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를 배경으로 한 소설들, 온다 리쿠 소설의 구체성, 여러 비현실적인 탐정들, 뜨거운 여름의 일본 영화 속 청춘, 쇠락한 어촌, 도쿄의 골목, 그리고 이자카야의 자욱한 연기와 닭꼬치, 한국어로 시를 쓰는 일본시인. 빠지면 섭할 영화 감독 고레다 히로카즈, 이 모든 게 담긴 종합 과자 상자 같은 잡지. 월간지라는데 다음호가 별로 기대되지 않는다. 다른 일본 문화 엣세이 등에서 이미 읽은 내용들.

 

평소 갖고 있던 일본 문화의 이미지들을 확인하며 시원한 카페에서 읽기 좋다. 일본의 폭우, 지진, 혹서는 접어두고 '소소하며 오밀조밀한 귀여운 이미지'를 즐길 수 있다. 여름엔 섬찟한 일본 추리 소설을 설렁설렁 읽어야 제맛이지. 그러려면 창문을 열어 두고 마루에서 부엌까지 바람이 통해야 하고 베란다에 유리 풍경이 딸랑 거리고 눈을 들어 빨래가 마르는 것도 봐야 하는데.

 

아침에....에.... 삼십도 라고요. 아, 네.....  찬물에 세수 한 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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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단편집을 드디어 완독했다. 마지막으로 남겨두었던 이야기는 '신들의 미소', 뒤에서 두번째 실려 있다. 1570년, 일본에서 선교 활동을 시작한 포르투갈의 예수회 신부 오르간티노. 그의 시점에서 서술 되는 선교사의 두려움과 각오. 성당 뜰을 산책하며 이 낯설지만 아름다운 나라를 떠나고 싶은 속마음을 억누르고 섬뜩한 벚꽃을 마주하고 성호를 긋는다.

 

성당 안에서 기도를 하다 목도하는 일본 영, 혹은 악귀의 의례. 도발적인 무녀의 움직임과 육체로 더더욱 오르간티노는 위축된다. 다음날 백주대낮에 대면하는 '일본의 영', 은 차분한 목소리로 '당신의 신은 패배할 겁니다' 라고 단언한다. 바다를 건너 일본에 도착한 모든 새로운 '영'들, 공자, 맹자 뿐 아니라 중국의 문자와 어쩌면 오딧세우스 까지 일본의 영에 무릎을 꿇었다고 했다. 가까스로 하느님의 영광을 변호하는 신부. 그러나 그 역시 돌아가는 자리는...

 

이 모든 것을 아우르며 한 번 뒤집는 마무리. 이제 화자는 누구인가. 일본의 영, 혹은 아쿠타가와 당신? 즐거운 책 읽기, 혹은 옛이야기 듣기를 했습니다. 특이하고 별난데, 인간에 대한 측은한 마음을 가진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단편 소설들도 더 찾아 읽어보겠습니다.

 

그러고보니 17 세기 포르투갈 신부를 소재로 장편 소설 '바다 쪽으로 세 걸음' 연재를 하셨던  김연수 작가 생각이 나고요. 그 이후 이야기 '웃는 사람, 희조' 연재가 시작한 것도요. (아, 제가 단행본으로 나오기 전에 읽질 않아서;;;;; ) 그런데 그 사이에 세월이 꽤 흘렀군요. 그간 여러 번 여름을 보냈지만 올 여름이 제일 뜨겁습니다. 더운 날씨에 김 작가님의 일산 작업실 환경은 양호한가요, 맞다, 작가님 신간 사은품으로 맥주컵을 받아서 얼음 넣고 냉커피를 마시고 싶은 날씨입니다. 왜 커피냐고 물으신다면 제가 맥주를 끊었....습니다. 아니었다면 올 여름엔 매일 네 캔 쯤 꿀꺽꿀꺽 했을텐데요.

 

오늘은 아쿠타가와 - 오르간티노 - 김연수 - 맥주 로 이어지는 내 맘대로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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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8-08-02 0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마 그 냉커피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겠지? 설탕 프림 팍팍 들어간 달달한 냉커피 아니고 ㅎㅎ

유부만두 2018-08-02 08:40   좋아요 0 | URL
네. 아이스 아메리카노 ^^
 

옛이야기 같으면서 현실 비판 인가 싶다가, 모든 해석을 비웃고 이건 그저 이야기라며 어깨를 친다. '갓파'. 정신병원에서 만난 어느 삼십대 남자 환자, 기력도 쇠하고 등도 굽은 그의 이야기를 전하는 화자는 그의 편에도, 의사의 편에도 서지 않는다. 그래도 화자가 갓파 월드에 깊이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어쩌면 그가 삼십대 환자였을까, 그러기엔 너무 많이 '치료된' 느낌인데.

 

갓파, 의 모습은 일본 애니매이션 포스터를 통해서 알고 있었다.

 

회색이다가 초록색이 되기도 한다는 작은 키의 미끈거리는 피부, 옷을 입지 않는 (개구리를 닮았지만, 개구리라고 불리면 치욕스러워 하는) 생물체. 남자는 여름날 등산 길에 갓파를 만나고 그 녀석을 잡으러 뛰어가다가 갓파의 세상으로 넘어/떨어져 간다. 아일랜드의 래프리콘은 황금 항아리를 숨겨둔다니까 잡으려 든다지만, 왜 이 못생긴 갓파를 잡으려 했을까, 그리 싫어하면서. 미워하고 깔보면서 잡아 괴롭히고 싶었을까.

 

모든게 반대이지도 않고, 어설프게 닮은듯 비꼰듯 펼쳐지는 갓파의 세상. 걸리버 여행기가 생각나기도 하는데 별로 예리하거나 흥미롭지 않다. 후반으로 갈수록 갓파만의 특수성은 사라지고 자꾸 인간세상 이야기를 하려고 든다. 독자는 지루해서 자꾸 남아있는 쪽수를 헤아려봤다. 그러다 다시 환속(?)하는 남자. 그는 적응하지 못하고 병원에 갇히며 자신을 병문안 오는 갓파 친구들을 (그쪽 세계의 유력자들) 계속 만난다. 소설의 화자 눈에는 보이지 않는 책, 꽃다발, 그리고 물론 갓파 까지.

 

무얼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까, 꾸아?! (qu...로 시작하는 갓파의 언어) 옛이야기거나 현실 속 인간의 바닥이거나 혹은 전설 속 생명체를 끌고 와서 현실을 비꼬거나, 소설에선 다 해볼 수 있지 않겠나, 꾸아?! 문학이란 그런 게 아니겠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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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까지 바쁜 일이 있는 남편 때문에 여름 여행을 다음주로 미뤘다. 지금은 해외여행을 가지 않는다면 이 더위를 피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바다를 눈 앞에 두면 조금은 낫지 않을까. 책을 샀다. 낮최고 기온 25도를 기다리기도 했지만 최저 기온도 27도 라는 현실. 떠나고 싶은 마음이 책 선택에도 보인다. 숨기질 못하는 내 마음. 떠나고 싶다. 훌쩍.

 

 

 

 하루키의 달리기 책은 3장 부터는 꽤 흥미롭게 읽고 있다. 장거리 달리기 준비와 중간에 겪는 근육통과 실수들, 자기 관리의 극한을 엿보고 있다. 독하다, 하루키 상. 그런 그가 '난 운이 좋았어' 라고 흘리듯 써놓은 인생의 선택, 작가로서 매일 속도와 강도를 조절하며 의미를 곱씹고 써내려가는 소설은 꽤 멋져 보인다. (그래도 요즘 읽은 작품들은 ..... 기력이 다 하셨나봐) 난.... 아직 체력이 부족해서 달리기 대신 빠른 걷기와 조금씩 근력운동을 하고 있다. 저질체력, 이라서 동네 한 바퀴도 못 도는 나. 그래도 달리는 이야기에 매료되는 건 무슨 까닭인지. 움직일수록 단련되는 건 체력과 독서력이 비슷하다. 계속 단단한 책을 읽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덥고 지치는 매일, 식사조절을 하고는 있지만 금주 외엔 엄격하기 힘들다. 성장기 어린이 밥과 간식을 챙기면서는 유혹을 더 느낀다. 닭가슴살에 채소를 먹자니 재미가 없다. 더 독해져야 하나, 만두 부인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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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깨서 창문 열고, 선풍기 조절하고, 다시 잠깐 졸았는데.... 이 시간이다. 조금 있다가 시댁에 가야해서 서둘러 아이들 아침을 챙긴다. 어제 밤 부터 읽기 시작한 하루키 달리기 책은 생각보다는 재미랄까, 재치가 빠진 글이다. 다만, 일상, 매일 매일의 반복과 꾸준함의 중요성을 작가의 천성 대로 묵묵하게 적어놓았다. 매일 10킬로미터를 달린다는 그. 나는 매일 5킬로미터 정도를 생활도보로 걷고 있으니 5킬로미터 정도 운동으로 (빠른 속도로) 걸어볼까 생각한다. 아, 이런 날씨의 야외는 말고.

 

 

 

 

생각과 상상, 꿈과 짐작으로는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이는 것을 만들기 어렵다. 무언가 내 몸을, 내 다리와 발로, 내 팔과 손으로 움직여서 짚고 잡아야 한다. 매일매일. 나이 들수록 점점 더 유물론이 가깝게 느껴진다. 더운 날, 시댁 가는 길이 힘들지만, 움직여서 땀 흘리면서 만나야 도리이고 식구. 효심이 가슴 한가득 이더라도 얼굴을 봐야 자식.... 아... 비뚤어질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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