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휴가로 제주에 다녀왔습니다. 피서는 아니구요, 제주가 서울보다 더 더웠어요. 엄청 뜨겁고 바다 냄새 나는 눅눅한 공기가 부담스러워서 해변 산책도 못했어요. 밤에도 덥다, 덥다, 하면서 다녔지만 그래도 여행사진 다시 보니 좋네요.
특히 이런 회 사진. 가격은 서울 뺨 양쪽으로 칠만큼 비싸고 인테리어나 주인분들 서비스는 한숨나오지만, 제주니까, 라면서 (그래도 맛있었습니다, 다시 찾아가고 싶진 않아도) 먹었지요. 제주엔 네 번째 가는데 갈 때마다 바가지 쓰는 기분이고 서울의 곱절로 비싼 돈을 내면서 맛도 영 그랬어요. 언제쯤 진짜 맛집을 찾을 수 있을까.... 오는 길에 제주 동문 시장에서 맛있는 갈치조림을 먹었지만 가격은 ... 뭐....
그래도 이 성게국수는 다시 15000원에 먹고 싶어요. 이번 여행중 거의 매끼 성게 들어간 국을 먹었네요. 성게 좋아합니다. 우니 좋아.
제주 박물관 입구 천장 장식이에요. 정말 예쁘지 않나요?
화살촉들 가지런히 모아 전시한 것도 예쁘고요.
제주 옛지도도 근사합니다.
제주목관아는 큰길에서 눈인사만 했습니다. 다음에 또 올거니까. 좀 덜 더울 때 말에요.
제주 곳곳에서 만나는 야자수는 여행이니까 즐겨, 라고 부추기는 것만 같고요....
공항서 내리자마자 막 환전하고 싶었습니다.
큰 트렁크에 넣어간 하루키 2권, 김포 공항 서점서 산 유홍준 '제주편'은 조금씩 읽었습니다. 하멜 상선관은 1층에 히딩크/네덜란드 기념 전시한다는 설명에 방문하고픈 마음이 식어서 안갔고요, 추사 김정희 유배지는 수리중이어서 임시 폐관이었습니다. 제주는 조선 시대 정말 세상 끝이었겠지요.
당연하게도 제주에선 일기예보가 제주 중심이고요.
지리/지학 시간에 배웠던 주상절리. 정말 신기하고 절묘하고요. 대자연 만세.
돌아보고 올라오면 더운 날씨에 더할 수 없이 반가운 '한라봉쥬스'를 만나게 됩니다.
섬 내부를 이리 저리 이동하다 만나는 봉우리, 혹은 오름이 다 한라산은 아니지만 존재감 빛납니다.
만장굴은 최고의 피서지입니다. 밖의 온도가 33도를 기록할 때 굴 안은 18도 였으니까요. 그 시원한 온도를 즐기며 (굴 냄새도 안났어요. 석회굴이 아니라 그런가 깔끔했습니다. 마치, 하루키의 지하세계 처럼) 1킬로미터 걷는데 힘들지도 않았어요. 어둡고 울퉁불퉁한 길을 걸으며 '얼굴 없는 남자' 생각을 조금 했습니다.
나오는 길에 만난 굴 입구의 나무들. 아, 이건 '비밀의 숲'을 연상시키는 겁니다.
아....다 끝났어요. 곧 황시목 검사는 특검 일로 다시 서울에 올겁니다.
성산일출봉은 입장권을 사고도 등산은 안합니다. 원래 그런겁니다. 전 여기 이 벼랑만 보면 됩니다. 그리고...
고개를 조금 돌려 아랫 마을도 보는겁니다. 아, 여기가 제일로 좋습니다. 끈적거리는 공기에 33도 기온에 땀은 계속 흘러도, 이 경치는 내 마음에 들어 옵니다. 하루키 주인공 처럼 그림은 못그리지만 계속 마음에, 뇌에 딱, 하고 새겨지는 기분이 듭니다.
서울로 올라오니, 아, 여기도 덥군요. 그리고 오래 질질 끌며 읽던 '기사단장 죽이기'도 끝냈습니다. 지치고 힘든 독서였어요. 친구들은 재미있다고도 하는데 전 정말 지루했고요, 할아버지 작가의 성애장면 묘사나 사춘기 소녀, 특히 가슴 사이즈 집착에 짜증이 났습니다. 커다란 그림으로 봐도 복선 대신 그때 그때 불쑥 들이미는 소재가 영 투박했고요, 정신, 이데아, 생령, 등등의 우기기가 영 안먹히네요, 제게는. 몇 년 전 1Q84는 몰입해서 열심히 읽었는데 이번 소설은 힘도 덜하고 앞뒤 맞추는 데 공도 덜 들어간 느낌이네요. 지루하고 시시한데 뭣하러 두 권씩이나 붙잡고 끝을 봤는지....의리...겠지요? 이런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