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2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2
공지영 지음 / 분도출판사 / 201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생을 살면서 평생 내 뒤를 받쳐주는 든든한 빽이 하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도 변심없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지켜주는 종교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사실 전 세계의 분쟁지역중 상당수가 종교전쟁을 치르고 있고 역사에서 종교가 부정적으로

작용했던 기록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는 인간에게 있어 중요한 버팀목이다.

깨어있다 못해 너무 뻣뻣한 것 같아 선뜻 다가가기 어려웠던 작가가 바로 공지영이다.

그만하면 인물도 괜찮고 학벌도 빵빵한데다 한때는 학생운동으로 날리던 여성이었으니 의식또한 진보적인

사람이다. 때로는 너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나대는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졌던 작가였다.

 

남다른 결혼생활과 이혼으로 각각 성이 다른 아이 셋을 낳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은 조금은 보수적인

시각으로 보면 분명 문제가 있어보인다. 의식이 남달랐던 사람이었으니 자기주장이 강했다거나 성격이 너무

대찼다거나..암튼 그런 시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너무 강한 사람은 굽히지 않고 꺽인다는 말이 있고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말이 있듯 분명 그녀가 지나온

시간들속에 무수히 많은 비난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그녀가 수도원 기행 2편을 내놓았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것도 아니었고 그만하면 대한민국 국민으로

특별히 억울한 대접을 받은 것도 아니었던 것 같은데 유독 사상에서만큼은 칼날처럼 시퍼래서 늘 조심스런

선택으로 그녀의 책을 집어들곤 했었다.  다행이랄까 몇 년전부터 조금 나긋나긋한 느낌의 작품을 볼 수 있어

좋았는데 여전히 그녀의 중심은 변함이 없는 것같다.

그래도 이렇듯 하느님의 존재를 발견하고 감사하는 책이 나온것을 보니 너무 외롭고 힘들어서 많이 울었다는

고백에 마음아팠던 것이 조금 치유되는 것 같다.

 

난 교회를 다니지 않는다. 하지만 하느님의 존재는 믿는다.

그녀처럼 기도하거나 하느님의 음성을 들은 경험은 없지만 그녀의 다소 황당해보일수도 있는 고백들을 나는

믿는다. 그녀의 지성이 혹은 작가로서의 양심이 신뢰로 이끌었다기보다 많이 읽은 사람으로서 적어도 그녀의

고백들은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오래전 왜 하느님은 우리를 사랑하신다면서 시련을 주시냐는 '빙점'의 작가 미우라 아야꼬의 절규에 하느님은

너를 통해 나를 드러내보이기 위해서이다...라고 응답을 받았다는 말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사랑한다면 무조건 복을 줘야지..역시 너무 평탄한 삶에서 신의 존재는 미미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시련을 통해..극복의 시간을 통해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이 신의 모습인 모양이다.

 

그녀가 작품을 쓰기위해 혹은 신을 만나기 위해 여러나라의 수도원을 방문하고 감사하는 이야기는 참 행복하게

느껴진다. 특히 부침이 많았던 여자로서 이제는 겸허와 감사를 알게되고 하느님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모습들은

부럽게도 느껴진다.

 

이제 그녀도 삶의 후반부를 향하고 있고 그녀의 삶을 흔들었던 아이들도 많이 컸을 것이다.

나는 작가로서 그녀를 사랑하지만 여전히 그녀의 한쪽면에 대쪽처럼 자리잡은 불편함이 아쉽다.

이제는 비난의 댓글에도 연연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말한 것처럼 당당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 적당히 타협하는 삶은 그녀에게 존재하지 않을 것이지만 하느님 앞에 무릎을 꿇은 것처럼 세상을

향한 뾰족뾰족한 칼날은 조금은 접었으면 좋겠다. 글쎄 이런 내 생각이 비겁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런 모습조차 하느님이 예정해놓으신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재능이 돋보이는 작품을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범인이 잡히지 않기를 바라는 추리소설은 처음이었다. 아니 어찌보면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 아니다.

피해자가 있고 가해자를 추적해나가는 추리물과는 확연하게 다른 소설, 굳이 장르를 나누자면 추리물에

속하겠지만 나는 차라리 정의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과연 죄는 미워하되 인간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에 공감을 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의 범인들에게는 이 말도 적용되지 않는다. 분명 살인을 저질렀지만 결코 증오심이 들지 않는다.

곧 서른이 다가오는 백화점 외판부 직원 나오미는 전공을 살려 미술관 큐레이터가 되고 싶었지만 백화점

VIP를 상대로 궂은일까지 처리해야 하는 처지로 살아가고 있다.

온갖 요구를 다하는 손님의 뒤치닥을 해주며 고가의 물건을 판매하도록 유도하는 일을 하는 나오미는

약간의 치매끼가 있는 고령의 여사를 접대하게 되고 그녀의 은행거래까지 도와주게 된다.

 

한편 나오미의 가장 친한 친구로 은행원과 결혼한 가나코는 신혼이지만 남편의 폭력에 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못하고 은둔형 인간이 되어가고 있던 중 나오미의 갑작스런 방문으로 들키고 만다.

그동안 셀수도 없이 많은 폭력에 시달렸고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알게된 나오미는 자신의

아버지 역시 어머니를 폭행하는 가장으로서 어린시절의 그 기억이 평생 트라우마로 존재하고 있었다.

반항할줄도 모르고 체념해버린 가나코의 모습에 울분을 느낀 나오미는 가나코의 남편을 살해하기로 마음먹는다.

 

마침 VIP행사중에 시계를 훔쳐간 중국여자를 알게되고 뻔뻔한 도둑이지만 의외로 그녀의 배짱과 인간성에 매료되어

그녀에게 조언을 얻기도 하고 살인을 결심한 이후 시체처리를 위해 그녀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그렇게 준비를 착착 진행하면서 나오미는 가나코를 설득하여 같이 살해를 할 계획을 세운다.

시체를 묻을 외진곳을 물색하고 미리 구덩이를 파놓는 등 두 여자는 치밀한 계획을 세웠고 결국 남편을 살해하고 만다.

 

하지만 그녀들의 범행에는 많은 함정이 있었음을 알게된다.

오빠의 실종에 의심을 품은 가나코의 시누이 요코가 그녀들의 뒤를 쫒기 시작하면서 곳곳헤 헛점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시체를 엘리베이터로 나르는 모습이 CCTV에 찍혔고 가나코의 남편을 빼닮은 중국남자를 이용하면서 곳곳에 흔적을

만들었던 것이다. 과연 이 두여자의 범행은 밝혀질 것인가.

 

가정폭력문제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요즘도 심심치않게 뉴스를 통해 보도되고 있고 가정붕괴는 물론

살인으로까지 비화되는 것을 보게된다. 단지 부부간의 문제라는 이유로 무관심했던 결과가 끔찍한 살인으로 이어진 것이다.

오랫동안 가정폭력에 길들여지면 피해자는 체념과 공포를 오가면서 스스로 벗어날 힘을 잃게 된다고 한다.

가나코는 친구 나오미의 도움으로 남편의 폭력에서는 해방이 되었지만 범죄임을 눈치챈 요코의 손아귀에서는 과연 벗어날 수

있을까. 요코의 추적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읽는 나도 가슴이 조여드는 것같은 긴장감이 절로 느껴졌다.

 

어찌됐든 사람을 죽였으니 가나코와 나오미는 죄인인 것일까.

역시 한 번도 독자를 실망시킨 적이 없었던 작가 오쿠다 히데오는 늘 사회적인 문제를 소재로 삼아 독자에게 문제를 던지는

방식을 잊지 않는다. 누가 그녀들에게 돌을 던질 것인가.

가나코와 나오미의 범행을 눈치챈 요코가 경찰보다 발빠르게 그녀들을 압박해들어오는 마지막 부분의 추격전은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요코의 손아귀를 벗어나 가나코와 나오미는 무사히 자신들의 낙원으로 도망갈 수 있을지...

 

몇 시간만에 읽어지는 속도 빠른 소설이었다. 역시 오쿠다 히데오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녕, 존 -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책고래마을
정림 글.그림 / 책고래 / 201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려서 개에게 물려 크게 놀랐던 나는 개를 보면 온몸이 떨리는 것같이 무섭기만 했습니다.

시골에 내려와 텃밭을 가꾸는 일상에서 우연히 내 집에 찾아든 진돗개 한 마리가 이런 내 무서움증을 없애주었습니다. 올 때는 정말 자그마했는데 잠깐 사이에 훌쩍 커버려서 이제는 목줄을 쥐고도 내가 끌려 다닐 지경입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우리집 뚱이가 처음 오던날이 떠오릅니다.

 

 

자전거를 탄 이 귀여운 소년이 이 책의 주인공인 것 같습니다.

이제 1학년 쯤 된 소년이 멀리 바다건너 할머니댁에 있는 강아지 존에게 편지를 썼네요.

 

 

이제 열밤이 지나면 겨울방학이 시작되고 소년은 엄마와 아빠와 함께 할머니댁을 가기로 했답니다.

작년 겨울 방학에 처음 만났던 강아지 존이 그리워 매일 생각했다면서 지금은 자기만큼 컸다는데 맞냐고 물어봅니다.

  

존과 함께 공놀이를 하기 위해 공도 준비하고 그림책도 챙겨두었답니다. 아마도 무척이나 즐거운 만남이 될 것 같네요. 더구나 깜짝 놀랄 비밀 선물도 있다니 저도 궁금해집니다.

 

 

소년은 받아쓰기도 잘하고 글씨도 또박또박 잘쓰는 착한 아이인 것 같습니다.

어느 나라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림속에 이국적인 모자를 보니 동남아의 어느 나라가 아닐까 싶습니다.

할머니께 드릴 선물 가방이 세 개에 짐도 한 가득입니다. 1년 만에 다시 가보는 할머니의 나라에 가지고 갈 선물이 그리움만큼이나 가득합니다.

 

 

사실 강아지 존은 글씨를 읽을 수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소년은 또박또박 예쁜 글씨로 존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곧 만나러 갈테니 할머니를 잘 지켜드리라는 마지막 인사를 보니 얼마나 의젓한지 모르겠습니다.

 

편지봉투에는 구리시의 어느 아파트 주소가 있고...글쎄요. 받는 사람에는 누구의 이름을 썼을까요?

생각만 해도 미소가 절로 떠오릅니다.

할머니댁에 갈 생각에 작년에 만나 품에 꼭 안고 잠들었던 강아지 존을 만날 생각에 설레이는 소년의 마음이 잘 느껴졌습니다. 1년 여만에 다시 할머니를 뵈러 갈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요.

우리나라로 건너와 살고 있는 이민자들은 사실 이렇게 자주 고향에 가기 어렵다고 하네요.

선물도 저렇게 가득 살만큼 생활도 어려워보이지 않아 더욱 든든합니다.

소년이 내내 저렇게 예쁜 마음으로 존과 오랫동안 우정을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안녕 존, 그리고 아이야 잘지내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방 소멸 - 인구감소로 연쇄붕괴하는 도시와 지방의 생존전략
마스다 히로야 지음, 김정환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구감소가 큰 문제가 되는 시대가 되었다. 오래전 베이비붐 세대에 태어난 나로서는 '하나만 낳아 잘살자'라던가 '무턱대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면한다'라는 표어가 익숙할 만큼 인구폭발을 경험했다.

하지만 지금 결혼자체도 줄어든데다 아이를 낳지 않다 보니 분명 미래의 어느 날에는 인구감소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얼핏 인구가 감소하면 환경도 좋아지고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그 문제는 상상을 초월한다.

2014년 일본에서 발간되어 큰 화제를 일으켰던 이 책이 왜 다시 화제에 올랐는지 생각해보자.

여러방면에서 싫든 좋든 가깝고도 먼 이웃 일본의 전철을 따라갈 수 밖에 없었던 우리로서는 강건너 불구경이 될 수 만은 없는 바로 우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실 '지방소멸'이라는 단어가 나처럼 절절하게 다가오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5년 전 지방의 작은 도시로 귀촌을 했던 나로서는 실제 급격한 인구의 감소에 따른 여러가지 부작용들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다루었지만 현재 지방의 나이를 따져본다면 분명 대도시보다 훨씬 노화되어 있다.

젊은 세대들이 모두 도시로 향하고 노인들만 남다시피한 시골은 결코 젊은 세대들이 환호할 만한 조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일자리는 물론 의료시설이며 편의시설들이 거의 없거나 너무 적어서 삶의 질이 떨어진다.

하루종일 밭일을 하는 노인들이 사라지고 나면 그 땅을 일굴 사람이 과연 남아 있을 것인가.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도 도시의 인구를 유입하기 위해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효과는 거의 미미한 수준이다.

세수가 줄어들고 결국 주민들에게 돌려줄 편의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금보다 더 늙어지면 노인정책을 잘 수행하는 돈많은 지자제로 이주를 해야하지 않을까 고민중이다.

 

 

이 책에서는 일본의 경우를 들어 지방자치단체의 소멸 가능성을 예측했지만 우리나라의 실정도 분명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전 세기를 걸쳐 가장 큰 번영을 누렸던 유럽이 쇠퇴하게 된 계기가 바로 인구의 노화였고 출산율의 저하였다.

한 때 인구폭발의 진원지였던 아시아권의 나라들도 이제 인구감소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의 인구가 감소한 이유는 단순히 결혼연령이 높아지고 결혼을 기피하는 세대의 도래를 포함하여 사회정책의 부재에 따른 것이 더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아이를 많이 낳기 위해서는 일하는 여성에게 보육의 고민을 줄여주고 지원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하지만 아이를 키워줄 사람이 없어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는 현실에서는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 여성들이 많아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이 책에서는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내는 것뿐만 아니라 해결책에 대한 것도 꼼꼼하게 제시해 놓았다.

일단 노인세대의 증가에 따른 인력재배치 문제나 여성의 사회진출을 유지하면서도 출산을 유도하는 정책들이 그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행정관청이나 대기업의 이주같은 것들이 대안이 되고 있지만 그 것만으로는 지방의 활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크게보아 단순히 지방만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의 미래에 관한 절대 절명의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시급한 문제이다.

 

'지금 당장 인구의 유지및 반전노력을 시작해 그것이 성공(구체적으로는 출산율이 2.1 이상으로 회복)하더라도 그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까지는 20~30년의 시간이 걸리며 그 사이의 인구 감소는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본문중에서

 

시간이 없다는 뜻이다. 도시집중화에 따른 지방공동화 문제는 벌써부터 시작된 셈이고 노령인구를 이끌 견인세대의 감소는 나라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단순히 젊은 세대의 일자리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아이를 낳고 싶은 정책' 혹은 '도시못지 않은 지방정책'들을 발굴하여 인구증가및 효과적인 분산계획을 시작해야 한다.

국회에서 자기 밥그릇이나 챙기느라 쌈박질이나 하는 국회의원들에게 이 책을 강제로 읽히고 싶다.

지금 시작해도 이미 늦은 감이 없긴 하지만 하지 않거나 못하는 것보다는 지금이라도 얼른 문제를 인식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이 책이 왜 큰 반향을 일으켰는지 공감이 되었던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샤이닝 걸스
로렌 뷰키스 지음, 문은실 옮김 / 단숨 / 201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기전 먼저 멀미약을 먹기를 권한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여행에 정신을 똑바로 차리기 위해서이다.

몇 년전 시간여행자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한창 인기를 모았었다. 내가 가보지 못했던 시공간을 넘다드는 여행은 얼마나 설레는 일일까. 하지만 연쇄살인마 하퍼와 함께 하는 여행은 끔찍하고 분노스럽기만 하다.

 

 

하퍼 커티스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돌아온 밑바닥 날품팔이꾼이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시비끝에 살인을 저지르고 시카고 우범지대를 헤매다가 우연히 들어갔던 집이 바로 '더 하우스'였다.

인기리에 방영했던 영국의 '닥터후'를 연상하면 되겠다. 닥터후가 우체통에 들어가 시간여행을 하는 것처럼 하퍼는 이 '더 하우스'에서 시간여행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의 여행은 범상치 않은 '살인여행'이었다.

 

책을 반 넘어 읽을 때까지도 하퍼가 저지르는 살인시기가 70여 년에 걸친 시간표가 나열되어 있어 도대체 그의 현재 나이가 어떻게 되길래 70여 년에 걸친 살인을 저지른다 말인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퍼는 아름답게 빛나는 소녀들을 찾아내어 그 소녀가 어른이 된후 찾아가 다시 살인을 하는 독특한 살인마이다.

제목의 '샤이닝 걸스'는 바로 하퍼의 먹잇감이 되었던 빛나는 소녀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하퍼의 손에 죽어간 소녀들에게 공통점은 없었다. 단지 하퍼의 눈에 빛나게 보였을 뿐이었다.

어린 소녀의 뒤를 쫓아가 말한다. '다시 오마!'

빛나는 소녀를 발견하고 오랜 세월이 지나 다시 찾아가 살인을 저지는 상상만으로도 그의 아랫도리가 부풀만큼 사이코패스적 성도착자인 하퍼의 살인방식은 끔찍하다.

배를 가르고 내장을 꺼내 흩뿌려놓는 그의 처참한 살인을 들여다보면 구역질이 절로 올라온다. 그렇게 죽어간 여자들에게 하퍼는 선물을 남긴다. 전 피해자에게서 빼앗은 전리품을 다음 피해자에게 넘기는 식이다. 그리고 '더 하우스'의 전시실에 '살인지도'를 그려놓고 마치 하나의 고지를 점평하듯 지도를 완성해나간다.

 

하퍼가 죽이려 했지만 유일하게 죽지 않았던 소녀 커비 마즈라치!

사랑하던 애견 도쿄와 함께 호숫가에 산책을 나갔다가 하퍼에 의해 공격을 받게 된다. 배를 찔리고 마지막 숨이 끊어지지 직전 하퍼의 공격으로 죽어가던 도쿄의 마지막 충성적인 힘으로 겨우 살아난 커비!

그녀는 대학교에 진학하여 신문사에 견습직원으로 일하면서 자신을 죽이려했던 사나이의 정체를 쫓는다.

하지만 그의 뒤를 쫓을 수록 살인현장에 남겨진 선물이 뜻하는 시간은 그녀의 이성을 마비시킨다.

70년대 피해자의 곁에 있던 선물이 80년대 생산된 것이라니....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하퍼는 자신이 죽였을 것이라고 믿었던 커비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되고 그녀를 다시 죽이기 위해 시간여행을 시작한다.

하퍼의 존재를 쫓는 커비!, 그리고 자신을 쫓는 커비를 죽이기 위해 다시 돌아온 하퍼의 대결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아주 독특한 소재의 스릴러물인 '샤이닝 걸스'는 일반적 스릴러보다 긴장감이 더하진 않다.

시공간을 넘다드는 살인에 다소 혼란스럽고 과거와 현재를 이어가며 소녀들을 방문하는 장면들을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마지막 하퍼와 커비의 대결은 영화의 한장면처럼 생생하고 긴박하다.

문제는 하퍼같은 연쇄살인마가 현실에 너무나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막바지 더위를 날리는 빛나는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