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의 메아리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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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연안의 스카이 섬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던 버지니아는 섬에 있는 자신의 별장에서 잠깐 가사도우미로 일했던 독일인 여자 리비아 모어의 배가 선박충돌로 침몰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세계일주가 꿈이었던 남편과 함께 요트로 여행중이었던 리비아와 그녀의 남편 나타는 졸지에 전재산인 요트를 잃고 무일푼의 절망에 빠지게 된다.  버지니아는 잠시나마 자신의 집에서 일했던 리비아의 처지를 불쌍하게 여겨 그녀에게 자신을 옷을 주고 일이 해결될 때까지 별장에 머물게 한다.

버지니아의 남편 프레데릭은 성공한 은행가로 부와 지성을 지닌 인물이지만 별장을 찾아온 나탄을 보는 순간 거부감이 들면서 불길함을 느끼게 된다.

 


은행이 있는 런던을 떠나 킹스린의 저택에서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하던 버지니아는 나탄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이상한 매력에 매료되면서 오랫동안 자신을 억눌러왔던 자유와 쾌락이 깨어나는 것을 느낀다.

한편 킹스린 일대에서는 어린 여자아이들이 연쇄적으로 사라져 시신으로 발견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

스카이 섬에서 휴가를 마치고 킹스런의 저택으로 돌아온 버지니아는 갑작스러운 나탄의 등장에 당황하게 된다.

갑작스런 사고에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리비아를 병원에 입원시키려고 섬을 떠났다고 하지만 어떻게 킹스런의 주소를 알아내어 들이닥쳤을까. 사실 나탄은 섬의 별장에서 버지니아의 젊었을 때 사진을 보게되고 우편물에 있던 주소를 알아내어 버지니아에게 접근했던 것이다. 무일푼인 그는 뻔뻔스럽게도 돈을 빌려달라고 하고 버지니아의 그늘을 캐치하여 그녀의 오랜 기

억들을 깨운다. 오래전 버지니아는 자유분망한 삶을 살았고 이종사촌이었던 마이클과는 동거까지 하는 등 지금의 차분한 모습과는 상반된 삶을 살았었다. 많은 남자들과 마리화나를 피우고 성관계를 갖는 등 난잡한 생활을 하고 심지어 유부남과 깊은 관계를 맺기도 했다.

어려서 친남매처럼 자란 마이클은 버지니아가 자신의 유일한 여자라고 믿고 그녀에게 청혼하지만 버지니아의 마음은 이미 마이클을 떠나 있었다.


언제 이별통보를 할까 고민 하던중 버지니아와 마이클이 사는 이웃의 소년 토미의 갑작스런 사고로 마이클은 버지니아를 떠난다. 그의 집앞에 세워놓았던 차문을 잠가놓지 않아 토미가 차에 올라타 핸드브레이크를 푸는 바람에 교통사고가 났고 토미는 얼마후 죽게 되었다. 사고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믿은 마이클은 심각한 정신충격으로 모든 생활을 접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마이클과 헤어지려던 버지니아는 그 후 공황장애를 겪게 되고 그즈음 나타난 프레데릭을 만나

결혼을 했던 것이다. 마이클의 갑작스런 이별이 버지니아에게 충격을 준 것일까.

사실 이 사건은 버지니아만 알고 있는 비밀이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야 그 비밀이 밝혀진다.


자신에게 헌신적이고 모범적인 남편 프레데릭을 배신하고 나탄의 성적인 매력에 빠져버린 버지니아!

그리고 연쇄적으로 사라지는 여자 아이들! 두 사건이 얽히면서 과연 연쇄살인범이 누구인지를 대입하게 된다.

뻔뻔하고 사깃꾼 냄새가 솔솔 풍기는 나탄이 범인일까? 아니면 남편 프레데릭이?


버지니아의 과거에 숨겨진 비밀이 그녀의 삶을 어둡게 했다. 스스로를 감옥같은 저택에 가두어놓고 과거를 지우려했던 버지니아는 나탄을 만나 숨어있던 자신의 끼를 다시 드러내놓게 된다.

나탄과 불륜을 저지르는 동안 사라진 딸 킴은 과연 연쇄살인범에게 납치된 것일까.

버지니아는 자신의 죄로 인해 사람이 죽어간다고 생각한다. '죄의 메아리'라는 제목은 바로 버지니아가 치뤄야 할 죄의 댓가가 아니었을까.

불꽃같은 사랑으로 만나 결혼을 한 것은 아니지만  나탄이라는 믿을 수 없는 사람에게 자신을 던지고 남편을 배신하는 버지니아의 행동에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리 남자가 좋다지만 딸을 잊을 정도로 몰입하다니..

버지니아의 과거의 비밀을 알게되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만 인간의 내면에 숨어있는 욕망이 무섭게 다가온다.

연쇄살인범이 의외로 너무 가까운데 있었고 배신으로 자신을 괴롭혔던 아내 버지니아에게 손을 내미는 프레데릭의 배려가 진정한 사랑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책을 덮었다.

한 편의 영화로 만들어져도 좋을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독일인 이면서도 영국의 독특한 분위기를 제대로 살려낸 작가의 구성이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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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부자 16인의 이야기 - 조선의 화식(貨殖)열전
이수광 지음 / 스타리치북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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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부자는 하늘이 내고 작은 부자는 사람이 낸다'는 말이 있다.

조선의 역사에 큰부자로 이름을 남긴 16인의 이야기를 보면서 과연 이들이 하늘에서 낸 부자인지 생각해본다.

 

팔자소관에 '부(富)가 있다고 해도 가만히 앉아 있었다면 그 부를 가질 수 있었을까.

 

여주 선비 허흥의 이야기를 보면서 양반이지만 과감하게 벼슬길을 포기하고 돈을 벌기 위해 뛰어든 그의 선택과 노력이 그저 '하늘에서 낸 부자'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단지 양반이라는 이유로 서책이나 끼고 앉아 배고픔에 시달리기 보다는 실리를 취한 그의 대범한 성격이나 겨우 보리죽 두 그릇을 끓여 한 그릇은 여종에게 주고 부부는 한 그릇을 나누어 먹으면서 돈을 모은 그의 의지는 그저 하늘의 뜻대로 부자가 되었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기장인인 한순계는 학자의 기상을 지닌 선비였지만 유기그릇의 매력에 빠져 스스로 장인의 경지에 오른 인물이다.

 

조선시대는 알다시피 '사농공상'의 순서대로 직업의 귀천을 구분지었다. 한순계는 천하게 여기던 유기장인이지만 선비의 품위를 잃지 않았을 뿐만아니라 자신의 그릇을 사기위해 긴줄을 설 만큼 수요가 많았음에도 자신으로 인해 장사를 하지 못하는 이웃의 유기장들을 보호하기 위해 문을 닫을만큼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내 어찌 이익을 독점하겠는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을 실천했던 경주 최부자처럼 한계순역시 진정한 부자인 셈이다.

 

'재산을 만 석이상 모으지 마라, 사방 백 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가훈을 실천했던 경주 최부자의 정신이 이 시대 부자에게도 전해져 나눔의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부자는 3대를 못간다'는 말이 있듯 경주 부자 김기연은 선대로 부터 물려받은 부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나름 돈을 벌어보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선천적으로 지독하지 못하고 퍼주기만 한 그가 부자가 된 이유는 동화처럼 재미있기만 하다. 자신이 묵었던 주막옆에 아이를 안고 구걸을 하고 있던 여자에게 20냥을 쥐어주었고 주막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선처를 부탁하고 고향으로 내려간 김기연은 결국 집안을 거널내고 짚신장사로 연명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20냥을 건넸던 여인이 총명했던지 주막에 들르는 상인들이 정보를 이용하여 큰 부자가 되었고 결국 은인이었던 김기연을 찾아가 자신이 모았던 돈을 건네고 그의 첩이 되었다.

 

김기연의 경우는 자신의 노력으로 부를 이뤘다기 보다는 그의 선함으로 인해 부를 되찾은 경우라고 하겠다.

 

 

 

 

 

 

조선시대에는 부를 이야기하는 것을 경멸하고 부자를 천시하는 풍조가 있었기 때문에 부자가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저 책이나 읽고 벼슬을 하는 길이 최선이라고 믿었던 시대에 부를 일군 부자들은 남들보다 시대를 읽는 눈이 있었던 셈이다. 저자의 말마따나 조선이 좀더 일찍 실리를 알고 부를 키웠더라면 후에 역사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쌓기만 하고 나누지 못하는 '부(富)'는 진정한 부가 아님을 다시 깨닫게 된다.

 

후일 이 시대의 부자로 이름을 올릴 사람은 누구일까. 경주최부자처럼 진정한 부자로 이름을 남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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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부랑 할머니는 어디 갔을까? - 제4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유영소 지음, 김혜란 그림 / 샘터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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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갯길을 꼬부랑 꼬부랑 넘어가고 있네~~

어려서 부르던 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지는 동화입니다.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열두고개를 넘어 오두막에 도착합니다. 왜 고개를 넘어 오두막에 와야 했는지는 모르겠어요.

오두막은 사람도 보이지 않고 아궁이엔 찬바람만 휑하고 부뚜막은 먼지가 그득합니다.

배가 고팠던 꼬부랑 할머니는 겨우 불을 지피고 물을 끓이고 있는데 갑자기 떡을 잔뜩해가지고 온 김부자가 들어섭니다.

뒤를 이어 곽떡꾹이란 사람은 국거리할 소고기를 가지고 오고 지단을 부칠 달걀도깨비가 도착합니다.

이렇게 모아진 떡과 고기로 떡국을 끓여 먹고 있는데 다람쥐는 알밤을, 밤골 땡이 할머니는 한과를 여우는 말린 버섯을, 약방 아저씨는 말린 박대를 들고 나타납니다.


떡국을 먹고 있던 꼬부랑 할머니는

'이노무 할망구 대체 뭔 짓을 하고 살았기에 이렇게 손님이 자꾸만 찾아오누...'

하고 짜증을 냅니다. 배는 고픈데 아직 떡국을 얼마 먹지 못했거든요.

아무리 생각해도 원래 오두막에 살던 꼬부랑 할머니는 모두에게 넉넉한 인심을 베풀었던 모양이네요.

 

 

추측해보건대 이 꼬부랑 할머니는 욕심도 많고 인심 박하게 살아왔던 모양입니다.

산삼이 천 년을 묵으면 어린애로 변해서 돌아다닌다는 옛말이 있는데 고 어린것 이름이 바로 메산이라고 하네요.

메산이 제일 좋아하는 장날에 갔다가 흙에 묻힌 애를 구해서 꼬부랑 할머니에게 맡기게 됩니다.

이미 메산이는 눈다친 호랑이 새끼부터 다리부러진 노루까지 벌써 몇 번이나 꼬부랑 할머니에게 맡겼다니 메산이는 마음이 참 착한 산삼이네요. 꼬부랑 할머니는 귀찮기만 합니다.

 


혹시 떡 좋아하는 호랑이 이야기 아시나요? 떡 하나 주면 안잡아먹지..하는 그 이야기요.

꼬부랑 열 두고개를 넘어가던 떡장수 아줌마를 잡아먹지 않으면 맛있는 떡을 해주겠다고 원래 꼬부랑 할머니가 약속을 했다네요. 오두막 울타리 곁에서 입맛을 다시는 호랑이 녀석을 보니 무섭다기 보다는 귀여운데요.

과연 이 호랑이는 꼬부랑 할머니의 떡을 얻어 먹을 수 있을까요?


제가 정말 그리워하는 정채봉작가의 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우리가 알고 있는 동화가 많이 나오네요.

그나저나 정말 원래 오두막에 살던 마음 착한 꼬부랑 할머니는 어디로 갔을까요?

그리고 얼떨결에 그 할머니 역할을 하게된 꼬부랑 할머니는 마음을 고쳐먹고 착하게 살았을까요?

배터지게 먹고 살고 있지만 가짜 노릇하는게 쉬운 일은 아닐텐데 말이죠.

아주 재미있는 동화를 읽으며 잠시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되돌아가봅니다.

동화는 오히려 어른이 되어 읽으니 더 좋은 거 같습니다.

꼬부랑 할머니가 어디로 갔는지 우리 한번 찾아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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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살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5
나카마치 신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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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인줄만 알았던 이 작품이 40여년도 훨씬 전에 쓰여진 작품임을 책 말미에서야 알고 우선 놀라왔다.

일본의 전형적인 미스터리물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세월이 반세기 가량 흐른 지금 읽어도 진부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미스터리의 전형인 반전의 플릇이 다소 억지스럽다는 단점을 빼고는 너무도 성실하게 추리물의 교과서를 보는 듯한 소설이었다.

더구나 사건을 따르는 시선이 두 주인공에 의해 교차되는 기법은 참 탁월하다고 할 수 있겠다.

독자들은 이 두 사람의 시선을 따라가느라 정작 작가가 숨겨둔 트릭을 전혀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나처럼.

 


표지에서 느껴지는 청과 홍의 배색이 이 소설의 특색을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본다. 추리물의 기법상 여러 트릭들이 교차되지만 담백하다고 할까. 미스터리 매니아들 사이에서 왜 '필독서'로 손꼽히는지 책을 덮고 나면 반드시 느껴질 것이다.

신인추리작가 사카이 마사오가 자신의 집에서 추락한 채 발견된다. 사인은 청산가리에 의한 자살로, 엄청난 고통에 못이긴 사카이가 괴로움에 몸부림치다 창밖으로 추락한 것으로 사건은 종결된다.

몇 년전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화려하게 등단한 사카이가 여러해 동안 신작을 내지 못해 괴로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더구나 안에서 문을 잠근 밀실사건이라 타살이라는 혐의점은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의학전문출판사의 편집자이면서 대작가 세가와 고타로의 딸인 아키코는 그의 자실을 믿지 않은 채 홀로 사건을 뒤쫓는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작가의 열망을 간직했지만 지금은 주간지의 '살인 리포트'란에 원고를 써주는 르포작가 쓰쿠미역시 사카이의 자살사건을 취재하던 중 그의 죽음에 의문을 느껴 뒤를 쫓기 시작한다.

 


이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되면서 사카이의 유작인 '7월 7일 오후 7시의 죽음'에 얽힌 비밀이 서서히 밝혀지게 된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사카이는 자신의 마지막 작품의 제목처럼 바로 그날 그 시간에 자살을 했었다.

애인으로 발전한 아키코에게는 머지 않아 거액의 돈이 생길것이라는 이상한 말을 했었고 아키코에게 여행을 가자는 말도 했었다. 아키코는 그런 그가 절대 자실을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고 그가 죽기 얼마전 그의 집에서 마주친 묘령의 여성 리쓰코의 행적을 쫓는다. 하지만 리쓰코는 사카이가 죽던 시간 다른 곳에 있었다는 알리바이를 증명해줄 사진으로 의심을 피한다.

그녀가 묵었던 여관에서 촬영된 시계탑의 시간으로도 도저히 사카이의 사건에 개입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키코는 이 시간의 트릭을 멋지게 풀어낸다. 하지만 리쓰코가 사카이를 죽인 범인일까?

 


한편 다른 시선으로 사건을 쫓던 쓰쿠미는 사카이의 유작과 똑같은 작품이 '내일 죽을 수 있다면'이란 이름으로 이미 발표가 되었던 것을 확인하고 사카이가 표절을 했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그 죄책감에 못이겨 자살을 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발표된 작품을 선정하여 발표한 출판사의 부편집장 야나기사와의 수상쩍은 행동에 주목하게 된다.

오래전 그의 여동생이 사카이에게 실연을 당해 자살을 했다는 소문이 있었고 복수를 위해 그의 작품을 일부러 발표시키게 한 뒤 표절작가라는 오명을 뒤집어 씌우는 복수를 했다고 짐작하고 그의 행적을 쫓게 된다.


사카이의 죽음에 각기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는 두 사람, 아키코와 쓰쿠미!

결국 한 점에서 만날 것이란 예상은 보기좋게 깨져버린다. 물론 두 사람은 각기 사카이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풀어내기는 한다. 하지만 독자들은 그의 죽음에 얽힌 비밀이 벗겨지는 순간 작가에서 철저하게 농락당했다는 것을 알고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작가 '나카마치 신'은 흔히 범인들이 방패처럼 내세우는 시간의 알리바이를 도입하고 또한 보기좋게 깨 부서버린다.

누이동생의 자살에 원한이 있었던 야나기사와의 알리바이역시 당시 전화선의 특성을 이용하여 복선을 깐 후 한자의 배열을 이용한 단어트릭에서도 멋지게 성공한다.

더구나 사건을 쫓던 주인공이 살인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는 방식은 다소 충격스럽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다소 황당한 진실을 접하는 순간 좀 아쉽다는 생각도 금할 수 없다.

작가 자신이 젊은 시절 추리물의 대가 아가사크리스티나 앨러리 퀸같은 작가에 열광했다고 하듯 추리물의 전형을 보여준 이 작품이 많은 미스터리물의 작가들에게 또 하나의 교과서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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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지르지 않고 아이 키우기 - 화내고 야단치는 부모에서 아이와 함께 커가는 부모로
핼 에드워드 렁켈 지음, 김양미 옮김 / 샘터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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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워 본 부모들은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눈이 번쩍 떠졌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고상하고 사랑이 넘치는 성격을 지닌 부모라도 소리 지르지 않고 아이를 키우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이들이 둘이라면 그리고 아들들이라면 그 어려움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어느 부모가 화를 내면서 야단을 치고 소리를 지르고 싶을까.

하지만 천방지축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을 고상하게(?)키우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인간관계 전문가인 저자의 아이키우기는 어떤 모습일까. 아이들이 어렸을 때 와플을 먹으로 식당에 갔다가 천방지축 아이들에게 결국 소리를 지르는 에피소드를 보면서 전문가도 어쩔 수 없구나 하면서 웃음이 나왔다.

사실 아이를 낳고 제대로 키워낸다는 것은 '부모학교'에 입학하여 좋은 학점으로 졸업을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상대가 조신한 책이 아니라 럭비공같이 무서운 존재인지라 좋은 학점으로 졸업하기란 결코 쉽지 않지만 말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부모들은 아이를 존중하기 보다는 소유한다는 개념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의 사생활을 존중한다'는 귀절을 보면 다소 어리둥절 할지도 모른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이가 자신의 방에서 문을 걸어 잠그는 순간 '아 이제 이 아이가 내품에서 떠나는구나'하는 상실감이 느껴지게 된다.

고작 문 하나를 닫았을 뿐인데 말이다. 그 거리는 태양과 지구의 거리만큼이나 멀게 느껴지고 아이가 하나의 개체가 되어 날아가는 것만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은 이별의 준비를 늘 해두어야 한다.

 


참 요즘 아이들 정리정돈에 내짐 남의집 아이 상관없이 꽝이다. 쓰레기장인지 방인지 모를 정도로 엉망인 방을 보고도 불안해하지 말라니...잔소리를 하지 않으면 언젠가 스스로 정리하는 기적을 보여줄 것인가.

때로는 서양의 양육법과 충돌이 되어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하지만 분명 독립적인 사고는 보장이 될 것 같다.


나는 참 행복하게도 아이들이 너무 순했고 소리 지를 일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아이들이 사춘기 무렵 질풍노도의 절정을 보여주어 너무나 힘든 순간이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가 아무리 순해서 소리지를 일이 없었다해도 언제가 터질 폭탄을 미리 대비했어야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해결해나가는 법을 가르쳐준다든지 무조건적인 복종보다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법등을  익혔더라면 너무 늦게 다가온 폭풍은 피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인내와 대화가 최선임은 다시 깨닫게 된다.

이제 내 아이의 아이를 키워야 할 나이가 되고보니 진작 이 책을 만나지 못한 것이 무척이나 아쉽다.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딸아이가 언제가 부모가 되는 날 조용히 손에 쥐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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