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배와 체중이 날로 심각해진다. 저녁 식사 시간이 너무 늦어지는 탓이기도 한데, 퇴근길 정체를 피하려면 어쩔 수 없이 늦게 퇴근해서 집에 오면 9시쯤이라 그때 밥과 간식을 먹는 나쁜 시간표. 동료들과 저녁식사를 하고 퇴근하면 어떨까, 했더니 그러면 집에 더 늦게 오게되며 더 무너지게 될거란다.

 

 

다이어트 도시락을 싸주기로 했다. 닭가슴살이랑 샐러드 중심으로. 현미로 주먹밥을 만드는 것도 좋겠고. 그래서 시장에 들렀다가 완두콩을 만나서 반가운 마음으로 한 바가지 샀다. (라로님의 볶음밥 생각이 났고요) 넋놓고 앉아서 콩을 까고, 완두콩엔 흰밥이지, 자동으로 흰쌀로 밥을 했다. 오이고추를 된장과 참기름에 버무리고 빨갛게 볶아놓은 멸치도 넣고, 계란 말이도 예쁘게 만들었다. 흠....이건 다이어트 도시락이 아닌데?;;;; 완두콩으로 하트라도 만들어 얹을껄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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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4-30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보니까 저도 유부만두 님 같은 와이프 있으면 좋겠어요!! 부럽다.

유부만두 2018-05-01 06:58   좋아요 0 | URL
하하하 .... 칭찬으로 받겠습니다.

어제 싹 비워 온 도시락 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목나무 2018-04-30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두콩 하트 다음에는 꼭!!!!! ^^
누가 직접 싼 도시락 먹어본지 20년이 넘었네요.
부럽다. . . 남편님. . ^^

유부만두 2018-05-01 06:59   좋아요 1 | URL
도시락을 쌀 생각을 못했는데 또 아침에 하다보니 옛날 생각도 나고 그러더라.
급식 전엔 엄마들이 두 개씩 싸주시기도 했는데. 그 무거운 보온 도시락통....

psyche 2018-05-01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것은 다이어트 도시락은 아닌데.... 그래도 와이프의 사랑이 마구 느껴지는!

유부만두 2018-05-01 07:00   좋아요 0 | URL
다이어트 아니죠;;;;;; 그러니 사랑이 담긴 게 아닌것 같고요....
뭘 넣어줘도 싹 먹어주는 만두피라 부담은 없어요. ^^

psyche 2018-05-01 12:23   좋아요 0 | URL
부담 없어도 도시락 싼다는게 부담이지. 나도 아이들 맨날 똑같은 거 싸주는데도 맨날 신경쓰이는 걸
 

트위터에 냉면이 넘쳐나는 금요일, 밤에는 넷플릭스의 다큐 추천도 올라왔다. 인기 자기계발서 '시크릿'의 주인공이자 '하모니' 등 몇권의 책을 낸 미국의 현대판 구루, 제임스 아서 레이의 성공과 몰락을 그린다. 지금 1/3쯤 봤는데 자기계발 강연장에 모여든 많은 사람들, 자신의 아픔과 한계를 고백하고, 울고, 변화를 원한다고 토로하는 사람들을 보자니 마음이 답답하다. 2009년 많은이들은 돈을 내고 아리조나주의 사막 오지에서 텐트 안에 모여 한계를 극복한다며, 마음이 원하는 건 우주가 들어준다니, 고온에 고생하다가 그중 세 명이 사망한다. 그후 2년 수감생활을 하고 나온 제임스 아서 레이, 그는 자신은 사람들을 도우려 했다고 ...

 

변화를 원하고 자신의 현재를 미워하는 사람들, 그중에 나도 있지. 하지만 저런 사이코패스적 구루 말고 건강하게 삶을 이끌어나가야 하는데. 나도 책을 읽으며 징징대고 있는걸까. 누가 마흔이면 불혹이래. 마흔 훌쩍 넘겨도 봄바람에 훌렁훌렁 휘둘리는데. 그나저나 봄은 왔네. 거짓말처럼.



https://en.wikipedia.org/wiki/James_Arthur_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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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쇼몽'을 찾아 봤다. 단편 '라쇼몬'의 섬뜩한 느낌, 그 비내리는 폐허의 잔상이 길고 깊어서다. 옛영화 특유의 크게 울리는 음악이 내내 사람을 긴장 시켰다.

 

https://youtu.be/xCZ9TguVOIA

 

영화는 오늘처럼 비오는 날, 교토의 남대문인 라쇼몬, 지붕 위쪽은 반쯤 허물어져 살아있는 사람 보다는 시체에 어울리는 장소에서 시작한다. 백년 전의 소설가가 그보다 백년 앞선 황폐한 시대의 인간 맨얼굴을 그렸다. 비에 젖어, 낮에 쨍한 관가 마당에서 했던 증언의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승려와 나뭇꾼. 아쿠타카와 류노스케의 소설 덤불 속의 사건의 증인들이다. 승려는 길에서 지나가던 사무라이와 부인을 봤고 나뭇꾼은 사무라이의 시체를 발견했다. 영화는 소설과 동일한데 그들의 증언이 영상으로, 한낮의 맑고 무더운 날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두 남자, 도적 다조마루와 점잖은 체 하지만 얄팍한 속임수에 욕심으로 넘어가버리는 사무라이, 그 둘 사이에 성취물처럼 놓여있는 여인. 서로 차지하려 싸우다가 한쪽이 버리니 나머지도 금세 입맛을 잃는다. 소설에서는 끝까지 이제 어쩌냐며 울어버리는 여인이지만 영화에서는 미친 듯이 웃어제끼며 둘을 싸움 붙인다. 자존심을 부추키며. 둘다 지쳐 나가떨어질 땐 여인은 사라지고 없다.

 

이 모든 장면을 영화에서는 나뭇꾼이 목격했지만 재판정에서는 말하지 않았다. 자기도 욕심으로 무언가를 훔쳤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상해, 사람들은 왜 그렇게 이야기 하는가라는 중얼거리는 승려와 나뭇꾼에서 시작하는데 그것은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고 인간 따위는 욕심으로 이루어졌고 체면 따위는 없는거라는 인물이 (아마도 소설 '라쇼몬'의 그 하인) 등장해서 이번엔 노파 대신 버려져 울고있는 아기에게서 옷과 포대기를 벗겨 갖고 떠나버린다. (비열하고 이기적인 이 인물은 '이야기는 재미있으면 그만, 진실은 내 알 바 아님, 이라고 말하는 ... 나 같았다.) 이제 이 아기는 어찌할 것인가, 최소한의 염치라도 가진 것처럼 보이는 나뭇꾼이 속죄의 마음으로 (자신은 그리 말하지 않지만) 키우겠노라 약속하는 (처음엔 그 조차 의심하는 승려) 나뭇꾼. 영화는 어둡고 시끄럽고 강렬하게 비와 땀과 칼부림을 쏟아내지만 결말은 비가 그치고 그래도 인간, 약속이라도 작은 믿음이라도 보여주려한다. 이대근을 닮은 도둑 다조마루와 나약해 보이다가 화가 머리 끝까지 오르자  거의 미쳐 소리지르는 여인, 그리고 진짜 넋을 내준 무녀, 새침한 사무라이 등 각각의 인물들이 전형적이지만 생생하게 여러 감정을 보여주어서 기억에 남는다. 역시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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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04-23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래식의 클라쓰라고나 할까요.
고전으로 추앙 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지요.

라쇼몽의 핵심은 인간은 모두 자신이 보고
싶어하는 사실만 보게 되더라 뭐 그런 게
아닐까요.

상이한 진술 가운데 진실을 찾아내는 일은
아마도 신의 영역이 아닐까 싶습니다.

유부만두 2018-04-23 21:13   좋아요 0 | URL
동감이에요. 진실은 결국 인간의 능력 밖에 있겠지요.
그러니 인간 독자들은 재미만 챙기기로 하겠습니다. ^^

클래식은 의미 만큼, 은근하게 묵직한 재미가 있었어요.
이 영화 추천하고 싶어요. (이미 보셨을듯)

레삭매냐 2018-04-24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읽기 전에 영화 보기에 미쳤었던 시절
이 있었습니다. 20년도 더 된 시절의 이야기네요.

한 때 씨네필이었는데 당근으로 봤습지요 ㅋㅋㅋ
 

이 책은 살 생각이 없었다. 그러다 사기도 하고 또 읽기 시작해서 재밌어하니 별일이지. 흔히 있는 별일.

 

택시를 자주 타고 좋아한다고 책 소개를 하는 방송을 들었을 때, 남자들은 택시를 편하게 타는구나 싶어서 짜증이 났다. 택시에 올라탈 때마다 기사 눈치를 보고, 난폭 운전이나 시끄러운 라디오 음악, 운전중 전화 통화를 참아야 했는데, 게다가 자꾸 이런 저런 수다를 절반쯤 반말로 던지는 기사는 어떻고. 이런 걱정 없이 오늘도, 랄랄라 나는 택시 타, 라고 일지와 가벼운 생활 엣세이를 써서 노란 표지 책을 엮어 내는 이 천진무구한 작가님이라니.

 

여성 독자들의 뜨악한 얼굴을 상상하지 못할 작가는 아니다. 그는 이미 여성 탑승객의 불편함, 혹은 불리함을 아내의 경험을 통해서 보고 글로 발표한 적이 있었다. 그 글이 이 얇은 책 안에 다시 인용되어 있기도 하고.

 

어쟀거나, 이 책을 사지 않으려다 샀고, 어제 온 택배 상자를 아침에 열어서 읽고 있다. 함께 산 '복제인간 윤봉구' 보다 먼저. 노란색이 파란 표지를 이겼다. 어서 씻고 준비한 다음 아들녀석 면회를 가야한다. 군식당엔 순대가 나오지 않는다고, 순대를 사오라고 한다. 당면순대 말고 함경도식 아바이 순대를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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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24 0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24 08: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릎에 공을 맞은 투수는 달려오는 코치를 손을 들어 만류하고 남은 이닝을 처리...하지 못했다. 흔들렸겠지. 그리고 엘지는 달려오던 5승에 쉼표를 찍었다. 광주에서 엇비슷한 로고의 두 T는 투수의 중요성과 에러의 허무함과 발이 느린 포수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그리고 남편은, 만두피는 다행히 수술은 피하게 되었다.

 

겨울부터 아프다던 오른쪽 어깨는 찜질을 하거나 물리치료를 다녀오면 하루만 편하다가 다시 나빠졌다. 정형외과에서 '오십견'은 아니라고 했는데 통증은 그대로. 큰 병원에서 양 어깨 정밀검사를 다시하고 보니 어깨뼈가 웃자라 근육에 염증이 생겼다고. 윤석민 처럼. 다행히 남편은 윤석민과 다르게 수술 후 2년 넘게 쉬지 않아도 되었다. 대신 스테로이드제 일종의 항염증제 주사를 맞았다. 항스트레스 호르몬 성분을 합성해서 만든 이 주사는 우리 나라에선 금지 약물은 아니지만, 주사를 맞으며 계속 일본 진출 첫 해 도핑 검사에 걸린 다니엘 리오스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럼 (선수도 아닌) 남편은 무엇에 그리 어깨를 썼는가. 무릎 대신 남편이 어깨로 막은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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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04-18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히 많은 ˝만약에˝를 생각하게 하는 경기였어요. 가르시아가 계속 뛰었더라면, 유강남의 발이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이형종이 조금만 더 빨리 올라왔다면.....

유부만두 2018-04-18 11:00   좋아요 1 | URL
네...끝까지... 연장 안간걸 다행으로 생각했어요. 에휴...
그래도 전 엘지 없인 못 살아요. 세탁기랑 냉장고가 엘지;;;;

2018-04-20 0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21 0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