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코끼리 보물창고 시그림책 2
줄리 라리오스 지음, 신형건 옮김, 줄리 패스키스 그림 / 보물창고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2006년 보스턴 글로브 혼북상 수상작이라는데
먼저 그림을 감상하세요~~ 이런 환상적인 그림이라니!
장님 코끼리 더듬듯 한다는 말이 떠오르는 코끼리 엉덩이 그림은 압권이다.ㅋㅋ
동물마다 개성 있는 색깔로 입히고 독창적인 시로 풀어낸 솜씨가 놀랍다.
아이들이 좋아할 동물을 환상적인 색깔과 독특한 그림으로 창조했다.

보라색 강아지와 분홍색 고양이


붉은 당나귀와 파란 거북

하얀 부엉이와 갈색 쥐

14가지 동물을 등장시켜 각각의 색깔로 특성을 잘 나타냈다.
표지의 노란 코끼리 안장엔 이 책에 등장하는 동물들이 모두 들어있다
호호~ 눈썰미에 혼자 뿌듯해했대나 뭐라나~~~^^

하나 하나 색깔에 맞춰 그려낸 시를 처음엔 '뭥미'했는데
자꾸자꾸 소리내어 읽으니 비로소 그 시들이 내게로 왔다.

처음에 이 책을 접한 초등생들의 반응도 '뭥미'였다.
4학년들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동물을 색깔로 표현한 시니까 한편씩 음미하며 읽어 봐"
라고 조언했어도 그닥 잘 가져다 읽지 않았다.

흠~ 어린 독자들의 반응을 알아야 리뷰를 쓰겠는데 녀석들이 협조를 안한다.
그래서 어제는 이 책을 가지고 1~2학년 앞에서 폼(?)을 잡았다.
목차를 읽어주고 제일 궁금한 게 무어냐고 물었더니...
'하얀 부엉이'가 압도적이었고,
'보라색 강아지' '파란 거북' '분홍 고양이' '푸른 개구리'를 궁금해했다.
헉~표제작인 '노란 코끼리'는 한명도 궁금하지 않은 놀라운 반응이라니?
궁금한 순위대로 읽어주고, 그래도 표제작 체면(?)이 있지~~
노란코끼리는 보너스로 읽어줬다.^^

독후활동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동물을 색깔로 표현하는
패러디 시를 쓰거나 수수께끼를 만들어 보았다.
먼저 시를 완성한 순서대로 이 책을 읽게 했더니,
불과 5분에서 10분만에 아이들이 시를 썼다.
아~ 이런 걸 패러디라고 해야 하나 오마주라고 해야 하나?
우선 잘 썼다고 생각되는 시를 두 편 올린다.

은빛 강아지   -1학년 김**-

은빛 강아지는
은빛 소리를 내
또 은빛 뼈다귀를 먹고
은빛 침대에서 자고
은빛 게으름을 피우지
은빛 강아지는
은빛 방에서 살지!

어때요? 1학년 **이가 5분만에 써내 시 놀랍지 않나요?
은빛 소리, 은빛 뼈다귀, 은빛 침대와 은빛 게으름까지
아이들은 '분홍색 고양이'를 들으며
분홍 게으름이 귀에 익었는지 많은 아이들이 따라 썼다.

검정 다람쥐   -2학년 최**-

검정 다람쥐가 내는 퀴즈야
다람쥐가 내는 퀴즈를 못 풀면 바보지
그늘이 된 집에서
갈색공을 먹는 애는 누굴까?
꼬리 뒤는 말려 있고
앞니는 왕이빨이야
귀는 곰 귀와 비슷해
힌트를 잘 읽어보는 게 좋아!

2학년 **이도 5분만에 써냈다.
퀴즈를 못 풀면 바보라는데 정답을 아시겠죠?
힌트를 잘 읽어보는 게 좋다고 한다.ㅋㅋㅋ

시를 완성한 순서대로 이 책을 읽게 했더니
아이들은 번호표 받은 순서대로 책을 읽느라
수업이 끝나도 돌아가지 않고 기다려서 읽고 갔다.
한동안 썰렁하던 녀석들의 반응이 완벽하게 반전됐다.^^

아이들은 독특한 그림에 관심을 나타냈으나 시를 이해하지 못하고 어려워 했다.
어느새 아이들도 색깔에 대한 고정관념이 박혀 있는 걸까?
아이들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상상과 색감을 확장시킬 수 있는 책으로
어른들이 독서지도를 하면 멋진 패러디 작품을 건질수 있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노아 2008-07-04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그 자리에 앉아 수업을 들은 것 같아요. 이 책 저번에 사진에서 보고 어떤 책일까 궁금했어요. 시가 담긴 페이지가 궁금해서 알라딘 미리보기로 보고 왔어요. 더 탐나지네요^^

순오기 2008-07-04 18:52   좋아요 0 | URL
어제 영화보면서 커피를 마셔서 그랬는지 밤새 잠이 안왔어요. 그래서 책읽는 가족 홈에 요 서평을 올렸는데, 자체 베스트리뷰로 뽑혔네요.ㅎㅎ잠도 안자고 쓴 보람이 있었나? 하지만 거기선 국물도 없어요.ㅋㅋㅋ

bookJourney 2008-07-04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너무 재미나 보이는 그림책이에요. 아이들의 반응도 환상적이고요~
엄마의 독서지도를 안해서 그런지 저희 아들녀석은 한 번도 저런 시를 쓰는 것을 본 적이 없어요. --;

순오기 2008-07-04 19:43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쓴 작품이 많은데 리뷰에는 두개만 올렸어요.
출판사 홈에는 독서일기 카테고리가 있어 거기에 좌르르 올렸어요.
그림, 너무 멋지죠~ 그림만 들여다봐도 행복해요. 색감이 환상이거든요!^^
저도 애들이랑 해야하는 일이니, 번쩍 떠오른 생각으로 해봤는데 의외의 수작들이 나왔어요. 그리고 이 책에 대한 아이들 반응이 굉장했어요. 완전 홀대하던 녀석들이 줄서서 기다렸다니까요.ㅋㅋㅋ

잎싹 2008-07-05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봐도 정말 멋있어요.

순오기 2008-07-05 07:38   좋아요 0 | URL
그림이 환상적이죠~ 그림은 영원한 나의 로망이라서!^^

무스탕 2008-07-05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학년 나람이 참 재치있게 잘 썼네요. 전 모르겠어요 ㅋㅋㅋ
그런데요.. 순오기님. 저런 어린이책을 참 갖고싶어요. 특히나 그림들이 이쁜 책들이요.
그래서 종종 제가 보려고 ^^; 구입하기도 합니다만 정말 이지 이쁜 책이네요.
아아.. 이 책 좀 고민해야 겠습니다.

순오기 2008-07-05 10:02   좋아요 0 | URL
저도 제가 보려고(?) 혹은 갖고 싶어서 어린이 그림책을 구입해요.
중고샵 덕분에 망설이지 않고 지르다보니 순전히 어린이 그림책으로 플래티넘을 유지했다는... 하지만, 새책은 워낙 고가(?)라서 망설이지요. 지역도서관에 주문신청하시면 해결되지 않을까요?^^

무스탕 2008-07-05 10:26   좋아요 0 | URL
저여 시방 이 책 울 동네 도서관에 구입해달라고 신청하고 왔어요 ^^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없더라구요.
구입하면 빌려봐야 겠어요. ㅎㅎ

순오기 2008-07-05 10:31   좋아요 0 | URL
흐흐흐~ 잘하셨어요.
이책 발행일이 7월 20일로 되어 있어요. 아직 좌르르 깔리기 전일지도.^^

chlskfka6637 2015-01-11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년전 계시글에 죄송하지만 제이름도 최나람이고, 2008년이면 초등학교 2학년때인데..!! 제가 그때 초등학교방과후인 글쓰기부를 다녔었는데요 혹시나 싶어 하는말이지만 영천초 선생님으로 일하신적 있으신가요???

순오기 2015-01-12 14:26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나람이 기억하는데~ ^^
오래전에 올린 글이라 실명을 그대로 썼는데... 저작권 보호를 위해 최**으로 수정할게요.
혹시 통화를 원하면 010-9102-7517로 부탁해요.
 
그레이스는 놀라워!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66
메리 호프만 지음, 캐롤라인 빈치 그림, 최순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그레이스는 놀라워"의 원제는 'Amazing Grace'다. 그레이스는 주인공 소녀 이름이지만, 책의 내용을 잘 담아낸 이름이다. 그레이스뿐 아니라 어머니와 할머니도 우아함이 돋보이는 여인들이다. 아이가 슬퍼하거나 낙심할 때에 꼭 필요한 위로와 조언을 주는 것이 어른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바로 그레이스의 어머니와 할머니는, 그레이스가 흑인이라서 피터팬 역할을 맡을 수 없다는 친구들 말에 낙심했을 때, "네가 원하면 무엇이라도 될 수 있어. 네가 마음만 먹는다면 말이야." 라고 격려하며 흑인이라서 못 할 일은 없다고 자신감을 심어준다. 우리 사회에선 흑인보다는 한부모 가정이나 누리안(외국인 엄마의 아이들)에 대한 차별이나 편견을 갖지 않도록 하면 좋겠다. 내 아이든 남의 아이든 자라나는 아이들의 꿈을 꺾지 않고 응원하고 지원할 수 있는 어른들이 필요하다.

인종차별을 다룬 그림책이지만, 아이에게 무엇이든 원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 넣는 것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책이다. 또한 아이들이 즐기는 놀이나 몰입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으로 그 아이가 꿈과 재능을 키워가도록 도와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레이스가 이야기를 좋아하고 그 이야기를 연극으로 표현하는 것에 동참하는 어머니와 할머니가 좋아 보였다. 아이를 존중하며 같이 해주는 가정 분위기와 환경을 우리 아이에게도 줄 수 있도록 우선순위를 삼으면 좋을 것 같다. 바빠서 미루기보단 아이가 필요로 하는 그 순간에 함께 해주는 것이 꼭 필요한 일이다.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는 그레이스의 표정이 정말 행복해 보인다, 낙심한 그레이스를 위로하고 자신감을 갖도록 격려하는 어머니와 할머니의 자세는 진지하다.

할머니는 그레이스를 위해 할머니 친구의 손녀가 나오는 '새롭고 매혹적인 줄리엣' 발레를 보여준다. 그레이스는 그 발레를 보고 와서 발레복을 입었다고 상상하며 즐겁게 춤을 추며, 자신이 원하면 피터팬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드디어 피터팬 역할을 맡아 성공적인 공연을 마친다.


댓글(0) 먼댓글(1)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어린이와 함께 보는 인권 이야기
    from 엄마는 독서중 2010-01-15 02:45 
    그림책은 어린이만 보는 책이 아니라, 어린이부터 모두가 보는 책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림책은 어린이가 보는 책이라고 인식하는 분들이 많다. 다행히 알라딘에는 그림책을 즐기는 어른들이 많아서 참 좋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으로 매번 그림책을 보면서 감탄하는 건, 어려운 주제를 어쩌면 이리도 쉽게 풀어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처음엔 그야말로 닥치는 대로 읽었는데, 자칭 마니아가 되면서 주제별로 찾아 읽는 재미도 얻게 되었다.
 
 
 
나는 주워 온 아이인가 봐 - 생활 유물 우리 유물 나들이 4
박지훈 그림, 정유나 지음, 김광언 감수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오호~ 이런 책이 있었어? 놀라운 발견이다. 초판이 2004년 6월이니 나온지가 제법 오래 되었구만 이제야 눈에 띄다니! 그래 이제라도 발견했으니 다행이지 뭐야!ㅎㅎ우리 생활 곳곳에 쓰이던 도구들이 현대사회에선 유물로 취급받는다. 생활박물관이나 가야 볼 수 있는 물건들, 그런 생활 유물들이 나들이를 나왔다. 바로 한 편의 이야기가 되어 우리와 만난다.

'엄마는 나만 미워해, 난 주워왔나봐!' 쉬가 급해 옷에다 싸버린 남동생을 쥐어 박았다고 엄마에게 혼이 나는 누나. 남아선호사상이 남아 있던 시대는 저런 풍경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마치 내 얘기 같은 풍경이 솔깃 끌어당긴다. 특별히 아들 딸을 차별하진 않으셨지만, 우리 작은아버지가 나를 놀려먹을 때,
"순순이, 넌 다리 밑에서 주워왔어. 저번 장에 느이 엄마가 찾더라. 다음 장엔 데려다 줘야지."
하셨다. 진짜가 아닐거라 생각하면서도 순간 순간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시달렸던 기억이 있다.^^

 

엄마에게 혼나고 괜히 병아리 송아지가 부러운 누나는 스을쩍 밖으로 나간다. 산에 가는 언니들을 따라가 산딸기도 따먹고, 논에서 일하시는 아버지도 보인다. 아버지는 참새 쫒으러 나오지 않는다고 투덜거리시니, 또 나만 일 시키고 미워한다고 아주 삐쳤다.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는 아이들도 구경하고, 진짜 우리 엄마 아빠 찾아달라고 부탁도 한다. ^^ 그래도 어두워졌으니 엄마가 걱정하는가 살피러 집으로 돌아갔는데, 엄마는 눈을 흘기며,
"너 좋아하는 달걀 부쳐 놨다. 밥 먹게 어서 씻고 와."
이제 엄마의 사랑을 확인했으니, 엄마 찾으러 나가지 않아도 되겠네! ^^

단순한 생활 이야기지만, 한때 부모의 사랑에 확신이 없었던 어른이라면 향수에 젖을 수 있다. 한번이라도 동생 때문에 억울하게 혼이 난 어린이라면 충분히 공감대가 형성되겠다. 이런 누나를 따라 곳곳의 풍경을 멋진 수채화로 담아내고, 한 면에는 생활유물 사진과 정보를 담았다. 사진의 생활 유물이 수채화 속에 들어 있어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어린 시절에 쓰던 물건인데도 이제는 접하지 않으니 이름을 까먹은 것도 많다. 사진을 보며 새록 새록 떠올라 이름도 새겨본다.

 

뒷간에서 볼일 볼때 쓰였던 밑씨개, 요새 애들 이런거로 처리하라면 기절할 거고...ㅎㅎㅎ 똥장군이란 말을 쓰면서도 어떻게 생긴 건지 모르는 사람들은 사진을 보면 되겠다. 달걀꾸러미를 보기는 했을까? 닭둥우리, 닭어리, 달걀망태기는 내게도 추억의 물건이다. 농경사회에서 큰 재산이었던 소. 코뚜레, 워낭, 멍에를 소에 걸고 씌우고 이랴 이랴~ 워워 밭을 갈았던 풍경이 떠오른다. 이렇게 생활에 쓰인 유물들이 이야기의 진행에 따라 여덟가지로 분류되어 실려 자료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책이다. 이야기와 만난 유물들이 어떻게 쓰였는지 이해하기 좋은 구성이다. 맨 뒤에는 그림 속에 나왔던 유물들의 사진을 모아 놓고 쓰임을 설명해서 이중으로 학습이 된다.

 

벌써 옛날이 되어 버린, 내 어린 시절에 쓰이던 물건들이 유물이란 이름으로 박물관에 전시되고. 이렇게 책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사실이 어쩐지 씁쓸하다. 과학의 발전이 좋은 점도 있지만 뒷전으로 밀려난 이런 물건들을 대하니 아쉬운 마음이다. 옛날에는 이런 걸로 농사 짓고 밥해 먹고 살았단다~ 얘들아! ^^ 2편, 3편까지 나왔다니 찾아봐야 겠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ookJourney 2008-06-09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절이 바뀌니 사용하는 물건도 바뀌는군요~
초등학교 3학년 사회 시간, 요즘 사용하는 물건과 옛날(?)에 사용하던 물건을 비교하는 단원을 배울 때 보면 도움이 되겠네요. 물론, 그냥 봐도 재미있겠고요~ ^^

순오기 2008-06-10 05:05   좋아요 0 | URL
옛날이란 기준이 엄청 가까워진듯한 느낌, 난 옛날 사람이 된듯한 기분! ㅎㅎ

자의맘 2008-09-20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저도 보고 갑니다.
민속박물관갔다와서 그런지 사회시간에 재미나게 수업하고 있는 딸
다시한번 보여주면 좋겠네요.
다음에 사야지..

순오기 2008-09-20 11:29   좋아요 0 | URL
이젠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게 되었어요~~ 학교에서 배울 때 내가 아는 것 나오면 정말 신나는 그 맘 알죠.^^
 
모기와 황소 민들레 그림책 7
이억배 그림, 현동염 글 / 길벗어린이 / 200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황소의 털을 하나씩 그렸을 이억배님의 그림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림이 아니었으면 이 책은 독자들의 눈에 띄기 어려웠을 듯하다. 그림의 섬세함이 사진을 보는 듯하고 실사를 옮겨 놓은 것 같다. '세상에서 제일 힘 센 수탉'에서도 그렇듯 터럭 하나하나를 그려 넣은 정성이 절로 느껴지는 그림책이다. 우리 화가들의 멋진 그림으로 수장될 뻔한 동화를 살려낸 이런 책은 상을 줘야 한다.



음, 황소의 표정을 살피며 황소의 생각을 헤아려 보는 것도 책읽기의 재미를 더한다. 이 책엔 황소뿐 아니라 병아리와 파리, 모기가 등장하는데, 세밀하게 그려져 파리 다리의 털조차도 셀 수 있다. 호박이나 댑싸리도 한 잎 한 잎 정성이 깃들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이억배 그림의 특징이 한눈에 쏙 들어 온다. 우리네 시골 풍경을 자극적이지 않은 부드러운 색감으로 평화로운 모습을 그려냈다. 내용은 살벌(?)하지만~ ^^



잘난체하는 모기가, 우직한 황소를 깔보고 겁없이 덤볐다가 목숨을 잃으니 인과응보고 사필귀정이라 해야 할까? 황소 등에 올라 피를 빨아 먹다가 혼쭐이 난 파리의 충고를 듣지 않았으니,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혼자만 잘난 체하는 그 누구와 꼭 닮았으니, 쌤통이다~~ㅎㅎㅎ

이 책은 방정환 선생님의 수제자인 현동염의 동화다. 지금은 잘 쓰이지 않는 우리말이 많아서 아이들이 쉽게 알아채기 어려운 낱말도 간간이 나온다. 그래서 사라져가는 우리말을 되살려내는 장점도 있지만, 어린이들이 쉽게 알아 들을 수 없다고 불평을 토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소가 되새김질 하듯이 자꾸 자꾸 읽어보면 뜻을 알고 그 낱말을 글쓰기에 적용하는 아이들도 있다. 모르는 낱말을 이해하고 적절하게 쓸 수 있다면, 이 책은 동화로서의 기능 외에도 우리말을 새겨주는 선생님 역할도 한다. 그래서 유치원기 아이들보다는 초등 저학년에 적합할 책이다. 고학년들도 재미있다고 낄낄거리며 읽었다.

내용이야 어려울 것 없지만, 사람 사는 세상과 다를바 없는 동물들 사이에도 염치와 겸손, 혹은 열심히 일해야지 남에게 해를 끼치면 안된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있다. 상당히 교훈적이지만 동화로서의 재미와 반전이 부족하지 않은 수작이다. 이제 모기가 극성을 부릴 여름이 다가온다. 모기에게 시달리기 전에 '황소와 모기'를 읽고 대비책을 세워보는 것도 좋겠다.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노아 2008-06-09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억배님 그림 너무 좋아요!!! 저 황소 털을 보니 한국의 앤서니 브라운이라고 해주고 싶어요^^ㅋ

순오기 2008-06-09 18:33   좋아요 0 | URL
그래도 이억배님이 앤서니 브라운보다 한 수 위라고 막 소리쳐요!ㅎㅎㅎ
솔이의 추석이야기, 손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세상에서 제일 힘 센 수탉, 반쪽이, 황소와 모기...음, 또 뭐가 있나? 하여간 다 좋아요 좋아!!
 
비밀의 방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49
유리 슐레비츠 글, 그림 | 강무홍 옮김 / 시공주니어 / 199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칼데곳 상을 받은 유리 슐레비츠의 그림동화로 1996년 초판 1쇄가 나온 오래된 책인데, 올라온 리뷰가 한편도 없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헉~~ 알라딘에서 이런 일은 드물던데...ㅠㅠ

그림의 색깔은 화려하지만 현대적으로 디자인 된 듯한 그림, 정확히 뭐라 표현할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새롭게 느낄 평면적인 그림, 어떤 페이지에선 피카소 그림 같은 느낌도 들었다. 칼데곳 상의 화가다운 그림의 독특함을 맛볼 수 있다. 글이 많지 않아 그림이 주를 이루지만 단순하지 않은 철학적인 내용에 고학년들도 어려워했다. 무슨 얘긴지 알겠는데 딱히 표현하기가 어렵단다.

임금님이 사막을 건너다 하얀 머리에 검은 수염을 가진 노인을 만났다. 임금님은 노인에게 물었다. 머리칼은 하얀데 왜 수염은 검은가? 노인은 뭐라고 대답했을까?  비밀~ ^^ 노인의 대답이 맘에 든 임금님은 자기 얼굴을 아흔 아홉 번 보기 전에는 아무에게도 그 얘길 하지 말라고 했다.



임금님은 궁전으로 돌아와서 우두머리 대신에게 물었다.
"왜 사람은 수염보다 머리칼이 먼저 하얘지는가?" 
우두머리 대신은 어떻게 답을 찾아 냈을까? 영리하지 않다고 했지만 제법 머리가 돌아가는 우두머리 대신은 드디어 노인을 만나 답을 듣는다. 임금님이 자신의 얼굴을 아흔아홉 번 보기 전엔 말하지 말라 했는데, 어떻게 임금님의 얼굴을 아흔아홉 번이나 봤을까? ㅎㅎ

노인은 역시 현자였다. 임금님은 노인의 영리함에 감동해서 보물을 관리하는 일을 맡겼다. 노인은 정성껏 받들었고 임금님은 모든 일에 노인의 의견을 들었다. 권력에서 밀려난 대신은 노인이 금을 훔처내어 집에 숨겼다 고자질한다. 그 말에 속은 임금님은 노인을 의심하여 집을 샅샅이 뒤졌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때 꼭 잠겨 있는 문을 하나 발견하고 열게 한다. 그 비밀의 방에 무엇이 들었을까?

  

하지만, 아무 것도 들어 있지 않은 텅 빈 방이었다. 임금님은 깜짝 놀라 물었다.
"이 비밀의 방은 무엇인고?"
"폐하, 소인에게 이 모든 명예와 부를 주셔서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하오나 소인은 그 동안 저 자신을 너무 돌보지 않게 되어, 날마다 이 방에 와서 언젠가 사막에서 만났던 흰 머리에 검은 수염을 지닌 사람과 같은 사람인지,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
라고 답했다.
"그대는 영리한 줄만 알았는데, 오늘은 그대가 지혜롭다는 걸 깨달았소."
임금님은 우두머리 대신을 쫒아내고 그 자리에 노인을 앉혔다.

줄거리는 간단하고 단순하지만, 담고 있는 의미가 심오하다. 처음 마음을 잃지 않도록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이 필요하다. 권력이나 명예에 눈이 어두워 자신을 함부로 하지 않은 노인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요즘 세상에도 이런 현자가 필요하다. 특별히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이 현자의 지혜를 배워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하면 좋겠다.

*번역하는 어린이 책은 쉬운 우리 말로 표현하면 좋겠다. 굳이 성은이니 망극이니 라고 써야했을까?


댓글(6)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설 2008-06-09 0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리 슐레비츠의 그림책 중에 처음 보는 책이네요, 저도요^^ 새벽이나 비오는 날의 느낌과는 완전 달라서 같은 작가의 그림책인지 그림보고는 모르겠어요. 어쨌거나 유리 슐레비츠도 강무홍님의 번역도 좋아하는 저라서 꼭 한번 챙겨보게 될 것 같아요.

순오기 2008-06-09 08:58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저도 새벽이랑 비오는 날 밖에 못 봤는데, 학교 도서실에 새로 들어온 책이라 이제야 보게 됐어요. 그림이나 내용이 좋았어요~~~ ^^

2008-06-09 0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09 0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bookJourney 2008-06-09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을 돌보는 것은 권력이나 부, 명예가 아닌, '끊임 없는 자기 성찰'이 기본~
멋진 책 소개, 감사합니다~ (보관함에 담아두었어요.)

순오기 2008-06-09 13:10   좋아요 0 | URL
자기 성찰...나부터 해야되지만...저어기 위에 계신 분들에게 꼭 필요한 덕목일 듯...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