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축일기 - 어쩌다 내가 회사의 가축이 됐을까
강백수 지음 / 꼼지락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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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작가 김훈은 '밥벌이의 지겨움'이란 글을 썼다. 가장이 되어 가족을 생계를

책임지든 자신을 위해서든 이른 바 '밥벌이'는 해야하는데 이 시대엔 그것도 만만치 않다.

'5년 전 나의 장래 희망은 출근을 하는 것이었다. 지금 나의 장래 희망은 출근을 안 하는 것이다.'

-본문중에서-

새장 밖의 새들은 새장을 그리워하고 새장에 갇힌 새들은 자유를 갈망한다. 태반이 백수인

청년들에게 이 말은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가 될지도 모른다. 매일 같은 곳을 향해 출근을 그 풍경이 그리운 이들이 더 많은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수많은 직장인들은 언젠가 출근을 안하는 시간이 도래하길 바란다.

아니 출근을 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는 그런 날을 그리워한다.

'사축일기'라는 제목처럼 마치 동물처럼 사육되는 직장인들의 고뇌가 잘 그려진 작품이다.

 

 

직장인들의 상당수는 우울증을 앓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울증이란 오히려 완벽주의자들에게 더 많이 나타나는 증상이라는데 완벽함을 요구하는 직장사회에서 견뎌내는 것은 산에서 득도하는 일만큼이나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스펙이란 스펙은 다 땄더니 결국 폭탄주나 말고 있는 자신이 한심하더라는 얘기며 일 잘하는 우수사원보다 두루두루 적당히 사교성 좋은 사원들이 살아남기 더 쉽더라는 얘기가 가슴에 와 닿는다.

 

 

후배들의 실적을 가로채는 상사도 부지기수이고 사람대접 안해주는 상사도 부지기수이다.

'팀장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십시오. 분명 그러실 겁니다. 욕 먹으면 오래 산다지요'라고 일갈하는 직장인의 한숨이 절로 들려오는 듯하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은 이런 직장에서 목을 매고 살아가고 있다.

굴욕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몰랐던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주는 선배를 만날 수도 있고 형제애나 동지애가 팍팍 느껴지는 집단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아침에 5분만 더, 5분만 더를 외치며 오늘도 같은 곳을 향하는 수많은 직장인들에게 잠시 희열을 선사하는 책이 될 것같다. 오징어 대신 이 책을 잘근잘근 씹으며 소주한잔 하면 어떨까.

묵었던 화가 확 풀어질 지어다. 싫어도 피곤해도 오늘도 내일도 직장으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이여 힘을 낼 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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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없는 나라 - 제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이광재 지음 / 다산책방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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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호시탐탐 조선을 넘보던 시절 의로운 백성들이 들고 있어섰다.

가진 것이라곤 죽창이요 낡은 총 몇자루가 전부였지만 의로 뭉친 백성들의 함성은 뜨거웠다.

그 맨 앞 우두머리였던 사내를 우리는 녹두장군이라 불렀다.

 

 

조선이 백성의 것이 아닌 그 시절, 궁궐에는 일제의 앞잡이들이 하나 둘 자리를 꿰어차고 있었고 한 때 천하를 호령하던 대원군은 뒷방 늙은이가 되어 기울어가는 조선의 마지막을 쓸쓸히 지켜보던 그 때.

분연히 일어나 조선을 지키려했던 농민들은 녹두장군 휘하에 모여들었고 그들은 그렇게 관군들과 전투를 벌인다.

누가 보아도 승산은 이미 바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죽을자리를 보고도 달려들 수밖에 없는 숙명을 지닌 자들의 고독한 싸움은 눈물겹기만 하다.

 

이미 세상을 버린 아내는 그렇다치고 성혼을 한 큰 딸자식도 그렇다치고 아직 혼례도 올리지못한 갑례라는 딸을 두고도 전봉준은 죽을 자리로 뛰어든다. 그런 아비를 둔 갑례는 언젠가 주검으로 발견될 아비와 연인을 위해 표식을 새긴 목도장을 쥐어주었더랬다. 조선의 백성들은 죽으러가는 지아비를 아들을 그렇게 내어주면서 어떤 미래를 그렸을까.

 

찬바람이 서슬하고 비도 추적거리는 가을 밤 길을 걸으면서 눈길을 헤치며 관군을 피해 도망가던 동학군, 아니 우리 백성들을

떠올렸다. 마땅한 신발은 있었을 것인가. 찬바람 막을 옷가지는 또 어떻고. 이미 죽음을 예감한 그들의 행로는 자유를 향한 외침...그리고 숙명을 향한 마지막 발걸음이었으리라.

 

다시금 국권을 찾으려는 대원군의 마지막 안간힘과 전봉준의 의는 서로 그렇게 맞아 떨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이미 대세는 일본에게로 기울어 망국의 기운이 창궐하는데...그나마 녹두의 봉기가 없었더라면 조선의 의로움을 일제는 알기나 했을것인가.

그리고 그를 따랐던 수많은 백성들의 잊혀진 이름을 이 소설은 되살렸다.

이름모를 산골에서 들판에서 죽어간 그들은 언젠가 자신의 이름을 불러줄 것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이 땅위에 흩뿌려진 그들의 피가 이 나라를 일으켰다. 분명 그 때는 그들의 피가 고귀하였음을 알지 못했으리라.

쌍도치라 불렸던 을개란 사내와 관직을 버리고 동학군이 된 이철래와 또 그들을 사랑했던 여인들.

그리고 그들의 아이들이 자라 이 땅위에 역사가 되었다.

고독한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면서 자꾸 가슴이 저려왔다. 그리고 작가가 고른 언어가 조금은 어렵기도 하였다.

그래도 내가 그들을 기억하고 이름을 불러주어야 그들의 죽음이 고귀해질 것만 같아 자꾸 되뇌어보았다. 작가의 오랜 노고가 고스란히 전해진 소중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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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팽창 스토리 살롱 Story Salon 3
구보 미스미 지음, 권남희 옮김 / 레드박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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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아홉이란 나이는 뭔가 불안하다. 끝나가는 20대에 대한 아쉬움과 30대를 바라보는 불안함이 교차하면서 자신이 서있는 위치에 대해 돌아보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 시간에 서있는 미히로는 고등학교때부터 사귄 게이스케와 결혼을 전제로 한집에 살고 있다.

이미 쇠락해버린 상점가에서 같이 자란 게이스케와 그의 동생 유타에게는 사랑이라는 감정보다는 가족같은 친밀감이 더 많았다. 그래서일까 한창 젊은 게이스케는 미히로를 여자라기 보다는 편한 동반자같이 바라본다.

 

 사실 미히로의 나이정도에 육체경험이 있는 여성이라면 한창 섹스에 대한 욕망이 커지는 시기이다.

그런 욕망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게이스케를 바라보는 미히로는 갈증만 커져간다.

특히 배란기에 찾아오는 그 열망이라니...가부장적인 시선으로 본다면 무슨 음탕한 소리인가 싶겠지만 지극히 정상적인 몸의 언어일 뿐이다.

 

 사실 게이스케의 동생 유타는 어린시절부터 미히로를 좋아했었다. 형의 여자가 되어 멀리서 바라보고 있지만 마음은 여전히 뜨겁기만 하다. 어린시절 미히로와 유토가 테이블밑에서 다리장난을 하고 있을 때 "이런 음란한 년!"이라고 소리쳤었다. 흐미 젊은 남자와 도망갔다 다시 돌아온 엄마는 정숙한 여인이고?

 

  

한 형제가 한 여자를 바라보는 시선과 그들의 아버지가 벌이는 끊임없는 바람끼.

끊임없이 달아오르는 육체의 욕망이 더러운 엄마의 피때문이 아닐까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갈증에 시달리는 성숙한 여인네의 이야기가 가슴에 와닿는다.

결국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유타와 하룻밤을 보내는 미히로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어린 시절 부모의 삶이 후에 자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돌아보게 된다.

우리사회의 통념으로 보면 한 형제와 섹스를 하게된 미히로의 행동을 질타하겠지만 이 작품은

성에 대해 아주 솔직하고 섬세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일본소설다운 느낌을 받는다. 성에 대해선 확실히 우리보다 유연한 사회라는 것을.  다소 파격적인 소재를 다루는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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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공유 - 최고의 의사결정을 위한 크라우드소싱의 힘
리오르 조레프 지음, 박종성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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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세를 하려면 흔히 '빽'이 있어야 한다고들 말한다. 말하자면 백그라운드가 빵빵해야 성공으로 가는 산을 쉽게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도 있지만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들과 출발선이 같을 수는 없다.

그저 더 열심히 남보다 더 노력하고 뛰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달라졌다. 손에 쥐고 있는 산뜻한 스마트폰 하나가 천군만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하철에서든 거리에서든 거의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소통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 조그만 스마트폰속에 지구를 넘어 우주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마이크로 소프트사에서 마케팅 매니저로 근무했던 저자가 쓴 이 책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천만대군을 얻어 전쟁터에서 승리하는 법-이를테면 현대판 손자병법같다고나 할까-을 알려주고 있다.

 

 

자신과 네트워크를 맺고 소통하는 친구들을 '크라우드'라고 정의하고 그들과 생각을 공유하는 방법과 장단점을 알게되면 정말 놀라운 결과들이 나올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던 저자는 대 마이크로 소프트사에 입사하여 아주 많은 것을 누리고 있었다.

하지만 마흔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어느 날, 문득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고 자신이 이루고자 했던 꿈을 떠올린다.

과연 인생의 중반에 다다른 저자가 이룰 수 있는 꿈은 무엇이었을까.

우연히 친구와 함께 TED강연에 참여하게 되고 자신의 심장이 떨리는 경험을 하게 된 후 그는 TED의 강연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물론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소심한 꿈이었고 자칫 포기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용감하게 자신의 이 소심한 꿈을 크라우드 친구들에게 알리고 엄청난 응원을 받게 된다.

마치 떠밀리듯이 천군만마의 응원을 등에 업고 결국 그는 그가 정의한 '생각공유'의 창시자로 TED 강연의 대가가 되었다.

그의 첫 강연의 주제는 아주 흥미롭다. 누구에게나 '첫경험'은 떨리고 머리속이 하얗게 되는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그는 이 문제를 '생각공유'로 해결한다. 불과 16살 난 오르 사가 군이 제안한 '황소무게 알아맞히기'였다.

이미 100년도 더 지난 옛날 영국의 프리머스 시장에서 황소 무게 알아맞히기 대회가 열렸다. 하지만 아무도 그 무게를 알아맞힌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들이 각각 추측하는 무게를 모두 말하게 한 다음 평균을 냈다.

놀랍게도 이 집단지성은 가축전문가들의 추정치보다 더 정확한 무게를 돌출한다. 결국 비전문가집단의 생각공유가 승리를 거머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생각공유'의 힘이다.

실제 저자는 첫 강연에 황소를 출현시켰고 데뷔무대를 멋지게 성공시켰다. 황소라니 놀랍지 아니한가.

 

 

저자의 친구인 제프는 150kg의 거구인데다 건강에 이상을 느끼고 다이어트를 하기로 결심한다. 하루 5분 이상 운동을 하기에도 버거웠던 그가 '생각공유'를 통해 1년 동안 거의 50kg를 감량하고 했던 이야기는 너무 감동스럽다.

'생각공유란 건, 크라우드의 격려를 받는 다는 건 말이야 그런 달리기 대회에서 군중이 날 응원하는 온갖 깃발과 포스터를 들고 모여 있는 거리 한가운데를 달리는 기분이지...(중략) 길 양쪽에 각각 최소한 다섯 줄로 서있는 사람들이 전부 날 응원한다고 생각해봐. 생각공유를 하는 한 나는 절대 혼자일 수 없네.-본문중에서

뭔가를 결심하고 목표를 향해 첫발을 내 디디려고 할 때 크라우드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응원을 부탁하면 절대 중도에 그만 둘 수 없을 것이다. 그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눈길을 무시하라고?

당장 내 다이어트 계획을 크라우드들에게 알리고 응원을 부탁해봐야겠다.

 

 

'생각공유만 있다면 내가 처치하지 못할 악마는 없다.'

저자가 그동안 경험했던 수많은 일화를 보면서 '병은 여기저기 알리라'는 속담이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5명의 의사도 찾아내지 못했던 자신의 기침 증상이 '백일해'로 밝혀지는 순간 '생각공유'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절로 깨닫게 된다.

 

 

전문가인 의사보다 비전문가인 크라우드들의 경험치가 훨씬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역시 병원을 전전해도 네 살바기 아들 레오의 발열과 발진의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던 엄마 드보라는 역시 생각공유를 통해 가와사키병임을 밝혀낸다. 이 정도면 이제 의사들도 '생각공유'를 통해 진단을 하는 시대가 되는 것이 아닐까.

 

이런 좋은 결과를 돌출하기 위한 '생각공유'의 올바른 방법의 예시가 잘 나와있다.

너무 장황하게 핵심이 흐려지는 질문들을 올리거나 몇몇 특별한 공유자만 소통하는 공간을 함부로 침범하는 일은 위험하다고 조언한다. 실제 저자가 여자들만 공유하는 공간을 넘보다 '머저리 리오르'라는 별명을 얻었다는 일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리쿠르트회사나 리서치회사가 할 일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닐까.

'최고의 의사결정을 위한 크라우드소싱의 힘'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저자의 경험과 통계가 담긴 이 책을 주목해보라.

천군만마를 얻어 전쟁터를 나가는 장군이 되어 승리를 쟁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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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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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피리위만에 위치한 피리위초등학교 학부모들에게 일어난 사건을 따라가는 이 책은 긴 호흡을 가지고 읽어야 할 작품이다. 초긍정 아줌마 매들린은 첫 결혼에 실패하고 에드와 재혼하여 딸 클로에와 아들 프레드를 낳아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비록 전남 인 네이선이 한참이나 어린 여자 보니와 결혼하여 아들 스카이를 낳고 바로 이웃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긴 하지만. 더구나 클로에와 네이선이 같은 반이 되어 어쩔 수 없이 보니부부와 마주칠 일이 많아지긴 했지만 뭐 어떠랴 사는게 다 그렇지 뭐..하는 털털한 매들린이다.

매들린의 절친인 셀레스트는 전진 변호사였고 엄청난 미인이다. 남편 페리는 투자자산 사업가로 성공한 부자였고 잘생긴데다 자상한 멋진 남자다. 이웃들은 이 부부를 가장 이상적인 부부로 알고 있다.

결혼 8년 만에 쌍둥이를 낳아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 부부에게는 치명적인 비밀이 숨겨져 있다.

스물 네 살의 제인은 열 아홉살 때 원 나잇 스탠드의 결과로 생긴 다섯살짜리 아들 지기를 둔 미혼모이다.

그녀의 부모에게도 지기의 친아빠가 누구인지 입을 열지 않았고 얼마전 피리위 해변으로 이사를 왔다.

매들린, 셀레스트, 제인은 단박에 절친이 된다.

 


예비학교에 모임이 있던 날 어린아이중 누군가가 레나타의 딸 아마벨라의 목을 조르는 사건이 터진다.

아마벨라는 그 아이가 제인의 아들 지기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기는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고 한다.

두 아이중 누가 거짓말장이일까.

그 사건으로 피리위초등예비학교의 학부모들은 두 편으로 나뉘게 된다. 제인의 아들 지기를 옹호하는 매들린편과 아마벨라의 엄마 레나타를편으로 갈린 학부모들은 결국 지기를 추방하자는 탄원서를 돌리게 된다.

의리있고 정의로운 매들린은 셀레스트와 힘을 합쳐 제인을 보호하려 한다.

어린 엄마 제인은 열 아홉살 때 아이를 만들었던 하룻밤에 대해 고백한다. 부동산 업자인 '색슨 뱅크스'란 잘 생긴 남자가 지기의 친부라고 밝힌 것이다. 하필 그 '색슨 뱅크스'는 셀레스트의 남편 페리의 사촌형제였다.

이미 딸 셋을 둔 유부남이 어린 여자를 강간하다시피하고 그 일로 임신을 하고 아이가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살고 있다니 매들린과 셀레스트는 경악한다. 그리고 매들린은 제인과의 약속을 져버리고 그 남자에 대해 검색해본다.

사실 제인은 '색슨 뱅크스'와 하룻밤을 보내던 날 호텔방에서 보았던 피리위지역 부동산 광고지를 잊지 못하고 지기를 데리고 피리위지역으로 이사를 했던 것이다. 막연하게나마 지기의 친부를 만날 수도 있다는 기대를 했던 것일까.

 

당시 조금 뚱뚱하고 어리숙했던 제인은 '색슨 뱅크스'가 넌 너무 뚱뚱하고 입냄새가 난다고 소리쳤던 기억을 잊지 못한다.

거의 거식증에 걸리다시피했고 매일 껌을 씹어야 하는 강박증에 시달리게 된다.  물론 다른 남자를 만나보겠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

'여자의 자부심은 전적으로 외모에 있기 때문이에요. 그게 이유에요. 우린 외모 지상주의에 사로잡힌 세상에서 살고 있으니까요.'

제인의 부르짖음은 자신에게 차가운 시선을 던지는 온 세상을 향한 처절한 외침이었다.

 

 

사실 셀레스트는 남편 페리에게 폭행을 당하는 아내였다. 자상하고 멋진 신사인 페리의 이중적인 생활을 견디고 있는

세레스트는 남편의 폭력에 이미 길들여져 있었다. 남편에게 매를 맞으면 마치 자신이 남편보다 위에 서있다는 착각을 하곤 했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남편의 위치가 올라가게 되고 세레스트는 자신도 모르게 페리를 자극하여 폭력을 유도 하기도 했다.

마치 마약에 중독되듯 폭력에 중독된 세레스트는 언젠가 페리를 떠나 독립을 하겠다고 결심한다.  하지만 매 년 열리는 피리위초등학교 퀴즈대회가 열리는 날 페리는 죽고 만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락마다 아마벨라의 목을 조른 지기에 대한 이야기와 베란다에서 일어난 추락사고에 대해 증언을 하는 학부모들의 이야기가 곁들여져 있다. 그 이야기속에 '카더라'라는 소문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준다.

자그마한 불씨가 엄청난 불길이 되어 온 산을 태우듯 사람들의 입소문이 누군가에게 엄청난 상처를 주고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로 남게된다. 특히 어린 미혼모 제인은 자신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지기의 친부에 대해 묘한 그리움을 숨기고 있다. 그리고 그가 남긴 말이 비수가 되어 꽂힌 채 어두운 삶을 살고 있다. 그

리고 아마벨라의 목을 조른 아이가 지기가 아닌 다른 아이임을 밝혀지지만 사람들은 당연히 지기가 아마벨라의 목을 졸랐을 것이라고 믿게 된다.

어린 미혼모의 자식은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되바라졌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돈과 명예와 행복한 삶을 다 누리고 살것 같은 사람들에게도 상처는 있다.

우리는 그저 겉모습으로 모든 걸 판단하는 우를 범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폭력남편의 이중적인 성격은 아이들에게도 전염되고 또한 자신의 삶이 끝나버리고 마는 결말을 맞고 만다.

그 사건의 중심에 있던 사람들은 한 동안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 진술한다.

'죽을 놈이 죽었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딸을 돌보는 보모와 바람이 난 남편을 향한 복수심이, 어린시절 엄마를 폭행했던 아버지를 죽이고 싶었던 딸의 복수심이, 그리고 어린 자신을 강간하다시피하고 임신시켰던 남자에 대한 복수심이, 신사인척 살고 있지만 악마같은 얼굴로 자신을 때리는 남편에 대한 복수심이...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는 것으로 되갚아준 것은 아닐까.


세 여인을 둘러싼 사소한 거짓말과 엄청난 비밀에 대한 이야기를 세심하게 풀어낸 탁월한 심리소설이다.

사건에 대해 서로 해석이 달랐던 주변 인물들의 증언들은 바로 우리 자신들의 모습이었다.

때로는 방관자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엉뚱한 말을 지어내어 상처를 주는 바로 우리들의 모습들.

전작 '허즈번드 시크릿'과는 사뭇 다른 탁월한 심리소실이라고 할 수있다. 다만 속도감이 뒤따르지 못한 점이 다소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지기의 친부에 얽힌 반전이 그 아쉬움을 충분히 달래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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