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마음 사이
이서원 지음 / 샘터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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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마음을 담고 있다.  무심코 건넨 말이 상대에게 비수처럼 꽂혀 뽑히지 않은 채로
살아가는데도 정작 그 말을 건넨 사람은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말과 마음사이가 서로 행복하게 오가면 좋으련만 인간관계에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에 한국사회는 분노조절장애라는 말과 아무 이유없이 불특정 다수에게 해를 가하는
묻지마 폭력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왜 이런 현상들이 일어나는 것일까.
그래서 이런 문제를 상담하고 해결하려는 저자와 같은 사람들도 많이 나오는지도 모른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후 인간관계의 껄끄러움은 쉽게 범죄로 발전했고 지금까지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꼭 범죄가 아니더라도 인간은 홀로 살아갈 수 있는 존재가 아니므로 좋은 인간관계의
시작은 일단 '말'이고 '말'은 곧 마음의 표현이므로 중요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저자는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법을 편안하게 조언하고 있다.
고등학생 아들이 오토바이를 훔쳐 경찰서에 가게 되자 수습을 한 아버지가 아들에게 묻는 장면이 나온다. "호기심에서 훔쳤지? 앞으로는 훔치고 싶을 때 훔쳐, 알았어?"
어느 아버지가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대개의 아버지는 펄펄 뛰면서 호적을 파겠다고 으름장을 놓던가 자책으로 눈물을 흘릴지도 모른다.
이 말을 들었던 아들은 그 후 남의 물건에 손을 대지도 않았고 커서 도둑을 잡는 경찰이 되었다고 한다.
문득 부끄러운 생각이 밀려온다. 나는 이 아버지처럼 큰 부모가 되지 못했다.
아무리 책을 읽고 공부를 많이 하면 뭐하나. 자식을 앞날에 도움이 되는 현명한 해결을 해주지 못했는데.



말을 많이 하는 것도 문제고 너무 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는 것에 공감한다.
말을 하지 않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기 어렵다.
하물며 자신의 아내나 자식에게까지 입을 닫으면 과묵이든 침묵이든 무관심으로 느끼게 된다.
참 말이란게 이렇게 어렵다.



일단 저자의 조언들은 바로 내가 겪은 이야기 같아서 마음에 얼른 다가오는데다 비난이 아니라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리른 것처럼 부드러워서 너무 편하다.
누구나 실수는 한다. 하지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
아니 실수나 잘못조차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더 많다.
막상 저자가 겪은 이야기들을 읽다보니 나도 저런 경우가 많았겠구나 싶어 누구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자꾸 마음에 걸린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는 이런저런 마음의 갑옷을 입고 삽니다'
그랬다. 나 역시 어느 순간부터 상대를 설득하기에 지쳐 입을 닫았고 혹시라도 상대의 말에 상처를 받을까봐 갑옷을 입고 살게 되었다.  그렇게 살다보니 내 마음만 갑옷을 두른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에도 갑옷이 걸려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저자의 말처럼 사람 인(人)은 서로가 기대는 모습이고 홀로 존재할 수 없음을 뜻한다.
이 책으로 그동안의 마음의 갑옷을 풀어버리고 순수한 마음으로 상대를 바라보고 싶어진다.
그리고 건네는 말 한마디에도 마음을 담아 건네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말과 마음 사이를 이어주는 가교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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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서 24시간 살아보기 - 2000년 전 로마인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생활 밀착형 문화사 고대 문명에서 24시간 살아보기
필립 마티작 지음, 이정민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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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으로만 보면 요즘 한창 뜨는 현지에서 살아보는 여행에 관한 책이라고 오해할만도 하다.
하긴 이왕이면 한달쯤 살아봐야지 꼴랑 24시간이라니 너무 아쉬운 일정인데...하고 책을 열면
이건 시,공간을 넘어선 거대한 시간여행임을 알게된다.
2000년 전 로마인을 일상을 24시간으로 나누어 밀착하는 여정이라니 정말 기발하기만 하다.


 


지금은 이탈리아의 수도인 '로마'가 한 때는 유럽의 대부분을 휩쓴 제국이었다는 사실은 모두 알겠지만 이토록 리얼한 삶을 살았다니 정말 대단한 제국이 아니었던가.


일단 각계각층의 신분을 가진 사람들을 등장시켜 당시 로마의 일상을 아주 재미있게 풀어놓음으로써 역사를 재미로 만든 저자의 생각이 기발하기 이를 데 없다. 그래서 역사가 아니라 에세이겸 소설이 되어버렸다. 그것도 아주 재미있는.
지금의 시간감각을 가진 현대인들이 보면 로마인들의 시간감각은 영 다르기만 하다.
스페인에만 있을 줄 알았던 시에스타가 당시에 로마에도 존재하고 있어서 오전일찍, 아니 새벽일찍 일상을 시작하는 노예들이나 빵집주인을 제외하곤 상당히 늦게 오전이 시작된다.
그리고 만찬은 아주 늦은 밤에 시작하여 새벽녘까지 이어지곤 했단다.
당시에 이미 시간과 시계 개념이 있었고 심지어 알람시계까지 존재했던 로마의 일상은 풍요롭다
못해서 만용이 아니었던가 싶다.
지금도 그렇지만 학생들은 일찍 학교에 가야했고-학교의 개념이 그리 완벽하지 않았던 것 같다.
공회당을 빌려쓰는 형식에다 선생의 신분도 상당히 낮은 편이고 이런 혜택조차 누리는 아이가
많지 않았다고 한다- 여종이나 노예들이 넘쳐나서 목욕탕에서 때를 밀거나 오일을 발라주고
온갖 궂은 일은 다했으니 로마에서 귀족들은 엄청 살만 했을 것 같다.


 


목욕탕이 동네마다 있어서 나름 청결에는 유난했다고 하는데 화장실이나 오물에 관한 개념은
좀 희박했던 것 같다. 세탁물을 다루는 곳에서는 당시 세제가 없었을테니 인간의 오줌이 그 역할을 대신해서 냄새가 장난이 아니었다고 한다. 상상만 해도 골치가 아프다.
값싼 노동력이 넘이다 보니 과학의 필요성을 과히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서 로마가 더 큰 번영을 누리지 못하고 멸했는지도 모른다.


 



사이사이에 기록되어있는 역사나 풍자시들을 끼어놓았는데 하드리아누스황제가 우연히 목욕탕에서 가난한 참전용사를 만난 일화에서는 폭소가 터지고 말았다.
당시에는 노예들이 전신을 맛사지해주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역할을 했는데 이 노예를 살 형편이 되지 못한 참전용사의 사연을 들은 황제가 노예와 돈을 선물했다는 소문이 돌자 수 많은 남성들이 벽에 몸을 문지르며 황제의 주의를 끄기 위해 노력을 했단다. -물론 동정을 얻어 노예나 돈을 거저 얻어보겠다는 속셈으로-
황제는 그 남성들을 모두 불러 모아 말했다. '두 명씩 짝지어라!'
푸하하 정말 대단한 위트가 아닌가 분명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 실화라고 생각한다.
기대가 컸던 남자들의 당황한 모습들이 떠올라 자꾸 웃음이 비어져 나온다.

노예나 여종, 검투사, 여사제, 감찰관, 매춘부들의 하루일상을 통해 로마의 모습을 생생히 재현해놓은 이 책을 보니 파노라마처럼 영상이 그려진다.
책을 덮을 무렵이면 이미 24시간이 아니라 수 백년의 역사를 함께 지나온 느낌이 될 것이다.
당시를 풍자한 시를 보면 더욱 재미있는 모습이 상상되는 책이다.
역사란 이렇게 흡수해야지 공부로 생각하면 어렵다. 그냥 그 시간속으로 들어가 보는 역사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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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사랑에 속아주는 버릇
류근 지음 / 해냄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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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든 생각인데 내 지나온 삶에서 만난 사랑들은 나를 퍽
우습게 생각했던 것 같다. 방패도 없는 적을 향해 꺼리낌 없이 돌진했던 그 숱한 사랑들 말이다.
난 늘 그 놈의 사랑한테 속아왔다는 걸 이제서야 확인한 셈이다. 백전 백패!
많은 연습을 하고도 늘 그랬던 나는 바보였던가.
그러고도 아직 사랑을 꿈꾸다니...나는 도무지 회복불가능의 천치인가.


난 류근이란 사람이 문학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는 역사학자이거나 예능감이 뛰어난 교수쯤으로
생각했었다. 그가 한참이나 출현했던 '역사 저널 그날'에서 어찌나 입담이 좋고 열정적이었던지
조신한 시(詩]를 쓰는 시인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었다.
더구나 내가 그토록이나 좋아하는 김광석의 노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의 가사를 쓴 장본인이란다. 아니 그렇게 아름답고 슬픈 사랑의 말을 쓸 줄 아는 사람이었다고?
암튼 그의 정식 직업(?)은 시인이다.
시 한편 써봐야 쌀 몇 말 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쓸 수밖에 없는 시인이 된 것은 선택이라기 보다는 운명에 가까웠을 것이다. 그런 그의 시를 읽은 기억이 없다. 시집을 사 본 기억도 몇 번 없는데 아마도 나의 이런 무관심이 많은 시인들을 배곯게 하는 줄 알면서도 말이다.


비에 관한 시가 없다면서 하는 변명은 비가 오면 몽땅 소진시켜서 시에 데려다 쓸 비가 남지
않을 정도로 비를 좋아한다는 그의 산문집은 어떤 색일까.


일단 '시바'자가 가장 많이 들어가서 인간다워 보였다면 칭찬일까 욕일까.
약 먹느라 이틀씩이나 라면을 끊었더니 정신이 혼미해지고 절망감까지 들었다니 분명
라면결핍증의 휴유증이 엄청났던 것 같다. '확 그만 살아버릴까'하는 장면에서 터져나왔던
웃음은 애인은 끊어도 라면은 못 끊는다는 부분에서 쯧쯧 혀를 차고 말았다.
'애인 보기를 라면 보듯 하라'고 조언할밖에.


인형 눈깔을 붙여 삼선짬뽕을 사주었다는 애인이나 떠나가버린 애인이 있었던 걸 보면
그에게도 분명 몇 번의 사랑이 도래했을터인데 아마도 어느 9월의 마지막 날에는
혼자였던 것 같다. '그대가 오지 않는 나날이 이토록 깊다.'라는 탄식이 절절하다.
나는 10월의 마지막 밤이었는데...참 이 시인 떠나간 사람들 많이 생각나게 하네.


가끔 궁금해서 묻고 싶은 것이 있는데 혹시 이력서든 아니면 포트폴리오를 써야하는 순간에
직업란에 무엇이라고 쓰는지...시인? 이라고 쓸까.
시인이란 모름지기 견디는 사람이라는 말에 슬픔이 느껴진다.  돈을 벌기 위해 시를 쓰는 시인이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시인은 왠지 가난하고 외롭고 고상할 것만 같은 선입견이 있다.
롤스로이스를 모든 시인은 상상할 수가 없다.
다소 우중충한 옷을 입고 구부정한 어깨를 하고 골목 어귀를 서성이면서 막걸리 냄새를 쫒는
그런 이미지. 너무 고루한가. 암튼 난 그렇다.
시에 별자리를 남기는 사람이란 말이 너무 좋다. 누구든 죽으면 하늘에 별이 된다고들 하는데
살아서 별자리를 남길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너무 멋지지 않은가.
그리고 시한테 가서 일러바치는 사람...이란 말이 더 좋다.  많이 일러바치면 좋겠다.


대체로 인간은 살아가기 위해 이기고 싶어한다. 증오는 속으로 하고 경멸을 드러내놓고 하면서
말이다. 그런 인간들이 참 많이 져주는 것이 바로 사랑이 아닐까.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라는 말이 그래서 생겼다고 믿는다.
그리고 때로 져주는 일도 괜찮다고 위안한다. 혹시 져주지 않아서 만난 인연들이 웬수가 되었을지 누가 아랴. 가보지 않은 길과 비켜난 인연들과의 역사는 거의 아름다움으로 남는 경우가 많으니 그냥 그렇게 남겨두자. 그래서 져주었던 사랑과 사람에 대해, 그리고 인생에 대해 아스라한 상상으로 남겨두자. 아마도 내 생이 다하는 날 까지 나는 늘 사랑을 꿈꿀 것이다.
그리고 또 사랑에 속고..돈에 울고...는 아니고. 함부로 속아준 모든 사랑들이여 위대했노라.
고 나는 외친다. 달변가 시인 류근의 산문집이 난 퍽 마음에 든다.
시바.



*리뷰어스클럽의 도서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책을 무료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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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8.7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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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하지인데 어느 새 한 여름이 다가온듯 햇살이 뜨겁습니다.
텃밭에 심어둔 고추가 힘없이 축 늘어져 있네요.
곧 장마가 오고 장마가 끝나면 불볕 더위가 시작일텐데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잠시 걱정을 접어두고 샘터 7월호를 펼쳐봅니다.


텃밭에 활짝 핀 호박꽃처럼 수더분하지만 아름다운 꽃과 같습니다.


 

이번호의 특집은 '국경을 넘은 인연'입니다. 낯선 곳에서 만난 이국의 인연들의 사연을
보니 오래전 미국에 첫발을 딛고 만난 예쁜 언니가 떠오르네요. 참 많은 도움을 받았지요.
지금은 연락이 끊겨 아쉽지만 항상 행복한 삶이 되길 기원합니다.
세상이 각박하다 해도 세계 곳곳에는 낯선 여행자들의 손을 잡아주는 소중한 인연들이 분명 있습니다.
그래서 살만하다고 자꾸 위로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인생아닐까요.

 


이 달에 유심히 보게 된 꼭지가 바로 '문화야 놀자!'입니다.
따로 꼭지가 없이 문화에 대한 정보는 있어왔는데 이렇게 집을 하나 지어두니 깔끔하고
집중이 잘 되어 보기 좋습니다. 집이 작다고 정보가 작지는 않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낍니다.


샘터에는 이등병의 편지같은 군인들의 참여코너가 있는데요.
'군대고민상담소'가 새로 개원한것 같은데요. 얼마 전 군대를 제대한 아들녀석도 제대전에
고민이 참 많았을겁니다. 사회로 돌아와 적응하려면 많은 고민이 있겠습니다.
그래도 미처 우리가 생각지 못한 고민들이 많이 올라올 것 같네요.
샘터를 보는 군인이라면 군대의 느린 시간을 잘 이겨내고 건강하게 사회로 돌아오리라 믿습니다.

할머니가 싸주신 노란김밥에 대한 이야기며 딸 아이를 잃고 오랫동안 가슴앓이를 했다는
부부의 이야기. 가수보다 배우로 더 익숙했던 아이돌 신원호에 대한 기사도 신선합니다.
늘 좋았지만 이번호는 더 정돈되고 세심하고 깊은 장맛같은 기사가 그득해서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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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 출간 30주년 기념판
로버트 풀검 지음, 최정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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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아가면서 알아야 할 것들은 정말 많다.
교육을 통해 기본적인 것들을 배우고 어른들의 가르침이나 책을 통해 지혜를 배운다.
이 책의 제목이 왜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인지 늘 궁금했다.
이 책은 이미 오래전 베스트셀러였고 몇 번의 증간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졌다.
그래서 언젠가 꼭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그 판단이 옳았음을 책을 덮으면서 느꼈다.


저자는 다양한 삶을 경험하고 많은 지혜를 스스로 습득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는 세월이 흘러도 생생하고 시대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든 정답지가 된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이나 지혜가 학벌과는 전혀 상관없이 가장 기본적인
가르침을 배우는 유치원 정도의 교육으로 충분하다는 뜻이다.
이미 우리의 가슴속에는 무엇을 해야하는지 하지 말아야 하는지 유전적인 가르침이 있다.
때론 이 가르침을 잊어서 사회악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이 책이 필요한 것이다.


어려서부터 인생은 무엇인지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늘 궁금했었다.
어린 나는 책에서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독서를 참 많이 했다. 지금도 그 선택에는 후회가 없다.
그리고 많은 어른들의 가르침 대신 책을 통해 얻은 지혜를 내 형제들에게 가르치고 싶었다.
하지만 어린 형제들은 그 말을 흘려들었고 결국 내가 우려했던 대로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고단한 삶을 이어가게 되었다.
그래서 느낀 점은 많은 길이 나타났을 때 누군가 쉽고 편한 길을 가르쳐주어도 신뢰가 없다면
다른 길을 선택하거나 돌아가거나 해서 힘든 시간을 보내더라는 것이다.
그 후로 누구에겐가 조언이나 충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귀를 닫고 이미 예정된 길을 가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에 대한 경험담은 무척 인상적이다.
낡은 구두를 고치는 수선장이며 이웃에 새로 이사온 소년이 낙엽을 치워주겠다고 오는 장면같은
것들은 이 책이 왜 많은 사람들에게 읽힐 수 밖에 없는지를 보여준다.
낙엽을 쌓아놓는 것을 좋아하는 저자는 낙엽을 치워주겠다는 소년의 제의를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소년이 낙엽을 치우면 약간의 돈을 주고 다시 마당에 흩뿌려놓기로 마음 먹는다.
하지만 날이 저물어 낙엽을 치우다 말고 돌아간 소년이 다음 날 아침 일찍 낙엽을 다 치우자
결국 소년의 업적을 남겨두기로 한다. 소년에게 낙엽 치우는 일은 말하자면 미션완성 같은 것일테니..
그걸 치우지 않았던 저자의 마음씀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목회일을 할 정도로 청렴결백하게 살아온 저자는 그렇다고 소심하거나 고지식한 가르침을
전하진 않는다. 의사인 아내와의 신경전까지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을 썼을 때의 등장인물이 그 후 어떻게 변화된 삶을 살고 있는지 살짝 귀띔해주기도 한다.
얼마 전 방영된 도깨비란 드라마에서 주인공 공유는 자신이 건넷던 수많은 샌드위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신은 언제나 곁에 있었고 수많은 기회를 주었지만 그걸 알아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고..

이 책은 바로 신을 대신한 저자가 우리에게 건네는 샌드위치일지도 모른다.
맛있게 먹고 힘을 내서 다시 살아가는 것은 우리 몫이다.
아직 샌드위치가 건네졌음을 모르는 사람과 아예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사람은 결코 오지 않을 행운이다.  잘 간직하고 있다고 내 아이들에게 손주들에게 읽히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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