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위화 지음, 백원담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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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 국민당 군대에 끌려가서 우왕좌왕하는 주인공의 모습까지 본 다음 책을 접고, 영화를 먼저 봤다. 그리고 잊어두었다. 그리고 오늘 오후, 도서관 책이기에 부지런히 읽어내려갔다.

휴전 상태인 곳을 찾아 열어보니 그새 푸커이는 친구도 만들었고 얼렁뚱땅 해방군에 합류한다. 
아이들에 대한 퉁명스러운 말과 행동이 그만의 자식사랑이라 생각하니 마음 한 켠이 짠했다. 그리고 영화의 비극이 적어도 책에서는 덜하겠거니, 하는 소망이 있었다. 아, 그런데, 유칭이 종종 거리면서 뛰어다니는 시골길, 그 아이가 양을 먹이고, 달리기하고, 사탕을 먹고, 앞장서서 헌혈을 하는 .... 그리고 푸커이에게 안겨 돌아 오는 장면 들에서 나는 엉엉 울어 버렸다. 
 
위화의 인물들의 계속 인생에 (운명에) 당하기만 하는 소극적인 태도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지만, 나는 그 속에서 어쩌면 더 깊은 슬픔과 진한 인생 철학을 보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아이가 죽었고, 그 어미 아비의 마음에 곁다리로 슬픔을 나누었다. 

너무 울어서 눈이 쓰라리다. 머리도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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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보는 바보 진경문고 6
안소영 지음 / 보림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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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안소영씨가 스물한 살 난 이덕무라는 선비의 자서전 <간서치전 (看書痴傳)>을 중심으로 그와 책 사랑을 나누고, 서자라는 신분의 제약과 좁은 양반 사회의 편견 속의 답답함을 나누었던 그의 벗들에 대해 적은 책이다. 

 초반부 그의 책 사랑 이야기는 재미있게 읽을 수도 있었지만 뒷부분으로 갈 수록 늘어진다. 이 책이 청소년 독자를 겨냥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책의 구성이나 내용을 이해하기 쉽다. 지금, 그들의 갑갑함, 그들의 울분을 책으로 글로 참고 풀어낸 옛사람들을 기억하자는 뜻일게다. 특히 우리 땅을 사랑했던 선비들 아니었나. 하지만 얼마전 읽은 <만들어진 조선의 영웅들>이 꼬집었듯, 18세기 중반의 선비들이 바라던 문명과 변화는 서자들을 용인하고 기회를 주는 정도였다. 북학파 선비들의 한계를 그저 책사랑과 학문에 대한 열정으로 포장하는 듯해서 갑갑하다. 

 독한 책 사랑을 보이는 선비들을 보고나니, 나는 바보 축에도 못 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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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한도 - 천 년의 믿음, 그림으로 태어나다 키워드 한국문화 1
박철상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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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고등학교 시절, 미술 교과서에 빠지지 않고 실려 있던 그림, 세한도.
어설퍼 보이는 붓질과 구도가 맞지 않는 집 그림은 "문인화"의 정형으로 꼭 시험 문제에 나왔다. 색채와 유려한 구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정신을 보아야 한다던 선생님의 말씀은 이 그림을 남긴 추사 김정희 선생을 다른 그림들 (특히 풍속화)을 낮추어 깔보는 양반의 대명사로 기억하게 만들었다. 애석하게도.

 다시 만난 세한도는 나의 단순한 이분법이 얼마나 성급했나를 차근차근 깨닫게 해 주었다. 세한도의 어설퍼 보이는 구도의 집과 그 주위를 감싸는 네 그루의 나무들을 붓을 놀려 그리고 정성껏 글을 짓는 추사의 상황과 마음을 알려 주었기 때문이다. 

 먼저, 추사는 누구였을까. 왕족의 일원이었으나 누명을 쓰고 귀양살이를 했던 인물. 과거 시험 공부보다는 노자를 읽고 실학 사상에 관심을 두었으며, 단 한번의 연경여행으로도 청나라 학자들 사이에서 이미 열린 차세대 조선 선비로 이름을 알린 사람. 역관 이상적과의 우정을 통해, 어려운 처지의 자신을 위해 책을 구해주는 그에게 세한도를 남긴 사람. 책을 좋아하고 글을 사랑하고, 학문을 통해 맺어진 친교는 국경과 거리를 불문하고 중요하게 여겼던 사람. 

 추사는 머나먼 제주에서 귀양살이를 하면서 벗 김유근과 부인의 부고를 듣는다. 게다가 서울에서 평안할 적엔 찾아들던 그 많은 문인들이 멀어지는 '세상의 이치'도 몸소 겪는 중이었다. 이렇게 황량하고 추운 시절, 그에게 변치않는 우정으로 책과 소식을 전해주는 이상적이야말로 매일 매일 살아가는 이유였을 게다. 

 친절하고 꼼꼼한 문장으로 이뤄진 이 책은  저자 박철상 선생의 연구와 노고를 발판으로 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림의 종이질과 화법 (서양 유화에만 겹쳐그리기가 존재하는 게 아니었다),그리고 인장에 대한 해설은 세한도를 그저 의미만 따지는 '문인화'가 아니라 그 너머를 찾아보게 만든다. 또한, 세한도에 곁들인 추사의 글, 청나라 문인들의 제영 (그림에 덧붙인 지인들의 감상문), 더해서 일본에 건너 다녀온 세한도를 다시 만난 오세창, 정인보 선생의 글을 읽으면서 감동은 더해만간다. 이들의 세상사를 초월한 글 사랑, 학문 사랑, 우정에 나도 묻어만 갈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그렇다면 이 힘든 세상, 나도 힘이 솟을 것만 같다. 비록 내가 창문 하나만 달린 쓰러져 가는 오두막에 있더라도 말이다. 창 밖의 소나무와 잣나무가 흰 눈위에 청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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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말하고 싶은 솔직한 이야기
김민화 지음, 오윤화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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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동말굽 아줌마께,

 어제 엄마가 노란 표지에 만화가 그려진 책을 읽어보라고 주시길래, 윽 독후감 시간이 왔나보다 하고 짜증이 날라 그랬었는데요, 책도 안 두껍고 그림도 좀 웃겨서 읽기 시작했어요. 엄마는 이 책이 절 위한 거라고 읽으면 좋을거래요. 어떤 아줌마가 어린이들의 고민을 덜어주려고 쓰신거래요. 근데, 전 이제 중학교에 갈거니까, 어린이는 아닌데요.근데요, 이런 고민은 4학년 동생들도, 저같은 6학년도, 또 중학생 형들도 하는 것 같긴해요.

 근데, 우리 엄마랑 친구 아니세요?
실은 우리 엄마가 저보고 맨날 맨날 하시는 말씀이 특목고 걸랑요. 그리고 제 방을 청소하신다면서 뒤지시고, 제 핸드폰도 보시고,...동생만 더 챙기시거든요. 그런데 책에 나온 애들 처럼 맨날 해결법이 있는 건 아니구요. 대화를 하면 된다,고 하셨는데요, 저도 제 속 이야기가 입 밖으로 나올 땐 생각하고 다르게 막 화를 내게도 되고요, 엄마는 듣지도 않고 다 안다고만 하시면서 더 혼을 내시거든요. 이럴때 효과가 좋은 무슨 '마법의 말' 같은 건 없을까요? 책 속의 아줌마들 처럼 매번 우리 엄마가 제 얘길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 책 엄마들도 같이 보는거 맞죠? 우리 엄마도 꽤 찔렸을거 같아요. 만약 아줌마가 우리 엄마랑 친구시라면요, 다음 책에는 좀 나쁜 주인공 애들 얘기도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우리 엄마가 읽고 제가 쫌 괜찮은 애라는걸 아셨으면 좋겠어요. 그림도 이번처럼 재미있는 게 좋아요. 손가락에 매달려서 우는 경준이 그림을 보면서 저랑 똑 같아서 깜짝 놀랐어요. 그림이 슬픈데, 또 웃겼어요. 그런데요, 사실 이런 사춘기 고민에 대한 책들을 보면, 다 너무 비슷비슷한 거 같아요. 다들 착하고, 엄마들이랑 다 화해를 하잖아요. 매도 안 맞고요. 내 고민도 결국은 엄마가 들어줘야 하는 건데 말에요. 엄마가 안 바뀌면 다 소용없잖아요. 

 아줌마, 우리 엄마랑 친구시라면요, 제발 말 좀 해주세요. 이런 책 저보고만 읽으라고 하지말고 엄마도 좀 읽고 절 생각해 달라구요. 아마, 읽으셨겠죠? 그리고 지금쯤 이런 이상한 독후감 쓰면서 속으론 반성하고 있겠죠? 

사춘기 소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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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0-01-13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은 엄마인 제가 '반성하는 마음'을 담아서 썼습니다.
 
공무도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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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숨에 읽기 어려웠는데, 그래서 놓아 두었는데, 이번엔 이틀 동안 다 읽어 내렸다. 

메마른, 그리고 절대적으로 까지 보이는 3인칭 서술에 감동했는데, 등장인물 개인사를 들춰내면서 감정이 흔들리는 기분이 든다. 그런데, 장철수라는 인물이 해망으로 간 시간이 과거인 줄 알았는데, 그 시점이 문정수의 해망 출장과 겹치는 것이 조금 이상했다. 노목희의 우아한, 그리고 너무나 쿨한, ...뭣보다 빛나는 머리카락은 작가의 로망이 아닐까 싶었는데, 그런 노목희를 '잘가'라고, 붙잡지 않은 문정수도 그 못지 않게 멋졌다. 

결국, 무엇이 남았을까. 개발될 곳은 생태계의 생명들과 상관없이 개발될 것이고, 그곳 주민들은 보상비를 받아 고향을 뜨면 그 뿐이라는 것? 간결하게, 그리고 감정을 벗어나서, 아무 편에도 서지 않는 절대적 3인칭 시점의 글쓰기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가장 고결하다는 것?

이 글의 백수광부는 누구였을까? 이 노래를 부르는 여옥은 누구일까? 덤덤한듯 슬픈 이야기를 덮고 나니, 더 어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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