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억하는 나의 가장 어린 시절인 5~6세쯤부터 10년의 주기로 지나 온 나이 중, 가장 좋았던 때가 언제였을까? 좋았던 때가 있기나 한 것인지! 매번 실수하고 넘어지고, 후회했지만 그것은 반복적이었다. 젊었을 때는 지금과 달리 나 자신에게 괜찮다고’, ‘그 정도면 잘 살아가는 거라고 얘기할 줄도 몰랐다. 남과 비교당하지 않고 내 식대로 살고자 하는 당당함과 뻔뻔함도 없었다. 주눅 들기도 하고, 마음에 상처도 많이 받아 그것을 되돌리느라 남에게 상처도 주었다.

 

나에게 가장 힘들었던 고비는 30대에서 40대로 넘어가는 시기였다. 내 나이에 비해 늦게 결혼해, 역시나 늦게 결혼한 남자와 싸우며 살아야했고, 늦게 낳은 아이를 키우느라 힘들고 외로웠다. 40세가 되면 인생 다 산 것 같았고 그때부터 늙는 것 같았다. 불혹(不惑)이라니! 정말 말이 말 같지가 않았다. 그 시기에 2~3년 정도 몸도 마음도 많이 아팠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의 사춘기는 40세에 온 것이었다. 정작 10대에는 수동적으로 공부하며 모범적인 학생으로 청소년시기를 견디었다.(엄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혼란스럽고 힘들었던 40대 초반을 지내왔지만, 한편으로 늦은 사춘기를 지나며 더 성장할 수 있었고, 나 자신이 변화되기도 했다. 내려놓는 법도 배웠고,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것은 끝까지 지켜내야 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내가 나로 살기 위한 포석을 다지고, 그 위에 차근차근 많은 것을 다시 쌓아올린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50대는 수월하게 넘어왔다.

 

누군가가 지금 당신의 나이가 어떠냐고 물어 온다면 난 참 좋다는 아닐지라도 좋다라고는 말할 수 있다. 좋다고 말할 수 있다고 해서 내가 늙음을 받아들이고, 지금 사는 것이 편하다는 뜻은 아니다. 늙는다는 것은 여전히 싫고, 불편하다. 돈도 없고 노후대책도 되어 있지 않다. 여전히 돈을 벌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하고 있다. 남편이나 나에게 큰 병이 올까봐 두렵기도 하다. 딸아이도 여전히 걱정된다. 재테크에 관심 없고, 책 읽고 놀러 다니기 좋아하는 대책 없는 바보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지금의 내 나이는 나를 참 편하게 해준다. 사람에 대한 이해도 많아지고, 싫어하는 것을 받아들이지는 않지만, 그에 대해 지나친 혐오나 미움은 없어졌다. 귀찮고 불편한 것을 무관심이라 포장도 하고, 남이 나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평가를 하든지 별로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혹시 나에게 다시 과거로 돌아갈 기회를 준다고 해도, 난 거절할 것이다. 나란 사람은 다시 돌아간다 해도 더 열심히 살지 못할 것 같고, 그저 이대로 조금씩만 발전하며 살았으면 한다.


9월이 독서의 달로 정해져 있어 도서관마다 행사를 많이 했다. 내가 이용하는 도서관에도 대출 권수 확대, ‘당신의 독서 취향은?’, ‘북 큐레이션같은 이벤트를 했었다. 9월 초 책을 반납하러 도서관에 갔을 때, 도서관 열람실 입구에 비밀보자기 안에 들어있는 책들이 놓여있었다. 최근 몇 년간 가장 많이 대출된 책을 분야별로 선정해놓은 것이었다. 그 중 하나를 골라 대출해가면 되었다. 비밀보자기는 10개정도 있었는데, 나도 궁금해 하나를 선택했었다. ‘여성심리학, 노년, 인생후반, 소중한 관계, 황혼이라는 해시태그가 있는 것을 골랐는데, 이게 뭐라고 집에 돌아올 때까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두구두구두...

 

집에 와서 풀어 본 보자기 안에는 메리 파이퍼의 나는 내 나이가 참 좋다라는 에세이가 들어 있었다. 처음 들어 본 작가의, 내 취향도 아닌 책에 살짝 실망했다. ‘우아하고 지혜롭게 세월의 강을 항해하는 법이라는 부제는 좋았지만 책의 내용 역시 예상에서 별로 벗어나지는 못했다. 책은 13페이지 정도 들어가는 말이 있었고, 나머지는 임상심리학자인 작가의 책답게 여러 사람의 사례가 정리되어 있었다. 삶의 단계에서 필요한 것은 회복력을 보이는 것이고, 상황에 따른 태도가 중요하다는 말에는 공감했다. ‘앨리스 인 베드에 등장한 마가렛 풀러에 대한 글도 있어 반가웠다. 그렇지만 여러 사람에 대한 사례와 지침은 나와 맞지 않아서인지 조금 재미가 없었다.

 

[나는 감정을 통제하기보다 받아들이기를 권한다. 감정은 우리가 회복하는 데 꼭 필요한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다. 우리는 온몸과 온 마음으로 지금 느껴지는 감정을 오롯이 체험해야 한다. 이렇게만 할 수 있다면 조금씩 치유와 희망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p.14]





 

 

 

 

 

 

 

 

 

 

 


딸아이가 아바타 리마스터링영화를 같이 보자고 했다. 12월에 아바타 2’가 개봉될 예정이라 화질과 소리를 좋게 해 다시 만든 전편을 재상영 해주는 것이었다. 아바타를 재미있게 보기는 했지만 다시 보고 싶지는 않아 딸아이와 저녁은 같이 먹고 아이는 영화관으로, 나는 근처 카페에서 책을 읽기로 했다. 읽을 책이 쌓여 있어 어떤 책을 가져갈지 고민하다가 얼마 전 선물 받은 책을 가방에 넣었다. 이 책은 알라딘 서재 친구가 나에게 선물로 보내준 것이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친구가 정희진 선생의 책을 두 권이나 보내주었다. 이 친구와 만나지는 않았지만 알라딘 서재에서는 엄청 친하다(내 생각). 책 취향이 같지는 않지만 나는 그녀의 책읽기와 공부에 대한 열정과 노력을 격려해주고 무척이나 존경한다. 배울 점이 너무 많은 친구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내게 정희진의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라 반가웠지만, 이 책의 내용은 영화만 관련된 것은 아니다. 선생이 가져 온 영화를 보지 않아도 충분히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 저자의 글은 나에게 가하는 채찍질이기도 하고, 같은 기질의 사람을 만난 기쁨이기도 하다. 뚜벅뚜벅 가고자 하는 강인함과 그래도 한 번씩 물러나는 소심함도 있어 재미있다. 어떤 면에서는 반발하고 싶기도 하지만, 선생은 아마 흔쾌히 받아들일 것 같다. 머리말의 제목인 내가 쓴 것이 나다라는 말은 하도 가혹해서 등골이 서늘하다.

 

[글쓰기가 힘들고 두려운 이유는 쓰는 사람이 대상을 창조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때 우리가 문제 삼아야 할 것은 대상(작품)이 아니다. 글로 쓴 대상을 공부하기 전에 글을 쓴 사람을 추적해야 한다. 우리는 언제나 모든 재현이 누군가를 쓴 것임을 인식하고, 그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나를 알기 위해 쓴다도 중요하지만 는 매 순간 변화하고 움직이는 존재임을 각성하고 있어야 한다.

-p.11~12]


책 선물, 감사합니다**



카페에서 몰입하며 책을 읽다가 근처에 있는 호수를 산책하려고 나왔다. 평일이고 밤인데도 사람이 많았다. 코로나 시국이 끝나간다는 사실이 요즘 어디서나 실감된다. 그리고 호수위에 서 있는 러버덕을 발견했다. 8년 만에 다시 등장했다고 했다. 처음 이 오리를 봤을 때 그냥 단순히 오리 모양의 고무 풍선인줄 알았는데, 이 작품을 만든 작가가 굉장히 유명한 사람이었다. 작품을 보호하고자 여러 명의 아르바이트생들도 있었다. 전에 전시된 러버덕을 딸아이와 봤는데 벌써 8년이란 세월이 지났단다. 8년 동안 난 무엇을 하며 살았을까?














내가 독서 동아리에 참가하고 있는 도서관에서 동아리의 활성화를 위해 각 동아리마다 원하는 책을 사주기로 했다. 리더이신 그레이스님께서 우리 동아리는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를 신청했었다. 책이 도착했고 그레이스님께서 이 무거운 책을 들고 오셨다. 가을이고 날씨가 좋아 도서관이 아닌 공원의 카페에서 회원들과 만나자고 했는데, 우리에게 이 책을 보여주고자 몸소 들고 오신 거였다. 워낙 책을 많이 읽으시니 이 정도의 책 무게는 감당할 수 있다고 하셨다. 책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두꺼웠다. 이유는 있었겠지만 출판사에서 그냥 두 권으로 만들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읽기에 불편하고 휴대하기도 쉽지 않다. 동아리 회원들이 이 책의 두께에 식겁하여 아무도 가져가겠다고 하지 않아 결국 내가 먼저 가져왔다. 다시 그레이스님에게 이 무거운 책을 지고 가게 할 수는 없었다. 집에 돌아와 딸아이에게 이 책을 보여주었을 때,

, 이 책으로 사람 때리면 바로 죽겠네...”

사람들의 반응은 거의 비슷하다. ‘미니 74’님도 만약 집에 도둑이 들어오면 두꺼운 책을 사용하신다고 했으니.....

 

미들마치는 시골에 사는 여러 가정의 결혼 생활을 들여다보는 소설이다. 언제나 남의 이야기는 재미있다. 특히 다른 사람들의 결혼생활에 관한 것이면 더 새롭다. 돋보기를 준비해 차근차근 들여다봐야겠다. 10월도 책읽기로 바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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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10-10 19: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반가운체 하느라 정작 축하인사 뒷전 ㅎ축하드려요^^

페넬로페 2022-10-12 19:0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얄라알라님!
날씨가 춥다가 오늘 조금 풀렸어요. 이 계절엔 날씨가 좋아야죠.
얄라알라님, 좋은 가을 보내시길 바래요**

책읽는나무 2022-10-11 10: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제가 읽으면서 좋다고 했었던!!!^^
이제 저의 촉도 어느 정도 풍월을 읊을 수 있네요ㅋㅋㅋ
잃시찾에 이어 2 관왕 축하드립니다^^

페넬로페 2022-10-12 19:00   좋아요 2 | URL
책나무님, 감사합니다**
풍월을 읊을 수 있는 책나무님의 촉을 사랑합니다^^

건수하 2022-10-21 15: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이달의 페이퍼로 선정된 글이었군요. 제가 잘 확인 안하는지라 지금 알았습니다 ^^
페넬로페님 많이 늦었지만 2관왕 축하드려요.

그레이스님과 독서 모임을 하시는군요. 서재 친구가 가까이 계시니 두 분께 복이네요 :)

페넬로페 2022-10-21 17:09   좋아요 1 | URL
수하님, 감사합니다^^
그레이스님과 책도 같이 읽고 서재 활동도 같이 하고 있어 정말 복받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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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손택의 희곡 앨리스, 깨어나지 않는 영혼(Alice in Bed)은 내가 최근에 읽은 책 중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다. 작가는 이 희곡에 여러 가지 의미와 장치를 중첩시켜 배경지식이 부족한 나를 힘들게 했다. 등장인물들의 대사가 모두 짧고 연속적이지 않아 대사의 숨은 의미를 해석해야했고, 변화하는 무대장치를 비롯한 행간의 의미까지 읽어야 했기에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이 책에는 미국의 유명한 소설가인 윌리엄 제임스와 헨리 제임스의 여동생인 앨리스 제임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빅토리아 시대의 앨리스, 앨리스의 아빠와 오빠, 그녀의 상상속의 친구들이 여성의 삶을 암시적으로 보여준다. 앨리스는 오빠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명민했지만, 19세에 우울증으로 자살을 시도하고, 영국으로 떠나 온 뒤로는 줄곧 침대를 떠나지 못하는 신경쇠약증을 앓고 있는 여자이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발작은 마약과 진정제로 잠재운다. 44살에 죽은 후, 그녀가 쓴 일기가 출판되면서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다. 손택은 이 책이 여성의 이야기를 나타낸다고 했다. 이 희곡은 여성의 이야기가 주가 되지만,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사람의 고민를 나타내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일어날 수 있어요.”

할 생각이 없는 거예요.”

하지 않으려는 거예요.”

의지의 문제라니까요.”

게으름뱅이!”

노력을 해 봐요.”

사물을 다른 식으로 보려무나!”

넌 인생에 기회를 주지 않고 있어

 

침대에만 머물고 있는 앨리스에게 간호사와 그녀의 오빠가 하는 말이다. 간호사와 앨리스의 오빠뿐만 아니라, 우리 역시 우울증을 겪고 있거나, 뭔가에 용기를 내지 못하는 사람에게 무심코 던지는 말들이다. 그들은 불행하다고 하고, 자신의 말을 들어 달라고 한다. 자살하고 싶고, 괴로우니까 잠을 잔다고 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바쁘다고, ‘걱정거리를 안겨주는 건 옳은 일이 아니라(p.36)', 능력을 사용해 성취해 보라고 한다. 완벽하기는커녕 조금이라도 상대방을 이해하기 쉽지 않은 관계에서 두 대화는 평행선을 이룬다. 사람과의 관계는 누가 더 옳은가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많이 이해하느냐의 문제가 더 절실하다.

 

앨리스 제임스’(1848~1892)의 전 생애는 빅토리아 시대(1837~1901)에 걸쳐져 있다. 명민하고 머리가 좋은 여성인 앨리스가 그들의 남자 형제와 같은 평등과 존중은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여성들이 쉽게 규정지어지고, 대체적으로 여성 자신이 스스로를 한계 짓는 방식 때문이었다. 육체적으로 매력적이면서 아버지와 남자형제들, 남편에게 참을성 있고 나긋나긋하고 고분고분하며 예민하고 배려할 줄 아는 여성이어야 한다는 의무감은 이기심과 공격성, 자신에 대한 관심과 모순되는 것이므로 마찰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바로 이런 이기심과 공격성이야 말로 위대한 창조성이 피어날 수 있는 필연적인 조건인데 말이다.

-p.11~12, ‘작가의 말‘, 중에서]

 

그녀들의 공격성, 모순에 대한 마찰은 신경쇠약증으로 많이 나타났고, 그것은 빅토리아 시대에서 여성에 대한 단정적인 한계로 규정되어졌다.

 

[아빠도 오빠처럼 생각해? 이 끔찍한 병이 내게는 좋은 해결책이라고?

-p51]

 

앨리스, 깨어나지 않는 영혼5막에는 앨리스가 차 모임에서 다른 여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환상을 담고 있다. 미국의 페미니즘 운동가이자 평론가인 마가렛 풀러’, 일생 동안 1775편의 시를 남긴 미국의 시인인 에밀리 디킨슨’, 바그너의 오페라, ‘파르시팔에 나오는 유일한 여성 인물인 쿤드리’, 발레극 지젤에 나오는 환상적인 인물인 미르타가 앨리스의 차 모임에 초대를 받는다. 그들은 앨리스와 교감을 나누고자 찾아왔지만, 결국 그들 역시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딱 그 정도로만 앨리스를 받아들인다.

 

앨리스는 침대 위에서만 생활하지만 자신의 정신의 힘을 믿는다. 머릿속과 마음으로 세계를 상상할 수 있고, 정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칩거 생활을 하며 글을 쓴 마르셀 프루스트에게도 이러한 것은 감지된다. ‘이른 아침, 벽 쪽으로 고개를 돌려 커다란 창문 커튼 위로 새어 드는 아침 햇살이 어떤 미묘한 빛깔로 반짝이는지를 보기도 전에 이미 그날의 날씨를 알 수 있었다(’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민음사 9, p.13)'고 그는 단정적으로 표현한다. 칩거하는 자들은 보통의 사람보다 더 정교한 오감을 작동시킨다. 그들은 정신의 힘을 믿는다. 그렇지만 앨리스의 방에 도둑이 들어왔을 때, 앨리스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소리를 한다. 그런 그녀가 도둑에겐 한심하게 보일 뿐이다


정신의 힘에 의한 상상력의 세계가 그들을 일으키고 나아가게 하지만 분명 한계가 존재한다. 사람은 침대 위에서도 자기 나름대로 성장할 수 있다. 밖으로 나가지 않더라도, 남들처럼 살지 않더라도 나를 이어갈 수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완전한 성장은 아니다.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여성에게 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에게 가해지는 편견과 억압은 그들을 숨게 만들며, 더 이상 일어나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숨는 자에게도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수전 손택은 어렵게, 암시적으로 이러한 사실을 말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 연극은 어려움에 처한 여성들의 분노에 대한 연극이며, 결론적으로는 상상력에 대한 연극이다. 정신적 감옥의 현실, 상상력의 승리 말이다.

 

그러나 상상력의 승리만으로는 충분하지가 않다.

-p.17, '작가의 말중에서]



앨리스, 깨어나지 않은 영혼은 이번에 국립 극단에서 원작의 제목인 앨리스 인 베드로 무대에 올렸다. 원작이 워낙 어려운지라 연극 역시 어려웠다. 연극은 이 무대의 배경이 빅토리아 시대임을 많이 강조했고, 처음 앨리스의 대사 톤과 마지막 앨리스의 대사 톤을 다르게 해서, 앨리스가 스스로 깨어가는 과정을 표현했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수전 손택의 상상력의 승리만으로는 충분하지가 않다는 말이 더 절실히 다가왔다.

 

연극티켓을 예매할 때 주의사항을 잘 읽지 않았던지라 내가 간 날의 회차가 ‘Barrier free' 공연임을 알지 못했다. 베리어 프리고령자나 장애인들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 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운동(네이버 지식백과)‘이다. 연극에서의 베리어 프리는 연극을 상연할 때 장애인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다.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이어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설명을 해주고, 청각장애인들에게는 자막이 제공되고, 배우들이 대사를 나눌 때 수화통역사들이 나와 대사를 같이 수화로 해주었다. 그리고 안내인들이 시각장애인들을 전철역에서 공연장으로 데려오고, 다시 전철역까지 데려다주는 편의도 제공되었다. 예매할 때 주의하지 않았지만 덕분에 특이한 경험을 했고, ’베리어 프리라는 말도 알게 되어 좋았다. 아마 이런 편의는 국립 극단이라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새로운 경험으로 내 생각도 확장되었고, 특히 이 연극의 내용과 어느 정도 접목되어 더 유익했다.



연극구경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명동에 다녀왔다. 코로나 시국이 끝나가서인지 사람이 엄청 많았다, 외국인도 많이 볼 수 있었다. 예쁜 가을 하늘도 좋았다. 앎의 부족으로 수전 손택의 연극을 완벽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 세상의 수많은 앨리스에게 힘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죽음보다는 살아내라는당부도....힘들겠지만 그래도...

 



요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상상이라는 노래를 즐겨 듣는다.

앨리스에게도 우영우의 고래가 나타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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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9-28 00: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울프가 주디스 셰익스피어를 되살렸듯이 손택은 예술계에서 생전에 자신의 재능을 못다 피운 여성들을 심리학적 신경계학적인 관점으로 분석한것 같습니다
토마스 만의 마의 산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페넬로페 2022-09-28 00:48   좋아요 4 | URL
이 희곡을 ‘마의 산‘과 연결시키니 이해가 더 잘 되네요. 사람의 신경쇠약증은 사실 이유를 분석하기 힘든데 수잔 손택은 이 희곡에서 굉장히 막연하게 표현해 많이 어려웠어요 ㅠㅠ

희선 2022-09-28 02: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느 날부터 침대에서 내려오지 않은 사람이 나오는 이야기가 생각나기도 하네요 왜 그러는지 그걸 다른 사람은 다 알기 어렵겠지요 우울증인 사람한테도 좀 좋게 생각하라고 하고... 사람은 다른 사람한테 힘을 받기도 하지만, 자기 스스로 자신을 구원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그것도 쉽지 않지만... 그럴 마음이 있어야 하는 거고, 없으면 없는대로 살아야지 어쩌나 싶기도 해요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될지도 모를 텐데...

연극도 보셨군요 연극을 비장애인뿐 아니라 장애인도 즐기게 해주다니 좋네요 많은 게 그렇게 되어야 할 텐데, 그것도 쉽지 않겠지요 아니 하려고 하면 못할 거 없겠습니다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는 게 더 안 좋은 거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2-09-28 08:21   좋아요 3 | URL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침대에서 내려오지도 않고, 방에서 나오지 않는 사람도 있잖아요.
주변에 그런 분이 있었는데 시간이 많이 지나 스스로 극복하더라고요.
그동안 부모님이 엄청 힘들어 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지지해 주었어요.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네, 그럴 마음이 있는가, 없는가는 본인의 의지인데 혼자서는 힘드니 옆에서 도와주어야 하는게 맞고요.
이런 이유들때문에 연극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던 듯 합니다^^

서니데이 2022-09-28 04: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 연극도 보셨나요. 9월 18일 까지 일정이면 얼마 전에 서울 공연은 끝났을 수도 있겠네요.
어느 시대에 어느 나라에 태어나는 것을 정할 수 없는데, 좋은 시기에 좋은 곳에서 태어나는 것 자체가 행운일지도 모르겠어요. 자신의 모국과 출생을 정할 수 없는데, 한계를 넘어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니까요. 잘읽었습니다. 페넬로페님, 좋은 하루 되세요.^^

페넬로페 2022-09-28 08:32   좋아요 3 | URL
저도 요즘 딸아이에게 좋은 시절을 산다고 얘기하고 있어요.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 사는가가 삶의 질을 결정하기에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연극은 9월3일에 보고 왔어요.
서니데이님!
일교차가 심하네요
감기 조심 하세요^^

라로 2022-09-28 06: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빌딩 위에 반쯤 가려진 구름도 멋지네요!!! 다른 사진도 올려주세요!!^^
저는 연극을 본지가 백 년은 된 것 같아요. ㅠㅠ 문화생활을 전혀 못하고 있네요…라고 쓰고보니 그나마 책을 읽은 것이 나름의 문화생활,,,,😅😅😅 암튼 부럽습니다.

페넬로페 2022-09-28 08:35   좋아요 3 | URL
그때가 가을의 시작이라 유난히 하늘이 예뻤던 것 같아요.
문화생활은 그럴지 몰라도 다른 면에서 라로님 엄청 열심히 사시니 항상 흠모하고 있어요.
우리에게는 그래도 책이 가장 큰 문화생활이 아닐까해요^^

유부만두 2022-09-28 06:5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책과 연극 리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해요!!!
난해하다는 평이 많던데 이렇게 정리해 주셔서 너무 좋네요. 비할바는 못되지만 재작년부터 외출을, 신 신고 문 밖을 나서기가 힘들면 앨리스 제임스 생각이 났어요;;;;;;
더해서 베리어 프리, 몰랐던 표현인데 새로 배웁니다.

페넬로페 2022-09-28 08:39   좋아요 4 | URL
연극은 유부만두님께서 소개해주셔서 보게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원작이 그래서인지 연극도 난해했어요. ㅠㅠ
유부만두님께서는 앨리스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궁금합니다.

누구나 그럴때가 있는 것 같아요.
내 생각과 의지가 다를때요~~
저도 이번에 베리어 프리 알게되어 배웠어요, 우연히요 ㅎㅎ

유부만두 2022-09-28 09:29   좋아요 3 | URL
전 수전 손택의 책 아직 못 읽었어요.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 앨리스 제임스 이야기가 나와서 좀 찾아 보다가 연극 소식을 알게 되었고요.^^;;;;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 나오는 앨리스 제임스 이야기 (+조지 엘리엇) 제 서재에 올렸어요.


책읽는나무 2022-09-28 07: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수전 손택이 쓴 희곡이었군요?
예전에 손택의 책을 읽었을 때, 소설인가? 희곡인가?를 썼다는 내용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손택이 썼다면 어땠을까? 무척 현학적일 것 같겠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는데...역시 어렵군요^^
차 모임에 등장한 인물들!!! 대단한 인물들이지만,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
천재는 고독하군요.
베리어 프리!! 저도 처음 알았습니다.
정말 좋은 운동이군요^^

페넬로페 2022-09-28 08:56   좋아요 5 | URL
저는 손택의 글을 이번에 처음 읽었는데 저한테 넘 어려웠어요.
특히 5막이 제일 어려워 저의 생각이 전혀 맞지 않을 수도 있어요 ㅠㅠ
에밀리 디킨스도 사후에 시가 많이 알려졌고 생전에는 독신으로 가족에게 헌신하며 살았다고 하더라고요.
마가렛 풀러의 삶도 파란만장 했고요.
파르시팔도 그렇고 지젤도~~
손택 작가가 아는게 많아서 저를 이렇게 어렵게 하나봐요.
베리어 프리 공연에는 비장애인들이 그만큼 감수해야되는게 있는데 사람들의 배려가 좋아 우리의 의식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는 것도 좋았어요^^

새파랑 2022-09-28 07: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원작도 어렵고 연극도 어렵고 ㅋ 페넬로페님한테 어려울 정도면 일반사람들은 못읽을거 같인요~!!

명동 예술극장 외관이 정말 아름답네요~!!

페넬로페 2022-09-28 08:58   좋아요 4 | URL
명동예술극장에 이번에 처음 갔는데 아담하니 예뻤어요.
이 책 어려워요 ㅎㅎ
전문가가 해석을 잘 해주시면 좋겠어요^^

거리의화가 2022-09-28 09: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수전 손택에 희곡 작품이라니 어려울 것 같아요^^; 그래도 페넬로페님이 풀어주신 설명은 그리 어렵지 않네요.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여성들이 자신들을 가두던 틀을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면 사회에서는 미쳤다는 소리로 지탄했을테고 결국 심리적 장애, 약물 등에 의존하는 어려움을 겪었던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베리어 프리‘라는 개념 저도 몰랐는데 덕분에 알아갑니다. 명동예술극장 파란 하늘과 더불어 보니 더 멋져보이네요.

페넬로페 2022-09-28 09:48   좋아요 3 | URL
네, 제가 인용한 문장에도 그런 의미가 들어 있어요. ‘이 끔찍한 병이 내게는 좋은 해결책이라고?‘가 아마 거리의화가님이 말씀하신 것이 아닌가해요. 수전 손택의 글에 여러 의미가 있는데 저는 조금만 이해한 것 같아요.
공부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햇살과함께 2022-09-28 11: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도 보셨군요~ 원작과 연극 정리 너무 좋네요~!!
저도 마지막 공연으로 봤습니다.
연극의 이해를 위해 책을 먼저 보았으나, 책이 너무 난해하고 함축적이라 연극 보기 전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걱정보다는 쉽게 풀어주려는 공을 많이 들여서 좋았어요.
사전지식이 없으면 전혀 모를 등장인물들을 ‘위키피디아‘로 설명하는 부분도 재치있었고요.
전반적으로 원작보다는 덜 난해하고 유쾌한(?) 작품이었고, 배우들 연기도 좋았고요~

페넬로페 2022-09-28 13:07   좋아요 3 | URL
오, 햇살과함께님, 연극 보셨군요. 넘 반가워요.
네, 원작보다 연극이 훨씬 더 이해하기 쉬웠어요. 그래도 어렵기는 했어요 ㅎㅎ
햇살과함께님의 감상도 궁금합니다^^

바람돌이 2022-09-28 14: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연극도 보고 오셧군요. 베리어 프리 너무 좋은 제도인듯요. 저런 제도가 일상이 된다면 좀 더 같이 살수있는 세상이 될 터인데 말이죠.
저도 이 책 너무 어려웠어요.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 어렵게 쓸 이유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고, 수잔 손택이 굳이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을 오늘에 끌어내야 했던 이유도 조금 납득이 안가는.... 여성 일반의 불안과 고통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데 그걸 사람들이 이해를 못하면 안되잖아요. 어쨋든 전 잘 모르겟더라구요. ㅠ.ㅠ

페넬로페 2022-09-28 17:20   좋아요 4 | URL
네.정말 어려웠어요.
그나마 연극을 봐서 조금 이해가 가기는 했는데 연극도 원작에 충실해서 그런지 어려웠어요
작가가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게 뭔가 더 강조하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은데 굳이 이렇게 모호하게 쓸 필요가 있었냐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독자의 수준을 넘 과대평가 한 걸까요! ㅎㅎ

미미 2022-09-28 18: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릴때 명동 근처에 살았었는데 반가운 사진입니다^^*
난해할수밖에 없는 주제네요.
우울이나 무기력증도 사회구조적인 원인과 개인의 성향등 복합적일텐데 어렵지만
지금도 계속되는 문제죠.
그래도 페넬로페님이 이렇게 소개해주시고 연극도 보고 오셨다니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요!ㅋㅋ

페넬로페 2022-09-28 19:53   좋아요 2 | URL
아, 미미님께서 명동 근처에서 사셨군요. 명동 근처에 사셨다고 하니 완전 서울사람 같아요 ㅎㅎ
손택 작가가 이 희곡을 어렵게도 썼지만 이 내용이 또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기에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어요.
정말 복합적인 것 같아요^^

mini74 2022-09-29 1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시대의 여성들은 왠지 대부분 우울증을 갖고 있을거 같아요. 정신과 신체 모두 구속당하고 옳지 않은 존재로 교육받을테니까요 ㅠㅠ 페넬로페님이 어려우셨다니!! 명동극장의 옛스런 모습과 하늘 사진 참 좋습니다 *^^*

페넬로페 2022-09-29 14:50   좋아요 0 | URL
네, 그랬을 것 같아요. 그런 병을 앓고도 내색도 못하는 여자도 많았을테고요.
올 가을은 하늘이 왜이리 이쁜지 모르겠어요. 석양빛에 섞여드는 구름빛도 좋고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0 - 갇힌 여인 2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20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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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5편인 갇힌 여인은 마르셀 프루스트 사후 일 년 만에 출간된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전 편에 비해 약간 정제되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 발베크에서 화자는 알베르틴의 고모라적 성향을 의심해 그녀를 파리로 데려온다. 그녀를 독점하고,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지 않게 하기 위해 자신의 집에 데려와 칩거 생활을 시작한다. 화자는 알베르틴의 친구인 앙드레와 운전기사를 통해 감시하게 하는데도 그녀의 거짓말은 계속된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선물해주지만 끝내 알베르틴의 마음을 얻지는 못한다. 질투와 의심, 육체에 대한 욕망으로 그들의 사랑은 위태로워 보인다. 가을부터 다음 해 봄이 시작될 때까지 육 개월 동안의 화자와 알베르틴의 동거는 고전 비극에서 전개되는 다섯 개의 막처럼 구성되어 있다.

 

[이 다섯 날은 다시 화자 집에서의 알베르틴의 정착, 베르뒤랭 집에서의 연회, 알베르틴의 떠남이라는 삼분법적인 구조로 요약된다. 지극히 한정된 공간과 한정된 시간, 한정된 행동이 고전 비극의 삼일치의 법칙을 환기한다

-p. 386, 작품 해설 중에서]

 

 

 

플라톤의 향연에서 천상의 아프로디테에 속하는 에로스에 영감을 받은 자들은 본성상 더 건장하고 지성을 더 많이 가진 것을 소중히 여겨 남성에게로 사랑이 향한다고 했다.

 

[바로 소년 사랑 그 자체에서도 순수하게 이 에로스에 고무되어 있는 자들을 누구라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네. 그들은 그냥 소년들이 아니라 이미 지성을 갖기 시작할 때의 소년들을 사랑하거든.....내 생각에 이때부터 그들을 사랑하기 시작하는 사람들은 전 생애 동안 그들과 함께 지내면서 그들과 함께 삶을 공유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 말이네.

-‘향연’, 플라톤, 이제이북스, 강철웅 옮김, p.79]

 

프루스트는 순수하게 에로스에 고무되어 있었던 옛 그리스의 관습은 사라졌으며, 샤를뤼스와 알베르틴으로 표현되는 소돔과 고모라는 비의지적이고 신경증적인 동성애, 타인에게 숨기고 자신에게 위장하는 동성애(p.23)만이 증식되고 있다고 한다. 수치스럽고 퇴색한 동성애만이 살아남아 있다. 자신의 실제 생활과는 다르게 프루스트는 동성애에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샤를뤼스에게는 조롱을, 알베르틴에게는 금지 혹은 멈춤을 바란다. 화자는 알베르틴에게 끊임없는 질투와 의심을 한다. 나중에 이러한 사실을 안 알베르틴은 화자의 이러한 태도에 실망한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헤어질 결심을 한다, 또는 그녀와 결혼까지도 생각한다는 모순적이고도 상반되게 변화하는 화자의 정신은 극도로 불안정하다. 바깥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코르크마개로 벽을 막은 채 칩거하며 글을 써내려간 결과로 얻은 프루스트의 문장은 인간의 오감과 모든 세포를 다 열어놓은 듯하다. 보통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감각으로 알베르틴을 표현하고, 인간의 심리를 들여다봤기 때문인지 두 사람의 사랑은 어렵다. 끝까지 이해할 수 없다. 사랑과 욕망의 경계에서 아찔하게 줄다리기를 하는 그들의 사랑은 작가가 살았던 시대까지 포함하고 있어 비판적인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알베르틴과 화자의 사랑은 르네 마그리트의 연인들(The Lovers)'과 흡사하다. 베일로 가려진, 위장된 두 사람의 사랑은 진실하지 못하다. 인간의 삶에서 사랑뿐만 아니라 모든 타자와의 관계 역시 여러 겹의 가면이 존재한다. 베르뒤랭 부인은 자신의 사교모임에 참여했던 회원이 죽었거나 위독할 때, 슬픔이라곤 전혀 느끼지 못한다고 고백한다. ’슬픔을 고백하는 순간, 쾌락을 포기(p.83)'할 용기가 없으므로, 연회를 취소하지 않기 위해 무관심을 선택한다. 모든 사교계에서 인기가 있었던 스완이었지만, 그의 죽음역시 조용히 파묻힌다. 자신의 쾌락과 자존심을 위해 타인에 대한 음모도 자행된다. 어쩌면 화자의 미필적 고의적인 그물망에 알베르틴도 걸려 들었는지 모른다. 겨울처럼 느껴지는 자신의 사랑이 부담되고 지루해진 화자는 더 두꺼운 베일로 자신을 가려버린다. 봄이 되는 시점까지 계속된 알베르틴에 대한 질투와 집착은 화자를 피곤하게 한다. 이 세상 모든 아담들의 욕망도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알베르틴은 떠남은 이 모든 것으로부터 연결되어 있다.

 

[이렇듯 우리는 현실과는 매우 다른 외관을 서로에게 제시하고 있다. 아마도 두 존재가 마주할 때면 언제나 이런 식인지 모른다. 왜냐하면 그들 각자는 상대방의 마음속에 있는 부분을 모르고, 설령 안다고 해도 일부밖에 이해하지 못하며, 그래서 둘 다 자신에게서 가장 개인적이지 않은 부분만을 표출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반영하는 인상을 전하려 하기보다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그런 인상을 전하려 하며, 또 내게서 그 생각은 집에 돌아온 알베르틴을 예전처럼 온순한 상태로 간직하여, 그녀가 화를 내며 더 큰 자유를 요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p. 266~267]

 

화자는 베르뒤랭 부인의 저택에서 뱅퇴유의 7중주를 들으며 인간의 사랑과 관계보다, 예술, 특히 음악을 더 우위에 둔다. 타자와의 관계는 불완전하고 이기적이다. 그에 비해 빛의 찬란한 부동성(p.108)’인 음악은 , ‘지속적이고 행복한 움직임인 삶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대한 것이다. 글과 그림보다 음악은 순간적이다. 음악은 듣는 순간에만 존재한다. 악기나 인간의 소리에 의해 재생되는 음악을 들으며 우리는 뭔가를 떠올리고, 생각하고 이미지로 저장할 뿐이다. 프루스트는 이것이야말로 영혼의 소통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고, 최고의 예술이라 정의한다.

 

프루스트는 이 책에 뱅퇴유, 베르고트, 엘스티르라는 세 인물을 등장시켜 음악, , 그림에 대한 자신의 예술론을 펼친다. 과거를 회상하며 추억하는 서사도 흥미롭지만 프루스트가 표현하는 예술에 대한 글은 너무 아름답고 깊이 몰입하게 한다. 작가의 예술에 대한 조예가 존경스럽다. 프루스트의 악명놓은 긴 문장의 글은 읽기가 쉽지 않고, 특히 갇힌 여인편의 사랑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가 내놓는 이런 예술론은 매혹적이다. 



민음사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책표지가 무척 예쁘다. 각 권마다 연상적으로 언급되는 중요한 식물, 나무, 꽃 등의 이미지를 모티프로 하여 디자인했다. 기본적으로는 시간의 흐름이라는 이미지를 반영하여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흩날리는 패턴을 시각화시켰다(민음사 편집부 제공)

 

이미지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1, 2- ‘스완네 집 쪽으로’~~ 월계수 잎

3, 4-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 라일락

5, 6-‘ 게르망트 쪽’~~ 장미

7, 8- ‘소돔과 고모라’~~

9, 10-‘ 갇힌 여인’~~ 제라늄

11- ‘사라진 알베르틴’~~ 산사나무

마지막 12, 13권은 준비 중이라고 한다.

 

 

 

나는 책을 읽을 때 전체적인 흐름과 세부적인 상황 중 어느 것에 중점을 둘 것인가?’를 고민한다. 물론 어떤 책은 전체인 숲이 보이고, 또 다른 책은 숲보다는 나무가 선명하게 각인될 때도 있다. 책에 따라 의미를 두는 곳이 다르므로, 무엇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각자의 취향으로도 적용될 수 있다. 이번에는 화자와 알베르틴의 관계에 더 많이 머물렀다. 그래서 혹시 다른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한 것은 아닐까라는 우려도 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5편인 갇힌 여인은 예술에 대한 뛰어난 묘사는 좋았지만, 화자와 알베르틴의 비틀린 사랑은 아쉬웠다. 내가 두 사람의 사랑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끝내 거기에서 아름다움이나 완성된 합일을 볼 수 없었다.

 

[단 하나의 진정한 여행, 단 하나의 청춘의 샘은 새로운 풍경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눈을 갖고, 타자의 눈을 통해 다른 수백 명의 눈을 통해 우주를 보며, 그들 각각이 보고 그들 각각이 존재하는 수백 개의 우주를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일을 우리는 한 사람의 엘스티르, 한 사람의 뱅퇴유, 그들의 동류인 예술가들과 더불어 할 수 있으며, 정말로 이 별에서 저 별로 날아다닌다.

-p.11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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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9-25 16: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드디어 끝이 보이는군요. 잃사찾 읽은 페넬로페님
제가 아는 사람 중에 이걸 읽은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합니다. ^^
문장이 너무 길면 저는 전체를 보기가 힘들더라구요. 부분 부분을 이해하는 것도 너무 벅차서... 그러면 보통 다시 읽고는 하는데 이 책은 다시는 커녕 한번 읽기도 일단 큰 결심을 먼저 해야해서.... ㅠ.ㅠ
그런데 민음사의 이 책은 진짜 표지가 너무 예뻐서 안 읽어도 소장하고 싶은 욕구를 계속 부추기네요. 저렇게 확 펼쳐놓고 나니 더 예쁘다는....

페넬로페 2022-09-25 20:21   좋아요 2 | URL
이제 3권 남았어요.
나머지 2권 출간되면 올해 마무리해야겠어요.
잃.시.찾은 겉표지도 예쁜데 속표지의 색깔도 다양해 좋더라고요.
읽지 않아도 소장하면 뽀대나는 책인 것 같아요.
이 소설도 워낙 긴 호흡으로 진행되어 제가 이해를 다 못하는 것 같아요.
리뷰도 그렇고요^^

미미 2022-09-25 19:0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과 딱 맞아떨어지네요?!! 헤어질결심,미필적 고의에도 공감만땅입니다.ㅎㅎ 페넬로페님 1회독에서 이정도로 읽어내시면 2회독때는 어떠실지 두근두근합니다.^^*

제가 어릴때 프루스트를 읽었더라면 연애하면서 그렇게 힘든 시기를(초반 너무 힘들었던ㅠㅠ) 좀 더 빨리 벗어났을거라고, 초연했을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페넬로페 2022-09-25 20:26   좋아요 2 | URL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이 사람과의 관계를 잘 표현한 것 같아 그림 잘 모르지만 넣어봤어요.
전 10권에서 화자가 조금 싫어졌어요 ㅎㅎ
책에 헤어질 결심이란 말이 많이 나와 계속 영화가 생각났어요.
초반에 우리가 다 어리고 미숙해서 연애가 그렇게 힘들었나봐요.
사실 리뷰를 쓰고는 있지만 미흡한 점이 많은데 재독하면 안보이는 것도 보일 것 같아요^^

책읽는나무 2022-09-25 19: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10 권!!👏👏👏
책 표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시간의 흐름‘ 나름의 의미가 있었군요.
저는 <예술가의 서잼>를 읽다가 펭귄북스 북디자이너 예술가편에서 책 표지 디자인 중 드라큘라 책의 마늘 꽃 모티브로 책 표지를 디자인한 것이 인상깊었거든요.
그걸 보면서 잃시찾 책 표지 디자인 그림이랑 비슷하다? 생각했었어요.
꽃이 똑같았던 것은 아니지만 디자인 패턴이 비슷해 보여 저도 언제 한 번 잃시찾 책 다 모으면 사진을 찍어봐야겠다! 싶었는데 요렇게 카드처럼 펼쳐 찍으시니 더 예쁘네요^^
뿌듯하시겠습니다. 이 10 권의 책을 완독하시다니~^^
이제 고지가 보입니다.
책을 읽질 않아 책 이야기는 어떻게 시작도 할 수가 없네요ㅋㅋ
르네 마그리트 그림은 묘하게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페넬로페 2022-09-25 20:29   좋아요 3 | URL
제가 책표지가 궁금해 민음사에 메일을 보냈더니 저렇게 답장이 왔어요. 저는 표지의 꽃이 산사나무라고 생각했는데 다양하게 표현되었더라고요.
책 만드는 사람들도 멋있어요.
잃.시.찾 표지는 제 취향에 맞아 책 모으는 재미가 있어요^^

새파랑 2022-09-25 19: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잃시찾이랑 마그리트의 작품이랑 정말 잘어울리는거 같아요. 사랑 자체가 어쩌면 저 그림과 같은건지도 모르겠습니다 ㅋ 미미님에 이어 페넬로페님도 이젠 프루스트 찐팬 인증 ~!! 저도 10권이 읽고 싶습니다 ㅋ

전 쫌전에 프루스트의 <질투의 끝>을 가볍게 읽었는데 이 책도 장난아니네요 ㅋ

페넬로페 2022-09-25 20:31   좋아요 3 | URL
사랑 정말 그렇죠.
르네 마그리트는 천재인 것 같습니다.
원조 찐팬인 미미님과 새파랑님이 더 대단하시죠.
책을 힘들게 읽어가니 그걸 알겠더라고요.
질투의 끝, 저도 구매해놨는데 나중에 읽어야겠어요 ㅎㅎ

프레이야 2022-09-25 20: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 님의 잃시찾 페이퍼도 대단원으로 달려가네요. 좋아요 ^^ 마지막 12,13권 표지는 어떤 흩날리는 꽃잎일지 기대됩니다. 이파리가 흩날리면 시간의 흐름이 가시화하고 우리 마음도 조급해지는 것 같아요. 올해도 어느새 석달 남짓이네요.

페넬로페 2022-09-25 20:43   좋아요 3 | URL
네 저도 마지막 권의 표지 그림과 색깔이 궁금해집니다. 표지의 색깔이 점점 짙어져가는데 그것도 어떤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돼요.
올해 남은 시간의 의미를 생각해봐야겠어요. 매번 일분 일초가 똑같이 흐르는데도 빠름을 느끼는 건 왜일까요.
이곳엔 은행이 떨어져 그 냄새로 가을을 알려 주네요^^

서니데이 2022-09-25 21: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책 디자인이 예뻐서 사고 싶은 책이예요. 처음엔 연한 바탕색의 표지에서 점점 진한빛으로 달라져가는 것도 괜찮네요. 한 권씩 볼 때보다 여러권 같이 있어서 더 예뻐요.
르네 마그리트 그림은 평범한 사진을 낯설게 만들어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작가의 의도를 다 이해하지도 못할 것 같지만, 감춰진 부분이라거나, 낯선 부분에 시선이 갑니다.
잘읽었습니다. 페넬로페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9-25 23:28   좋아요 3 | URL
요즘 꽃이 좋아서 그런지 책표지가 더 맘에 들어요.
본문에 여러 꽃이나 나무가 언급되어 있어 아마 그것을 모티프로 책표지를 디자인한 것 같아요.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에 대한 서니데이님의 해석, 넘 탁월하세요.
서니데이님,
새로운 한 주가 시작돼요.
좋은 시간 많이 보내길 바래요^^

레삭매냐 2022-09-26 09: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두 사람의 사랑은 진실하지
못하다.

되짚어 보면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사랑이 가능할까 싶
기도 하네요.

책읽기의 고민 중의 하나지요.
숲인가 나무인가.

때로는 디테일에 감동 먹기도
하고 또 때로는 웅장한 스케일
에 넋이 빠지기도 하지요.
그 또한 책읽는 재미가 아닐까요.

페넬로페 2022-09-26 12:40   좋아요 3 | URL
사랑도 그렇고 사람과의 관계도 완벽한 이해는 힘들 듯 해요.
가족도 그렇고요.

책읽기의 매력이 다양함에 있는데 , 어려운 책은 제가 오독을 하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고민이 됩니다. 그래도 그것을 극복해야 되니 부담 지우고 제 마음대로 리뷰 쓰고 있어요 ㅎㅎ

mini74 2022-09-26 18: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렇게 마그리트 그림과 연결이 되다니 ! 페넬로페님 잃시찾이야기는 차근차근 정갈하지만 힘있는 리뷰같아요 ~ 표지들에 대한 이야기도 좋고 ~ 페넬로페님 잃시찾 의 여정, 제가 막 자랑스럽습니다 ㅎㅎ 주책이죠 ㅠㅠ

페넬로페 2022-09-26 20:30   좋아요 2 | URL
저는 방금 미니님 영상보고 그렇게 가슴이 벅찼어요~~
제가 그림과 연결시킨 건 소 뒷걸음 치다가 쥐 잡은 격입니다. ㅎㅎ
잃.시.찾 읽는 여정에 응원해주셔서 감사해요^^

scott 2022-09-28 00: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김연수 작가도 잃시찾 완독 못했다는데
이번에 페넬로페님 완독하시면
독서계 북플계 으뜸👑

페넬로페 2022-09-28 00:50   좋아요 3 | URL
그저 완독만을 목표로 읽어가고 있어요. 잃.시.찾은 내용이 넘 많아 다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어요. 그래도 열심히 가겠습니다^^

희선 2022-09-28 02: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직 두권이 더 나와야 하는군요 르네 마그리트 그림 한번쯤 본 것 같은데, 잘 몰랐던 것 같네요 페넬로페 님이 쓰신 글 보고 그런 뜻이 있었구나 했습니다 여기 나온 이야기와 잘 맞네요 사람 마음이 늘 그대로면 좋을 텐데, 좋은 것만 보고 안 좋은 게 있다 해도 그대로 받아들이면 좋을 텐데...

책 표지도 예쁘네요


희선

페넬로페 2022-09-28 09:12   좋아요 3 | URL
네, 두 권이 더 나오면 민음사판은 완간되어요. 총 13권이니 이 책의 분량이 많기도 하죠.
제가 그림에 대해 잘 모르는데 그냥 그렇게 연결되더라고요~~
이 책은 표지가 예쁘고 양장으로 되어 있어 책읽기도 편해서 좋아요^^

그레이스 2022-09-29 06: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일시찾 사진!
아름답습니다~

페넬로페 2022-09-29 16:10   좋아요 3 | URL
민음사의 책표지가 마음에 들어요^^

scott 2022-10-07 14: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이달상 추카!

프루스트옹 마니아 1등급 이쉼 ^^

페넬로페 2022-10-08 09:3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scott님.
우리 모두 책에 관해서라면 1등급 입니다. ㅎㅎ

thkang1001 2022-10-07 16: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연휴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10-08 09:40   좋아요 1 | URL
thkang님 감사드려요.
쌀쌀한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고, 즐거운 연휴 보내시길 바래요**

새파랑 2022-10-07 16: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프루스트하면 페넬로페님과 미미님~!! 축하드립다~!!

페넬로페 2022-10-08 09:40   좋아요 2 | URL
프루스트하면 새파랑님이시죠.
감사합니다**

미미 2022-10-07 16:1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당선 축하드려요!! 11권 리뷰도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페넬로페 2022-10-08 09:41   좋아요 1 | URL
미미님, 감사합니다.
11권 열심히 일고 있어요, ㅎㅎ

그레이스 2022-10-07 16: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페넬로페님~~~

페넬로페 2022-10-08 09:41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님, 감사드려용**

mini74 2022-10-07 21: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당근 되실 줄 알았어요. 축하드립니다. 다음엔 잃시찾 대망의 마무리로 ? ㅎㅎ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

페넬로페 2022-10-08 09:42   좋아요 2 | URL
미니님, 감사합니다.
올해 마무리해야지요~~

서니데이 2022-10-07 22: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10-09 22:34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연휴 보내시길 바래요**

희선 2022-10-09 02: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 님 축하합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읽는 보람이 있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2-10-09 22:36   좋아요 2 | URL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리뷰로는 처음으로 당선작이 되어 보람도 있고 넘 기뻐요 ㅎㅎ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희선님^^

거리의화가 2022-10-10 18: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시 페넬로페님은 프루스트로 가는 길을 보여주시는 것 같아요^^ 내년에 이 책을 읽게 될 때 다시 한번 페넬로페님 리뷰 들여다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달의 당선 축하드려요*^^*

페넬로페 2022-10-10 23:12   좋아요 2 | URL
프루스트 작가가 워낙 고밀도의 글을 써서 사실 리뷰에 많은 것을 담지 못했어요.
내년에 읽으실 때 서로 같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으러 가요^^
 


이런 글 쓰는 게 쑥스럽군요.

그래도 유부만두님이 올리신 백일 결심 읽고 용기를 내봅니다. 저라는 인간은 뭔가 계획을 세우면 실천을 밥 먹듯이 안하는 종족인지라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그냥 해보렵니다

거창하지 않고, 소박하게, 뚜벅뚜벅.....

저는 하루에 책 한 권 읽기같은 건 절대 못해요.

 

1. 당분간 책 사지 않고 집에서 잠자고 있는 책 읽기

-독서 동아리 필독서만 예외로 둠

 


2. 읽다가 멈춘 책(니콜 크라우스의 사랑의 역사2년에 걸쳐 읽고 있는 책에 들어 있어요) 다시 읽기

 


3. 생일 선물 받은 책, 알라딘 서재 친구분에게 선물 받은 책 읽기

 


4.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마무리하기, 그리고 책 잇기

-5월부터 한 달에 2권씩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고 있어요. 이 책 때문에 삶이 많이 피폐해졌어요. 읽기에 결코 만만하지 않은 책이네요. 그래도 도전해보고 싶었던 책이라 열심히 전진했습니다. 지금 10권까지 읽었고, 10월에 11권을 읽을 예정입니다. 민음사에서 프루스트 100주년을 맞이해 10월말에 마지막 12, 13권을 출간한다고 하니 올해에 이 책을 마무리할 수 있겠습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처음부터 시작을 하지 말거나, 시작했다면 한 번만 읽어서는 안 되는 책입니다. 내년에 그레이스님과 함께하는 독서동아리에서 다시 이 책을 읽을 계획이라 프루스트 다지기 해야겠어요. 프루스트가 이 책에서 여러 다른 작품을 많이 언급해 가능하면 책 잇기를 병행하는 프루스트 읽기를 해야겠어요.

저와 함께 프루스트 읽으시죠!



 

 

 

 

 

 

 

 

 

 

 




5. 건강 먼저 챙기기

-중학교 1학년 같은 반에서 만나 친해진 친구들이 있어요. 저까지 10명인데 그 중 두 사람이 먼저 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요즘 100세까지 수명이 연장된 것에 비해 너무 일찍 가버렸어요. 얼마 전 알라딘 서재에서 자유 죽 음의 서평대회가 열려서인지 그 책에 대한 리뷰가 많이 올라오더라고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죽음과 자유가 어떤 연관을 가지는지요(책 꼭 읽어보고 싶어요). 마약 성분의 패치까지 몸에 붙이고, 복수로 배는 부풀어 올라 있고, 오줌줄로 통해 받아낸 유리병에 담겨있는 진한 담갈색의 오줌을 보며 친구들의 육체적 고통을 봤지만, 그 친구들이 남기고 갈 가족에 대한 마음의 걱정과 애통함도 본 듯합니다. 그리고 어제 또 한명의 친구가 암 투병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그래서 아침부터 이런 우울한 소리를 하고 있어요, 이해해주시기를). 우리 친구들 그냥 지금부터 만나지 말고 우정을 포기하면 우리 운명이 달라지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책 읽는 게 뭐가 급하고 중요한가요. 건강을 챙겨야지요.

건강, 건강하기 위해 운동하고, 맥주와 과자 먹지 않고, 커피 줄이고 밥 잘 먹기를 해야겠어요. 남편과 딸아이 건강도 더 많이 챙기고요.

 


6. 시간 아끼기

-아침 시간 활용하고, 스마트 기기 접근 제한

 


7. 일단 하루에 영어 단어 10개 외우기

-독서 동아리에서 3개월에 걸쳐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소설을 읽었습니다. 회원 중 한 분이 영어 원작을 같이 읽으셨다고 했는데 번역본보다 원작의 문장이 훨씬 아름다웠다고 하더라고요. 영어 공부를 하고는 싶은데, 7번이 가장 안 지켜질 수 있는 공약이라 가볍게 시작하려 합니다.

 


8. 글쓰기에 대한 압박 받지 않고 열심히 쓰기

-말이 되냐고요?

그래도 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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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9-23 09:3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백일 챌린지로 책 안사기를 해볼까요... 아.. 자신이 없네.... 그렇지만..... 아 저도 해야겠어요.

페넬로페 2022-09-23 09:48   좋아요 3 | URL
힘들겠지만 그래도 공약 걸었으니 해내고 말겠어요^^

잠자냥 2022-09-23 09:58   좋아요 5 | URL
다부장님 뻥치지 마세요... 백일 동안 어떻게 책을 안 사요?!!!
곰과 호랑이가 마늘과 쑥만 먹는 것보다 더 힘들어요.......;;

다락방 2022-09-23 10:00   좋아요 5 | URL
그렇겠죠? 음.. 역시... 저는 안해야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2-09-23 09: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4,5번 저도 같이 진행하고픈 약속입니다. 건강이 안되니 삶에 질이 훅 떨어져요ㅠ 모두 건강하시길. 그리고 내년에 저도 프루스트 함께 해보고 싶네요^^*

페넬로페 2022-09-23 10:03   좋아요 2 | URL
네, 건강해야 책도 읽을 수 있더라고요. 거리의화가님, 프루스트 같이 읽어요^^

거리의화가 2022-09-23 10:09   좋아요 2 | URL
저는 초독이라 걱정이 됩니다만 그래도 함께 읽으면 따라는 가겠죠ㅎㅎㅎ

잠자냥 2022-09-23 09: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1번을 하시겠다고요???!

잠자냥 2022-09-23 09:58   좋아요 4 | URL
아, 당분간-이구나. ㅋㅋㅋ 당분간 하고 5일 동안 책 안 사고 그러는 거 아니에요? ㅋㅋㅋㅋ

페넬로페 2022-09-23 10:04   좋아요 4 | URL
100 일은 넘 긴가요?
생각해보니 ‘다락방의 미친 여자들‘ 구매하고 싶은데, 이것만 예외로 둘까요 ㅎㅎ

미미 2022-09-23 10:07   좋아요 4 | URL
<다미여>같이 읽어요 페넬로페님!!

잠자냥 2022-09-23 10:30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 당분간이라고 해놓고 계속 예외두시려고! ㅋㅋㅋㅋㅋ

미미 2022-09-23 10:0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오오 페넬로페님의 100일 챌린지를 응원합니다💕
<읽,시,찾>은 재독해야 할 작품이라는데 저도 한표👆

페넬로페 2022-09-23 10:18   좋아요 3 | URL
응원 감사합니다.
열심히 실천하겠습니다^^

수이 2022-09-23 10: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페넬로페님 멋져요. 그리고 하신 말씀 중에 제일 맞아요 맞아요 하게 된 건 책 읽는 게 뭐가 중요한가요 입니다. 요즘 제 마음입니다!! 저도 페넬로페님 따라서 100일 챌린지 해볼게요!! 이렇게 함께 하면 정말 꼭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아요!!!

페넬로페 2022-09-23 10:28   좋아요 1 | URL
정말 건강 먼저 챙겨요~~
vita님 100일 챌린지 어서 들려주세요.
그리고 외국어 공부 팁도 한 번씩 가르쳐주시고요^^

새파랑 2022-09-23 10: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5번이 제일 중요한거 같습니다~!! 역시 부지런한 페널로페님~!!

전 어차피 지킬 자신이 없어서 안하겠습니다~!!

근데 4번은 땡기네요 ^^

페넬로페 2022-09-23 10:30   좋아요 3 | URL
새파랑님 아직 젊으셔서 5번이 젤 상관없을듯도 해요.
그래도 5번 지켜야합니다.
내년에 미미님과 잃.시.찾 함께 재독합시다^^

stella.K 2022-09-23 10: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그래도 먼저 가신 친구분은 페페님을 알아서 행복했다고 생각하시지 않을까요? 사실 저도 한 20년만에 다시 연락이된 친구가 있는데 이러저러한 생각들이 많이 들더군요. 그래도 다시 만나게된 기쁨만 생각하려구요.ㅎ
맞아요. 건강이 최곱니다. 계획들 건강 잘 유지하면서 차근차근 잘 이루어 가시길 응원합니다! 👍

페넬로페 2022-09-23 10:34   좋아요 4 | URL
친구들과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워낙에 친했던지라 그냥 그 자리에 있어주기만 하면 좋겠어요.
이런 소식 들을때만 좀 달라지는데 결심한 바는 꼭 지켜내는 사람이 되고 싶더라고요.
스텔라님 응원 받아 남은 2022년 잘 마무리 하겠습니다^^

햇살과함께 2022-09-23 10: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페넬로페님 응원합니다~!!
다 만만치 않아 보이지만, 잃시찾 읽는 능력으로 가능하실 것 같아요!


페넬로페 2022-09-23 10:36   좋아요 3 | URL
소소하게 한다면서 좀 과했나 싶기도 한데 평소에 매번 생각해왔던 것이라 한 번 해보려고 합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햇살과함께님**

레삭매냐 2022-09-23 11: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랑의 역사, 저도 읽다 말았어요 ㅠㅠ

페넬로페님의 100일 챌린지를 응원
합니다, 격렬하게.

페넬로페 2022-09-23 12:51   좋아요 2 | URL
사랑의 역사를 맘 잡고 읽으면 금방 읽을 것 같은데 아직 입니다.
좋은 책이 워낙 많아서요.
이 책에 대한 레삭매냐님의 감상 기다리겠습니다^^

단발머리 2022-09-23 11: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00일 챌린지 응원합니다!!
제게는 4번이 많이 어려워 보여요. (실제로는 6번이구요 ㅎㅎ) 5권까지 구입 완료한 1인입니다^^ 화이팅!!

페넬로페 2022-09-23 12:53   좋아요 1 | URL
5권까지 구입하셨으니 시작하셔도 되겠는데요, 단발머리님!

먼저 스마트폰을 멀리 갖다 놔야하는데 친구분들의 책소식이 궁금해 저한테도 6번이 넘 어려워요 ㅠㅠ

scott 2022-09-23 11: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100일 잃시찾 완독 응원하며
쑥과 마늘 대신

마카롱???
노우 ㅎㅎㅎ
마들렌 백개 놓고 가여 ~@@@@
⠀ 💗💗⠀ ⠀ 💗💗
💗🥐🥐💗🥐🥐💗
💗🥐🥐🥐🥐🥐💗
💗 백일응원마들렌💗
⠀ 💗🥐🥐🥐💗
⠀ ⠀ 💗🥐💗
⠀ ⠀ ⠀ ⠀💗

페넬로페 2022-09-23 12:55   좋아요 2 | URL
scott님께서 주신 마들렌 넘 좋아요.
마들렌 먹으며 완독을 향해 가겠습니다.
일단 10권 리뷰 써야하는데 급하네요 ㅎㅎ

책읽는나무 2022-09-23 12: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4번의 절반은 실천 가능합니다.
읽기가 아닌 책 사다 모으기요ㅋㅋㅋ
이제 세 권만 사면 완벽합니다^^
다른 챌린지 번호들은 아...제겐 다 어려운 문항들이네요??
잃시찾 읽기는 다미여 완독 끝나고 내년에 좀 목표 세워 끊지 말고 페넬로페님처럼 읽어나가야 겠습니다^^ 한 달에 한 권씩 완독!! 이러한 목표를요~ 다른 책들이랑 섞어 읽으니 정말 집중 안되고 진도가 안나가서 페넬로페님의 인내심에 감탄하고 있어요👍
암튼 페넬로페님의 100일 챌린지 저도 응원합니다.
친구분들의 소식 때문에 우울해질 수 있겠지만 힘 내시고 건강도 잘 챙기시구요~^^

페넬로페 2022-09-23 12:58   좋아요 2 | URL
잃.시.찾을 한달에 두 권읽기보다는 한 권씩 읽어나가는게 더 좋을 듯 해요. 책나무님 책 다 구비해 놓으셨으니 다미여 읽고 시작하셔도 될거예요.
저도 다미여 도전해 보려고요
그럼 책 사야하는데 큰일이네요 ㅎㅎ
항상 건강 유의하며 살아요^^

독서괭 2022-09-23 13: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올해가 벌써 백일밖에 안 남았나요??
페넬로페님, 쉬운 결심이 없지만 5번은 꼭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친구분들 투병이 그리 많았다니 마음이 많이 힘드셨겠어요 ㅠㅠ 5번을 최우선으로!
저도 나름 백일 챌린지 하고 있는 게 있는데 백일동안 하루도 빠짐없이,는 아니고 꾸준히 백일을 채운다! 라는 목표입니다. 아자아자!

페넬로페 2022-09-23 14:42   좋아요 2 | URL
네, 저도 서재에 들어와 올해가 100일 남은 거 알았어요.
5번 정말 중요합니다.
독서괭님도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래요.
독서괭님의 백일 챌린지 궁금하네요^^

라로 2022-09-23 14: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의 100일 챌린지를 응원합니다, 화이팅!!!

페넬로페 2022-09-23 14:44   좋아요 1 | URL
라로님, 감사합니다.
열심히, 아자아자^^

유부만두 2022-09-23 15: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번 많이 어려워 보여요. 당분간이 어느 정도일까 상상해봅니다. 4번 프루스트는 가뿐하게 완수하실 거 같고요. 지금까지 이렇게 꾸준히 읽어오셨잖아요. 그리고 건강… 맞아요. 우리 건강 지켜서 책 더 오래 읽읍시다! ^^

페넬로페 2022-09-23 18:02   좋아요 1 | URL
제가 이제사 ‘당분간‘ 이라는 말을 의식했네요.
당연히 100일 입니다~~
프루스트 읽기가 힘들지만 완독하겠습니다.
네, 운동 열심히 해서 오래 책 읽어요^^

바람돌이 2022-09-23 17: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한테 절실한 거 스마트 기기 접근 제한! 특히 게임 안하기....ㅠ.ㅠ
책 못읽은 날은 다 게임 많이 한날
위에 나온거 다 어려워보여서 저는 패스지만 그래도 페넬로페님 성공 기원합니다. 빠샤!!!

페넬로페 2022-09-23 18:04   좋아요 2 | URL
제가 스마트 기기에 한 번 들어가면 나올 줄을 몰라요.
얼마전에는 ‘닥터 프리즈너‘라는 드라마를 정주행했어요 ㅠㅠ
좀 자제하고 책을 더 열심히 읽으려고 하는데 잘 될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이렇게 공개까지 했는데 열심히 해야겠어요, 빠샤!

mini74 2022-09-23 20: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전엔 결혼식 돌잔치 그랬는데. 지금은 장례식 갈 일이 많아지네요 ㅠㅠ 페넬로페님 힘내세요.
페넬로페님 100일 챌린지
파이팅입니다 *^^*

페넬로페 2022-09-24 00:52   좋아요 0 | URL
네, 정말요.
한 번씩 이런 생각도 해요
내가 이제 얼마나 많은 사람을 보내야 하는가!
나이드는게 이런건가 봐요.
그래도 힘내서 책 읽고 열심히 살아야겠죠^^
미니님, 감사드려요**

그레이스 2022-09-24 10: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참고서만 잔뜩 사놓고 공부 안하는 학생입니다.
이 책들 말고도 더 있거든요
오늘도 와요 ^^;;
이 챌린지에 탈락!

페넬로페 2022-09-24 10:58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님께서는 챌린지를 할 필요가 없으신거죠.
그만한 독서력이면 그냥 그대로 쭉 가셔도 됩니다~~
저 같은 사람만 해야해요 ㅎㅎ

페크pek0501 2022-09-24 16: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몸을 무리하기보단 몰입의 즐거움으로 행복하시길요!!! - 저도 덩달아~~~

페넬로페 2022-09-24 20:54   좋아요 2 | URL
그럼요.
무리하지 말고 몰입하라는 말씀, 새기겠습니다^^

희선 2022-09-25 01: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무엇보다 건강 잘 챙기는 게 좋지요 건강은 건강할 때 챙겨야 한다잖아요 나중에 안 좋아지고 왜 진작에 생각하지 못했을까 해도 좀 늦은 듯해요 아파도 움직이면 덜 아플지도 모를 텐데, 아프니 더 안 움직이고 그러다 몸은 더 안 좋아지지 않나 싶어요 제가 그런 건 아니예요 저는 괜찮습니다 좀 더 걸어야 할 텐데... 다 즐겁게 하시기 바랍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2-09-25 20:55   좋아요 1 | URL
네, 즐겁게 해야 이런 결심이 부담스럽지 않겠지요.
집에서 좀 늘어져 있을 때 오히려 밖에 나가 걷거나 바람 쐬면 기분이 더 상쾌해져요.
날씨 더 추워지기 전에 좀 더 많이 걸어야겠어요.
희선님도 좋은 사진 많이 올려주세요^^
 

타자의 죽음은 마치 우리 자신의 여행,
파리에서 100킬로미터 거리의 장소에 이르자마자 
두 묶음의 손수건을 잊어버리고 왔으며, 요리사에게 열쇠를 맡기는 것과, 아저씨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것과, 우리가보고 싶어 하는 옛 분수가 있는 도시의 이름을 묻는 것을 잊었음을 기억해 내는 여행과도 같다. 그렇지만 갑자기 우리를 엄습하고, 또 함께 여행하는 친구에게 그저 인사치레로 소리 높여 말하는 이 모든 망각한 일들에 대해 응답하는 것은, 절대적인 거부를 의미하는 기차 좌석의 현실과 승무원이 외치는, 실현 가능성으로부터 점점 더 우리를 멀어지게 하는 역 이름뿐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누락된 일들에대한 생각을 접고, 그 대신 음식 꾸러미를 풀고 신문이나 잡지를 교환하기 시작한다." - P15

부인의 절친한 친구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얼마나 마음이 슬픈지 모르겠다고 브리쇼가 말하자, 부인은 무척 놀랍게도 "그래요. 전 슬픔이라곤 전혀 느끼지 못한다고 고백해야겠네요. 느끼지도 않는 감정을 느끼는 척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해요……………."라고 대답했다. 부인이 그렇게 말한 것은 기력이 부족한 탓에 연회 내내 슬픈 표정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만 해도 피로했거나, 또는 자존심 때문에 연회를 취소하지 않은 것에 대한변명거리를 찾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거나, 아니면 남들에 대한체면과 능란한 수완 때문에 슬퍼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는 것이일반적으로 무감각한 기질 탓이라기보다는 대공 부인에 대한개인적 반감이 돌연 표출된 것으로 보이는 편이 보다 정직하며,
그래서 어느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이런 솔직함 앞에서는 사람들이 무장 해제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 P82

왜냐하면 일단 무감각하거나 부도덕하다고 고백하고 나면, 평범한 도덕관과 마찬가지로 삶이 단순해지기 때문이다. 비난받을 행동을 해도 그에대해 애써 변명하거나, 솔직함의 의무를 수행할 필요가 없으니까. 신도들은 지나치게 사실적이며 고통스러운 관찰이 담긴 몇몇 희극 작품이 야기했던, 그런 감탄과 거북함이 뒤섞인 감정으로 베르뒤랭 부인의 말을 
경청했다. 그들이 존경하는‘여주인‘이 이렇듯 새로운 
형태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보여 준데 대해 감탄하고, 어쨌든 그들의 경우는 이와 똑같지 않으리라고 말하면서, 그들의 죽음을 생각하고, 또 그 죽음이 다가오는 날 콩티 강변로에서 슬퍼할지, 아니면 연회를 베풀지 자문해 보았다. "내가 초대한 손님들 때문에라도 파티가 취소되지않아 정말 다행입니다." 하고 샤를뤼스 씨가 말했다. 그는 자신이 이렇게 말하면서 베르뒤랭 부인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했다. - P85

그는 자신이 좋아했던 이런 악기 한가운데서, 시간의 제약도 받지 않고 무한대의 시간 동안, 적어도 자기 삶의 일부를이어 가도록 허락받았다. 단지 인간으로서의 삶일까? 만약 예술이 진정으로 삶의 연장에 지나지 않는다면, 예술을 위해 뭔가를 희생할 필요가 있었을까? 예술은 삶 자체와 마찬가지로비현실적인 것이 아니었을까? 칠중주곡에 좀 더 귀 기울이자
나는 그렇게 생각할 수 없었다.  - P109

왜냐하면 저택이나 미술관곳곳에 분산된 여러 단편 속에 우리가 지각할 수 있는 어떤 우주, 이를테면 엘스티르가 보고 살았던 엘스티르의 우주가 있는 것처럼, 뱅퇴유의 음악도 이 음에서 저음, 이 건반에서 저건반으로, 우리가 상상해 보지 못한 우주, 시간을 두고 행해진작품의 청취가 남긴 균열로 인해 파편화된 우주의 더없이 보배로운 미지의 색채를 펼쳐 보였기 때문이다. 소나타와 칠중주곡의 그토록 다른 움직임을 지배하는 두 개의 상이한 질문,
일련의 지속적이고 순수한 선율을 짧은 부름으로 중단하는질문과 흩어진 조각들을 한데 모아 하나의 분리될 수 없는 뼈 - P109

뼈대로 다시 결합하는 질문, 하나는 매우 고요하고 수줍고 거의초연하고 철학적이며, 다른 하나는 매우 절박하고 불안하고애원하는 질문, 그렇지만 이 모든 것들은 여러 상이한 내면의해돋이 앞에서 분출된 동일한 기원이었으며, 다만 그가 뭔가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싶어 했던 세월 동안 발전한 상이한 사유와 예술적 탐색이 각각의 다른 환경을 통해 굴절되었을 뿐이다. 다양한 뱅퇴유 작품의 위장된 모습 아래서 식별할 수 있는 이 기원이나 희망은 사실상 동일한 것이었으며, 더욱이 뱅퇴유의 작품에서만 발견되는 것이었다.  - P110

단 하나의 진정한 여행 ‘하나의 ‘청춘‘의 샘은 새로운 풍경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눈을 갖고, 타자의 눈을 통해 다른 수백명의 눈을 통해우주를 보며, 그들 각각이 보고 그들 각각이 존재하는 수백 개의 우주를 보는 것이다.  - P114

그사실을 알았다면, 인간을 결코 원망해서는 안 되며, 어떤 사악한 행위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인간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보다 빨리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들의 영혼이 다른 순간에 진심으로 원하고 실행했던 그 모든 착한 일들을 우리는 결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단순히 앞일을 예측한다는 관점에서도 우리는 오류를 범한다. 우리가 관찰했던 악한 모습은 틀림없이 결정적인 방식으로 돌아을 것이다. 그러나 영혼은 이런 악한 모습보다 더 풍요롭고, 다른 많은 모습들을 갖고 있으며, 동일한 인간에게서 그 다른 모습들이 다시 돌아올 테지만, 우리는 그가 과거에 저질렀던 악행으로 인해 그 다른 모습이 주는 기쁨을 거부한다.  - P237

인간의 성격은 하나의 고정된 이미지로 제시하기가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왜냐하면 인간의 성격은 사회와 정념처럼 변하며, 또 우리가 그 성격의 비교적 변하지 않는 모습을 찍고 싶어도, 당황한 카메라 렌즈 앞에서 (우리의 성격은 부동성을간직할 줄 모르고 그저 움직일 뿐이라는 의미를 함축하면서) 연이어다 른 모습이 나타남을 보기 때문이다. - P238

이제 내 집에 온순하게 홀로 갇힌 그녀는, 발베크에서 내가 그녀를 발견했을때 해변에서 보았던 그런 도망치는 신중하고 교활한 존재가아니었으며, 그 존재가 능숙하게 감출 줄 알았던 수많은 밀회로, 그토록 나를 고통스럽게 하여 사랑할 수밖에 없게 했던 밀회로 길게 이어지면서, 다른 이들을 대할 때면 그토록 냉정한태도와 진부한 답변 아래 전날과 내일의 밀회가 느껴지고, 또내게는 멸시와 술수로 에워싸인 존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녀는 바람이 불어도 옷이 부풀지 않고, 특히 내가 날개를 잘라 버린 탓에 더 이상 승리의 여인이기를 멈춘, 오히려내가 떨쳐 버리기만을 바라는 귀찮은 노예였기 때문이다. - P311

뱅퇴유의 음악이 주는 이 어렴풋한 감각은 추억이 아닌 인상에서 온 것이므로(마르탱빌 종탑의 인상처럼), 그의 음악이 주는제라늄 향기로부터 물질적 설명이 아닌, 그 심오한 등가물인다채로운 미지의 축제를(뱅퇴유의 작품이 그 축제의 분리된 조각들이자 진홍빛 균열의 파편으로 보이는), 즉 뱅퇴유가 우주를 듣고 우주를 자기 밖으로 투사하는 방식을 발견해야 했는지도모른다. 유일한 세계, 어떤 음악가도 우리에게 결코 보여 준적 없는 세계의 낯선 특징은, 어쩌면 바로 그런 이유로 해서작품 자체의 내용보다 훨씬 더 예술가의 천재성을 보여 주는진정한 증거인지도 모른다고 나는 알베르틴에게 말했다.  - P317

그리고 나는 뱅퇴유의 작품이 지닌 그 단조로운 양상을 다시 생각하면서, 위대한 작가들은 단 한 권의 작품만을 썼으며,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그들이 이 세상에 전하는 동일한 아름다움을 다양한 환경을 통해 굴절시킨 데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P317

세비네 부인은 엘스티르나 도스토옙스키처럼 사물을 논리적 순서로 제시하는 대신, 다시 말해 원인부터 시작하지 않고 우리를 사로잡는 결과나 환영을 먼저 보여 주죠. 도스토옙스키는 바로 이런 방식으로 자신의 인물을 제시하고 있어요. 엘스티르가 창출한 바다가 하늘 속에 있는 듯한 효과들만큼이나, 도스토옙스키가 창조한 인물들의 행동은 기만적으로 보인답니다. 그 음흉한 인물이 실은 매우 훌륭한 인간 또는정반대의 인간임을 알게 될 때면, 우리는 무척 놀랄 수밖에 없어요."  - P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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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9-16 22: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루스트 문장은 다시 봐도 길이가 길어요. 그러면 번역하는 분들도 어려울 텐데, 읽으면서는 긴 문장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계속 읽어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페넬로페님, 잘읽었습니다.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되세요.^^

페넬로페 2022-09-16 22:22   좋아요 2 | URL
프루스트의 문장은 워낙 길어 저도 읽다가도 몇 번이나 되돌아가요 ㅎㅎ
오늘은 오후에 생각지도 않게 세찬 소나기가 내리네요.
서니데이님!
9월도 벌써 반이 지나갔어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2-09-16 22:23   좋아요 2 | URL
여긴 조금 전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어요.
남은 9월 좋은 일들 가득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좋은밤되세요^^

2022-09-17 1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17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17 1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17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22-09-18 2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루스트 옹의 [ 엄습하다]라는 문장을 마주 할 때면 길게 심 호흡을 합니다

곳곳에 쉼표로 이어지는 기나긴 문장의 향연 ㅎㅎㅎ

프루스트는 분명 방구석에서 펜을 쥐고 인간의 심연을 너머 우주 까지 파고 들었던 것 같습니다

[우주를 듣고 우주를 자기 밖으로 투사하는 방식]
예술가들 작품에서 이런 기운이 느껴짐 ^^

페넬로페 2022-09-19 21:03   좋아요 1 | URL
그 기나긴 문장에 눈과 머리에 쥐가 납니다 ㅋㅋ
방구석에서 칩거하며 글 써서 그런지 무슨 오감만 잔뜩 열어놨어요^^

2022-09-22 2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2 2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2 2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