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지 내기 이야기 보물창고 10
이금이 지음, 김재홍 그림 / 보물창고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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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학년 2학기 읽기에 실린 이금이님의 <송아지 내기>는 '영구랑 흑구랑'에 실린 단편인데, 이번에 김재홍 화가의 그림으로 저학년들이 읽기 좋도록 그림동화로 나왔다. 이금이 작가는 김재홍 화가와 콤비를 이뤄 '금단현상' '도들마루의 깨비' '꽃바람' 등 여러 권을 출판했는데, 이 책도 역시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

출판사에서 따끈따끈한 신간을 받고 저학년들에게 보여주니 대단히 흥미로워 했다. 그림에서 보여주는 시골 풍경이 할머니 할아버지댁을 생각나게 하고, 명절에 할아버지와 했던 윷놀이 경험이 있기에 나름대로 분위기를 이해했다. "송아지 한 마리 키우고 싶어요!" 하는 녀석부터, 시골 할아버지댁에 가면 송아지가 있다고 자랑하는 녀석까지 잠시 시끌시끌했다.^^ 도시 아이들에게도 친숙한 소재를 맛깔난 문장으로 동해의 심리를 잘 묘사한 작가의 필력을 저학년 아이들도충분히 느끼는 듯했다.

'영구랑 흑구랑'에 수록된 '송아지 내기'만 뚝 떼어서 저학년 눈높이에 맞춰 주신 출판사에 감사한다. 5,6학년들은 이미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이지만 그림동화라서 다시 들여다보며 추억했고, 4학년들은 4학년 읽기 책에 나온다는 말을 듣고 "진짜요?" 하면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렇게 전학년의 사랑을 받다보니, 어느새 새책에도 손때가 많이 묻었고 페이지를 넘기는 아랫부분은 구김이 많이 갔다. 아까워라~ ㅠㅠ 하지만, 이 책은 역시 초등 녀석들이 주인이다. 주인공인 동해가 얼결에 '송아지 내기' 윷놀이에서 지고, 송아지를 뺏길까봐 불안에 떠는 모습에 공감하다가, 진즉 잊어버리고 생각도 않는 영도할머니의 말에 "휴~ 살았다!' 안도하는 녀석들은 동해와 똑같은 순진하고 순수한 동심이었다.^^

그림동화라 금세 휘리릭 내용을 읽은 후 그림을 다시 넘겨보는 녀석들이 많았다. 우리 할아버지 동네 사람들과 닮았다며 웃기도 했고, 굴뚝 옆에 쭈구리고 앉은 동해와 깜깜한 밤하늘에 떠 있는 별들을 시골 할아버지 집에서도 볼 수 있다며 좋아했다. 시골도 대부분 보일러라서 굴뚝은 못 보았거니 생각했는데, 지역 특성상 시골에 가축을 키우는 집들이 있으니 방 한칸은 불을 때는 아궁이를 남겨둔 집도 의외로 여럿 있었다. 영도할머니나 동네 할아버지들까지 친근하게 담아낸 그림이 아이들 마음에도 접수된 듯하다.

아이들은 동해처럼 '송아지 내기' 윷놀이는 아니어도, 할아버지와 천원 내기 윷놀이나 지는 사람이 심부름 가는 내기를 했던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초등학생이 어떻게 '송아지 내기' 같은 큰 도박을 하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또 영도할머니처럼 아이랑 그런 내기를 하는 어른이 더 나쁘다고 쌍심지를 켜고 비판도 해대니, 에구~ 요새 아이들 야무지고 무서워요.ㅎㅎ

송아지를 부여잡고 눈물 흘리는 표지 오른쪽 귀퉁이에 노란색 동그라미에 '초등학교 국어교과서 수록 동화'라는 안내가 있는데 '4학년 2학기에 실린' 이라고 썼으면 친절함이 더했을 듯한데, 출판법상 그렇게 표기를 하면 안되는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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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8-03-07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접 책을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담아갑니다 ~~~

순오기 2008-03-07 01:26   좋아요 0 | URL
앗~ 용이가 4학년이구나!ㅎㅎ 음, 이 책을 보고 도서관에서 '영구랑 흑구랑'보세요. 이금이 작가의 단편들이 듬뿍 들어있어요.^^
 
까마귀의 소원 -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7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7
하이디 홀더 글.그림, 이명희 옮김 / 마루벌 / 199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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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의 소원'은 교훈적(?)인 내용이라 그런지 아이들이 열광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어른들이 좋아해서 동화구연 선생님이나 독서지도사들이 추천하는 책이다. 너무 교훈을 드러내는 책은 재미가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다.

이 책은 내용보다는 그림이 마음에 쏙 든다. 유아기에 접하는 에니메이션이 화려한 원색이 주조를 이룬다면, 초등 저학년에 걸맞을 이 책은 파스텔톤의 색감이 침착함과 안정감을 주어서 좋다. 거기에 까마귀나 개구리 들쥐를 비롯한 동물과 나무 하나 풀꽃 하나도 세심한 묘사로 감탄을 자아낸다. 잘 보일지 모르지만 그림을 한번 감상하시죠.^^
반짝이는 것을 주워 모으는 까마귀의 특성에 맞게 잘 묘사한 방이다. 온갖 잡동사니를 모아 필요할 때 찾아 쓰기 좋게 정리해 두었다. 까마귀의 깃털이나 나뭇잎, 화면 아래 꽃들까지 세심한 묘사로 사실화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림이 섬세하고 색깔이 눈부시지 않아 안정감이 듬뿍 묻어난다. 한 면을 다 차지한 그림과, 다른 쪽엔 꽉 채우지 않은 작은 그림에 몇 줄의 글만 넣어 여백의 미와 공간의 여유를 주는 편집이 좋다.

늙은 까마귀가 덫에 걸린 백조를 구해주고 받은 별가루는, 자기 전 베개 밑에 조금 뿌리고 소원을 빌면 아침에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마법같은 환상을 보여준다. 아이들이 부러워하는 마법같은 소원빌기... ^^ 까마귀는 주머니쥐의 생일초대에 짧은 꼬리로 갈 수 없어 슬퍼하는 생쥐에게 별가루를 준다. 또 선물 살 돈이 없어 슬픈 청개구리에게도 나누어 준다. 생일잔치에 같이 갈 친구가 없어 슬픈 토끼에게도 소원을 이룰 수 있도록 나눠준다. 모두 생일잔치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도 까마귀는 몰래 숨어 혼자 외롭게 구경한다.

지친 까마귀는 집으로 돌아와 이제는 늙어서 반짝이는 것들을 주워 올 수 없어 슬퍼한다. '나도 예전엔 젊고 멋있었는데...... 나도 소원을 빌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는데 반짝 달빛에 별가루 하나가 보인다. '아~ 다시 젊고 활기찬 새로 만들어 주렴.' 다음 날 아침, 까마귀는 힘찬 날개로 하늘을 날아오르며 소원을 이루었을까?

자기 소원보다는 슬퍼하는 이웃에게 별가루를 나누어 준 착한 까마귀가, 자신의 소원도 이루어 힘차게 날아오르는 걸 잘 이해하지 못했다. 늙은 까마귀를 다시 젊은 까마귀로 되돌린 마무리가, 마치 노인을 존중하지 않는 것 같아 내맘에는 썩 내키지 않았다. 열심히 살아 온 늙은 까마귀에게 도움받은 이웃들이, 잔치에 초대해 위로했다면 더 뻔한 이야기일까? ㅎㅎ

하여간 이야기는 별하나 감점이지만, 그림에 높은 점수를 줄만한 책이라 추천한다. 아이들은 그림에서 본 장면과 색감을 자기도 모르게 모방하므로, 좋은 그림책을 많이 보는 것이 그림 솜씨를 키우는 방법도 된다. 내용이 교훈적이라 재미는 덜하지라도 뭔가 의미를 찾아 생각에 잠길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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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8-02-18 0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색감이 참 멋지네요. 아이들에게 별가루가 있으면 무슨 소원을 빌고 싶은지, 어떻게 하고 싶은지 물어보면 좋겠어요 ... 음, 난 무슨 소원을 빌지? ^^

순오기 2008-02-18 07:24   좋아요 0 | URL
책을 읽고 나면 '나도 별가루가 있었으면...'하는 아이들이 있지요.^^
음, 나는 무슨 소원을 말할까~~~~

산사춘 2008-02-19 0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책이 아니라 미술작품이네요.
손으로 만져보고 싶게 만들어요.

순오기 2008-02-19 02:16   좋아요 0 | URL
예, 정말 그림이 마음에 쏘~ 옥~ 드는 책이에요.^^

이팝나무 2008-03-06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갖고 싶은 책이네요..사러 갑니다.

순오기 2008-03-06 17:13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님의 서재에도 다녀왔어요. 감사^^
 
붕어빵 아저씨 결석하다 -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저학년이 좋아하는 책 14
초록손가락 지음, 권현진 그림 / 푸른책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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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아저씨 결석하다'라는 제목이 풍기는 느낌은 참 따뜻하다. 표지에서 보여주는 느낌 그대로, 책 내용도 알록달록 예쁜 봄빛깔로 꾸며진 동시들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오늘은 햇살이 눈부셔서 마치 봄이 온 듯한데, 붕어빵 아저씨는 봄맞이 하느라 결석하셨을까? ^^ 바로 이 시집의 분위기와 잘 맞는 봄빛이 성큼, 한 뼘 안으로 들어온 날 시집을 펼쳐본다.

'초록손가락'이란 이름으로 열 명의 시인들이 모여 좋아하는 동시를 열심히 써서 모은 예쁜 동시집이다. 어린이에게 좋은 동시를 들려주기 위해 쓴 그 마음을 알았는지, 여기 실린 동시들이 초등학교 교과서에 많이 실렸다.

3-1 읽기에 <전깃줄>, 3-1 쓰기에 <빨래집게>, 3-2 읽기에 <동생 때문에>, 4-1 말하기 듣기 쓰기에 <거인들이 사는 나라>, 4-2 읽기에 <아빠>, 4-2 말하기 듣기 쓰기에 <해님이 가는 곳>, 5-1 말하기 듣기 쓰기에 <웃는 기와>가 실렸다. 교과서에 실린 동시도 찾아 보고, 그 시인들이 쓴 또 다른 동시를 만날 수 있는 즐거움도 크다. 열개의 손가락처럼 모인 열 분은 민현숙, 박신식, 박혜선, 신형건, 양재홍, 이봉직, 이혜영, 이혜용, 최윤정, 허명희 시인이다.

자~ 여기서 잠깐, 아래 시에 제목을 붙여보실래요?

너 없으면 / 참새랑 제비는 / 어디 앉아 조잘댈까

바람은 어디에 매달려 / 윙윙거리고

빗방울은 어디서 / 그네를 탈까.

3-1 읽기에 실린 위 시는, 제목을 쓰지 않은 빈칸에 어린이들이 제목을 붙이도록 되어 있다. 이 리뷰를 쓰느라 아이들 교과서를 들춰보니, 우리 둘째와 막내가 같은 시에 서로 다른 제목을 붙였다는 걸 알았다. 우리 둘째는'나무', 막내는 '너 없으면'. 이렇게 독자의 느낌으로 시의 제목을 붙여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싶어 미소가 번진다. 시인은 <전깃줄>이라 붙였으니 역시 시인이다! ^^

 

내가 교과서에서 만났던 시인들이 누구인지 알 수 있을까? 이 책에 실린 동시 뿐 아니라 다른 시집에 있는 이 시인들의 시도 찾아보면 좋겠다. 봄날처럼 따뜻한 느낌의 시를 읽으며, 교과서에 실린 시를 암송하면 좋을 산뜻한 봄빛깔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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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8-02-15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이는 뭐라고 제목을 붙였었는지 모르겠는데, 흐흐, 저는 '전깃줄'이라고 붙였습니다 ^^
전깃줄을 보고 이런 시를 짓다니 역시 시인은 시인이에요 ~

순오기 2008-02-16 09:08   좋아요 0 | URL
앗, 님도 '전깃줄'이라고요~~ㅎㅎㅎ 시인의 자질이 확실합니다!!

비로그인 2008-02-16 10:10   좋아요 0 | URL
저는 댓글을 보고나서 지으려했더니 전깃줄밖에는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역시 컨닝의 한계예요.

순오기 2008-02-16 16:29   좋아요 0 | URL
호호호~ 승연님, 컨닝의 한계가 아니라 님이 시인의 감성을 가진 거에요!^^

bookJourney 2008-02-16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이에게 물어보았더니, 너무나 당당하게 '전봇대'라고 하는군요.
이미 수업을 했을텐데 말이이죠 ^^;

순오기 2008-02-16 19:58   좋아요 1 | URL
ㅋㅋ전봇대라~~~ ^^

bookJourney 2008-02-16 22:16   좋아요 1 | URL
저도 처음에는 전깃줄 모습을 떠올리면서도 '전봇대'라는 단어가 먼저 떠올랐었어요 ... 엄마와 아들의 수준이 거의 같다고나 할까요~ ^^;;
 
부끄럼쟁이 바이올렛
지젤 포터 그림, 캐리 베스트 글, 하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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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인 세실님의 추천이라 입학선물로 찜한 바람돌이님 예린이에게도 한권, 나를 위해서도 한권 구입했다. 이 나이에도 애들 동화에 사족을 못 쓰는 걸 보면 역시 난 철이 안 들었다.ㅎㅎ 누가 뭐래도 난 동화를 읽을 때면, 어린시절 책에 굶주렸던 아픔이 치유되고 보상받는 것 같아서 행복하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 특히 쑥스럽고 부끄러워 나서거나 발표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좋을 책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나면, '우리 선생님도 책 속에 나오는 '맥스웰 선생님' 같으면 좋겠어!'라고 생각할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선생님들이 꼭 봐야할 책으로 강력히 추천한다. 일부의 선생님들은 기다려주거나 배려하기 보다는, 다그치거나 몰아부쳐서 아이를 더 주눅들게 하기에 이런 성향의 선생님이라면 꼭 보셔야 할 책이다. ^^

세심하게 관찰하기를 좋아하고, 남의 목소리 흉내도 잘 내는 바이올렛, 하지만 앞에 나서는 것은 자신이 없다. 친구들의 눈길만 쏠려도 몸에 두드러기가 나듯 가려워 긁적거리고 머리카락을 배배 꼬면서 안절부절, '아무한테도 안 보일 만큼 작아져 버렸으면' 하고 생각하는 아이다. 바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 된다. 아~ 이런 바이올렛을 어쩌면 좋을까? ^^

단짝인 오팔이나 다른 친구들은 격려하고 용기를 주지만, 우리네 교실처럼 심술쟁이 녀석 하나는 꼭 끼어 있다. 바로 '어윈'이 그런 녀석, '바이올렛은 털투성이, 다리는 뚱뚱해' 라고 놀려대며 즐거워하는 악동이다. 요런 녀석은 꼴밤 한대 먹여주면 좋으련만 부끄럼쟁이 바이올렛은 그러지 못한다. 그래도 단짝 오팔과 같이 '입 냄새는 블루 치즈처럼 고약하고 입술은 라마 같아' 소리치며 수다로 풀어버리니 다행이다. 이래서 애들이고 어른이고 단짝은 꼭 있어야 된다니까! ㅎㅎ

드디어 반 전체가 태양계 연극을 하는데 행성 9개, 소행성 8개, 별똥별 7개, 혜성 6개, 항성 5개에 인공위성까지 모두 출연해야 한다. 온 몸이 가려워 여기저기를 긁으며 머리카락을 배배 꼬아대는 바이올렛, 선생님은 바이올렛에게 '우주의 여왕'을 맡긴다. 과연 바이올렛이 '우주의 여왕'을 잘 해낼 수 있을까? 맥스웰 선생님은 바이올렛의 특기이자 장점인 '목소리 흉내내기'를 잘 알고 있을까? 어쩌면그 장점을 살려내어 부끄럼쟁이 바이올렛에게 새로운 경험을 시킬 것 같은데...... 자~ 바이올렛의 놀라운 변신은 책으로 확인하세요! 

선생님은 행성의 자리를 기억하지 못하고 뒤죽박죽인 아이들을 위해,

 "리수리수리 마하수리 방 외울 수 있어! 천히 반복하다 보면 결 못 할 일은 없어. 심하렴 금은 잘 안 되더라도 내지 말자. 표를 향해 라지지 말고."

라는 노랫말을 지어 완벽하게 외우게 하는 멋쟁이시다. 아이를 잘 파악하여 가장 적절한 역할을 맡겨준 맥스웰 선생님 같은 담임선생님을 둔 아이들은 참 행복할 것 같다. 이렇게 다그치거나 몰아치지 않고 배려하는 선생님을 만나면, 제 아무리 부끄럼쟁이 바이올렛 같은 친구라도 자신과 용기를 가질 수 있겠다.

이렇게 좋은 내용인데 그림책 치고는 글씨가 좀 작고, 첫눈에는 그림의 호감도가 좀 떨어질 것 같다. 아이들은 동글동글 변화무쌍한 표정을 좋아하는데, 이 그림은 표정에 인색하고 코쟁이 나라답게 한결같이 코만 오똑하다. 얼굴에 비해 머리숱이 적게 표현되어 언밸런스한 분위기라 아이들 같지 않고 마치 어른을 그린 듯하다. 모딜리아니 그림 같은 느낌의 개성있는 그림이지만, 아이들 눈높이에서 호감을 사기는 어렵지 않을까? 그러나 보고 또 보면 화가 '지젤 포터'의 개성이 돋보인다는 점에서 좋다. 미리보기로 그림을 확인하면 좋을 듯하다. 글을 쓴 '배리 베스트'는 처음 만나는 작가라 다른 책도 찾아봐야겠다.^^

*지금은, 명왕성이 행성에서 빠졌다는 걸 어린 독자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흠~~난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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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8-02-03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을 것 같아요. 찌이~~ㅁ.

순오기 2008-02-03 12:06   좋아요 0 | URL
자꾸자꾸 들여다보니 그림도 정이 드네요. ^^ 글씨는 그림책 치고는 좀 작은 편이지만 재미는 좋아요!

세실 2008-02-04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빠르기도 하셔라~~
저두 어린시절 책을 등한시했던 보상이라도 하듯이 야곰야곰 그림책 보는거 좋아합니다^*^
참 재미있죠? 어릴때 이런 예쁜 그림책이 많았다면 분명 화가도 되었을겁니다. 푸훗~ 이상 오버걸이었습니다

순오기 2008-02-04 01:25   좋아요 0 | URL
어머나 세실님, 이미지 사진은 벌써 봄맞이야요? ^^
오버걸이라뇨~~ 이 책을 읽으면 다 동감할 겁니다!

마노아 2008-02-04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용을 보니 초등학교 입학 전 아이들 추천하는 이유를 알겠어요. 행성 이름 외우는 장면은 번역자의 공이 크겠네요. 멋져요. ^^

순오기 2008-02-04 02:08   좋아요 0 | URL
그렇죠? 입학하는 아이들보다 엄마들이 잘 읽어봐야 할 듯해요.
학교만 갔다오면, "오늘 발표했어? 몇번?" 이런 엄마들이 다그치거나 몰아치지 않도록... ^^
 
와일드 보이 그림책 보물창고 9
모디캐이 저스타인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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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에 '와일드 보이'를 아주 좋아하는 소년이 있다. 네다섯 살에 책을 빌려갔는데, 아주 집착한다 싶을 정도로 끼고 살아 몇 달이 지나 가져왔다가도 여러차례 다시 빌려갔다. '저 애가 본능적으로 뭔가 느끼는 걸까?' 제 엄마와 나는 속삭이며 가슴이 철렁 머리끝이 쭈뼛하는 전율이 일었다. 돌도 되기 전 방치하듯 일곱살 누나에게 맡기고 제 엄마의 잦은 가출로 아이는 굶주림을 겪은 이력이 있다. 결국 두 돌도 되기 전 부모의 이혼으로 큰엄마의 아들이 되어 자라고 있다. 조카를 데려오면서 '그냥 바보처럼 살기로 했다'는 그 엄마의 말이 가슴을 울린다. 데려오기 전이나 4년이 지난 지금도 가슴 답답하면 늘 나를 찾기에, 내게도 특별히 마음 끌리는 아이다.

19개월에 아이가 왔을 때의 몰골은 참으로 가슴 아팠다. '배고픔'을 겪어서인지 유난히 '먹을 것'에 집착했고, 저 먹을 것이 두 손에 확보되어야만 남들에게 주었다. 성장이나 발육도 늦되어 기아 지역 아이처럼 깡마르고 시커먼 아이를 지켜보며 울컥 했다. 그 엄마는 심리적 안정을 갖지 못한 아이를 위해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만사를 제쳐두고 아이에게 올인했다. 1년이 지나 '가슴으로 낳은 아들'이 되었을 때, 고맙고 감격해서 나는 '생일떡'을 해주었다. 이제는 제법 살이 오르고 뽀얘졌는데도 먹을 것에 대한 집착은 여전하다. 지금도 이 책의 표지처럼 바람같이 달리기를 잘하고, '와일드 보이'를 좋아하는 그 애를 볼 때마다 내 가슴에 휘익~~바람이 지나간다.

성장기 환경이 그 사람의 일생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여러 방면에서 밝혀지고 검증되고 있다. 사람이 사람답기 위해선, 부모가 부모답기 위해선 자녀에게 어떤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할지 깊이 생각하게 된다. '와일드 보이'의 빅토르는 정글에서 본능적으로 생존에 필요한 것들을 익히며 사람인지도 모르고 살아 야생소년이 된 것이다. 인간사회의 접촉이 없었기에 인간다움을 학습하지 못한 늑대소년 '아밀라'와 '카밀라'의 사례는 '교육학'에서도 다루고 있다. 인간사회가 인간에게 주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알 수 있다. 과연 사람이 사람답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언어의 소통과 감정의 소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실화를 바탕으로 동화를 그리는 '모디캐이 저스타인'은 '와일드 보이'를 통해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자유와 먹을 것' 외에도 '관심과 사랑'이 필요함을 진지하게 전하고 있다. 빅토르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려는 이타르박사와,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돌봐준 '구에링' 아줌마에게 빅토르는 인간다운 감정을 표현한다. 화창한 봄날 아침, 잠에서 깨어 무조건 숲으로 갔다 길을 잃어 하룻밤을 공원에서 보낸 빅토르가, 그를 찾아 온 구에링 아줌마를 껴안고 입을 맞추며 기쁨의 눈물을 흘린 것을 보면 비로소 희노애락의 감정을 나타내는 사람이 된 듯하다. 바람을 좋아하고 달빛에 흠뻑 젖은 빅토르를 보며 이타르 박사는 곰곰이 생각에 잠긴다.

'저 아이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고 있을까? 지금 저 아이는......'

이타르 박사가 6년간 빅토르를 연구하며 여러가지 시도를 해 보았지만, 끝내 말을 배우지는 못했다. 빅토르와 말을 나눌 수 없었던 이타르 박사의 안타까움도 짐작이 된다. 인간이 선천적인 언어학습능력을 갖고 있다 해도, 환경적인 뒷받침이 없었던 빅토르는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파리의 작은집에서 구에링 아줌마가 돌봐주는 가운데 40세까지 살았고, 이타르 박사의 연구논문과 교육이론은 특수교육과 몬테소리 교육의 기초가 되었다고, 책 뒤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다.

사람은 바람처럼 자유롭고 사랑의 본능에 따라 살 때, 진정으로 행복할거라는 잔잔한 감동이 좋다. 야생소년 빅토르가 가슴 가득 받아들이던 그 바람이 내 가슴에도 불어오는 것 같다. 모디캐이 저스타인의 그림은 거친 듯한 연필선과 색감으로 감정과 분위기를 살려내고 있어, 빅토르와 이타르 박사의 마음까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림이나 내용이 주는 무거움이 유치원기나 저학년 아이들도 느껴지는지 이 책을 읽어주면 숙연해지는 분위기다. 빅토르를 짐승처럼 생각하는 나쁜 사람들도 나오지만, 그래도 사랑으로 돌봐준 이타르박사와 구에링 아줌마가 있어 따뜻한 가슴으로 책장을 덮을 수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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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유치원기 아이에게 입양을 이해시키기 좋은 책
    from 파피루스 2008-03-29 16:52 
    며칠 전 특별한 생일떡을 먹었다. 전에 '와일드 보이' 리뷰에 썼던,  이웃 입양 소년 생일떡이다. 그 떡을 가지고 와서, 제 친엄마에게 유치원 갔다는 얘기를 해줘야 할까 고민하고 있었다. 아이는 여섯 살이 되어 유치원에 다니고 태권도장에도 다니며 아주 즐거워한다. 자유로운 영혼의 와일드 보이 같은 아이가, 유치원에 간 며칠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우리 엄마 보고 싶어." 울었다고 전하며, 엄마도 아들 보고
 
 
순오기 2008-02-01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올려놓고 다시 읽어보는데도 울컥~~ 눈물이 난다. 이 아이를 지켜 본 우리 애들도 같이...ㅠㅠ

뽀송이 2008-02-01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좋아해요.^^
적당한 길이의 감동적인 이야기에다 매력있는 그림이 어울려 좋아요.

순오기 2008-02-02 02:39   좋아요 0 | URL
그림이 주는 매력, 모디캐이 저스타인 책의 확실한 끌림이죠? ^^

책향기 2008-02-02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그우먼 이옥주씨가 아이를 입양해서 키우는 이야기를 TV를 통해 본 적이 있는데, 그 때 그 입양한 아이가 먹을것에 그렇게 집착한다는 내용을 봤어요. 버림받을까봐 본능적으로 먹을것에 집착한다고 하더군요. 그 때 마음이 참 아팠었는데... 이 책 읽어봐야겠네요.

순오기 2008-02-02 02:41   좋아요 0 | URL
아~ 저도 이 방송 봤어요. 참 그러고보면 본능이라는 게 무서워요!
저는 이웃의 소년 때문에 이 책이 다르게 다가왔어요. 우리 애들도 주욱~ 지켜봐왔기에 공감하죠.

바람돌이 2008-02-02 0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분위기가 꽤 무거울 것 같네요. 전 아이들 책으로는 아직 좀 무거운 분위기의 책들은 왠만하면 피해지더구요. 이제쯤이면 조금씩 이런 책들도 읽어줘야지 싶기도 해요. 요즘 순오기님덕분에 우리 아이들의 책장이 풍성해질 듯한 예감이 듭니다. ^^

순오기 2008-02-02 03:15   좋아요 0 | URL
예, 그림도 글 내용도 무거워서~ 가슴이 아파요.
하지만 자유와 먹을 것만 바라는 소년에게 관심과 사랑으로 다가간 이타르박사와 구에링 아줌마가 있어 따뜻해집니다.
저도 처음엔 긍정적이고 따뜻한 책들만 읽어줬어요.^^ 그래도 다양한 책을 접하게 하려고 보여주고 읽어주죠.

마노아 2008-02-02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웃의 그 아이가 안쓰럽게 밟히네요. 아이를 품어주신 그 분의 사랑이 참으로 커요. 에휴...

순오기 2008-02-02 13:30   좋아요 0 | URL
지금은 어디 내놔도 이보다 더 사랑받는 아이가 없을 정도의 사랑을 받으며 잘 지냅니다. 여섯 살 되어 태권도장 다니는데 너무나 신나는 그야말로 '와일드 보이'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