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팔자엔 없을줄 알았던 운동을 하느라 몸살이 났다. 스트레칭만 해도 몸이 울고 수업 중엔 쥐가 나고, 집에 오면 에구구구 소리가 절로 난다. 아니, 괜찮아. 할 수 있어. 아직 못 읽은 책들이 이리 (우리 집에만 해도) 많은데 건강해야지... 라며 맥주 대신 저지방 우유를 마시는 요즘. 갈까 말까 했던 도서전에 토요일 오후에 갔더니, 사람이 책 만큼 많았다.

 

 

주빈국 체코 부스에선 체코 만화 역사를 훑어볼 수 있었고 동화작가와 함께 하는 미술 교실이 한창이었다.

 

 

이후론 사진을 찍을 수도 없이 사람에 떠밀려 다녔는데.... 그 와중 장강명 작가의 사인 코너 옆을 지나쳤다. 더벅머리에 검은 티셔츠, 그는 도서전의 경험을 속으로 잘근잘근 씹으면서 문장을 만들고 있을지도 몰랐다. 창비 부스에서 '창비어린이' 계간지 구독 신청을 하고 .... 선물을 엄청 받아왔다. 계간지도 어린이 계간지는 안밀리고 읽게 되더라고요? 재미도 있고 말이죠?!

 

 

도저히 B쪽 전시관 뒤쪽으론 갈 엄두가 나지 않아서 한시간 후엔 도서전을 나와서 근처 스웨덴식 카페에서 잠시 쉬었다. 스웨덴...음.... 저녁은 타코를 먹어야 하나...

 

 

코엑스 주변엔 월드컵 응원 판촉 행사가 한창이었고

 

 

축구보단 야구....우리 용택이 형아 기록 세우고, 팀도 십점 차로 승리를 세운 날. (어이가 좀 없긴 했다. 달래 엘롯....)

 

 

집에 와선 '당선 합격 계급'을 이어서 읽었다. 이제 7장까지 (2/3 정도) 읽었는데 대개 고개를 끄덕이게도 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건너 건너 들은 문학상 심사 이야기와는 약간 다르게 읽힌다. 문학상 심사하는 기존 작가들 중 (일부겠지만) 책을 많이 읽지도 않고 그리 상업적으로나 문학적 (아, 위험한 용어) 성과도 빼어나지 않은 사람들도 있는데, 과연 그들이 어떤 기준으로 심사를 할까,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게으르게 살고 요즘 젊은 작가 지망생들을 공부도, 그들의 글이나 다른 기존 작가의 책도 읽지 않으면서 인간적 관계만 두툼한 '등단 작가'님들은 그래도 특별한 '안목'을 가진걸까. 모든 걸 취향이 다르다, 며 퉁칠 수 있을까.

 

그러니 드는 생각. 얼마전 읽은 일본 작가의 번역서를 심하게 흉봤더니 (이건 '똥책'이야, 라고 내가 단톡방에 썼음;;;;; 알고 보면 나도 꽤 더티한 사람) 친구가 '세상엔 똥책은 없어! 그 사람도 얼마나 힘들게 노력했겠니! 넌 다른 *** 작가나 $$$ 작가의 덜 좋은 작품도 욕하겠구나!'라고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흠.... 그렇지. 취향 탓일지도 몰라. 하지만 취향을 넘어선 퀄리티, 라는 게, 특히 '문학'에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난 작가 (사람) 보다는 작품에 기준을 두고 읽어야 한다고 보는데여?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이 '13인당 이야기'를 실드쳐줄 수는 없는 거 처럼. 그리고 ***작가의 근래 작들은 하아.... 책선물을 못할 ...

 

쨌든, 이런 저런 생각이 드는 토요일이었다. 축구는 뭐.... (난 야구만 챙길래) 응원의 여파로 식구들이 잠들어있는 일요일 아침, 장강명 책을 다시 들었다. 그런데 영 낯선 책장 옆 여백이 며칠째 신경을 긁는다. 다른 민음사 책 보다 좁다. (뒤에건 라쇼몬 1.8센티, 앞의 장 작가 책 1.2센티) 자로 재보니 의외로 차이가 적어서 놀람.

 

 

오늘도 덥다지? 나와 소설 취향이 다른 (헤밍웨이가 싫다고요....네, 저도 노인과 바다, 만 좋아요. 피츠제럴드도 '위대한 개츠비'만 좋아요) 장강명 작가의 얄밉도록 깔끔하게 똑 떨어지는 책을 마저 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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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06-24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3000안타까지 가는 것만 남았네요!! 그러나 엘런트가 과연..... 정성훈 방출 되던 걸 생각하면...

유부만두 2018-06-24 17:00   좋아요 0 | URL
아..... 상상도 하지 못할 그런 무서븐 얘기.....안됩니다... 그러면 저도 플필을 syo 님처럼 화난 콩만두로 바꿔야합니다.

유부만두 2018-06-25 08:03   좋아요 0 | URL
어제 경기....참.....
토요일 기념으로 팀회식을 했나봐요. 다들 숙취로 몸이 뻐근해보였어요. 지지부진. 그나마 상대가 롯데니까 비기기라도 했죠. 아, 애증의 엘지.

syo 2018-06-25 08:26   좋아요 0 | URL
그랬구나...... 진짜 애증이네요. 왜 하필 엘지를 골랐는가ㅠㅠㅠ

psyche 2018-06-27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전 나도 가고싶다. 힝 조금만 늦게 하지.
그건 그렇고 코엑스 앞에 저렇게 bts 가!!! 설마 나 갈때까지 그대로 있겠지? 가서 사진 찍어야징

유부만두 2018-06-28 10:38   좋아요 0 | URL
아이고, 어메리카에선 더 크고 멋진 북페어가 있다던데요?!

정작 도서전에선 찜했던 책들 보다는 정신 빠져서 어버버 하게 되더라구요. 주말이라 더 고생했고요. 그래도 장강명 작가 얼굴을 보니 신기하고 반갑고? 그랬어요.

psyche 2018-06-30 20:48   좋아요 0 | URL
알겠지만 아무리 크면 뭐해 딴나라 만큼 멀잖아 ㅜㅜ
 

이제 1/4 정도 읽는 중인데 미리 추천을 하고 싶은 책이다. 육아의 아름다움, 보람, 따위는 넣어두고 현실적인 '부모되기'에 대한 이야기. 미국에서 2014년에 출간된 책이니 요즘 책이고 한국 실정과도 꽤 맞는 이야기가 실려있다. 도입부에는 개인들의 경험들을 생생한 목소리 인용으로 실으면서도 1950년 이후 가족생활, 육아법 등에 대한 통계와 기존 학술서등을 언급한다. 인간이 '어린이'를 가족 안에서 낳아 키우는 경험이 지난 100년 이후 얼마나 그 의미가 달라지고 사람을, 부모를 변하게 만들었는지 서술한다. 그 과정이 얼마나 고된지도.

 

부모가 되서 겪는 변화, 부부 사이의 갈등과 개인 (특히 엄마)의 고립, 여러 성장단계에 걸친 아이들의 '미친' 반응들, 과 '바른' 부모의 개입의 정도, 그리고....두둥 사춘기와 그 이후의 아이들과 부모, 그 모든 세월을 지나는 동안 (살아있다면) 이루어낼 부모의 성과에 대한 아웃라인이 목차에 보인다. 이제 2장, 남녀 차이인지 사회 불평등인지 육아와 집안 살림의 격랑 속을 헤쳐나가는 서로 다른 모습들을 읽고 있다. 주마등처럼 스치는 과거 (더 젊지만 더 지치고 더 무지했던) 나의 모습이 보인다. 지식도 요령도 없던 나여, 하지만 도와주기 보다는 간섭하고 훈장질로 나를 둘러쌌던 사람들이여.

 

그래도 재미있게 읽고 있다. '부모로 산다는 것'은 일단 부모라는 굴레를 쓴 다음에는 무를 수 없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사회에 만연한 '아이들은 소중하고 착한 존재'라는 신화에 집착하지 말아야한다. 십년을 주기로 바뀌는 유행 육아법에 이끌리지 말고, 아이 때문에 빼앗기는 시간, 잠, 에너지를 미리 알고 대처해야한다. 죄책감을 느끼지 말고 자신을 소중히 여겨....(아, 눈물 나)사회에서 격리되엇 자존감을 떨어뜨리지 말고, 도움을 청해야할 때는 손을 내밀어야한다. 아직 고생담 부분을 읽고 있어서 그런지 (내 주목적은 '사춘기 육아' 부분) 자꾸만 추억에 빠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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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8-06-21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다 키워놓고 남들은 엠티 네스트네 어쩌네 하는데 나는 늦둥이 아들 놈 때문에 이 책 읽어야 할거 같네.

유부만두 2018-06-23 09:00   좋아요 0 | URL
하하하 동감 십만개 입니다. 시대가 바뀌고 내 몸도 늙었는데 아직도 학부모 하는 우리!
 

우린 나란히 앉아서 가끔 손을 잡았고 스치는 팔꿈치에 서로를 곁눈질 하며 웃었지. 공룡이 쑥 튀어 나와서 무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포효할 때 네가 알려준 악동뮤지션의 노래 '다이노소어'를 떠올렸어. 뜀박질로 도망갈 때면 내 두 발과, 옆의 네 두 발은 함께 달음박질 쳤쟎아. 내가 네 박자에 맞춘거 혹시 눈치 챘니? 팝콘 상자 안에서 살짝 닿은 네 손은, 따뜻했지. 너 영화 보는 동안 두 번, (15분, 그리고 한시간 즈음에) 내 어깨에 기대더라? 내가 모르는줄 알았지?

 

많은 사람들이 일어서서 나가고, 크게 울리는 영화 음악 속에 올라가는 길고 긴 크레딧 영상.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십 초의 보너스 영상. 허무하기도 또 상상과 기대를 해보기도 했어. 저 다음 영화를 너랑 또 같이 볼 수 있을까?

 

내가 얘기 했지? 쥐라기 공원 1탄을 예전에 고속버스터미널 옆 극장에서 봤었다고. 그땐....미안해. 94년인가 95년이야. 다른 남자랑 봤어. 니 아빠야. 아, 물론 결혼 전이라 아마 데이트라는 의식을 했었나봐. 아냐 아냐, 그땐 팝콘 안 먹었어. 진짜야. 새우깡일껄? 하지만 너를 알기도 전의 일이니까, 네가 화를 내도 할 수 없어. 나의 과거를 인정해줘. 진짜 사랑은 그런거 아니니.

 

그런데, 넌 영화관을 나와선 나한테 말도 안하고 갑자기 핸드폰을 켜더라. 그리고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는 것 같았어.네 카톡 플필엔 금세 공룡 블루 머리랑 남주 얼굴이 올라있네? 나랑 같이 본 건 티 안났어. 괜찮아. 안 섭섭해. 니 아빠도 같은 마음인거 같더라 뭐. 애들 키우니 다 똑 같다고. 다음엔 너 빼고 아빠랑 둘이서 영화 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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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나무 2018-06-15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 남자와 돌아가며 영화볼 수 있는 유부만두님이 저는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
언제 저와도 영화관 데이트를 해주시겠습니까? 그때는 그 뭐지.. 길어서 달달한 그 과자 먹으면서요. ^^

유부만두 2018-06-16 08:46   좋아요 0 | URL
영화들이 제 취향이 아니란 것이 아쉽기는 하죠. ^^
그리고 새우깡은 짭짤한 맛으로 먹습니다. 설해목님께선 단맛을 더 즐기시니까 캐러맬 맛 팝콘을 준비할게요.

psyche 2018-06-19 0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들과 단 둘이 영화관 데이트라니. 아 달달해~ 울 아들놈은 나랑 영화 안볼텐데 부러워~

유부만두 2018-06-23 09:02   좋아요 0 | URL
둘 아니고요... 막내 양 쪽에 남편이랑 앉았었어요. ㅎㅎㅎ
정신 없는 공룡영화였어요. 아직은 초등학생이니까 데리고 다니죠.
 

왓따와 덧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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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mara de Lempicka
http://www.delempicka.org/tamaras-life/biography.html

20-30 년대 미국과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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