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레논의 말
켄 로런스 지음, 이승열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천만 관객을 앞둔 영화 한 편이 있다. 대부분 알고 계실 것 같은데, 그 영화는 바로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록 밴드 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보헤미안 랩소디>이다. 사실 나는 이 영화를 보지 않았지만, 퀸의 노래는 꽤 익숙하다. 전설적인 록 밴드라고 불리는 퀸. 이렇게 전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또다른 록 밴드를 말해보라고 하면 '비틀스'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존 레논의 말》의 서문은 9쪽에 걸쳐 존 레논의 생애를 담고 있다. 존 레논과 뗄 수 없는 비틀스 얘기는 물론이고, 그의 연애와 결혼, 세상을 바꾼 활동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존 레논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알지 못했기 때문에 책의 서문부터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그의 말들은 비틀스, 팬, 유명세 등의 19개의 주제로 분류되어 있다. 그의 말들을 읽어보면 약간 괴짜같으면서도 생각이 깊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존 레논이 한 말 중에는 음악을 하는 사람들 중 정말 자신이 하는 일에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입버릇처럼 말할 것 같은, 크게 특별하지 않은 문장도 있다. 하지만 몇몇 문장들은 그가 총격으로 사망하기 몇 시간 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말이라는 걸 알고 다시 읽었을 때, 그런 평범한 문장들이 더이상 평범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책 속 존 레논의 말들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은 '그는 참 거침없는 성격의 소유자였구나'이다. 그의 인터뷰를 영상으로 본 적은 없지만, 왠지 평소 자신이 생각하던 것들을 그대로 입 밖으로 꺼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툭툭 말을 내뱉을 수 있었던 존 레논의 비결은 나이가 들었어도 어린 아이같은 면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래서 짧은 문장을 말하더라도 큰 울림으로 다가왔던 말들이 많았던 것 같다.


비틀스의 많은 인기 만큼이나 많은 구설수에 오르내리곤 했던 존 레논. 존 레논은 그런 구설수들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고 그 와중에도 사랑과 평화에 대한 메시지들을 던졌다. 존 레논의 이런 모습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그를 기억하고 그들 사이에 널리 회자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그의 유쾌하고도 뼈 있는 말들을 듣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비틀스의 노래를 들으며 책을 읽는다면 더더욱 좋을 것 같다.

죽어서 무덤에 묻히기 전까지는 음악을 그만두지 않을 거예요.

켄 로런스, 《존 레논의 말》 p95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현재만큼 중요한 건 없다. 나머지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 요코의 말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의 바르게 살려고 지나치게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한다. 사람들은 나와 요코가 늘 기운이 넘치는 비결을 알고 싶어 하는데, 간단하다. 우린 아직도 아이 같아서 예의범절에 시간을 쏟지 않기 때문이다.

켄 로런스, 《존 레논의 말》 p21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둘리, 행복은 숨바꼭질을 좋아해 둘리 에세이 (톡)
아기공룡 둘리 원작 / 톡 / 201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뽀로로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생각하곤 했다. '나는 둘리를 그렇게 재밌게 보면서 자랐는데...' 내가 어렸을 때 둘리 만화 비디오를 여러 번 돌려봤던 기억이 있다. 둘리 에피소드들 뿐만 아니라 만화에 나오는 노래들도 수없이 들으면서 자주 흥얼거리기도 했다. 심지어 간단한 영어 공부도 둘리 비디오와 함께 했을 정도로 나는 둘리가 그만큼 친숙하다.


둘리를 보면서 흔히 하는 말들이 있다. 그저 즐겁기만 하면 아직 어린 것이고, 둘리와 그의 친구들을 돌보는 고길동이 불쌍해 보이기 시작하면 어른이 된 것이라고. 어렸을 때는 고길동이 둘리에게 당할 때마저도 통쾌해하며 즐겁기만 했는데, 요즘에 다시 생각해보니 조금 투덜거리기는 해도 자신의 가족을 먹여살리는 가장 고길동의 모습이 안쓰럽다는 생각도 들고 우리 아빠의 모습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캐릭터들을 내세운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는데, 나는 그 중 이렇게 어렸을 적 추억이 많은 둘리 책에 관심이 더 갔다. 《둘리, 행복은 숨바꼭질을 좋아해》는 억만 년 전으로부터 빙하를 타고 지구로 온 아기공룡 둘리가 우리 지구인들에게 행복은 무엇인지, 행복은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등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는 따뜻한 에세이다.


책은 만화 잡지에서 볼 수 있는 카툰, TV에서 방영하던 만화 속 장면을 몇 개 담고 있어서 어릴 적 그때의 추억을 다시 한 번 불러일으킨다. 몇몇 장면들은 보면서 어렸을 때 재밌게 봤던 에피소드들이 새록새록 떠올랐고, 당시 나왔던 노래들도 신기하게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어 흥얼거리며 미소가 절로 지어지기도 했다.


둘리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고 간단하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있다.' '어쩌면 그 행복을 알아채지 못하고 지나치고 있을지 모른다.'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나 자신에게만 집중하자.' 둘리는 다른 곳에서 지구로 와서 이 지구가 낯설게 느껴졌다고 말하는데,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들도 자신과 다를 바 없이 똑같이 지구를 낯설어하는 존재로 보면서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이런 둘리를 보면서 어쩌면 둘리와 그의 외계인 친구들보다 우리가 더 이 세상을 낯설어 하고 힘들어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위로를 해주는 따뜻한 에세이들을 그동안 많이 읽어왔는데, 둘리가 하는 말을 포함해서 그들이 하는 말에는 공통적인 주제가 있다. 바로 '행복'과 '자기 자신'. 힘든 삶 속에서 위로를 받고 싶어 자꾸만 에세이를 찾아 읽고 있는데, 《둘리, 행복은 숨바꼭질을 좋아해》를 읽고나서 어쩌면 나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다짐을 많이 하게 되는 새해. 행복을 찾는 답을 이미 알고 있으니 둘리의 말을 떠올리며 이제 그 답을 찾아가는 길을 구체적으로 찾아봐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둘리의 추억을 갖고 있는 분들에게 새해에 읽기 딱 좋은 이 에세이를 추천하고 싶다.



잠깐 발걸음을 멈춰 봐요.
한적한 곳에서 호흡을 고르고
열심히 걷느라 아픈 다리를 주물러 줘요.
다른 사람들은 열심히 걷고 있는데
이렇게 쉬어도 되나 죄책감 갖지 말아요.
잠시 멈춘다고 지구가 멸망하지는 않아요.

아기공룡 둘리 ∥ 둘리, 행복은 숨바꼭질을 좋아해 p96

말하지 않고 알아주기를 원하는 건
타인의 마음을 시험하는 거예요.
말하지 않고 알아주기를 원하는 건
자기 자신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는 일이에요.
위로받고 싶다면 말해요.
지금 내가 어떠한지.

아기공룡 둘리 ∥ 둘리, 행복은 숨바꼭질을 좋아해 p135

타인을 미워하고 싫어하는 것에도
시간과 정성이 들어요.
귀한 시간을 부정적인 감정에 소모하지 말아요.
귀한 정성을 싫은 사람에게 쏟지 말아요.
그러기엔 우리의 삶이 너무 짧아요.

아기공룡 둘리 ∥ 둘리, 행복은 숨바꼭질을 좋아해 p14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눈꽃이 떨어지기 전에 - 삶, 사랑, 죽음, 그 물음 앞에 서다
경요 지음, 문희정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드(미국 드라마), 일드(일본 드라마)는 몇 작품 본 기억이 있지만, 중드(중국 드라마)는 줄임말도 어색하게 느껴질 만큼 거의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딱 하나의 중국 드라마는 바로 <황제의 딸>이다. <황제의 딸>의 방영 날짜를 찾아보니 내가 초등학생일 때인데, 정확한 내용은 기억하지 못해도 재밌었다는 점과 여배우들이 예뻤다는 점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우리나라 국민들도 이 드라마를 기억하고 있을텐데, 이런 <황제의 딸>을 쓴 작가 경요의 새 책이 출간됐다.




많은 소설을 써냈던 작가 경요. 이번에 내놓은 책은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다. 《눈꽃이 떨어지기 전에》는 그녀가 경험한 삶을 담았고, 그 중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비중있게 담겨 있기 때문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라기 보다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진지한 에세이다. 책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는 그녀의 남편인 신타오가 질병을 앓으면서 삽관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2부는 이들 부부가 겪은 희로애락을 담고 있다.




작가 경요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담은 글들을 올리곤 했다. 책 속에는 그녀의 글에 공감을 많이 한 셰진더라는 사람과 나눈 이야기도 담겨 있다. 셰진더는 와병하신 모친을 간병하며 비적극적 치료 동의서에 서명을 했는데,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저 효도를 다하지 않는 사람으로 본다는 얘기가 담겨 있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표면적으로는 그렇게 보일지 몰라도, 사실 그러한 상황을 직접 겪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런 말조차도 할 자격이 없다고. 계속 힘들어하다가 생의 마지막에 들어서도 고통 속에 죽음을 맞이하게 한다면, 그게 과연 환자를 위한 일일까? 작가의 말처럼 '죽는 것은 필연'인데, 그렇다면 더더욱 존엄을 지니며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게 아닐까?




작가의 남편 신타오는 어느날 대상포진 진단을 받는다. 나는 대상포진이라는 병을 들어보기는 했지만 어떤 병인지 자세히는 몰랐는데, 작가의 글을 읽고 이 병은 '환자가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병'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대부분의 병은 병원에서 의사와 간호사가 치료를 해주지만, 이 병은 보호자의 손도 많이 빌린다. 이에 따라 작가 경요는 몇 년간 남편의 '특별 간호사'로 활약해야 했다. 글만 읽어도 그 활약들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게 느껴지는데, 이런 일들에도 불구하고 '특별 간호사로 사는 것도 행복'이라고 말하는 작가가 더욱 더 위대해 보였다. 후에 신타오에게 치매까지 찾아오게 되는데, 그런 그를 간병하고 삽관하기까지의 과정도 고스란히 이 책에 적혀 있다.




《눈꽃이 떨어지기 전에》는 에세이지만, 어느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그녀와 그녀의 남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신타오에게 치매가 찾아오기 전, 사랑꾼이었던 그의 모습과 현재 병원에 입원해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그의 모습이 대비되어, 책을 읽으면서 안타까웠고 슬펐다. 신타오를 보며 '죽음이란 정말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전에는 삶을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생각만 했는데, 요즘은 그만큼 웰다잉의 권리도 중요시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존엄사 법이 시행되고 있는 것을 보면 더욱 더 그렇게 느껴진다.




'존엄사'라는 단어를 알기 전까지는 '그래도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 아닐까' 하는 생각만 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보니 그건 환자를 위한 게 아니라 오직 곁에 있는, 환자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이기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 편하자고 아주 작은 희망 하나만을 붙들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더 고통 속으로 밀어 붙이고 괴롭게 하는 건 아닐까? 지금 이 순간에도 작가 경요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분들이 많을거라 생각한다. 어느 한 갈림길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갈팡질팡하고 있는 분들에게 이 에세이를 추천하고 싶다. 이 에세이가 정확한 답을 해줄 순 없겠지만, 분명 힘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삶과 죽음‘에 관한 책이자 ‘사랑‘에 관한 책이다. 책의 주제는 아기자기한 사랑이 아니라 내가 피와 눈물로 써 내려간 규탄의 말이다. 생명에 대한 규탄, 지고한 인류를 향한 규탄, 인간에게 ‘존엄한 죽음에 대한 권리‘가 있는지를 규탄한 것이다.

경요, 《눈꽃이 떨어지기 전에》 p327

죽음과 직접 대면하자! 사실 그건 긍정적인 일이야! 사람은 누구나 죽으니까! 웃으면서 죽음을 바라보고 우아하게 돌아서는 것이야말로 인생에 있어 최고의 엔딩이지!

경요, 《눈꽃이 떨어지기 전에》 p19

‘죽음‘은 두려운 것이 아니다. 두려운 것은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것이나 ‘살아도 죽은 것과 같은‘ 것 또는 ‘목숨만 겨우 부지하는‘ 것, 그리고 ‘인위적으로 살아는 있으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다.

경요, 《눈꽃이 떨어지기 전에》 p88

최고의 경지에 이른 사랑은 그의 몸뚱이를 억지로 붙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놓아주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경요, 《눈꽃이 떨어지기 전에》 p164

살아 있다는 말은 무척이나 많은 아름다운 것들을 내포하고 있다. 이 세상을 즐길 수 있고, 희노애락의 감정을 느끼며,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보고, 바람과 비의 소리를 들으며, 맛있고 입에 맞는 음식을 먹고, 영화와 각종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이런 것들을 할 수 있어야 사람이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경요, 《눈꽃이 떨어지기 전에》 p198

낭만은 꼭 작정하고 계획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소소한 일상 속에 언제라도 낭만이 깃들 수 있다!

경요, 《눈꽃이 떨어지기 전에》 p29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생이 적성에 안 맞는걸요 - 마음 아픈 사람들을 찾아 나선 ‘행키’의 마음 일기
임재영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몸이 아플 때는 병원에 가거나 약을 먹는다. 그럼 마음이 아플 때는? 나를 포함해서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냥 혼자서 마음을 삭이지 않을까 싶다. 마음이 아플 때는 갈 곳이 없어서 그런걸까? 그렇지 않다. '정신 병원'이라는 전문 병원이 버젓이 존재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도 정신 병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그리 좋지 않기에 다른 병원처럼 별 고민없이 갈 수 있는 곳이 아닌 것이다. 몸이 아픈 병이 초기에 발견하지 못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으면 나중에는 손 쓸 수 없을 만큼 진행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마음이 아픈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정신 병원을 찾지 않으니, 임재영 정신과 의사는 자신이 직접 움직이기로 한다.


<인생이 적성에 안 맞는걸요>는 임재영 정신과 의사가 병원을 벗어나서 '찾아가는 마음 충전소'라는 이름의 상담 트럭을 몰고 다니면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에세이다. 임재영 의사가 병원에서 일하면서 환자들을 만날 때 안타까웠던 점은 '이때까지 왜 병원에 오지 못했나'였다. 아무래도 '정신 병원'이라는 문턱이 쉽게 넘을 수 있는 곳은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임재영 의사는 사람들이 병원에 찾아와야 할 만큼 심각한 상태가 되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해 상담 트럭을 운영한다.


귀여운 그림과 샛노랑의 산뜻한 표지. 솔직히 표지만 봤을 때는 다른 에세이들과 다를 게 없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 어떤 에세이보다 훨씬 깊이있는 에세이였다. 나는 페이지를 몇 장 넘기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고민', '상담' 이라는 단어를 볼 때면 마음이 울렁거렸다. 임재영 의사는 상담 트럭을 찾아오는 분들이 대부분 눈물을 보였다고 말한다. 나도 내가 상담 트럭에 발을 들여놓는 상상을 잠깐 해봤더니, 어떤 이야기를 해야할지 정확하게 잘 모르겠으면서도 눈물이 나려고 했다.


사실 상담 트럭을 찾아가는 분들은 거창한 위로가 필요한 게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보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든 나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상대가 있다는 게 가장 큰 힘이 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찾아가는 마음 충전소'는 병원이 아니기 때문에 전문적인 치료는 할 수가 없다. 임재영 정신과 의사는 상담 트럭 안에서 그 곳을 찾아오는 분들의 이야기를 그저 들어주면서 분노할 때는 같이 분노하고, 슬퍼할 때는 같이 슬퍼하며 공감을 해줄 뿐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상담 트럭을 찾아갔던 많은 사람들이 정말 큰 힘이 됐다고, 마음을 달리 먹을 수 있었다고 감사 인사를 남기곤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내 이야기 들어줄 단 한 사람만 있어도 내 인생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과장된 표현같지만, 이 책을 읽고나면 같은 느낌을 받으실 거라 생각한다. 지금도 여러가지 이유로 속앓이를 하고 있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자신과 가까운 사람에게라도 털어놓으면 조금은 나아질텐데, 사실 가까워도 털어놓지 못하기에 마음이 아픈 것이다. 병원을 찾아가기가 두렵다면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찾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도 이 책을 통해 그런 곳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는데, 많은 분들이 병원은 부담스러워서 이 곳을 찾는다고 한다. 어떤 방법이 됐든, 사람들의 마음의 병이 치유가 되고 세상에는 밝은 부분도 있다는 걸 알았으면, 그 부분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집착은 두려움에서 시작된다. 잃어버릴까 봐 꽉 움켜쥐려는 두려움에서. -p111

인간은 살면서 나이만 먹는 게 아니다. 경험을 먹는다. 나이는 늙음의 정도뿐 아니라 경험의 양을 알려준다. 경험치의 지표다. 그리고 그 경험 중에 아프고 힘든 경험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p133

그래서 혼자서 어렴풋이 ‘정신 건강 검진 센터‘라는 곳을 상상해본다. 주기적으로 신체 검진을 받듯이 주기적으로 정신 검진을 받을 수 있는 곳, 우리나라 국민이면 누구나 눈치 보지 않고 두려움 없이 자신의 정신 건강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곳, 병원과 정신건강복지센터 사이에 있는 그곳을.
사실 이런 곳은 나라에서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p203


댓글(1)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karma1228 2018-12-04 07: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행키입니다! ^^ 리뷰 감사합니당~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 ㅎㅋ
 
너의 하루를 안아줄게 (감성 콜라보 에디션)
최대호 지음, 낭만배군 사진 / 넥서스BOOKS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제 슬슬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이다. 온전한 가을보다, 온전한 겨울보다, 이 시기가 가장 쓸쓸한 느낌이 많이 드는 것 같다. 이런 쓸쓸함을 달래는 여러 방법 중 오늘은 이 방법을 택했다. 따뜻한 이불 속에서 천천히 에세이 읽기! 에세이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요즘에는 마음이 허해서 따뜻한 에세이를 찾아 읽어보기로 했다. <너의 하루를 안아줄게>는 베스트셀러 <읽어보시집>으로 인기있는 최대호 시인이 지은 책이다. 책 제목이 이미 익숙하신 분들도 있을 수 있겠다. 올해 3월에 같은 제목의 책이 나왔었기 때문이다. 이번달에 출간한 책이 이전의 책과 다른 점은 SNS 인기 사진작가 낭만배군과 콜라보를 했다는 점이다. 최대호 시인의 글 만으로도 감성이 가득한데, 여기에 낭만배군 사진작가의 사진까지 더해지니 감성이 넘치는 에세이가 되어버렸다.



그냥 가볍게 읽을 책을 찾아 에세이를 선택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너의 하루를 안아줄게>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도 그저 가볍게만 생각하지 않게 되고 따뜻함을 한가득 가져갈 수 있는 감성 에세이다. 일상에 지친 분들이 이 에세이를 읽는다면 눈물을 흘리게 될지도 모른다. 내가 걱정하고 있는 부분, 고민하고 있는 부분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서 콕 찝어서 위로를 해주는지. 최대호 시인의 많은 글에 공감이 갔는데, 그 중 가장 힘이 된 글 3개를 소개해드릴까 한다.



'괜찮은 척' 글은 읽으면서 약간 울컥했던 글이다. 살면서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을테니, 누구라도 이 글을 읽으면 찡한 느낌이 들 것 같다. 나는 제일 표현하기 힘든 게 '힘듧'이라고 생각한다. '나만 힘든 것도 아닌데', '계속 힘들다고 말하면 듣는 사람도 지치겠지'라는 생각에 자꾸만 마음 속에 쌓아두게 되는 것. 나는 '이러다가 마음에 병 나겠다' 싶을 만큼 힘듦이 쌓이면, 슬픈 영화를 일부러 찾아 보면서 마음껏 운다.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결 나아지는 나만의 방법이다. '괜찮은 척' 글은 최대호 시인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나를 잘 알고 있다는 듯이 공감해주고 위로해주는 듯한 느낌을 주어서 이 글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최대호 시인의 '아프지 말기' 글은 인간관계에 대한 글로써, 내가 평소에 인간관계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과 비슷해서 공감이 많이 간 글이다. 대학 생활을 할 때만 해도 나는 넓은 인맥이 있는 활발한 친구들을 보며 부러워했었다. '나도 성격을 좀 바꿔야 하나' 고민까지 할 정도로. 하지만 넓은 인간관계를 맺기 위해 성격을 바꾸는 건 쉽지 않았고, 무엇보다 내가 어떤 사람이든 지금까지 항상 옆에 있어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이 사람들에게 집중하는데 더 시간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대호 시인은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나면 된다'고 말한다. 나도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나도 시간은 부족하기에.



남 부럽지 않게 살 게 아니라

나 부끄럽지 않게 살면 된다. -p87


너무 멋진 말이다. 그저 입버릇처럼 '남 부럽지 않게 살자'고 말하곤 했었는데, 생각해보니 그 말은 '나'를 중심에 둔 말이 아니라 '남'을 중심에 둔 말이었다. 남을 중심에 두면 행복하고 만족할 일도 불행하고 불만족스러운 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의 시선을 전혀 신경쓰지 않으며 살아갈 수는 없겠지만, 남에게 피해줄 일이 아니라면 이제는 남보다 나에게 집중하며 '나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겠다고 다시 다짐해본다. 나 부끄러운 짓을 많이 하면 언젠가 부메랑이 되어 다시 나에게 돌아오게 될지 모르니.



위로를 해주는 에세이들을 읽어보면 가끔 '좀 오글거린다'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런데 <너의 하루를 안아줄게>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고, 최대호 시인이 하는 말에 가만히 집중을 하게 만드는 에세이다. 평소에 내가 계속 해왔던, 지금까지도 계속 하고 있는 생각과 고민에 대해서 상담을 받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그 고민,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서만 마음앓이하고 있다면 <너의 하루를 안아줄게>를 읽어보세요. 최대호 시인의 글로 한 번 위로받고, 낭만배군 사진작가의 사진으로 두 번 치유가 될 거예요.



남 부럽지 않게 살 게 아니라
나 부끄럽지 않게 살면 된다. -p8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