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탈리는 고등학교 철학 교사. 

그의 제자이며 그녀의 수업으로 자기 정신이 바뀌는 걸 체험한 파비안은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잠시 교사를 하다가 지금 오지에서 친구들과 대안의 공동체를 꾸려 살고 있다. 


파비안은 이미 

나탈리와 같은 출판사에서 <미니마 모랄리아> 해설서를 냈고 

호르크하이머에 관한 후속작을 준비 중이며, 그 다음 그가 쓰려는 책의 주제가 이것. "정치적 저항을 단념하지 않으면서 불행의 관념에서 벗어나는 법." 


이 모두가 급진적 활동가로서 하는 작업이다. 





파비안과 그의 공동체가 살고 있는 산 속의 집을 방문한 나탈리는 

그의 서가를 둘러보다가 지젝과 유나바머 선언문을 발견하고, 이 점 놓고 그에게 따지듯 말하게 된다. 


"네가 지젝을 읽을 줄은 몰랐다. 

유나바머 선언문도 있더구나. 인간의 생명을 더 존중하라고 네게 당부하고 싶다." 


파비안에게 나탈리는 그리하여 체제내 인물이 되고 ;;; 

"서명이나 시위에 참여하는 것만으로 양심이 만족하는 거죠. 삶을 바꿀 생각은 없으며 삶과 사상의 일치는 말로만 하시는 분인 거에요 당신은" 이런 말로 그는 그녀를 공격한다. 



*방금 본 영화인데도 

여러가지로 어수선해선지 볼 땐 머릿속으로 노트한다고 했음에도 다 날아갔다. 

다시 (실제로 노트하면서) 봐야겠다. 아도르노, 호르크하이머가 언급된다는 것만으로도 

'극호'일텐데, 파비안이 쓴 아도르노 책은 그 표지가 클로즈업 되기도 하고 책 안 페이지들도 보여준다. 

지젝 = 생명의 경시자. 이런 언급도 좋고. 어쨌든 책 (그것도 철학) 얘기가 적지 않다는 게, 아주 좋음. 남편이 이혼하면서 자기 책들을 빼가는데 (서재 이혼시키기), 그러면서 테이블 위에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찾지 못해 가져가지 못했으니, 찾으면 꼭 연락해. 중요한 책이야" 같은 노트를 남긴다. 


책들이 가득하던 서가에 빠진 책들 때문에 듬성듬성 빈 공간이 있고 

열받은 나탈리가 서가들을 둘러보며 사라진 책들을 확인하다가 "이 미친놈이, 내가 노트도 많이 남긴 레비나스 책도 가져가 버렸네 시발" 이러는 장면도 있고, 좋음! 


다시 보고 세밀하게 인용하고 싶어진다. 

지금 우리를 위한 영화가 되게 하는 장면, 대사들 많다. 




*고양이도 중요하게 등장함. 판도라. 

"이 비행 고양이 같으니." 쥐 잡아온 판도라에게 나탈리가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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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사람 좋지 않나. 

웨인 부스가 말하던 "타인을 이해하는 자유, 나를 표현하는 자유" 

이걸 가진 사람. 이 사람은 사안을 온전하고 공정하게 이해한다. 

이 사람의 편파성은 객관성이고 정의다. 뭐 암튼 그렇게 느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과 같이 있으면 세상이 달라지지 않나. 인생은 아름다워 되지 않나. 


(앜. 담배가 떨어졌네. 담배는 다음 주에 끊나........) 


다 그런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음을 알아가던 것도 

인생의 실망 중 하나였다. 어제 수업에서 이것도 주제로 얘기해보려다 

아효 하지 말자. 하지 않았다. "look down on"할 사람보다 "look up to"할 사람이 

많아야 인생이, 재미있고 뿌듯할텐데. 





미대선 당일 (오전 방송)

npr 팟캐스트 on point에서 주제가 "미국 역사에서 선거일 Election day in history"였고 

예일대 역사학과 재직 중인 베벌리 게이지(Beverly Gage)가 게스트였다. 특히 대통령 역사(presidential history) 전문가라고. 오늘 새벽 나가서 들으면서 


그녀가 말할 때 

역시, 그렇다! 똑똑한 사람이 최고다! 

당신 덕분에 바로 세상이 달라지고 있음을 당신은 아십니까? 

당신 덕분에 다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뭐 이런 (ㅋㅋㅋㅋㅋㅋㅋ 오바로 보이겠지만 그 순간엔, 진실하고 강력했던) 

감동이 밀려듬.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는 힘. 지금 살아 있으며 육성으로; 그걸 보여주는 분들. 

그들의 명단이라도 적기 시작해야 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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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의 단편 중 5페이지 정도 정말 짧은, 제목이 Solid Objects인 단편. 

여기 명대사가 있다. Politics be damned! 번역은 어떻게 되었을까. 마침 솔 출판사에서 나온 단편집 번역이 

근처에 있어 찾아보니, "망할 놈의 정치!" 


제목은 "단단한 물체들"로 번역되었다. 


세상에 등 돌리고 살았던 사람들 

니체, 몽테뉴, 스피노자 등. 그 외 다수. 이들이 완전히 깊이 내밀하게 찔리듯이 이해되고

그들을 더 잘 알아가고 그들처럼 살아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오늘. 이런 얘긴 오바로 들릴 수도 있을 것 같고

나 자신 내가 이만큼 제정신이 아닌 게 좀 이상하기도 한데, 어쨌든 -------------  "군중은 비진리다." 


미국에 있던 동안 선명한 기억을 남긴 사건 중 

그로서리에서 내 뒷사람이 내 계산 해주기. 이것이 있다. 

많이는 아니고 14불 정도 장을 보고 계산을 하려는데 지갑을 집에 두고 왔음을 알았던 때. 

앗! 지갑이, 지갑이 없는데, 죄송합니다. 나중에 오겠습니다. 이러려던 때 내 뒤에 있던 사람이 

자기 장본 것과 같이 계산하겠다고 했고 계산대의 직원은 바로, 그러라던 일. 이런 일도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른 의미일 수 있을 것이다. 내 상황에서는, 어려움에 빠진 사람 즉각 (조금의 망설임 없이) 돕는 일.. 

이것이었고 나는 감동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여튼, 미국 좋아함. ;;;;;;;; 근데 좋아할 수밖에 없다니깐. 

내가 하도 가난하고 불쌍해 보여서, 게다가 유색인종이고 해서 도와준 거라 해도. 그렇다 해도 말이다. 오히려 그렇다면 더. 


내가 좋아했던 그런 면모의 미국이 사라질 것 같은 것도 (이게 전부는 당연 아니지만) 

그게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찮은 (노바디) 나같은 사람이 미국 좋다고... 

혹시 그 주제로만 매일 써도 그 때문에 슬프거나 노여울 사람은 없겠지만 

그럼에도 이런 포스트 하나 쓰고도 약간 찔리게는 된다. 네 알아요 문제 많죠 저도 알아요 그런데 어쩔 수가 없네요... 였나, 아수라에서 한도경 대사 따라하고 싶어지기도 함. 


어쨌든 미국이 잘해 온 것, 미국이 지키고자 했던 가치 이런 것과 관련해서는 

거의 '저러니까 스탠포드 교수지' 같은 조롱도 가끔 받을 것 같은 (남몰래 우파인) 로버트 해리슨과 

나도 여러 지점을 공유하는 것 같긴 하다. 미국이 잘해 온 것, 미국이 지키고자 했던 가치. 이런 것이 무엇이고 실제로 있다고... 보는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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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 카우프만도 대화 형식으로 쓴 글이 몇 있다. 

그 중 하나는 비평가와 작가 사이의 대화. 제목이 "A Dialogue with a Critic." 

작가가, 자기 시대의 (그래서, 자신의) 비참과 그 비참으로 인한 창조성의 제약을 한탄하고 

그러는 작가에게 비평가가, 문학사에 이름을 남긴 위대한 작가들 중 당신보다 덜 불행한 시대에 살았던 작가는 없어.. 

같은 얘길 한다고 기억하고 있던 글. 이런 내용 포함 긴 노트를 남겼다고 생각하고 찾아봤지만 이런 내용은 적혀 있지 않았다. 


어쨌든 작가는 불평하고 

비평가는 그를 바로잡고 있었어. 

누구나 불행해. 누구나 힘들어. 누구나 자기와 맞지 않는 시대에 태어나. 

그럼에도 괴테가 되고 셰익스피어가 되는 거야. 될놈될, 결국 그거였나 비평가 얘긴. 그런가?


출전은 <셰익스피어에서 실존주의까지>고, 지금 찾아보았다. 

이런 대목이 있다. 말하는 쪽은 작가. 


"입센의 <민중의 적>엔 입센이 쓰던 당시 시대를 향한 규탄이 있어. 그런데 이 작품엔 영웅도 있어. 

"민중의 적"은 부패하지 않은 비범한 인간이고 키에르케고르가 했던 말 "군중이 있는 어디에든 비진리가 있다 wherever there is a crowd there is untruth"는 말을 기억하게 하는 개인이야. 아서 밀러가 이 작품을 각색해서 그리니치 빌리지의 아주 작은 극장에서 공연했어. 나름 성공했던 공연이지만, <세일즈맨의 죽음>이 누렸던 것같은 대성공은 누리지 못했지. 사람들은 스톡만 의사를 우러러보는 것보다 윌리 로만을 내려다보는 쪽을 택해." 


Most people would rather look down on Willie Loman than look up to Dr. Stockmann. (*스톡만 의사는 <민중의 적>에서 바로 저 탁월한 개인. 윌리 로먼은 물론 <세일즈맨의 죽음>의 주인공). 


*아아아 이거 이것도 정녕 진실 아닌가. 

더 길게 쓰려고 했는데, 다른 포스트로 내일 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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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하루를 

before / after 로 나누네요. 



아 어리둥절. 

2012년 12월 19일 저녁보다 덜하긴 한데 

그 덜해봤자 덜하지도 않은 충격, 상심, 슬픔, 어이없음, 배신감, 분노,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 또한 지나 가긴 뭘 지나가. 

수업 끝나고 걷고 지하철 타면서 집에 갈 힘도 없는 기분이라 학교에 남아서 미대선 결과 글들 조금 보다가 

서재 들어와서 씀. 



어떤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인지. 

처음으로 희미하게, 살면서 얻게 되는 보수 성향 

어떤 걸지 알 것 같은 심정. 



그렇긴 한데 

2차대전에 비하겠니. 

나치 점령 하의 프랑스. 

폭격 당하는 런던. ;;;;; 1차대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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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크 2016-11-09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먼가 멜랑꼴리하네요...

몰리 2016-11-09 20:23   좋아요 1 | URL
아 세상이 어떻게 되려는지, 미대선 소식은 꽤 충격이네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