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폭력과 팍팍한 경제 사정, 믿었던 친구의 배신, 그리고 몰아치는 비극의 쓰나미.
왜 이런 고난을 한 사람에게 들이부어야만 하는가. 시다의 일상에서는 어둡지만 꾿꾿함을 보았고 여중생 A의 곁에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미숙은 그야말로 벼랑 끝에 서 있는 듯하다.
시인 아버지의 위선과 폭력, (꺾인 시인) 어머니의 자포자기는 무섭고 싫다. 그 아버지가 큰 아이에게 공을 던지는 장면은 어쩌면 실제로 있었던 일일지도 모른다. 가족력인 불치병까지. 이런 고난 종합 셋트를 독자가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가. 희망이랄까 생의 의미를 꺼내려 해도 미안하고 무안할 지경이다. 아만자에서도 만났던 이런 해맑은 얼굴의 .... 막막한 주인공.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아도 바뀌지 않는 막막한 ....나의 현실, 여기의 이 처지.
그러니까 보듬으라고? 아니면 올해 이렇고, 내년엔 나아지리라고? 발전과 성숙을 찾으라고?
어쩌면 좋을까.
이런 불우한 주인공의 슬픈 이야기는 우리끼리, 아니 저들끼리 읽고
편안한 재이는 저 멀리서 우아하게 지낼 것만 같은 데. 짜증이 난다.
여지껏 불우한 주인공의 고생담을 측은한 눈빛으로 읽어온 나 자신에게도 짜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