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의 방학식이 아직도 한참 남았다. 더운 날 아침마다 얼음물을 챙겨주면서, 낮에 땀에 절어 돌아온 녀석의 등목을 도우면서 짠한 마음과 함께, 방학 동안 챙길 삼시세끼 걱정이 슬슬 시작된다.

 

비와서 꿉꿉한 집안에서 에어컨을 켜다 끄다 하면서 책을 읽었다.

 

먼저 읽은 친구가 "영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고 했고, 가짜는 아닌데 좀 겉돈다는 평에 혹시나 했는데 나 역시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잘 계산되어서 깔끔하게 쓴 이야기들인데, 슬프고 뭉클할 법한 이야기인데 첫 다섯 쪽 쯤에서 결말이 보이고 단조롭게 느껴지더니 재미와 힘이 쑥 빠져 버리고 길게만 보인다. 그나마 엄마가 다 알 수 없는 인간으로 커가는 아이의 이야기를 다룬 '가리는 손'이 기억에 남는다. 음식 준비하고 맛보는 묘사는 정갈하고 절묘하다. 나물을 다듬고 무치고 생선을 굽고 (태우고) 불고기를 준비해 먹이는 부분이 좋았다. 전에 김애란의 칼 묘사 이야기가 기억 난다. 찾아서 다시 읽고 싶다. 이번 여름 책은 책 제목과 표지가 멋지다는 결론.

 

 

 

 

 

 

 

미국에 사는 절친 언니와 다락방님의 강추를 믿고 시작한 책. 빨리 읽기 힘들다. 이 사건이 터지던 때, 나는 미중부에 살고 있었고 그날, 하루종일 뉴스특보를 접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총기사건이 벌어질 수도 있는 동네에서 사는 게 무서웠다.

 

김애란 소설 '가리는 손'에서도 나오는 속을 알 수 없는, 다만 사랑으로만 키우는 내 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연상된다. 아이가 사건을 일으켰을 때 부모를 향하는 손가락은 무얼 가리켜야 하는지. 올 봄 벌어진 초등학생 살인 사건의 범인이 미성년자라 그 사건도 연상되는 이상하고 복잡한 독서.

 

아직 이 책의 초반부, 화자 (Dylan의 엄마)가 시누이 집으로 피신해 큰 아들의 자는 모습을 계속 확인하며 잠 못이루는 장면. 한 번 실수인지 멍청한 범죄에 연루된 적이 있었지만 착실하고 사랑스러운 아들 sunshine boy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왔다. 얼마나 당황하고 끔찍했는지 그 당일의 혼란을 말한다. 하지만 이미 내가 봤던  Dylan Klebold의 이미지는 불량그룹에 속해있는 평판이 좋지 않은 아이다. 이 책의 나머지 부분에서 화자가 끔찍한 사고를 어찌 대처하고 자신을 추스리는지, 그리고 혹시나 괴로워하는 십대 아이들을 그리고 부모들을 다른 비극에서 구할 수 있을지 계속 읽어가려고 한다. 하지만 아직은 화자의 글이 많이 무섭다. 이미 이 살인극을 일년간 준비했었다고, 학교에서 dylan의 생활은 그리 평탄치 않았다는데, 어쩌면 이토록 자신만만한지. 물론 책 전체에 계속 이런 논조를 가지진 않겠지만 마음이 아주 무겁다. 엄마가 몰랐으니 엄마 죄는 아닌데, 엄마인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사랑하는 아들'이라는 호칭이 섬찟하다.

 

컬럼바인 사고를 소재로한 다큐 영화를 찾아 봤다. 괴롭다면서요? 천둥치고 비오는 토요일에 이만큼 자학적인 영화가 또 있을까. 미국의 총기사고, 그리고 미디어에서 조장되는 인종 차별/혐오/공포와 규제가 풀린 총기. 거기에 더해서 부유층의 무책임해 보이는 (인터뷰 자세와) 공식 행동들. 하지만 누가 뭐래도 Dylan은 가해자다. 자살 충동을 동반한 우울증 환자였다고는 하지만 그의 온갖 기행이 담긴 영상들, 기록물들 그리고 치기어린 (살기 띤) 사격 연습들 장면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부모가 몰랐기에 이렇게 일이 크게 벌어졌을까. 모든 책임은 막지 못한 부모가 져야할까. 부모가 나름 사랑하며 키웠어도 어쩔 수 없는 일일까. 부모는 자신의 한계를 알고 계속 노력해서 아이의 상태를 체크하고 대화를 나눠야 할까. 아이를 믿지 말라는 말일까. 아직 책을 1/4 정도만 읽었는데 성급한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어째야 하나. 이 무서운 세대에 더 무서운 아이를.

 

인천 초등생 살인범의 부모가 딸 변호를 위해 애쓴다며 욕하는 댓글을 읽었다. 그렇다면 그 부모는 자식과 연을 바로 끊고 변호를 포기하고 피해자 부모에게 사죄하고 (이미 했겠지?) 다른 무얼 할 수 있을까. 부모의 자리는, 범죄자의 부모는 범죄를 세상에 내놓은 더 큰 죄인이 되는 것인가. Dylan의 엄마는 세상의 비극을 만들었지만 자신이 아들을 낳은 건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만약...이라는 과거에 대한 가정은 무의미하지만.

 

잘못했다. 주말 독서로 너무나 무거운 책을 골랐어. 김애란의 소설들 속 비극들, 죽음과 이별들은 쓸쓸하지만 슬픔과 위로까지 주진 못했고 Columbine 총기사건 이야기는 오래전 공포를 불러내기만 한다. 서울에서도 끔찍한 범죄들에 간담이 서늘해지는데 아이 키우기가,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아이를 키우기가 힘들다고 엄마인 내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무겁고 눅눅한 공기, 아이들과 일찍 먹은 김치볶음밥 저녁이 영 소화되지 않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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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7-07-17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가해자의... 책 읽고 진짜 패닉상태에 빠졌었지. 안그래도 사춘기에 들어선 아들놈 말한마디, 행동하나에도 혹시 내가 뭐 놓치는거 있는게 아닐까 편집적으로 집착하기도 했었고. 그리고 나서 관련책들도 읽고 영화도 보고 볼링 포 콜롬바인도 다시 보고 그러면서 조금은 진정된듯해. 더운여름 주말독서로는 너무 무거은 책을 고르듯하네.

유부만두 2017-07-17 19:40   좋아요 0 | URL
언니 .. 정말 disturbing 해요...ㅠ ㅠ
시작하면 그만 덮을 순 없는 책인데 화자에 대한 미움과 짠함이 엇갈리며 울컥하다 또 화나고 그래요... 어쩔수 없다는거 내가 본 영상이 너무 무섭고 강한, 또 편집 조작된 것이란 것도 머리로는 알겠는데...,아...정말 힘들어요... ㅠ ㅠ
 

구몬 3주차. 히라가나 ひらがな 다 외웠고요, 요음 やゆよ 연습 하고 있어요. 어머니, 아버지, 언니, 오빠도 배웠는데...할아버지는 빠져있네요? おじいさ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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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사람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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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1 1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집같은 산문집. 문장 하나 하나 표현 하나 하나 따뜻하고 내 마음 속에서 조용히 뜨겁게 녹아들었다. 제목도 너무 좋잖아. 마음이 아픈듯 그립고 덩달아 운 것만 같은 기분도 들었다.

 

이영도 시인과의 연시로 유명한 유치환 시인의 일화도 실렸는데. 아, 맞다, 유 시인은 유부남에 중학교 선생이었구나. 부인 권재순 여사는 통영의 신여성으로 경제적으로도 남편 뒷바라지를 하던 사람. 검색해보니 딸들의 인터뷰로는 이영도 시인이 먼저 편지를 보내었노라고 (아버지 주변엔 원래 여자들이 많았다고;;;;) 어머니의 마음 고생이 심했다고. 이 '플라토닉'한 사랑이 일이 년도 아닌 이십 년을 이었다니. 그 두 사람만이 아는 사랑이 있겠지. 그 증거가 그토록 달달한 시였고. 통영에서 백석도 그렇게 사랑 타령이었다더니. 유치환의 사랑 이야기는 나를 짜증나게 했다.

 

 

그리운 사람에 대한 글은 내 가슴을 파고 들었고, 아버지와의 대화글 역시 웃펐다. 저자의 어머니에 대한 글이 많지 않아서, 역시 아들은 아버지인가, 싶었다. 나보다 훨씬 젊은 저자가 이렇게 인생과 사랑에 회한과 울음이 많아서 놀랐고 부럽기도 했다 (왜?). 아름다운 책. 그래도 표지의 얼굴 지워진 두 사람은 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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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 미국 영토위에 펼쳐진 끔찍한 디스토피아. 도망갈 곳이 없다. 찻길 하나, 골목 하나를 감시 없이 혼자 다닐 수 없다. 편견과 계급으로 구분지어진 세상, 그 안에서 안전을 찾는 사람들. 이름도 의미 없고 친분이나 가족, 혹은 선전으로 떠드는 '도덕'도 끔찍하다.

 

Then 가까운 과거, 자유로웠던 시절은 아름답고 완벽했나? 그렇지 않다. 화자나 친구는 세상에서 가장 먼저 손가락질 당할 위치였다. 여성의 몸은 이리저리 대상화 되기는 마찬가지. 은행구좌가 닫히고 Luke의 위로를 받는 화자의 뜨악한 기분이 너무나 잘 이해된다. 순간 순간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화자는 자기 혼자 편안한 Commander의 특별한 관심을 즐기게된다. 그렇다고 뭔가 달라지는가.

 

살얼음판을 걷듯 매순간이 아슬아슬하다. 수수께끼 같은 Nick, 거리의 벽에 내걸리는 처형자들. 긴장하며 읽었더니 어깨가 뻐근하다. 마지막 챕터는 어쩌면 열린 결말을, 작은 소망을, 시즌 2를 기대하게 하지만 이미 모든 것을 '역사'로 묶어버린 게 끔찍하다. 과거를 바꿀 수 있는가. 현재가 과거를 바꾼다고 했지만 (히라노 게이치로의 '마티네의 끝에서'에서는 너무나 설득적인 문장이었지) 이 소설은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는다. 다만 과거에, 현재에, 그리고 마지막 챕터가 벌어지는 머언 미래에 용기있는 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자들, 기록하는 자들이 있을 뿐.

 

글로만 읽어도 이리 생생하고 무서운데 영상으로 펼쳐보이는 미니시리즈는 더하겠지. 담력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읽을 수 있을 때 더 읽고 깨어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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