. 푸른책들 책은 엄마가 서평단을 하니까 너무 많이 읽어서 이젠 조금 지긋지긋하기도 했고,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쓴 건 더 싫었다. 뭐랄까,나는 고정관념 하나가 있는 것 것 같다. 아이들을 쓴 책을 보면 '학교생활을 쓴 책은 분명 바르고 성실한 아이가 있고 문제가 생기지만 곧 극복해내는 그런 거겠지.' 이런 생각이 먼저 든다. 그렇게 별 기대 안 하고 책을 폈는데, 그만 보다가 살짝 눈물을 흘렸다. 이 책은 6학년 남자아이 건주와 시우가 주인공이다. 건주는 가정폭력을 일상적으로 경험해 온 아이며, 사실 그런 아이가 아닌데 주위에서 모두 문제아 취급해 정말로 문제아가 된 아이다. 시우는 전학생으로 처음에는 건주와 제일 친했다가, 패거리를 데리고 다니는 은찬이에게 붙어다니게 된다. 이것만 보면 전형적이지만, 아이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힘의 관계가 나와 있었다. 아이들의 사이는 약육강식의 세계다. 강한아이,보통아이,약한아이들의 미묘한 줄다리기. 공감이 갔다. 

은찬이가 자기들이 싸운것을 건주가 그랬다고 선생님에게 말하는 것을 보고, 시우는 점점 은찬이에게 벗어나고 싶어하지만 용기가 없어 그만둔다. 은찬이 주위의 다른 아이들도 그랬다. 건주도 다시 시우와 친하게 지내고 싶지만 용기가 없었고. 그런데 상담선생님이 등장한다. 선생님은 건주에게 친절하고 용기 있게 다가와 주었다. 다정한 선생님의 모습에, 정말 저런 분들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건주와 같은 아이들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어렸을 적 맞고 자라 건주와 엄마에게도 똑같은 행동을 되풀이 하는 아빠와, 주눅들어 살던 엄마도 후반에 들어 점점 용기를 내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아이들은 건주를 폭력배라고 부르며 멀리하고, 담임선생님은 건주의 말을 들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문제아로 대한다. 주위 환경이 이러면 아이는 어쩔 수 없다. 정말로 문제아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주변사람들의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알게 되었다. 누구 한 편의 말만 듣지 않고 공정하고, 다정하게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8월 30일, 행복한 책일기 독서육아 

나는 분명히 애엄마도 아닌데, 이상하게 지원이가 책을 읽으며 주변에 관심을 갖고, 말하고, 생각하며 커가는 과정과 지원이의 어머니가 지원이를 위해 어떤 책을 보여줬는지가 왜 이렇게 재미있는지 모르겠다. 아이를 낳고, 키운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프린세스 메이커 같은 육아 시뮬레이션 같은 게임으로는 절대로 알 수 없을 부분일 것이다. 행복한 책읽기를 보면서 아이를 낳는다는 것에 대한 생각이 변했다. 전에는 결혼도 별로 하기 싫고, 아이도 별로 낳고 싶지 않았는데 이 책을 보면서 '아이가 있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를 생각하게 됐다. 어릴때부터 책을 읽는 건 물론 중요하지만 무턱대고 읽히는 것보다, 아이 나이대에 어울리고 자연스러운 책읽기를 하는 편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독서교육에 관한 책이었는데도 실제 경험담이 들어가 있어 재미있었다. 

 

8월 31일, 오이대왕 

우리학교 도서실에서 빌려온 책인데, '오이대왕'이라는 제목이 재미있어서 보게 되었다. 서로 싸우기도 하고 숨기는 것도 있는, 어느 곳에나 있을 법 한 가정에 어느날 2층 지하실에서 올라온 오이대왕. 그는 스스로를 '구미-오이'들의 왕이나 쿠데타로 쫓겨왔다며, 이곳에 정치적 망명을 하러 왔다고 했다. 주인공인 볼프강이 처음 그를 만졌을 때의 느낌을 말하는데, 물컹물컹하고 기분나쁜 반죽같다는 그 느낌이 리얼하게 상상이 됐었다. 오이대왕은 곧 아빠의 신임을 얻고, 가족들이 숨기고 있었던 비밀을 아빠에게 털어놓는다. 가족은 분열되는 듯 하지만, 곧 다시 회복되고 볼프강은 누나,동생 닉과 함께 지하실의 구미-오이들을 죽이려는 아빠와 오이대왕을 말리는데 성공한다. 기분이 묘했다. 아무리 거짓말을 하고 미운 짓을 한 오이대왕이라도, 마지막에 그를 흙냄새 물씬 나는 지하실에 데려다주는 어린동생 닉. 아주 미워보이지는 않는 대왕이랄까. 오이대왕은 어떤 가정에 대한 상징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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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빛고을독서마라톤, 민경이 은상!
    from 엄마는 독서중 2009-12-10 21:00 
       6개월간 빛고을 독서마라톤에 참여하면서 타조코스 15킬로(15,000쪽)에 도전한 순오기는 26,523쪽을 기록했고 토끼코스 10킬로(10,000쪽)에 도전한 민경이는 19,692쪽을 달성했다. 날마다 못한 날도 있지만 같은 날 2회 올린 날도 있어 순오기는 총176회 140권의 기록을 남겼고,  민경이는 총 128회 104권의 기록을 남겼다.  그런데 어젯밤 교육청에서 전화왔는데 민경이만
 
 
마노아 2009-10-21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빛 Phos은 도착하자마자 민경이가 읽었군요. 역시 빨라요. 책을 향한 멈추지 않는 관심이 예뻐요. 마라톤 이제 끝났군요. 짝짝짝짝~!!! 축하해요.^^

순오기 2009-12-10 22:57   좋아요 0 | URL
댓글을 안 달았군요.ㅜㅜ
뒤늦게 발견하고~ 감사의 댓글^^

qualia 2009-10-21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경 양, 정말 훌륭합니다. 놀라워요. 엄마 아빠께서 정말 자랑스러워 하시겠어요. 저도 축하합니다.^^

순오기 2009-12-10 22:57   좋아요 0 | URL
헤헤~ 책은 좀 읽지요.^^
 

 

4월 21일부터 10월 21일까지 6개월에 걸처 시행된 빛고을 독서마라톤 막바지다. 타조코스 15킬로(15,000쪽) 목표는 부담없이 달성했지만 마감날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니까... ^^
그날 그날 읽은 책을 쪽수 확인해 올리고 한줄 평을 500자까지 남길 수 있는데, 대부분 500자 채워서 쓴다. 그리고 알리딘에는 장문의 리뷰로 올리고.... 아직 리뷰를 못 올린 것을 몰아서 500자로 남긴다.^^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보다 글밥이 적어 청소년들이 읽기 쉽고, 2009년 여름 책따세 추천도서로 선정되었으니 우리 아이들도 읽으면 좋겠다. 2000년 4월 19일부터 동아일보에 연재했던 글 21편과, 2003년 5월부터 북새통에 연재했던 글 6편을 더한 27편을 원고지 7매 분량에 조선시대 우리 그림의 매력과 의미, 숨은 이야기를 통해 우리 그림의 아름다움을 풀어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이 책을 읽고 우리 그림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더욱 깊어졌고, 그림 뿐 아니라 화제까지 설명을 곁들여 좋았다. 온 국민이 다 알고 있을 김홍도의 '씨름'과 '송하맹호도'. 신윤복의 '월하정인도'와 '미인도'. 김정희의 '세한도'와 정선의 '금강전도'가 반가웠다. 김홍도의 스승이었던 강세황의 '자화상'은 처음 접한 그림이라 더욱 즐거웠다. 그림을 부분을 따로 떼어 크게 보여주며 설명해 줘 이해하기 좋았다.   

 광주인화학교의 성폭행 사건을 소설화했다. 당시 방송된 피디수첩도 봤기에 이 책을 보기가 두려워 예약주문을 했으면서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그러나 28일 광주에 오는 공지영 작가를 만나기 위해 읽기 시작했다. '구속된 가해자들의 마지막 선고공판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다는 판결을 수화로 들은 청각장애인들이 내는 알 수없는 울부짖음으로 가득 찼다'는 한 줄 신문기사를 본 공지영 작가는, 그들의 비명소리를 들은 듯했고 가시에 찔린 듯 아파서 다른 소설을 쓸 수 없었다고 한다. 1년 이상의 세월을 바쳐가며 이 소설을 쓰기 위한 취재와 집필을 하면서 그들을 위해 기도했고 여러번 아팠다고 한다. 삶과 현실은 참담함이나 거룩함에 있어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고 하는데, 정말 현실이 더 드라마틱하다. 이 책을 읽으며 너무나 참담한 현실에 기가막혀 눈물이 났다. 어떻게 인간의 탈을 쓰고 이런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노희경 탄생 비화를 읽으며 울컥했다. 딸이라고 윗목에 밀어놓고 젖도 주지 않은 엄마가 죄의식에 거짓말을 지어냈음을 이해하는 그녀 마음을 알겠다. 어른이 된다는 건 이해하지 못할 일어 없어지고 투덜거리지 않게 된다는 말에도 공감한다. 상처받을까 봐 최선을 다해서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의 속성을, 자기 체험을 솔직히 털어놓으며 최선을 다해 사랑하라고 말한다.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지 않아 그녀의 드라마는 잘 모르지만, 그녀가 어떤 철학과 소신으로 드라마를 썼는지는 알겠다. '드라마라고 무조건 재밌어야 하는가? 드라마를 왜 소설보다 한 수 아래로 생각하는가?' 끊임없이 성찰하며 시청률에 좌우되지 않고 오직 인간을 말하는 드라마를 만든 표민수씨와의 만남은 찰떡궁합이다. 오십 중반 암으로 돌아가신 엄마를 끔찍이도 사랑했던 그녀는 드라마에서 그려내는 엄마로 그 한을 푸는 듯. 젊은날 가정을 돌보지 않은 아버지에 대한 미움과 원망도 돌아가시기 전 수발들며 화해하는 것도 감동이다.


어린이 독서지도에 대모겪인 여희숙 선생님의 교실에서 독서토론에 대한 안내서다. 토론이란 서로간의 이해와 배려를 위한 소통이고, 생각을 키워가는 과정으로 토론 후 글쓰기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에도 좋다. 학급에서 한주일에 한 번씩 갖는 토론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발전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선생님의 즐거움도 나온다. 후반부는 토론의 실제와 교실에서 한 토론수업 따라 하기, 부록으로 교실에서 토론하기 좋은 안건을 소개했다. 나도 겨울방학에 역사토론을 해볼 생각이라 초등생을 위한 역사서와 토론책을 읽으며 준비중이다. 여희숙선생님의 노하우를 배워 실전에 적용해 좋은 토론수업이 되었으면 좋겠다.^^  

  


최근 독서치료와 관련한 책이 많이 나온다. 나도 지첨서를 몇 권 읽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먼 분야다. 이 책은 2~3학년 정도의 아이들이 책과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주는 책이다. 성실, 끈기, 준비, 나눔, 희망, 우정이란 여섯 개의 주제를 도입부의 짧은 동화로 상황을 알려주고, '증상, 처방전, 추천도서'의 순서로 진행된다. 주인공 작가는 200번 읽은 책은 뜯어 먹는 희한한 인물이다. 어느 날 하늘을 나는 우산을 잡고 섬마을에 도착해, 마법을 쓸 줄 아는 붉은 깃털 새의 부탁으로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독서치료사가 된다. 찾아온 아이들의 상황을 듣지 않고도 알 수 있도록, 붉은 깃털 새의 마법이 통하는 책이 있다. 이런 환타지 요소가 어린이들에게 흥미를 더하겠지만 어른인 내 눈엔 그다지 설득력 있는 방법은 아니다. 그래도 어린이들이 재미를 느껴 여기서 추천하는 책을 골라 읽는다면 그것으로 이 책의 역할은 충분하겠다. 고학년들은 시시하다고 느낄지도... 

  
고대 이집트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패션 역사를 그림을 곁들여 보여주는 좋은 책이다. 패션과 헤어스타일이나 악세사리의 변천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전쟁이나 무역으로 변화를 가져오거나 사치와 허세로 한껏 멋을 내다가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바뀌게 된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를 거쳐 비잔틴,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바로코, 로코코, 고전주의 낭만주의 시대를 거쳐 크리놀린과 버슬시대를 지나 20세기 전후반으로 나누어 설명되었다. 나라마다 패션의 부분명칭이 다르고, 가발이나 모자를 비롯한 장신구의 명칭과 변천을 살피는 것도 재밌다. 지나치게 허리를 졸라매느라 갈비뼈가 부러지거나 종일 뻣뻣한 자세로 생활해야 했던 여성들, 머리장식을 바꾸면 3~4주는 머리를 감지 않았다고 하니 정말 누구를 위한 치장이었는지 기가 막히다. 사람이 옷을 입는게 아니고 옷이 사람을 입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는 청바지시대라 다행이다.^^


과학과 친해지는 신비한 머리 속 이야기다. 사람의 몸과 마음을 움직이는 머리 속 이야기를 고학년 눈높이로 쉽게 풀어내 아이들의 반응이 좋았다. 예전에는 사람의 마음이 가슴에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과학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마음은 '뇌'에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우리가 배웠던 대뇌피질은 대뇌겉질로, 뇌간은 뇌줄기라 표기해서 좀 놀랐지만 뇌구조와 역할들을 그림이나 만화로 넣어서 이해하기 좋았다. 사람은 뇌 전체를 골고루 쓰다가 죽는 것이지, 뇌의 10%도 채 사용하지 못하고 죽는다는 말은 틀린 표현이라고 한다. 사람이 오각으로 느끼는 정보를 받은 뇌가 해석하고 판단해야 된다는 것, 신경세포의 연결망인 시냅스는 태어난 지 8개월이 될 때쯤 일생중 가장 빽빽해지고 이후는 시냅스의 수가 천천히 줄어들기 시작한다는 것. 기억의 뇌인 해마 신경세포만 계속해서 만들어진다는 것. 시상하부가 포만감을 느껴야 음식을 그만 먹으라고 명령을 내리는 것 등등 재밌다.

수학과 친해지는 책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수학을 싫어하는 주인공 머루가 수학나라를 여행하면서 머리 아프게 생각했던 수학에 재미를 갖게 되는 환타지 동화다. 우리가 익히 아는 수학자들, 아메스, 탈레스, 피타고라스, 유클리드, 아르키메데스, 유희, 디오판토스, 오일러를 만나면서 왜 그런 공식이 나왔는지 문제를 풀며 배워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머루가 수학자들을 만나 수학 용어의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고 문재를 해결해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고, 만약 문제를 풀지 못하면 책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나도 학창시절 수학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우리 삼남매도 수학을 싫어하는 타고난 문과생이라 수학을 멀리하는데 이런 책을 읽으면 수학을 좋아하게 되려나? 중.고.대학생이 되었지만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영화의 역사, 원리, 발전과정과 직접 영화를 만드는 일까지 초등 고학년을 위한 안내서다. 사진 자료와 만화기법을 이용한 삽화로 보는 재미를 더한다. 에디슨이 발명한 카메라는 프랑스의 뤼미에르 형제에게 영향을 주어 '시네마토그라프'라는 카메라를 만들어 영화를 탄생시켰다고 한다. 무성영화에서 발전해 최초의 유성영화는 1927년의 '재즈 싱어'였고, 곧 컬러필름이 만들어져 컬러영화의 시대가 되었다. 지금은 특수분장과 특수효과로 못 만들어내는 장면이 없으니 가히 놀랄만한 영화판이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 감독, 시나리오 작가, 제작, 배우, 조감독, 스크립터, 촬영감독, 조명감독, 미술감독, 녹음기사, 붐마이크맨, 의상 담당, 분장 담당, 편집 기사, 음향기사, 음악감독, 포스터 담당, 배급담당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맡은 역할을 소개했다. 어린이 눈높이 책이라 깊이 있게 다루지는 않지만 영화에 대한 모든 것을 맛볼수 있는 책이다. 영화 만들기 활동책이 보너스로 붙어 있다.  

 
열두 살 지효는 아버지가 무섭다. 왜 그렇게 됐을까? 용감하고 똑똑한 아이로 아빠에게 인정받고 싶지만 잘 안된다. 아빠가 서울 가던 날, 동생에게 자전거를 양보하지 않는다고 된통 혼이 난 지효는 처음으로 자위를 했다. 억눌린 감정을 분출하며 하늘을 날아오르는 기분을 느낀다. 큰 잘못을 저지른양 죄의식을 느끼면서도 반복하게 된다. 아빠가 돌아오시던 날, 브레이크가 고장난 것을 모르는 동생(지민)은 아빠를 마중나갔다 멈추지 못하고 기차에 치었다. 지효는 자신이 동생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억눌리고 엄마와 아빠도 웃을을 잃고 침묵으로 빠져든다. 아빠가 서울 교회에 일자리를 구해 이사하지만 여전히 마음은 하느님을 거부하고 도망치고 싶다. 추수감사절 뮤지컬에서 최초의 살인자 가인역할을 자처한 지효는, 동생을 죽인 벌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아빠는 비로소 지효의 마음을 알고 '네 잘못이 아니었어. 미안하다!' 말하고... 지효는 마침내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 오른다.   

 
저자는 독일 중견작가로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인데, 추리탐정물이라 손에 놓지 않고 좌르르 읽었다. 파울리네 엄마아빠는 만날 싸우다가 결국 헤어졌다. 파울리네는 엄마랑 살다가 주말에만 아빠를 만난다. 아빠는 약속을 잘 지키지 못하지만 완벽한 소풍은 나쁘지 않았다. 예정시간보다 늦게 돌아와 엄마 아빠는 또 소리치며 싸우고...파울리네는 그때마다 자기가 원인제공자 같아서 사라지고 싶다. 대체 엄마 아빠는 왜 내 생각은 해주지 않는가? 화가 나지만 분별있는 아이로 길들여져 어른보다 낫다. 폐쇄된 피자성에 어느날 사람들이 어린소년을 데려와 가두는 걸 목격하고 계속 관찰한다.그 아이는 다섯 살 로렌쪼, 이혼한 부부가 서로 아이를 차지하기 위해 꾸민 일이다. 부부가 아이의 한 팔씩 잡고 잡아당기는 현장을 목격한 파울리네는 소년을 구출한다. 이혼한 부부가 아이가 원치 않는 방법으로 사랑하는 건 아이에게 상처다. 노란기사 아서왕의 성으로 가고 싶어하는 로렌쪼... 자기만의 성에 스스로 갇힌 로렌쪼가 짠하다.

'난 원래 공부 못해'라는 말은 아이들이 종종 하는 말이라, 제목에 끌렸다. 스스로 '멋진 연희샘'이라는 신규 교사가 4학년 아이들과 좌충우돌 열정으로 빚어낸 이야기다. 시골이지만 도시 아이들처럼 실력을 키워주겠다고 날마다 5개의 영어단어와 한자를 외우고, 수학문제를 풀게 하는 '오오오작전'을 벌인다. 아이들은 어쩔 수없이 따르지만 결코 즐겁지 않다. 그중에 찬이는 구구단도 못 외워서 곱셉과 나눗셈을 하지 못한다. 스스로 '난 원래 공부 못해'라고 하지만, 연희샘은 '원래 공부 못하는 사람은 없고 안하기 때문'이라며 찬이에게 특별숙제를 내준다. 하지만 찬이는 이웃의 진경이 도움으로 숙제를 낼 뿐, 공부에 흥미가 없는 아이다. 나머지 공부를 거부하는 찬이네 집에 왔다가 염소와 토끼와 닭을 돌보는 찬이가 자신보다 더 어른스러운 걸 보고, 모두가 행복하지 않았던 방법을 바꾼다. 우리 딸의 미래 모습일지도... 


 창비 독서감상문대회 고학년 도서다. 사육장에서 도망친 개를 만나 키우게 된 민호는 삼총사의 '달타냥'이라 이름 붙인다. 고부간의 갈등에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했던 민호부모는 교통사고로 할머니가 돌아가신다. 할머니의 죽음을 엄마의 잘못으로 인식한 아빠는 수시로 엄마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민호는 엄마를 지키지 못한 죄의식으로 가슴이 답답하고 아빠가 두렵다. 마음을 열지 못한 민호와 달타냥의 눈은 슬픈 눈이다. 사육장에서 도망쳤지만 동생을 돌보다 잡혀간 형은 싸움개가 된다. 원망과 분노가 가득찬 형, 태풍을 만나고 온 달타냥은 슬픔과 민호의 슬픔도 같다. 민호는 아빠도 할머니를 사랑했고, 할아버지의 폭력에서 구하지 못한 죄스러움을 갖고 살았다는 걸 이해하고 미움과 원망을 버린다. 진정한 용기란 용서하는 것임을 일깨워주는 감동적인 동화다. 달타냥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아빠를 용서하고 사랑의 가족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좋아하는 신시아 라일런트 시집인데, 표지 그림은 이금이 작가 따님인 누리양이 그려서 더 반가웠다. '미용 학교에 간 하느님'은 미국에서 2004년 보스턴글로브 혼북상을 받았고, 도서관협회추천도서였다고 한다. 시 형식으로 쓴 소설로 미국에선 일반화된 장르라고 한다. 하느님도 우리 사람들처럼 희노애락을 고스란히 느낀다고 생각하고 쓴 시들이 놀랍고 즐거웠다. 이런 책을 볼때마다 느끼지만 창의력이라는 게 참신한 발상을 전제로 한다고 새삼 깨닫는다. 어쩜 이런 생각을 했을까? 늘 감탄만 하며 부러울 뿐이다. 신이 먼 곳에 있는게 아니라 바로 내 곁에, 내 안에 있다고 느끼는 행복한 독서였다. 너무나 인간적인 하느님을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보시라.^^ 하느님은 어떻게 하면 파마를 잘 할 수 있는지 배우러 미용실에 갔다가 손톱에 반해서 '짐 네일케어'라는 가게를 내고, 사람들의 손톱을 예쁘게 가꾸며 '아름다워!' 감탄하신단다.

 어느날 해변으로 떠밀려 온 수많은 나이키 운동화를 보고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조사하게 된 해양학자 에비스메이어박사, 해류에 따른 바다 쓰레기의 이동을 추적하며 바다 살리기에 노력하는 분이다. 바다공부를 하면서 바다를 이해하고 결국은 바다를 보호하는데 나서는 실천하는 사람이다. 함께 해류연구에 도움을 준 해양학자 에침스 잉그러험2세도 같은 길을 가는 학자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이렇게 바다를 살리기 위해 애쓰는 학자들이 있다는데 감동받았다. 콘테이너 선적 화물들이 풍랑을 만나 콘테이너를 유실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데 놀랐다. 바다쓰레기가 해류에 따라 한 곳으로 모이는데 플라스틱 쓰레기에 부유물질들이 달라붙어 먹이인줄 알고 먹은 새나 물고기들이 죽어가고, 그걸 먹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먹이사슬 때문에 결국은 인간에게 재앙이 미친다는 얘기다. 바다가 스스로 자정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인간들의 겸손함이 요구된다.

알라딘 4기 서평단 첫번째 서평도서로 온 책이다. 이 책은 국내외 17명의 인물이 어떤 꿈을 갖고 그 꿈을 이루었는지 아빠가 조곤조곤 들려주는 책이다. 한국인은 옥수수박사 김순권선생님과 한비야언니 뿐이라 아쉽지만, 지구촌시대에 걸맞게 세계인에 대해 아는 것도 좋다. 작고 볼품없는 것들의 힘 센 이야기라고 저자가 말했듯이, 잘나지 않은 누구라도 꿈을 갖고 노력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세상에 부풀려진 허황된 성공신화를 부추기는 책은 아니다. 나만 잘 살려는 욕심쟁이가 아니라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더불어 잘사는 아름다운 가치관을 갖도록 이끌어주는 책이다. 어린이 인권선언에도 불구하고 노예처럼 학대받는 어린이를 위해 애쓰다가 12살에 죽은 이크발 마시흐는 가슴을 아프게 했다.  

 

후애님 부부 경복궁 만남 이벤트 선물로 구입했다.  왕의 하루는 해뜨기 전 시작되어 어떻게 보내는지, 궁궐은 어떤 곳인지 경복궁의 이곳 저곳을 꼼꼼하게 짚어준다. 해설과 더불어 사진이 아닌 실사 그림이라 좋다. 왕의 역할과 존엄성을 상징하는 의복도 의식에 따라 달랐고, 왕이라고 해서 뭐든 하고 싶은대로 하는 것이 아니었다. 왕에게만 쓰는 높임말에서, '지'에 소변을 보고 '매회틀'에 대변을 보면 시중드는 사람이 비단으로 뒤를 닦아주었다니 왕은 뒷처리조차도 신하들이 해주었다는게 놀랍다. 역시 지존이라 대변의 색깔과 냄새에 따라 건강을 관리했다고 한다. 왕의 침소인 강녕전과 왕비의 침소인 교태전엔 용마루가 없다는 것, 아미산 굴뚝과 자경전 꽃담, 십장생 굴뚝도 빼놓을 수없는 곳이다. 이번엔 물에 어린 경회루와 향원정 사진도 찍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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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10-16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마라톤 대회 기간에 읽은 책만 리스트 뽑아보면 어마어마하겠어요. 열정의 순오기님.^^

순오기 2009-10-17 08:38   좋아요 0 | URL
끝내고 만들어 볼까요?ㅋㅋ

라로 2009-10-16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대단해요!!!!가족부문도 참가하시는 건가요????

순오기 2009-10-17 08:39   좋아요 0 | URL
오~ 노오, 막내랑 나만 참여해요.
고딩아들은 책읽을 짬도 없고, 남편은 읽지만 올리는 건 안하니까요.ㅋㅋ

같은하늘 2009-10-17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세요... 안그래도 책 많이 읽으시는데 더 열심히 읽으셨겠어요.
그리고 그 결과를 남긴다는게 쉽지 않다는걸 알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짝~~~

순오기 2009-10-17 08:40   좋아요 0 | URL
대단할 일은 아니고요, 학교 독서회 총대 메고 있으니 참여해야될거 같아서 했을 뿐이에요.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오히려 못 읽었어요. 수상자의 경우 구입영수증이나 대출기록을 제시해야 돼서 인정받지 못할 책을 못 읽었으니까요.ㅜㅜ
이제 끝내면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어야지요.ㅋㅋ

꿈꾸는섬 2009-10-20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이팅~~~

순오기 2009-10-31 07:28   좋아요 0 | URL
^^
 
가족신문, 창비 독후감상문대회 가족부문 대상

제14회 창비 독후감상문대회 당선작이 발표됐는데 소나무집님 가족 대상을 받았기에 널리 소문냅니다. 모두 축하해 주실 거죠? 짝짝짝~~~

책을 읽은 느낌을 글과 미술작품으로 뽐내는 어린이들의 잔치 ‘창비 어린이 독후감 공모’가 14회를 맞아 ‘창비 좋은어린이책 독서감상문대회’로 새롭게 바뀌었습니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책 읽는 가족, 책 읽는 선생님 들을 위한 독서감상문 대회에, 어린이책을 좋아하는 많은 분들이 응모해주셨습니다. 총 4부문1,400여 편에 이르는 응모작을 본사에서 의뢰한 심사위원들이 심사하였습니다. 그 결과와 시상 내역을 아래와 같이 발표합니다. 시상식은 2010년 2월 ‘창비 어린이·청소년 통합 시상식’과 함께 열립니다.

어린이 대상(상패와 장학금 30만원, 창비아동문고 1질)
하채림(서울 초당초등 3) 「나는 똥맨이 되고 싶어요-『마법사 똥맨』을 읽고」

우수상(상장과 장학금 10만원, 창비아동문고 100권)
권석중(서울 보광초등 3) 김민채(대전 외삼초등 5) 송승연(안성 비룡초등 5)
염예림(전주 만수초등 6) 이세빈(안양 귀인초등 5) 이은새(삼척서부초 병설유치원)
이태현(부산 명륜초등 1) 장윤정(서울 천동초등 6) 장재우(고양 율동초등 2)
최승현(서울 창림초등 2)

가작(상장과 도서상품권 5만원, 창비아동문고 50권)
고연주(광주 신창초등 4) 권교은(대구 감천초등 4) 김민영(시흥 서해초등 2)
김영우(충주 남산초등 6) 김재유(시흥 서해초등 5) 김주형(시흥 서해초등 1)
김한강(창원 반송초등 1) 박성조(용인 풍천초등 4) 백한결(군포 대야초등 병설유치원)
성예원(의왕 내손초등 5) 심재효(화성 석우초등 5) 안정우(울산 연암초등 6)
엄유경(부산 남문초등 4) 오혜원(여수 도원초등 6) 유재민(시흥 서해초등 2)
이소영(대구 시지초등 4) 이예린(대구 율하초등 5) 이은선(서울 장안초등 2)
이재진(화성 석우초등 3) 이재헌(울산 우정초등 6) 이하민(광주 송원초등 2)
이학주(서울 사대부설초등 5) 정민지(남양주 마석초등 1) 정지은(서울 발신초등 5)
조수정(대전 원앙초등 6) 최보람(시흥 서해초등 5) 최지우(서울 자운초등 4)
최혜선(서울 천동초등 6) 한효정(양산 평산초등 6) 황현우(익산 모현초등 1)

일반 대상(상패와 장학금 30만원, 창비아동문고 1질)
박소희(울산 연암중 3) 「‘공주’보다는 ‘안공주’-『소나기밥 공주』를 읽고」

우수상(상장과 장학금 10만원, 창비아동문고 100권)
김혜온(성남 분당구) 손정혜(의정부 호원동)

가작(상장과 도서상품권 5만원, 창비아동문고 50권)
서훈주(울산 성안중 3) 김광남(고양 일산동구) 박영순(서울 도봉구)
유순원(서울 용산구) 정설(서울 구로구)

가족 대상(상패와 가족여행권 30만원, 창비아동문고 1질)
강선우, 강지우 가족(완도 완도읍) 「얼렁뚱땅 가족신문-『열려라, 뇌!』를 읽고」


우수상(상장과 외식상품권 10만원, 창비아동문고 100권)
오다미, 오평강 가족(서울 양천구) 차성호, 차성원 가족(성남 분당구)

교사 대상(상패와 창비 어린이책 300권, 반 티셔츠)
장형진(전주 신흥고 교사) 「그림책을 통한 청소년 문학 지도안-『별이 되고 싶어』를 읽고」

우수상(상장과 창비 어린이책 200권)
권이순(중국천진한국국제학교 교사) 최혜랑(인천 효성서초등 교사)


■ 심사위원
본심: 김옥(동화작가), 윤승용(경기 장현초 교사), 배유안(동화작가)
예심: 전국초등국어교과 군포의왕모임(강경선, 김병호, 성용운, 이연민, 이유진, 지순미, 최은경, 최지력)  

■ 심사평
지난해까지 ‘창비 어린이 독후감 공모’라는 이름으로 이어져 오던 것이 올해 14회를 맞아 ‘창비 좋은 어린이책 독서감상문 대회’로 명칭을 바꾸었다. 참가 자격 또한 확대했다. 어린이, 청소년, 학부모, 교사에 이르기까지 어린이책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하여 참가 부문을 어린이, 일반, 가족, 교사로 나누었고,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여름방학 기간으로 집중하여 공모하였다.
커진 행사와 시기에 대한 고려로 응모 편수가 예년에 비해 늘어, 총 1,400여 편에 이르는 작품이 이번 대회에 응모되었다. 특히 경기 시흥 서해초등학교, 울산 연암초등학교, 전북 익산 모현초등학교, 중국 연대한국국제학교, 중국 북경육재학교, 중국 천진한국국제학교 등 학교 단위로 응모한 곳이 상당하여, 달라진 독서감상문 대회에 어린이뿐만 아니라 교사들의 관심이 커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응모 편수가 많은 만큼 예심을 맡은 분들의 노고가 적지 않았다. 전국초등국어교과 군포의왕모임 선생님들의 어려움은 눈으로 보지 않았어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어린이, 일반 부문은 예심을 거쳐 어린이 80편, 일반 15편이 본심에 올랐고, 가족과 교사 부문은 응모작이 30편 이내여서 예심 없이 곧바로 본심에서 수상자를 가리는 방식으로 심사를 진행했다.

예심에서 드러난 전반적인 경향은, 대체로 비슷한 글쓰기 형식을 보이는 감상문이 많았다는 점이다. 첫머리에 책을 읽게 된 동기를 소개하고 본문에서 인상적인 구절이나 장면을 통해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쓴 후 어떤 다짐이나 소망을 결론으로 써내는 식의 틀에 박힌 글쓰기가 아니라 소박하나마 자신의 삶이 드러나는 글쓰기가 아쉬웠다. 또한, 학습지 형태의 몇몇 고정된 독후활동 틀에 아이들의 생각과 느낌이 갇힌 인상을 주는 글이 많았다. 사고를 이끌어내는 데 있어 어느 정도 틀이 필요하겠으나 그 틀이 너무 고정적일 때는 오히려 사고를 죽일 수 있음을 잊지 않아야겠다.  

이런 점에서 어린이 부문 대상작으로 뽑힌 『나는 똥맨이 되고 싶다』(하채림, 초3)는 특별하다. 『마법사 똥맨』을 읽은 뒤 쓴 일기 형식의 글이었는데, 솔직한 생각과 느낌이 잘 묻어났다.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겪는 불편함이나 속상한 일을 하나하나 돌아보며, 언제나 자신 있게 스스로를 드러내는 책 속 주인공 똥맨이 부러운 까닭을 수수하게 잘 밝혔다. 글쓴이가 어떤 아이인지 전혀 모르는 이들도 이 글을 읽으면 깊이 공감하게 만드는 솔직함이 글 쓰는 요령만 단련한 그 어느 글보다 돋보였다. 동시집 『수박씨』 수록작 「있다」를 읽고 그린 유치원생 이은새 어린이의 그림도 대단했다. 포스트잇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은새 마음속에 들어 있는 것들이 하나하나 드러나도록 그린 그림이 참 기발하고 재미있었다. 

청소년과 성인이 응모한 일반 부문 심사에서는 사고의 깊이를 좀 더 따졌다. 책 읽기를 통해 사고가 깊어지면 자신의 행동에서도 변화를 이끌어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여 비평 수준의 독서감상문을 상위로 놓은 것은 아니다. 『소나기밥 공주』를 읽고 쓴 『‘공주’보다는 ‘안공주’』(박소희, 중3)는 책 읽기가 개인의 사고와 행동에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지를 새삼 느끼게 했다. 어려운 환경 때문에 또래보다 일찍 성장한 책 속 주인공 ‘공주’와 자신을 동일시하여 쓴 박소희 학생의 감상문은, 맞벌이 부모님을 대신하여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친구들보다 어른스럽고 요리도 잘하지만 오히려 그것을 부끄러워한 자신을 되돌아보는 내용으로 읽는 이마저 가슴 뭉클하게 했다. 물론 책 속 주인공만큼 어려운 환경은 아니지만, 책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속 부끄러움을 털고 힘차게 일어나려는 글쓴이의 다짐이 잘 담겨 대상작으로 선정했다. 

 
가족 부문을 심사하면서는 ‘가족’ ‘책’ ‘즐거움’이라는 세 낱말이 자꾸 떠올랐다. 가족 구성원이 서로를 알아가고 느끼고 나누는 즐거움이 ‘책’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표현된 작품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그중에서도 강선우, 강지우 어린이의 가족이 『열려라, 뇌!』를 읽고 만든 「얼렁뚱땅 가족신문』은 가족의 뇌 구조를 분석한 기사와 만화, 그림, 글을 신문 형식으로 조화롭고 재미나게 엮은 점이 돋보였다. 가족신문을 만들면서 가족이 모여 머리를 맞댄 시간과 노력, 재미가 그 어느 응모작보다 크게 느껴져 대상작으로 선정하였다. 사실 가족 부문은 응모작마다 참여한 가족의 개성과 즐거움이 잘 드러나 있어 우열을 가리기 가장 힘들었다. 수상작으로 선정된 가족뿐만 아니라 참여한 모든 가족에게 박수를 보낸다. 내년 대회에서는 좀 더 많이 참여해 책으로 아름다워지는 가족을 많이 만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교사 부문에서는 학생들과 함께한 독후활동보다는 전반적인 지도 계획을 중심으로 심사했다. 교사의 창의성, 작품 주제에 어울리는 활동, 실현가능성, 학년 수준, 교사의 실천력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하였다. 대회 취지에 어긋나게 독후활동 결과물만을 묶어 보내온 분들이 더러 있어 판단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교사 부문을 신설한 뒤 첫 대회인 만큼 그 심사 기준을 세운다는 의미가 더해지기에, 긴 고민 끝에 수상작을 장형진 선생님의 독후활동안으로 결정하였다. 그림책 『별이 되고 싶어』를 바탕으로 한 고등학교 문학 수업안으로, ‘책 동영상 보기-책 읽어주기-작가 및 그림책 소개-느낌 나누기-자료함께 읽기-책과 연관된 내용으로 시 쓰기’로 이어지는 활동 계획이 뚜렷한 데다, 그림책 대상독자의 경계를 허물어 그 텍스트와 그림을 문학 수업에 적절히 활용하였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 독후활동안을 바탕으로 한 학생들의 작품이나 현장에서 나온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이 궁금하다.

참여한 어린이, 청소년, 학부모, 교사들에게 글로나마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응모한 글과 그림에 묻어난 웃음, 슬픔, 깨달음, 실천은 참여한 모든 분들이 성장하는 데 소중한 밑거름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14회째 이어온 대회에 많은 의미가 더해져 제대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기쁨도 크다. 다만 글의 솜씨와 작품 결과물의 대단함보다는 소소하게 책 읽기의 경험을 나누는 따뜻한 자리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옥, 윤승용, 배유안)

* 수상자에게는 2010년 2월 말까지 상장과 상품을 우송해 드립니다.
* 수상작 보기(http://www.changbi.com/child/read_reading/list.asp)
 

 *교사부문 심사평 파란색은 나를 두고 하는 말인듯...ㅋㅋ 

소나무집님, 축하한다고 문자 보냈더니 오늘이 발표인지도 모르고 있더라고요.^^
미국 여행에 이어 또 한번의 멋진 가족여행을 할 수 있으니 잘됐네요. 아빠를 보내고 울었다는 사랑스런 딸, 선우의 마음과 그 눈물이 하늘까지 닿았나 봅니다. 알라딘 식구들~ 다들 축하해 주실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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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10-09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등 가작의 최혜선(천호초등6년)은 작년 일본문학기행 같이 갔던 아이네요.
양철북에서도 초등최우수로 뽑혀 일본갔는데 역시 저력이 느껴지네요.

소나무집 2009-10-09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고마워요. 신문 내용 급하게 올렸어요.

순오기 2009-10-10 23:02   좋아요 0 | URL
이제야 보고 축하 댓글 남겼어요~ 잘 만들었네요.
아이디어도 좋고 정성이 가득 들어간 결코 얼렁뚱땅이 아닌데요.^^

행복희망꿈 2009-10-09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나무집님 정말 축하드려요.
순오기님의 친절한 글 잘 봤어요.^^

순오기 2009-10-10 23:03   좋아요 0 | URL
이런 경사라면 다같이 축하해야지요.^^

같은하늘 2009-10-09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나무집님 너무 축하드리고...
남의집 일을 먼저 알고 알려주시는 순오기님은 역시 리포터 맞습니다.^^

순오기 2009-10-10 23:03   좋아요 0 | URL
하하~ 자칭 리포터 순오기가 특종을 잡았나요?ㅋㅋㅋ

세실 2009-10-10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축하드립니다^*^ 멋지십니다.

순오기 2009-10-10 23:05   좋아요 0 | URL
와우~ 정말 멋지죠.
가족여행 30만원도 좋지만 창비 책 한 질이면 대체 몇 권이랍니까?^^

다락방 2009-10-10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와, 일반부 우수상엔 제가 아는 분도 있어요! 멋져요, 정말 멋져요. 축하드려요!!

순오기 2009-10-10 23:05   좋아요 0 | URL
오와~ 일반부 우수상에 아는 분이 됐군요.
다들 대단하죠~~ ^^

마노아 2009-10-11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무려 대상이군요! 멋진 일이에요!!
그런데 노란색으로 표시된 최혜선은 누군가요?

순오기 2009-10-11 02:3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대상은 창비 책 한 질인데 대체 몇 권인지...^^

희망찬샘 2009-10-15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경사로운 일이네요. 저도 침 꼴딱 삼키다 미역국 먹었어요. 그런데, 소나무집님 작품 보니 제가 너무 준비가 소홀했구나 싶은 것이... 반성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축하 드려요. (소나무집님이 여기 들어 오셔서 보시나요?)

순오기 2009-10-15 22:29   좋아요 0 | URL
미역국 먹은 사람이 한둘이겠어요. 동지 여기도 있어요.ㅋㅋ
소나무집님은 이미 봤으니까 다시 이 글 보기는 쉽지 않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