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8.10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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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토록 극악스럽던 폭염도 힘을 잃고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한 기운마저 느껴지는 가을입니다.
아직 낙엽은 지고 있지 않지만 자연의 순환은 어김없이 질서를 지키는 것 같아 한낱 미력한
인간임을 다시 깨닫게 됩니다.
추석을 앞둔 섬은 마음이 바빠지고 추석무렵 온다는 태풍때문에  마음이 심란합니다.
그럼에도 알토란같은 샘터 한권 잡으면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잠시 시름을 잊게 됩니다.


'이달에 만난 사람' 은 민화작가 신미경씨입니다. 처음에는 만화작가인줄 알았는데 요즘에도
민화가 그려지는 줄은 몰랐네요. 거장들의 추상화보다 사람 냄새 물씬나는 민화를 더 좋아하는
나로서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조선시대 민화만을 연상했는데 요즘에는 이렇게 민화를 그리시네요.
여전히 호랑이는 민화의 대표 모델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시대의 흐름을 살짝 얹어 현대적인 느낌이 물씬나네요.


파랑새의 희망수기에는 갑자기 퇴직을 하게된 가장의 이야기입니다.
과거에는 정년이 될 때까지 평생 근무를 하던 직장이었는데 이제는 보장이 되지 않아
가장들은 늘 불안합니다. 갑자기 고향으로 내려가 아버지와 김치찌개를 끓여 마주하는
장면에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아버지는 울지 않는다..아니 울지 못한다.'


며칠 전 동물원에서 퓨마가 탈출했다가 사살되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습니다.
퓨마의 잘못도 아니고 제대로 문을 잠그지 않은 사육사의 실수였다는데 애꿎은 퓨마만
목숨을 잃었습니다.  동물들에게도 권리가 있고 동물원에 억지로 끌려온 이상 보살핌을 받아야
합니다. 맹수들에게 사랑을 쏟고 보살피는 사육사의 노고가 감사하지만 이런 사고는 없었으면 싶네요.
무지막지해 보이는 하마에게도 인간 못지 않은 모정이 있었습니다. 아무렴요. 엄마인걸요.


그러고 보니 저는 한번 인연을 맺으면 어지간해서 끊지 못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동네 가게부터 맛집까지 단골이 꽤 많습니다. 다른 분들의 단골은 어디인지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심지어 자주 가는 자전거가게에서는 밥까지 얻어먹는 손님도 있네요.
그런게 사는 맛이지요. 인정이 물씬 풍기는 10월호 특집 참 따뜻합니다.

'이 여자가 사는 법'에는 국악신동 소리를 듣던 송소희양이 등장합니다.
어엿한 숙녀가 되어 국악인으로 성장하는 모습이 기특합니다.
전화한통으로 가장 쉬운 효도를 하는 딸내미의 모습도 예쁩니다. 저도 전화 자주 해야겠네요.

풍성한 계절 10월답게 한상가득 푸짐하게 느껴지는 샘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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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살기 힘들까 - 삶이 괴롭기만 한 당신에게 건네는 위로
미나미 지키사이 지음, 김영식 옮김 / 샘터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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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나는 어느 우주를 떠돌다가 지금 이 시간 지구라는 별에 머물게 된 것일까.
내가 원해서 온 생도 아닌데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같은 삶을 선택할 것인가.
나는 다시 태어나고 싶은 생각이 없다. 물론 이루어지지 않을 상상일 수도 있지만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의 삶이 계속되어 또 다른 생이 올 수밖에 없다고 해도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
이 생에 업을 다 닦고 나면 소멸할 수 있을까.
아마 나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그저 지금 이순간 태어났으니 최선을 다해
살아갈뿐이다. 다만 이 책의 저자인 스님의 말처럼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쓰지 않기를
소망한다. 그 누구라도.


좋은 의식을 가진 부모님 손에서 자란 스님은 왜 끊임없이 죽음을 떠올려야만 했을까.
슬픈 가족사를 지닌 내가 생각하기에는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것도 또 다른 삶의 방법일텐데
남은 사람들은 평생 주홍글씨처럼 아픔을 새기고 살아간다. 떠난 사람은 말도 없는데.
오히려 자살은 남은 사람들의 숙제이고 고통일 뿐이라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
삶이든, 죽음이든 어쨌든 생은 기쁨보다는 고통이 많고 고단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럼에도 남은 시간동안 열심히 살 수밖에 없다고 결심하고 스스로 다독이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제 반 이상 살고 보니 스스로 선택하는 삶의 방법들이 어쩌면 운명속에 각인된 문신같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그래서 때때로 우울하고 힘들때 지나가는 바람이라고 스스로 위안하게 된다.


이 책이 많은 사람에게 위로가 되는 것은 바로 스님 스스로가 자신의 삶이 무척이나 고통스러워서 자살을 끊임없이 생각했고 결국은 출가하여 수행스님이 되었기 때문이지 싶다.
그리고 죽지 말고 열심히 살자같은 말보다 죽음도 삶의 한 방편이라고 말해주는 아량때문이다.
그렇다고 죽음을 미화하지는 않는다. 불교에서 말하는 '업'과 사람들이 스스로 규정해버리는
'운명'에 대한 차이를 스님은 주체성의 차이라고 정의한다.
억지로 결정해 버리는 것=운명.
때로 그런 운명이라는 굴레에 자신을 가둠으로써 지금 고통스런 현실을 잊고 싶은 것은 아닐까.


외로운 사람이, 고통스런 삶을 사는 사람이 더 상대의 아픔을 이해한다.
그래서 서로 손을 잡아 준다면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고 힘이 되는 것은 아닌지.
인생 몇 번이고 넘어져도 좋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이 없다면 바로 그게
문제라는 말에 크게 공감한다. 실패나 실수가 공포가 아니라 홀로 극복하는 것이 공포라는 것.


우리가 열심히 부끄럼없이 살아가야 하는 많은 이유중에는 앞으로 이 세상을 이끌어갈
아이들에게 긍정의 힘을 심어줘야 하기 때문이라는 말에 큰 책임감이 느껴진다.
대충 적당히, 혹은 때로 불합리하게 막 살아가는 일이 세상에 끼치는 영향이 어떠한지를
되돌아보게 된다. 내 하나의 삶이 누구에겐가 나비처럼 다가갈 지 모르기 때문에
삶이 고달퍼서 주저 앉고 싶을 때에도 죽고 싶을 때에도 세상의 질서를 생각해볼 수 밖에 없다.
중이 산 속에서 경이나 읽으면 되는 것은 아니라는 평소에 내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세상밖 사람들의 삶에 끼어들어 이렇게 현실적인 조언들을 해주는 것이 부처의 또 다른 깨달음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너무 그럴듯한 말만하는 스님이 아니어서 가슴에 와 닿았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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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 없이 마음 편히 살고 싶어 - 마음속 때를 벗기는 마음 클리닝 에세이
가오리.유카리 지음, 박선형 옮김, 하라다 스스무 감수 / 북폴리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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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라고 파스칼은 말했다.  인간은 '생각'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
불교에서는 '무념무상'의 상태를 해탈의 경지로 보기도 하지만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고요한 상태를 이룬다는 뜻이라고 한다.
여하튼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간다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것일까. 불가능하니가 그런 경지에
이르고 싶다는 염원을 담아 제목을 정한 것인 듯싶다.

 


오래전 청소부가 쓴 책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적이 있었다.
역시 거리를 청소하면서 마음까지 정리하는 경지에 이른 사람의 글이라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내었듯이 이 책 역시 오랫동안 '구두닦이'를 했던 사람의 이야기다.
'구두 닦는 가게'를 찾는 사람들이 의외로 구두닦는 사람에게 많은 이야기를 건넨다고 한다.
친구나 지인에게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을 때 오히려 잘 모르는 사람이라 더 편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고 한다.
누구나 마음속에 고인 이야기들이 있다. 꾹꾹 눌러 담아서 터지기 일보직전까지 갈 정도로
쌓아놓기만 했던 이야기들을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속이 시원할까.
그렇다고 아무에게나 덜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을만큼 준비가
되었다거나 마음의 그릇이 넓어서 편한 사람에게만 가능한 이야기다.
마치 '모모'에게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건네었던 것처럼 말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쉽지 않지만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은 훨씬 어렵다는 것을
안다.  아마도 이 구두닦는 아저씨는 마음의 그릇이 넉넉했던 모양이다.


이런 그에게도 좌절의 순간이 있었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읽으셨던 책에서 이 구절을 발견한
순간 깨달음을 얻었다고나 할까.
'자신이 만들어낸 착각에 지배당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괴로워하는 것이다.'
손님의 요구에 완벽하게 응대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혼자 제멋대로 생각하고 스스로 속박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정말 그런 순간들이 있다. 혹시 내가 뭘 잘못한 것이 아닐까, 상대가 나를 이상하게 보지는 않을까...
했던 일들이 순전히 나만의 착각이었음을 깨닫는 순간말이다.
상대의 반응을 너무 의식하는 소심함일수도 있고 자존감이 낮아서일 수도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늘 이기적으로 나만 생각하며 살 수는 없지만 남을 너무 의식해서
의기소침할 필요도 없는데 말이다.


뭐든 마음먹기 달렸다는 말이 정답이다.
어떤 이유로 고통받고 있다면 외적인 환경보다 그것을 판단하는 내 마음 때문은 아닌지
생각해보면 어떨까...이 구두닦는 아저씨는 그렇게 조언한다.
생각하나가 지옥이 되기도 하고 생각을 지우면 다시 천국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오랫동안 구두를 닦다보면 구두모양으로 사람을 판단할 수 있을 경지가 된다고 한다.
걸음걸이며 성격까지 구두모양에 담겨있는데 우리가 처음 구두를 신으면 많이 불편하다.
하지만 자신의 발모양이나 걸음걸이에 구두가 익숙해지고 발이 편해지지만 끝까지 편해지지
않는 구두가 있다. 마음에도 그런 구두가 있다고 한다.
구두=사고.
내가 생각하는 틀에 세상을 맞추면 모든 것이 편해진다는 뜻이 아닐까.

거울에 얼룩이 묻어 있으면 나를 제대로 보기 어렵다.
안경에 얼룩이 묻어 있으면 세상을 제대로 보기 어렵다.
혹시 지금 내 마음이 어둡고 답답하다면 '마음의 안경'에 문제가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 마음의 안경에 먼지를 걷어내고 세상을 밝게 보는 것은 역시 사고의 차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오늘 마음의 안경을 깨끗이 하고 세상을 바라보자.
그럼 정말 안개가 걷히듯 세상이 밝게 보이지 않을까.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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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
클레어 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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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새벽 3시 10분, 드디어 책의 마지막장을 덮었다. 오늘 잠자기는 틀렸다.
책표지에 있는 저자의 사진은 아름답고 연약하게 보이는데 본명과 두가지 필명으로
판타지소설과 SF소설을 쓰는 그야말로 다재다능한 작가가 아닌가. 더구나 86생이라면
고작 우리 딸정도의 나이인데 어디서 이런 아이디어들이 솟아나는 것일까.

해리 오거스트! 친부인 로리가 하녀였던 엘리자베스를 강간하던날 잉태된 아이였다.
귀족이면서 부자였던 친부는 얼마동안 그가 태어난지도 몰랐고 주인의 아이를 임신한
엘리자베스는 쫓겨나 기차역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았다.
어쨌거나 귀족의 씨앗이었던 아이는 가문의 관리인 부부에게 입양되었고 그들의 아들로
성장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윤회의 시간을 살아가는 칼라차크라였다.
죽고나서도 다시 처음 태어난 자리로 돌아와 살아가야 하는 운명을 지닌 칼라차크라.
중국의 진시황은 불멸하기 위해 불로초를 구하러 전세계를 뒤졌다는데 해리는 그럴 필요도
없이 불멸의 삶을 살아야 한다. 축복일까, 천형일까.

 



친부로부터 버림받고 심지어 친할머니와 고모들로부터도 버림받은 해리는 무뚝뚝한
양부와 다정한 양모사이에서 성장했고 두 번째 삶을 살던 네 살무렵 자신이 과거의 시간으로
다시 돌아왔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그렇게 세 번째, 네 번째 삶을 살다보니 전생의 기억들이
합쳐지고 그 사이 해리는 군인이었다가 의사였다가 사업가였다가 교수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자신처럼 윤회의 삶을 사는 사람들의 그룹, 크로노스클럽이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의사였던 삶에서 만난 아내 제니를 사랑했던 해리는 자신의 비밀을 고백하지만 제니는
남편의 정신이 이상하다고 여기고 해리를 떠난다. 그리고 해리는 정신병원에 갇히게 된다.
병원에서는 그를 완전히 미친 환자로 취급하고 불법 주사까지 서슴치 않는다.
점점 피페해가는 와중에 나타난 피어슨이란 사내는 해리를 구출하지만 사실은 해리의
윤회에 대한 비밀에서 미래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그 정보를 세계의 패권을 잡는데
쓰려고 한다. 버티는 해리에게 피어슨은 무지막지한 고문을 가하게 되고 그 순간
크로노스클럽 런던 지부장인 버지니아가 그를 구한다.


해리와 같은 불멸의 인간들의 모임인 크로노스클럽에는 환생하는 인간에게 미래의 정보를
전달해야하는 의무가 있다. 그렇게 전달된 미래의 메시지에는 '세계가 끝나고 있다'는 것과
그 멸망을 멈출 사람이 바로 해리라는 것을 알린다.
해리는 몇 번의 환생을 통해 세계의 끝을 향해 미래의 정보를 끌어다쓰는 크로노스멤버를
쫓게 되고 교수였던 시절 자신의 제자였던 빈센트를 의심하고 그를 쫓는다.


해리는 축적된 정보를 모아 자본을 모으게 되고 거부가 된다. 그리고 그 힘을 세계를
끝낼 인물인 빈센트를 찾는데 쓰게 되고 결국 러시아에서 그를 만나게 된다.
빈센트는 우주의 평행이론을 밝혀줄 '퀀텀 미러'를 발명하고 해리는 그 '퀀텀 미러'가
세계의 멸망을 이끌 것이라고 확신한다.
몇 번의 환생을 이어가도 모든 것을 기억하는 '기억술사' 해리와 빈센트.
이제 '퀀텀 미러'의 발명을 저지하기 위해 빈센트를 죽여야 하는 해리와 그런 해리를
없애야 하는 빈센트의 피말리는 추격전이 벌어진다.


스스로 신이 되고 싶어하는 빈센트. 그의 야망을 저지하려는 해리는 결국 빈센트에 의해
살해되고 빈센트는 그의 환생을 막기 위해 해리의 출생지와 부모를 알아내려 하지만
실패한다. 환생의 인간 칼라차트라는 태어나기 전 태중에 있을 때 죽게되면 영원히 죽게된다.
그게 안된다면 적어도 현생의 기억을 소멸시키는 '망각'을 시도하지만 그마저 실패한다.

지루한 어린시절을 거쳐 다시 성인이 된 해리와 역시 환생을 한 빈센트는 서로를 죽이기
위해 자신의 존재를 숨긴 채 거리를 좁히게 된다. 이 장면들이 정말 압권이다.
이미 '망각'을 거쳐 모든 기억을 잃은 것처럼 연기하는 해리와 자신의 곁에 해리를 두면서
과연 기억을 잃었는지 확인하려는 빈센트. 정말 해리의 연기는 아카데미상을 줘야한다.
자신을 던져가면서까지 인류를 구하려는 해리의 활약은 눈물겹고 감동스럽다.

드라마 '도깨비'의 공유는 끊임없이 환생하는 칼라차트라가 아니고 불멸의 시간을 사는 존재였다.
하지만 칼라차트라는 수명의 길이는 다르지만 결국 최초의 탄생의 시간으로 되돌아와 다시
삶을 시작해야 한다. 전생의 기억을 차곡차곡 쌓은 채로.
정말 이런 삶을 살아야 하는 불멸의 존재들은 행복할까. 아니 '망각'을 선택하는 칼라차트라가
있는 것을 보면 모든 기억을 쌓는 환생의 삶은 정말 고통스러울 것 같다.

평행우주론의 비밀을 밝히려는 과학자의 무모한 실험과 전세계와 기나긴 역사의 씨줄과
날줄을 엮어내는 저자의 방대한 지식은 정말 놀랍기만 하다.
두툼한 두께의 스토리지만 중반 이후 부터는 절대 책을 놓을 수가 없을 것이다.
나처럼 꼬박 밤을 세지 않으려면 아침부터 읽을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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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우리 1년만 쉴까?
문평온 지음 / 무한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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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 아니더라도 딱 한달만 제주에서 살아보기를 소망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긍정의 아이콘인 저자 역시 해외여행도 제법 했지만 제주가 너무 좋았다고 말한다.
최근에 제주에서 한달 살아보기가 유행이 되면서 숙소사기단이 적발되기도 했다.
정말 아무리 준비를 꼼꼼해 해도 어디선가 말썽이 생길 수가 있어서 훌쩍 떠나기가
망설여진다. 그렇지만 끙끙 앓다가 시도도 못해보는 것 보다는 이렇게 알토란같은
경험자들의 조언을 참고로 저질러보면 어떨까.


7년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많이 지쳤다고 했다. 그래도 요즘사람들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겠다고 했는데 기특하게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주었으니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그런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들은 알지만 예방주사 바늘이
아이에게 꽂히는 순간도 가슴이 저려온다. 그런데 심장에도 뇌에도 문제가 있다고 했으니
얼마나 놀랐을까.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잡아서 과감하게 사표를 던지고 육아를 선택하고 더구나 회사
잘 다니고 있는 남편까지 꼬득여서 육아휴직을 받아내어 말 그대로 땡땡이를 치다니..
놀랍지만 부럽다. 그럴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는 뜻이니 저자의 말 그대로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는 자신들처럼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본다.


밥을 벌기 위해, 혹은 어딘가 소속이 되어 사람구실을 하기 위해 직장을 다니는 일은
행복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래도 부모님이 열심히 키워서 공부를 시켜놨으니 뭔가 구실을
해야한다. 그리고 몇 년 동안 만족감도 느끼고 자부심도 느꼈지만 스트레스는 매달고
다녀야했다고 한다. 어디 저자뿐이랴. 너무나 많은 직장인들이 느끼는 고통일 것이다.
그럼에도 월차, 년차 한 번 쓰는 것도 눈치가 보이는 시스템에서 휴가 한번 변변히 보내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저자는 아이의 건강이상으로 찾아온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결국 행복한
시간으로 바꿔놓고 만다.


늘 바다를 꿈꿨던 나 역시 몇 년전 섬으로 내려와 지낸다. 창밖에는 날씨를 닮은 바다가
출렁이고 텃밭이나 가꾸는 아주 소박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조금 더 나이들어 들어왔으면 좋았겠다 싶은데 젊은 사람들이 아픈 아이를 데리고
1년 간이나 보따리 살림을 하다니 참 대단하다.  집을 구하고 체험기에 도전하면서 생활비를
절약하는 야무진 사람이니 감당을 했을 것이다. 어찌됐든 본인들이 행복하면 그만이다.
부모님들도 흔쾌히 응원해주셨다니 참 멋지다.


자신에게 온 고통을 다른 아픈 사람들의 삶을 돌아보라는 선물로 해석하는 마음도
참 기특하다. 역시 긍정의 아이콘답다.
제주살이에 이어 가평, 거기에 베트남 여행까지 알뜰하게 해치운 1년 간의 기록을
한 시간만에 읽어버리고 말았다. 적절한 공간배치와 깔끔한 사진까지 아마추어같지가 않다.
아마도 몇 년 지나지 않으면 또 뭔가 저지를 것 같다. 그 때에도 행복한 여정이었으면 좋겠다.
떠나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을 대신해서 행복한 기운을 많이 전해주었으면 싶다.
그리고 사랑스런 아이 온유도 건강하게 무탈하게 잘 자라주기를 멀리서 응원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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