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미 충분히 강한 사람입니다 -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600억 자산가 이야기
박지형(크리스) 지음 / 체인지업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암환자의 이야기를 보면서 오래전 TV에서 방영되었던 붕어빵 엄마가 떠올랐다. 붕어빵을 구워 팔아 자식들을 키우는 엄마였는데 역시 시한부 판정을 받아 치유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어린 아이들을 두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그 엄마도 위암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제 웬만한 암은 생존율도 높아지고 재발위험도 많이 줄었다고 한다. 하지만 위암 4기라고 한다면 치료되기 어려운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태어날 아기를 위해 꼭 살아야 겠다고 결심한 남자의 마음이 애절하게 다가온다. 저자보다 덜 심한 환자였지만 아예 포기하고 절망에 갇힌 사람들이 먼저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의 결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한번 깨닫는다.



얼마전 남편의 암보험을 가입하면서 나이가 많을 수록 남자일 수록 보험비가 더 비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10명중의 서너명은 암에 걸린다고 하던가. 그러니 비싸더라도 대비를 안 할수가 없다. 환자의 치료비뿐만아니라 생활비를 벌지못하는 이중고를 겪으면서 가족해체 위기에 이른다니 암은 한 사람의 생명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고 온가족이 전쟁터에 나간 느낌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면서 하루하루 몸의 상태가 나빠지는걸 느끼면서 오늘 하루 아무일 없이 살아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닫게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그저그런 오늘 하루가 누군가에게 간절했던 하루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지금 내가 누리는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가.

저자 역시 이런 생각을 많이 했을 것이다. 평범했던 한 끼의 식사, 그리고 화장실에서의 시원한 쾌변에 이르기까지 그전에 느끼지 못했던 일상들이 불가능해졌을 때의 그 암담함을.





여고동창생이 몇 년전 암으로 죽었다. 학교 다닐때 같은 반이긴 했지만 그닥 친한 편은 아니었는데 좋은 대학을 가서 사회에서도 인정을 받아 돈도 엄청 벌었다고 들었다.

남들 다 은퇴할 시기임에도 여전히 콜을 받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데 우연히 발견된 암으로 해서 회사는 물론 삶이 망가져버렸다. 저자 역시 적은 자본으로 너무 열심히 일했다고 했다.

결국 엄청난 스트레스가 몰려왔던 것일까. 그녀가 죽기 일주일전쯤 전화가 왔다.

'친구야 오줌 한번 시원하게 눗는 일이 이렇게 소중할 줄 몰랐어'

그 말에 눈물이 차올랐다. 전화속의 목소리는 암과는 상관없이 너무 건강하게 다가왔는데...

우리 모두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지만 죽음이라는건 이렇게 나이, 상태에 상관없이 무자비하게 들이닥친다.

신은 아직 저자가 하늘에 오기 이른 사람이라고 판단하신 것같다.

더 오래 살아남아서 할 일이 많다고. 그러니 더 열심히 잘 하고 오라고.

완치판정을 받았다고 해도 하루 수십알의 약을 삼키며 살고 있는 저자에게 정말 응원의 마음을 보내고 싶다. 힘들었던 시간이었지만 그럼에도 당신은 선택받은 사람이라는 것을.

이미 충분히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줘서 감사한 마음이다. 지금 어려운 시간을 살고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에세이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저승 우체부 배달희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29
부연정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구나 가야하는 길, 바로 저승길이다.

죽음을 미리 알 수는 없는 노릇이라 준비할 수도 없겠지만 설사 자신이 죽는 날을 안다고 해도 완벽하게 마무리하고 저승길로 향할 수 있을까.


중학교 입학을 눈앞에 둔 배달희에게 저승차사가 찾아온다. 달희를 저승으로 데려가려고 온 것이 아니고 달희가 저승우체부가 되었다는 통보를 하기 위해서였다.

전세계 인구 81억 6197만 2572명중 유일하게 선정된 저승배달부라니 그 확률에 기뻐해야하나.

얼떨떨하게 저승 우체부가 된 달희가 할 일은 매일 저승으로 가서 한 영혼의 편지를 받아 배달을 해야한다. 이승에 남은 단 한 사람에게 단 한번 편지를 부칠 기회를 가진 영혼을 위해.



'저승입구주민센터' 저승도 진화하는 모양인지 이승과 크게 다르지 않을 뿐만아니라 과학적 발전도 이루어져있었다. 주민센터 한 주무관의 말처럼 저승에 온 과학자들이 나름 활약을 한 덕분이란다.

그렇게 저승 우체부 첫 일은 하필 같은 동네에 살던 세희 언니의 안내견 하루였다.



까칠한 세희언니를 도와주던 하루가 죽다니, 달희는 믿을 수가 없었다.

나 역시 반려견을 키우는 입장에서 저승에 간 하루를 보니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달희 역시 엄청난 충격을 받는다. 하루가 죽은 줄도 몰랐는데 저승에 있다니.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죽게 된 하루는 자신에게 까칠하게 굴었던 세희에게 전하고 싶은 편지가 있는 듯 했다.



글을 쓰지 못하는 하루가 세희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방법을 보니 더 마음이 아파왔다.

자신의 고집때문에 죽은 하루로 인해 후회의 날을 보내던 세희역시 같은 방법으로 하루에게 사과의 마음을 전한다.

달희가 전하는 편지속 사연은 뭉클하기만 하다.

갑작스런 죽음을 맞은 사람들은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을 전하려고 마지막 편지를 쓴다.

그나마 그런 기회를 가진 혼들은 행복한 편이다.

저승에 온지 200일째이지만 재판장을 만나지 않은 채 주민센터에 와서 소동을 벌이는 김씨 아저씨처럼 그런 편지조차 쓸 수 없는 가슴아픈 사연도 있다.

무엇보다 가장 가슴에 와 닿았던 이 소설의 메시지는 죽기전 하지 못했던 많은 일들,

좀더 사랑하지 못했던 것, 꿈을 이루지 못했던 것,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했던 것...

들을 해보라는 것이었다. 미련을 남기지 말고, 후회하지 말고.

언제든 죽음은 온다.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 처럼, 누군가 간절히 원했던 그 하루인 것처럼 후회없이 잘 살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전해지는 감동적인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발아래 시한폭탄
알프레도 고메스 세르다 지음, 김정하 옮김 / 삐삐북스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이 글을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상에는 부모가 될 자격이 없음에도 아이를 낳고 방치하는 인간들이 있다.

MK의 부모들이 그랬다. 둘이 이혼을 하고 나서도 아빠는 실직을 이유로 양육비를 주지 않았고 엄마는 짜증만 늘었다. 결정적으로 열 여섯이 된 딸을 아직도 때렸다.


MK의 유일한 친구는 카를로스이다. 위안을 주는 친구이긴 하지만 MK의 슬픔은 가시질 않는다.

비가 오는 어느 날 술에 취한 아버지에게 맞은 MK는 비를 맞고 엄마에게 가지만 역시 잔소리를 듣고 뺨을 맞는다. 이제 MK는 어디에도 갈 곳이 없었다. 결국 MK는 숨기고 있던 시한폭탄을 던지기로 한다.


고독한 소녀의 반항이라고 하기엔 시한폭탄의 정체는 엄청나다.

공부하고는 담을 쌓고 지내기도 했고 무뚝뚝한 L선생이 유독 얄밉기도 했지만 그에게 누명을 씌우기로 한 것이다. 물론 카를로스의 동의도 있었다.


L선생에게 누명을 씌우고 경찰의 조사를 받는 MK는 전혀 흔들리지 않는 거짓말장이의 모습이었다.

경찰조차 MK의 말을 믿을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결국 L선생은 체포되기에 이르렀고 이 사건은 나라를 들썩이게 만든다. 뉴스마다 그녀의 이야기가 나오고 심지어 MK에게 관심조차 없을 뿐 아니라 매까지 때렸던 부모들은 번갈아가며 TV대담프로에 나오게 된다. 거금을 받으면서.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진실을 알려고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거짓말로 관심을 받으려는 소녀도 있다. 그 거짓말을 알면서도 돈을 벌기위해 입을 닫으라고 협박하는 인간도 있다. 세상에는 참 여러인간들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MK의 거짓말을 용서하기 어려우면서도 이해하고 싶어지기도 했다.

세상은, 특히 그녀를 보살펴야 할 부모들은 그녀를 너무 힘들게 하고 거짓말을 하게 만들었다.

거짓말을 이용해서 명성을, 돈을 벌려는 인간들의 모습이 추잡하게 느껴질 즈음 MK가 어렵지만 진실을 선택하기를 간절하게 빌게 된다. 과연 진짜 시한폭탄은 무엇이 될지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요일의 편지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꿈이 뭐였지? 기억이 안난다. 가난했고 외로웠고 힘들었는데 그저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은 했었던 것 같은데 딱히 꿈이라고 생각한 미래를 그려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그저 꿈없이 그럭저럭 겨우 살아낸 인생일 뿐이란 뜻인가.


모리사와 아키오를 생각하면 푸른 바다가 떠오른다.

자기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고 여행도 하고 글도 쓰고, 만난적은 없지만 꽤나 유쾌한 사람이 아닐까 짐작해왔다. 물론 내가 아주 좋아하는 일본작가이다. 그의 책에는 꿈, 위로, 감동같은 것들이 우수수 떨어진다.


착한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는 서른 중반의 나오미.

시부모님이 하던 공장일을 맡아하는 남편은 점차 몸이 안좋아져 고생중이고 경기도 좋지않아

사업도 시통치 않다. 결국 나오미는 옷을 유통하는 곳에서 알바를 한다.

여고동창 이오리는 잘생기고 부유한 남자를 만나 우아한 삶을 살고 있고 가끔 나오미를 만나 대화를 나눈다. 나오미가 보기에 이오리는 삶에 여유가 있고 부족함이 없어보인다.

그래서 이오리를 만나는 날은 자신의 삶이 초라해지고 자꾸 거짓말을 하게 된다.


이오리는 '수요일 우체국'이 있다고 말하면서 나오미에게도 써보라고 권한다.

이오리를 은근 질투하던 나오미는 매일 화를 풀어 쓰던 수첩을 들여다보면서 어려서 가졌던 제빵사의 꿈을 실제 이룬 것처럼 쓴 편지를 수요일의 우체국으로 보낸다.

서른 세살 이마이는 문구를 기획, 판매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다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일러스트나 그림책을 그리는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소심했던 이마이는 자신의 재능이 별거 아닐지도 모른다는 자격지심에 꿈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같은 직장 동료였던 고누마는 얼마 후 자신이 꿈꾸던 일러스트가 되기 위해 퇴사를 했고 아직 수입은 변변치 않지만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었다.


애인과의 결혼을 앞둔 이마이로서는 미래가 불분명한 일러스트로 전화하기가 두려웠다.

고누마에게서 알게된 '수요일 우체국'으로 편지를 쓰게된 이마이. 이제부터라도 자신의 꿈을 향해 나가보리라는 다짐을 한다.

실제 존재하는 '수요일 우체국'에는 동일본대지진으로 아내를 잃은 어부 켄은 어린 딸을 홀로키우며 수요일 우체국에서 일을 한다. 변변치않은 수입이지만 켄은 이 일을 좋아한다.

고등학생이 된 딸이 일러스트가 꿈이고 도쿄로 진학하고 싶다는 얘기를 들으며 고민하게 된다.

학비를 대줄 능력은 부족하지만, 홀로 남아 살아간다는게 두렵지만 딸의 꿈을 응원하고 싶다.

그런 켄에게 나오미와 이마이의 편지가 도착하고 켄은 두 사람의 편지를 바꾸어 보내준다.

삶은 참 짧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고 가기엔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다.

하지만 정말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마흔에 이른 딸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길을 간다고 할 때 사실 조금 걱정스럽기도 했다.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주저없이 한다' 그리고 삶은 싫은 일을 하기엔 너무 짧다는 말을 건네주고 싶었다. 바로 이 말이 작가인 모리사와가 두려움 때문에 망설이는 독자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역시 제 선택을 배신하지 않는 멋진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누가 왕이 되는가 - 스릴과 반전, 조선 왕위 쟁탈기
조성일 지음 / 가디언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더니 이 책을 보는 내내 그 말이 실감되었다.

작금의 정치상황이 조선시대 왕이 되기 위한 싸움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내가 왕이 될 상인가'라고 물었다는 수양대군의 물음처럼 과연 왕이 될 상은 따로 있는 것일까.


'태정태세문단세...'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여기까지는. 하지만 이후의 왕들은 거의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단편적인 지식들만 지닐 가능성이 높다.

나도 그보다 나을 것이 없어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조선시대의 지식을 대입시켜보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그동안 내가 읽었던 조선시대 역사서는 제법 유명한 사학자들이 쓴 책이고 저자 나름의 판단이 들어가 있기도 해서 과연 이 책의 저자는 조선의 왕들을 어떻게 평가할지

많이 궁금했었다.



공부를 열심히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학과 출신이라고 하니 역사에 대한 지식이나 안목은 일반인보다 훨씬 위라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학자같지 않은 직설이 참 마음에 와 닿았다.

한 권의 책에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를 담기에는 부족한 점도 작용을 했겠지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은 과감히 포기하고 실록에 실린 기록과 야사를 인용해 당시 가능했을 가설들을 등장시킨 점이 특히 마음에 와 닿았다. 살아보지 못한 시대, 것도 역사의 기록이란 것이 승자의 기록이다 보니 자칫 이기적이거나 편견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마치 그 시간대에 살면서 현장을 본 것처럼 가장 큰 가능성을 대입시킨 점은 여느 역사서와는 확실히 다르다고 느껴졌다. 어찌되었던 왕은 하늘이 낸다고 하는 말이 많다고 생각은 하는데 왕이 되는 과정은 정말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전쟁터여서 정말 가능만 하다면 묻고 싶어진다. 과거의 왕들에게..'그래서 행복했습니까?'



이런 역사서를 정치를 하는 인간들이 꼭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미래의 후손들은 지금의 시간들을 어떻게 기록하고 판단할 것인가.

이 책에 등장한 수많은 충신과 간신들도 자신들이 후대에 어떻게 기록될 것인지를 알고 있었을까.

과거 인기를 끌었던 '조선왕조 500년'을 다시 본 것처럼 생생하게 살려낸 역사서이다.

역사는 외우는 과목이고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특히 형편없이 현실을 파괴하는 못난 인간들에게 강권하고 싶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