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도 남지 않은 막내의 중학 입학식. 예비소집일에 받아온 새 교과서들을 책상 옆에 꽂아두고, 어제는 그동안 지켜내던 WHY 시리즈들을 꺼내서 신발장 앞에 쌓아두었다. 재활용 쓰레기로 내놓기로. 재활용이 되려나, 저 코팅 종이 책들이? 먼지 먹고 곰팡이 품은 내 펭귄 클래식들도 내놓아야할까, 잠시 고민하다 말았다. 가벼운 종이들은 어째 더 빨리 늙는다. 나처럼.

 

서재달인 도라에몽 다이어리는 계획만 계속 계획만 적어두는 중이다. 올해는 뭔가 새로운 시간이 될 것이야! 색색깔 볼펜도 (또) 샀지. 올해엔 0.38 대신 0.7로 마음이 가고요. 3월에만 두 번 휴가 나온다는 큰 아들 방이나 치워놔야 하는구나, 생각이 드는 이 아침, 남은 시간을 세어본다. 올해 시작한 게 벌써.... 그래도 학부모인 나는 3/4 입학식 부터가 새해입니다. 아직 방학인고로 조금, 아주 조금만 더 게으름을 피우겠습니다. 그담엔 아주 열심히 2019년을 달려 볼겁니다. 중딩 엄마 아무나 하나요? 네.

 

허세와 자의식 과잉인 막내에 맞춰주느라 주먹보다 큰 손목시계를, 하늘까지 닿도록 에어와 금박을 넣은 운동화를 사주었다. 후드티를 즐겨 입으면서 어깨를 숙이며 스웩. 재밌으면서 불안불안. 변해버려도 아가 때 얼굴인 아이. 

 

 

우리 사랑을 증명하듯 막둥이와 커플로 새로 맞춘(?) 지갑들. 하얀색이 내 꺼. 검은색 지갑은 막내 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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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19-02-27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why 시리즈...맞아요. 중학 진학하면서 아쉬워도 빠이빠이 하겠네요

유부만두 2019-03-06 09:53   좋아요 0 | URL
네, 오랫동안 끼고 살아서 많이 아쉬워 했어요.
단호하게 이별했어요.

psyche 2019-02-28 0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꼬마가 벌써 중학생!!!

유부만두 2019-03-06 09:53   좋아요 0 | URL
언니네 그 꼬마도 고등학생!!!
 

전성기의 디킨스가 스물일곱 더 어린 배우 넬리 터넌을 만나서 사랑을 한다. 급기야 본부인을 정신병원에 가두려고 까지 했으나 불발하자 세상의 여론을 의식해 넬리와 주고 받던 편지와 기록을 없앴다. 하지만 그녀의 흔적은 여기 저기에서 발견되서 결국 논픽션 작가의 책으로 나오고 학자들도 디킨스와 넬리의 관계를 밝혀냈다.

https://www.nytimes.com/2019/02/23/world/europe/charles-dickens-wife-asylum.html

 

2013년 영화는 좀 평이하다. 넬리의 목소리에 더 힘을 실어주는 듯하지만 평이하다. 결국 그 씁쓸한 미소로는 아무 것도 설명하지 못했다. 널판지로 못박고 막아버린 문 안 쪽에 갇힌 미세스 디킨스는 어찌 되었는지. 바로 미세스 로체스터가 생각나고요. 아이를 열이나 낳은 부인을 '이제는 사랑하지 않아, 그녀는 내 문학을 이해 못해' 라고 하면서 화면 가득하니 둔하게 살찐 부인의 벗은 몸을 보여주는 방식은 너무나 뻔하다. 내 예술을 알아주는 젊은 여인, 다시 샘솟는 젊음! 아니에요, 아저씨야. 그 어린 여자애 한테서 손 얼릉 떼란 말이다! 수염 덥수룩한 아저씨가 어린 넬리와 입맞추는 장면 너무 더러워.

 

부인은 부인대로 모욕당하고 무시당하고 영화 내내 대사도 거의 없다. 넬리는 넬리대로 엄마와 디킨스에 치이고 막히다가 끝까지 남편과 아이 앞에서 입을 다문다. 그녀가 속 이야기를 성직자에게 하는가, 멀리서 관객은 추측만한다. 예술하는 사오십대 유부남 남자에게 어린 여성 독자/제자의 선망과 손길이 가 닿는다. 불륜 혹은 사랑, 그리고 예술. 그 예들이 현실에서도 빈번하다. ㅅㅇㅇ 작가와 ㅂㅇㅈ 시인. 그녀들의 목소리를 순수하게 만날 수 있을까. 그녀들은 동등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을까.

 

대작가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는 없었지만 '위대한 유산'의 결말에 대한 넬리와 디킨스의 대화 장면은 인상깊다. 맺어지지 않는 두 연인. 성장하는 두 인간. 아, 핍과 에스텔라 얘깁니다. 디킨스랑 넬리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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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9-02-27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위대한 유산을 안 읽었다는... ㅜㅜ

유부만두 2019-02-27 07:48   좋아요 0 | URL
읽으세요. 강추.
 

제주 시장에 가서 맨도롱 또똣한 빙떡 사먹고 송키 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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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것을 읽을까요, 알아맞춰 봅시다, 딩동댕.

미셀 오바마 책 이어읽기로.
이제 챕터 20 까지 읽었다. 버락 오바마가 neat해진 자신의 모습에 뿌듯해 하자 미셀이 일침을 가하는 장면이 재미있(고 조금 슬펐)다. 백악관 생활을 조금씩 바꾸는 이들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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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9-02-10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리일미 최근에 잼있게 읽었어요. 빨리 봄나물이 먹고 싶어집니다~^^

유부만두 2019-02-10 16:04   좋아요 0 | URL
보슬비님 덕분에 알게 된 책이에요. 판형도 크고 멋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