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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즈번드 시크릿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3.7
528페이지, 24줄, 26자.
1984년 4월 6일 : 자니가 17세로 죽은 날
존 폴이 왜 그런 편지를 썼을까요? 이제 40대 중반이고 이사벨이 태어난 다음에 썼으니 아마도 30대 중반에 쓴 것인데, 길게 쓴 내용을 보면 충동적으로 쓴 게 아니죠. (작가가 쓴 것이지만 일단 등장인물 각자의 삶이라고 생각해 봅시다.) 그리곤 과잉반응을 보여서 인간의 본능 중 하나인 호기심을 자극하게 만들어 결국 세실리아가 개봉하게 됩니다. 일견하기에 모순된 상황입니다.
세실리아의 측면에서 보면 활기차고 절서정연한 사회가 순식간에 붕괴됩니다. 남자가 10년 전에 쓴 편지 한 장 때문에요. <아는 게 병>이라고 말을 하지요. 반면에 알지 못하는 사람에겐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가증스럽게 보입니다. 레이첼이 피해자 모임에서 다른 남자에게 느끼는 감정인데, 원래 가지고 있으면 귀찮고, 없으면 가지고 싶은 게 인생입니다. 그래서 70-80년밖에 안되는 인생이 복잡다난한 것이죠.
끔찍히 아끼던 물건이 사라지면 한동안 -- 각자에게 다른 길이이지만 어쨌든 한동안이죠 -- 가슴이 아프고 열심히 찾게 됩니다. 먼 훗날, 만약 어디로 사라졌었는지 알게 된다면 기쁠까요? 모든 걸 꼭 알아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남편이 불륜을 저지르면 아내도 불륜을 저지를 권리가 생기느냐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규범이라는 측면으로 보면, 아니죠. 왜냐하면 사적인 처벌을 법에서는 금하고 있거든요. (이게 인간 정서랑 맞지는 않습니다만.) 이혼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쪽의 잘못이 있었을 때 다른 쪽이 분노하는 건 당연한데, 그렇다고 해서 같은 일을 할 권리가 생기는 게 아니니, 인생에서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인가 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테스는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과 성관계를 맺고 싶었었다고 봐도 될까요? 계기가 생기지 않아 실행을 못했을 뿐이란 해석 말이지요.
세실리아가 레이첼을 만났을 때 레이첼이 (헛된 기대로 말하는) 딸을 죽인 범인에 대한 새로운 증거를 말하는 걸 세실리아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존 폴에 대한 것으로 오해하는 듯한 이야기를 나중에 존 폴과 나누는데, 그게 가능할까요? 당사자의 아내 앞에서 태연하게, 적개심 없이, 그런 말을 한다는 것 말입니다. 그러니 세실리아나 존 폴이나 큰 오해를 하는 셈인데, 좀 전개가 잘못되는 게 아닐까 합니다. 뭐 결과적으로 레이첼에게 면죄부를 준 셈인데, 그렇다고 해서 폴리를 볼 때마다 레이첼의 마음이 편하지는 않겠지요. 그리 오래 못 본다 할지라도.
마지막에 작가는 에필로그라는 페이지 안에 모두가 알지 못하는 사실 몇 가지를 넣어뒀습니다. 일종의 반전인데, 이것도 하나의 악취미일까요?
아무튼 이야기 자체는 읽는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읽기 어려운 글들이 잔뜩 있다는 걸 상기해 보면 괜찮은 작가일 수 있다는 것이겠죠.
등장인물(이름순)
레이첼 크롤리(롭과 자니의 엄마, 세인트 안젤라 초등학교 비서, 68세), 로렌 크롤리(롭의 아내), 롭 크롤리(로렌의 남편), 루시 올리리(테스의 엄마, 메리의 언니), 리엄 커티스(테스의 아들), 메리(펠리시티의 엄마), 버지니아 피츠패트릭(존 폴 등 6남매의 어머니), 브리짓 벨(세실리아의 여동생), 샘(브리짓의 아들, 유치원생), 세실리아 피츠패트릭(42세, 존 폴의 아내, 타파웨어 파트타임 판매원, 에스터의 엄마), 앤드류 올리리(루시의 전 남편), 에드 크롤리(레이첼의 죽은 남편), 에스터(세실리아의 딸, 10세), 윌 커티스(테스의 남편, TWF 광고사의 기획 담당), 이자벨(세실리아의 딸, 12세), 자니 크롤리(레이첼의 죽은 딸, 코너의 여친), 제이컵 크롤리(레이첼의 손자), 존 폴 피츠패트릭(세실리아의 남편, 자니의 전 남친), 코너 휘트비(자니의 남친, 세인트 안젤라 초등학교 체육 선생, 전 회계사), 테스 커티스(윌의 아내, 펠리시티의 사촌 언니, 루시의 딸, 35세, 브리짓의 동창, TWF 광고사의 상담 담당), 트루디 애플비(초등학교 교장), 펠리시티(TWF 광고사의 디자인 담당, 메리의 달, 전 뚱뚱보), 폴리(세실리아의 딸, 6세), 필(메리의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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