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백가, 공동체를 말하다

국가란 무엇인가? : ‘공동체’라는 창을 통해 제자백가 읽기
 오늘의 관점으로 보면 제자백가 사상은 치열한 정치 논쟁에 다름 아니다. ‘어떻게 하면 이 공동체(국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어떤 방법으로 공동체의 미래와 청사진을 그려볼까?’ 하는 문제를 고민하는 것이 정치일진대, 그들은 실제로 이런 문제를 고민했고 그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각자 자신의 사상을 펼쳐갔다.
그러므로 공동체를 중심으로 그들의 사상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곧바로 그들의 사상 중심부로 진입할 수 있으며, 오늘날 우리가 어떤 국가를 만들어가야 할지를 고민할 때도 그들의 이야기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들이 꿈꾸었던 이상적인 공동체는 어떤 모습이었으며, 그러한 이상적 공동체의 토대를 만드는 데 필요한 대안과 통찰은 무엇이었을까.
부유한 나라를 꿈꾸었던 극단적 실용주의자 관중, 역사상 첫 인본주의자이자 진정한 어른으로 존경받았던 안자, 위태롭지 않게 백성을 보호하는 게 국가의 첫째 사명이라는 손자, 씨족공동체적 삶을 그리워했던 이상주의자 공자, 인민의 합의를 통한 체계적 행정망과 큰 정부를 지향했던 묵자, 만민이 법 앞에 평등한 공화국을 꿈꾸었던 국가주의자 상앙…. 그리고 그들은 다시 우리에게 묻는다. 한국 사회의 갈 길은 무엇이냐고, 대한민국의 청사진은 있느냐고?


겹겹의 공간들

우리 주변의 공간 대부분은 굳어진 관념이나 진부해진 이미지들에 갇혀 공간 본래의 성격과 표정은 사라지고 대상화될 뿐이다. 저자는 둔해진 감각, 게으른 습관으로만 공간을 인식했던 우리의 타성을 경계하는 방편으로 공간을 낯설게 보고, 공간에 겹겹이 드리워진 이미지들을 걷어낸 뒤 텅 빈 공간 자체의 표정을 살펴 우리가 누리는 공간의 가치에 대해 되새겨보자고 말한다.
공간은 누구나 누린다는 점에서 보편적이다. 그 너머에 어떤 부가적인 차원도 허용하지 않고 이면에 어떤 배후도 거느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근본적이다. 아무리 부풀리거나 짜부라뜨려도 벗어날 수 없는 삶의 장이다. 인간은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저마다 상이한 공간적 경험을 하며,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공간에 대한 관념을 갖게 마련이다. 일상에서 우리가 기억이라고 부르는 것은 공간화한 기억이다. 추억은 벌집 같은 공간 속에 특정의 시간들을 압축하고 공간화한다. 바슐라르가 『공간의 시학』에서 한 말처럼 “기억을 생생하게 하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공간이다.”

 

 

신중한 사람

1981년 중편 「에리직톤의 초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승우는 지난 33년간의 저작을 통해 폭넓은 소설적 영역을 구축해왔다. 작가는 신과 인간의 관계를 탐사하는 초월적 주제에서부터 신화적 세계를 경유한 다양한 물음들로 한국 소설의 형이상학적 폭과 깊이를 넓히고 심화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소설집에서는 죄의식에 대한 깊은 탐구와 더불어 인간 심리의 미로, 욕망의 어두운 지대를 겨냥하고 있다. 물론 그 미로의 맞은편에 자리한 편집증적 망상과 자기기만을 강요하는 막무가내의 부조리한 현실도 지적한다. 이는 『생의 이면』(1993)에서 보여주었던 인류의 원죄 의식이나 『에리직톤의 초상』(1981)이 제기하는 ‘현실 사회에서의 죄의 실체’에 대한 문제적 의문, 「일식에 대하여」에서 인식하는 ‘고귀한 삶이 불가능한 곳’으로서의 현대 사회에 대한 인식 등과도 맞닿는다. 이번 소설집에는 그간 작가가 보여준 문제의식과 세계관이 결집되어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림자

카린 지에벨은 인품으로나 도덕적으로나 부족한 인물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아가는 동안 공감 능력을 배양하고 차츰 균형 잡힌 인간으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묘사하는 것에 큰 흥미를 느낀다고 술회한 바 있다. 작중인물들의 직업 구성 또한 다양하다. 광고회사 커리어우먼, 의리와 정이 많은 터프가이 형사, 노회한 회사경영자, 순수하고 정의감 넘치는 신출내기 형사, 신경정신과전문의, 정신병원 간호사, 천재적인 두뇌의 사이코패스 등 인물의 면면만 보아도 대단히 흥미롭다.

 

 

 

 

 

사랑도 없이 개미귀신

등단 이후 ‘가난’과 ‘소외’의 문제를 깊이있게 파고들며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과 잔혹한 현실을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로 그려온 최금진 시인의 세번째 시집 『사랑도 없이 개미귀신』이 출간되었다. ‘비극적 리얼리즘의 미학’으로 주목받았던 『황금을 찾아서』 이후 3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특유의 직설적이고 냉소적인 어법으로 불행과 결핍으로 얼룩진 삶의 비애와 부조리한 세상의 살풍경한 현실을 곡진하게 그려낸다. 생의 고통을 고스란히 끌어안고 “세계와의 불화 속에서 무중력의 역사를 살아내고 있는 한 ‘상처 입은 영혼’의 모습”(이재복, 해설)과 비루한 “운명의 거친 바닥을 죄다 허적여 보여주”(신용목, 추천사)는 간절한 시편들이 가슴 저미는 감동으로 다가온다.

 

 

 

글로리홀

『글로리홀』은 시집 같기도, 소설집 같기도 하다. SF, 디스토피아, 포르노그래피, 하드코어 야오이물, 팬픽으로 읽힐 수도 있겠다. 특정 시기 영미권 대중문화와 하위문화에 대한 충실한 보고서나 오마주, 부패한 세상을 풍자하는 알레고리, 혹은 자아를 찾기 위해 떠나는 로드무비이기도 하다. 김현이 한 권의 시집으로 묶기를 선택한 이 많은 요소들은 결국 우리의, 인간과 세계의 욕망을 드러내며 억압과 결핍을 조망한다. 세상에 없을 수밖에 없던 시(세상에 없던 시, 세상에 있어야 하는 시가 아닌), 퀴어와 섹스와 정치와 SF와 문학과 음악과 영화와…… 인간의 욕망과 세계를 이루는 온갖 은유들로 구성된 이 보랏빛 백과사전은 조금 새롭고 꽤나 낯설어 우리를 퍽 불편하게도 하지만 눈 밝은 사람에겐 몹시 유쾌하게 다가올 것이다. 당신은 얼마만큼 인간입니까, 무엇이 인간을 인간되게 합니까. 인간과 세계, 욕망을 묻는 그 오랜 질문에 대한 스크린 키드의 정직한 대답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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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테보리 쌍쌍바

이 소설에는 주인공이 “재미도 없고 공평하지도 않은 이 세상”을 다르게 살아보기 위해 선수가 되어 일반인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과정이 역동적으로 펼쳐져 있다. 그런데 그가 진지하게 몰두하는 승부란 사실 제3자, 즉 자기 계발 담론 사회의 ‘속물’들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는 한심한 ‘잉여짓’일 뿐이다. 박상은 이러한 ‘잉여짓’을 의도적으로 진지하게 공들여 묘사해 어처구니없는 실소를 유발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선수가 속물 되기에 패배한 잉여가 아니라 속물 되기를 ‘거부’한 ‘자발적 잉여’라는 사실이다. 그는 여느 잉여들과 달리 자기를 비하하지 않고 자기를 사랑한다. 그는 잉여가 됨으로써 오히려 진정한 자기의 삶을 산다. 박상은 이 “병신 같지만 멋있는” 선수의 삶을 병맛 코드의 스피드 메탈 사운드로 들려준다.


 

 

에코의 초상

관심의 대상과 표현 방식은 조금씩 달라져왔지만, 그 시선은 항상 자신 안에 웅성거리는 다른 ‘나’들에게 머물렀고 동시에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관심으로 벋어 나갔다. 이번 시집은 제목에서 의미하듯 자기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채 다른 사람의 마지막 말을 되풀이해야만 하는 ‘에코’의 운명을 시적 자아의 초상으로 받아들인다. 외부의 목소리가 되울려서 나의 몸과 말, 생각이 되는 경험을 통해, 화자는 타인의 불행을 ‘나’의 일로 겪어내며 한 그루 덤불을 껴안고 활활 타오른다.

 

 

 

 

 

 

 

 

디저트 월드

배경이 어디고 등장인물이 누구든, 그의 소설에서는 늘 현실과 환상이,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뒤섞인다. 무엇이고 어디이며 누구에 대한 이야기라고 딱 짚어 말할 수 없어 느껴지는 묘한 이질감에서 새롭고도 모호한 소설적 시공간이 탄생하는 것이다. 『디저트 월드』는 2013년 가을부터 2014년 초겨울까지 두 계절에 걸쳐 문학과지성사 블로그에 연재되었던 작품을 묶어낸 연작 장편소설이다. ‘몽블랑, 당근케이크, 마카롱, 자허토르테, 오렌지쿠키, 레드벨벳컵케이크, 라즈베리타르트’라 이름 붙은 일곱 편의 달콤하고 싸한 이야기들에서 그동안 김이환이 구축해온 흥미로운 상상력, 이야기의 본령에 대한 재능이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언어적 표현의 한계를 넘는 ‘음악’이라는 또 다른 장치
 이 소설에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바로 ‘음악’이라는 매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음악’은 주인공 류의 결정적인 장면마다 등장해서, 작품의 분위기를 좀더 풍요롭게 만드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이 소설이 단순히 ‘청춘의 한 때’를 묘사하는 것을 떠나 언어적 표현으로 담을 수 없는 한계까지 표현하고자 하는 작가의 치밀함을 읽을 수 있다.
‘도어스’, ‘롤링 스톤스’, ‘바 케이스’, ‘말 왈드론’, ‘루이스 본파’, ‘제임스 브라운’, ‘찰스 밍거스’, ‘레드 제플린’, ‘재니스 조플린’, ‘핑크 플로이드’, ‘버즈the byrds’, ‘밴 모리슨’ 등 한 시절을 풍미한 엄청난 음악의 향연이 이 소설 속에 펼쳐진다. 특히 ‘루이스 본파’의 늘어진 삼바, <흑인 오르페>와 아프리카 리듬을 담은 <오시비사>는, 주인공 류의 정신적인 피폐함을 보여주는 광란의 파티 현장을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들을 떠올리듯, 진한 감정을 전달하는 중요한 매개로 작용한다.
: 책을 가지고 있으니, 눈요기로. 표지, 정말 예쁘게 나온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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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문할 예정인 책들이에요. 요사이 시&소설 위주로 독서 편식이 좀 심했는데, 다시 좋아하는 과학 분야를 파고들 거랍니다. 경제학은, 아직은 초보 수준이라 꼼꼼히 씹고 뜯어가며(;) 독서해야할 것 같습니다.

 

1.4킬로그램의 우주, 뇌

‘작지만 큰 우주’ 뇌 속으로 떠나는 여행
 뇌는 성인의 몸무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퍼센트밖에 되지 않는, 주먹 2개 정도 크기의 작은 기관인 동시에 100억 개의 신경 세포가 100조 개의 시냅스를 형성하며 얽힌 ‘우주에서 제일 복잡한’ 시스템이다. 또한 뇌는 긴 진화 과정을 통해 만들어져 인간의 역사, 행동, 언어, 기억에 관한 모든 정보가 담긴 판도라의 상자이기도 하다. 『1.4킬로그램의 우주, 뇌』는 뇌 과학의 가장 기본이 되는 뇌의 구조와 기능에 대해 먼저 정용 교수에게 배우고, 이렇게 만들어진 뇌에서 인간의 일상을 지배하는 각종 선택과 의사 결정이 어떻게 내려지는지를 정재승 교수에게, 그리고 생명체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생존과 번식의 방정식을 뇌가 어떻게 푸는지를 김대수 교수에게 들어 봄으로써 우리 뇌의 모든 것, 그리고 최신 뇌 과학의 모든 것을 담았다. 세 교수는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세 가지 큰 질문 ‘뇌는 어떤 존재이며 어떤 일생을 겪는가?’, ‘뇌는 원하는 것을 어떻게 판단하는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뇌는 어떤 전략을 가지고 그것을 행동으로 나타내는가?’를 던지고, 그 답을 독자와 함께 찾아 나선다.

빛의 물리학

- EBS 다큐프라임

갈릴레오, 뉴턴, 맥스웰, 아인슈타인, 보어, 하이젠베르크, 슈뢰딩거 등 빛의 정체를 파헤친 과학자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우주와 물질이 무엇이며 어떤 법칙으로 움직이는지에 대한 현대 물리학의 답변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아주 큰 세계를 탐구하는 상대성이론과 아주 작은 세계를 탐구하는 양자역학을 공식 없이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살펴본다는 점이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들이 던졌던 탁월한 질문들과 끈질긴 탐구 과정을 다양한 이미지와 함께 흥미롭게 담았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인 장하준이 쓴 '지금 우리를 위한' 새로운 경제학 교과서.
30여 년간 유일한 경제학적 진리로 군림하면서도 금융 위기에 아무 해법도 내놓지 못하는 신고전주의 경제학에서 벗어나, 다양한 경제학적 접근법을 소개하여 경제와 경제학을 새롭게 보게 해 준다.
먼저 1부 '경제학에 익숙해지기'에서는 경제란 무엇이고, 경제학을 왜 알아야 하는지를 이야기한 뒤 자본주의 경제가 어떤 과정을 통해 얼마나 달라져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 간략한 경제사를 훑어본다. 이어 신고전주의를 비롯해 고전주의, 마르크스학파, 오스트리아학파, 케인스학파, 슘페터 학파, 개발주의, 제도학파, 행동주의 등 9가지 주요 경제학파를 소개하고 장단점을 조목조목 설명해 준다. 이렇게 경제학에 익숙해지고 난 다음에는, 주류 신고전주의 경제학에서 도외시하지만 우리 생활과 밀접한 일, 실업, 불평등, 빈곤 등을 비롯해 정부와 기업의 역할, 국제 무역 등 거시 경제까지 아우르며 경제학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 준다.
나아가 복잡한 수식이나 모델이 아니라 노동시간, 빈곤율, 국내총생산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현실의 숫자를 통해 경제를 생생하게 보여 주는 동시에 그 숫자가 설명하지 못하는(혹은 가리고 있는) 이면까지 날카롭게 짚어 줌으로써, 경제를 제대로 보는 눈을 키워 준다.

동물 도감

한눈으로 보는 생명공동체 《동물 도감》
 《동물 도감》은 <세밀화로 그린 보리 큰도감> 시리즈 가운데 한 권이다. 지난해에 《바닷물고기 도감》이 나왔고, 이어 두 번째로 펴내는 책이다. 이 책은 20년 남짓 보리가 그려 온 숱한 동물 세밀화 가운데 223종을 가려 뽑았다. 모두 12명의 화가가 세밀화를 그렸고, 7명의 전문가가 글과 그림을 다시 검토하고, 가장 최근의 연구 성과까지 반영했다.
이 책에 실린 동물들은 우리 살림살이에 없어서는 안 될 것들, 우리가 늘 자주 대하는 동물들이다. 그래서 책 어느 곳을 펼치더라도 익숙한 동물, 적어도 이름은 알 만한 동물들이 있다. 우리는 최근 몇 십년 사이에 숱한 동물들의 멸종 소식을 들으며 지냈다. 지금도 한 해에 몇 종씩 아예 지구에서 사라진다고 한다. 이제는 이런 소식에도 익숙해져서, 동물 몇 종이 사라지는 것쯤은 내 삶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목숨줄을 쥐고 있는 것이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들이다.

 

이탈로 칼비노 전집

 

 

 

 

 

 

 

 

 

 

 

 

 

 

 

 

 

 

 

 

 

 

 

 

 

 

 

 

 

 

 

 

 

 

 

 

 

 

 

 

 

 

칼비노는 사실적이고 논리적인 세계 대신 현실과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환상이라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창조함으로써 오히려 현실 세계의 민낯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고 비판한다. 현실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표현의 도구로 선택된 그의 환상 소설들은 네오리얼리즘과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이 지배적이던 시기에 칼비노만의 독창성을 드러내며 세계 문단에 큰 획을 그었다. 이번에 출간되는 이탈로 칼비노 전집은 21세기의 독자에게도 전혀 빛바래지 않은 문학적 상상력과 함께 다양한 인문 사회적 성찰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 이탈로 칼비노는 20세기 문학계의 가장 톡톡 튀는 발명가이자 혁신가이다. -《가디언》
▶ 그는 모든 합리적인 예상을 뒤엎은 장치를 설계하여 독자들을 매혹한다. -《뉴요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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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간 소설 중에서 우선순위로 읽고 싶은 목록이에요.
쉽게 읽히는 문장이지만, 그리 쉽게 쓰이지는 않은, 몰입도가 상당한 소설 위주입니다.
때로는 단순히 빠져들고 싶을 때 손이 갈 듯한 책이랄까요.

 

 

ㅋㅋㅋ

장주원 초단편소설집 『ㅋㅋㅋ』의 매혹을 가동시키는 첫번째 요인으로 들고 싶은 것은 서사의 강렬한 흡인력이다. 이 강렬함을 독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정서적 감응을 이끌어내는 힘이라고 명명할 수 있다면, 장주원은 짧은 분량 안에 자신이 공감각적으로 체험하는 일상의 에피소드를 무시무시한 흡인력을 가진 서사로 직조해 내는 능력을 보여준다. 그를 위해서 장주원은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놀라운 문학적 장치들을 소설 안으로 끌어들이는데, 반전이나 위트, 역설, 풍자 등이 그것이다. 또한 장주원이 만들어 내는 서사의 강렬함은 독설 혹은 직설과도 같은 작가 특유의 화법에도 적지 않게 기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독설과 직설의 내러티브가 설득력에 부합하는 매혹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사건을 대하는 화자의 인식의 균형이 필수적인데, 장주원은 지적 분별력과 문화적 감식안으로 이 균형을 끝끝내 지켜낸다. 독설과 직설이 균형을 잃을 때, 그것은 추한 선동문이나 광고문안, 천격의 유언비어로 전락하는 법이다. 하지만 균형잡힌 독설과 직설의 호위를 받는 그의 서사는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거칠 것 없이 단숨에 주제의 핵심에 육박하면서도 어느 순간 놀라운 제어력에 의해 반드시 도달할 곳에, 그 대미에 도착한다. 여기에 작가로서 장주원의 숨길 수 없는 재능이 여실히 드러난다.
위트와 풍자와 반전 같은 허구적 에피세트로 가득한 그의 글들이 독자들에게 현실적인 진정성과 설득력을 전하고 있는 것은, 그의 글쓰기 전략이 일상의 사건과 인물을 결합시키고 또 다른 사건과 인물을 파생시켜 내는 방식을 문학적 장치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우리가 편의적으로 장주원식 하이퍼리얼리즘이라고 명명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유괴

본격 미스터리의 거장 다카기 아키미쓰의 법정 추리극. 1960년 실제 일어난 유괴 사건을 집요할 정도로 취재해 그린 법정 미스터리에 본격 미스터리 요소를 적절하게 가미한 범죄 소설이다. 당시 사회적으로 화제가 되었던 사건을 중립적인 시선으로 다뤄 사회파적인 색채는 물론, 논픽션 소설의 리얼리티, 본격 미스터리의 반전까지, 작가 다카기 아키미쓰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붉은 눈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시리즈 6권. 호러와 본격 미스터리 양 분야에서 왕성한 집필 활동을 이어오며 일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탄탄한 팬층을 확보한 미쓰다 신조의 첫 호러 단편집이다. 단편 소설 여덟 편과 엽편 소설 네 편이 수록된 이번 작품집은 작가가 실제로 근무했던 잡지사의 편집자가 등장하는가 하면 ‘도조 겐야’ 시리즈를 쓰는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도 하고, 실존하는 사진집이 언급되기도 하는 등 미쓰다 신조가 직접 겪은 괴이한 일들을 들려주는 듯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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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도착했어요.
집에 돌아오니까, 떡 하고 보였습니다.
손창섭 단편, 레미제라블,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학창시절 이후로 오랜만에 집는 거라 더 새로이 다가올 듯합니다. 벌써부터 두근두근하고 있어요. 번번이 미뤄뒀다가. 반값 이벤트에 옳거니 하고 담았습니다. (웃음)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세트 - 전3권

젊은 시절, 8년 간 시베리아에서 유형하면서 들었던 이야기 하나가 그의 마지막 작품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의 모티프가 되었다는 사실도 매우 흥미롭다. 그는 옴스크의 감옥에서 ‘친부 살인범’인 한 귀족 출신 남자에 대해 알게 되었다.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결국 유산을 노리고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도스토예프스키는 그 후 그 남자가 무죄였으며, 실제로 범죄는 남자의 약혼녀를 사랑했던 동생의 소행이었다는 사실을 전해 듣는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이 사건에 대한 메모를 차근차근 정리해 갔으며, 마침내 3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후 소설로 완성했다. 따라서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은 그의 전 문학 인생에 걸친 대 기획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신과 종교, 삶과 죽음, 사랑과 욕정, 인간 본성의 문제를 탐구해 낸 대서사시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은 심오한 사상과 다양한 주제 등 내용 면에서뿐 아니라 그 분량도 방대한 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단적인 소재와 긴장감 넘치는 구성으로 인해 한번 손에 들면 끝까지 읽어 내려가게 된다. 부자간의 재산 다툼, 한 여자를 둘러싼 갈등, 결국 이런 반목에서 이어지는 친부 살해라는 다분히 선정적인 소재에, 범죄소설 혹은 추리소설 기법으로 쓰인 이 작품은 도스토예프스키의 다른 어떤 작품보다도 가독성이 높다. 여기에, 독특한 개성을 지닌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됨으로서 자극적인 사건은 보다 더 흥미롭게 전개된다.

죄와 벌

 

『죄와 벌』은 도스토예프스키가 사형선고에 이은 8년간의 유형 생활 후 두 번째로 발표한 작품이다. 전작 『지하로부터의 수기』에서 싹튼 새로운 ‘인물 유형’과 소설 기법이 바로 이 소설에서 만개하여, 인간의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심리가 낱낱이 파헤쳐진다. 작가 스스로 『죄와 벌』은 “범죄에 대한 심리학적 보고서”라고 밝혔듯, 죄와 속죄에 대한 다양한 인식들이 팽팽하게 갈등하고 교차한다. 이 소설은 도스토예프스키가 작가로서의 성숙기에 정점을 찍을 수 있게 했고, 또한 조이스, 헤밍웨이, 고리키, 버지니아 울프, 토마스 만, 헨리 밀러, D. H. 로렌스를 비롯한 위대한 작가들에게 커다란 영감을 주었다.

레미제라블 세트 - 전5권

“한 저주받은 비천한 인간이 어떻게 성인이 되고, 어떻게 예수가 되고, 어떻게 하느님이 되는”지 그려 낸 『레 미제라블』은 빅토르 위고가 삼십오 년 동안 마음속에 품어 오던 이야기를 십칠 년에 걸쳐 완성해 낸 세기의 걸작이다. 워털루 전쟁, 왕정복고, 폭동이라는 19세기 격변을 다룬 역사 소설이자 당시 사람들의 지난한 삶과 한을 담은 민중 소설이며, 사상가이자 시인으로서의 철학과 서정이 담긴 작품이기도 한 이 소설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세계”나 다름없으며 인간 삶과 세상을 아우르는 모든 것이 이 작품 속에 담겨 있다.

손창섭 단편전집

 

손창섭의 한 마디

따뜻한 가정과 사랑이란 것을 모르고 어려서부터 거칠고 냉혹한 현실의 가파름 속에 던져져야 했던 나는, 어떻게 해서든지 살아야 된다는 발악과 역경 속에서 인간 형성의 가장 중요한 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내온 내가 비로소 자신을 자각했을 때, 나의 눈앞에 초라하게 떠오른 나의 인간상은, 부모도 형제도 고향도 집도 나라도 돈도 생일도 없는, 완전한 영양실조에 걸린 육신과 정신이 피폐한 고아였던 것이다. 나에게는 밥이, 인정이, 고향이, 집이, 휴식이, 그리고 따뜻한 위로와 격려와 지도가 아울러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나와는 인연이 없었다. 그렇게도 절실히 내게 필요한 것들을 남들만이 모두 차지하고 있었다.

이미지 인문학 1


《이미지 인문학》은 ‘무한한 이미지’의 세계를 이미지의 역사와 철학, 그리고 미학을 횡단하며,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만들어낸 미학적 패러다임의 변화 양상을 보여준다. 인간의 정신을 기술적 매체와의 관계 속에서 탐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디지털 ‘이미지’는 회화, 사진 등 전통적인 이미지뿐만 아니라 사물이나 생물, DNA, 비트, 나노까지도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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