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겪은 상실의 기억이 모여 있는 단편집이지만 연작 소설집으로도 읽힌다. 작은 디테일은 어긋나지만 주인공은 연거푸 아버지를, 오빠를, 언니를, 남편 혹은 내연남을, 아들을, 친구를, 엄마를, 그리고 어쩌면 자신을 잃는다. 그리고 되찾는다. 꿈에서 현실에서, 그리고 상상 속에서 글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나 자신의 상실을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가닿을 수 없는 구멍, 그 깊은 절망을 바라보았다. 불안하다. 가슴 저리게 아프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하고 체념하고 말았다.
세련된 표지와 저자의 프로필 보다는 투박한 글 모음집이다. 그가 다녀온 여정과 떠올린 단상들이 새롭지 않았고 매끄럽지도 않았는데, 그가 만들었다는 다큐프로그램들과 번역서들을 생각하면서 의리로 읽었다. 그가 조금은 더 한계를 밀어내고 자유롭게 다니고 써나가길 바란다. 글 사이사이에 배어있는 그의 촌스러운 직업적 '평가, 프레임'이 거북했지만, 뭐 나도 내 독자적 '평가, 프레임'으로 읽어버렸으니까.
아, 재밌습니다. 유치하다고 누가 그러던데, 그럼 안되나요?
단막극으로 만들어서 예쁜 아이돌 주인공들이 (연기력 연습해서) 찍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문장이나 묘사도 싼티가 안나서 좋았어요. 표지에 저거 뭐여, 핏자국이여, 했는데 (사전 정보 하나도 없이 그냥 읽기 시작함) 허허 핏자국 맞았구요, 눈깔 막 뽑는 장면도 나오는데 이게 역하거나 공포스럽지 않고 안전장치 되있는 놀이기구 타는 기분이네요. 하하 재밌다! 정세랑 작가꺼 또 일거야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