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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최규석 지음 / 길찾기 / 2004년 4월
평점 :
최규석과 둘리는 차력도장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만화책이라면 순정만화만 읽어 보았지..최규석스타일은 처음 본다. 이책을 읽기전에 최규석의 둘리에 대해 미리 찾아서 보게되어서..막연하게 둘리와 그친구들의 이야기가 한권에 계속 되는줄 알았다..그런데 막상 책을 펴보니..여러가지 내용으로 이루어진 단편집이었다..
처음 "사랑의 단백질" ..아이디어도 좋고..말하고 싶어하는 내용도 대충은 알것 같긴한데..읽다가 너무나 적나라한 장면에..(그것도 칼라로)..소름이 끼쳤다..전에 치킨런이란 영화때문에 미국에서 아이들이 닭먹기를 거부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사랑의 단백질을 읽은후엔 나도 닭먹기가 두려워졌다..우리아들은 생선을 먹으면서 "물고기가 불쌍하다..죽어서"한다..난 "이 물고기들은 너의 몸에 들어가서 뼈가되고 살이 되고..재진이가 튼튼해지면 행복한거야"라고 말해준다..그래서 이젠 "내가 물고기 먹어서 튼튼하면 물고기가 행복한거지?"라고 말하고 먹는다...
단백질...우리몸의 구성성분으로 꼭 필요한 영양소로서 음식물로 섭취하게된다. ..우리는 몸에 필요한 단백질 이상을 섭취하기에 비만에 고통받게 되는거겠지..필요이상의 욕심에 주변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면서 살고 있지는 않은지...주위를 돌아 보면서 살자..첫단편인 사랑의 단백질은 나에겐 조금 엽기적으로 느껴졌다..뒷끝이 안좋다..공포영화보고 밤에 화장실 갈때마다 생각나는 기분이다..
두번째..콜라맨..앙팡테리블인가..무서운 아이들이랄까? 도덕적인 판단보다는 자기 자신이 법이요..진리인... 철없다는 이유로 모든것이 무죄인 어린시절 이야기다..어디서 본듯한 이야기지만..깔끔하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끌고간다.
세번째 둘리..미리 줄거리를 알고 봐서인지..백신주사를 맞은것처럼 ....그나마 충격이 크진 않았다..그래도 읽고나니..콧끝도 찡한것이..맘이 아프다...헹...
넷째 리바이어던...컴퓨터모습을 한 새로운 왕의 모습에서 컴중독..게임 중독에 빠져사는 현대인의 모습과 겹쳐지면서...컴앞에 앉아 있는 내모습도 '착한 마음'을 받은 리바이던의 백성이 아닌지 생각됐다.
다섯째 선택...마지막 월드컵 응원장면이 인상적이다..난 선택을 못하는편이다..어릴때부터 엄마가 '이옷이 좋니? 저 옷이 좋니?"라고 물어보는걸 제일 싫어했다..엄마가 알아서 골라서 사주는것을 원했다..선택에 따른 책임과 후회가 싫어서였나 보다..지금도 살면서 선택을 하게될때...너무 힘들다..선택의 주인공은 가해자의 입장이지만 그또한 소모품에 불과하다..우리의 선택은 옳은것일까? 결과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것이다..
마지막..솔잎..이문열의 단편소설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는데..만화를 보면서 어디선가 읽은 내용인데..싶었다..맞다..이문열...영화가 사전 검열에서 가위질 당하는것에 대해 '그게 어때? 이상하니까..자르는거겠지'생각했었다..군사독재때 언론 탄압..검열등은 왜 필요한지 잘 몰랐었다..그런데 이제는 알게 됐다..그렇게 검열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자신들과 똑같은것을 알게되는것을 바라지 않는거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보면..아리스토 텔레스의 '시학'이란 책때문에 수도원의 수사들이 죽게된다..중세시대에 충실한 노수도사가 다른수도사들이 못 보게하기위해 책장에 독을 발라서..이책을 몰래 본 수도사들이 죽게 만든것이다.. '시학'이란 책이 웃음에 대해 다룬책이란게 못읽게 하는 이유다. 웃음이란것이 하느님을 우습게보는 악마적이라는거다..참 웃기는 이유지만..지금도 이런 말도 안되는 이유로 우리의 눈과 귀를 막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겠지..
최규석의 책을 본 소감은 박기범의 '문제아'란 책을 읽었을때와 비슷하다..문제아는 아이들 책에 대해 공부하면서 읽게 되었는데..처음에 쇼크 받았었다..이렇게 적나라하게 현실적이 문제를 다룬 아동소설이 있었구나..하는 것과..이런 소설도 베스트 셀러..스테디 셀러라는게..놀라왔다..엄마들이 책의 명성만으로 사서 읽힌건지는 모르겠으나..5,6학년 소설부문에서 스테디셀러를 고수하고 있다.. 입시교육과 치맛바람으로만 생각해왔던 학교와...학생들..그리고 아이들책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었다..최규석은 만화로 '문제아'를 그렸다..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아주 좋았다... 앞으로 나올 만화에 큰 기대를 하게 만드는 작가다.
최규석...기억할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