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왕생 6
고사리박사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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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책. 우울과 청소의 관계에 대하여.
좋습니다, 이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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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3-01-01 12: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극락왕생 넘 재미있어요 유부만두님 ㅎㅎ 새해 첫 날 즐겁게 보내세요 ~

유부만두 2023-01-05 22:01   좋아요 0 | URL
그쵸. 7권까지 나왔더라고요. 처음에 읽을 떈 막 어렵고 그랬는데 (호칭이나 세계관이 너무 거대하고 복잡해서) 이젠 그냥 모르는건 그러려니 넘어가면서, 조금 익숙해진 인물들 이야기에 집중하면서 봐요. 근데 그 머리 귀신 너무 무섭고요.

책읽는나무 2023-01-01 15: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슬프면....그런 것 같네요?
전 지금 생리통 때문에 널부러져 있었더니 집이 지금 엉망이에요ㅜㅜ
새해인데...새해같지 않네요ㅋㅋㅋ
만두님은 새해답게 잘 보내고 계시죠??
극락왕생 하소서!!!ㅋㅋㅋ
요 책도 재밌겠군요?^^

유부만두 2023-01-05 22:03   좋아요 1 | URL
극락왕생....ㅋㅋㅋ 일단 현생을 좀 더 살아보겠습....

사람이 우울하면 청소나 위생에서 티가 난다고 하더라고요. 또 빨래 청소 설거지가 아무리 해도 티 안나지만 조금만 놓아두면 크게 보이고요. (전 청소가 밀려서 막 우울해지는 타입)
 


<제인 에어>의 21세기 미국 남부판 (+길리언 플린 식) 재해석이다. 가난한 (하지만 예쁘지 않은) 23살 여주인공 제인은 앨러배마주 부촌 손필드에서 매력적인 남자 에디 로체스터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동거를 한다. 제인은 강아지의 가정교사가 아니라 산책시키는 알바생이다. 그런데 이 남자의 '사망한' 전부인 베(버사)의 이야기가 뭔가 석연찮다. 베와 어린시절부터 친한 사이였고, 한 동네에 살았던 블랜치는 작년에 사망했다는데 베는 실종상태이다. 에디의 집에 들어와 사는 제인은 자신의 어두운 과거와 진짜 정체를 숨기며 부촌의 사모님으로 변모하려 애쓰는 중인데 어느날 집안에서 쿵쿵 울리는 소리를 듣는다. 분명 윗 층엔 아무도 없는데...


200쪽 부터 읽으면 된다. 그 이전엔 너무나 지루하고 유치한 설정들이 이어진다. 꾹참고 200쪽을 넘으면 (하지만 뭐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재미있는 상황 전환들과 사람들 관계의 진실이 드러난다. 진짜 신기한 것은 이 소설의 세계에는 <제인 에어>라는 소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인의 어린시절 단짝 친구 이야기나 이런 시그니처 문장이 나오는데도. 


"독자여, 나는 그와 잤다." (256)


원서 제목은 The Wife Upstairs고 제인보다 베의 비중이 크다. 제인은 베와 다르지만 꽤 닮았고 작가의 애정은 베와 에디에 쏠려있다. 이 소설에서 로체스터는 뻔뻔한 중년 범죄자가 아니라 파괴적 사랑의 안타까운 희생자로 그려진다. 아무리 그가 잘생기고 근육질이라도 이건 좀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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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12-31 2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아지 산책알바생이라니 ㅎㅎㅎ 유부만두님 2022년의 마지막날까지 열심히시군요. 알찬 마무리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유부만두 2023-01-05 22:03   좋아요 0 | URL
한 해를 안넘기려고 우다다다 읽고 감상 썼어요. 책이 좀 시시했어요.

단발머리 2022-12-31 20: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잘생기고 근육질 남성이 파괴적 사랑의 안타까운 희생자라면….. 너무 세상 편하겠는데요.

올 한 해도 감사했어요!!
새해에는 더 좋은 일, 더 행복한 일로 가득한 한 해 되시길요^^

유부만두 2023-01-05 22:05   좋아요 1 | URL
그러네요. 근육질 미남에 돈있고 사연있고 .... 그런데 이 놈은 많이 비호감이었어요.


작년엔 저도 많이 감사했습니다. 새해에도 멋진 책 이야기 함께 나누어주세요.

책읽는나무 2022-12-31 20: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200 쪽은 넘어가야 하나요?ㅋㅋㅋ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유부만두 2023-01-05 22:05   좋아요 1 | URL
200쪽 까지 갔으면 끝장을 보셔야하고요, 그전에 덮어도 뭐 크게 놓치는 건 없어요.
 

어째 남편도 프루스트를 완독하진 않은 것 같은데 ... 

그는 아직도 노여움으로 귀밑까지 노래져 있었다. 그가 정말로 속이 뒤집힐 때면 일어나는 간장 발작 현상 가운데 하나였다. 그는 프랑스어로 쓰여진 책을 하나 읽고 있었다.
"당신 프루스트를 읽어본 적 있어?" 그가 그녀에게 물었다.
"읽어보려고 한 적이 있긴 하지만, 따분하기만 하더군요."
"그는 정말로 아주 비범한 작가야."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나에겐 따분할 뿐이에요. 복잡하게 늘어놓은 그 궤변들이란 정말! 그에겐 진정한 감정이 없어요. 그저 감정에 대한 말의 흐름만이 있을 뿐이죠. 난 뻐기며 잘난 체하는 정신성 따위는 지겨워요."
"그럼 당신은 뻐기며 잘난 체하는 동물성이 좋다는 건가?"
"그렇다고 할 수도 있죠! 하지만 뭔가 뻐기며 잘난 체하지 않는 것이 있을 수도 있지요."
"글쎄, 어쨌든 나는 프루스트의 정교한 섬세함과 점잖은 무질서가 마음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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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2-12-24 18: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이디 채털리를 사랑할 수밖에 없어요. 프루스트, 저도 오직 하나, 읽었다, 하는 거에만 의의를 두는 작자랍니다. 속이 다 션~하네요. ㅋㅋㅋㅋ

유부만두 2022-12-24 23:2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우리의 레이디 채털리 솔직 담백 직진!!!!

단발머리 2022-12-24 17: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완독하지 않았다는데 한 표 합니다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님, 메리 크리스마스🎄

유부만두 2022-12-24 23:30   좋아요 0 | URL
은근 젠체 하는 게 밉상이에요. ㅋㅋㅋㅋ
메리 메리 크리스마스 투 유!!!!

페넬로페 2022-12-25 0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채털리부인과 남편 의견 다 맞는 것 같아요.
근데 좀 젠체하는 게 꼴불견이네요 ㅎㅎ
유부만두님,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시길 바래요^^

유부만두 2022-12-25 09:00   좋아요 1 | URL
젠체하는 거 꼴불견이죠!!! ㅎㅎㅎㅎ
근데 저도 프루스트 다 읽었다고 젠체 좀 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책읽는나무 2022-12-25 06: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난 척하는 동물성!!ㅋㅋㅋㅋ
고전 소설들 왜이리 은근 웃기는 건가요??
유부만두님 저도 메리 크리스마스!
내년에도 많이 읽으시고 즐거운 책 소식 전해주세요^^

유부만두 2022-12-25 09:08   좋아요 1 | URL
그쵸. 옛날 작가들의 유머도 꽤 재밌어요.
내년에도 많이 읽고 많이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제 유머는 별볼일 없겠지만, 나무님께서 장단을 좀 맞춰주시길 바랄뿐이고요. ^^

책읽는나무 2022-12-25 12:14   좋아요 1 | URL
저의 유머 수준은...던져놓구선 혼자 웃다가, 뒤늦게 현타 느끼는 수준이지만, 전 알라디너님들 유머가 참 재미나서 많이 웃고 있거든요.ㅋㅋㅋ
내년부터는 만두님 유머에 혼자서 웃지 않고, 최선을 다해 장단을 맞춰 보겠습니다.^^
 

셀레스트 잉의 신간. 아시안 혐오 범죄에 대한 이야기라고만 알고 시작했는데, 그보다 더 많은 것을 담고 있다. 


노아는 12살이다. 도서관에서 일하는 아빠와 단 둘이 대학교 기숙사에서 산다. 하지만 3년 전에는 달랐다. 3년전 까지, 노아는 엄마가 지어준 닉넴 Bird로 불리며 (엄마는 고집스레 학교 가정통신문에도 버드,로 적어보냈다) 세 식구가 정원이 아름다운 주택에 살았다. 백인 아빠는 언어학과 교수였고 중국계 이민 2세대인 엄마는 시인이었다. 노아/버드는 엄마를 많이 닮았다. 책 제목 Our Missing Hearts는 엄마의 싯구 중 하나였다. 반정부 시위대가 엄마의 이 싯구를 사용하기 시작하며 모든 문제가 시작되었다. 


몇년 전 국가적 위기, 경제 위기와 여러 긴장 상태가 길어지자 미국의 가치를 보호한다며 PACT가 창설된다. 이 기구는 미국의 차세대 보호를 주장하며 반미적이며 체제 전복을 기도하는 부모로부터 아이들을 분리시켜 위탁 가정으로 옮긴다. PACT는 감시체제 중 가장 끔찍한 국가 기관인 셈이고 이웃들이나 거리의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 감시체제의 일부분이 된다. 이런 가상의, 하지만 충분히 현실을 반영한 디스토피아가 소설의 배경이다. 


1부는 엄마를 그리워하며 또 원망하는 노아가 겪는 일상의 차별, 조용히 규칙을 따르기를 바라는 아빠와의 생활을 보여준다. 하지만 '버드에게'라고 시작하는 고양이 그림만 가득한 편지가 도착하며 모든 것이 흔들린다. 노아는 그 편지에 담긴 암호를 풀기 위해 도서관에 간다. 디스토피아 세상은 역사와 사실을 왜곡하고 정부는 책들을 없애며(그나마 분서대신 분쇄하여 재활용함;;;) 도서관과 정보를 (화씨451과 1984에서 처럼) 통제한다. 전국에 퍼져있는 도서관과 책과 '인간'을 믿는 사서들의 연락망은 정부의 통제망과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노아는 그곳에서 사라진 엄마의 흔적을, 엄마가 들려주던 옛이야기의 조각을 만난다. 


2부는 엄마 마가렛의 이야기다. 그녀가 태어나기 얼마전, 부모가 새로 이사한 집의 우편함에서 폭발한 사제 폭탄부터 시작해 마가렛이 성장하며 겪은 차별과 혐오의 이야기, 그리고 그녀가 찾은 행복이 어떻게 흔들리게 되었는지, 타인의 불행이 얼마나 나와 가깝게 맞닿아 있는지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언어학과 대학원생 이튼과의 만남과 사랑, 재벌집 '좌파' 딸 도미와의 우정은 이 책의 결말을 어느 정도 보여준다. 그리고 지금, 마가렛은 PACT에 빼앗긴 아이들을 다시 찾는 일을 하고 있다. 도서관 조직망과 사람들의 도움으로.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생각나고 조마조마 하지만 셀레스트 잉의 문장은 매끄럽다. (이민진 작가의 영어와 큰 차이가 있....) 


3부. 그래서 엄마와 안티PACT 반정부 게릴라 운동은 성공하는가? .... 거사를 앞두고 시골에 잠시 피해있는 노아와 친구 세이디는 새로운 세상을 준비하는 아담과 이브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혐오와 차별, 각개전투의 이기주의를 부숴버릴 인간성의 새 세상은 오는가. 긴장감을 갖고 읽었다. 그리고 ... 


중국계 미국인 저자가 겪고 보고 들은 많은 차별 에피소드들 (나도 겪어 아는 것들)이 아프게 종이 위에 놓여있다.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하는 청소년 소설 the Giver가 많이 떠오르는데 이 소설은 너무나 현실을 그리고 있어서 더욱 무겁다. (뉴욕의 차이나 타운에서 자신의 모습이 '도드라 지지 않아서' 안심하는 마가렛과 노아의 마음을 나는 캘리포니아에 도착해 어깨에 긴장을 풀며 느꼈었다. 911 이전이었는데도) 중국인에 대한 혐오가 한국인을 비켜갈 거라 여기던 일부 사람들의 sns글을 보며 얼마나 갑갑했는지. 중국인을 차별하는 게 어떻게 정당화된단 말인가. 혐오나 차별은 순식간에 그 화살을 돌린다. 왜 그들이 겪는 차별이 나에게 해당되지 않는다고 장담하는가. 차별과 혐오를 왜 이용하는가. 이 추운 날 더 서늘해지는 심정이다. 그래도 작가의 인간성에 대한 믿음은 꺼지지 않고 이야기, 언어, 책에 대한 믿음으로 표현되어서 반가웠다. 그러니까, 계속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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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12-24 17: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셀레스트 잉의 소설 괜찮네요. (하나 사놓고 아직 안 읽은…) 그러나 제가 유부만두님의 페이퍼를 읽어본 결과, 저는 번역본으로 읽기로 하겠어요(찡긋) 😉

유부만두 2022-12-25 10:16   좋아요 0 | URL
괜찮아요. 근데 좀 평범한 전개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어요. 그래도 문장이 매끄러워서 플러스 입니다. (뭔말인지 알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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