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코스모스 저작권에이전시 홍순철 팀장
등록일 : 2006/02/06

저 역시 대한민국 출판기획자의 한 사람입니다

김성신|출판저널리스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연재 제의를 받았는데, '기획회의가 만난 사람'이란 코너야. 첫 원고에 누굴 대상으로 해야 될지 고민이 좀 되더군. 생각 끝에 널 인터뷰하기로 했어." "아이고 형님, 제가 무슨…, 그럴 만한 대상이 되나요. 연륜 높고 훌륭하신 출판사 사장님들도 많이 계신데. 아무래도 제가 나설 자리는 아닌 듯 한데요." "지난 <기획회의>를 죽 살펴보니까 네 말대로 이 코너에 지금까지 훌륭한 분들 많이 나왔어. 젊은 네가 그분들에 비해 좀 덜 훌륭할 수는 있겠지. 하지만 이 코너에서 앞으로 엄청 훌륭해질(?) 출판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겠어? 대망의 2006년도 됐는데 좀 새롭게 가보자는 거지. 어쨌든 이미 내가 결심했거든. 그러니까 넌 무조건 내 인터뷰에 응해줘야 해!" 북코스모스 저작권에이전시 홍순철 팀장에 대한 인터뷰 요청은 이런 대화가 오간 가운데 거의 강제적(?)으로 이루어졌다.

기존 한국 저작권중개업계의 고정관념을 깨다
북코스모스 저작권에이전시는 책의 요약본을 온라인 서비스하기 위해 설립된 벤처기업 '북코스모스'의 한 부서로 지난 2000년 4월 만들어졌다. 대학 졸업 직후 임프리마코리아 저작권에이전시에 입사해 2년여 동안 독일어권 담당 저작권에이전트로서 일했던 홍순철이 북코스모스로 스카웃된 것이 바로 이때다. 당시 경력이라고는 말단 에이전트 2년에 불과했던 그가 저작권 팀장으로 전격 발탁된 것에 대해 우려의 시각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당시 출판계에서 저작권에이전시에 대해서 하는 말이 있었다. '차리기는 쉽지만 키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신원, 에릭양, KCC, 임프리마. 이렇게 4곳의 대형 저작권에이전시를 제외하고는 90년대 말 이후 설립된 저작권에이전시는 하나같이 그만큼의 규모로 대형화되지는 못했다. 단지 언어권별로 특화되거나 기획의 방향이 한정되었다. 당시나 지금이나 큰 차이는 없지만 외국에서 이미 베스트셀러가 되었거나, 혹은 세계적 지명도를 가진 저자의 저술들, 따라서 저작권이 수입될 경우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될 가능성이 높은 이른바 빅 타이틀들은 대형 에이전시에게 중개권이 독점되다시피 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대형 저작권에이전시들이 이미 오랜 기간 동안 해외의 유력한 저작권에이전시와 함께 일을 하면서 성실히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고 이것을 바탕으로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있었기 때문에 후발주자의 입장에서 그 사이에 끼어들 틈은 거의 없었다. 에이전시 입장에서 보면, 빅 타이틀이 없으니 큰 수입도 기대할 수 없었고, 수입이 적으니 당연히 성장할 수도 없었다. 홍순철이 북코스모스 저작권에이전시로 자리를 옮겨 팀장을 맡게 된 2000년도 당시의 우리나라 출판저작권중개업계의 상황은 그랬다. 당연히 당시 홍순철 팀장이 이끌게 될 북코스모스 에이전시의 성공 가능성은 누가 보더라도 매우 희박해 보였고, 그런 관점에서 홍 팀장은 지극히 무모한 도전을 벌이는 셈이었다. 그렇게 꼬박 5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직접 물어보기로 하고 우선 결과부터 살펴보자.

2005년도 한 해 동안 북코스모스 에이전시는 약 500여 권의 타이틀을 계약했다. 작년 12월 한 달 동안 계약이 성사된 타이틀 수만 해도 50여 권이 넘는다. 불과 몇 년 사이 명실상부한 메이저 저작권에이전시가 된 것이다. '한국에서는 에이전시가 빅4만큼 성장할 수 없다'던 고정관념이 깨진 것이다. 2005년은 출판인들의 술자리에서 '이제 북코스모스가 업계 몇 위쯤 될까' 하는 이야기가 종종 안주거리로 등장하기도 했던 한 해였다. 북코스모스 에이전시는 최근 수년 간 한국 출판의 대외적 성장에도 기여한 바가 크다. 소설로 재구성된 『겨울연가』와 『가을동화』를 일본에 저작권 수출할 때도 화제가 됐고, 소설 『대장금』을 적극적으로 해외 홍보하여 태국으로 수출한 일도 칭찬받을 만했다. 홍순철 팀장은 말한다. "이제야 겨우 생존을 위한 시기가 지나갔습니다. 우리에게 2006년은 성장과 도약을 위한 시기가 될 것입니다." 그는 짐짓 겸손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질곡을 헤쳐나간 자들만이 풍길 수 있는 강한 체취를 풍겼다.

책의 진정한 힘 때문에
김성신(이하 김) 에이전시 업계에 처음 입사한 것이 언제고 왜 출판계에 들어오기로 작정했는지요? (홍순철 팀장과 필자는 오래 전부터 서로 호형호제하는 사이이기에 사실 인터뷰는 비속어가 난무하는 하대체로 시종 이루어졌지만 지면의 격을 감안하여 모두 경어체로 바꾼다.)
홍순철(이하 홍) 제가 외국어대학교 독어과를 졸업한 것이 1998년이지요. 원래 방송사 입사가 학창 시절부터의 오랜 꿈이었는데, 졸업 1년을 앞두고 IMF가 터졌어요. 그때부터 방송국들이 신입사원을 뽑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일단 일반 대기업에 사무직으로 입사를 하기는 했는데, 이런 일을 평생 동안 해야 된다고 생각하니 앞이 캄캄하더군요. 그래서 몇 달 있다가 바로 퇴사를 해버렸습니다. 그리고는 평소 좋아하던 책도 읽고, 공부도 하면서 구체적으로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일을 찾기로 했었지요.

김  얘길 듣다보니 다치바나 다카시의 명문 '퇴사의 변'이 생각나는군요. 그 사람도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었다지요. 비슷하군요.(웃음) 그래서 찾은 회사가 저작권에이전시였나 보지요?
홍  사실 저작권에이전시는 잠시만 있을 생각이었어요. 책을 읽어야만 하는 업종이라 공부가 될 거라고 생각했던 거죠. 공부하면서 일도 하고, 그러다 경제 여건이 좋아져서 방송국이 사람을 다시 뽑으면 지원하려고요. 사회초년생들이 다 그렇듯이 당시에 제가 좀 관념적인 판단을 했던 거죠. 더군다나 당시 저작권에이전트의 보수는 정말 적었어요. 대기업의 3분의 1이나 되었을까? 그랬으니 '난 이렇게 적은 보수 받으면서 일할 사람이 아니다' 하는 건방진 생각도 있었던 것 같고요.

김  그러다가 붙들렸군요? 출판계에. 출판이 좀 미궁 같은 면이 있지요. 한번 들어오면 빠져나가기 힘든.(웃음)
홍  출판계에 붙들렸다기보다는 책의 진정한 힘에 굴복한 것이겠지요. 저작권에이전시의 일이라는 것이 그래요. 처음엔 그냥 중개되는 한 건 한 건이 이렇게 돈이 되는구나 하는 것에, 그러니까 사업적인 면이 신기하지요. 하지만 조금 일하다 보면 책이라는 것이 가진 사회적 의미, 그러니까 한 권의 책이 한 나라의 문화에 얼마나 엄청난 변화와 발전을 만들 수 있는 것인지 알게 되는 순간이 있거든요. 생각의 힘을 지닌 책들을 제 손으로 찾아 전하는 일이 저작권중개업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점차 떠날 마음이 사라졌습니다. 이 일을 제대로만 한다면 세상을 바꾸기도 할 수 있겠구나. 그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신용이 부족한 중소형 출판사들
김  우리 출판업계 사람들 대부분이 다들 그 비슷한 생각 때문에 붙잡히지요. 박봉과 격무에 시달려도 아랑곳하지 않는 굳건함, 그건 우리의 힘이라기보다는 책의 힘이지요. 그런데 계속 박봉과 격무에 시달리기만 하다보면 초심을 잃는 경우도 많잖아요? 일단 돈부터 벌고 봐야한다, 그런 생각도 들고. 어쨌든 마음 굳게 먹는다고 마냥 버틸 수 없는 부분도 있잖아요?
홍  출판사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그렇지만 저작권에이전시도 그런 면에서 똑같아요. 처음엔 책에 관련한 일에 종사한다는 순수한 열정으로 시작하지만 업무상에서 많이 지쳐요.
특히 출판사가 로열티 지급에 있어서 신용을 지키지 않는 일이 자꾸 생기다보면 일 자체에 대한 회의가 들기도 하지요. 사실 우리 중소형 출판사들의 파이낸셜 크래딧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봐야합니다. 대체적으로 저작권에이전시들이 규모가 큰 출판사가 아닌 중소형 출판사와의 중개 거래를 꺼리게 되는 것도 이 문제 때문입니다. 사실 이런 문제 때문에 작은 출판사가 외국도서 기획에 있어서도 불이익을 당하게 되는, 다시 말해 빈익빈 부익부의 악순환이 생기는 거죠. 저희 북코스모스가 이제 설립 6년차에 접어듭니다. 지난 5년간이 생존의 시기였다면 이제부터는 도약의 시기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회사의 도약을 위한 여러 가지 통계자료를 만들어 봤는데요. 그러다가 딜레마가 생겼습니다. 지금까지 저희는 기존의 저작권에이전시와의 차별화를 위해 중소형 출판사를 위한 중개 거래에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런데 통계를 뽑아보니 중소형 출판사가 계약서대로 로열티의 지급 이행을 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이 때문에 발생하는 경제적인 압박도 문제지만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문제는 저희 에이전시와 파트너십을 가지고 일을 하는 외국의 저작권에이전시 사이에 신뢰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이지요. 이 문제는 비단 저희만의 문제라기보다는, 한국의 저작권에이전시 모두를 고민에 빠지게 만드는 문제지만 후발주자인 저희로서는 훨씬 더 치명적입니다. 그러니까 딜레마는 구체적으로 이런 겁니다. 저희가 이만큼 성장하는 데 있어 기반이 된 것은 수많은 중소형 출판사였습니다. 이런 출판사들과의 의리를 함부로 저버릴 수는 없고, 그렇다고 우리 출판사들의 경제적 사정만을 감안해드리기에는 외국 에이전시와의 신뢰관계에 있어 치명적인 문제가 일어납니다. 더군다나 최근 몇 년간 외국 에이전시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한국 출판사들이 종종 로열티 보고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것을 눈치 챈 일부 외국 에이전시들은 계약금을 터무니없이 요구하기도 합니다. 이 역시 한국 출판사의 경영을 압박하는 중요한 원인이 되는 거죠. 한마디로 악순환입니다.

김  한국 출판사들에게 섭섭한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홍  섭섭하다기보다는 우선 안타깝지요. 출판사에 계시는 분들은 타이틀이라는 물건만 만나지만 저희는 중개를 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사람을 만나면 감정이 드러나지요. 말하자면 이런 겁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요즘 좀 어려우니까 선인세 지급을 며칠 미루자' 이렇게 말씀하시지만, 계약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것만으로 외국 출판인들이 우리나라 전체를 우습게 보는 느낌을 저희는 직접적으로 받거든요. 굉장히 자존심 상합니다.
이건 일을 떠나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느끼게 되는, 아주 괴로운 감정입니다. 현실적으로도 이런 신용의 문제 때문에 우리 출판계 전체가 많은 불이익을 당합니다. 계약금액이 터무니없이 높아지는 것도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별 중요한 인물도 아닌 제가 감히 이 인터뷰에 응하겠다고 나선 것도 사실은 이런 말씀을 드리기 위한 부분이 있었어요. 우리 출판계 전체의 이익과 관계되는 일이니까요. 일선에 있다보니 우리 출판계가 이런 점에서 많이 걱정되거든요. 어쨌든 이건 안타까운 일이고요. 아까 섭섭한 점이 있냐고 물으셨는데 그건 따로 있습니다.(웃음)



"저작권에이전트도 출판인입니다."
김  출판사 분들에게 섭섭한 점은 따로 있다고요? 뭐가 그렇게 우리 홍 팀장님을 섭섭하게 했는지 꼭 알고 싶군요.(웃음)
홍  한국의 출판사들이 저희 저작권에이전트들을 출판계 외부인으로 인식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가장 섭섭합니다. 간혹 당혹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너희 일은 결국 외국 출판사나 저작권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 아니냐? 그러니까 너희는 우리 출판인이라고 할 수 없다' 이런 식의 관점으로 보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건 진짜 섭섭합니다. 저 개인적으로 저작권에이전트 일을 하면서 한번도 스스로 출판인이 아니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단지 제가 일하고 있는 쪽이 책을 직접 만들어 유통하는 출판사가 아니라는 것뿐이지 출판 기획 업무라는 측면에서 보면 똑같습니다. 이 세상에 나와 있는 수없이 많은 책들을 대상으로 해서 이것을 면밀히 분석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지식과 정보가 있는지 살펴서 그 내용을 가장 효과적으로 살려낼 수 있는 출판사에 건네 드리는 것이 제 일입니다. 이것은 출판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역할이자 덕목이고 저는 바로 그런 일에 복무하는 것인데, 그런 저에게 '너는 출판인도 아니다'라고 한다면 섭섭하지요. 더군다나 '거간꾼'으로까지 지칭하면 정말 맥이 풀립니다. 이 말 저는 정말 싫어하거든요.
제가 지금껏 저작권중개 일을 하면서 가장 자랑스럽게 기억하고 있는 책이 있습니다. 을파소에서 2001년 출간된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입니다. 보도 섀퍼라는 저자가 알려지지도 않았던 때였고, 더군다나 우리 경제경영 분야에서 독일 저자의 책이 제대로 팔려본 적도 없었습니다. 그저 경제경영 분야라고 하면 미국 저자의 책만 있는 줄 알았던 때였습니다.
그런데 책을 받아 살펴보니 우리 청소년들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열심히 소개했지요. 우리나라에서 100만 부도 넘게 나간 그 책이 정작 독일에서는 얼마나 나갔는지 아십니까? 10만 부 조금 넘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로 건너와 21세기북스(을파소의 모회사) 같은 능력 있는 출판사를 만난 것도 그 책 나름의 복이지만 저는 정말 그 책을 찾아낸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2004년에는 속편도 나왔는데 을파소가 원저작권을 따내 여러 나라에 저작권 수출까지 했어요. 그때도 얼마나 기분 좋았는지. '키라'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제 기억에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저작권 수출에 힘쓰다
김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우리 출판 저작권을 외국으로 수출하는 일에 그렇게 열성적인 것도 홍 팀장께서 출판인이고자 하는 의지의 한 부분으로 보입니다.
홍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고맙군요. 저작권 수출은 저작권에이전트가 되면서부터 관심이 있었습니다. 해외 저작권의 번역 출판이 우리 전체 출판 종수의 30퍼센트가 넘습니다. 자연히 저작권에이전시의 업무도 저작권 수출보다는 저작권의 수입에만 집중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저희 업무가 국내자본의 해외유출업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지요. 하지만 현실이 그렇다는 것이 저작권 수출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좋다는 쪽으로 생각되지는 않았습니다. 마침 영상매체 쪽에서 먼저 아시아권에 한류를 일으켰고, 그래서 잘하면 책도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습니다. 물론 저 혼자 생각한 일이 아니라 우리 북코스모스의 저작권팀 전체의 생각이 그랬습니다. 특히 일본어권을 담당하고 있는 한유키코 씨의 적극적인 활동이 큰 성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책으로 재구성된 『겨울연가』와 『가을동화』 같은 책들이 저희 중개로 일본에 수출 된 것에 대해서 무척 기쁩니다. 더 나아가 자본의 해외유출업이라는 오명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홀가분하기도 하고, 내부적으로는 저희가 저작권에이전시로서 제대로 임무수행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자부심도 느낍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겨울연가』는 일본에서 100만 부가 넘게 팔렸습니다. 한국으로 돈 많이 가져왔습니다.(웃음)

김  작년에는 북코스모스 중개로 『대장금』이 태국에 수출되기도 했다고 들었습니다.
연간 에이전시의 수출입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요? 또 북코스모스에서 중개해서 최근 우리나라에 출간된 책들은 대표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홍  저희가 연간 500여 권 이상의 해외 저작물들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고, 2000년부터는 연간 50여 권 이상의 국내 저작물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꽤 많죠? 최근 저희 중개로 국내 출간된 도서들은 음…, 너무 많아서 잘 떠오르지가 않는데. 그건 오늘 저녁에 정리해서 메일로 따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 날 밤 홍순철 팀장이 보내준 메일에는 다음의 책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1. 수입 : 『내 인생을 바꾼 스무살 여행』(작가정신), 『물은 답을 알고 있다』(나무심는사람), 『마음의 속도를 늦추어라』(바움), 'Insights Guide' 여행서 시리즈(영진닷컴),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작품), 『행복』(랜덤하우스중앙), 『미운오리새끼의 출근』(생각의 나무), 『지금, 만나러 갑니다』(랜덤하우스중앙)
2. 수출 : 『겨울연가』 (일본), 『가을동화』(일본·중국·대만), 『가시고기』(일본), 『국화꽃 향기』(중국·대만), 『아홉살 인생』(일본·태국), 『파페포포 메모리즈』(일본·중국), 『대장금』(태국), 『하루』(일본), 『그 남자 그 여자』(일본), 『풀하우스』(중국·태국), 『웃지마! 나 영어책이야』(일본), 『정재승의 과학콘서트』(중국), 『이원복의 먼나라 이웃나라』(중국)

김  불과 5년 동안 국내 저작권에이전시로서는 경이롭다고 할 만한 성장 속도인데 무슨 비결이라도 있었나요? 현재 우리나라에는 저작권에이전시가 2-300 곳 정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에이전시, 이른바 '빅4'(신원, KCC, 임프리마, 에릭양을 지칭)가 형성된 이후에는 이런 규모로 커진 에이전시는 전무했는데, 북코스모스가 유일하게 그런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최근 출판인들의 술자리에서는 에이전시 순위를 다시 정해 '빅4'의 명단을 조정해야 하느냐, 아니면 '빅5'로 지칭해야 하느냐, 하는 그런 농담들이 오갑니다.
홍  업계 내에서의 순위를 거론한다는 것이 사실 별 의미는 없겠죠. 하지만 그런 말들이 나온다면 저희 입장에서 기분 나쁠 것은 없습니다. 저희가 만들어낸 성과에 대해 출판인들이 인정해주시는 어떤 방식이라는 생각도 드니까요. 그저 감사하지요. 저희의 성장에 대해서는 저희로서도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시기적으로 저희 회사가 설립되던 무렵에 벤처 기업 붐이 조성되어 있었는데요, 북코스모스는 2000년에 벤처 투자금으로 설립된 온라인 콘텐츠 벤처기업입니다. 물론 지금도 회사의 성격에 변함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쨌든 북코스모스 저작권에이전시는 북코스모스의 업무 특성상의 필요에 의해 구성된 일개 부서였지요.대기업에서 다져진 경영과 자금운용 능력을 유능하게 접목한 최종옥 사장님이 저작권에이전시 경영의 뒤를 받쳐주었던 것이 구조적으로는 가장 큰 성장 동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성장의 또 다른 한 축은 아무래도 맨 파워라고 볼 수 있지요. 경력이 일천했던 당시의 제게 큰 신뢰를 보내주며 뒷받침을 해주었던 우리 팀원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출판기획자로서의 마인드를 가지고
김  저는 전략적인 차별화도 분명히 있었다고 보는데요. 당시에 북코스모스 에이전시를 가보면, 지금도 그렇지만, 뭔가 기존의 에이전시와는 조금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어요.
그건 홍순철 팀장이 단지 미남이기 때문에 받았던 인상은 아닌 것 같거든요?(웃음) 그런 차별화된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던 구체적인 배경이 궁금합니다.
홍  앞서서도 잠깐 드렸던 말씀이지만, 그때 이런 생각을 했어요. '우리는 출판인이다.
거간꾼이 아니다.' 다시 말해 중개자의 마인드로 실적에 집중하기보다는 출판기획자로서의 마인드를 가지고 우리도 책을 기획하자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고맙게도 저희를 보신 출판인들께서 그런 점을 눈치채셔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실 그런 생각은 어떤 전략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신생회사로서 출사표를 던지는 국면에서 당연히 가졌어야 할, 말하자면 일종의 도덕성 같은 것에 더 가까울 겁니다. 최근에는 그런 초심을 우리가 얼마나 유지하고 있는가 하는 점에 포인트를 두고 일종의 자기검열을 자주 하는 편입니다.

김  그럼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도 밝혀주시길 바랍니다.
홍  책은 세상을 담는 그릇이기도 하지만 세상이 나가야 할 길을 가리키는 나침반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인지 나침반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수행하는 책들에 관심이 많이 생깁니다. 최근에는 명민한 미래예측서나 섬세한 트랜드 분석서를 찾아보고 있습니다.
가령 구체적으로는 창해에서 나온 『세계는 평평하다』나 21세기북스의 『블링크』 같은 책들을 올해에는 저도 많이 발굴해서 소개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홍순철이라는 인물을 처음 만난 것은 그의 출판계 입성 직후인 1998년이었다. 하지만 그 해에 몇 번이나 만났을까? 그저 일 때문에 만났던 것이 다였다. 그런데 그가 불쑥 내 사무실로 찾아왔다. 추적추적 비 내리던 어느 가을날 좀 우울한 얼굴로 다가온 그는 대뜸 술 한 잔 함께 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우린 그 날 그 술자리로부터 형님 아우 하는 사이가 되었고 지금까지 줄곧 가깝게 지내고 있다. 요즘도 우리는 가끔 부부동반으로 식사를 하기도 하고, 아이가 태어나거나, 돌맞이를 하거나, 둘 중 누가 새 집을 얻기라도 하면 제일 먼저 인사를 챙긴다. 그런 그에게 인터뷰를 하는 동안 난 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마치 '이 사람을 내가 오늘 처음 만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에게로부터 오랫동안 '형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려졌기 때문일까? 그저 어리게만 보았던 그의 속내에 그렇게 깊은 생각과 뜨거운 열정이 들어있었는지 오랫동안 나만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본래 너무 가까운 것은 잘 보이지 않는 법. '오늘 이 인터뷰가 나와 이 친구 사이에 나름대로 큰 의미가 있겠구나'하고 생각했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오랫동안 친했던 아우 하나를 잃었고 대신 든든한 친구 하나를 얻었다. 묘하게 섭섭했고 묘하게 즐거웠다.

기사게재 : <기획회의> 1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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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출판사가 대접받아야 좋은 나라입니다

최성일|도서평론가
robli@freechal.com

이제 환경 책은 수적으로나 품질로나 우리 출판 장르의 한 축을 이룬다. 하지만 출판을 다루는 지면의 환경 책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인색한 것이 현실이다. 2005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도서의 면면은 그런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구랍 21일 현재 드러난 신문과 잡지의 '올해의 책' 선정 결과를 보면, 꾸준하게 생태 환경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시사저널>을 제외한 두 신문이 환경 책을 대하는 마음 씀씀이는 박하다.

오히려 환경 책을 평가하고 널리 알리며 환경 책 전문 출판인을 격려하는 일은 환경운동단체의 몫이 되고 있다. 사단법인 환경과생명은 2005년 11월 환경 책 길잡이 2권을 세상에 내놓았다. 『환경책, 우리 시대의 구명보트』는 시민에게 권하는 환경 책 100권의 서평 모음이고, 『환경책, 바로 보면 바로 자란다』는 환경 책 독서교육 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이 2권은 행정자치부의 민간단체 공익활동 지원 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환경과생명은 2003년에도 역시 행정자치부의 지원을 받아 환경 책 보급 사업을 펼친 바 있다.

환경정의(옛 환경정의시민연대)는 2002년부터 해마다 '환경 책 큰 잔치'를 열고 있다. 잔치 실행위원들이 올해의 환경 책 10권을 꼽고, '다음 100년을 살리는 환경 책 100권'을 업데이트하는데, 2003년의 두 번째 잔치부터는 출판을 통한 환경문화운동을 벌여온 출판인에게 '한우물상'을 주고 있다. 첫 해 따님의 송대원 대표와 수문출판사의 이수용 대표가 함께 받았고, 두 번째는 그물코 장은성 대표에게 돌아갔다. 2005년의 수상자는 이한중 번역가다.

그런데 한우물상을 받은 출판사들의 요즘 형편이 예전 같지 않아 못내 아쉽다. 대표적인 환경 책 전문 출판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은 우리나라 생태 환경 출판의 현주소를 보는 듯하여 씁쓸하기도 하다. 환경 책의 종수는 나날이 늘지만, 정작 전문 출판사는 발붙이기 어렵다. 필자가, 새해부터 본란의 바통을 이어받은 새로운 주자의 한 사람으로서, 힘든 여건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책을 내고 있는 달팽이출판의 김영조 대표(48)를 첫 인터뷰 대상자로 선택한 까닭은 이러한 환경 책 출판의 풍요 속 빈곤과 무관하지 않다.



20년 경력의 비주류 출판인
최성일(이하 최) 저는 인터뷰할 때 나이부터 여쭙거든요. 출판 쪽에서 일한 지는 얼마나 되세요?
김영조(이하 김) 아, 저요. 몇 살처럼 보여요? 58년생이에요. 사람들이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아니라고 오해를 하는데, 젊어 보이는 게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고 그래요.
출판계에 발을 들여 놓은 건 1987년 무렵입니다. 금성출판사가 첫 직장입니다. 전공은 국문학이에요. 출판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누구 말대로 고상하게 시나 쓰면서 먹고 살겠다고 생각했지. 금성출판사에 들어갔는데 거기는 전집물 출판사 아닙니까. 업무가 분화가 돼 있어요. 한국문학부에 배치됐는데 하루 종일 교정만 보는 거예요. 교정도 많이 안 봐요. 하루에 15-20쪽 갖고 떡을 치는 거야. 그야말로 룰루랄라 참 좋았는데 문제는 당시가 열악했어요.
근무 여건이 아니라 대우가 박했어요. 시간관념 이런 건 정확해서 6시 땡 하면 칼 퇴근을 했지요. 한 시간 더 일하면 시간외 수당도 받았지만, 처우는 썩 좋지 않았어요. 당시 전집물 출판사는 부자였는데도 말입니다. 노동조합을 만들었어요. 1987년 그때가 한창 노조를 만들 때였잖아요. 동료 몇 사람과 주동이 되어 노조 활동을 하다가 해고의 수순을 밟았지요. 금성출판사에는 한 삼 년 정도 있었습니다.
금성출판사에서 쫓겨나 지금은 없어진 작은 출판사 한 곳을 잠시 거쳐 들어간 데가 영림카디널이에요. 거기는 좀 오래 있었죠. 7, 8년 있었나. 거기서 인생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편집을 맡아 출판 영업에 대해선 전혀 몰랐어요. 영림카디널에서 만든 책 중에 지금도 팔리는 것이 있어요. 『세계화의 덫』(한스 미터 마르틴 외)이라고 강수돌 교수가 번역한 것과 사이먼 싱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라는 책입니다. 앞의 책은 세계화 비판서로는 처음으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나중 책은 스테디셀러가 되었지요. 마이클 클라이튼과 시드니 셀던의 소설도 편집했습니다. 출판계의 주변부를 겉돈 비주류 출판인이죠.

   그러면, 영림카디널 그만두고 바로 출판사를 차렸나요?
   출판사 말고 다른 것을 하자고 집사람과 궁리를 했지요. 뭘 할까? 그동안 생각한 게 뭐냐 하면, 서점이었어요. 어린이 책 전문 서점. 당시 일산에서 제일 큰 서점이 정글북이었어요. 그 뒷건물에다 어린이 책 서점을 차렸죠. 어린이 도서관을 같이 했어요. 2000년대 들어와서의 일이죠. 서점은 1년을 버텼나. 도서관은 찾는 사람이 좀 있는데 서점은 안 되더군요. 서점을 하다 망하기는 했지만 그때 출판사가 불쌍하다는 걸 알았어요. 우리 서점에 있던 책을 그대로 다 가져가는데, 그게 출판사엔 손해잖아요.
도서관은 2004년까지 운영했어요. 우리나라에 어린이 도서관이 몇 개 있는데 정부 지원을 못 받아요. 사설 도서관은 좋은 일인데 말이에요. 선거에 즈음해 딱 한 번 지원을 받았어요.
그런데 지원금이 한 번 나오고는 그 다음부터는 안 나와요. 그래서 집사람과 역할분담을 하기로 했지요. 아내가 도서관 운영을 도맡고, 저는 다른 일을 하기로. 솔직히 출판에는 자신이 없었어요. 주변 사람에게 물어 보면, 백이면 백 다 하지 말라고 그러지요. 요즘은 달팽이출판을 잘 해보라 격려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돈 없이 출판은 할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아는 게 책 만드는 일이라서 2002년 출판등록을 했지요.

   출판사 등록과 첫 책 발행 사이에 1년 4개월의 공백기가 있습니다.
   출판사들이 대부분 그래요. 출판사 등록증이 있어야 저작권 계약을 할 수 있거든요.
1년 정도를 창업 준비과정으로 보면 됩니다. 10종 가량 출간 예정 도서를 미리 마련해 놓고 시작해야 하니까. 창업 준비 기간에 기획한 책 가운데 아직 내지 못한 책이 있어요. 국내 필자는 잘 모르니까 다 번역서였지요.

   2006 환경 책 큰 잔치의 '한우물상' 수상자로 유력해 보이는데요.
   이런 자리에서 이런 얘기 하기는 뭣하지만 상을 받으면 기분은 좋겠지요. 그게 출판사에 격려는 되지만 한편으로는 쓸쓸해요. 잔치를 공동 주관하는 대형서점의 매장에서 책을 전시하고 판매합니다. 지난해 저희 출판사 책도 『동물의 역습』(마크 롤랜즈)을 비롯, 몇 권이 진열대에 놓였지만 얼마 못 팔았어요. 환경 책 큰 잔치가 희망을 주려는 행사임은 잘 압니다. 큰 출판사들이야 상관없겠지만 저희 같은 작은 출판사에겐 그다지 보탬이 되지 않아요. 어쩌다 환경 전문 출판사가 됐는데, 이게 부담을 주고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다른 분야로 시야를 넓히려 해도 좀 걸려요. 상업성 있는 것 하고 싶어도, 주변에서 달팽이출판은 좋은 책만 낸다, 안 팔려도 꿋꿋하게 잘 버틴다, 그러니 주저하게 되지요.

틈새시장을 공략하려는 의도
   그래도 출간목록을 보면 환경 책 전문 출판을 의도한 것으로 보이는 데요.
   내 딴에는 경영적 안목에서 틈새시장을 노린 거였지요.(웃음) <녹색평론>을 창간 초기부터 봤어요. 생태 환경에 대해 철저하게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내 정서에 맞는 느낌이 들었고, 그렇게 살아야지 좋은 거 아닙니까. 우선, 생태 환경을 해 보고 나서 다른 걸 하자.
따님 출판사에게 고무받기도 했지요. 따님이 지금은 방향을 약간 튼 측면이 있으나 대단한 출판사라고 생각합니다. 따님에는 한우물상이 아니라 정부에서 훈장을 줘야지요. 달팽이보다 조금 먼저 닻을 올린 그물코도 있고요. 돈은 안 되더라도 가치 있는 일을 하자는 생각도 있었겠죠. 지금 생각하면 내 욕심만 챙긴 거라 식구들에게는 참 미안해요. 3년간 집에 돈을 못 갖다 줬거든요. 일정액을 갖고 시작했는데 돈이 나오는 게 아니라 계속 들어가기만 했습니다. 그래도 2004년에는 해볼 때까지 해보자는 심정으로 돈을 긁어모아 책을 냈지요. 그런데 2005년에는 쏟아 붓기만을 되풀이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도 가장으로서 염치가 있지. 속도조절을 한 탓에 지난해 성적이 그래요.  

   제가 보기에는 달팽이가 환경 책 출판에서 입지를 굳힌 것 같은데요.
   자리를 잡은 건 좋아요. 그러고 싶었고. 하지만 방금 말한 대로 나만의 욕심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내가 이렇게 계속 밀고 나가도 될런지. 2005년에도 신간을 4권 냈지만, 한 권 낼 때마다 다음 제작비는 건져야지 했는데, 제작비가 나오지 않았어요. 작년만 해도 4권의 제작비를 새로 투자한 셈이거든요. 자구책을 마련하려고 여기저기 뛰어다녀 보기도 했어요.
우리나라의 생태 환경 출판이 독자를 앞서가는 것 같아요. 독자의 관심은 첨예한데 독서 행위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으니 출판사로선 참 안타까운 노릇이죠. 그 이유가 뭘까? 달팽이출판을 기준으로 한번 따져 봤어요. 첫째, 영업을 못해서 그런가? 제가 영업 수완이 없기도 하지만 작은 출판사로서는 시장의 벽이 참 높아요. 둘째, 기획에 문제가 있는가? 환경 책이라고 모두 독자의 외면을 받는 건 아니잖아요. 황대권 선생의 『야생초 편지』(박경화, 명진출판)나 최성현 선생의 『좁쌀 한 알』(이상 도솔) 같은 책은 잘 팔리잖아요.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법』이라는 책도 그렇고. 우리나라 독자에게 맞는 환경 책을 만들지 못한 내 기획력의 부재 탓이구나, 이런 생각이 들대요.
셋째, 서점에 문제가 있는가? 저번에 어느 신문에서도 다뤘지만 서점의 좋은 자리는 대개 자본력이 풍부한 출판사 차지예요. 신간이 나왔다고 이야기를 하면 책을 깔아주기는 하죠.
그런데 어떤 때는 한 출판사가 같은 분야의 책을 여덟 자리나 차지하고 있더라고요. 8종이 다양하게 깔려야 할 텐데. 그 자리를 빼앗긴 출판사 7곳은 죽으라는 거나 마찬가지죠. 페어플레이가 안 되는 것 같아요. 시장논리에 따라 어쩔 수 없다면 할 말은 없어요. 상업성을 앞세운 출판사들이라면 그러려니 하는데 의외로 점잖고 양식 있는 출판사까지 이에 가세하니 '우리나라에서 돈 없는 출판사는 살아남기 어렵구나!'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요.

   그런데 방금 언급하신 책 중에는 엄밀히 말하면, 환경 책이 아닌 것도 있죠. 황대권 씨의 『야생초 편지』만 해도 밀리언셀러가 어떻게 환경 책일 수 있나요? 시작은 친환경이었는지 몰라도 결과는 완전히 반환경이죠.
   그래서 녹색평론사가 존경스럽기도 해요. 느낌표 추천도서 선정에 응하지 않았다고 하니까. 아무튼 환경 책 출판 여건은 점점 나빠질 거예요.



환경 책의 정의
환경 책이란 무엇일까? 작가이면서 생태 환경운동에도 몰두하고 있는 최성각 선생은 환경 책을 이렇게 정의한다. "지금 우리네 살림살이가 최소한이나마 사람답게 지속되기 위한 깊은 고민과 모색이 배어 있고,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는 신념과 뜨거운 감성이 있고, 의심하지 않고 진행되는 우리 문명에 대한 진단이 있고, 인간의 얼굴을 한 상식의 힘도 보여주고 있고, 자궁의 마음 땅의 마음 어머니의 마음이 담겨 있을 뿐 아니라, 우리네 희망의 근거인 다음 세대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해법이 상상력과 감수성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담겨 있"는 책이다. 환경 책은 생명과 행복의 문제를 정직하게 담은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좋은 책들의 정수"이기도 하다.

   스스로를 생태주의자라고 생각하십니까? 또 '생태주의'란 무엇을 말하나요?    저는 생태적으로 살려고 노력해요. 막말로 돈은 없어도 유기농산물을 먹으려고 해요. 유기농가에 가서 직접 구매를 하기도 하고, 원당에서 누구랑 같이 밭을 300여 평 일구기도 합니다. 차도 없잖아요. 집도 가난하고, 내복도 입고 다니며, 애들 사교육도 안 시킵니다.
가능하면 절약하려 합니다. 생태적으로 산다는 것은, 공해가 어떻고 매연이 어떻고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아무리 공해타령을 해도 마음이 바뀌지 않으면 소용없어요. "시인의 마음이 생태적 삶에 중요하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영성에 가까운 책들을 내는 것은 공해와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더 바랄 게 없는 삶』(야마오 산세이)도 그렇고, 『에코 요가』(헨릭 스콜리모우스키)도 그렇고. 앞의 책은 특히 그렇거든요.
최근 펴낸 『2030 기후대습격』(로버트 헌터)은 환경공학 서적으로 볼 수도 있으나, 제가 추구하는 주제와 맥락이 닿아 있습니다. 이 책의 지은이 또한 영성을 중요시하거든요.  
사람의 정서적인 변화, 인식의 변화가 아주 중요합니다. 우리 사회에 그런 흐름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빗방울처럼 다가와서 그런지 생태적 사치의 측면이 없지 않아요. 일부 환경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현상이나 유기 농산물 붐이 이는 데에는 유행의 속성도 다분히 있지요.
개인의 각성과 삶의 자세의 변화 없이 지구 환경의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환경 책 일색의 목록에 변화를 꾀할 생각은 없나요?   사실 인문 분야에도 신경을 많이 쓰기는 했습니다. 인문 쪽에도 관심이 있거든요.
아직 실행은 못하고 있습니다. 어린이 책 전문서점과 어린이 도서관을 운영한 경험을 살려 어린이 책도 만들고 싶어요. 그림책 공부도 했습니다.

   많이 팔린 책은 어떤 책인가요?
   『즐거운 불편』을 3쇄 4000부 찍었습니다. 수금은 2, 3000부 했을까, 겨우 제작비 건졌다는 거예요. 그밖에는 재쇄를 한 게 거의 없습니다. 첫 책 『야생의 순례자 시튼』(어니스트 톰슨 시튼)은 청소년들의 호응을 얻어 좀 팔았지요. 그래서 청소년용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페트라 켈리의 『희망은 있다』도 청소년에게 알맞은 것 같습니다.
   저도 그런 점에 희망을 걸었지요. 한데 예상 외로 페트라 켈리에 대해 잘 몰라요.
이 여자의 삶이 극적인데다 한국어판 전기도 2권 나와 있어서 기대를 했는데 '아, 이럴 수도 있구나!' 하는 점을 깨달았어요. 그나마 이 책이 2005년 문화관광부 추천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된 덕분에 재고를 많이 정리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희망은 있다』 말고도 유력기관의 선정도서나 추천도서로 뽑힌 달팽이의 책이 더러 있던데요.
   2004년에는 『즐거운 불편』이 환경 책 큰 잔치 '올해의 환경책 10권' 안에 들고, 환경부 우수환경도서로 선정되었습니다. 2005년에는 『동물의 역습』이 '올해의 환경책 10권'에 포함되고, 『지렁이, 소리 없이 땅을 일구는 숨은 일꾼』(에이미 스튜어트)은 간행물윤리위원회 청소년 권장도서로 꼽혔지요. 그렇지만 실속은 없어요.

   이른바 '황우석 사태'는 어떻게 보시는지?
   제가 과학에 문외한이었어요. 새해 첫 책으로 인천도시생태연구소 박병상 소장의 『희망의 내일』(가제) 을 출간할 예정인데 그 책 원고를 열심히 읽은 덕분에 과학상식이 좀 늘었죠.
사태의 원인은 국수주의가 가장 크게 작용한 것 같고, 과학만능주의와 정부의 실적 위주의 과학정책이 상승 작용을 일으켰다고 봅니다. 요즘 과학은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채 몸집을 불려 거대과학이 되다 보니 일반인들은 암암리에 피해를 입게 되는데 이번 사태가 그런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과학자가 아니면서 문제 제기를 했다고 취재진이 한때 욕을 먹기는 했지만 진실을 밝히는 계기가 된 것은 다행스럽지요. 하지만 민족주의가 맹목적 애국주의로 흐르는 것은 걱정스런 일입니다. 그런 성향의 뿌리가 결코 얕지 않다는 것은 잘 알지만서도. 리영희 선생은 대담 형식의 자서전인 『대화』(한길사)에서 아직도 반공주의가 판을 치는 현실에 대해 서글픔과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는데, 황우석 교수 사건도 색깔론이 맹목적 애국주의로 빛깔만 바꿨지 본질은 같다고 봐요. 자본과 권력이 손을 맞잡고 과학을 좌지우지하면 얼마나 위험한가 보여준 사건이기도 합니다. 박병상 씨의 글이 생명공학의 비윤리성을 잘 지적하고 있어요.

   박병상 선생의 책이 달팽이로선 국내 저자의 첫 책이겠네요.
   진작부터 국내 저자의 책을 내고 싶어서 국내 필자를 찾았어요. 대학에 학과가 개설된 환경공학 방면의 저자는 있지만 생태 환경 분야에 외국처럼 대중성 있는 작가나 레이첼 카슨 같은 현대의 고전적 저작을 남긴 저자는 없어요. 그래도 국내 저자가 중요하기에 박병상 선생을 맨 먼저 찾아갔는데 이야기가 잘 됐지요. 이 책을 필두로 국내 저자의 책들도 많이 해 봤으면 해요. 국내 필자 중에 관심 가는 필자가 몇 분 더 있어요. 『희망의 내일』 잘 만들어서 그 분들 책도 내게 되면 좋겠는데.

   『희망의 내일』은 어떤 책입니까?
   최근의 논란, 생명공학 비윤리 비판, 생태적 삶에 관한 에세이를 고루 담았어요. 욕심 같아서는 생명공학 얘기로 전체를 채웠으면 하는데 박병상 선생이 녹색평론사에서 생명공학 비판서를 출간한 바가 있어서 그건 곤란할 것 같아요. 책 제목은 박 선생과 의논하여 잠정적으로 정했는데 일부 여론이 좀 약하다 그러네요. 그래서 바꿀까 말까 고민중이에요.

비주류 출판인의 심정 토로
   1인 출판에다 유비쿼터스까지 한 것 같은데요, 맞나요?   저는 처음부터 100퍼센트 혼자 했어요. 집사람이 자기까지 쳐서 2인으로 해달라고 그러는데 지금은 전혀 아내의 도움을 못 받고 있어요. 사무실도 마고북스의 곁방살이를 하는 신세입니다. 마고북스에 계신 분들께 정말 고맙지요. 제가 자리를 비우면 전화도 받아주고, 주문도 받아주고 하니까. 뭔가 보답을 드려야 할 텐데 여력이 없으니 안타깝네요. 기획·제작·영업을 혼자 다 해야 하기 때문에 책 한번 내려면 정신이 없어요. 전철 안에서 원고 교정을 보기도 합니다.

김영조 대표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주변부 비주류 출판인의 심경 토로로 옮아갔다.

   그런데 작은 출판사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요? 그 방법 좀 알려줘요. 우리 실정에서 출판계와 출판 단체가 작은 출판사를 북돋우기에는 한계가 뚜렷합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없는 한 작은 출판사는 지금처럼 구질구질하게 연명하거나 창업과 폐업을 반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책을 구입해 공공도서관 등에 나눠 주는 것도 좋지만 정부가 나서서 우량도서를 검증한 다음, 이를 도서관 등에 홍보를 해줬으면 좋겠어요. 지난해 치른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행사만 해도 장소만 바뀌었을 뿐이지 전시행정의 표본 같아요. 외화내빈이죠. 주변인의 눈으로 보면 출판시장은 시장논리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저변의 기반은 형편없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고집스레 출판을 하는 까닭은 뭔가요?    첫째, 할 줄 아는 일이 이것뿐이라서. 둘째, 기획해 놓은 것은 내야 되기 때문에. 셋째는 숱한 어려움에도 내게 걸맞은 일을 꾸려가는 스스로가 대견스러워서겠지요. 한때는 마음고생을 많이 했어요. 이럴 걸 왜 시작했나, 하고. 이제는 욕심을 버려서 그런지 걱정은 안 합니다. 하지만 걱정을 하지 않는다 해도 출판사가 문을 닫을 수가 있거든요. 그게 걱정이죠.

"달팽이출판은 자연과 사람의 조화로운 공생을 희망합니다." 달팽이의 출간도서마다 뒤표지 날개 아래쪽에 달팽이그림과 함께 새겨진 인상적인 문구다. 그런데 더 인상적인 것은 김영조 대표의 해석이다. "공생은 사람의 관점이다. 사람은 자연에 예속되어 자연의 다스림을 받는 존재라야 한다."

인터뷰 도중 김영조 대표에게 전화가 왔다. 김 대표의 지인이 그에게 안부를 묻는 모양이다. "아직도 버티죠." 나도 덩달아 굳은 의지가 발동하다가 이내 힘이 빠진다. "잘 안 됩니다." 새해에는 3000부 찍어 2000부 수금하면 딱 좋겠다는 달팽이출판의 소망이 이뤄지길 간곡히 바란다. "제가 펴낸 한 권의 책으로 다음에 출간할 책의 제작비와 비록 적게나마 생활비를 손에 쥘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고 행복할 겁니다."

기사게재 : <기획회의> 1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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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화 美서 돌풍... [06/02/10]
한국만화 美서 돌풍 ‥ 원수연.김세영 이어 이미라.김진태 등 진출

국내 만화작가들이 미국 온.오프라인 출판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계 만화전문업체 넷코믹스는 지난달 원수연의 'let 다이',김세영 'kiss me 프린세스',이유정의 '가물치전'을 미국에서 출간한 데 이어 이미라의 '은비가 내리는 나라',이은혜 '타임키스',김진태의 '왕십리 종합병원' 등을 잇달아 선보였다.

다음 달에는 강도하의 '위대한 캣츠비',말리 '도깨비 신부',지완의 '세상과도 바꿀 수 없어' 등을 펴낼 예정이며 앞으로 매월 3편 이상 미국에서 출간할 계획이다.

넷코믹스는 국내 인터넷 만화전문사이트 '이코믹스'가 지난해 9월 미국에 설립한 온.오프라인 만화전문 출판업체. 이 회사는 미국 유명 출판기업 '잉그렘사'와 출판 계약을 체결,반즈앤노블(Barnes & Noble),아마존닷컴(Amazon.com) 등 각종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판매하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미국에서 아직 활성화되지 않는 온라인 만화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미 홈페이지(www.netcomics.com)를 통해 10여개의 국내 작품을 서비스하고 있으며 앞으로 일본 만화와 미국 만화까지도 온라인으로 서비스할 예정. 넷코믹스 관계자는 "한국 유명 만화들은 영어권 국가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며 "출간된 책들은 영국 캐나다 호주 등 다른 영어권 국가에도 수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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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1 2006-02-11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왕십리 종합병원 재밌는데....

하늘바람 2006-02-11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래요? 전 모르는데 아 궁금
 

그림책 일러스트레이터 김동성 씨 [06/02/10]
《국내 어린이 그림책 출판사들은 최근 일러스트레이션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소비자의 안목이 높아지면서 한권 한권에 정성을 들인 책만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외판원을 통한 전집 판매 방식이 낱권 판매로 바뀌면서 일러스트레이션은 그림책의 수준과 사활을 좌우하는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국내에서 탁월한 일러스트레이터들을 낳은 동력으로 작용했다. 류재수 이억배 권윤덕 씨 등이 변화의 바람을 주도했고, 김동성(36·사진) 씨는 그 뒤를 잇는 주목받는 작가로 손꼽히고 있다.》

○‘엄마마중’으로 작품성과 상업성 인정받아

김동성 씨는 1998년 ‘삼촌과 함께 자전거 여행’으로 데뷔한 뒤 여러 편의 그림책을 만들었다. 그는 탄탄한 그림 솜씨와 한국적 색채가 강한 화풍을 선보여 왔다.

첫 히트작은 2004년 ‘엄마마중’.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 활동했던 소설가 이태준의 동화를 그림책으로 옮긴 것이다. 추워서 코가 새빨개진 아기가 정류장에서 엄마를 기다린다. 첫 번째 전차에 이어 두 번째, 세 번째 전차가 지나갔는데도 엄마는 오지 않는다. 아이는 그래도 꼼짝 않고 하염없이 엄마를 기다린다는 내용이다.

내용은 원고지 2장 정도 분량으로 단순하지만 이 그림책은 일러스트레이터의 상상력과 완성도 높은 그림 덕분에 서정적인 단편 영화를 보는 듯 극적이다. 그는 글에서 볼 수 없는 아이의 차림새와 표정, 몸짓,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그려내 원작의 정서와 주인공의 간절한 마음을 더욱 절절하게 표현했다.

이 책은 나오자마자 독자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으며 그해의 한국백상출판문화상을 수상했다.

○한국적 그림의 미학을 전달

‘엄마마중’이 히트한 데는 일러스트레이터의 독특한 해석과 더불어 한국적 색채가 짙은 그림 스타일도 한몫했다. 그는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그는 당초 그림책 작가가 되고자 했던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우연한 기회에 출판사의 그림책을 작업했던 경험이 일러스트레이터의 길로 접어드는 계기가 됐다.

그는 특히 수묵채색화 기법으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해외 작가의 번역서가 많은 한국 그림책 출판에서 그를 통해 우리 전통이 진화하고 있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아이들이 한국의 그림 문화와 정서를 미술관이라는 한정된 공간이 아닌 대중적인 그림책을 통해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출간된 안데르센 원작의 ‘나이팅게일’에서도 그는 한국적 화풍을 통해 이 동화의 동양적 정서를 잘 표현했다. 안데르센 동화 중 ‘나이팅게일’은 유일하게 동양(중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그는 특히 이 책에서 판타지를 연상시키는 도발적인 색채 활용을 시도했다.

○글에 없는 그 무엇을 창조하다

순수미술을 전공한 그는 “그림의 소통이 반드시 전시를 통해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며 “출판을 통한 그림은 많은 대중과 만날 수 있어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출판미술에는 제약이 있다.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에서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좋은 그림을 보고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미술가들이 출판계로 진출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출판계가 그에게 남다른 기대를 걸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는 요즘 작고한 동화작가 임길택 선생의 단편소설을 그림책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사람들이 글만 읽을 때 갖는 막연한 상상에 그림을 함께 보여줌으로써 재미와 감동을 더해주는 게 나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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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 저작권료 15배 덥석…물먹고 물먹이는 출판사 [06/02/10]
신간 중 번역물 30%…에이전시 10년새 10배
경매방식 진행 출판사 사활걸고 매달려
‘물건’되면 값 부풀려지기 일쑤
독일 출판사 국내 맹점 악용 몇배 챙겨
제시액 비공개 원칙 지켜 ‘남좋은 일’은 그만

댄 브라운의 소설 <솔로몬 키>가 최근 100만달러가 넘는 파격적인 가격에 저작권 계약이 성사됐다. 전작 3권을 낸 대교베텔스만이 물을 먹고 랜덤하우스중앙한테 돌아갔다. 저작권 중개사는 에릭양 에이전시로 알려졌다. 출판계 ㄱ씨는 금액과 출판사 선정 모두 비상식적이라고 말했다. ㄴ씨는 10여년 전 경험을 털어놨다. 안또니오 네그리의 새책 저작권이 그의 책을 꾸준히 내온 이학사가 아닌 다른 출판사로 넘어갔다. 그곳에서 적정가 1000달러의 15배인 15000달러를 제시했기 때문. 이때도 한 에이전시의 활약이 컸다는 뒷말이다.

에이전시는 어떤 곳?=번역서의 앞쪽을 펼치면 “이 책의 한국어판 저작권은 OO에이전시를 통해 OOO사와의 독점계약으로 (해당책을 발행한) OOOO출판사에 있습니다. 저작권법에 의해 한국 내에서는 보호를 받은 저작물이므로 무단전재와 무단복제를 금합니다”란 문구가 있다. 에이전시는 국외 저작권자와 한국 출판사 사이에서 저작권 계약업무를 대행하는 회사로, 인세 계약을 하고 통상 5년 동안 재고보고 및 로열티 송금까지 책임진다. 보통 저작권자한테서 선인세의 10%를, 국내 출판사한테서는 수수료 20만원 정도를 받는다.

2004년 7월2일 현재 ‘저작권 대리·중개업체’(에이전시)로 등록한 곳은 379곳으로, 지금(2005년)은 400곳이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1994년 44곳이었으니 10년새 10배로 늘어난 셈이다. 연도별 증가세를 보면 1995년 7곳, 1996년 13곳, 1997년 19곳, 1998년 25곳, 1999년 17곳, 2000년 20곳, 2001년 32곳, 2002년 44곳, 2003년 66곳, 2004년 45곳(추정)이 늘었다. 출판시장 개방 전해인 1998년 25곳이 늘어 증가세 1차 피크를 이루고 2003년 66곳이 늘어나 2차 피크를 이룬다.

이처럼 에이전시가 많은 것은 그만큼 수요가 많기 때문. 한국 출판시장에서 번역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30%다. 2003년 기준 신간도서 3만5071종 가운데 1만294종이 번역도서. 국내 콘텐츠 공급이 달리는 만큼 번역물의 수요가 엄청나고 출판사는 저작권 계약에 목을 매는 형편.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얘기다.

400여곳 중 ‘빅4’ 80~90% 다뤄

에이전시 업계에서는 KCC, 신원, 임프리마, 에릭양이 ‘빅4’로 불린다. 이들은 1994년 이전에 설립돼 선점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여기에 베스툰코리아, 북코스모스가 다크호스로 등장해 주목된다. 이들 메이저급은 10인 이상의 직원을 두고 영, 프, 독, 일 등 주요 언어권을 커버한다. 이들은 주로 서적, 사진, 미술 등의 저작권을 취급한다. 사진과 미술 저작권은 서적에 포함된 것들이 별도의 계약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비교적 활발하게 활동하는 에이전시는 20~30곳. 하지만 선두 4~5곳이 중개물량의 80~90%를 차지하고, 나머지가 10~20%를 나누는 것으로 추정된다.

끊임없는 잡음 = 저작권 계약은 일종의 경매방식으로 진행된다. 원칙적으로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출판사한테 번역 저작권이 넘어간다. 출판사, 에이전시가 여럿이 관련되고 ‘물건’이 크면 인세와 수익금 역시 크므로 희비가 엇갈린다. 돈이 오가는 곳에 뒷말은 따르기 마련이다.

출판사의 불만은 에이전시에서 필요 이상으로 가격을 올린다는 것. ㄷ출판사 관계자는 “입찰액수를 공개하거나 부풀려 불필요한 경쟁을 불러 값을 올림으로써 자기들의 이익을 올리고 결과적으로 달러를 국외로 유출시킨다”고 주장한다. 물증은 없지만 심증이 짙다는 하소연이다.

로열티 떼먹고 잠적 불신 사기도

ㄱ에이전시 관계자는 “평등한 관계여야 할 에이전시-출판사 관계가 변질된 측면이 있다. 큰 에이전시나 큰 출판사들이 계약서 상의 ‘갑’이 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에이전시에서 경쟁을 부추기는 경우가 분명히 있다고 증언했다. 또 책의 장단점을 모두 얘기하고 적정액 제시를 안내해야 하는데도 팔고보자는 욕심에 출판사를 현혹하는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역으로 출판사가 에이전시를 부추기기도 한다. 경쟁사의 제시금액을 알려주기를 강요하고 어떻게든 자사한테 낙찰시켜 주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일부에 국한된 얘기지만 여파는 심각해 서로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한다. 일부 출판사는 에이전시를 수족 부리듯 하고 때로 구미에 맞지 않으면 폭언을 퍼부어 불신을 부추긴다. ㄴ에이전시 관계자는 “최저가라는 저작권자와 최고가라는 출판사의 제시가격 차를 중재하다 보면 양쪽의 불만은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부작용은 국내는 물론 국외까지 미쳐 한국출판사를 봉으로 만든다. 독일의 한 출판사는 국내 출판사의 과당경쟁 및 불신풍토를 악용해 제시금액을 공개하는 메일을 출판사마다 보내 처음보다 3배 넘게 저작권료를 챙긴 일이 있다. 국내 출판사들이 대외신용을 잃는 것도 큰 문제. 특히 중소 출판사들이 계약대로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책을 먼저 내고 부도를 낸 채 잠적하거나 인세 안주고 버티다 쌓이면 다른 에이전트로 옮겨가는 행태를 되풀이하는 곳도 있다고 전한다. 타격은 고스란히 에이전시한테 돌아간다. 신뢰도 하락은 물론 독점계약 관계가 깨지기도 한다. 이를 눈치챈 일부 외국 에이전시들이 터무니없는 계약금을 요구하기도 한다. 더사카이에이전시는 금액제시 단계서 돈을 받는다. 한국 에이전시들 역시 중소 출판사와의 거래를 꺼리고 보증금을 받는다. 이로 인해 출판계의 빈익빈부익부라는 악순환에 일조한다.

문제는 풀어야 한다 = 이런 문제는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 미우니 고우니 해도 공생관계인 까닭이다. ㄱ에이전시 관계자는 “‘원칙과 소신’만이 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말했다. ‘열린계약’의 경우 제시금액 비공개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또 독점관계의 경우 제시금액을 국외 에이전시에 넘겨주기만 하면 된다. 출판사들도 눈치볼 것 없이 소신껏 제시금액을 넣고 그 결과에 승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아가 상호 의사소통을 원활히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에이전트들이 출판을 잘 안다고는 하지만 출판인회의의 서울북 인스티튜드 교육 등을 통해 지금보다 더 소상하고 정확한 실태를 파악한다면 자신들이 정해놓은 하한선을 무리하게 고집하거나 출판사한데 지레 높은 값을 유도하는 일은 없어지지 않겠느냐는 의견이다. 또 그는 “에이전시들은 통상 선인세+로얄티 등 금액으로만 금액제시를 하는데, 출판사 입장에 서서 영업계획을 만들어 국외 에이전시에 제공하면 좋은 조건에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다”고 말하고 신뢰만 구축되면 상생의 길은 얼마든지 있다고 전했다.

ㄴ에이전시 관계자는 에이전트를 출판계 외부인으로 인식하는 것부터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같은 길을 가는 출판기획자로 봐달라는 주문이다.

에이전트는 일반인들은 잘 모르고 빛도 보지 못하지만 해외문화를 국내에 소개하는 첨병의 역할을 한다. 국외 도서전이나 에이전트 또는 리서치를 통해 좋은 책을 국내에 소개한다. ㄷ에이전시 실장은 “출판계의 파이가 적은 만큼 박봉이지만 ‘문화대사’라는 보람으로 산다”고 한다. 그는 “제대로 된 에이전트는 외국어 실력과 정보는 물론 책임감이 투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자부심도 크다. 한 에이전트는 “거간꾼으로 지칭당했을 때 맥이 탁 풀려버린다”고 했다. 자신은 중개자의 마인드로 실적에 집중하기보다는 출판기획자의 마인드로 책을 기획하자는 생각으로 활동한다는 것이다.

날개를 달기 위해 = 세계적으로 지적재산권 교류가 활성화되면서 에이전시의 몫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수입 일변도의 한국 지재권 시장에 수출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한류열풍에 힘입어 <겨울연가>, <가을동화>, <대장금>이 제값을 받고 동남아에 수출되었다. 이와 다르게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검은꽃> 저작권이 미국 프랑스에 각각 수출된 것은 고무적인 일. 한류에 힘입은 것도 아니고 정부나 문단의 지원없이 순수하게 상업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 작업을 해온 이구용 임프리마 상무는 “이런 속도라면 3~5년 뒤에는 한국문학 수출이 활기를 띨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재권 ‘수출 마은드’ 키워야

아직은 소수이지만 적극적인 에이전트의 활동상은 무척 희망적이다. 이 상무는 “해외에서 먹히려면 어느 나라의 독자가 보더라도 그들의 일상적인 정서를 압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 역사와 문화에 대한 사전지식이나 정보를 요구해서는 안된다”며 작가들의 세계를 지향한 마인드 변화에 에이전트의 노력이 합쳐지면 한국 문학작품의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김훈을 소개해온 대니홍 에이전시의 홍대규씨는 “한류열풍은 반쪽짜리”라고 평가하고, 유능한 한 작가의 포트폴리오를 10월쯤 국외 도서전에 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개의 폭을 넓히려면 에이전트 및 출판계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견해다. ㄷ에이전시 관계자는 출판사들이 국내인세와 해외인세를 구별해서는 안되고 인세를 아까워해서는 안된다고 주문했다. 언제까지 수입 마인드에 머물 것이냐는 반문이다. 그는 “더 유능한 인재들이 들어와 국내문화를 풍성하게 하고 해외문화를 소개해야 한다”고 말하고 주요 언어권 외 스웨덴, 아랍, 터키, 타이, 말레이시아, 이탈리아, 포르투갈 전공자들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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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2-11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여튼 하는 짓들이 참 가관입니다 ㅠ.ㅠ

하늘바람 2006-02-11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아주 치열하지요. 외국과의 경쟁도 아니고 우리끼리 책값을 높이고 있으니

모1 2006-02-11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림픽, 월드컵등의 중계권료도 우리나라 방송사에서 서로 경쟁해서 값을 많이 올린다죠? 외국 영화도요. 오늘 신문 보니까..마시멜로이야기 있더군요. 판권료를 어마어마하게 줬다나 뭐라나...확실한 것은 책값이 참 많이 올랐다..싶어요. 경제학 콘서트 샀는데...책 내용도 있으니 좀 그렇긴 하지만 다른 책보다 더 비쌀 모습은 아니더군요.

하늘바람 2006-02-11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타까운 일이죠 그러면서 책 안사본다하고는, 하지만 출판사 입장 어느정도 이해는 갑니다. 팔리는 책 한구너 갖고 싶은거 정말 목숨걸어야 할 일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