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 카우보이 소설의 대가 애니 프루가 추천한 소설.
1915년생 작가 토머스 새비지는 거대 양목장의 후계자인 어머니와 거대 소목장 주인인 양아버지 슬하에서 성장기를 보냈고 그 경험을 다분 이 소설(과 다른 소설들)에 녹여냈다.
때는 1925년, 마흔살의 농장주 (그 당시에도 자산 몇 십만불을 호가했다는) 필과 두살 아래 동생 조지는 아직 미혼이다. 모든 면에서 반대인듯한 두 형제는 그런대로 오랫동안 (이십오 년의 결혼 생활에 비유할 만큼) 잘 지내왔다. 하지만 광활한 대지는 무자비하고, 수십 명의 카우보이들과 함께 수천 두의 소들을 키워 (때때로 잡아 먹고) 기차역이 있는 마을까지 수십 킬로미터를 이동하고 화물열차에 태우는 일은 고되다. 그들 사이에 한 여인 로즈가 사연과 열여섯 살 아들 필립을 데리고 등장한다. 그들을 온몸으로 경멸하는 필. 자동차를 혐오하고, 원주민 인디언을 내쫓은 주제에 이민자들을 혐오하고, 여성을 혐오하고, 허세와 위선을 혐오하고, 자신은 모든것을 꿰뚫어본다고 믿고, 좋았던 옛시절과 카우보이 스승을 그리워하며, 흐르는 시간과 시대를 거부하는 남자 필. 그는 장갑을 끼지 않는다.
세세한 풍경 묘사는 책 읽는 내내 바람 냄새를 일으켰고, 각 인물들의 속엣말들은 생생하게 그들 사이의 벽과 갈등을 쌓아놓는다. 소설의 시작 전에 깔려있는 파국의 밑밥 위에 파국으로 시작하고 더 큰, 파국으로 '개의 아가리'를 향해 달려가는 소설. 여기에서 개는 누구인가. 풍경의 개, 인생의 걸림돌인 개, 사악함의 개. ...하지만 어딘가에 목숨 바쳐 충실했고 쓸쓸했던 그 개.
스포일러를 하지 않겠다.
두 밧줄, 두 명 (더하기 반)의 아버지, 아버지의 뜻을 이어가는 아들, 대화가 통하지 않는 어머니와 아들, 맨 손, 맨 몸, 그리고 맨 정신.
책을 읽고 곧이어 넷플릭의 영화를 봤다. 책을 먼저 읽기를 권한다.
영화에선 인물들 사연이 많이 생략되어서 책을 읽지 않은 남편은 지루하다는 평을 했다. 하지만 내 눈에는 필이, 그 빌어먹을 개 자식이 더 도드라졌다. 컴버배치의 연기는 꽤 좋았다. 필이 평생 억누르며 감춰왔던 마음, 그 이야기가 몬태나 산맥과 광야에 그리고 그 호수에서 펼쳐졌다. 묘한 표정으로 서 있는 소년 필립이 영화를 마무리하고 나는 돌아와서 애니 프루가 2000년대에 이 책(초판 1967년)을 재발간하며 쓴 '해설' 부분을 읽었다. 다시 몬태나의 이야기가 시작하는 것만 같다.