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다 읽었는데 제대로 읽었는지는 모르겠다. 답답한 마음이 들지만 이건 벅찬 감동으로 이해하련다.

 

남북전쟁이 일어난지 일년, 링컨은 파티를 연다고, 못생겼다고, 애들에게 너무 무르다고, 등등의 이유로 까이고, 차별 안한다고, 진취적이라고 칭찬 받는 대통령이다. 그의 아들이 병으로 죽자 애끊는 마음에 무덤에 찾아간 일화로 작가는 이 '대작'을 만들어냈다. 워낙 등장인물이 많아서 절반쯤 읽었을 때야 주요 인물 세 명을 기억하게 되는데, 이들은 자신이 아파서 이곳에 와있을 뿐 죽었다는 걸 모른다. 단 한명 목사만 빼고.

 

쏟아지는 말의 홍수, 비명, 울음, 그리움, 후회 혹은 빈정거림과 욕지거리. 데우스 엑스 마키나.

 

고대 희곡을 더듬대며 읽은 기분이다. 내가 제대로 읽었는지? .. 확인하기 위해 다시 읽지는 않겠다. 세상엔 이렇게 똑똑하며 불친절하지만 이야기를 여러 각도로 보고 빚어내는 예술가가 있으니, 소설의 미래는 네, 밝다고 생각합니다.

 

전 부치러 가야지. (에휴)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syche 2018-02-15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맛있게 부치고! 새해 복 많이 받아~

유부만두 2018-02-17 09:22   좋아요 0 | URL
언니네도요! 건강 건강!

라로 2018-02-15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님이 예전에 올리셨을 때도 복잡한 얘기 귀신 나오는 얘기 시러 이러면서 안중에도 없었는데 이 마지막 페이퍼로 넘어갔습니다요!! ㅎㅎㅎㅎ

유부만두 2018-02-17 09:23   좋아요 0 | URL
전 너무 어려웠는데, 라로님은 잘 해내실 겁니다!
 

매일 책을 읽지만 완독하는 건 아니라서 책 이야기를 쓰기엔 조금 민망하지만, 그래도 쓰겠다.

 

중반부에서 멈췄다가 어제 다시 들었는데, 나름 클라이막스에서 숨고르기를 한 셈이다. 아들의 관 뚜껑을 .....

 

링컨이라면 사랑받고 (총격으로 사망한 것 말고는) 성공적이며 인류애가 넘친 미쿡 대통령이었겠거니 했는데 이 책에 실린 당대, 19세기 후반의 기록들 특히 남북전쟁의 기록들은 링컨에게 쏟아내는 악담들이 넘친다. 노예해방이라는 업적도 그가 취한 태도는 매우 온건했다는 평이 많다. 이 멀리 한반도에서 어릴적부터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가 귀에 못으로 박힌 나는 이 책을 계속 당황해하며 "아, 이렇게 그냥 인간 정치인이었구나. 역사 위에 반짝거리는 별로 남으려면 여러 극적인 장치들과 시간, 그리고 희생자들이 필요하구나" 라고 생각할 수 밖에.

 

아직 많이 남았다. 저승으로 떠나지 못하고 '바르도'에 갇힌 원혼들이 억울함을 토로하느라 링컨에게 몰려온다. 아무것도 듣지 못하는 링컨. 링컨의 아들이 위로받고 아비에겐 평온한 마음이 깃들길 바란다.

 

여성으로선 처음으로 오딧세이를 번역한 에밀리 윌슨. 뉴스를 접하고 일단 욕심으로 책을 구해놓았는데, 이 분의 여동생 또한 대단한 분이더라. 포크를 생각하다, 를 쓴 비 윌슨. 이미 터질것만 같은 장바구니에 주섬주섬 담아놓고 오딧세이를 펼치는데 ....

 

딸들 이름이 대단하다! Imogen은 세익스피어 작품에 나오는 억울하고, 강인하고, 모든 걸 용서하는 여인이다. (많이 억울할듯도 한데) '심벌린'은 오델로와 오딧세이를 연상시키고 장화 홍련전도 떠올리게 한다. 둘째 딸 이름을 보고 신화 대신 서재 친구 프님을 떠올린 나! ^^

Freya는 북유럽 신화의 풍요의 여신, 그 이름으로 불금, Friday가 나왔다고 한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이름이 다 어마어마 하지만 실은 영어 퍼스트 네임들은 대개 성경, 신화나 전설의 주인공들에서 따왔으니 흔한 이름일지도 모른다. 링컨도 애브라함. 아, 그 늙은 아비는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어린 아들 이삭의 목에 칼을 겨누었지만 결국 아들은 살았는데....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8-02-13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똑똑한 페이퍼다. 제가 너무 좋아하는 타입의 페이퍼에요 유부만두님. 유부만두님 넘나 멋져요! ♡.♡

유부만두 2018-02-13 18:53   좋아요 0 | URL
칭찬은 넣어두세요....아시잖아요, 저 .... 그냥 책만 좋아해서 구해서 쌓아두고 헤...하는 거...

hnine 2018-02-13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익숙한 이름 Freya (프레이야) 이지요 ^^

유부만두 2018-02-13 18:53   좋아요 0 | URL
그러네요! 프레이야님!계시죠!

psyche 2018-02-13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 읽을때 그 기록들 읽는게 재미있더라구. 같은 상황도 서로 다르게 묘사해놓기도 하고, 링컨 생긴거에 대한 거 쓴 것도 웃겼어.
Psyche를 이름으로 쓰는 사람도 있다니! 첨봤네. 저 자매들 이름 모두 실제로 쓰는 사람은 못 봤었어. Freya는 있을 법도?

유부만두 2018-02-13 18:54   좋아요 0 | URL
검색하니까 Imogen은 좀 보이네요. 그래도 프시케는 너무 대놓고 신화! 라, 본명이냐고 물어볼것만 같아요. ㅎㅎ 서재에 프레이야님 계세요.
링컨 외모 묘사가 웃기더라구요. 그런데 비난 기록을 보니 신선한? 기분도 들었어요. 오늘은 다 읽으려나.... 굉장히 복잡하고 정신 사나운 책이긴해요.

책읽는나무 2018-02-13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들이 정말 그러네요?
프시케님,프레야님!!ㅋㅋㅋ

근데 링컨의 이야기가 그렇군요!!

유부만두 2018-02-13 18:55   좋아요 0 | URL
링컨의 몰랐던 개인적 또 공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만났어요!

라로 2018-02-13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에게 사랑받는 두 분의 서재지기가 계시니 괜히 반갑네요!! 드디어 오디세이의 여정을 떠나시는 군요~~~두둥!!!

유부만두 2018-02-13 18:55   좋아요 0 | URL
아네요!!! 책만 궁금해서 구해서 뒤적거려 보는거에요. 집에 있는 영어본이랑 얼마나 다른가 ...보려고 했다가 곱게 덮었음요.

단발머리 2018-02-14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밀리 윌슨의 오딧세이 43,230.... 장바구니에 넣는, 넣고야 마는...
나는 누구, 여기는 어디인가요? @@

유부만두 2018-02-15 08:18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전 뽐뿌의 황제랍니다?!
 

오랫동안 들고 있었다. 초중반 까지는 흔한 이야기, 드라마 보는 기분으로 설렁설렁 읽었는데 그 여름, 그 바닷가에서 일이 터져버렸다. 아, 이것이 사랑이고 운명일 것이냐! 어쩌면. 그런데 릴라와 레누는 운명을 따르기 보다는 운명을 불러서 자기 맘대로, 멋대로 주물러버렸다. 많은이들에겐 '미친짓' 이고 나도 '에구...'라고 소리내면서 책장을 넘겼는데 어쩐지 감탄도 하게되는 결정들은, 자기 맘대로 한 행동이라서다.

 

진학해서 대학교 까지 다니는 레누, 표준어를 말하고 쓰는 레누, 이른 나이에 결혼해서 엄마가 되는 릴라. 어릴적엔 그리 총명하더니 인생을 말아먹는 것 처럼 보이는 릴라. 그런데 인생은 누가 더 잘 살아내는지 알아보는 게임이 아니다.

 

 

책을 읽는 릴라와 레누가 좋았다. 베케트를 읽고 토론하는 릴라와 니노, 아네이드를 논문 주제로 삼은 레누, 죠이스의 율리시즈를 읽으면서 아이를 산책시키는 릴라, 전쟁과 평화의 나타샤 처럼 춤추고 싶은 레누. 그리고 그들의 책 블루 페리와 새 책.

 

 

 

 

 

 

 

 

 

 

 

 

 

 

 

 

 

 

 

 

이 둘이 새 가게에 걸릴 릴라의 사진으로 새로운 예술품을, 그들 인생을 예고하는 부적을 만드는 장면이 좋았다. 거칠 것 없이 저질러 버리는 릴라와 그녀를 극복하려 애쓰는 레누. 이들은 자신의 욕망을 들여다 보고 자신의 몸과 시간을 지배하는 건 자신이라고 믿는다. 감히 다른이들이 침범하고 손을 대도 절대 울지 않는다. 남자들은 억세고 강하지만 도구로 쓰이는듯 보이고 엄마들은 레누와 릴라가 '아닌' 여성으로 보인다. 엄마와 음식 이야기 대신 릴라와 레누가 채운다. 그런데 슬슬 레누가 이야기를 장악하는 것 처럼 2권이 끝난다.

 

https://nyti.ms/2GKsUPi 

오늘 아침, 우마 서먼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분노하다 레누와 릴라를 생각했다. 누가 주인인가, 누구의 이름인가, 누가 말하고 결정하는가. 자신의 몸과 시간, 인생이 자신의 것이라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 자신의 이름을 갖는 것. 남편이나 아버지의 이름이 아니라.

 

2권을 읽었으니 3권과 4권으로 가야겠는데 조금 숨고르기를 하려고 한다. 영하 11도의 입춘날 아침.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18-02-06 1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노트에...
불평등의 기원, 사무엘 베케트 희곡 전집, 율리시스라고 적어 두었더라구요.
유부만두님의 페이퍼를 읽을 때마다 너무 즐거워요.
전, 레누의 논문이 아네이드에 대한 것이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거든요.
보아도 보이지 않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18-02-06 17:16   좋아요 0 | URL
전 막 스포 얘기하고 싶은데 억지로 참고있어요. 근데 4권이 그렇게 대형 폭탄인건가요??!!! 야하겠고, 사람 좀 죽겠고, 니노아부지 망신도 당하고,....집나간 릴라 할머니가 뭔갈 하겠네요? 아 궁금해요!

그래도 가르쳐주지 마세요!

2018-02-06 1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06 17: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The Story of a New Name: A Novel (Neapolitan Novels, 2) (Paperback) 나폴리 4부작 (영문판) 2
Elena Ferrante / Penguin Group USA / 201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 지금은 그냥 잘래요.
아무말도 안할래요.
꿈에서 다시 읽고 싶어요.
블루 페리, 레누의 첫 책, 그리고 ...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슬비 2018-02-03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닥 토닥~~ 행복한 꿈꾸세요~~^^

유부만두 2018-02-04 09:32   좋아요 0 | URL
네~ 굿나잇 하고 굿모닝입니다! ^^

psyche 2018-02-04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보다 예비수가 눈에 들어오네. 오랜만이야 예비수 ㅎㅎ

유부만두 2018-02-04 09:32   좋아요 0 | URL
요즘 여기서 많이 보여요.

라로 2018-02-04 0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비수 어떤 맛이에요?? 처음 봄.

유부만두 2018-02-04 09:32   좋아요 0 | URL
쓴맛이 더 많이 느껴져요.
 

경고!!! 스포입니다!!!!


아버지를 다시 만나기를, 그와 소통하길 원하는 윌리를 안타까워 하던 한스 볼만과 로저 배빈은 머물던 곳을 떠나 링컨을 찾아간다. 묘지 곳곳의 쓸쓸한 모습과 흉한 기억들, 그곳에 멍하니 앉아있는 링컨.

유령들이, 자신들이 죽었는지도 채 깨닫지 못하는 이들이 어떻게 링컨에게 ‘아이를 다시 만나러 가시라‘고 전할 수 있을까. 영화 ‘고스트‘의 그 방법이 이용된다. 합체! 스포입니까. 그렇습니다. 죄송해요. 그런데 저도 이 책은 앞부분이 너무 어려워서 .. 잠시 검색 후 읽고있어요. 정말 보기 드물게 정신 산란한 책이에요. 이렇게 가까스로 링컨 몸에 깃들어봐도, 아, 이들은 너무나 나약해서, 앗, 이 사람이 대통령임?! 하고 깨닫고, 가만...내가 아는 대통령은 그러니까....따져보다가 자신의 세상과 지금이 다른 시기라고 알아버린다. 망연한 유령들, 그래도 링컨이 자리에서 일어서 다시 윌리의 무덤으로 가게는 되고, ‘우리가 그렇게 만들었지?‘라며 뿌듯해한다. 아, 윌리는 아빠 링컨의 바람처럼 ‘이제는 아프지 않고 편안한 저 먼 곳에‘ 있지 않다. 아직은.

이들과 달리 목사님은 자신의 죽음을 인지하고 있다. 그 놀라운 심판 장면을 회상하며 ‘비밀’이라고. 딴 유령들에겐 말못한다고 ...‘신과 함께’의 재판 장면 같은 저울! 동서양 모두 사후 정산 과정을 비슷하게 설정했구나. 그냥 사라질 순 없을까, 생각했다. 2부에선 기록들을 통해 아들의 죽음 후 링컨 부부가 얼마나 고통 받았는지, 링컨 대통령의 ‘못생김’이 어느정도인지 언급하는데... 분위기가 빠르게 바뀌면서 지루하지는 않은 책. 다만 복잡하고 어려워서 ( 등장인물 세다가 포기) 속도가 안나요.

음식 사진 하나만 올려야지. (동네 맛집의 ‘골뱅이 무침’입니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syche 2018-01-16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악!!! 이건 정말 너무해!!! 나 골뱅이 부침 진짜 좋아하는데 흑흑 이건 정말 테러야... 나 왜 밥먹기 전에 들어왔지?
그건 그렇고 저 책 중반 넘어갈때까지 진짜 어려웠어. 등장인물도 너무 많고 어려워서 속도는 안나지만 지루하지 않고 묘하게 끌리더라구. 나도 그 심판 장면에서 신과함께 떠올렸는데!

유부만두 2018-01-17 07:33   좋아요 0 | URL
언니도 그랬구나요!! 아 근데 속도가 안나네요... 골벵이무침 제가 꼭 살게요, 오기만 하세요!

라로 2018-01-16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늘 아들 그리고 남편과 아쿠아리움에 갔다가 오랫만에 아웃백에 가서 filet mignon과 랍스터를 먹고 와서 충격이 그리 크진 않아요~~~메롱 하고 싶지만 골뱅이 무침은 골뱅이 무침은 너무 맛있어 보여요!!!철푸덕~ㅠㅠ
우리에게 왜 이렇게 가혹하시나요? 흙
저는 그건 그렇고도 없이 이만 총총

유부만두 2018-01-17 07:34   좋아요 0 | URL
고기와 랍스터엔 밀리는 기분? ㅎㅎㅎ
저희집 막내도 아쿠아리움 좋아해요! 여행지에서 꼭 물고기 챙깁니다. (식단으로도요)

psyche 2018-01-18 10:49   좋아요 0 | URL
우리집 엠군은 물고기를 너무 사랑해서 생선은 안먹는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