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에 짜~한 서민 교수의 책을 이제야 읽었다. 처음 부분에는 기생충 나쁘지 않아요, 오래된 생명체에요, 라면서 긴장을 풀게 했지만 이어지는 디스토마 부분 부터는 내 식습관과 생활 습관을 돌이켜보면서 온갖 재앙 시나리오를 상상하게 만들었다. (나는 이북으로 읽었는데, 사진은 너무 작게 들어가거나 그림표의 글씨는 흐려서 보기 불편했다) 작가의 뛰어난 글솜씨 덕에 어렵고 복잡한 기생충 열전을 쉽게 읽어내려갔고, 이런 저런 우스개 소리 속에서도 중심은 "인간사랑"이라고 계속 생각했다. 그나저나 내가 좋아하는 소간, 간장게장,,,,,,,은 당분간 먹기 힘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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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6-01-19 0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간장 게장을 포기해야 한다고요? 서민 교수님도 간장 게장 좋아하실 분위기였는데...

유부만두 2016-01-19 07:55   좋아요 0 | URL
아예 포기는 아니고요. 15일 이상 숙성시키거나 하루쯤 냉동하는 방법도 있대요.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을 읽고나서 당분간은 못먹을듯해요... 책은 정말 재미있어요!
 

어린이용 홍삼액 이름으로만 알았는데 '양아록'은 조선시대 선비 이문건의 손자를 키우며 적었던 육아기록이다. 홍승우 만화가의 편집과 귀여운 그림으로 나오긴 했지만 열악한 가정환경에서 (비록 하인들을 거느리고 있었지만, 귀양살이를 하던 중)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라 밝고 따스할 수가 없다. 아이의 아비는 병으로 제정신이 아니었고 손이 귀한터라 가문을 일으키기위해 손주하나만을 열심으로 돌보려는 할아버지 이문건의 '마음'은 내내 아이를 들볶고 며느리를 불편하게 했다. 젖물리는 방법과 시간, 간병의 방법을 내내 일러주는 시아버지! 아이가 첫걸음을 떼고, 첫니가 돋고 하는 순간의 묘사는 감동스럽지만 아이를 훈육한다며 기절할 때까지 매질을 하는 장면은 (그것도 거푸 거푸) 지겹다못해 화가 났다. 아이가 곧 가문의 내일이니 시간도 많으신 선비님께서 챙기셨겠지만 선비 이문건의 양육법은 많이 불편하다. 그 아이가 커서 입신양명하여 가문을 일으키지는 못했지만 의병을 일으켰고 상 받기를 사양했다는, 즉 올곧게 자랐다는 기록은 남아있다. 그 짧은 기록으로 이문건의 양육법이 옳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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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6-01-17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기획도 신선하네요? ㅎㅎ 홍승우 작가의 그림체 좋아하는데 양아록을 그의 그림으로 읽을 수가 있군요^^

유부만두 2016-01-18 12:50   좋아요 0 | URL
하지만 기대보다는 밋밋하고요, 저자의 육아방식에 화가 많이 났습니다;;; 조선시대의 할아버지로서의 사랑 표현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요. 하지만 애를 너무 패요. ㅜ ㅜ
 

짧은 연설문 정리글인데 쉽게 읽히지는 않았다. 그녀의 시대에나 지금에나 널리 퍼져있는 꼰대 아저씨들의 무지막지한 글에 분노를 느꼈는데, 울프는 그런 여성의 분노와 여성성의 의도적 노출이 소설의 서사를 어지럽혀서는 안된다고 썼다. 여성운동의 맥락 말고도, 문학에 대한 저자의 애정을 느낄 수 있는 글이다. 소설가의 '완전성', 독자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고 가능하리라 믿지도 않았던 장면을 설득력있게 그려내주는 그 완전성에 대한 설명은 내가 왜 소설을 읽는지 깨닫게 해주었다. 하지만 역시나 어렵다. 페미니즘 운동에서 이 글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알기위해서는 다른 참고 서적들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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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6-01-17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렵지만 읽어내면 참 뿌듯한 책일 것 같아요.

유부만두 2016-01-18 12:49   좋아요 0 | URL
조금은 뿌듯한데요, 온전히 이해한 것 같지 않아서 재독해야하는 책이에요. 너무 천천히 읽어서인지, 아니면 제가 울프의 책을 처음 접해서 그런가봐요.
 

단테가 지옥에서 처음 보는 죄인들은 방관자들이다.

불의를 보고도 아무것도 행하지 않은 이들.

 

천사의 비호와 대시인의 인도를 받아 어렵게 열리는 지옥의 문. 시인 그룹의 제6인으로 걸어가며 으쓱 거리는 단테의 모습이 상상된다. 그뒤 참혹한 지옥의 모습이 계속 되다보니 어느 장면들은 판타지 소설 처럼 읽히기도 한다. (인간과 뱀이 서로 모습이 바뀌는 장면과 얼음호수 위 거인들 모습은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죄인들은 성서, 그리스 로마 신화, 그리고 로마 역사의 인물들이고 단테의 시대에서 가까운 과거에 살았던 인물도 있다. 그들은 지옥에서 벌을 받으면서도 서로 헐뜯고 싸우고 있다.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던 단테는 부끄러움을 깨닫기도 한다. 지옥의 죄인들의 소원은 기억되고 세상에 알려지는 것이라서 하나같이 (매국노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단테에게 자신의 이름과 사연을 말하려 애쓴다. 끔찍한 것은 죄인의 영혼은 이미 지옥에서 벌을 받고 있는데 죄인의 몸은 악마에게 입혀져서 아직 지상에서 여러 사람들을 괴롭히는 경우이다. 우리나라의 신곡-지옥 편이 있다면 누가 해당될까 상상해 본다.

 

지옥의 죄인들의 공통점은 '배신'이다. 신앙과 도리, 의리와 정의를 어긋나게 행동하고 속이며 그릇된 이익을 얻은 자들. 그 중에는 오딧세우스가 있고, 기독교 시대의 작가에게는 당연하게도, 마호메트도 소환되었다. 기독교 세계를 분열시킨 마호메트는 몸이 분열되는 벌을 받아 처참한 모습으로 그려졌다. 지옥은 죄인 뿐 아니라 죄인들을 벌주는 괴물들, 이어지는 불과 구렁들 때문에 소심한 단테는 겁에 질려 떠는 모습인데 마지막 장에 가까워지면 단테가 공동체를 배신한 죄인의 머리칼을 잡고 뽑아버리는 행동까지 보인다. 하지만 그가 담력을 키웠다고 볼 수는 없고, 단테도 죄인들의 업보에 참지 못하고 분노를 표현하는 것 같다. 지옥을 모두 둘러본 다음, 그는 지구의 중심을 통과해 반대편으로, 구멍을 통해 하늘과 별이 보이는 곳으로 빠져 나온다. 마지막 장을 읽고나서 저절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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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6-01-06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독서 계획 열심히 실천 중이시군요~
단테가 지옥에서 처음 보는 죄인들이 방관자 라는 사실이 큰 깨달음을 주네요.

유부만두 2016-01-06 17:39   좋아요 0 | URL
저도 그점을 곱씹게 되더라구요. 많이 찔리기도 하고요...
 

The God of Small Things, Arundhati Roy

올해의 마지막 책일까. 속도가 나지 않아 한 달 동안 천천히 읽었다. 인도의 문화와 복잡한 정치상황, 그리고 뿌리깊은 신분제 사회에 서양에 대한 사대주의 등등이 우리나라의 모습과 겹쳐졌다. 무엇보다 '여자들의 이야기'라니 읽을 수 밖에. 하지만 여주인공들이 너무 나약하거나 사악하다. 분노가 차고 넘쳐서 서로를 할퀴고 자신을 죽여버리고 만다. 한심하기 그지없고 생뚱맞게 소비되고 마는 남자 등장인물들도 아쉽다. 이 치명적인 사랑 이야기가 그저 흔한 역사소품 같고, 불쌍하긴 하지만 벨루타도 매력적이지 않고, 암무의 허망한 마지막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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