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가 보면 좋겠어요 - 엄마의 쉼을 위한 명화와 백 편의 글
이순자 외 지음 / 대경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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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컬처블룸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가정의 달 5월이 다가오면 유독 가족들에 생각이 많아진다.

이제는 어린이 날이라고 선물해줄 아이들도 없고-묵은 자식들이 결혼할 생각을 안하니 내 평생 손주가 없을지도 모르겠다-아직 엄마가 살아계시니 8일 어버이날이 아직은 유효할 것이고 스승의 날은 가장 존경했던 스승님도 하늘나라에 가셨으니 찾아갈 일이 없어졌다.


서양에서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유독 동양,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어머니에 생각이 애틋한 것 같다.

가난한 시절 모두 고생하고 살아왔지만 살림을 맡은 어머니들의 삶은 무겁고 고달프기만 했었다.

일단 늙은 부모를 봉양하고 새새끼처럼 엄마가 물어다주는 먹이를 기다리는 자식들을 위해 어떻게든 먹을거리를 만들어내야 했던 어머니들. 이 책은 세대별로 색이 조금쯤은 다를 엄마에 대한 그리움, 사랑을 담은 책이지만 한결같이 슬픔이 담겨있는 것 같다.



왜 엄마하면 기쁨보다는 슬픔이나, 고생이나 그리움같은 감정들이 먼저 떠오르게 되는 것일까.

낼모레면 40에 이르는 내 아이는 엄마에 대해 어떤 색으로 표현해줄까.

9순인 내 엄마의 색은 그저 회색이거나 무색같이 우울하기만 한데.

분명 내 엄마도 아장아장 아기시절이 있었을 것이고 시퍼런 청춘의 시간들이 있었을텐데 괄괄한 성격이긴 했지만 누군가를 뜨겁게 사랑했던 여자인 적이 있었을텐데..



갑자기 자식에 대한 생각이 애틋해져 전화를 하고 싶어도 혹시 바쁜건 아닌지 그저 톡이나 문자를 넣어놓고 기다리게 되는데 요즘 부모들이다.

확실히 목소리로 대화하기 보다 문자가 더 많이 오가는 시절이어서 그럴까.

우리때에는 서른만 되어도 어른같았는데 요즘 아이들은 서른도 아이처럼 덜 여물어보인다.



내 또래 세대들에게 엄마는 견디는 삶을 살아왔던 고달픈 시간을 지나왔고 내 아이들의 엄마, 즉 나와 비슷한 세대의 엄마들은 그래도 희생적인 삶을 살아온 부모덕에 열심히 배우고 사회에서 한 자리 차지하면서 열심히 살아온 시간을 지나왔다.

이제 하늘나라로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는 저자, 오래전 여행했던 그 곳을 다시는 같이 못간다는 생각에 슬픔에 젖는 장면들이 애틋하게 다가오는 모음집이다.

특히 글과 함께 실린 그림들은 하나같이 걸작이다. 참 오래 바라보게 만드는 힘을 지닌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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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세포막 안으로
김진성 지음 / 델피노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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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간은 수많은 발견과 발명으로 풍요로운 문명을 누린 것이 맞다.

학자들은 인간의 두뇌는 훨씬 더 많은 능력을 지니고 있지만 고작 몇 프로밖에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한다. 과연 인간은 어디까지 발전하고 긍정적인 미래만을 그릴 것인가.



휘귀한 유전병이라는 TPDD는 한가지 단어만 생각하고 말하는 이상한 증세가 나타난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 백신을 연구하는 빅터 우 교수와 그의 제자인 김서연과 임지연, 이렇게 세 사람은 7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거의 완성의 단계에 접어들지만 최악의 위기가 닥친다.

그동안 완성해온 백신으로 임상을 진행중이던 4명의 아이들이 갑자기 죽음을 맞은 것이다.


그리고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절묘한 타이밍에 승인이 났던 백신개발도 취소되고 세 사람의 연구는 물거품으로 끝나고 만다. 하지만 백신의 부작용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이상한 사건들이 일어나면서 서연과 지연은 음모를 캐내려고 노력하는데...

특히 지연은 이 사건의 배후에 식약처장부터 거대제약회사가 관련이 있다는 증거를 수집한다.


이 사건이 벌어질 무렵 서연은 임신중이었다. 남편의 존재조차 비밀스러웠던 결혼이었다.

남편은 이름이 알려지면 곤란한 신분. 서연은 자신의 연구자료로 논문을 만들고 국내1위 제약회사에 입사하는 것이 꿈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무너졌다. 지연 역시 사고가 아닌 사건이라는 증거가 있다고 했다. 서연 역시 그 증거를 쫓아 파리까지 갔지만 그곳에서도 끔찍한 사건이 이어진다.


'진실보다 믿음이 더 강력한 세상'이라는 이 소설의 주제만큼 더한 메시지가 느껴진다.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는 사실.

그리고 진실보다 더 강력한 가짜뉴스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사실.

저자가 화학공학을 전공해서 인지 화학적 연구와 그에 따른 임상실험, 특히 동물실험에 대한 리얼한 현장들이 등장한다.

물론 이런 실험들로 인해 인류가 질병을 정복하고 수명이 늘어났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인간은 탐욕의 동물이 아니던가. 자신보다 약한 대상을 실험삼아 풍요를 누리려는 존재.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향해 달려가는 인간들이 결국은 어떤 희망을 보여주는지 감동스럽고 아름다운 반전이 펼쳐졌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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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정말로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
태오 지음 / 부크럼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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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으로 태어나 업을 짓지 않고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칼로 사람을 찌르는 것만 죄가 아니고 말로 업을 쌓는 것이 더 큰 죄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말이 비수가 되기도 하지만 또한 따뜻한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살고 싶어지는 힘이 되기도 할터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위안이 전해진다.



살다보면 좋은 생각만 하고 살 수는 없다. 나를 음해하는 사람도 있고 손해를 끼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까지 다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을까. 가장 큰 복수는 용서라지만 소인배인 나같은 사람에게는 어림없는 소리다. 그래도 여기 저자처럼 '당신이 정말로 잘 됐으면'하는 마음을 전할 기회가 있지는 않을까.



과거보다 분명 풍요로운 세상이 되었음에도 자살률은 세계 1위라고 하고 젊은 청년들은 미래가 없다고 포기하는 시대가 되었다. 오늘 뉴스에서도 관세전쟁으로 인해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꺼린다고 하면서 청년들의 취업문제가 비상이 걸렸다고 전해진다.

그저 공부만 열심히 하면 미래가 보장되는 줄 알았던 아이들이 갈 곳이 없단다.

그러면서 희망을 포기하지 마라고 자꾸 부추긴다. 도와주는 일도 없으면서.



언젠가 이런 모습을 화면에서 본 적이 있다. 그냥 아무말 없이 꼭 안아주는 모습.

상대가 죄를 지은 죄수였던 적도 있었는데 그리 험하게 뾰족했던 사람의 표정이 풀리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감동 그 자체였다. 단지 안아만 줬는데도 그 품이 그리 따뜻했던 모양이다.

이 책은 그런 '안아줌'같은 책이다. 무지막지 그냥 착하게 살자고 지루하게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남의 눈치 보지말고 후회하지 말고 해보지 못했던 것, 용기내지 못했던 일 꼭 해보라고 등을 떠민다. 그게 싫지 않다. 돌아보니 못해본 일이 너무 많았다.



흔히 말하는 백그라운드가 너무 없는 집안에 태어나 내세울 것 없는 프로필만 지닌 채 살아온 내가 사랑이나 용서보다는 불평, 불만에 긴장의 연속인 삶을 살아왔던 것 같아 내가 참 안쓰러워졌다.

지금도 나는 나에게 호전적이거나 인성이 나쁜 사람에게는 가차없이 응징을 하는 편이다.

그래서인가 조용이 다가와 아무말없이 살포시 안아주는 이 책이 그냥 따뜻했다.

'당신이 정말로 잘 됐으면, 후회없이 다시 잘 돌아갔으면...'하는 마음이 전해졌다.

사는 일, 살아 내는 일은 참 버겁다.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살아가는 것은 거의 어렵다.

그래서일까 아무 연고도 없는 사람들을 헤치는 '묻지마 범죄'가 기승이고 잠시라도 허상의 세상에 빠지는 마약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고 한다.

'정신 차리고 똑바로 살아'라는 말보다 '그래도 괜찮아 '하고 안아주는 이런 책이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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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을 매일 여는 사람이 되었다 - 강세형의 산책 일기
강세형 지음 / 수오서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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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을 매일 열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휴일에 푹 쉬고 싶은 사람정도나 하루 이틀 집콕을 할때만 가능한 얘기가 아닐까.

세상에는 정말 생각지도 못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놀라운 마음으로 읽었다.


자발적 히키코모리는 많다고 들었다. 사회부적응자가 대부분이고 일종의 정신적인 병을 앓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하지만 여기 저자는 억지 히키코모리라고나 할까.

일단 베체트라는 병을 앓게 된 것이 원인이기도 했지만 학교를 다닐 때에도 직장을 다닐 때에도 집에서 지내는 일을 더 좋아했다고 했다. 더 편하게 느껴져서 그랬다니 것도 나무랄 일은 아니다.

원체 병약한 체질로 태어나 운동에는 소질도 관심도 없는데다 병까지 걸려 더욱 밖에 나가는 일이 겁났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매운 것을 못먹는 것이 아니고 신 것을 못먹는다니. 쌀 알레르기가 있다니 도대체 뭘 먹고 살아가란 소리일까. 우린 때로 남의 불행을 보면서 내가 행복하구나 하는 이기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아무렇지도 않게 먹는 쌀밥과 신김치가 누구에겐가 그림의 떡이 되기도 하니까.

그런 저자가 현관문을 삐죽이 열고 나올 결심을 한건 주변인들의 조언이 한몫을 한 것 같다.

그저 현관문을 열고 나오는 일이 엄청난 결심이 필요한 일이라니.


그렇게 살살 읽다보니 어허라 이 저자분 우리 동네 주민이었네.

큰공원이라함은 꼭대기 동네에 두 구에 걸쳐있는 그 공원일 듯 하고 작은 공원은 그 아래로 내려가는 중간 어디쯤에 있는 아파트 단지내 공원같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동네가 있는 지하철역을 지나면 저자가 새로 발견했단 산책로 청계천과 성북천이 만나는 곳이다. 고양이 집을 지어주고 관리해준다는 성동구청에서 걸어놓은 현수막까지 등장하는 걸 보니 만난적도 없는 이웃인데 엄청 반갑다. 성동구 살기 좋아요!!



노점옆에서 마늘을 까고 있는 할머니 두분에다 몇 년만에야 자신의 가게에 진짜 간판을 붙였다는 야채가게에 지금은 사라진 떡볶이 가게, 하지만 붕어빵집은 다행히 살아남은 듯하고...

그녀가 걷는 골목길이 그대로 살아난다. 마치 내가 걷기 좋은 신발을 신고 그 골목길, 전통시장길을 걷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녀가 보았던 사람들의 모습, 비둘기, 고양이, 반려견, 오리....

찬찬히 걷다보면 그런 모습들이 보인다. 그래서 내가 신도시보다 이렇게 오래된 동네를 좋아하는 것같다.

팔에 근육이 붙을 만큼 건강해졌다니 내가 다 행복해진다.

작가답게, 산책의 시간들을 이렇게 기록해왔다는 것도 멋지다. 현관문을 열고 걸을 결심을 하니 책이 나왔네.

우리 언제 한번 동네 미팅 한 번 합시다. 나도 스피츠 한 녀석 데리고 산책 자주 나가는데 혹시 눈이 부리부리하고 푹 퍼진 아줌마가 유독 까칠해보이는 스피츠랑 걷고 있거들랑 말좀 붙여주시오. 그게 가능할랑가는 모르겠고.

작은 몸에 붙었다는 근육만큼 마음에도 잘 살아내려는 근육같은게 잘 붙어준다면 가능할지도 모를일이다.

여전히 현관문을 매일 열고 나오는 삶이 계속되는지, 하필 이 책에 기록된 마지막 날의 딱 일년 후 내가 이 책을 읽은 것도 인연은 아니었을까. 잘 걸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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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나는, 아주 예쁘게 웃었다 - 이곳이 싫어 떠난 여행에서 어디든 괜찮다고 깨달은 순간의 기록
봉현 지음 / 김영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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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훌쩍 떠날만큼 삶이 힘들었구나. 그래도 다시 돌아올 수 있어 다행이다. 인생이 여행인 것을
떠날 때 등에 짊어졌던 짐의 무게는 조금 가벼워졌을까. 오래전 돌아와 다시 선 그녀의 삶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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