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떨어진 주소록
팀 라드퍼드 지음, 김학영 옮김 / 샘터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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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은하단, 국부 은하군, 은하수은하, 태양계, 지구, 행성의 북반구, 아시아, 한국의 남단 섬...

현재 내가 속한 우주속의 주소록을 자세하게 기술하지만 이정도가 되지 않을까?

살다보면 가끔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이 지구와 지구가 속해있는 우주에 관해 궁금해지는 것들이 많다.

광활한 우주의 시선으로 본다면 나는 한낱 띠끌만도 못한 존재라는 생각과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그 수많은 시간들을 생각해본다. 아마 우주에 지구라는 행성이 생기고 억겁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땅의 모양은 수없이 달라졌을 것이고 그 속에 속했던 인간들의 모습도 천차만별이었을 것이다.

이 책은 현재 우리 인류가 살고 있는 지구의 주소속에 깃든 문화와 과학, 역사와 지리, 더불어 철학에 이르기까지의 기록을 담고 있다.

 


너무 광할해서 용량이 적은 뇌가 다소 버거워할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간이 시간이 시작된 이후 자신이 속해있는 지표를 표기하는 방법이 진화되어 온 과정과 그 과정에서 흔적을 남긴 사람들의 이야기는 흥미롭기만 하다.

 

 

 영어로 'address'는 '주소'라고 알고 있다. 그 단어의 기원을 보면 오래전 로마제국에서 탄생되었다고 한다.

라틴어 접두사 'ad'는 '~로' 또는 '~를 향해'라는 의미를 갖고 있고 '방향'의 의미가 더한 단어가 조합되어 지금의 '주소'라는 의미가 완성되었다고 한다. 말하자면 '무언가를 향하는 방향'의 뜻이라는 것이다. 아주 그럴듯한 진화의 과정이 재미있다.

 


 

'road'와 'street'의 막연했던 구별도 로드는 어딘가로 이어진 통로로, 스트리트는 양옆으로 집들이 설 수 있도록 존재하는 거리로, 혹은 로드는 마을을 벗어나는 수단으로 스트리트는 마을 사람들을 위한 일종의 편의시설로 차이가 있다고 한다. 무심코 썼던 주소속의 road와 street속에 이런 의미가 있다니 옛사람들의 구획정리가 나름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지표를 구획한 주소의 기원을 살펴보는 일도 흥미롭지만 역사적으로 그 주소, 그 지표에 살다간 수많은 사람들의 흔적을 살펴보는 일도 아주 흥미롭다.

지금 내가 서있는 이 곳에 오래전 누구가가 살았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지금 내가 그 위에

다시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유구한 시간의 엄숙함이 그대로 느껴지지 않는가.

 

 

특히 저자가 현재 살고 있는 잉글랜드의 역사와 사람들의 세밀한 기술에 그의 관심이 남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 책에 엄청난 시간들과 인물들에 대한 정보를 그는 어떻게 취합하고 이 책을 썼는지 그의 열정이 대단함을 알게 된다.


사실 남의 나라 역사와 흔적들이 현재의 나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먼 나라의 불구경일지도 모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아시아의 작은나라 대한민국의 시간과 이 땅에 살다간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리고 현재 이 땅, 이 시간을 살고 있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내가 떠난 후 이 땅에 살게될 누군가를 그려보게 된다. 흔히 영화에서 보는 지구 멸망의 날이 오지 않는 한 우주의 한 조각인 지구에는 인간이 구획을 정해놓은 주소속에서 수많은 시간과 인물들이 존재할 것이고 기록될 것이다.

한 권의 책에서 오래된 지구의 시간과 앞서간 인물들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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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감 - 샤오미가 직접 공개하는 창의성과 혁신의 원천
리완창 지음, 박주은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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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과 저가제품을 생산하는 중국의 이미지를 확 불식시키는 책이다.

보조배터리와 이어폰 등 액세서리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켜 ‘대륙의 실수’라 불리는 샤오미는 현재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 세계 스마트폰 시장 4위, 웨어러블 기기 미밴드로 세계 시장 2위를 기록하는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했다. 사실 나는 '샤오미'란 브랜드를 알지 못한다.

일단 스마트폰하면 아이폰이나 삼성의 갤럭시만 떠올렸는데 세계 스마트폰 시장 4위의 브랜드가 '샤오미'라니 단순히 중국인구만 끌어들인다고 하면 2,3위도 거뜬하게 올라설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태풍의 길목에 서 있으면 돼지도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다.'책의 표지에 있는 날개를 단 돼지의 그림에는 '모든 일은 대세를 따르면 순조롭게 이루어진다'라는 뜻이 담겨있다. 누구에겐가는 엄청난 재해가 될 태풍이지만 누구에겐가 날개가 되어줄 수 있으니 기회를 잘 잡으라는 뜻으로도 들린다.

제목이 왜 '참여감'일까? 궁금했다. 샤오미가 직접 공개하는 창의성과 혁신의 원천 '참여감'은 기업에서 마케팅을 할 때 혹은 개발을 할 때 전문적인 인력에 의뢰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샤오미는 실제 그 물건을 써볼 고객들을 끌어들임으로써 그 효과를 극대화시킨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아주 현실적이고 능률적인 방법이다. 샤오미는 제품 개발에 소비자를 끌어들여 소비자 자신들을 개발자로 활용한다고 한다.

기가막힌 아이디어가 아닌가. 실제 전문인력에 의뢰하는 비용보다 저렴하고 효과는 짱이라고 한다.

 

 

샤오미가 후발업체이지만 우뚝 설 수 있었던 '참여감 3.3법칙'은 일단 소비자와 상호 소통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개발에 우선적으로 참여시켜 의견을 수렴하고 입소문을 통해 사건화시킨다. 따로 큰돈을 들여 광고를 하지 않아도 그 파급력은 어마어마하다.


 

'사용자와 친구가 된다는 것은 형식적인 고객만족도를 조사하여 떠들썩하게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와 함께 논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사용자들과 함께 놀며 토론한다.'-본문중에서-

마니아를 위한 제품이라는 것은 결국 재미있게 '논다'는 의미이다. 샤오미 스마트폰이 다른 스마트폰과 다른 점은, 다른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면 샤오미폰 사용자들은 스마트폰으로 '논다'는 것이다.

정말 무릎을 치는 마케팅방식이 아닐 수 없다. 고객 스스로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으로 모임을 만들어 노는 현장에 은근 숟가락 하나만 얹으면 아이디어는 무궁무진 얻을 수 있다니 정말 멋진 습격이 아닌가.

 


 

3개의 전략과 3개의 전술을 살펴보면 샤오미 성공신화의 요인을 알 수 있다.



 


기능도 그렇지만 디자인 면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 샤오미의 제품들을 보니 놀랍다못해 위기감마저 느끼게 된다.

더구나 광고시안을 보면 나부터도 샤오미가 궁금해지고 손에 넣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이런 모든 전략이 바로 '참여감 3.3법칙'을 적용한 결과라니 이 방식은 단순히 스마트폰 시장에만 국한된 비법이 아닐지도 모른다.

 


 

'샤오미'란 브랜드 명을 찾을 때까지의 여정도 남다르다. '샤오미'는 좁쌀이라는 뜻이라 뭐 그리 중요한 의미가 있을까 싶은데 오히려 중국인들에게 더 친근할 뿐만 아니라 어감자체도 국제화에 뒤지지 않는다.

그리고 mi라는 로고를 180도 뒤집으면 오른쪽에 점 하나가 모자란 '心'(마음 심)이 되고 이것은 '사용자들의 마음 쓸 일을 덜어주겠다'는 깊은 의미가 숨어있다고 한다. 넉넉한 마음이 느껴지지 않은가.


애플의 스티브 잡스도 그렇고 빌 게이츠도 그렇고 뭔가 성공한 사람들의 신화에는 이런 비법들이 숨어있는 것 같다.

쉬운듯한 이 '참여감'에 대한 전략을 보면서 한편으로 두려움이 느껴진다.

어마어마한 인력을 뒤에 업은 중국이 우리가 세계 1,2위를 다투는 스마트폰 시장을 넘어 공기청정기, 정수기, tv시장을 점령하는 것이 아닐까. 2015년을 이끄는 대세로 '사물인터넷'이 올라왔었는데 샤오미는 스마트폰기기와 연동한 사물인터넷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고 한다.  이제 샤오미가 우리를 밟고 올라서는 날이 절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수 있을까? 뛰어난 공동창업자 리완창과 레이쥔의 전략이 미래 춘추전국시대를 평정하는 장군의 칼날처럼 두렵게 다가온다.

'샤오미'의 창업부터 지금에 이르는 성공의 여정을 보면서 초조감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미래 전략을 구상하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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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5.10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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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중 가장 풍요로운 10월이 가까워온다. 찌는듯했던 더위도 오는 가을은 어쩌지 못하는지 어느새 아침 저녁으로 쌀쌀함이 느껴진다.

 


 

샘터의 표지에 일렁이는 가을의 모습이 참 넉넉하게 다가온다. 가을의 풍성함만큼이나 풍요로운 가을호가 참 반갑다.

표지를 넘겨 '이달에 만난 사람'을 보니 이름이 참 낯익다. 매일아침 KBS뉴스타임 중반에 그의 촌철살인이 나오곤 했는데 그이가 바로 '하상욱'이었다. 검은 뿔테안경이 잘 어울리는 이 젊은이 서른 다섯의 SNS 공감시인이라고 한다.

내가 그의 '시'라면 시일수도 있는 글귀를 보고 빵 터졌었다.

'쉬운 이별이 어디 있겠니' 첫마디는 마치 연인들의 이별을 그리는 듯 싶었다가 마지막에 '휴대폰약정'이라고 떠서 만나기는 쉬웠지만 헤어지기는 어려웠던 휴대폰과의 인연을 꼬집은 그의 글을 잊지 못했는데 이렇게 지면으로 만나고 보니 인상도 서글서글하고 그의 말마따나 인기비별은 '외모'이지 싶다. -진실로-

 


계절이 계절인만큼 여름옷 정리가 숙제인데 '오래 유지되는 옷장정리법'이라니, 사실 언젠가 입겠다는 일념으로 쌓아둔 옷들 결국은 입어보지 못할 확률이 100%라니 올 가을에는 반드시 처치해야겠다.

나도 읽었던 곤도 마리에의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을 인용한 글귀를 한 번 되새겨본다.

옷을 만져보고 '설렘'을 기준으로 물건을 정리하라! 결국 나를 설레게하지 못하는 옷은 과감히 버리라는 이야기이다.

 


 

수상보다는 관상, 관상보다는 심상이라고는 하지만 역시 나는 관상에 관심이 많아 '얼굴 읽는 남자'를 꽤 흥미롭게 보곤한다. 세계적 기업가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회장과 중국 알리바바의 마윈회장을 비교하여 분석하였는데 일단 부자라는 공통점을 빼면 닮은 구석이 전혀없는 관상이다. 하지만 그들만의 공통점은 행동력이 강하다는 점이라고 한다.

부자가 되는 과정이 다소 다르긴 하지만 역시 행동력이 뒤따르지 않으면 부자는 되지 못한다는 말일 것이다.

내 관상에는 부(富)가 없는 것인지 그저 밥술이나 먹는 정도이지만 건강만큼은 제발 타고났기를 바랄 뿐이다.

 


 

서울을 오가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서울에는 모기가 귀하다는 것이었다. 특히 올해는 가물어서 모기 서식이 어려웠던지 모기 한마리 만나지 못했는데 이 곳 섬모기는 어찌나 끈질긴지 낮밤없이 공격을 해댄다. 성석제의 소설 '동무생각'에 모기에 대한 이야기를 보니 섬모기를 능가하는 모기가 바로 툰드라 지역에 사는 초원모기인데 건강한 순록도 이놈들을

만나면 빈혈로 사망할 정도란다. 그런 암모기가 가장 싫어하는 소리가 수모기의 울음소리라니 놀랍지 않은가.

작가의 말처럼 모기의 천적이 잠자리라니 어느새 하늘에 잔뜩 떠있는 잠자리가 모기를 다 잡아먹어주었으면 좋겠다.

늘 느끼는 점이지만 특히 이 성석제작가는 박학다식하다. 자신이 좀 무식하다 싶은 사람들은 그의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하와이에서 사는 혼혈인은 '하파'라고 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오바마대통령도 하파이고 이 글을 보낸 어머니도 하파인 자식을 두고 있다고 했다. 통섭의 작가 '최재천'은 단일민족임을 자랑삼아 외치는 우리민족들에게 일갈을 했었다.

'섞어야 우월하다' 인간의 유전자의 특성상 섞이는 것이 더 우성학적 결과를 가져온다고 했던가.

암튼 두 민족이상의 피를 물려받아 다양한 문화를 누리고 사는 하파가 요즘 대세가 아닐까. 이런 자부심에 응원을 보내고 싶다.

 


범죄로 희생되는 피해자의 대부분이 여성이라니...안심귀가 프로그램이 도입되야 할만큼 밤길이 무서운 시대이다.

얼마전 자동차 트렁크에서 발견된 여성도 대형마트에서 납치되어 죽임을 당했다고 했다.

수원여대생살인사건은 아직 범인도 잡히지 않고 있다. 이런 지경에 수원시에 밤늦게 귀가하는 여성들을 위한 '로드매니저'가 있다니 참 든든하다. 남녀 2인 1조인데다 경호전문가가 이끄는 팀이라니 왠만한 가해자들이라고 덤비가 어려울 것 같다. 이런 보호단체가 생기는 것이 가슴아프지만 좀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자신의 봉사로 안전을 지켜주는 젊은이들이 대견스럽다.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요즘 마음도 몸도 어수선하지만 잠시 일상을 내려놓고 여유있게 '샘터'를 즐겼으면 한다.

너무 노력하기만 하는 삶은 안스럽지 않은가. 잠시라도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책을 들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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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노력하지 말아요 (리커버 한정판) -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은 당신
고코로야 진노스케 지음, 예유진 옮김 / 샘터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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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가쁘게 살아온 시간들이었다. 당연히 그래야만 하는 줄 알았던 시간들!

전후 가난하고 배고프고 빽도 없는 우리 국민들 그저 무조건 열심히, 부지런히 달려와야 살아남는 줄 알았다. 허리끈 졸라매고 먹을 것 아끼고 자식들 뒷바라지 하고 그렇게 달려온 시간들은 이제 풍요라는 결실을 얻어 살만한 시절이 되었다. 그래도 습관은 무서운 법이라 좀 느긋하게 살아도 좋으련만 여전히 '빨리빨리', '더 열심히'를 놓지 못하고 있다.

'천재는 1%의 재능과 99%노력'이라는 말도 있듯 아무리 재능을 타고 났어도 노력하지 않으면 성과를 낼 수 없다고 배워온 우리로서는 '너무 노력하지 말아요'라는 제목이 좀 당황스럽기도 하다.

 


자의적으로 전쟁을 일으킨 일본과 일방적인 침략으로 전쟁을 겪은 우리나라는 전후비슷한 행로를 걸었다.

파괴된 나라를 일으키기 위해 정말 열심히 일하면서 달려왔고 기적적인 경제부흥을 맞았다. 우리나라의 베이비붐 세대보다 살짝 앞선 세대가 아마 일본의 경제를 견인하지 않았나싶다. 저자인 고코로야 진노스케 역시 이런 시간들을 지나온 것같다.

대학졸업취업 1기생이니 사회에서 큰 기대를 가졌을 것이고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밤낮없이 일했을 거란 짐작이 틀림없을 것이다. 그런 그가 어느 날 문득 외롭다고 느끼고 주변을 둘러보았을 때 가족과 친구들이 멀어져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지나온 시간들이 행복하지 않았고 자신이 많이 망가져있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하긴 일본의 국민들이나 우리나라의 국민들의 장점이자 단점은 너무 부지런하고 너무 열심히 하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쉬는 법을 모르고 즐기는 법을 모르니 인생을 돌아보면 행복수치가 높지 않을 수밖에 없다.

아뭏든 저자는 과감히 사표를 내고 '셩격 개선 전문 심리 카운슬러'라는 다소 생소한 길을 걷게 된다.

말하자면 너무 열심히 살지 말고 좀 느긋히 즐기며 살라는 이야기이다.

누군가는 이제 먹고살만 하니 배가 부르구나...하고 빈정댈지도 모르지만 일견 그의 조언에 귀가 솔깃해진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가난을 버텼던 시간을 버리고 이제 고급 호텔에 티룸에서 차도 한 번 마셔보고 전부터 갖고 싶었던 브랜드 제품도 구입하고 자신을 아끼고 낭비하지 말라는 말이 좀 낯설게도 들리지만 왠지 '나'를 소중하게 여기라는 말같아서 가슴이 뭉클해진다.

열심히 노력해서 성과를 인정받고 도태되지 않으려고 발버둥쳤던 시간들을 이제 좀 내려놓아야 하는건 맞다.

서점에는 온통 어떻게 하면 성과를 높히고 성공으로 달려갈 것인가 하는 책들이 범람하고 있다. 아주 가끔 '느림'을 찬양하는 책이 보이긴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좀 적당하게 살자'라고 하는 책은 처음이 아닐까.

내가 가장 공감이 갔던 글귀는 '거절을 잘하자'였다. 나 역시 대쪽같이 고지식한 면이 있지만 누군가 부탁을 하거나 명령을 하면 거절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그러다 보면 싫은 감정으로 겨우 일이나 사람들과 대면해야하고 스트레스로 마음을 상했던 일이 많았었다. 당장은 상대에게 나쁜 감정이 생길지 모르지만 내가 행복한 것이 일단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거절할 줄 알면 자유로워져요' 여기서 자유란 정신의 여유가 아닐까.

에니메이션을 보듯 간단하면서도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글귀가 참 편안하다. 아마 그의 강의도 이럴 것이다.

그가 왜 바쁜지 알것만 같다. 자신은 극구 인정하지 않지만 분명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고 역시 부지런한 사람이다.

빽빽히 써있는 스케줄을 보고 하나씩 지워나가는 내 생활에도 조금쯤 여유를 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쉬엄쉬엄 쉬면서 나를 좀 덜 볶아가면서 살고 싶어지는 고마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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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당신이 다른 곳에 존재한다면
티에리 코엔 지음, 임호경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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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엄마와 산책을 나갔던 꼬마소년은 투정을 부리다가 급하게 횡단보도를 건넌다.

아직은 파란 신호등이지만 곧 빨간신호등으로 바뀔 것을 염려한 꼬마의 엄마는 아이를 막으려다가 그만 교통사고를 당해 즉사하고 만다. 길을 건너던 사람들은 꼬마의 눈을 가리고 현장을 보여주지 않으려한다.

그 꼬마소년은 노암이었다. 노암은 그후 아동심리학자에게 심리치료를 받고 열 여섯살이 되는 해에 치료가 끝나게 된다.

엄마의 죽음에 자신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자각했던 노암은 현실과 과거의 상처를 오가며 가까스로 삶을 연명한다.

다행히 성적은 상위권이었고 대학에도 진학하는 등 노력을 하지만 자신의 영혼은 오래전 죽은 것같은 상실감에 시달린다.

사랑하던 아내를 잃은 아버지는 상실감에 알콜중독자가 되어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노암과 그의 누나 엘리자에게 맡기고 폐인이 된다. 한 가정의 행복이 노암으로 인해 파괴되었다는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던 노암은 독특한 취향을 지닌 쥘리아에게 매력을 느끼고 사귀었지만 그녀는 미국에 있는 아버지에게 떠나고 혼자 남게 된다.

노암은 회사의 중견간부로 성공적인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쥘리아를 떠나 보낸 이후 아무도 사랑하지 못하고 마흔이 되도록 스쳐가는 여자들과의 가벼운 만남만을 가진 채 사랑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못한 삶을 살게된다.

아마 엄마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을 자신을 철저히 고립시키는 것으로 대신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딸아이 하나를 낳고 이혼을 한 누나 엘리자를 방문했던 노암은 세 살짜리 조카 안나에게 이상한 말을 듣게 된다. 세 살짜리 꼬마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어휘와 목소리로 그에게 한 말은

"넌 다섯 사람과 함께 같은 날 심장으로 죽을 것이다."이었다. 순간 심장이 멈출 것같은 충격을 받은 노암은 오래전 자신을 치료했던 아동심리학박사 로랑스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그녀는 이제 은퇴를 하고 진료를 하지는 않지만 노암에게 리네트를 소개해준다.

 


 

그녀는 사실 정통적인 심리학자는 아니었다. 정신에 결부된 영혼과 몸의 관계에 결부된 모든 지식들에 대해 열려있는 통합적인 접근법으로 치료를 시도하고 있는 리네트는 노암의 조카 안나의 예언은 어떤 막강한 존재가 순수한 영혼의

입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하면서 이스라엘에 있는 예언소녀 사라를 만나보라고 권하다.

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종교도 없었던 노암은 리네트의 조언에 황당함을 느끼면서도 알수 없는 이끌림으로 이스라엘로 향한다.

 


 

자폐아였던 사라는 노암에게 안나와 같은 예언을 들려주고 다섯 사람의 이름을 차례로 알려주기 시작한다.

노암은 사라가 알려준 다섯 사람의 존재를 알아보기 위해 여행을 시작한다.

이스라엘에서 한 달전 태어난 갓난 아기와 이탈리아의 존경받는 철학박사, 그리고 헝가리의 행복한 부부등을 만나면서 도무지 자신과의 연결고리를 발견하지 못하고 어리석어 보이는 여정을 끝내려고 한다.

하지만 사라가 보낸 네 번째 동반자의 이름을 본 순간 노암은 미친듯이 암스테르담으로 달려간다.

바로 그가 평생 단 한번 사랑을 느끼게 해주었던 쥘리아의 이름이었던 것이다.


'지식은 하나의 덫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사물들에 이름을 부여합니다. 그것을 분석하고 분류하며 이로써 그것들을 통제한다고 믿습니다....우리는 영원과 무한에 비해 우리의 삶이 너무도 하찮은 것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려 합니다.'-본문중에서-

거리에서 만난 수도자의 입으로 전한 인생의 메시지는 사는 내내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는 노암의 영혼을 흔들었다.

뭔가 더 위대한 존재들을 확인하고 자신의 죽음이 과연 언제 도래할 것인지에 대한 숙제를 지닌 채 사라가 전한 죽음의 동반자들을 만나는 동안 노암은 인생의 의미와 결혼, 사랑의 위대함들을 느끼게 된다.

 


 

'어떤 신비주의적 이론에 따르면 하나의 동일한 영혼이 여러 개의 몸에서 살 수 있대.'


엄마의 죽음에 대한 상처로 평생 고통받았던 노암은 쥘리아를 다시 만나 사랑을 확인하고 자신을 사라에게 보낸

리네트의 조언에 과거에 대한 비밀이 숨겨져있음을 알게된다.


사실 누구나 크고 적든 상처를 안고 살아가게된다. 하지만 엄마의 죽음을 안고 살아가야 했던 꼬마소년의 아픔은

너무나 아프고 안스럽다. 스스로 철저히 고립시키는 것으로 속죄를 대신하는 것같은 안타까운 모습에 제발 과거로

부터 벗어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간절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런 노암을 어린시절부터 지켜보던 시선이 있었다는

것은 다행이었을까. 그래도 오래전 옛사랑과 재회하여 남은 시간을 행복으로 채워넣었을 것같아 다행스럽다.

예언을 따라 노암과 함께 한 여정도 신비스러웠고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작가의 스토리 배치도 훌륭하다.

영혼이 빠져나간 것 같은 삶을 살았던 노암의 아픈 시간들을 어루만져주는 작가의 따뜻한 손길에 위로가 된다.

역시 '밝은 세상'의 책은 늘 행복감을 준다. 실망하지 않을 책을 선택하려면 '밝은 세상'의 책을 집어들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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