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코브 마을의 모두 괜찮은 결말 디 아더스 The Others 1
크리스토퍼 무어 지음, 공보경 옮김 / 푸른숲 / 2010년 7월
절판


"난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세상을 부정하거나 약에 취해야 살 수 있어요." -30쪽

파인 코브 철물점에서 점원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주로 은퇴한 남자들로 거만하고 자기밖에 모르며 잘난 척이 심한, 자칭 알파 남성들이었다. 상대해주는 여자가 없다보니 그들은 자신이 똥 덩어리 그 자체라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하고들 있었다.
파인 코브 철물점의 문턱에서 초인종 소리가 울리면 테스토스테론 경보기가 곧바로 작동하면서 상점 분위기가 묘하게 바뀌었다. 초인종 소리에 맞춰 점포 구석구석에 수컷의 영역 표시용 소변 분무기라도 만들어져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184 쪽

"너 자신을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 있어, 시오?"
"특별한 사람?"
"단순히 남들보다 잘났다는 게 아니라 긍정적인 방식으로 남들과 차별화된다는 생각, 그래서 이 행성에서 넌 특별한 존재라는 생각 말이야. 그런 느낌 가져본 적 있어?" -2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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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 제120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야베 미유키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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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 인생도 끝장났구나 하는 심정이었어요."

- 이제 겨우 중학생인데?

"이런 가정에서 자라니 내 미래도 별 볼일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 별 볼일 없을 거라고?

"네. 부모가 내 앞에 깔아주려는 레일이 잘못되고 있잖아요. 그러니 저 앞에 있는 내 미래도 별 볼일 없는 게 되는 거죠. 뽑기에 꽝 뽑은 것 처럼."

- 재미난 발상이군.

"그래요? 하지만 우리들은 부모가 뭐든지 다 결정하니까 스스로는 아무것도 고를 수 없어요. 부모가 실패하면 자식이 뒤집어써야 하는 거죠."

-405쪽

사람을 사람으로 존재하게 하는 것은 '과거'라는 것을 야스타카는 깨달았다. 이 '과거'는 경력이나 생활 이력 같은 표층적인 것이 아니다. '피'의 연결이다. 당신은 어디서 태어나 누구 손에 자랐는가. 누구와 함께 자랐는가. 그것이 과거이며, 그것이 인간을 2차원에서 3차원으로 만든다. 그래야 비로소 '존재'하는 것이다. 과거를 잘라낸 인간은 거의 그림자나 다를 게 없다. 본체는 잘려버린 과거와 함께 어디론가 사라져버릴 것이다.-5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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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를 죽이지 마세요 새로고침 (책콩 청소년)
테리 트루먼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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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보가 아니며, 이 쓸모없는 몸뚱이 안에 진짜 내가 있다는 사실, 내가 여기에 있다는 걸, 난 단지 이도저도 아닌 어딘가에 갇혀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안다면, 아니 단 한 사람이라도 알게 된다면 과연 내 인생은 어떻게 될까하고 이따끔씩 정말로 궁금해진다. 계속 그 생각에 빠져들다 보면 난 정말 미쳐 버릴 지도 몰라! -18쪽

보통 사람들의 가치와 습관, 취미와 특성 들을 그대로 따라하게끔 만든다고 해서 우리 저능아들이 정상인이 아니라는 사실이 바뀌는 건 아니다. 우리는 다르다! 내가 우리 반 친구들을 저능아라고 부르는 건 단지 사람들이 우리를 보며 그렇게 부르기 때문이다. 지체라는 말은 '느리다'라는 뜻이면서 동시에 단지 느린 부류의 사람들을 통칭하는 말이기도 한데, 모든 사람이 모든 일을 똑 같은 방식과 똑 같은 속도로 처리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생겨난 말이다. 정상인들이 우리를 저능아라고 하니까 우리는 저능아가 되는 거다.-59쪽

사람들은 나랑 잠시 있다보면 내가 있다는 사실을 깜빡하곤 한다. 처음에는 지나가면서 나를 쳐다보고, 나중에는 힐끗 쳐다보다가 결국에는 아예 내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투명인간이 된다. -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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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가제 독고다이 김별아 근대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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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지금껏 인생에서 '진짜'를 찾아 헤매었다. 진짜 아버지, 진짜 양갓집 규수, 진짜 부와 명예와 권력 ...... 하지만 진짜를 찾아 헤매는 아버지는 가짜였다. 그래서 아버지가 '진짜'를 찾아다닌 여정은 다만 자신이 얼마나 '가짜'인가를 증명하고 다닌 것에 불과했다. 그것이 아버지와 여인이 함께 나눈 밥상 위에 앙상한 생선뼈와 함께 비릿비릿하게 드러나 있었다. 난생처음으로 아버지가 아주 조금 불쌍했다.-144쪽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다 귀찮고 재미없었다. 아무리 고상하고 우아한 것이라도 과다하게 심각해지면 유치하고 천박할 수 밖에 없다는 걸 그들은 모르는 걸까? 애국이니 결사항전이니 하는 구호가 드높은 가운데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블랙 코미디가 여기저기서 펼쳐졌다. -157쪽

현옥을 만난 후 내게는 이상한 버릇이 하나 생겼다. 문득문득 심장이 바특하니 졸아붙는 듯한 통증 속에 나도 모르게 질끈 눈을 감는 것이었다. 길을 걷다가도, 인력거에 올라앉아 멍하니 거리를 바라보다가도, 밥을 먹거나 양치질을 하거나 친구들과 시시풍덩한 농지거리를 하다가도, 불편듯이. 그러면, 보였다. 암흑 속에서도 그 모습이 찬연히 보이는 것이었다. 어떤 사람을 기억한다는 것은 뇌엽에 간직된 시각적인 이미지를 끌어내 떠올리는 일이다. 그건 맹인이라 할지라도 '볼 수 있는' 독특한 영상이다. 멀리 떨어져 있어 비록 만날 수 없을지라도 기억 속에서는 언제나 볼 수 있다. 그것은 가슴을 후벼 파는 통증을 동반하는 일이었지만 나는 눈을 감았을 때 더욱 선명해지는 그녀를 포기할 수 없었다.-181쪽

어머니는 그 고양이상의 생김새를 특별히 좋아하던 여배우 시몬 시몽을 흉내 내어 검게 빛나는 옷을 입고 다리를 꼰 채 안락의자 안에 우울한 몸을 깊게 묻었다. '신여성'과 '모던껄' 들은 그렇게 사라져갔다. 자유연애를 주장하며 모던 가정을 꿈꾸었던 한 무리는 '현모양처'란 이름의 박제가 된 채, 가정에서 개인을 제국에서 민족을 해방하자던 다른 한 무리는 애써 얻은 사회적 지위를 잃지 않기 위해 '군국의 어머니'가 되자는 연설을 하고 다니며. -239쪽

아무리 시간이 지나고 신분 세탁을 해도 아버지는 백정 쇠날이의 아들 훕시로 혈혈단신 경성에 도착했던 열일곱 살 때와 하나도 달라진 게 없었다. 하긴 열일곱 살 때와 조금이나마 (나아진 것도 아니고) 달라진 채 관 두껑을 덮고 누울 수 있는 인간이 어디 그리 흔하겠는가?-302쪽

'왜 나야? 왜 내가 죽어야해? 이유도 모르고 목적도 없이, 남의 나라, 남의 전쟁에서?'
-3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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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하지 않고 타임머신을 만드는 방법 - 15세 과학소년들의 시간 여행 분투기
아닐리르 세르칸 지음, 유인경 옮김 / 윌북 / 2009년 4월
품절


우리는 이곳에서 여러 가지 공부를 해왔지만
바깥 세상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열다섯 살이 된 지금까지 7년간 대체 우린 무엇을 배운걸까?
-36쪽

어른들은 유감스럽게도 소년들에게 힘이 되어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소년들은 분명히 시간 여행에 성공했습니다. 과거로 돌아가 자신들이 습득한 지식을 총동원하고 현재라는 시간 속에서 온갖 노력을 다해 자신들의 손으로 빛나는 미래를 만들어냈습니다. 소년들 한 사람 한 사람이 타임머신이 되었던 것입니다! -1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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