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슐라르가 

인간 정신의 면모들을 말하기 위해 조금 의미를 비틀어 쓰는 말 중 "운명"이 있다. 

과학 연구자들에게 지성의 운명이 있다........ 같은 식으로. 여러, 언뜻 보면 의미가 자명해 보이는데 

실은 좀 복잡한 의미가 차곡차곡 접혀 들어가 있는. 


인간은 세계의 탐구, 세계와 나의 관계의 탐구에서 

규범적인 (도덕적인) 차원을 발견하며 그와 함께 바뀐 존재가 된다.  

바슐라르에게는 그렇다. 


인간의 지성에 대한 무한한 낙관이 

그의 "운명"에 있는 것이다. 그 낙관은 그의 "전투적 합리주의"와도 닿는다. 

(왜 닿았지? 닿는 이유를 어디 적어 놓았을 텐데 지금 보이지 않는다.....) 




바슐라르에게 "운명"의 의미에 대해 

세 줄 쓰면서 사흘이 감. 어제는 다 그만두고 싶었다. 

이 주제로 글쓰는 경우, 일단 아주 박식하다면 갈 수 있는 길이 있다. 

바슐라르 이전에도 운명의 낙관주의를 한 철학자들이 있다...... 등으로 시작하는 길. 


아주 시적이라면 갈 수 있는 길이 있다. 

이 길은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흉내도 못 내겠지만, 여하튼 시인의 영혼이라면 아주 새롭게 

할 수 있는 말들이 있겠다고 어렴풋이 느껴지기는 한다.  


보통 인문학 연구자면서 또한 연구가 일천하다면 

이 이처럼 간단해 보이는 주제가 실은 굉장히 벅찬, 다음 생을 기약할 주제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바슐라르는 

이거 정말 이 정도면 기획된 거 아닙니까? 싶을만큼 

하나 해결하면 그 해결을 무화시킬 무엇이 다음 골목에서 나타난다.


오늘도 다 그만두고 싶어지는...........  

리히터 책과 음반을 사야 함이라는 목적을 기억하고 버티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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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방금 주문했다. 

영어판은 4월 초에 사고 

나중 불어판도 사고. 시작은 이세욱 번역 한국어판으로.  


라흐마니노프가 묻힌 뉴욕의 묘지는 갑부들이 가는 묘지라고 한다. 

"그의 묘지 동료로 루 게릭, 아인 란드, 앤 밴크로프트 등이 있어. 그들과 함께 

라흐마니노프가 즐겁기를 우리는 바라지만 하지만 우린 알고 있어. 생전에 그랬듯이 그가  

아무말 하지 않으며 스트라빈스키에게 질타 받은 "노려봄 (scowl)"을 영원히 유지하고 있을 것임을." 


라흐마니노프도 헐리우드에서 살았고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던 듯? 재외교포 사이 의무적 교류였던 듯?) 

스트라빈스키와 인사하고 지냈다. 라흐마니노프는 아내와 함께 꿀을 선물로 들고 스트라빈스키를  

방문하기도 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든 그의 답은 (....) 즉 침묵이었다. 그리고 노려봄이었다"고 스트라빈스키는 

회고했다. 


꿀. 

어떤 꿀이길래. 





리히터의 광적인 팬들이 쓰는 글에서 반복되는 주장 하나가 

"이제 이런 피아니스트는 나오지 않는다. 기교가 완벽하면 뭐해, 피아노 치는 기계가 되고 있다." 


"요즘 어린 것들은 리히터 시대 피아니스트들이 어떻게 수련했나 모른다. 

그들은 군부대 수송 트럭 뒤칸에 실려 피난 다닐 때도 고물 업라이트 피아노로 쉼없이 연습했다. 

비싼 그랜드 피아노 사줘봐야 소용없다." : 이러는 사람도 있다. 이러는 사람이 혹시 지금 내 나이면???? 

그렇지는 않겠지만 나보다 나이가 많아 봐야 (아무리 많다 해도) 전후 출생일텐데 2차대전 (심지어는 1차대전)

자기도 살아본 것처럼 말하는 온라인 동년배들. 


리히터와 그의 female admir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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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최소 1리히터. 

이런 존잘 ; 모습도 찾아집니다. 

폴 뉴먼 풍이시죠. 





안드레이 가브릴로프도 소년-청년 시절 

한참 보게 되는 귀여움. 





이 쇼팽 발라드도 

리히터 연주가 진짜 최고 좋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고 느껴지는데 

리히터 연주에서 느껴지는 그 특유의 "touch of madness" 이게 싫은 사람들에겐 정말 싫은가 보았다. 

"클래식은 비참한 인간들이 하는 비참한 음악 (miserable music played by miserable people)" 이런 댓글 

그리고 리히터는 과대평가되었다 내용 댓글 달면서 싸움 유도하는 사람들이 리히터 음악 많이 올리는 채널에도 

자주 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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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히터가 연주하는 스크리아빈. 

이 동영상 댓글 중 추천 댓글 하나가 

"저 옷 입으니까 피카소 같다"인데 나는 이거 웃겨서 여러 번 웃었다. 





리히터와 피카소는 만난 적이 있다. 

사실 노인 리히터는 조지 칼린과도 비슷하다. 

그러나 사진 찾아보니 조지 칼린에게는 있을 수 없는 종류 

진지함, "비참의 지도"(바슐라르가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들에서 그 기이한 물들이 그리는 풍경에 대해 하는 말)를 

품고 있는 사람의 단호함 같은 것이 리히터에게는 있으니 


둘의 비슷함은 

찰나에 어쩌다 일어날 뿐인 것으로. 




그린버그 교수가 피아노 명곡과 작곡가 개관하는 강의도 했다. 

스크리아빈이 그 강의에 등장한다. 교수는 극찬, 격찬한다. 그는 기인이었다. 서양 음악사를 통틀어 

그를 능가할 작곡가가 없을 정도 기인이었다. 그는 일찌감치 결혼했고 짧은 세월 안에 네 아이를 낳고 나서 그 결혼을 깬다. 그의 제자와 같이 살겠다며 집을 나가면서 그가 아내에게 남긴 말은 "이것이 내가 나의 예술을 위해 할 수 있는 희생이다"였다. 이게 우습게 들리겠고 실제로 당신이 당신 아내에게 같은 말을 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안보아도 알 수 있지만 스크리아빈에게 이건 장난이 아니었다.  


저 정도 말만으로도 호기심 든다. 교수의 말에 (목소리, 말투에) 담긴 무엇 때문이겠지만. 

아무튼 그는 철학과 문학을 능가하는 음악, 바그너의 이상이던 "total work of art" 정도는 갈아먹을 음악을 

하려고 했고 (결국 그 정도까지는 못하지만?) 대단히 독창적이고 현대적인 작품들을 남겼다.  


43세이던 해 어느 날 그의 얼굴에 뾰루지가 나는데 

이 작은 염증이 악화했다. 일주일 뒤 그는 죽음을 앞두고 있었다. 

항생제가 없던 시절이라 가능했던 부조리. 그는 그렇게 어처구니 없는 정황 속에 짧았던 생을 마친다. 


그의 음악이 실제로 얼마나 "crazed"이기도 하고 동시에 독창적 현대적인가에 대한 설명은 

.... 들어도 소용없긴 했다. 다 바람이 되어. 그의 음악을 들어본 적 없는데 이해될 리가. 그렇긴 해도

관심이 자극된다는 게 어디냐. 그리고 리히터가 연주한 스크리아빈도 있는 것이다. 

유튜브. 열일 해주는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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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히터: 이니그마>에서 리히터가 마지막으로 하는 말. 

"I don't like myself." 그리고 그는 고개 숙이면서 양팔로 머리를 감싼다. 


그가 생전에 인정한 바 없는 그의 동성애와 연결하여 

생각할 말이라는 댓글이 있었다. 


리히터에게 평생의 파트너가 있긴 했다. 니나 돌리아크. 

두 사람이 결혼을 실제로 하긴 한 건지, 서류 상 부부였다는 것인지 아닌지 

두 사람 얘기 하면서 이에 대해 명확히 말하는 글은 아직 못 보았고, 사실 두 사람의 관계나 

리히터의 동성애는 아무도 길게 말하고 싶어하지는 않는 주제인 느낌. 


돌리아크는 리히터의 마지막 몇 년 병약해진 리히터를 돌보았고 리히터가 타계하고 몇 달 후 

그녀도 타계했다. <리히터: 이니그마>에 그녀가 적지 않은 분량 출연하는데, 그들의 관계가 

보통 이해되는 사랑의 관계가 아니었다는 걸 그녀 자신 전하고 싶어한다는 느낌 드는 장면 있다. 

그녀는 오페라 가수였고 어느 날 (연습이 끝나고 난 뒤?) 밖에 나와 걷던 그녀를 리히터가 붙잡는다. 

"그는 내가 노래할 때 자기가 피아노를 치고 싶다고 했다." : 이 말을 (이 정도 말하면 알아들어라...) 

식으로 말한다는 느낌. 


남자가 자기 동성애를 숨기면서 하는 위장 결혼. 

이게 아예 처음부터 아니었을 것 같다. 돌리아크는 알고 있었고 

그리고 그를 사랑했다.......... 였던 것일 듯. 검색되는 사진들을 보면 부부처럼 보이는 사진은 거의 없는가 하면 





그런가 하면 이런 사진은? 



아 지금 내게 중요하지 않은 걸 넘어 

의미도 없는 주제. 그들의 동반자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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