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즈음해서 퍼머한 머리를 지금까지 견디고 있었다..
찬바람이 불면서 즐겨쓰던 모자덕분에 머리 스타일은 별로 눈에 거슬리지도 않았고..
예쁘게 머리 새로한들 모자로 가리게 되면 너무 아깝다는 아줌마틱한 생각때문에
하루 이틀 머리 손대기를 미루어온것이다..
이제 2004년 새해도 됐고..얼마후면 민족 최대 명절 설날을 앞두고..
오늘 드디어 퍼머를 하러갔다..
예정대로면 일찍 아침을 먹고 퍼머를 한후에 집에와서 점심을 먹는거지만..
오늘 또한 평소의 일요일 처럼 늦잠을 자고 일어나보니 해는 중천에 떠있고..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대충 만들어서 밥을 먹이고는...남편에게 아이들 목욕 시키라는 숙제를
남기고 혼자서 안양시내로 나갔다^^...
전에는 우리아파트 미용실에서 대충 퍼머를했는데...단골 원장님이 임신으로 바뀐후에는
도저히 맘에 들지않아서 친구의 추천으로 안양시내에있는 아주작은 미용실...로 간것이다..
얼마나 작은지..옷이나 가방을 넣어두는 옷장도 없어서..알아서 가방을 챙겨야했다..
원장이하 앳된 스텝(?)이 4명이있고..의자 5개놓인 몇평 안되는 미용실에 왜 그리 손님은 많은지..
일요일에 간 내 잘못도 있겠지만...미용실 직원과 대화를 해본 결과...
원인은 얼마안남은 설날 덕이 아닌가 싶다..나처럼 설전에 머리퍼머하자고 온 아줌마들이
많았나보다..연중행사처럼..^^ 눈치껏 기다리면서 '셋팅퍼머'라는것은 하는데..
참 무슨 의료시술도 아니고..SF영화에나 나오듯이 긴줄 하나씩 머리에 달고 버튼으로
전기 넣는데...아무리봐도 '토탈리콜'에 나오는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모양이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일반 퍼머같지않고 셋팅퍼머는 약도 적게 바르고..
열로 해서인지 말자마자 조금 있다 푸르고 중화제를 바르는것이다..
정신없이 퍼머 다하고 나니 그좁은 곳에 어깨를 부딪히며 앉아있던 손님들은 거의 다
썰물처럼 빠져나가고..나외에 두명이 더 앉아있는거다..
그중에 한분이 나가고..두명 남아서...내가 먼저 머리를 다듬었다..
원장이 자기의 작품(?)을 뿌듯한 맘으로 감상하면서..감탄사를 연신 퍼붓는다..
나도 따라서 예쁘다고 답해주고 계산하고 나왔다..
매직보다는 싸고 일반 퍼머보다는 비싼...퍼머값을 내는 손이 떨린다..
물론 카드로 계산해서 '사인'하는 손이지만^^...
여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남자보다 돈이 더 든다...그나마 기본은 해야지 안하면
영락없이 컨츄리꼬꼬 아줌마가 되버린다..
저녁반찬으로 돼지목살(백화점에서 파는 돼지고기는 이마트 돼지고기보다 비싸네요..
같은 제주돼지인데..땅값이 비싸서 그런가?) 사고..유기농 쌈사고..저녁 7시 넘어서 반값하는
유기농 방울토마토에...3봉지에 5천원하는 빵까지...바리바리 사가지고 집에오니..
아들,딸,,"엄마 , 예뻐졌다" 한다...이구...이쁜것들...알아서 원하는 멘트를 해주는군...
동네에서 아줌마들하고 퍼머할때와는 달리..안양시내라서 그런지 대학생또래의 어린애들하고
같이 머리를 하다보니...거울로 비친 내모습이 더 초라해보이고...
솜털이 보송보송한 어린여자아이들이 너무 이뻐보이고..나도 저럴때가 있었나싶은게...
부..럽...다...
이런맘이니 백설공주를 구박한 왕비맘까지 다 이해가 되는거다...
남편에게 이야기하니..실실 웃기만한다...
그나마 저녁밥에 고기 구워서 남편하고 맥주 한잔 나누어 먹으니......맘이 조금 풀린다...
젊음은 가지고 있을때는 소중함을 모르는것 같다..잃고나서야 소중함을 절감하지..
그래도 젊음의 방황보다는 지금의 안정이 좋다고 위안하면서...이만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